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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 공약 사기는 형사 처벌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사기죄'로 다시 고발한 이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 공약 사기는 형사 처벌해야 한다

조수진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팀장,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7-15 오전 11:30:50

 

 

대통령 선거에서 허위 공약을 내걸어도 당선되기만 하면 면죄부를 받게 되는가? 우리 국민들은 그 공약을 믿고 권력을 위임해 주었는데도 말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축인 선거 민주주의가 이렇게 훼손되어도 되는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맞서 항고장 제출

지난주 11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서울고등검찰청에 대통령을 처벌해달라는 항고장을 제출했다. 지난 3월 최창우·오건호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복지 공약을 발표하여 당선된 것은 형법 사기죄와 공직선거법 허위 사실 유포죄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박 대통령과 진 장관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검찰이 전부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에 이에 불복하여 항고한 것이다. (관련 기사 : 나는 왜 박근혜 대통령을 사기죄로 고발했나)

지난 3월 7일 국회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지원'과 '기초연금 지급'과 관련,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대선 때는 공약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4대 중증질환의 "비급여 부분은 처음부터 포함이 안 됐었다"며 심지어 "당시에도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은 했다"라고까지 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공약집에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그리고 '어르신 소득 안정을 위해 기초연금 도입'이라는 문구와 함께 '기초연금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 지급'이라는 '새누리의 약속'이 담겨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당시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이라는 카피가 담긴 현수막을 길거리에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 과제를 보면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의 굵직한 비급여 진료비는 제외됐다. 필수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만 100% 급여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기초연금도 소득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4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쪽으로 수정됐다. 애초 국민에게 말했던 약속을 바꾼 것이다.

진영 장관의 '캠페인' 발언은 당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인터넷상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선거 캠페인용이었군요", "여섯 글자로 말하면 '대국민 사기극'", "공약이 아니라 허위 광고"와 같은 비판으로 들끓었다.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허위 공약으로 표를 얻어 놓고선

4대 중증질환 공약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병원비의 상당 부분이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므로 이를 전액 국가가 보장해 줄 경우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은 아직 암, 심장질환 등 우리나라에서 발병률이 높은 중병을 100% 커버해주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가장이 덜컥 암에라도 걸려 앓아누우면 비싼 병원비에 집안이 휘청하고 중산층이 빈민층으로 곤두박질친다. 국민건강보험료를 내면서도 별도로 민간의료보험 하나쯤을 다들 납입하고 있는 것도, 4대 중증질환이 가계를 위협하는 큰 불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란 단어는 불안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새누리당은 공약집과 텔레비전 토론회, 거리 현수막 등을 통해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100% 보장해주겠다고 여러 차례 공약하고 발언했다. 기초연금 2배 지급 공약도 마찬가지이다. 자식들 부양하고 어른 모시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 대책이 없는 불안한 장년과 노년층은 기초연금을 지금의 2배인 20만 원을 당장 지급하겠다는 정책에 강한 지지 유인을 느꼈을 것이다. 박근혜 캠프의 복지 공약은 여러 가지 미래 불안을 해소해주겠노라 약속하는 것이었고 득표 중 상당 부분은 이에 대한 지지에 힘입은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시 박근혜 대선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공약을 총괄했고 이후 인수위원회에서도 부위원장을 한 사람이 공약집 중 주된 부분인 4대 중증질환과 기초연금 내용은 처음부터 그냥 '캠페인'이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거짓말로 표심을 현혹했다고 자인한 꼴이다.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던 복지 공약

물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모든 경우가 법적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선 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현실적 제약으로 이행할 수 없는 경우라면 도덕적 비난은 할 수 있겠지만 법적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고 물을 수도 없다. 다음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공약을 지킬 생각이 없고 그것을 캠프에서 알고도 버젓이 공문서인 공약집에 실어 배포한 경우는 다르다. 이것은 법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은 것이다. 만약 이러한 행위가 허용된다면, 다음 선거 때부터는 도대체 얼마나 허위 공약이 판을 칠 것인가. 공약이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후보 판단의 근거는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떤 후보의 선거 진영에서 서로 공모해서 자신들이 지킬 생각인 정책은 50의 지점까지에 불과하지만, 표를 더 많이 얻기 위해서 자신들이 당선되면 100까지 하겠다고 허위 공약하는 것, 이것은 유권자를 현혹하여 정당한 투표권 행사 업무를 방해한 것이다. 또 허위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유포하여 공정 선거 질서를 훼손한 것이다. 국민들이 제대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더라면 획득했을 복지 정책으로 인한 재산상의 이익을 얻지 못하게 만든 기망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정책 책임자였던 진영 장관과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검찰에 사기죄와 선거법 허위 사실 유포죄의 공범으로 고발했다. 대통령이라 하여 기소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다만 재직 중 중지될 뿐이다.
 

▲ 노년유니온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에 속한 회원들이 지난 3월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등의 대선 공약을 어겼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장관 후보자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공약은 미래 계획이므로 허위 사실 유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검찰은 '혐의 없다'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는 이렇다. 사기죄에 대해서는 국민의 주권 행사인 투표 행위를 재산적 처분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재산적 처분 행위가 있어야만 성립되는 사기죄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선거법의 허위 사실 공표죄에 대해서는 이 죄의 처벌 대상이 되려면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대해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데, 공약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시행하고자 하는 장래에 대한 의사 표시 또는 계획이기 때문에 허위 사실 유포죄에서 처벌하는 사실 적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검찰의 기각 이유는 법률적 면에서나 국민의 상식에서 보나 이해하기 어렵다. 사기가 아니라고? 거짓된 공약을 믿은 우리 국민들은 기망에 의한 투표권 행사로 인해 그만큼의 경제적 손해를 보고 있는데 투표 행위가 재산적 처분 행위가 아니라니. 그렇다면 국민들의 투표 행위는 재산적 행위가 아니고 대체 무엇일까.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공약은 후보가 당선될 경우 시행하고자 하는 장래에 대한 의사 표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일부러 거짓 공약을 발표한 경우에는 다르다. 그들의 거짓 공약이 허위라는 점은 공약 발표 당시 이미 확정된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이다.

