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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 책임 두고 중앙 "타락한 지방자치" 한겨레 "정부 부처 책임"

  •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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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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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8.1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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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중앙 여권 발맞춰 ‘지자체 때리기’

경향 “전북도 갈라치기, 차별·혐오 낳는다” 한겨레 “정부 부처 책임도”

‘이동관 왜 문제인가’ 특집 기사 낸 한겨레 “비판 언론 ‘킬 체인’ 구축”

파행 속 끝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를 놓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지방자치단체를, 한겨레,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감사원 감사 등 정치권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언론 또한 책임 주체를 가리기 위해 상반된 비판 대상을 찾는 모습이다.

▲ 14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조선 “시설관리본부 모두 지방공무원” 중앙 “타락한 지방자치”

▲ 14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기사.

▲ 14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국민의힘은 잼버리 파행 운영 책임을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에 묻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이번 대회를 새만금에 유치하자고 주장한 것은 전라북도이고, 새만금 지역 배수 등의 문제에 전북도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도 새만금 개최에 동의했었다”며 “이후 약 5년간 문 정부와 전북도는 대회 부지 매립과 배수 등의 기반 시설과 편의 시설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잼버리 파행’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관영 전라북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에 맞춰 조선일보도 1면에 <문제된 잼버리 시설, 관리자 모두 지방공무원> 기사를 내 전북도의 책임을 따졌다. 조선일보는 “153국에서 온 참가자 4만3000명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도 “본지 취재 결과 대회 실무를 담당하는 조직위 사무국 인원 115명 가운데 53명(46%)이 전북도청과 전북 각지 시군에서 파견된 공무원이었다. 대원들의 불만이 폭주했던 화장실·샤워장 관리, 그리고 상하수도 및 배수 시설을 담당하는 사무국 산하 시설관리본부 직원 8명 역시 모두 전북도 등에서 파견된 지방 공무원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조직위에서 화장실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지난 4일 잼버리 현장을 찾았을 때 더러운 화장실에 놀라 직접 청소에 나섰다”며 “화장실 관리, 쓰레기 청소는 전북 공무원들이 맡았는데 가장 기본적 업무를 이렇게 처리할 줄 몰랐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 14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중앙일보 또한 1면에 <잼버리 끝난 뒤 준공 전북 이상한 계약서> 기사를 내고 “전북도가 계약 단계부터 느슨한 일정의 사업자 선정으로 문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라북도가 발주한 공사·용역·물품 계약 256건 중 개막식(지난 1일) 이후로 ‘이행 완료’ 시점을 잡은 건수가 15건이었다. 중앙일보는 “전북도가 지역 소규모 기업으로 입찰대상기업을 한정하고 잼버리같은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이 전무한 지역 기업을 사업대상자로 선정한 결과가 잼버리 초반의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지자체 때리기’는 사설과 칼럼에서도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이미 매립된 새만금 내 다른 부지가 많았는데도 굳이 매립도 안 된 갯벌을 잼버리 행사장으로 정한 점이다. 조성된 부지에 나무를 심고 기반 시설을 설치했다면 그나마 문제가 덜했을 것이다. 그런데 2020년 뒤늦게 야영지 매립 공사를 시작해 대회 8개월 전인 작년 12월에야 끝났다. 그 결과 염분이 빠지지 않아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었고 물이 흥건한 진흙탕 매립지에서 국제 행사가 열린 것이다. 전북도가 대회 성공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대회 유치를 새만금 매립 촉진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 14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는 이하경 칼럼 <타락한 지방자치, 최악의 잼버리>을 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이 잼버리 대회를 유치해 지지부진한 새만금의 인프라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한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행사를 성공시키겠다는 생각도 없이 2조원이 넘는 예산만 노렸다면 토건세력과 결탁한 고의범으로 정죄(定罪)해야 한다”며 “타락한 지방자치에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향 “지자체 때리기 혐오 차별 낳는다… 권위주의 재확인”

▲ 1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이러한 ‘지자체 때리기’가 정부의 ‘책임 전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는 1면에 <잼버리 파행 사과커녕 책임회피 바쁜 윤 정부> 기사를 배치, “전 정권과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미는 정부, 여당의 태도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잼버리 운영 계획을 일부 실행한 전라북도는 물론, 실질적인 종합계획의 수립·승인·결정 권한을 지녔던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 책임이 적지 않다는 게 중론임에도 정부 ‘선방론’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잼버리 관련 최종 의사결정권이 여가부 장관 등 정부 부처에 있다는 것을 짚었다. 한겨레는 “잼버리의 계획·준비·운영 등 책임 주체를 규정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잼버리 지원법) 등을 보면 최종 의사결정권은 여가부 장관 등 공동조직위원장 쪽에 있다”며 “특히, 5명의 공동조직위원장 가운데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3명(김현숙 여가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현 정부 국무위원들”이라고 했다.

▲ 14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잼버리 파행, 재발 않으려면 책임 소재 낱낱이 밝혀야>에서 “어떻게 지방정부에 다 떠넘기고 쏙 빠져나가려 하는가. 비겁과 몰염치의 극치”라며 “물론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그러나 폭염·위생 대비 등 행사 운영을 포함해 대회 전반 책임을 현 정부에 묻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지난해부터 몇 번이나 ‘잘 준비하고 있다’ 했는데, 그땐 뭘 준비했단 말인가. 일 터지기 전까진 문제가 뭔지, 무슨 준비를 하는지도 모르는 게 윤석열 정부의 실력이란 걸 잼버리 사태가 그대로 보여줬다”고 했다.

▲ 14일자 경향신문 2면 기사.

경향신문은 정부의 ‘지자체 때리기’가 혐오·차별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에서 “잼버리의 열악한 시설·위생 상태가 지난 1일 개영 직후부터 논란이 되자 개최지인 전라북도에 대한 ‘지역 혐오’ 발언이 확산했다.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들은 ‘전라도 잼버리 참사’ ‘잼버리, 전라도가 먹고사는 방식’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 영상을 게시했다”며 “여당이 중앙정부 책임론을 피하려고 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전라북도 때리기’에 나선 것이 ‘전라도 대 대한민국’ 구도가 확산하는 데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잼버리 운영에서 드러난 권위주의적 행태도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국가공무원노동조합·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노조와 아무런 협의 없이 공무원을 잼버리에 ‘강제동원’하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경향신문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으나 K팝 콘서트를 두고도 ‘아이돌 차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K팝 슈퍼 라이브’ 주관 방송사인 KBS의 <뮤직뱅크> 본방송이 취소됐고, 여기에 출연하기로 했던 가수들은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특집 시작한 한겨레, “24시간 모니터링, 대선 공보 킬체인”

 

▲ 1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가 ‘이동관 왜 문제인가’라는 이름의 특집 기사를 냈다. 한겨레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비판 언론을 겨냥해 ‘킬 체인’(Kill chain)을 구축했다고 지적했다. 킬 체인은 북핵 사용 징후를 탐지한 뒤 선제타격으로 제거한다는 군사용어다. 한겨레는 “2007년 7월1일 그가 공보실장 직함을 달고 캠프에 출근하며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가 24시간 언론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한 것”이라며 “언론 보도에 대한 촘촘한 모니터링과 정확한 분석, 그리고 빠른 대응까지. 이 후보는 이 시스템에 ‘대선 공보의 킬 체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MBC 뉴스데스크 보도 분석’ △‘YTN 뉴스동향 및 문제 보도 조치’ △‘조선일보 문제 보도’ 등의 문건이 있다. 정권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문제 보도를 분류한 증거다. MBC 보도에 대해 “단순 동정은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한 반면 ‘재산 환원’ 등 논란 이슈에 대해선 상세히 조명하고 앵커 클로징을 통해 거듭 비판 시도”라고 했다. YTN에 대해선 ‘조치 결과’까지 적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10시 뉴스 이후부터 해당 기사 비보도”라는 조치 결과가 남아 있다.

▲ 14일자 한겨레 4면 기사.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중요한 사회 의제를 다룬) 기사에 대해 정정·반론 보도를 요청한 게 아니라 ‘비보도 조치’를 했다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정원 언론 장악 문건 중 일부가 이동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이 후보자가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다”고 답변한 것을 소개하며 “2017년 국정원 불법사찰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결론은 다르다. 당시 수사팀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 PD, 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고 했다.

▲ 14일자 한겨레 사설.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의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남영진 KBS 이사장과 정미정 EBS 이사 해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겨레는 사설 <공영방송 이사장 전격 해임 시도, 이명박 시즌2 보는 듯>에서 “방통위는 통상적으로 매주 월요일 상임위원 간담회를 열어 안건을 논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수요일 전체회의를 여는데, 이번에는 상임위원 간담회를 생략하고 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남 이사장과 정 이사 해임안을 상정한다”며 “일련의 무리한 행태로 보아 대통령실을 비롯한 윗선과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방통위 검사·감독 결과는 물론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의 조사 및 감사 결과 등 어떤 공식적인 사실 확인도 없는 상태다. 수사도 안 된 상태에서 판결을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며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취임 전에 일 처리를 끝내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법원에서 부당한 해임이란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관없다는 투다. 그때는 이미 방송장악을 다 끝낸 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영방송 이사장을 무리하게 갈아치우고 난 뒤,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 하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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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살 나무 2만 그루 베고 지리산에 골프장을?

[함께 사는 길] 개발 지뢰밭 지리산 SOS ①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  기사입력 2023.08.12. 18:09:57

 

봄이 오면 지리산자락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나선다. 작년 봤던 산나물이 잘 올라오는지 확인하는 걸음이다. 지난 3월 중순 구례 산동 사포마을 어머님들도 해마다 의례적으로 하는 산나물 위치 확인을 위해 사포마을 뒷산에 올랐다. 사포마을 뒷산은 지리산 서쪽 끝자락이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하여 차일봉(종석대), 시암재를 지나 간미봉, 할미성을 따라가다 서시천으로 스며드는 간미봉 능선의 서북쪽에 사포마을 뒷산이 있다.

 

지리산자락에서 벌어진 대규모 벌목

 

산에 오르던 어머님들은 소나무, 편백나무 등이 기계톱으로 베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현장 작업자에게 물어보니 소나무재선충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례 산동 좌사리, 관산리 일대는 2009년부터 재선충 방재작업이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공교롭게 벌목은 재선충이 아니라 골프장 때문이라 말한 것은 구례군이었다. 3월 23일 구례군은 ㈜피아웰니스, ㈜삼미건설 등과 '구례온천 CC(지리산골프장) 조성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구례 전역에 OO이장단, OO협회 구례지회 등의 이름으로 업무협약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400여 개나 걸렸다. 생경한 장면을 연출한 현수막은 골프장을 어디에 한다는 거야, 어떻게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붙은 거지 등의 궁금증과 함께, 골프장은 이미 확정된 일이니 다른 말은 하지 말라는 묵언의 압박으로 느껴졌다. 

 

 

 

 

2000년대 중반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일원의 산주인 김종엽, 김병철, 김병석은 지리산골프장 건설을 추진했다. 지리산자락 147만4770㎡를 훼손하여 회원제 27홀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2006년 2월 3일 전라남도 고시 제2006-10호로 결정된 지리산골프장은 2006년 11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승인하고, 2011년 8월 김병철, 김병석이 사포마을회(2만6568㎡)와 정산마을회(7723㎡) 소유 토지를 강제 수용하면서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인 김병철, 김병석은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지리산 훼손, 지역공동체 파괴, 주민 삶 피폐화 등의 여론에 밀려, 2012년 2월 구례군에 개발사업 공사중지 통보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싸움은 일단락됐다. 싸움을 끝낸 주민들은 일상으로 들어갔고, 지리산골프장은 모두에게 잊혔다. 

 

2020년 3월 지리산온천랜드가 운영난을 이유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다시 지리산골프장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로서의 골프장이 아니라 사양산업이 된 온천, 세금 먹는 하마 지리산 정원, 집라인과 모노레일 등 한물간 사업에만 손을 대는 구례군, 산동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외지인 등에 대한 복잡미묘한, 원망 섞인 이야기들이었다. 

 

다시 시작된 지리산골프장 논란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인 ㈜피아웰니스 사내이사이자 산주인 김병철, 김병석 등이 제출한 벌목허가신청서를 허가했다. 2월 8일부터 4월 30일까지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일원 16필지 51만8227㎡에서 벌목하라고, 21만1783㎡(21ha)에서는 단 1그루도 남기지 않고 모두 베라는 허가였다. 산주는 수확벌채가 목적이라 하였으나 재선충으로 인해 통나무 자체로는 반출이 안 되고 파쇄한 후에나 밖으로 빼낼 수 있으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구례군 산림과는 산주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곳이 구례군관리계획(체육시설) 지역임을 알았다고 했다. 올해 6월부터는 20ha 이상의 대규모 벌채는 민관합동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고 했다. 모든 것을 알았지만 벌목을 허가했다. 

