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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 사용 금지’, 딜레마 빠진 게임업계

 

http://www.bloter.net/archives/141133
‘주민번호 사용 금지’, 딜레마 빠진 게임업계 (블로터넷, 오원석 | 2013.01.21)
오는 2월부터 웹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새로 수집하거나 저장, 이용하는 일이 전면 금지된다.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게임 서비스 업체나 e쇼핑몰 등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이를 어기면 3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미 갖고 있던 주민등록번호 정보도 오는 2014년까지는 단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생각해볼 문제는 남아 있다. 게임업계는 현재 게임에 씌워진 규제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를 확인해야 하는 처지다. 게임업계는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 정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제대로 된 가이드가 없어 한동안은 잡음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등록번호 수집 및 이용 금지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주민등록번호 없는 클린 인터넷’ 정책에 따른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가 과도하게 수집되고, 유출에 따른 부작용이 허용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지난 2012년 8월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정책이다.
정책 내용만 보면, 환영할만하다. 무분별한 주민등록번호 수집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는 개인정보 유출이나 개인정보가 남용되는 피해를 겪어 왔다.
문제는 게임업계다. 게임업계는 게임을 이용하려는 이들에게 나이에 따라 다른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인용 게임과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나눠 따로 서비스를 지원하는 식이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된 여성가족부의 이른바 ‘셧다운제’와 지난 2012년 7월부터 적용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게임을 이용할 경우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서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조처다.
이 같은 규제를 제대로 적용하려면, 반드시 만족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게임을 즐기는 이의 나이를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주민등록번호 받지 말라 하고, 게임 규제는 나이에 따라 시간대별로 차별적인 게임 서비스를 지원하라 하니 웃기지도 않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게임업계는 머리가 아프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작년 8월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도 혼란스러웠던 내용”이라며 “몇몇 업체는 방통위 쪽에 시스템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라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법령에 따르면 아이핀이나 휴대폰 인증 등 대체 수단을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는 온전히 게임업체 몫이다. 예를 들어 국내 한 게임업체는 이름과 생일, 성별만으로 게임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름과 성별, 생일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본인확인 과정은 아이핀 인증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짰다.
미성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부모님이나 대리인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해야 한다. 미성년자는 지금도 게임 서비스에 가입할 때 대리인의 확인 없이는 가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게임 이용 시간이나 결제 한도를 정하기 위함이다. 물론, 대리인도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면 안 된다.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증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기관을 통해 서비스 가입자의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정된 기관이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모듈을 만들면, 게임 서비스 업체가 이를 활용하는 식이다. 게임업체는 우선 이름이나 생일, 성별 등 기초적인 정보를 가입자로부터 받은 후 지정된 기관이 갖고 있는 암호화된 개인정보와 조합해 본인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e메일이나 다른 방법으로 가입자를 받으면 본인확인을 하기 어렵다”라며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구상하는 등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책 시행은 당장 2월 중순으로 바투 다가왔는데, 아직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업계도 많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을 손봐야 하는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일정한 룰이 없는 상황”이라며 “방법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스템을 하나하나 추가하다보면 구조도 바뀌는데다, 시스템 개발에 어떤 로직과 방식이 들어가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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