대법원은 허위 사실 공표죄에서 무엇이 허위의 사실인가에 대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허위 사실 공표죄가 성립하려면, 우선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허위의 사실이라 함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을 판단해 보면, 박근혜 후보 측의 공약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공약이 사실상 당선에 유력한 근거로 작용해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어서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대통령과 검찰이 흔든 나라 기강, 유권자가 바로잡는다

공약이 처음부터 '캠페인'일 뿐이었다는 자백 발언이 있고, 유권자들이 고발까지 했는데도 처벌하지 않고 이대로 그냥 지나간다면 앞으로 우리 국민들은 공약집조차 믿지 못하게 된다. 도대체 어떤 자료를 근거로 공직자를 뽑아야 하겠는가.

대통령 선거라는 중대한 국가사에서 이러한 거짓 공약이 판을 치고, 당선만 되면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행위를 그대로 용납할 수 없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검찰이 나라 기강을 뒤흔드는 꼴이다. 나라의 주인은 우리 유권자이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사건을 지켜보아야 한다.

* 지난주 내만복 칼럼은 영상으로 제작된 '내만복 보이는 칼럼'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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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김현 국조특위 사퇴? 민주당은 거리로 나와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7/16 08:41
  • 수정일
    2013/07/16 08: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김현,진선미 의원의 사퇴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도 공방이 격렬합니다. 새누리당의 강력한 요구로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김현,진선미 두 의원의 국조특위 의원 사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아이엠피터는 다른 생각입니다.

물론 국정조사가 파행될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더 중요한 문제들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김현, 진선미 의원이 국조특위를 사퇴하면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진선미 의원 사퇴의 논리적 오류'

새누리당이 국조특위에서 김현,진선미 의원을 배제하라고 민주당에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국정원 여직원 감금'의 당사자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을 무기로 내세웠고, 국조특위에서도 이 부분을 조사하게 되어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을 조사한다고 해도, 논리적으로 진선미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가 않습니다.

 

 

 


가장 먼저 김현,진선미 의원 등 그날 오피스텔에 있던 민주당 관계자들을 고발한 당사자가 '새누리당'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신들이 고발해놓고 국조특위에서 빠지라는 점은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나오면 고발해놓고 국정조사를 배제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에 대해 <민주당 측이 여직원의 오피스텔에 경찰,선관위와 함께 있었던 시점까지는 합법성이 인정되지만, 경찰 등이 '압수수색이나 체포는 불가능하다'며 돌아간 후부터는 합법적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검찰의 이런 결론 자체가 법의 이상한 잣대이지만, 일단 그들의 논리에 따라도 진선미 의원은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경찰,선관위 직원을 기다리며 현장에서 단 5분만 머물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토록 여성 인권을 중요시하며 법을 이용한 새누리당의 고발이 논리도 근거도 희박한 물타기였으며, 진 의원을 배제하는 합당한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국민이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이철우,정문헌 의원이 사퇴했으니 진선미,김현 의원도 사퇴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철우,정문헌 의원은 NLL 문건에 대한 유출 등의 실정법을 위반한 행위로 고발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인데, 국조특위에서는 'NLL 문건 유출' 은 국정조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거인멸을 막으려는 사람은 고발당하고, 막상 국정조사 안건도 아닌 사람들이 사퇴해놓고 자신들은 이렇게까지 양보하고 있다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 현재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 특위'의 쟁점과 현실입니다.

그저 목소리 크고 무조건 고발만 하고, 사안과 다른 안건으로 물타기를 하는 이런 무식한 짓에 놀아나는 자체에 끌려가면 안 됩니다.

' 국정조사 무산? 새누리당을 믿지 마세요'

김현,진선미 의원을 국조특위에서 배제하고 국정조사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분들의 생각도 공감합니다. 어찌 됐든 국정조사를 시작해야 판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정조사를 한다고 해서 과연 제대로 보고서까지 채택될지는 의문입니다.

 

 

 


1987년 국회 국정조사권이 부활하면서 현재까지 모두 21건의 국정조사가 시행됐지만, 결과 보고서는 겨우 8건뿐입니다. 특히 정치적 논란이 많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12.12 군사쿠데타','미국산 쇠고기 협상','율곡사업','한보그룹'과 같은사건은 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었습니다.

이 말은 이번 국정원 국정조사도 정치적 공방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는 예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국정원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정보를 유출하고 대변인 성명까지 계속 냅니다. 이런 국정원이 국조특위의 자료 제출 요구에 순수히 응할까요? 그들은 분명히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우려가 높습니다.

 

 

 



또한,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국정조사 보고서가 나와도 채택을 거부할 것입니다. 만약 이런 결과가 나오면 조중동은 언제나 그렇듯이 여,야의 쌍방과실로 밀고 나가, 아예 국조특위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것입니다.

현재,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새누리당의 정치적 공세와 여론몰이에 속수무책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막상 국정조사가 시작된다고 해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지경에 와 있습니다.

' 민주당은 거리로 나와 단식 투쟁을 해라'

아이엠피터가 정치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상식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곳이 정치라는 생각입니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논리가 통해 지금 민주당이 김현,진선미 의원 국조특위 사퇴를 고려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당 대표의 딜레마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말은 이미 국정조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2013년 7월 16일 조선,중앙,동아일보 기사모음

 


조중동은 국정원 사건을 '막말 정치'.' 민주주의 부정','대선 불복 돌림병'으로 만들어 '국조특위'를 왜곡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18대 대선 문제점을 그저 정치권의 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안 되고, 여론도 힘들어지고,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거리로 나서는 수밖에 없습니다.