 

그런데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이자 산주는 골프장 예정지에서 나무만 벤 게 아니라 땅을 돋아 운동장을 만들고, 산을 절개하여 길을 내고, 배수로도 없이 계곡을 메우는 불법을 저질렀다. 골프장 건설에 준하는 산지 개발로 '산림자원법' 위반이었다. 구례군에 민원을 냈지만 구례군은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만 했다. 

 

구례군이 벌목을 허가한 곳은 급경사지역이다. 골프장 시행사는 2006년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며 경사도 20° 이상인 곳은 '원형보전'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대규모 벌목과 함께 토지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다.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중점 평가항목으로 고시(환경부고시 제2022-24호 「골프장의 중점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평가방법 등에 관한 규정」)했는데, 벌목 허가지 중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은 21만5172㎡나 됐다. 결국 산주의 벌목 신청과 구례군의 벌목 허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와 산지전용허가 통과를 유리하게 할 것이다. 

 

20년 전에도 같은 사업이 똑같이 불법 벌목 

 

올해와 똑같은 일이 2003년에도 있었다. 당시에 '불법 벌채에 대한 진정인'(지리산골프장 건설 반대 사포마을 대책위원회)은 불법 벌채가 '환경영향평가를 잘 받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구례군은 간벌은 숲가꾸기 사업으로 '사업자의 과대한 욕심 때문에 과벌이 발생된 사안'이라고 답했었다. 

 

그러나 2006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참여한 김용범 박사, 김창환 교수, 양효식 박사 등은 '임도,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군락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군락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해당 지역을 녹지자연도(녹지공간의 자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0~10등급으로 구분. 8등급 이상의 지역은 개발사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8등급이 아니라 7등급으로 판단했다. 

 

2003년 간벌사업 신고 후 불법 벌목을 통해 녹지자연도를 낮춰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유리한 상황을 만든 산주는 2023년에는 입목벌채허가를 받아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을 훼손하고 절성토, 평탄화 작업 등을 통해 골프장 건설에 준하는 개발행위를 한 것이다. 

 

그런데 벌목 허가 기간이 끝난 후 골프장 예정지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산주와 업자가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서 불법 벌목을 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구례군 산림과는 이 사실을 4월 28일 처음 알았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불법 벌목을 멈추라는 특별사법경찰의 명령에도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엔진톱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7만4900㎡의 땅에 사는 나무들은 모두 베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등골이 오싹해진다. 왜 공권력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행해지는지, 법이란 게 있는 세상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지리산 서쪽 골들의 물이 골프장 예정지를 경유해 사포마을 농경지에 물을 대는 사포제로 모인다. 사포제 앞에서 펼쳐진 지리산골프장 반대 현수막 퍼포먼스. ⓒ김인호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지난 4월 18일 발족한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이하 구례사람들)은 지리산자락에 골프장은 절대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산림 훼손을 방치하여 골프장 건설을 용이하게 한 구례군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고 김순호 구례군수와 산림과 담당자, 산주와 업자 등을 고발했다. 

 

구례사람들은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야생동식물을 서식지를 훼손하고, 행정과 자본이 유착하여 민주적 의사결정 체계를 무너뜨린 골프장 추진에 항의하며 전남도청, 구례군청, 순천만국가습지센터,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구례사람들은 벌목으로 죽어간 나무들에 미안함을 전하고, 살아있는 나무들을 지켜내기 위한 칩코운동과 생명평화기도회를 진행했다. 

 

기후재난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골프장이 아니라 숲과 나무 

 

연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린다. 폭우와 폭염,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란 말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기후위기는 지리산에게도 고통으로 다가온다. 지리산 깊은 곳에 만들어진 성삼재, 정령치도로 곳곳에는 산사태가 일어나고, 지리산 꼭대기에 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 구상나무는 말라 죽어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훼손된 땅을 다시 숲으로, 습지로 되돌리기 위한 '재자연화'를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여 실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리산자락에서 50~80년 된 나무 2만 4000여 그루를 베어내고, 앞으로 그 이상의 나무를 더 베어 골프장을 만든다는 게 제정신일까? 

 

대규모 벌목으로 인한 피해는 두 달 만에 현실이 됐다. 벌목과 지형 훼손으로 물길이 바뀌고, 흙과 벌목 부산물들이 이리저리 쏠리자 사포마을 계곡에는 핏빛 황토물이 내려오고 있다. 마을상수도를 사용하던 집집마다 수도를 틀면 뻘건 흙물이 나온다고 한다. 사포마을 주민들은 산사태가 날까봐 잠을 못 이루고, 마을상수도를 쓸 수 없으니 물을 사서 먹고, 빗물을 받아 허드렛물을 사용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이 건설되면 마을상수도에서 독성 농약과 비료를 포함한 물이 나오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지리산자락 28ha 숲이 사라졌다. 숲은 사라졌으나 그곳에 살던 수달, 담비, 삵 등이 여전히 오간다. 숲은 사라졌으나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큰소쩍새, 두견이 등이 여전히 그 하늘을 날아간다. 사라진 숲을 당장 복원할 수는 없겠지만 벌목이 계기가 되어 지리산국립공원을 포함한 지리산 숲이 잘 보전되고 회복될 수 있는 장기계획이 작성돼야 한다. 특별히, 훼손된 벌목지는 '지리산을 닮은 천년의 숲'을 만들어 야생동식물과 미래세대의 유산으로 남기길 제안한다.

 

□ 골프장 사업에 사로잡힌 세월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사포마을은 35가구 72명이 모여 사는 마을로 주민들은 대부분 산수유 재배와 벼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다. 이 마을의 박현무(56세) 이장은 20년 전 현재의 예정지를 대상으로 했던 골프장사업 반대운동을 했던 청년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그는 다시 같은 장소에 같은 사업자가 벌이는 골프장사업을 막기 위한 마을 대책위(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례군수가 내게 전화해 '박 이장, 다른 데는 다 사업 찬성하는데 왜 사포마을만 반대냐?"고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주민 편이어야 할 군수가 사업자처럼 생각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지역민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는 외지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왜 지리산이 파괴되고 주민생존권이 무시돼야 하는가?" 박 이장은 "한 번 막았던 일이다. 이번에도 막아내고 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을 주민 전경숙(60세) 씨는 "지리산 서쪽 골에서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물줄기가 마을간이상수도의 수원이다. 그 물을 마을 뒷산 사포제에 모아 농수로도 쓴다. 골프장이 들어서 농약에 오염된 물이 흘러오면 농사도 망치고 마실 물과 생활용수도 오염된다. 우리 삶의 터전을 해치는 골프장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다"라고 말했다.

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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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담 앞둔 오염수 반대 집회, “이런 정부 필요 없다” 분노 고조

궂은 날씨에도 전국서 7천명 참석, 야당 지도부도 총출동

12일 서울 중구 세종로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집중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8.12 ⓒ민중의소리
일본 후쿠시마 방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염수 투기 반대' 집회가 12일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7천여명(주최 측 추산)에 달했다. 지금까지 열린 7차례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 오염수 투기의 구체적 시점이 거론되면서 우리 국민의 불안과 분노도 점차 고조되는 모습이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오염수 저지 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전국 집중 대회를 열고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외면한다면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로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복수의 일본 언론은 일본 기시다 총리가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설명하고 이후 구체적인 방류 날짜를 확정한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일본 정부가 8월 말이나 9월 초 사이에 오염수 방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오염수 투기 시점은 다가오고 있지만 국내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이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또는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8%에 달했다. 성별과 연령, 지역을 불문하고 반대 또는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오염수 방류를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5.3%였고,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6.7%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서치통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오염수 저지 공동행동은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해양 투기를 코앞에 둔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반대는 고사하고, 우려를 밝힌 적 또한 없었다"며 "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통령과 정부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날을 세웠다.

오염수 저지 공동행동은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며 "끝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고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를 용인한다면 국민은 반드시 윤 대통령을 심판대에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먹거리연대 김연희 대표는 "유엔해양법협약에서는 이웃 나라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 일본은 오염수를 방류해도 한국에 피해가 가질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야 하는데 그런 조치도 없다"며 "그런데도 왜 우리 정부는 일본 편만 들어주는 건가. 우리 정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불안을 가짜뉴스로 치부하지 말고 안심할 수 있는 조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야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해, 윤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오염수 투기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외교의 최종 목표는 국익 추구인데, 우리 외교가 일본의 돈을 절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되나"라며 "일본 국익을 위해 대변인 노릇만 하는 윤석열 정부를 우리 모두의 힘으로 반드시 끝장내자"고 외쳤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불 보듯 훤하다는 게 또 하나의 비극"이라며 "국민이 이토록 반대하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에 붙어서 미국 눈치 보면서 이런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정권은 시민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우리 정부가 광고까지 만들어서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 우리는 이후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거부할 명분과 어민의 피해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18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다른 말 말고 '우리 국민이 반대한다'는 말만 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도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지 과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실명을 밝힌 과학자 18명 중 4명만 '(오염수 투기가) 안전하다'고 한다. '위험하고 우려가 많다'는 입장은 6명이고, '더 지켜보자'는 의견은 8명"이라며 "오염수 방출에 대해 '현명한 국민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는 따위의 모멸적인 말을 국민 앞에 내뱉고 일본 총리 앞에서 한없이 밝게 대승적으로 합의해 주는 게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나.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가수반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오염수 투기 저지를 위한 활동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서명에는 35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진행한 오염수 투기 관련 헌법소원 청구인단 모집에는 4만여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12일 서울 중구 세종로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집중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8.12 ⓒ민중의소리
 
12일 서울 중구 세종로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집중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08.12 ⓒ민중의소리

12일 서울 중구 세종로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집중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08.12 ⓒ민중의소리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광복 78년, 주권 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범국민대회에서 한 어린이가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우산을 쓰고 있다. 2023.08.12 ⓒ민중의소리
 
 
12일 서울 중구 세종로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집중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08.12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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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정신 승리' 할 때 아냐... 한덕수·김현숙·이상민 경질해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8/13 09:06
  • 수정일
    2023/08/13 09: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23.08.12 19:49l최종 업데이트 23.08.12 19:49l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가 지난 11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콘서트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국격을 추락시켰다는 평가가 뒤따를 정도로 엉망이었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와 여성가족위에서 활동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용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행사 파행의 핵심은 윤석열 정부에게 있는 건 분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반대하냐”고 한창섭 행정안전부장관 직무대행에게 질의하고 있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반대하냐”고 한창섭 행정안전부장관 직무대행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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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폐영식으로 탈 많던 잼버리 대회가 끝났습니다. 잼버리 대회, 어떻게 보셨어요?

 
"일단 제 상임위가 행정안전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인데요. 이번 잼버리 대회를 보면서 국민분들 뵙기가 송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대회 관련 현안들을 좀 더 면밀하게 짚었어야 했는데 그때 김현숙 장관이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신 있게 해서 그 말만 믿고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던 거 아닌가란 반성을 했어요."

- 혹시 새만금 현장에 가보시진 않았나요?

"잼버리 현장에 가보진 않았습니다. 일단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장관이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셔서 그 말을 믿었던 거죠. 오늘(11일) 긴 여정을 마치는 날이잖아요. 끝까지 안전하게 여정을 마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우선 드는 생각이고요. 잼버리 대회를 마치고 나서 국회 차원에서의 철저한 사실관계 조사와 평가의 과정들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뭐가 가장 문제라고 보세요?

"행사 파행엔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이 되겠다'며 자신만만해 하셨죠.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에서 손님맞이 하나 제대로 못 하는데 어떻게 영업사원 역할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고), 이렇게 해서 부산 엑스포는 제대로 유치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이 듭니다. 국제적인 망신이 따로 없죠."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온열질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 잼버리 병원 찾은 환자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온열질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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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탓을 해요. 2017년 대회를 유치하고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일단 전 정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들이 있겠죠. 그리고 당연히 전북도라거나 부안군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할 텐데요.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부지 선정의 과정에서 어떤 비위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난 5년간 1000억 원이 넘는 예산 집행 내역이 과연 제대로 된 건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텐데요.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책임 모면하려고 하는 것은 단호하게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파행의 핵심은 윤석열 정부에게 있는 건 분명합니다."

- 왜요?

"'잼버리 준비가 잘 되고 있냐'고 물었을 때 여성가족부는 계속 차질 없이 준비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거든요. 그런데 영국 스카우트 연맹 대표가 철수를 결정하면서 했던 이야기들 보면 위생 문제, 음식의 문제 그리고 폭염과 폭우 대책, 해충 방지 대책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전 정부에서 지난 5년 동안 어떻게 인프라를 만들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3개월 정도 전부터만 제대로 준비했어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했던 부분이죠. 이 때문에 운영에서의 문제점들은 분명히 윤석열 정부에게 책임이 있는 거죠."

- 조직위원장이 5명이었습니다. 