'장외 투쟁'을 하면 정치적인 공방으로 몰릴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괜찮습니다. 이미 새누리당, 자신들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논리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습니다. (워낙 뻔뻔하고 말을 바꾸는 집단이기에 충분히 억지 주장과 언론플레이를 하겠지만)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툭하면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갔었습니다. 17대 국회 내내 한나라당은 '2004년 9월 공정거래법 처리 관련, 10~11월 이해찬 총리 차떼기 발언 트집, 2005년 12월부터 사학법 개정 반대 국회 거부 장외 투쟁' 등으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12월부터 2005년 2월까지 무려 석 달 동안 '사학법 개정 반대'를 외치며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국회에 등원하지 않고 장외 투쟁을 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사례를 철저히 이용해, 장외 투쟁이 적절한 수단임을 널리 알리고, 거리로 나가 국민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을 온 천하에 알려야 합니다.
 

 

▲단식투쟁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

 


아이엠피터도 대한민국 정치가 국회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길 간절히 원합니다. 그러나 지금 대안이 없다고 봅니다. 누군가 이 상황을 해결할 묘책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없으니 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화민주당 총재 당시,지방자치제 실시를 요구하며 1990년 10월 8일부터 10월 20일까지 무려 13일간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했습니다.

노태우와 함께 국회를 장악한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에게 김대중 대통령은 "나와 김 대표가 민주화를 위해 싸웠는데 민주화란 것이 무엇이오. 바로 의회 정치와 지자제가 핵심 아닙니까. 여당으로 가서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어찌 이를 외면하려 하시오."라며 울부짖었습니다.



 


민주당은 지금 목숨을 건 투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흔들린 지금 상황이 그때와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거리로 나와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앞장서서 울부짖어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한다면, 국민은 민주당을 향해 손을 내밀어 당신들을 응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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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후 이렇게 절망하긴 처음...이민 가고 싶다

 

 

[나는 분노한다⑦] 귀농인 답답하게 만드는 국정원 대선개입

13.07.15 19:31l최종 업데이트 13.07.15 19:31l
이종락(pen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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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광장 수놓은 수만개 촛불 13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20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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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중순 포도밭 일이 한창 바빠질 무렵,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큰딸이 방학 하자마자 내려오기로 했었다. 단 하루, 단 한 명의 일손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아빠, 오늘 못가고 내일 첫 차로 내려갈게요."
"무슨 일인데?"
"오늘 저녁 국정원 규탄 집회에 참석하려구요."

큰 딸은 결국 다음날 오후경 시골집에 내려왔다. 일손 돕기에 차질(?)을 빚었지만, 농사일이 먼저라고 말릴 수도 없는 대한민국의 망가진 자화상,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외면 할 수는 없었다.

열심히 농사짓는 것도 촛불 드는 일?

귀농 첫 해인 2007년 겨울, 당시 야당이었던 이명박 후보는 무려 500만 표차 이상으로 거뜬하게 정권을 접수했다. 캄캄한 시골의 한 구석에서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선거 결과, 다음 해 터진 광우병 위험 미 쇠고기 수입으로 전국이 촛불로 달아오를 때 한 선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촛불을 들어야 할 사람이 농사를 지으면 어떡하나?"
"하하. 열심히 농사짓는 것도 촛불 드는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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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밭 세모녀 포도밭에서 아내와 큰 딸, 잠시 집안 일 도우려 귀가한 둘째 딸이 알솎기에 열중하고 있다.
ⓒ 이종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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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로운 답변 뒤엔 낯선 시골에 대한 경이로움과 적응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초보농부의 여유가 있었고, 또 한편으로 '지난 정부 10년 동안 쌓아 놓은 민주주의가 그렇게 쉽사리 무너지겠어'라는 생각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 후 5년, 도시의 찌든 때를 벗어가며 조금씩 농부가 돼가면서 접했던 세상의 소식들은 한마디로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나라가 망가지는구나" 라는 한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작년 겨울 MB 뒤를 이은 박근혜 후보의 청와대 입성을 통한의 심정으로 바라봐야 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나는 무엇을 했던가? 세상은 어찌되든 나 혼자 산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게 과연 잘 사는 길인가? 은둔도 저항? 조용히 은둔하면 누가 좋아하는가?' 등등의 생각이 밀려왔다.

올해 내 나이 53세, 1961년 군인 박정희가 총칼로 쿠데타를 일으킨 해 태어나 '말죽거리잔혹사' 같은 10대를 박정희 시대와 함께 보내고, 스무살 시작을 전두환의 살기와 맞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30,40대를 도시에서 전전하다 새로운 삶을 찾아 귀농을 선택했다.

어슴푸레 새벽하늘이 눈을 뜰 무렵,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고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밭으로 향한다. 포도 농사 일 년 중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가장 바쁜 날들의 연속이다.그러나 하루 종일 포도만 바라보며 단순 노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세상은 온통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NLL 포기, 정상회담 내용 공개로 도배되고 있었다. 고되지만 단순한 노동 뒤에 만나는 세상은 농부의 얼굴에 절망과 분노를 심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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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밭 휴식 포도밭에서 아내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내의 피곤한 표정은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고된 지 알게 해준다.
ⓒ 이종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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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의 선택에 관심과 격려를 보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귀농자를 통해 시골의 낭만과 은둔의 삶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간혹 정치와 시국에 대한 관심과 생각을 표출하면 이런 반응들이 나온다.
"귀농까지 했으면서 뭘 이런 데까지 신경 쓰나?"
"아직도 마음을 다 비우지 못한 거 아냐"

이명박 5년, 경제는 신음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는 걸레조각이 되고 말았다.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은 물 건너가고 보수를 가장한 냉전수구세력들은 그들만의 공간을 확보했다.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니 떠들었지만 내각조차 꾸리기 힘겨울 정도로 준비부족에 능력부족을 드러냈다. 겨우 이명박이 만들어 놓은 종편과 공영방송의 편파방송에 힘입어 국민의 눈과 귀만 닫아 놓은 상태다.