"누구도 이 대회를 잘 치르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임했던 것 같지 않습니다. 여러 위원장이 있다고 이렇게 무책임한 모습이 설명되거나 납득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저는 오히려 폐지까지 거론했던 여성가족부에 이 모든 책임을 다 떠넘겨 놓고, 이제 와서 '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 했냐'고 마치 심판자처럼 굴고 있는 정부의 태도가 굉장히 문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문제가 벌어진 이후에 정부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총체적인 난국이었죠. 대회 준비가 부실해서 파행이 된 이후에 대응이라도 잘했으면 나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던 게 굉장히 안타깝고요. 정부의 실책 가리려고 행정력을 동원하다 보니 BTS에 대한 원망 섞인 말들이 여당에서 나왔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피해 배상 요구 빗발칠까 우려... 여가부'만' 책임질 일 아냐"
 
11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에서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카우트 선서를 하고 있다.
▲  11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에서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카우트 선서를 하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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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로 숙소나 콘서트 장소 등을 옮긴 건 어떻게 보세요?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 새만금에서 야영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문제 제기하고 싶은 건 '철수 결정 후 대책 마련'이었다는 점이에요. 일단 철수를 무작정 발표하고 난 다음에 그날 저녁부터 숙소 수소문하기 시작했고요. 이렇게 대책 없이 일단 지르고 보는 방식의 수습 과정은 위험천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만금 조기 철수를 결정했을 때 잼버리는 조기 폐막을 맞은 건데 이걸 두고 김현숙 장관이 '잼버리가 넓어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등, 정신 승리들이 이어졌던 것들도 평가해야 될 지점일 것이고요."

- 태풍으로 새만금을 떠나면서, 잼버리 취지는 사라지고 한국 투어로 변질된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새만금 조기 철수를 결정했을 때, 사실상 잼버리는 조기 폐막을 맞은 건데요. 저는 폐영 이후 피해 배상 요구가 빗발칠까 더 걱정이 됩니다. 잼버리 대회가 만 14세부터 17세 사이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거고, 사실상 청소년 스카우트들이 평생에 단 한 번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인 거잖아요. 그래서 이 참가자들은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 잼버리에 참가하기 위해 4년 동안 용돈도 모으고 여름방학을 투자해서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이 한국에 방문했을 텐데 주최 측의 부실한 준비로 그 시간과 비용을 다 날려버린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참가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미 미국 스카우트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환불 소송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참가비가 수백 만 원에 달하고 여기에 각종 준비 비용이랑 여비까지 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건데 이 행사를 망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정신 승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국민의힘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해요. 사실 여가부 폐지는 윤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했죠.

"잼버리의 파행의 책임을 여가부에 떠넘기겠다는 접근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봅니다. 물론 김현숙 장관의 책임이 크고, 장관의 무능함은 뼈저리게 평가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더 커다란 무능은 애초에 폐지를 공약하고 압박하면서 예산을 축소하고 흔들어왔던 초미니 부처에 국제행사의 총괄을 전부 떠넘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잼버리 실패의 책임을 물어서 여가부를 폐지시킬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를 폐지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역 대통령은) 진심으로 사죄하고 잼버리 파행에 책임이 있는 국무총리, 여성가족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수습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콘서트 출연자 섭외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행사 장소 변경, 동원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사고는 정부가 쳤는데,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가수 등을) 동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하고요. 불리할 때만 연대 책임을 강조하는 어불성설은 멈춰야 된다고 생각해요. 국난 수준의 위기로 잼버리 파행을 키운 건 윤석열 정부인데 왜 그 수습은 BTS와 민간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해야 합니까? 저는 (윤석열 정부가) '자고 일어나니 후진국 국민이 되어 있었다'는 국민의 질책을 이제는 온전하게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 정부는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려고 하고 있는데요. 

"원래도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잼버리 파행을 통해서 더 확실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부산 엑스포 유치가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민주당은 잼버리 파행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합니다. 

"국정조사를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8년이라는 (준비) 시간이 있었고, 또 여러 부처가 종합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하나의 상임위 현안 질의만으로는 잼버리 파행의 전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기가 어렵습니다. 이 총체적으로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새만금 부지 선정 문제부터 무리한 간척 문제, 그리고 천 억에 달하는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그리고 국회에서 폭염과 배수 문제를 오랫동안 지적해 왔는데요. 대회를 이렇게 무대책하게 강행한 이유가 뭔지, 주먹구구식 무능한 행정으로 인해 얼마나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었는지, 정부의 장관이 3명이나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컨트롤타워조차 없었던 건 왜인지 등. 이 모든 것들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

 
태그:#용혜안#K-팝#잼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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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핵전쟁 불사하는 세계의 화약고가 되었다“

8.15범국민대회, 강제동원 피해자에 시민모금 1억 전달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8.13 01:21
  •  
  •  수정 2023.08.13 07:43
  •  
  •  댓글 0
 
12일 오후 4시 서울 경복궁 인근 차로에서 ‘광복 78년 8.15범국민대회’가 열렸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이 추진한 ‘역사정의 시민모금’ 전달식이 눈길을 끌었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2일 오후 4시 서울 경복궁 인근 차로에서 ‘광복 78년 8.15범국민대회’가 열렸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이 추진한 ‘역사정의 시민모금’ 전달식이 눈길을 끌었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여러분들이 이번에 모금을 통해서 힘을 실어주시니까 진짜 가슴이 뭉클해요. 이게 핏줄이죠. 한 민족이고. 얼마나 좋습니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으로부터 1억 원의 응원금을 받은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피해자 고 정창희 어르신의 아들 정종건 씨는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동생 정정오 씨도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인정하는 법을 이상한 변제 방법으로 바꾼다는 건 기가 막혔다”며 “제3자 변제 반대!”를 외쳤다.

12일 오후 4시 서울 경복궁 앞 차도에서 개최된 ‘광복 78년 주권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범국민대회’가 빗속에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2일 오후 4시 서울 경복궁 앞 차도에서 개최된 ‘광복 78년 주권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범국민대회’가 빗속에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2일 오후 4시 서울 경복궁 앞 차도에서 개최된 ‘광복 78년 주권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범국민대회’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이 추진한 ‘역사정의 시민모금’ 전달식이 눈길을 끌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금 이사장은 “이것이 민심이다. 이것이 피해자들의 목소리다”며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이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끝까지 싸워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금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금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난 6월 29일 첫 모금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모금에 들어간 시민모금은 12일 현재 모금액이 5억원을 넘겼고, 생존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와 고 박해옥, 고 정창희 유족 등 4명에 대해 이날 각각 1억씩 지급됐다.

이국언 이사장은 “이 모금운동을 방해하기 위해서 정부가 어떤 짓을 했느냐”, “일본 피고기업의 그 책임을 면책시키기 위해서 각 지방법원에 공탁이라고 하는 듣도보도 못한 짓을 했지 않느냐”고 묻고 “법원으로부터 다 퇴자 맞았다. 정부가 꺼낸 공탁 카드가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목을 겨누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이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끝까지 싸워 가겠다”고 다짐했다.

6월 29일 시민모금 운동이 전개되자 외교부는 7월 3일 갑작스럽게 일제강제동원지원재단으로부터 ‘제3자 변제’ 수령을 거부한 4명의 피해자와 유족을 포함해 ‘공탁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막상 정부가 신청한 ‘공탁’은 일선 지방법원에서 ‘불수리’ 처분됐고 정부는 이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홍정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홍정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홍정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우리는 오늘 분단된 한반도, 끝나지 않은 전쟁 70년 상황 속에서 미완의 해방 78년을 맞고 있다”며 “한국전쟁이 정전 70년을 맞았지만, 동아시아는 공동평화안보체제를 구축하지 못했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서 한반도는 핵전쟁을 불사하는 세계의 화약고가 되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홍정 의장은 “한반도가 영구평화를 갈망하는 8월15일에, 한미동맹70년을 기념하는 역대 급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를 실시하는 것을 중단하라”, “8월 18일 한미일정상회담에서 한일군사안보를 강조하며, 사실상 한미일군사동맹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각계 대표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각계 대표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참석자들은 김경민 한국 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박석운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공동대표 등이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한미연합군사연습 등 대결을 부추기는 일체의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특히 “다가오는 8월 18일 3각 군사동맹을 가시화할 한미일 단독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며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은 대중국 봉쇄를 향한 미국의 패권전략과 일본의 전쟁국가화를 뒷받침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평화를 모두 훼손하는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일본정부가 8월 말로 예고한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는 인류와 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기시다 정부는 핵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학생 통일선봉대가 율동으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대학생 통일선봉대가 율동으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난달 25~28일 일본을 방문해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활동을 진행하고 온 정운용 부산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투쟁은 너무도 정당하고 옳은 투쟁”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반평화적이고 생명에 반하는 기도에 굴종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 지금이라도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행동’은 8.15범국민대회 직후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별도의 집회를 가졌다.

당초 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측의 불허로 광화문 네거리를 거쳐 종로까지 행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당초 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측의 불허로 광화문 네거리를 거쳐 종로까지 행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8.15범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현수막과 구호판 등을 앞세우고 미국 대사관을 거쳐 종로까지 대행진에 나섰다. 주최측은 당초 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경찰은 ‘외교공관에 대한 업무집행 우려’를 이유로 불허했다.

사회를 맡은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1만 대오가 힘차게 8.15범국민대회를 성사시켰다“며 ‘한미연합 전쟁연습’, ‘강제동원 굴욕해법’, ‘주권훼손 굴욕외교’, ‘핵오염수 방류’, ‘한미일 군사동맹’이라 씌인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미연합 전쟁연습’, ‘강제동원 굴욕해법’, ‘주권훼손 굴욕외교’, ‘핵오염수 방류’, ‘한미일 군사동맹’이라 씌인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6.15남측위원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전국비상시국회의(추), 정전70년한반도평화행동,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거의 모든 재야단체들이 힘을 모아 주최한 8.15범국민대회는 타악그룹 봄봄이 여는 공연을 펼쳤고, 대학생 통일선봉대가 율동으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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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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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결의문(전문)

광복 78년 주권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범국민대회 결의문

정전 70년이자 광복 78년을 맞이하는 올해, 주권과 평화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는 제3자변제안으로 일제의 침략에 면죄부를 주며 대법원이 보장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는가 하면, 국민과 전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핵오염수 방류를 방조하고 있다. 전쟁 국가로 향하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위해 역사 정의를 짓밟고 주권을 훼손하는 굴욕외교로 일관하고 있다. ‘가치 동맹’의 미명 아래 미, 일의 이익만을 좇고 주변국과 적대하는 한미일 군사동맹도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힘을 통한 평화’를 표방하고 대규모 무력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종전을 외치는 시민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비난하고, 북한 체제 붕괴를 주장하는 사람은 통일부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대북적대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전개되어 해상과 지상,공중의 모든 분계선 인근에서 대규모 훈련이 계속되고, 상호 핵선제공격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가운데,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핵전쟁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역사정의와 주권, 평화가 훼손되는 것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자국의 패권을 위해 진영대결을 강요하는 전쟁동맹에 맞서 싸우자!
분단냉전체제를 강요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을 단호히 심판하자!
70년 넘게 이어진 전쟁에 이제는 종지부를 찍자!

오늘 우리는 주권 훼손 굴욕 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 실현 의지를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힘에 의한 평화’는 거짓이다. 적대를 멈추고 한반도 평화 실현하자!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의 결과는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고 핵 전쟁의 위기가 시시각각 앞당겨진 것뿐이다.
한미연합군사연습 등 대결을 부추기는 일체의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의 길을 열어야 한다.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 나아가자!

하나, 주권을 훼손하는 굴욕외교 저지하자!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제3자변제안은 일제 침략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철저히 짓밟은 몰역사적, 반인권적 폭력이다. 정부는 강제동원 굴욕해법 즉각 폐기하라!
일본정부가 8월 말로 예고한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는 인류와 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기시다 정부는 핵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를 막아야 한다!

하나, 전쟁위기 불러오는 한미일 군사동맹 저지하자!
일제 식민지배 범죄에 면죄부를 주고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를 방조하는 가운데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한미일 군사협의체 발족 등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가오는 8월 18일 3각 군사동맹을 가시화할 한미일 단독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은 대중국 봉쇄를 향한 미국의 패권전략과 일본의 전쟁국가화를 뒷받침하는 것일 뿐이다.
주변국에 대한 적대를 강요하고, 역사 정의, 주권, 평화를 모두 훼손하는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을 중단하라!

2023년 8월 12일
광복 78년 주권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범국민대회 참가자 일동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전국비상시국회의(추), 정전70년 한반도평화행동,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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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우리 대에 조국을 통일하자”···통일문화한마당 성황리에 진행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08/1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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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문화한마당이 11일 오후 7시 서울 보신각에서 열렸다.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에 환호하는 청년학생들.  © 김영란 기자

 

▲ 「전대협 진군가」를 선배들과 함께 제창하는 통일선봉대원들.  © 김영란 기자

 

전대협과 한총련 세대 그리고 현재의 청년학생들이 통일을 바라는 노래와 몸짓으로 하나가 되는 대동의 장이 11일 저녁 서울 보신각 앞에서 펼쳐졌다.