깨어있는 시민들은 다양한 SNS를 통해 게릴라처럼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왜곡된 소식만 접하고 있다. 비를 맞으며 시민 수만 명이 촛불을 들고 외쳐도 보수 언론들은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는 현실, 이러고도 이 나라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수천 년 역사를 통해 권력자들은 국민들이 깨어나기를 두려워한다는 진실은 바뀌지 않았다. 최초로 중국대륙을 통일한 진시황제는 배운 자들이 따진다고 학교와 책, 심지어 유생까지 땅에 묻는 참극을 저질렀지만 그 역사는 수십 년도 넘기지 못했다. 세월이 지났지만 지식과 정보를 알까 두려워하고, 사건의 본질을 알까 두려워하는 지배계층의 모습은 똑같다. 국민들은 그저 먹고 사는 일에만 열중하고, 놀이와 여가로 시간을 보내고 정치와 사회현상에 대해선 무관심해지길 지배계층은 여전히 바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명박 정부보다 더 형편없는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 박근혜 정부, 출범 5개월도 못돼 터진 윤창중 대변인의 미국 성추행 사건,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남북정상회담 공개로 대한민국의 국격은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헤매고 있다. 최고의 국가정보기관이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 결국 지난 대선은 불법부정선거였음이 드러난 게 아닌가. 국가정보기관의 도움이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박근혜 후보가 불법부정선거로 당선되었다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도 국민들 앞에 사과는커녕 비겁한 침묵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기껏 한다는 소리가 "국정원 자체가 개혁해야"라는 말 정도다. 생각있는 국민들은 절망과 분노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인데 말이다.

귀농이 아니라 이민 가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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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밭 초등 3년인 막내딸 성결이가 감자를 함께 캐고 있다. 이 시골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줘야 함은 우리들의 책무이다.
ⓒ 이종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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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온 국민이 규탄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임에도 보수 쪽은 오히려 종북 타령이나 하며 가래 끓는 소리를 내고 있다. 다행히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지만, 주요 언론들은 이 내용을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정상회담 내용을 슬쩍 조작하면서 고의적 흠집내기나 저지르는 국정원과 같은 한글을 놓고도 끝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우기는 새누리당을 보면서 오만가지 정이 떨어져 귀농이 아니라 이민이 가고 싶은 심정이다.

귀농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큰딸은 이제 성인이 되어 시위현장에서 역사의 가파른 물결을 체험하고 있다. 대를 이어 거리에 나서야 하는 대한민국의 씁쓸한 현실, 여유롭게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읊조리고 흙냄새와 더불어 소박하게 살고자 했던 귀농의 초심은 어지럽기만 하다.

내재화된 현실에 대한 분노는 꿈틀거리고, 행동하지 못하는 지식은 박물관의 먼지와 다를 바 없다는 자책감, 그리고 이번에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단죄하지 못하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수십 년 후퇴하고 자식들에게 못난 나라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진실 앞에 귀농한 농부의 심사는 매우 불편스럽다.

이번 국정원 사태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닌 만큼 집권여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타기하면서 유야무야시키려 하지만, 야당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보여줬던 저항의 결기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또 다시 먹고 살기에도 힘겨운 국민들의 함성과 투쟁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 잡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명운이 위태로운 지금 이 시간,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말이 절절하게 와 닿는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덧붙이는 글 | 농부가 맘 편히 농사를 짓고, 국민들 모두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려면 나라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희생만큼 얻어지기에 분노하고 동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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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장비관 견문록(3) 여섯겹으로 덮은 철통같은 공중방벽

 

 
 
[한호석의 개벽예감](70) 자국상공전역 6중 방어체계 갖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07/15 [21:45] 최종편집: ⓒ 자주민보
 
 

중무기실에 전시된 자행화승총과 지상대공중로케트

다종다양한 중무기들이 전시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의 넓은 공간을 돌아보던 내 발길이 마지막으로 멎은 곳은 지상대공중로케트 전시구역이다. 지대공미사일(surface-to-air missile)을 북에서 지상대공중로케트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중무기실 참관을 통해 알았다. 북에서는 지대공미사일을 고사로케트와 지상대공중로케트로 구분하는데, 고사로케트는 사거리가 짧고 요격고도가 낮은 저고도 지대공미사일이고, 지상대공중로케트는 사거리가 길고 요격고도가 높은 고고도 지대공미사일이다.

북에서는 저고도 고사로케트를 화승총이라 부르는데, 화승총은 다시 두 종류로 대별된다. 하나는 전투병이 어깨에 메고 육안으로 요격목표를 조준한 뒤에 발사하는 화승총(휴대용 저고도 방공미사일)이고, 다른 하나는 장갑차량에 탑재하고 이동하면서 대공레이더로 요격목표를 탐지하여 발사하는 자행화승총이다.
 
▲ <사진1>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동급의 지대공미사일 은 사거리 7km, 요격고도 3km, 요격비행속도 마하1.5이고, 수륙양용장갑차의 주행거리는 500km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을 촬영한 <사진1>에 나타난 것은 수륙양용장갑차에 저고도 고사로케트를 탑재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이다. 중무기실에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 1대가 전시되어 있다. 인민군의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과 똑같이 생긴 러시아군의 차량탑재식 지대공미사일 9K35 스트렐라(Strela)-10이 처음 실전배치된 때가 1979년이므로, 북이 러시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이 무기를 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 앞에 놓인 해설판에는 “운용인원 3명, 따라사격 5km, 마주사격 8km”라고 적혀 있다. 9K35 스트렐라-10의 성능지표를 보면, 수륙양용장갑차의 주행거리는 500km이고, 거기에 탑재된 지대공미사일은 사거리 7km, 요격고도 3km, 요격비행속도 마하1.5다.
 
▲ <사진2> 2013년 3월 20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지도한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이 저공으로 내습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급 모의표적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 미국군의 순항미사일, 무인항공기, 공격헬기, 대지공격기를 요격할 수 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2>는 2013년 3월 20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지도한 인민군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이 저공으로 내습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급 모의표적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이다.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과 동급인 9K35 스트렐라-10은 1991년 걸프전쟁에서 미국군 대지공격기 A-10 두 대를 격추하였고, 1998년 코소보전쟁에서도 동종의 대지공격기 두 대를 격상하였다.