 

6.15공동선언실천 청년학생운동본부(아래 615청학본부), 전대협동우회, 한총련세대(가)는 ‘반일, 반전평화, 반윤석열’의 기조로 한 통일문화한마당을 이날 오후 7시 보신각 앞에서 개최했다.

 

전대협, 한총련 세대와 대진연 통일대행진단, 8.15대학생 자주통일선봉대,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통일대행진단(아래 민족위 통일대행진단) 등 400여 명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통일을 향한 열기를 내뿜으며 통일문화한마당에 함께했다.

 

이번 통일문화한마당은 전대협, 한총련 시기 진행됐던 통일노래한마당(아래 통노한)의 흐름을 잇고, 청년학생 선후배 세대들의 단결을 높이고자 준비됐다. 

 

  © 김영란 기자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불패의 애국대오 ‘한총련’을 거쳐 지금의 청년과 대학생, 청소년까지 40여 년이 넘는 시간이다. 청년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근본 모순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 분단 해소라고 생각하며 분단 장벽을 부수기 위해 투쟁했다. 청년학생 운동의 자기 사명은 분단 장벽을 허무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투쟁은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전쟁의 위기가 더욱 커지고 친일 친미 사대 매국 행보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윤석열 정부를 멈추고, 우리가 바랐던 통일된 세상을 향한 마음을 모으는 자리가 바로 오늘이다. 기어이 우리 대에 조국을 통일하자”라고 역설했다.

 

▲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대표.  © 김영란 기자

 

통일문화한마당은 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과 통일대행진단, 8.15대학생 자주통일선봉대, 민족위 통일대행진단, 청년 노래패 ‘다시 부르는 노래’, 중앙대 민주동문회 노래패 ‘어울소리’ 등이 창작곡과 율동으로 참가했다.

 

그리고 전대협 1기 통일선봉대, 통노한 1회와 3회에서 수상했던 ‘노래벗’과 극단 ‘경험과 상상’, 노래패 ‘우리나라’가 축하공연을 했다. 

 

가장 먼저 통일선봉대과 통노한을 시작했던 전대협 선배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 「백두산」과 「전대협 진군가」를 부르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1988년 1기 통일선봉대 대장이었던 임채도 씨는 당시 외쳤던 구호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를 전체 참가자들과 함께 외쳐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 1988년 1기 통일선봉대 대장이었던 임채도 씨.  © 김영란 기자

 

▲ 「전대협 진군가」를 부르는 전대협 세대.  © 김영란 기자

 

전대협 선배들이 「전대협 진군가」를 부르자 20대의 청년학생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께 노래를 제창했다.

 

‘노래벗’은 1회 통노한에서 대상을 받았던 노래 「통일의 나라로 가자」를 부른 뒤, 「투쟁의 한길로」와 「애국의 길」을 메들리로 불러 투쟁의 열기를 높여줬다. 20대 청년학생들도 함께 부르며 선배들의 투쟁 의지를 가슴에 새기는 듯했다.

 

▲ 1988년 1기 통일노래한마당에서 대상을 받았던 ‘노래벗’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또한 극단 ‘경험과 상상’은 1990년대 중반 8.15통일대축전을 사수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한총련 세대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축하공연을 했다. 

 

통일문화한마당 참가한 단위 중에서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단위는 민족위 통일대행진단과 중앙대 민주동문회 노래패 ‘어울소리’였다.

 

70대부터 10대의 청소년까지 참여한 민족위 통일대행진단은 청소년 단원들이 노래 「푸른 봄날」을 개사해 「통일 바람」을 부르며 율동을 했다. 청소년 단원들의 통일을 향한 마음에 통일문화한마당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 민족위 통일대행진단 청소년 단원들이 노래와 율동을 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중앙대 민주동문회 노래패 ‘어울소리’의 공연.  © 김영란 기자

 

중앙대 민주동문회 노래패 ‘어울소리’는 1988년 통노한에서 조성만 열사를 기리며 만들었던 노래 「통일 그날까지」를 35년 만에 불렀다. 그리고 이번 통일문화한마당을 위해 새로운 노래 「진달래꽃 한아름 안고」를 부르며 변하지 않는 통일을 향한 열정을 보였다. 

 

통일문화한마당의 마지막은 노래패 ‘우리나라’의 축하공연이었다. 

 

‘우리나라’가 공연을 시작하자 통일대행진단, 통일선봉대가 모두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며 보신각 일대를 뒤흔들었다. ‘우리나라’가 마지막 노래 「경의선 타고」를 부르자 모든 사람이 기차 놀이를 하며 하나가 되었다.

 

▲ 노래패 ‘우리나라’의 축하공연.  © 김영란 기자

 

이번 통일문화한마당은 머리에 흰서리가 내렸어도 통일을 향한 열정이 변하지 않은 전대협, 한총련 세대들이 통일 투쟁에 나선 후배들을 격려하며 함께 가겠다는 마음을 다짐하는 자리였고, 후배들은 선배들의 투쟁 정신을 계승해 조국의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자리였다.

 

 © 김영란 기자

 

▲ 대진연 통일대행진단의 공연.  © 김영란 기자

 

▲ 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의 공연.  © 김영란 기자

 

▲ 광전대진연 거리 공연 동아리 ‘도레미’의 공연.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극단 ‘경험과 상상’의 공연.  © 김영란 기자

 

▲ 청년 노래패 ‘다시 부르는 노래’의 공연.  © 김영란 기자

 

▲ 8.15대학생 자주통일선봉대의 공연.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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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총련 세대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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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문화한마당 전체 참가자들이 기차 놀이를 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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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위 통일대행진단.  © 김영란 기자

 

▲ 대학생 통일대행진단과 통일선봉대.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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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직접 폭로한 ‘대통령실발 외압’ 전모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03.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고 채수근 상병 사망 경위를 초동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국가안보실장’을 직접 거론하며, 대통령실(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로 이어진 외압의 전모를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박 전 단장은 이날 국방부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7월 31일) 국가안보실에 나가 있는 해병대 대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장관님 결재본을 좀 보내줄 수 없느냐? 안보실장에게 보고해야 된다’는 말을 전하길래 ‘수사 중인 사안이고,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보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에 해병대 사령관이 주관한 자체 회의 간에도 해병대 사령부 정책실장으로부터 ‘안보실에서 이러한 수사 결과를 보기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저는 그 자리에서도 그 사항은 안 된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이후 사령부 본청에서 수사단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에 사령관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안보실에서 계속 요구하는데, 수사 서류를 보내줄 수 없다면 다음 날 있는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좀 보내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을 해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브리핑 자료를 보내줬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지시 역시 거부했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윗선으로부터 구체적 사안과 관련해 어떤 외압을 받았는지와 관련해서는 “사단장을 (피의자에서) 직접적으로 빼라고 지시받은 건 없다”면서도 사단장을 빼라고 묵시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와 관련한 박 전 단장의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저에게 ‘이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피의자를) 한정하면 좋겠다’고 하길래, 제가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이야기 하느냐’고 되물었다. 거기에 법무관리관이 ‘그렇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저는 사단장과 여단장도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충분히 직간접적으로 과실 혐의가 있는 것이 수사 결과 확인이 됐고, 그러면 ‘광의의 과실’로 봐서 충분히 경찰에서 합리적인 판단과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이첩하면 타당하겠다는 제 의견을 이야기했다. 결론적으로 직접적으로 사단장을 빼라는 얘기는 없었지만,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는 의미는 사단장을 묵시적으로 빼라는 의미로 느꼈다. 그래서 계속 대화가 길어지니, 제가 ‘그러면 사단장을 빼라는 이야기냐’고 되물은 적도 있다. 거기에 법무관리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박 전 단장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의 해당 통화 내용을 같은 자리에 있던 수사단 구성원들도 스피커폰을 통해 모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관리관과 총 5차례 통화를 하면서 ‘죄명을 빼라’, ‘혐의사실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이런 이야기를 하길래 분명히 얘기했다. ‘관리관님, 지금 하시는 말씀을 저는 외압으로 느낀다. 그리고 제3자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뭐라고 생각할 것 같으냐? 이런 이야기는 굉장히 위험하다. 조심해서 발언하면 좋겠다’고 직접 통화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 국방부 차관의 지시를 전달받은 경위와 관련해서는 “사령관이 집무실에서 휴대폰을 보면서 ‘차관님 지시사항’이라고 읽어줬다. ‘혐의자에서 빼라’, ‘혐의 내용을 빼라’, ‘수사 용어를 쓰지말고 조사라는 용어를 써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느냐’라고 문자가 온 걸 읽어주고는 고뇌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령관은 휴대폰이 두 개다. 개인폰도 있고 직책에 따라 비밀통화를 하는 폰도 있다. 그 두 개의 폰을 포렌식 해보면 이 부분은 더이상 논란이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오전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날 국방부 검찰단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3.8.11 ⓒ뉴스1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최초 수사 관련 보고를 받을 때 외압을 인지할 만한 발언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발언을 한 적 없다. 그 자리에서 보고를 다 받고 ‘사단장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이냐’고 질문했고, 이 질문에 해병대 사령관이 ‘과실에 대해 구체적인 물증 및 정황이 있기 때문에 경찰에 이첩해서 수사할 사항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거기에 장관은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최초에는 이첩 서류에 적시된 내용에 동의했다가, 이후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은 이후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단장은 외압을 인지하고 난 이후 해병대 사령관이 배석한 상태에서 대책회의를 한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7월 31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 오후, 저녁까지 회의를 계속했다. ‘국방부로부터의 외압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회의가 있었다”며 “국방부에서 원하는 대로 했을 때 우려되는 사항들을 요약해서 추가 보고까지 했고, 사령관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해병대 자체에서 유가족에게 이미 설명을 했고, 장관님께 보고된 문서를 우리 스스로 변경하는 것은 수사의 축소·조작일 수 있고, 나중에 큰 문제가 된다. 해병대가 정직한 군이라는 이미지에 큰 손상이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방부 조사본부로 올리자는 건의를 드려서, 국방부에서 재검토해서 그 결과를 경찰로 이첩하면 좋겠다’고 건의를 드렸다”며 “만약에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빨리 경찰로 이첩하는 것만이 해병대가 정직한 조직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계속 건의를 드렸고, 논의하는 시간이었다”고 부연했다.

박 전 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이 집단항명수뢰 혐의 수사 근거로 언급하는 ‘사령관 보류 지시 거부’와 관련해서는 “저는 사령관 명을 생명처럼 생각한다. 사령관은 명시적으로 보류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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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시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무책임 프레임'에 갇힌 대통령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8/12 09:31
  • 수정일
    2023/08/12 09: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세열 칼럼] 'The Buck stops…where?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8.12. 05:31:49 최종수정 2023.08.12. 08:51:37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파행 사태의 근본 원인은, 노태우 정부가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명의 대통령도 책임져 보지 않은 은폐된 '개발주의'의 비극이 우리 가까이에서 희극적으로 전세계를 향해 '팝업'된 것이다. 하지만 일단 이 문제는 이 칼럼의 주제가 아니다.

 

핵심은 심플하다. 이건 돌발 재난에 따른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라 6년 전부터 준비한 '평시 행사' 상황이었다. 국가 재난 대처에 실패할 때는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6년간 준비한 행사를 '수행'하는 데에 실패할 때는 이런 저런 이유 따위는 필요 없다.<대통령의 자격>을 쓴 윤여준은 "위기관리 능력이 있으려면 평상시에 뛰어난 국정수행 능력이 있어야 된다"며 "평소 실력이 안 되는데 어떻게 위기대응을 하나"라고 말했다. 평시 작전에 실패하는 지휘관이 전시 작전에 성공할리 만무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책임감'이라도 있어야 한다. 

 

불행인 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의식이 선택적이란 점이다. 사람들은 대통령실 명패에 새겨져 있다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여기, 즉 나에게서 멈춘다.)에서 '여기(here)'가 어딘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윤석열 정부를 수식하는 말이 '무책임'이라는 키워드로 수렴되고 있다는 건 불길한 징조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도 된다. 지난해 10월 29일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위치한 도심 한복판에서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책임 진 고위 관료는 없다. 대한민국 안전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은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러면 이태원 참사 직전 5만5000명이 운집한 부산 BTS 콘서트에 경찰 1300명을 투입한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전국에 '묻지마 칼부림' 예고 글이 퍼져 나갈 때 경찰 장갑차를 도심 곳곳에 배치한 것도 설명되지 않는다. 유독 참사가 일어난 핼러윈 축제에만 '경찰이 배치돼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운집할 거란 사실을 간과했고,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게 자연스런 일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태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경찰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저는 경찰에 정말 제가 묻고 싶어요. 왜 그 앞에, 그 6시 34분에 인파가 너무 밀집해서 숨쉬기도 어렵고 경찰에 통제조치를 해 달라고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 상황이면 그 상황을 당시에 이태원 지구대든 용산서 경찰관들이든 130여 명의 경찰들이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경찰서장이 늦게 왔냐, 빨리 왔냐의 문제가 아니고 왜 그런 도로 차단조치를 해서, 차선 차단조치를 해서 그 인파들에게 통행공간만 넓혀주면 벌써 이 압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걸 중앙선까지만 공간을 확보해 줘도 저 해밀튼호텔 옆 골목에서 내려오려고 하는 사람들의 숨통은 터질 수가 있어요. (중략) 이게 도대체 왜 안 이루어졌는지 저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갑니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며 내놓은 '경찰청 지휘 체계 변화' 조직도의 지휘 라인 맨 위에 자리한다. 그런데 'Buck'은 대통령 앞까지 아예 도달하지 않고 있었다. 대통령은 참사 엿새만에 조계사에서 열린 위령제에서 추도사를 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안다." 그게 끝이었다. 툭 하면 '장관 자리'를 거는 장관들 중 누구도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 후배가 승진해도 옷을 벗는 '미풍양속(?)'의 검찰 조직 출신이 대통령이 됐는데, 이 정부에선 정작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길 경우 하급 관리 몇 명이 책임지고 수사 받는 게 전부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없다. 충북도지사, 행정안정부 장관은 책임론에서 쏙 빠져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상래 행복청장 인사 조치를 건의했지만, 여태 뒷 소식은 없다. 참사 발생 후 지하차도 인근에서 폭우에 고군분투한 경찰관 몇 명을 잡겠다고 허둥지둥댔다. 폭우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원의 비극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해병대 수사단장이 사단장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결과를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해 결재를 받았는데 갑자기 뒤집히고 수사단장이 '집단항명수괴'로 형사입건됐다. 대체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 걸까?

 

대통령이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건 엉뚱하게도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해법 같은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전범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것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자신의 대선 공약을 실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 관계 관련 발언을 편집해 "모든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등 문구로 유튜브 쇼츠를 만들어 홍보했다. 역사 앞에서 책임은 본인이 진다고 한다. 그런데 우린 '역사 앞에서 책임 진다'는 자세로 남북 평화 정책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뒤집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보고 있다. 본인들이 대북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는데, 대일 정책은 뒤집히지 않을 거란 장담을 하는 건가? 고독한 결단, '신념 윤리'의 과잉 속에서 'The Bucks stops here' 문구는 '당장 추궁되지 않을 책임' 앞에서만 유효하다. 

 

잼버리 파행 사태 앞에서도 'buck'은 여지없이 도달하지 못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전 정부 탓'에 심취해 있다. 선택적 책임이다. 수해 피해의 책임에 대해 윤재옥 원내대표는 "졸속 결정으로 상시 개방된 보가 이번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충청권 취수를 담당했던 보였다"고 문재인 정부를 지목했다. '순살 아파트' 사태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LH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가 드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 철근 누락사태까지 터진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주택 건설 사업 관리 정책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추정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통령 처가 일가 땅 주변으로 종점이 변경된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도 문재인 정부 시절 '용역'에 착수했다고, 양평 고속도로 인근에 문재인 정부 참여 인사들의 집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다고 주장하며 집권했으니, 어느 정도의 '적폐 청산'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이 날 때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전 정부 책임론'을 꺼내드는 건 공교롭다. 정부 출범 1년 3개월, 인수위 출범 1년 6개월 가까이 지났는데, 눈앞에 벌어지는 재난마다 '전 정부 탓'을 한다면 납득할만한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이건 스스로 '무책임 정권' 프레임을 강화하는 일이다. 잼버리 파행 사태에서 '아마추어 행정'이 앙상하게 드러났는데, 여권의 'Buck'은 아직 저 남쪽 동네 전라북도 앞에서 멈췄고, 도저히 올라올 기미가 안 보인다. 

 

막스 베버는 정치가의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에 관해 말했다. 신념 윤리는 신념에 의한 행위가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타인의 어리석음과 세상의 악함에 있을 뿐, 나의 신념은 옳다는 것을 말하는 태도다. 이를테면 정책이 실패해도 '카르텔 청산'의 대의는 실행되야 한다는 것처럼. 이건 '혁명가'의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카르텔을 말할 때 가끔 혁명가처럼 보이는 언사를 자주 구사한다.) 책임윤리는 정치가가 인간의 선의와 완전함을 전제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수 없다고 말하는 태도다. 베버는 두 가지 윤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자에 충실할 뿐, 후자엔 눈 감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그의 신념 윤리는 거의 100년간 지속된 근현대사의 '한일 관계'의 고르디우스 메듭을 단칼에 자를 수 있는 용기로 드러나지만, 책임 윤리는 선택적 침묵으로 피해가거나 '전 정권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인다. 신념 윤리가 부족해도 정치를 하기 어렵지만, 책임 윤리가 부족하면 더욱 어렵다. '무책임'의 프레임은 '불안정한 정치가 윤석열'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잼버리 대회 운영은 폭우나 도심 참사와 같은 돌발적 재난 대처나, 신념 윤리를 앞세운 '고독한 결단'과 같은 게 아니다. 대통령은 지난 3월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로 추대됐다. 잼버리 대회의 성공을 대통령이 '책임지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평시에 벌어진 '준비된 파행'은 충남 홍성군에서 조직위의 행정 혼선으로 인해 '아무도 오지 않는 잼버리 환영회'가 열린 것에서 정점을 찍었다. 시민들은 재난 속에서 '국가는 어디에 있느냐'를 묻고 있는 게 아니라, 잘 짜였다고 믿은 시스템 속에서 '국가는 어디에 있느냐'를 묻고 있다. 

 

늦지 않았다. 'The Buck stops here'를 신조로 삼은 윤석열 대통령, 아니 '대한민국 대통령'의 '책임 윤리' 발현을 기대해 본다.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 'The Buck stops here' 명패의 뒷면에는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I'm from Missouri'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책임 지는 일을 하기 위해선, 혹은 책임져야 할 일이 벌어지면, 스스로를 먼저 의심해야 한다. 대통령의 '신념 윤리' 과잉과 '책임 윤리' 부족을 돌아볼 때다.

 

▲지난 3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로 추대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이 잼버리를 대통령으로서 전폭 지지하기로 약속했습니다"라고 말했다. ⓒKTV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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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궤도에 오른 북중, 북러의 전략적 협력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08.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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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북러 협력이 본궤도에 올랐다. 계기는 ‘전승절’이었다. 북은 미국이 정전협정에 사인한 것을 미국의 패배로 간주하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한다. 특히 올해는 ‘전승 70돐’이 되는 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의 ‘전승절’을 축하하는 대표단을 북에 파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들 대표단을 각각 두 차례씩 접견하고, 전승을 축하하는 공연과 보고대회, 열병식 등 여러 자리에서 만나 북중, 북러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대표단은 각각 2박 3일, 3박 4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군사대표단 보낸 푸틴, 친서와 축하 연설문 보내 친선 과시

먼저 도착한 것은 러시아 대표단이었다. 7월 25일 러시아의 대표단을 실은 비행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러시아 대표단장은 국방장관 쇼이구였다. 푸틴은 국방장관을 대표로 하는 군사대표단을 보냈다. 쇼이구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푸틴의 친서와 ‘조선 인민’에게 보내는 푸틴의 축하 연설문을 소장하고 있었다.

군사대표단장답게 쇼이구는 방북 일정 내내 군복 차림을 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은 7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쇼이구는 푸틴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를 관람하고, 오후엔 북러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27일 오전에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번째 담화를 진행한 이들 대표단은 전승 기념 보고대회, 연회, 열병식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27일 밤에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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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몇 가지 대목이 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과 쇼이구 국방장관이 2박 3일 일정 동안 만나 나눈 대화이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국방 안전 분야와 지역 및 국제환경에 대해 토의하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 특히 국방 안전 분야에서 두 나라의 전략 전술적 협동과 협조를 강화하는 문제를 토의한 것으로 보아 향후 북러 군사 협력이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이는 수준 떨어지는 주장이다. 그들 주장대로 무기 지원을 논의할 요량이면 굳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올 필요가 없다. 양국 군사 담당 실무선에서 비밀리에 논의하면 그만이다.

다음으로 7월 27일 전승 기념 보고대회에서 푸틴의 전승 축하 연설문이 낭독되었다는 사실이다. “조국해방 전쟁에서의 조선 인민의 승리 70돐에 즈음하여 충심으로 되는 축하를 보낸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푸틴의 축하 연설은 “현시대의 위협과 도전들에 직면하여 친선과 선린, 호상 방조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귀중히 여기고 풍부화해나가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푸틴의 연설문에는 “국가들의 자주권과 민족적 리익의 존중에 기초한 진정으로 다극화되고 정의로운 세계질서 확립을 저해하는 서방 집단의 정책에 맞서 나가려는 우리의 공동의 리해 관계와 결심”이 피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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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여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고, 북러 사이의 전략적 협력을 긴밀히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 이후 코로나로 인해 북러 사이에 실질적 교류 협력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북러 양 정상은 양국의 국경절 등을 계기로 하여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전략적 협조를 더욱 긴밀히 할 것”을 다짐해 왔다.

북러 정상이 합의한 전략적 관계의 복원이 이제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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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진핑 친서 휴대한 당과 정부대표단 보내 전략적 협력 의사 피력

중국의 대표단이 도착한 것은 러시아 군사대표단보다 하루 늦은 7월 26일이었다. 러시아가 군사대표단을 보냈다면 중국은 당과 정부 대표단을 보냈다. 중국공산당의 정치국 위원이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인 리홍충이 단장이었다. 리홍충 역시 시진핑의 친서를 들고 왔다.

7월 26일 밤과 7월 28일 두 차례 중국대표단을 접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중 친선을 매우 중시하는 (시진핑) 총서기 동지의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중국 인민과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확언했다. 김 위원장과 중국대표단과의 담화 주제 역시 국제 정세와 두 나라 협력에 관한 것이었다. 노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북중 친선을 강화하고, 두 나라 군대의 우의와 협조를 확대 발전시키며, 지역 및 국제적 문제에서 견해 일치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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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정부와 당은 7월 26일 중국대표단을 환영하는 연회를 개최했다. 연회에서 북측 연설자로 나온 김성남 당부장은 시진핑 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의 헌신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중국측 연설자로 나온 리홍충 단장은 두 나라 최고지도자가 이룩한 중요 공동 인식을 관철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과 발전에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를 피력했다.

2018년과 2019년 북중 정상은 다섯 차례 회담했다. 2019년 6월의 다섯 번째 정상회담은 시진핑의 방북이었다. 14년 만에 북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노동신문에 “중조 친선을 계승하여 시대의 새로운 장을 아로새기자”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을 실어 조중 친선을 강조했다. 특히 “전략적 의사소통과 교류의 강화”를 강조하여 북중 관계를 더욱 강화할 의사를 피력했다.

이번 ‘전승절’ 계기 중국대표단의 방북은 지난 시기 북중 양 정상이 합의한 전략적 협력을 본궤도에 올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사실상 특사 역할의 중러 대표단, 반제 자주를 위한 북중러 협력의 계기로 작동할 듯

중러 양국 대표단은 자기 나라 정상의 친서를 휴대하고 방북했다. 이들은 모두 2차 이상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접견했고, 회담을 진행했다. 전승을 기념하는 보고대회와 대공연 그리고 열병식에 초대받아 김정은 위원장의 좌우에 자리를 잡았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자신의 특사를 파견한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이들을 특사로 대우한 셈이다. 시진핑과 푸틴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친서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두 친서 모두 2019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중, 북러 전략적 협력을 본격화하는 의사가 담겨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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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질서가 요동치고, 지구 곳곳에서 군사적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정면에서 거부하고, 미국과 전략적 대결을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 반제국주의 반미 국가들이다. 이들의 지향은 다극 질서의 구축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대만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진행되거나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고, 이에 결탁한 친미 사대적인 한일 정치세력이 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중러 관계의 복원을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의 심화로 전망한다. 틀린 전망은 아니다. 다만, 한미일 관계와 북중러 관계는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일 관계는 제국주의 전횡과 전쟁을 위한 협력 관계이다. 이는 미국 일극 패권 유지를 지향한다. 북중러 관계는 반제와 자주를 위한 협력관계이다. 이는 다극 질서를 지향한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은 반제 자주 세력과 제국주의 패권 세력의 대결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 대결은 필연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향해 치닫게 된다.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 북러 사이에 논의된 공통된 주제 중 하나가 국방 안전 문제, 양국 군대의 협력 문제였다는 것은 한미일의 군사적 대결 정책에 맞서 북중러 역시 군사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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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보다 먼저 상륙한 민주노총 통선대… 미군기지에 휘날린 깃발은?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8.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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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1.5배 크기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규모 주한미군 훈련장.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 사격장)이다.