지상대공중로케트도 미사일의 일종이므로 나는 미사일 전시구역에서 그것을 볼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였는데, 전시현장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왜 지상대공중로케트를 미사일 전시구역에 전시하지 않고 중무기 전시구역에 전시하였을까? 나는 참관 중에 하나라도 더 알아보려고 정신을 집중하는 통에 해설강사에게 그 까닭을 미처 물어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장장비관에서 미사일을 전시해놓은 곳은 전략로케트관인데 지상대공중로케트는 전략로케트가 아니므로 중무기실에 전시된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렇다면 지상대해상로케트(지대함미사일), 해상대해상로케트(함대함미사일), 해상대지상로케트(함대지미사일), 해상대공중로케트(함대공미사일), 공중대지상로케트(공대지미사일), 공중대공중로케트(공대공미사일), 공중대해상로케트(공대함미사일)도 무장장비관에 전시되었을 텐데, 중무기실에서 그런 미사일들은 볼 수 없었다.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지상대해상로케트, 해상대해상로케트, 해상대지상로케트, 해상대공중로케트는 내가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한 해군무장장비 전시실에 전시된 것으로 생각되었고, 공중대지상로케트, 공중대공중로케트, 공중대해상로케트는 내가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한 항공군무장장비 전시실에 전시된 것으로 생각된다.

만능요격의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

무장장비관 중무기실 중앙통로 왼쪽 맨 뒤에 흰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원통형 발사관 세 개를 실은 차량 한 대가 서 있다. 바로 그 원통형 발사관 안에 지상대공중로케트가 한 기씩 들어있다. <사진3>은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주체식 미싸일 및 요격미사일종합체’라고 부르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발사체계에 속한 지상대공중로케트 자행발사대인데, 중무기실을 참관하던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휘관이 요격명령을 내리면 그 원통형 발사관이 수직으로 세워지고 곧바로 지상대공중로케트가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 <사진3>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 무장장비관 참관을 통해 '번개-5'가 러시아군의 지대공미사일 S-300 최신형 PMU-2와 동급임을 확인하였다. 전 세계에 현존하는 그 어떤 전투기도 '번개-5'의 요격을 피하지 못하며, 탄도미사일 요격확율은 70%에 이른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공중으로 내습하는 적의 각종 비행체를 모조리 격추한다는 이 만능요격의 지상대공중로케트는 북에서 ‘번개-5’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국 군부는 ‘번개-5’를 ‘KN-06’이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에는 북이 자체로 생산하여 실전배치한 4종의 지상대공중로케트가 전시되었는데, 한결같이 ‘번개’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렇게 보면,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각종 지대공미사일은 ‘화승총’과 ‘번개’로 대별된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 앞에 놓인 해설판에서 이런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탄길이 7.5m, 비행속도 마하7, 360도 범위 타격, 준비시간 5분, 100여 개 비행체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음” ‘번개-5’의 이러한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설명하려면, 비교관념이 요구된다. 지대공미사일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자처하는 러시아가 만든 지대공미사일 ‘야심작’이 S-300인데, ‘번개-5’를 그것과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러시아는 그 동안 S-300의 성능개량을 거듭하여 여러 등급의 S-300을 만들어냈는데, 그 가운데서 ‘번개-5’에 비교되는 것은 최신형인 S-300 PMU-2다.

‘번개-5’와 S-300 최신형은 탄길이가 각각 7.5m로 서로 같으며, 360도 범위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서로 같다. S-300 최신형의 발사준비시간은 5분 30초인데, ‘번개-5’의 발사준비시간은 5분이므로, ‘번개-5’가 조금 빠르다.

지대공미사일 성능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격비행속도인데, S-300 최신형은 초속 1,800m로 날아가다가 비행체에 접근하면 속도를 급속히 높여 초속 2,800m로 돌진비행을 한다. ‘번개-5’ 앞에 놓인 해설판에는 초기비행속도와 돌진비행속도가 구분되지 않고 그냥 마하7이라고 적혀 있는데, 마하7은 초속 2,382m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S-300의 초기비행속도와 돌진비행속도를 합친 평균속도가 초속 2,300m이므로 ‘번개-5’와 S-300의 요격비행속도는 서로 같다. ‘번개-5’의 요격비행속도가 마하7이라는 것은, 전투기나 순항미사일은 말할 것도 없고 탄도미사일도 요격한다는 뜻이다. 마하7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지대공미사일은 초고속으로 내습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S-300 최신형의 동시추적능력은 72개인데, ‘번개-5’의 동시추적능력은 100여 개나 되므로, ‘번개-5’의 추적레이더가 좀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다.

‘번개-5’ 해설판에는 가장 중요한 성능지표들인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이 적혀 있지 않지만, 위에 열거한 성능지표는 ‘번개-5’가 S-300 최신형과 급이 같은 지상대공중로케트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S-300 최신형의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을 알아보면, ‘번개-5’의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도 알 수 있다. S-300 최신형의 사거리는 200km, 요격고도는 27km이며, 비행체 36개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데, ‘번개-5’도 그와 같은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을 지닌 것이다.

북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 현존하는 그 어떤 전투기나 순항미사일도 ‘번개-5’의 요격을 피하지 못한다. 인민군 반항공군부대는 200km 안으로 내습하는 적의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을 ‘번개-5’로 격추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북측 최전방 지역에서 군산공군기지까지 직선거리가 200km이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한미연합군이 군산공군기지보다 더 북쪽에 자리 잡은 공군기지나 공항에서는 ‘번개-5’에 격추될 위험 때문에 전투기를 출격시킬 수 없는 것이다. 초음속 전투기보다 더 느린 아음속으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이 ‘번개-5’ 앞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비행체를 격추하는 요격미사일의 성능지표는 요격확률(probability of kill)로 표시된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전투기나 순항미사일 따위를 격추하는 ‘번개-5’의 요격확률은 사실상 100%에 가까운데, ‘번개-5’가 인위적 비행체 가운데 가장 빠른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경우 그 확률은 얼마나 될까?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S-300 최신형의 탄도미사일 요격확률이 70%이므로, S-300 최신형과 같은 급인 ‘번개-5’의 탄도미사일 요격확률도 70%에 이르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처럼 만능요격무기라고 부를 만한 ‘번개-5’는 얼마나 비싼 무기일까?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S-300을 수출하는 가격은 대당 1억6,000만 달러이므로, ‘번개-5’도 그만큼 값비싼 무기인 것이다.