이날 태풍으로 인해 텅 비었던 사격장 ‘체로키 밸리 게이트’ 게양대엔 미군 깃발 대신 “이 땅은 미군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는 글귀가 쓰인 깃발이 휘날렸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 로드리게스 사격장 ‘체로키 밸리 게이트’ 앞에 휘날리는 “이 땅은 미군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 깃발.

민주노총 24기 중앙통일선봉대(통선대)가 6일 차 활동을 맞은 10일. 통선대의 기세가 태풍보다 앞서 수도권에 상륙했다.

활동 첫날(5일), 주한미군 세균실험실로 악명 높은 부산 8부두를 찾아 결의대회를 열고, 일본 영사관을 찾아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경고장을 던진 후, 다음날 해양투기를 방조하는 국민의힘 울산당사, 김기현 당대표 지역사무실 외벽을 ‘윤석열 퇴진’ 레드카드로 도배한 통선대.

6일 차엔 경기도 포천 주한미군 사격장에 나타났다.

▲ 로드리게스 사격장에 모인 24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 사격장 앞에 도열한 통선대 ⓒ사진제공 :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주한미군이 하루가 멀다 하고 사격훈련을 하는 곳이다. 지난 4월 한미 해병 연합연습(KMEP)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KMEP는 연간 15~25회 대대급 이하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사격장을 폐쇄하라”, “전쟁연습 중단하라”, “주한미군 물러가라”를 소리 높여 외쳤다.

 

포천 주민, 주한미군 총·포탄 공포 속에 살아

비바람에 몰아치는 사격장 C-1 게이트(모히칸 레인지) 앞에 모인 통선대가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포천시에서 수의사를 한다는 박낙영 씨는 통선대원들 앞에서 “포탄 사격이 얼마나 심했으면 소들이 임신했다가 유산을 한다. 심지어 민가에 포탄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알렸다.

로드리게스는 1953년부터 포병, 박격포, 전차, 헬기 등의 사격훈련이 이루어진 대표적인 훈련장이다. 사격훈련 시 발생하는 소음과 잇단 오발, 도비탄(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총·포탄) 사고로 주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 씨 말대로 사람이 사는 주택 상공에 사격을 가해 인근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2015년, 민가 콘크리트 지붕을 비롯해, 민가에서 10m 떨어진 소나무숲에 미군용 105미터 대전차 연습탄이 떨어지면서 대형 인명피해 사고가 날 뻔했다.

박 씨는 “한미일-북중러 대결 속에 고통받는 건 남과 북”이라며 “노동자 통선대의 투쟁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평화에 초석을 놓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 로드리게스 사격장 C-1 게이트(모히칸 레인지) 앞. 주한미군 소총 사격장이다. 한국 경찰이 게이트를 보호하는 가운데 철조망 뒤(왼쪽) 미군들이 통선대를 지켜보고 있다.

▲ C-1 게이트 앞 결의대회 하는 통선대.

한반도 전쟁기지화하는 미국… “노동자가 전쟁훈련 막아낼 것”

통선대 대원들은 결의 발언으로 화답했다.

통선대 3중대 대원은 “포천 주민들의 피해 호소로 실사격훈련에 차질이 생긴 미군은 사격장을 포항으로 옮겨갔다. 여기서 쫓아냈더니 한반도 다른 땅 어딘가에서 또 훈련하고 있는 꼴”이라고 규탄하며 “미군 전쟁훈련 기지가 한반도에 남아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양주에서 태어나 동두천에서 자랐다는 5중대 대원은 “미군에 의해 윤금이 씨가 살해된 1992년,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분노했다. 효순미선 사건이 있던 2002년엔 세상과 타협하고 모른 척하며 살았다. 미 2사단 현장에서 일하며 미군에 대한 분노가 끓지 않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그러나 민주노총 통선대에 와서 다시 분노가 끓고 있다”면서 “미국과 한편이 된 정권, 한미동맹 강화하는 정권 우리가 기필코 끌어내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결의발언하는 조석제 통선대 총대장.

조석제 통선대 총대장은 “노동자가 앞장서서 주한미군 철수하고 한미일 전쟁동맹을 저지하자”고 호소했다.

조석제 총대장은 “몇십 년간 운영되지 않던 창원 도심 한가운데 미군 사격장에 갑자기 불도저와 트럭들이 드나들며 사격장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면서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신냉전체제를 이어가며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려는 미국”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반기 이뤄질 한미 전쟁훈련을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모아 막아내자”고 강조했다.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전쟁 등 국가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한 을지프리덤실드(UFS) 훈련이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때에 맞춰 윤석열 정부는 전국민 전쟁 연습이라도 하듯, 23일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까지 계획했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훈련을 6년 만에 부활시킨 것.

지난달,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미동맹 및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철통같은 미한 동맹’을 강조한 상황. 을지훈련에도 역대 최대규모의 미 전략자산 투입이 예고되어 있다. 전략폭격기, 또 핵 추진 잠수함, 항공모함, 또 F-35 스텔스기가 전략자산에 해당된다.

결의대회를 마친 대원들은 “전쟁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를 외치며 ‘체로키 밸리 게이트’로 이동했다. 주한미군은 ‘모히칸 레인지’, ‘체로키 밸리’ 등 미국에 저항한 아메리칸 인디언 추장들의 이름을 붙여 게이트 이름을 지었다.

▲ 체로키 밸리 게이트로 행진하는 통선대.

▲ 체로키 밸리 게이트로 행진하는 통선대.

▲ 체로키 밸리 게이트에 도착했다.

통선대는 게이트 앞 게양대를 둘러싸고 “이 땅은 미군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올렸다. “전쟁책동 주한미군 물러가라”, “통선대가 앞장서서 전쟁연습 끝장내자”는 200여 통선대원의 우렁찬 구호와 통선대 붉은 깃발이 비바람과 함께 나부꼈다.

▲ 게이트 앞 게양대를 둘러싸고 있는 통선대.

▲ 깃발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 통선대 구호 깃발이 올랐다.

▲ 게양대에 오른 통선대 깃발.

▲ 깃발을 보며 ‘주한미군 철거가’를 부르는 통선대.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 미군기지 철조망에 소원지를 달기도 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 투쟁을 마친 통선대는 경기 양주시에 있는 효순미선 평화공원을 찾아 순례하고 결의대회를 열었다.

태풍보다 강한 민주노총 중앙통선대의 기세는 11일 서울에 상륙한다.

통선대는 일본 대사관 앞 투쟁, 도심 선전전에 이어 12일 미군기지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 그리고 광화문 미대사관 앞 투쟁을 벌인다. 오후 3시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8일간의 투쟁을 보고하고, 이후 ‘윤석열 퇴진 2차 범국민대회’, ‘광복 78주년 8.15범국민대회’ 참가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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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이 국민의힘에 던진 '김태우 사면', '폭탄'일까 '꽃패'일까?



[이모저모] 대통령발로 떨어진 숙제

박세열 기자 기사입력 2023.08.11. 09:25:21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발(發)로 숙제가 떨어진 셈이다.

김태우 전 청장은 201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으로 문재인 정부의 비위 의혹을 폭로했다. 김 전 청장의 폭로로 시작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유죄를 받았고, 조국 전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도 유죄로 판명됐다.

김 전 청장은 이를 뭉뚱그려 공익신고라고 주장했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사안이 좀 다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은 총 16개 항목이다. 애초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조국 감찰 무마 의혹 등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그리고 기소 대상이 된 항목은 5개다. 우윤균 전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KT&G 동향보고 유출 관련 감찰 자료 등이다. 이 중 KT&G 동향보고 유출 관련 감찰을 빼고 4개 혐의를 법원은 유죄로 봤다. 금고형 이상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 전 청장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된 것은 지난 5월 18일이다. 그리고 청장 직을 상실했다. 그런데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오는 8.15 특별사면 대상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대법 판결 3개월만에 사면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심지어 오는 10월 김 전 청장의 직 상실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국민의힘은 유죄 받은 인사를 되살려 출마시키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원한 일일 수 있겠지만, 국민의힘이 원한 것은 아니다. 딜레마다.

여기 김 전 청장이 '공익 신고'를 했다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는 서사가 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김 전 청장이 공익 신고한 부분은 검찰 기소 과정에서 사실상 참작됐다. 사회가 그의 공익 신고로 얻은 '이익'과 별도로 다른 폭로 과정에서의 위법성이 인정된 것이다. 그런 김 전 청장을 사면한 것은 '대법원 판결 불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조국의 비리를 폭로해 억울한 옥살이를 당한 사람'을 내세워 선거 프레임을 다시 '조국 사태'나 '문재인 정부 심판'으로 가져갈 수도 있겠다. 민주당이 밀고 있는 '여당 심판론'에 '전정부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겠다. 물론 이런 프레임이 집권 1년 6개월 된 여당에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든 아니든 검찰이 기소하고, 윤석열 정부 하에서 공소 유지 했으며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단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보수 정부'의 '대법원 불복'도 영 어색하다.

둘째, 10월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김 전 청장 본인이다. 그 장본인을 형 확정 3개월도 안돼 사면한 것은 '책임 정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당규 39조(재보궐선거 특례)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 의결을 거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설마, 보궐선거 빌미를 제공한 것은 '대법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도 저도 논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매우 어렵다.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서울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야당에서도 '이전투구'의 조짐이 보이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참신한 인물'을 내보내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한 '새로운당'은 구체적인 후보 이름까지 거론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정당을 꿈꾸는 이들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내세우기 좋은 무대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를 공천하느냐, 마느냐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 불복'이라는 고약한 프레임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김 전 청장 '무소속 출마설'까지 나오지만 이건 '꼼수'로 공격당하기 좋은 소재다.

김 전 청장이 사면된다는 것은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즉 국민의힘이 주도해야 할 공직자 후보 추천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고유의 결단으로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앞에 두 가지 길이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 불복'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던진 무언의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내년 수도권 승리를 위해 보궐선거에서 '참신한 모습'을 보여야 할까. 이런 숙제를 던져 준 사람이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물론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김 전 청장 사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딜레마'는 사라진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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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김은경 혁신위에 "폭탄 던져" "혁신 시늉만" 혹독한 비판

  •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08.11 07:55
  •  
  •  댓글 2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등록하기

 

[아침신문 솎아보기] “지구 끓게 됐으니 태풍 이상해져…인간 자초한 뉴노멀”

김은경 혁신위에 “내로남불 극복 없이 팬덤정치 논쟁만”, “혁신 시늉” 지적

11일 개최 예정인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안전 우려 제기돼

“잼버리 사태,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의 미래였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지난 10일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11일 주요 아침신문은 1면에서 태풍으로 인한 피해 소식을 전하고 피해 사진을 실었다.