인민군 반항공군에 ‘번개-5’가 몇 기나 배치되었을까? 군사기밀이어서 알 수 없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이 ‘번개-5’와 같은 급의 지상대공중로케트를 실전배치한 상황을 알아보면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번개-5’와 같은 급인 지상대공중로케트 1,600기를 실전배치하였다고 한다. 중국이 러시아산 S-300 제작기술을 도입하여 복제한 HQ-10을 실전배치한 때가 1995년이고, 북이 자체로 만든 ‘번개-5’를 실전배치한 때가 2000년대 중반이므로, 2013년 현재 ‘번개-5’는 약 450기가 실전배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 <사진4> 2012년 5월 3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면서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를 돌아보는 장면이다. 이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는 '번개-5'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번개-6'인데, 러시아군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S-400과 동급으로 보인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4>는 2012년 5월 3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면서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를 돌아보는 장면이다.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의 전모가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차량 뒤쪽에 수직으로 세워진 원통형 발사관이 보인다. 이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는 위에서 언급한 ‘번개-5’의 성능보다 더 향상된 최첨단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6’이다.

‘번개-6’은 최강의 고고도 지대공미사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러시아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S-400 트라이엄프(Triumf)와 같은 급인 것으로 보인다. S-400 개발을 막 끝마쳤을 때, 러시아 언론은 S-400의 성능이 S-300보다 2.5배 향상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보도한 바 있다. 2007년부터 러시아 반항공군에 배치되기 시작한 S-400의 성능지표를 보면, 사거리 400km, 요격고도 185km, 요격비행속도 마하12다. 이런 성능지표는 S-400이 명실 공히 세계 최강의 지대공미사일임을 말해준다. 러시아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S-400과 같은 급의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6’을 북이 자체로 개발하였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민군이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 인근에서 ‘번개-6’을 쏘면, 남해 연안 상공에 날아가는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다. 외신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2월 26일부 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에 S-400을 구입하고 싶다는 뜻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도 아직 만들지 못하는 최첨단 지대공미사일을 만들어내는 고도의 미사일기술을 가진 북은 미사일 부문에서 최고봉이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냈던 것이다.

무장장비관 참관 이후 완전히 다시 쓰게 된 북의 미사일개발사

‘번개-5’ 이외의 다른 ‘번개’들이 중무기실을 돌아보는 내 발길을 끌어당겼다. 그 ‘번개’들은 북이 ‘번개-5’를 만들어내기 오래 전에 만들어냈던 각종 지상대공중로케트들인데, 그것을 생산연도순으로 열거하면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3’,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4’다. ‘번개-2’는 왜 없는지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사진5>는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이다. 해설판에는 “탄길이 10.6m, 탄체직경 700mm, 비행속도 마하3, 2계단 로케트,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사용”이라고 적혀 있다. 서로 닮은꼴로 생긴 외형을 보고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번개-1’은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75 드바이너(Dvina)와 동급이다. ‘번개-1’ 해설판에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적혀 있지 않지만, S-75의 사거리가 66km이고 요격고도가 35km인 것을 보면, ‘번개-1’의 사거리와 요격고도도 그와 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사진5>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 북이 '번개-1'을 개발한 시점은 1968년 10월 20일이므로, 이제껏 서방세계에 알려진 북의 미사일개발사는 다시 써야 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S-75의 성능지표를 보면, 제1단 로켓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제2단 로켓은 미사일에 4년 동안 저장할 수 있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며, 무선유도장치로 비행하는데, 그와 동급인 ‘번개-1’도 같은 성능을 지녔을 것이다. ‘번개-1’과 동급인 S-75는 실전경험이 풍부한 지대공미사일인데, 1960년 5월부터 1993년 3월까지 미국의 고공정찰기, 전략폭격기, 전투기, 그리고 이스라엘 전투기와 러시아 전투기가 이 미사일에 격추된 바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번개-1’ 270기가 인민군에 실전배치되었다고 한다.

‘번개-1’ 해설판을 읽어가던 내 시선은 “1968년 10월 20일 개발”이라고 쓴 글귀에서 문득 멈추었다. 북이 이집트로부터 넘겨받은 소련산 스커드(Scud) 미사일을 역설계하여 미사일을 만들어냈다는 기존관념이 깨져나가는 순간이었다.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을 때, 북이 전투기 비행사들을 이집트에 파견하여 적극 지원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집트가 북에게 넘겨준 소련산 미사일 스커드-B를 역설계하여 동급 미사일을 만들어냈고, 그 미사일 시험발사를 1984년에 성공하였다는 것, 이것이 이제껏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정설’이다. 그 ‘정설’을 믿은 나도 북의 미사일개발사에 관한 글에서 그런 내용을 서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무장장비관 참관을 통해 새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북이 이집트로부터 스커드-B를 넘겨받기 5년 전에, 그리고 북의 스커드-B급 자국산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하기 16년 전에 북은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계 미사일을 자체로 개발한 것이다. 그러므로 ‘스커드-B 역설계 기원설’은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이 ‘정설’로 믿어온 북의 미사일개발사는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

‘스커드-B 역설계 기원설’을 믿는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스커드-B를 역설계하여 만든 미사일이 ‘화성-5’라고 주장한다. 전략로케트관 참관에 대해 서술할 다음 회 연재물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북이 ‘화성-5’ 시험발사에 성공한 때는 1984년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1984년에 스커드-B급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고 착오하였지만, 북은 스커드-B급 미사일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우수한 성능을 지닌 ‘화성-5’를 1984년에 시험발사한 것이다.

1984년에 ‘화성-5’를 만들어낸 북이 ‘화성-1’은 언제 만들었는지에 대해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화성-1’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략로케트관에 놓인 해설판이 그들의 무지를 일깨워주었다. 해설판에 따르면, 북은 1960년대 말에 소련산 미사일을 모방생산하였고, 모방생산에서 습득한 기술로 1972년에 ‘화성-1’을 만들었고, 1979년에 ‘화성-1’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정설이다.

북이 1972년에 만든 ‘화성-1’의 사거리가 얼마나 긴지 해설판은 말해주지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의 사거리 66km보다 조금 더 긴 100km 수준의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북이 1960년대 말에 역설계로 모방생산을 하면서 미사일기술을 처음으로 습득하였던 소련산 미사일이 바로 S-75 지대공미사일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스커드-B 역설계 기원설’은 ‘S-75 역설계 기원설’로 대체되어야 한다.

놀랍게도, 북은 지대지미사일을 만들기 전에 지대공미사일부터 먼저 만들었다. 다른 미사일생산국들은 먼저 지대지미사일을 만들고 그 다음에 지대공미사일을 만드는 일반적인 개발경로를 밟아갔는데, 예외적으로 북은 역순을 밟아갔다. 이것은 ‘세계 최강’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의 공중무력에 맞서야 하였던 북이 우선 지대공미사일부터 개발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번개-3’과 ‘번개-4’

<사진6>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3축6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지상대공중로케트다. 나중에 다시 논하겠지만, 이 사진에 나타난 것은 러시아산 지상대공중로케트인데, 북이 그것과 외형을 똑같이 만들어낸 자국산 지상대공중로케트의 공싱명칭은 ‘번개-3’이다. 닮은꼴로 생긴 외형을 보고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번개-3’은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125 페초라(Pechora)의 성능을 개량한 것이다. S-125 페초라는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 S-125 네바(Neva)를 해외수출용으로 만든 것이다.
 
▲ <사진6>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3'. 북은 '번개-3'을 이미 1970년대에 실전배치하였다.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번개-3'은 위의 사진과 달리 지상대공중로케트 4기가 탑재된 개량형이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미사일기술의 발전단계를 보면, ‘번개-3’은 ‘번개-1’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된 성능격차를 보인다. 원래 ‘번개-1’은 지상포대에 배치한 고정식 발사대에서 쏘는 1세대 지상대공중로케트인데, 그와 달리 ‘번개-3’은 3축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되어 자유자재로 이동하다가 임의의 지점에서 쏘는 2세대 지상대공중로케트다. 지상대공중로케트 자행발사대가 이동하면, 방공레이더차량도 그와 함께 이동한다. 이것은 지상기지에 고정되어 360도 회전하던 방공레이더와는 질적으로 다른 위상배열레이더로 대체하여 차량에 탑재하고, 그것을 자행발사대와 연결한 것인데, 그렇게 하기까지에는 상당히 발전된 기술력이 필요하다. 해설판에는 ‘번개-3’이 1970년대에 실전배치되었다고 적혀 있는데, 이것은 북이 이미 1970년대에 3축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하는 2세대 지상대공중로케트 기술을 획득하였음을 말해준다.
 
▲ <사진7>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번개-3' 동체에 러시아말이 적혀 있다. 이것은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125 페초라를 수입한 것이므로,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것과는 다르다. [자료사진= Voice of America]


<사진7>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번개-3’ 동체 일부를 확대한 것인데, 러시아말이 쓰여 있는 것이 보인다. ‘번개-3’은 북에서 자체로 만든 지상대공중로케트인데, 어째서 러시아말이 쓰여 있을까? 중무기실을 참관하면서 이에 관해 질문하였더니,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는 이전에 그곳을 참관한 어떤 해외동포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면서, 중무기실에 전시된 ‘번개-3’ 동체에 우리말이 적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것은 3축6륜 자행발사대에 지상대공중로케트 2기를 실은 페초라이고, 중무기실에 전시된 것은 3축6륜 자행발사대에 지상대공중로케트 4기를 실은 ‘번개-3’이라는 것이다. 러시아군도 3축6륜 자행발사대에 4기를 실은 개량형 페초라를 운용하고 있다. 북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서 ‘번개-3’이 아니라 페초라를 공개한 것이다.

‘번개-3’은 중고도 지대공미사일이다. 페초라의 탄길이는 5.95m인데, ‘번개-3’ 해설판에는 탄길이가 6.1m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페초라의 사거리는 25km, 요격고도는 14km이며, 무선유도장치로 비행하고, 50분 만에 4기를 재장전하는데, ‘번개-3’의 성능지표도 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페초라의 실전경험을 말하자면, 코소보전쟁이 막바지에 오른 1999년 3월 27일 유고슬라비아군은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미국의 스텔스 전폭기 F-117을 페초라 한 발로 격추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인민군 반항공군 32개 대대에 ‘번개-3’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1개 대대에 ‘번개-3’ 자행발사대가 6대씩 배치되었으므로, ‘번개-3’ 자행발사대는 192대이고, 자행발사대 한 대에 지상대공중로케트가 4기씩 탑재되었다고 하면, ‘번개-3’ 768기가 실전배치된 것이다.

<사진8>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4’다. 중무기실에는 ‘번개-4’ 1기가 전시되었는데, 해설판에는 “탄길이 10.8m,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사용”이라고 적혀 있다.
 
▲ <사진8>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4'. 러시아군의 지대공미사일 S-200 개량형과 동급이다. 사거리는 300km, 요격고도는 40km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서로 닮은꼴로 생긴 외형을 보고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번개-4’는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200과 같은 급이다. ‘번개-4’와 S-200 개량형은 탄길이가 각각 10.8m로 똑같으므로, ‘번개-4’의 성능은 S-200 개량형의 성능과 같은 것이 분명하다. S-200 최신형의 사거리는 300km, 요격고도는 40km, 발사준비시간 24분이므로, ‘번개-4’의 사거리, 요격고도, 발사준비시간도 그와 동일할 것이다. 위에서 만능요격의 지상대공중로케트라고 평가한 ‘번개-5’의 사거리가 200km이고 요격고도가 27km인데 비해, ‘번개-4’의 사거리는 300km이고 요격고도는 40km다.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북측 지역에서 대구공군기지까지 직선거리가 290km이므로, 인민군 반항공군은 ‘번개-5’로 대구공군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번개-4’를 4개 대대에 배치하였다고 추정하였다. 인민군 반항공군 1개 대대에 ‘번개-4’ 6기씩 배치하였으므로,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번개-4’는 24기가 실전배치된 것이다. 그런데 북은 ‘번개-4’ 20기를 미얀마에 수출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에 20기를 수출하면서 자국에는 24기밖에 실전배치하지 않았다는 추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이므로, ‘번개-4’는 적어도 200기 이상 실전배치되었다고 추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어떤 공중무력도 뚫지 못하는 세계 최강의 6중 공중방벽