▲ 1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태풍 카눈의 이동 경로와 속도, 강도 등은 예측불허였다. 카눈은 대체로 북동진하는 일반 태풍과는 달리 북서진했고, 1951년 태풍 경로 관측 이래 처음으로 한반도 내륙을 남북으로 가로지른 태풍이다. 태풍의 이동 속도도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 카눈은 한반도 내륙에서만 33시간 가량 머물다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겨레 사진 갈무리.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기후변화’는 일반적 경로와 달랐던 태풍 패턴의 이유로 꼽혔다. 경향신문은 기사 <‘평균 절반’ 느린 속도로 동쪽 아닌 서쪽 진행, 14일 동안 태풍 구조 유지, 이례적 길게 ‘생존’>에서 “근본적으로 ‘카눈’이 한반도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기후변화일 수 있다”며 “태풍은 ‘뜨거운 해수’를 먹이 삼아 큰다. 통상 태풍은 깊은 바다의 차가운 물까지 끌어올리면서 약화한다. 카눈은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경로를 보인 게 두 차례인데, 모두 세력이 크게 약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기후변화가 모든 태풍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오병상의 라이프톡’에서 오병상 칼럼니스트는 “바다가 뜨거워지면 열대저기압인 태풍이 자주 발생하며, 수증기를 더 많이 빨아들여 강력해진다. 북극까지 더워지면서 적도 지역과 온도 차가 줄어들면 바람이 약해지고 태풍의 이동속도는 느려진다”며 “지구가 끓게 됐으니 태풍이 이상해진 건 당연하다. 인간이 자초한 뉴 노멀”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인재 재발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에 대한 기사도 이어졌다. 충북과 청주시는 침수 가능성이 있는 하천변 도로와 지하차도, 다리의 통행을 선제적으로 통제했다. 한겨레는 기사 <‘오송 참사 되풀이되지 않게…’ 충북, 지하차도 등 선제적 통제>에서 “지난달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지역은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임박하자 하천 범람과 지하시설 침수 대처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경북 예천군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지난달 중순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어 실종자 2명이 발생했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 마을의 주민들은 추가 피해에 불안해하며 노인회관으로 대피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산사태-침수 한달만에 태풍 덮쳐 예천 주민 대피, 오송은 제방 쌓아>에서 선제적인 임시제방 보강 작업을 진행한 청주시와 불안해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태풍 피해 상황을 제보하는 ‘시민 톡파원’ 사례도 공유됐다. 중앙일보는 기사 <“태화강 도로 침수” 시민 톡파원들 동네 상황 공유>에서 “시민이 전국 각지의 기상 및 도로 상황 정보를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으로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며 실시간 피해 상황을 공유하는 네이버의 오픈톡과 카카오의 오픈채팅방을 소개했다. 카카오는 다음 포털에도 ‘제6호 태풍 카눈’ 페이지를 만들고 기상청 특보 현황, 행동요령 등 정보를 제공 중이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김은경 혁신위에 “내로남불 극복 없이 팬덤정치 논쟁만”, “혁신 시늉” 지적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당대표·최고위원 선거 때 대의원 투표를 없애고,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김은경 혁신위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한 후 출범 51일 만에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11일 아침신문에선 김은경 혁신위와 혁신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 해당 소식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4면 기사 <‘내로남불’ 극복 방안 못 내고 ‘팬덤정치’ 논쟁 불씨만>에서 “혁신위는 ‘윤리정당 회복’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출범했지만 당의 비윤리성·내로남불 극복 방안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채 활동을 조기 종료했다”며 “혁신위가 실패로 끝나면서 이재명 대표 리더십은 상처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공천 개혁 하라면서 팬덤정치 못 끊은 민주당 ‘반쪽 혁신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하는 팬덤정치를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강성 권리당원들 의견이 과잉 대표될 수 있다”며 “내년 총선 공천과 관계 없고, 당내 분란만 키우는 대의원 문제가 지금 시급한 것인지 의문이다. 혁신위 존재 이유이자 온정주의·내로남불을 극복하는 뚜렷한 도덕성 회복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한겨레도 <쇄신 물꼬는커녕, 당내 세력 갈등만 부추긴 민주당 혁신안>에서 김은경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은 국민의 피부엔 그리 와닿지 않는 반면, 당 내부적인 폭발력은 강한 사안이라며 “혁신위가 잇단 설화와 논란으로 신뢰 상실을 자초한 데 이어, 민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근본 원인인 ‘도덕성 문제’와는 무관한 답을 내놓은 탓 당 안에선 ‘혁신안이 혁신의 불쏘시개가 아니라 당내 갈등의 화약고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대의원제는 친이재명계 쪽에서 계속 주장해왔던 것이기에 결국 혁신위가 대의원 권한을 축소해 비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친명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며 “무엇보다 국민이 바라는 건 민주당의 도덕적 반성, 윤리적 쇄신인데, 왜 혁신위가 당권 문제만 건드렸느냐는 의문 또한 커졌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기사 <개딸 뜻대로 혁신안 ‘폭탄’ 던지고…김은경 떠났다>에서 “혁신위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라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혁신안을 발표했다”고 했다. 사설에서도 “혁신위가 스스로 물의만 일으킨 채 좌초한 것은 출범 때부터 예정됐었다”며 “혁신위원 대부분이 ‘재야 친명계’로 구성된 가운데 핵심 현안인 ‘이재명 리스크’는 손도 못 댔다. 이런 혁신위로는 변죽만 울릴 뿐 진짜 혁신엔 손도 못 댈 것이란 예측이 실현된 셈”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는 “민주당은 해만 뜨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약자 배려를 외쳐 왔다. 하지만 168석의 의석을 갖고도 그런 가치들을 실현하는 입법 임무는 제쳐둔 채 국정 발목잡기식 대여 투쟁과 계파싸움으로 날밤을 보낸 끝에 국민에게 외면당하게 된 것 아닌가”라며 “국민은 대의원제 폐지 같은 ‘혁신안’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진정한 혁신은 대표의 사법리스크 희석을 위해 코드 인사를 내세워 혁신 시늉만 내는 ‘혁신 쇼’가 아니다. 내로남불과 입법 폭주, 방탄국회 등 민주당의 전유물이 된 모든 부정적 행태들을 청산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기사 <“대표 선출 때 대의원투표 폐지”…개딸 당원 권한 강화>에서 “친명(친이재명)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이 주장해온 대의원제 폐지와 비슷한 취지여서 당내에선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했다. 이어 “지난 1년간 민주당 이미지가 나빠진 이유로 무당층 유권자들은 ‘비리 의혹’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런데도 혁신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논란에 대해선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은 것은 모순적”이라는 민주당 당직자의 발언을 전했다.

 

“잼버리 사태,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의 미래였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1일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다. 폐영식과 콘서트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태풍 카눈으로 10일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 야외 프로그램이 모두 취소된 가운데, K팝 콘서트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겨레는 태풍 안전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급하게 무대 설치가 이뤄지고 있는 월드컵경기장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겨레는 <안전 우려에…잼버리 콘서트 ‘떨리는 무대’>에서 “경기장 내부에 설치될 예정이었던 이동식 화장실은 위치 지정이 늦어져 철수될 뻔했다”며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현장 상황도 모르고 결정도 늦다. ‘개판 5분 전’이다”라는 현장 업체 직원의 말을 전했다.

아울러 부처 간 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며 “여성가족부가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둘 공간을 서울시설공단에 물어봤지만, 공단 쪽도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어떻게 공간을 사용할지 통보를 해주지 않았다’며 난색을 보였다. 이에 여가부 관계자는 ‘협조가 잘 안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공간사용이나 동선이 전날 오전까지도 확정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기사 <뒷수습도 혼선·무능…여당선 ‘여가부 폐지’ 꺼내 책임 희석>에서 “잼버리 대원들을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시킨 정부가 비상대피 과정에서도 혼선을 빚어 빈축을 사고 있다. 뒷수습 과정에서도 무능함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위기 대응 시 민관의 자원을 사실상 징발해 잼버리가 ‘민폐’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 일각에선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수면 아래에 있던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관후 정치학자는 경향신문 ‘정동칼럼’에서 “잼버리 사태의 근본 원인은 중앙과 지방의 격차 심화, 근시안적 개발주의가 언젠가는 성공하리라는 시대착오적 오만에 있을 것”이라며 “잼버리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는 계통이 없었고, 책임감이 없었고, 상식도 없었다”고 했다.

이 정치학자는 그 이유로 “감사와 수사가 국정 기조가 되면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현장의 합리적 건의가 계속 묵살되면 그다음엔 ‘알면서 무얼 했느냐’는 질책이 두려워 더욱 입을 닫게 된다”고 설명하며 “잼버리 사태는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의 미래였다”고 했다.

▲ 경향신문 칼럼 갈무리.

조선일보는 <잼버리 조직위 그 많은 자리 차지한 사람들 다 어디 갔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너도 나도 한자리 하고 싶어서 안달이던 사람들이 정작 일은 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자 서로 서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며 “국제 행사를 순전히 지역 예산 따기 용으로 무책임하게 유치하고, 일단 유치하면 본행사는 뒷전이고, 공직자들은 빛나는 자리 차지하기 경쟁을 벌인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 책임이 아니라면서 남 탓하기 바쁘다. 새만금 잼버리는 이런 악폐를 다 모아놓은 듯했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윤완준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오늘과 내일’ 칼럼에서 “여가부와 전북도의 부실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이런 황당한 부실 준비 실상이 개막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뒤늦게 임시방편 대책에 나선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장관들이 대통령 듣기 좋은 얘기만 하고 실상을 보고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며 “지금 대통령실과 정부에 진짜 민심과 여론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마비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윤 정치부장은 “(윤 대통령의) 민정수석실 폐지로 국민 여론을 듣는 이런 기능까지 사라져 대통령실이 민심과 괴리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며 “윤 대통령은 구중궁궐에서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었다. 잼버리 사태는 대통령실이 ‘좋은 얘기만 전하는 장밋빛 보고’가 아니라 진짜 민심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경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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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전 수사단장, 국방부 수사 거부...“대통령은 한 군인 억울함 외면 말라”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오전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날 국방부 검찰단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3.8.11 ⓒ뉴스1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경위를 수사하다가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거부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에 채 상병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군 검찰단 소환 통보를 받은 날인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 “오늘 저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저는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한다. 다만 채수근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셨고, 장례식장에서 여야 국회의원 및 국방부 장관마저도 유가족에게 철저한 진상을 규명해 엄정하게 처벌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고 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상황을 알렸다.

또한 “저는 제가 왜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해병대 수사단은 고 채 상병 사망 경위 수사 과정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해당 내용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결재도 거쳤으나, 국가안보실 요청으로 대통령실에 보고된 이후 상부로부터 임 사단장 혐의를 빼고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수사단장이 이를 거부하자 국방부는 박 전 사단장 보직을 해임하고, 집단항명수괴죄를 적용해 그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박 전 수사단장의 입장문 전문이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 입장문 전문

저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입니다.

먼저 고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저를 많이 응원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들과 대한미국 해병대 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채수근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하였습니다.

또한 사건 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셨고, 장례식장에서 여야 국회의원 및 국방부 장관마저도 유가족에게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여 엄정하게 처벌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젊은 해병이 죽어야만 하는가? 도대체 누가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하였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에 수십 차례 해병대 사령관에게 적법하게 처리할 것을 건의 드렸습니다.

또한 저는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다는 사실을 이첩하기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하였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이첩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왜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하였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입니다.

오늘 저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합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하였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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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선언하고 평화협정 조속히 체결해야”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8.15공동성명 발표(전문)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8.10 23:03
  •  
  •  댓글 0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은 10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2023년 한일 종교⸱시민사회 8.15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맨 오른쪽)이 사회를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은 10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2023년 한일 종교⸱시민사회 8.15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맨 오른쪽)이 사회를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 한국과 일본의 종교, 시민 사회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새로운 평화질서를 만드는 일을 선도해 나가야 합니다. 이 평화의 길은 결국 민과 민의 소통과 협력, 그리고 경계를 넘나드는 국제 에큐메니칼 공동체의 끊임없는 연대와 우정으로 열리게 될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종생 목사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예홀에서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이 개최한 ‘2023년 한일 종교⸱시민사회 8.15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 인사말을 통해 “미완의 해방 80주년을 맞는 2025년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새로운 정의의 질서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종생 목사(가운데)가 인사말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종생 목사(가운데)가 인사말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종생 총무는 “더 이상 지체 없이 한국전쟁 당사국들과 공식적인 종전을 선언하고, 항구적 평화체제의 제도적, 법적 기반이 될 평화협정을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면서 “우리 한국과 일본의 종교, 시민 사회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새로운 평화질서를 만드는 일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최대 규모의 종교⸱시민사회 연대체인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은 8.15광복/패전일을 맞아 전례 없는 핵 전쟁 위기를 극복하고, 한일 간의 오랜 과제를 해결하며,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을 촉구하고자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8.15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전례 없는 핵전쟁 위기와 한일 간의 오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외친다”며 △평화협정 체결 △평화 헌법 수호 △역사수정⸱부정주의 극복 △차별⸱배타적인 이민정책 타파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진상 규명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 즉각 철회 등을 제출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군사동맹과 핵무기에 의존하는 군사적 대결의 길이 아니라, 평화를 지향하는 화해와 협력에 앞장서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와 관련국 정부는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70 년간 이어져 온 전쟁상태를 끝내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반도 비핵무기지대화 실현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아시아의 수많은 희생으로 얻은 평화헌법을 지키고 그 정신을 실현할 것을 요구한다”, “일본 정부는 바다를 삶의 터전인 어민, 태평양 도서국과 그 주변국, 일본 국민들의 빗발치는 반대 여론에 귀 기울여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동성명은 “세계는 지금 탈냉전기 30 여 년의 역사 끝에 평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상실한 채, 핵전쟁의 불안조차 떨치기 어려운 인류사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우리는 대립과 분단으로 인한 전쟁의 위협이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연대하며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활동가들이 영상을 통해 발언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일본 활동가들이 영상을 통해 발언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기자회견에서 다카다 켄 ‘전쟁을 시키지 않겠다 9조깨부수지마! 총동원행동’ 공동대표는 영상을 통해 “메이지 근대 이후 아시아 침략 전쟁과 식민지화 역사에서 ‘8월 15일’을 맞이한 일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평화헌법, 특히 제 9조를 바꾸는 것에 반대하며 아시아 국가들과 평화공존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우리는 이 목소리를 힘으로 바꿔 군사대국화를 목표로 하는 기시다 정권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토 노부유키 ‘외국인주민기본법의 제정을 구하는 전국기독교연락협의회’ 사무국원은 “지난 6월, 입관난민법 개악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1년 안에 실시된다”며 “‘경제대국’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군사대국화’를 목표로 하기위한 개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일본의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는 앞으로도 개악법 실시에 반대하며, 난민보호법 제정, 이민수용 제도의 근본적 개정, 비정규 체류 외국인 전원의 정규화(체류자격부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김영화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역사 정의를 주제로, 강주석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 총무가 간토대지진과 조선인 차별을 주제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오윰수 해양투기 반대를 주제로 각각 발언했다.

매년 8.15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한일화해와협력플랫폼은 한일 양국의 주요 시민단체와 종단을 중심으로 2020년 7월 발족했으며, 한국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원불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한국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전쟁을시키지않겠다9조깨부수지마!총동원행동, 피스보트, 일본천주교정의와평화협의회, 군마제종교자의모임,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가 대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동성명(전문)

전쟁의 파국이 아니라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
-2023년 8.15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공동성명-

세계는 지금 탈냉전기 30 여 년의 역사 끝에 평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상실한 채, 핵전쟁의 불안조차 떨치기 어려운 인류사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많은 나라들이 군확과 군비동맹 강화로 치닫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도 미합중국(이하 미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의 위협을 내세우며 한일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5 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와 7 월 NATO 빌뉴스 정상회의에서는 이러한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기보다 ‘핵 억지력’이 강조되었다. 한국전쟁이 중단된 지 올해로 70 년이 되었지만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는 군사적 긴장과 핵군확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전쟁의 참해에서 미래 세대를 구한다’,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를 위해 우리의 힘을 모은다’, ‘노력을 결집한다’는 유엔헌장 전문 정신을 하루빨리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전례 없는 핵전쟁 위기와 한일 간의 오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외친다.

70 년은 너무 길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하자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 체제와 비핵화로 나아가자는 2018 년의 남북, 북미 정상 간 합의는 결국 실행되지 않았다. 불신 속에 협상이 깨진 후, 북한은 빠른 속도로 핵 무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실질화’한다는 명분으로 핵무기에 의존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통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패권을 강화하고 한국은 북한에 ‘전쟁불사’ 대북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무력시위가 가져온 것은 평화가 아니라 무력 충돌, 핵전쟁의 위기다. 한국과 일본은 군사동맹과 핵무기에 의존하는 군사적 대결의 길이 아니라, 평화를 지향하는 화해와 협력에 앞장서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 관련국 정부는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70 년간 이어져 온 전쟁상태를 끝내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반도 비핵무기지대화 실현에 힘써야 한다.

동아시아와 세계평화의 열쇠인 평화 헌법을 지키자
올 상반기 열린 정기국회를 통해 기시다 정권은 전례 없는 군비확대와 개헌의 길로 폭주했다. 이번에 통과된 군수산업지원법, 군확재원확보법은 평화헌법의 ‘전수방위’와 ‘GDP 1%이내 방위비’원칙을 버리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군사비를 GDP 2% 이상 확대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또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정부는 나토까지 끌어들이며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키우고 있다. 심지어 핵 억지력을 강조하며 피폭자와 시민들의 강한 핵 폐기 소망을 무시하고 신냉전체제를 파국의 방향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일본 정부의 군사대국화에 반대하며 동아시아에 핵 위협을 없애기 위한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을 요구한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아시아의 수많은 희생으로 얻은 평화헌법을 지키고 그 정신을 실현할 것을 요구한다.

역사수정・부정주의를 극복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과 진정한 화해를 촉구한다
우리는 강제동원 문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등을 비롯하여 식민주의 극복을 위한 과거청산의 과제를 덮어둔 채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한일 정부의 움직임에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 지난 3 월, 한국정부는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제 3 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생존피해자와 피해자 유족들은 명확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제 3 자 변제안’을 철회하고 전범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 배상해야 한다. 한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6 월 14 일, 1600 차를 맞았다. 수요시위에서 요구한 7 개 항목, 즉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은 전쟁범죄 가해국인 일본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과제임을 다시 확인한다.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얼룩진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온 한국과 일본의 시민은 앞으로도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의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굳게 연대해 나갈 것이다. 

차별・배타적인 이민정책을 타파하고 공생사회를 지향하자
일본에서는 입관난민법의 개악안이 지난 6 월 9 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변호사회와 시민사회, 종교단체의 개악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일부 야당이 야합해 강행 체결한 것이다. 이번 개악법은 3 차 이후 난민 신청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 송환이 가능하며, 국외퇴거를 거부하는 외국인에 대해서 무기한의 입관수용과 형사 처벌이 가능한 내용이 담겼다. 이는 G7 국가들 중에서도 최악의 난민 인정 제도이자 국제적인 인권법, 난민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한국 역시 역대 난민 인정률이 평균 1.5%에 머물러 있으나, ‘난민심사 제도가 체류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재심사 신청 자체를 어렵게 하는 난민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양국 정부가 취하는 난민 예외주의는 난민권리보호가 아니라 사실상 난민 내쫓기다. 양국 정부는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 강화하는 난민 개악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가 책임을 묻는다
우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 년을 맞아, 희생자 추모와 함께 일본 정부의 국가 책임을 강력히 요구한다. 일본 정부는 유언비어에 근거해 계엄령을 발포했고, 나아가 그 유언비어를 해군 후나바시 송신소를 통해 전국으로 유포시킴으로써 조선인 학살에 군대와 관헌뿐만 아니라 재향군인을 중심으로 한 자경단까지 끌어들여 유도, 확대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100 년 전 이 제노사이드 현장에서 퍼진 ‘불령선인’이라는 헤이트 스피치는 오늘날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 안에 포함된 적의, 멸시, 공포심으로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화 배제 차별 정책, SNS 미디어와 사회의식 속에 살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이 혐오는 물리적 폭력으로 재일조선인에 대한 습격(2021 년 7 월 나라현의 민족단체 사무실 방화 사건, 8 월 교토 우토로 지역 방화 사건, 12 월 오사카 민족단체 사무실 망치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양국 시민사회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며 역사 속 대량 학살에 대한 국가 책임 추궁하고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세계 시민들과 연대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일본 정부가 올여름부터 앞으로 30~40 년간 방사능오염수를 해양 투기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올해 일본 국회에서는 노후 원전 추진을 용인하는 GX(Green Transformation)법이 통과되었다. 12 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제거 방법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가운데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다핵종저감설비(ALPS)를 통해 핵물질이 제대로 제거 될 수 있는지도 검증된 바 없다. 육지보관이나 고체화처럼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마땅하나 일본의 기시다 정부는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내세워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수’로 해양 투기하려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유엔해양법 제 12 부 해양환경보호규정을 어기고 생태계와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반행위다. 일본 정부는 바다를 삶의 터전인 어민, 태평양 도서국과 그 주변국, 일본 국민들의 빗발치는 반대 여론에 귀 기울여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한일 양국 청년들이 함께 역사를 마주하고 화해를 꿈꾸며 평화를 만들어 가는 ‘한일 청년 평화 포럼’이 제 2 회를 맞아 다가오는 8 월 말 일본에서 개최된다. 한일 관계의 진정한 미래와 동아시아의 평화는 연대, 협력하는 청년들의 교류에서 비롯되며 그곳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 우리는 대립과 분단으로 인한 전쟁의 위협이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연대하며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2023 년 8 월 10 일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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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안 묶고, 콘크리트엔 물 섞어... 아파트 본 건물도 위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8/10 10:31
  • 수정일
    2023/08/10 10: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건설노동자 증언 국회토론회... 전문가 "불법 하도"급이 본질, GS건설 수사·엄벌해야"

23.08.10 07:12l최종 업데이트 23.08.10 07:12l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세교2 A6블록 아파트 주차장에 기둥 추가 설치를 위한 자리가 준비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파주 운정(A34 임대), 남양주 별내(A25 분양), 아산 탕정(2-A14 임대) 등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 추가 기둥 설치할 자리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세교2 A6블록 아파트 주차장에 기둥 추가 설치를 위한 자리가 준비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파주 운정(A34 임대), 남양주 별내(A25 분양), 아산 탕정(2-A14 임대) 등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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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GS건설 검단 아파트는 지하층이 붕괴됐지만, 제가 20년 동안 일하면서 보기에는, 주민들이 사는 본건물에 부실 공사가 더 많아요. 아파트가 중간층까지 올라가면 감리는 올라와 보지도 않아요. 엘리베이터 옹벽은 기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철근이 촘촘하게 들어가야 되거든요. 철근 간격이 10cm 라는 건, 10cm 간격으로 수직근과 수평근들이 다 묶여있어야 된다는 얘기예요. 근데 실제론 많이 해봐야 한 세 번 정도 묶일까? 8m 철근이라고 하면 2m 간격으로 한번씩밖에 안 묶여있다는 거예요. 어디건 다 똑같아요." - 17년차 철근 노동자 한경진씨

"레미콘은 반제품이기 때문에 하절기엔 90분, 동절기엔 120분 안에 타설이 이뤄져야 해요. 근데 실제 현장에선 건설사들 편의를 위해 레미콘 차량들이 미리 와서 2~3시간씩 대기하는 경우가 많죠. 그사이 레미콘이 굳어버리는 거예요. 축구공처럼 동그렇게 뚝뚝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삽으로 깨고 타설하기도 해요. 원래는 다 폐기 처분해야 되는데, 버리기 아깝다고 그냥 물도 섞고 하면서 타설하는 거죠." -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씨
 

수십년간 아파트 현장에서 일해온 건설 노동자들은 철근 누락으로 붕괴한 GS건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같은 부실 공사가 도처에 만연해있다고 증언했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아파트의 '뼈'와 '살'로 안전과 직결되는데, 실제 현장에선 여전히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철근 결속(수평근과 수직근을 묶는 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콘크리트는 불량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지난 4월 29일 GS건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이기도 했다.

건설 노동자들은 이같은 부실 공사의 근본 원인이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노조가 지난 7~8일 철근·형틀목수·타설공 등 건설 노동자 2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잇따른 부실시공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73.8%(1854명)가 '불법 도급'을 꼽았다.

"지하주차장뿐 아니라... 아파트 본 건물도 위험합니다

17년차 철근 노동자인 한경진씨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건설노조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주최한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토론회'에 참석해 "골조 공정 담당은 70~90%가 단가가 싼 외국인 비숙련 노동자"라며 "문제는 이들 임금이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물량당 얼마씩 하는 불법 도급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철근 결속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최대한 빨리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인 김봉현씨는 "현장에서는 레미콘 값이 아까워 콘크리트에 물을 타는 '가수'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씨는 "레미콘 차량 한대가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데 5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레미콘 공장에서도 5분 간격으로 건설현장으로 배차를 하는 게 맞지만, 건설사들은 조금이라도 타설이 끊기지 않게 하려고 레미콘 공장으로 하여금 차량 10대든 20대든 30대든 몰아서 현장으로 보내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레미콘 차량들이 2~3시간 현장에서 대기하고,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가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씨는 "특히 요즘처럼 폭우가 내릴 땐 물이 안 들어가게 조치를 해야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안전 장치 없이 대부분 레미콘 물량을 타설한다"고 했다. 김씨는 "비가 많이 오면 심지어 시멘트와 골재가 분리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타설한 데가 푹푹 파이기도 한다"면서 "그런데도 그냥 공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미장을 하고 덧칠을 해 은폐해버린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항의하고 사진을 찍으면 건설사들이 회사에 전화해 '한번 더 이러면 한달치 물량을 끊겠다'고 협박한다"고 말했다.

"LH 지목하며 본질 가려... 불법 다단계 하도급 수사·엄벌 해야"
 
큰사진보기‘부실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책임자 처벌, 국토교통부 규탄 민주노총 건설노조 기자회견’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앞에서 열렸다.
▲  ‘부실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책임자 처벌, 국토교통부 규탄 민주노총 건설노조 기자회견’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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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고질적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야 부실 시공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골조 공사에 한해서라도 건설사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직접시공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건설안전기술사인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 원장은 토론회에서 "'순살 아파트' 사태가 터진 후 'LH가 문제다' '감리가 문제다' 많은 말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라며 "정부나 건설업계는 LH 등의 문제를 휘발성 높게 지적함으로써 이 본질을 감추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함 원장은 이날 토론회 이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철근 공사의 경우 전문건설업체(1차 하도급사) 아래 철근 이사를 등록하는 형식으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다"라며 "이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중간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신 수령하는 동의서를 받아 한꺼번에 임금을 받아 배분하는 경우도 있고, 각자에게 지급된 일당 중 일정 부분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재하도급은 불법이다. 법은 한 차례의 하도급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실제 이번에 붕괴 사고가 난 GS건설 검단 아파트의 경우에도, 철근 공사 하도급을 받은 전문건설업체 상하건설이 재하도급을 했다는 증언이 나와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함 원장은 통화에서 "지금까지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엄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종 안전 문제와 품질 저하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원장은 "각각 9명, 6명이 사망한 광주 학동(2021년), 광주 화정(2022년) 현대산업개발 사고의 경우 어느 누가 제대로 된 책임을 졌나"라며 "현대산업개발은 여전히 버젓이 수주를 하고 공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함 원장은 "GS건설 검단 아파트 현장의 경우에도 벌써부터 다수 언론들이 '처벌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건설사 입장을 대변하기 시작했다"라며 "또다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이 처해지지 않는다면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부실 공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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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살 아파트' 불법 하도급 증언 나와... 국토부 "경찰 수사 의뢰" https://omn.kr/252o1
 
태그:#불법하도급#불법다단계#경찰#GS건설#순살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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