<연합뉴스> 2011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반항공군은 중적외선을 추적하는 지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기 때문에 한국군 전투기나 공격헬기가 근적외선을 방사하는 섬광탄(flare)을 쏘고 황급히 회피기동을 하여 지대공미사일의 추적을 따돌리려 해도 인민군 지대공미사일은 근적외선 섬광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끝까지 따라가 격추하고 만다는 것이다. 인민군 반항공군은 그런 중적외선 추적능력을 가진 지상대공중로케트를 겨누고 요격준비를 완료하였으니, 한국군 지휘부가 어찌 곤경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군 지휘부만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이 아니라, 아래에 서술한 내용을 읽어보면 미국군 지휘부도 인민군의 요격준비 앞에서 한국군 지휘부와 똑같이 곤경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 <사진9> 2013년 6월 18일 항공군 및 반항공군 최정예부대인 제1017군부대를 시찰하는 김정은 최고사령관 옆에 유리관 속에 보관된 공대공미사일이 보인다. 이것은 '하늘의 지휘소'라고 부르는 공중경보통제기를 격추하는 k-100급 공대공미사일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나는 ‘유투브(YouTube)’에 최근에 게시된 북의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사업을 현지에서 지도 주체102(2013). 6’을 시청하던 중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를 시찰하는 현장을 촬영한 <사진9>에서 군사전문가들이 보면 깜짝 놀랄 고성능미사일이 보였기 때문이다.

제1017군부대에 배치된 그 고성능미사일은 미국군의 공중경보통제기(AWACS)를 잡는 특별한 공대공미사일이다. 공중경보통제기에 장착된 위상배열레이더의 장거리 탐지능력은 매우 강력하고, 그런 첨단레이더를 가동하면서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인민군 반항공군이 위에 열거한 ‘번개’ 계열의 지상대공중로케트를 쏘아서는 미국군의 공중경보통제기를 격추하지 못한다. 크고 육중한 공중경보통제기를 격추하려면 초음속 전투기를 몰고 날렵하게 돌진비행을 하면서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을 쏘아야 한다. 러시아군의 K-100이 그런 식으로 쏘는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인데, <사진9>는 바로 그 최첨단 미사일이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에 배치되었음을 말해준다.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제1017군부대는 미그(MiG)-29 전투기와 쑤(Su)-25 공격기로 무장한 최정예 항공군부대다.
 
▲ <사진10> 2007년 모스크바 공중무력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러시아군의 고성능 공대공미사일 K-100. 전투기에서 이 미사일을 쏘면 '하늘의 지휘소'를 격파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가 개발하여 인도에게 제작기술을 넘겨주어 전 세계에서 그 두 나라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이 자체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하였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10>은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공중무력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K-100인데, <사진9>에 나타난 공대공미사일과 똑같이 생겼다. K-100의 사거리는 400km, 요격고도는 30km, 요격비행속도는 시속 4,000km다.

공중경보통제기를 잡는 K-100의 제작기술은 러시아가 오직 인도에만 수출하였으므로, 이제껏 러시아와 인도만 그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 각국 공군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지만, 놀랍게도 북이 그와 동급인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을 자체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한 것이다.

그런데 <사진9>에 모습을 드러낸 그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은 유리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다. 북에서 유리관 속에 보관하는 무기는 오래 전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살펴본 ‘혁명사적무기’들이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첨단 공대공미사일이 북에서 ‘혁명사적무기’로 보관되고 있는 것은, 북이 그 미사일을 오래 전에 생산하였음을 말해준다.

‘공중지휘소’라고 부르는 공중경보통제기가 없으면 미국군 지휘부는 작전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북이 K-100급 공대공미사일을 쏘아 미국군의 ‘공중지휘소’를 격파하면, 미국군 작전상황은 통제불능상태에 빠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사진11> 2009년 12월 12일 태국의 돈므엉 공항에 억류된 그루지아 국적 수송기에 실린 미사일 완제품들. 그것은 북이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공중경보통제기 격추용 공대공미사일들이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2009년 12월 12일 오전 그루지아 국적의 수송기 한 대가 중간급유를 위해 태국의 돈므엉 공항에 착륙하였는데, 그 수송기를 검색하던 공항당국은 35t 분량의 미사일이 적재된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그 미사일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쪽은 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왜냐하면, <사진11>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 수송기에 실린 미사일 완제품들은 북이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K-100급 공대공미사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이 공중경보통제기를 잡는 K-100급 공대공미사일을 해외수출까지 하는 줄도 모르고, 한국군은 대당 5,000억 원씩 주고 미국산 공중경보통제기를 4대나 수입하였다.

<사진12>는 미국 군사전문가가 북의 지상대공중로케트 요격망을 그린 추정도인데, 붉은색 동그라미는 ‘번개-1’ 요격망이고, 파란색 동그라미는 ‘번개-3’ 요격망이고, 보라색 동그라미는 ‘번개-4’ 요격망이다. 그는 북이 ‘번개-5’를 실전배치하였을 뿐 아니라, ‘번개-6’도 개발한 것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북의 지상대공중로케트 요격망을 그처럼 부분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요격망을 제대로 그리면, 제주도 상공을 제외한 한반도 상공 전역을 뒤덮는다.
 
▲ <사진12> 붉은 색 동그라미는 '번개-1' 요격망, 파란색 동그라미는 '번개-3' 요격망, '보라색 동그라미는 '번개-4' 요격망이다. 이 사진에는 화승총 요격망, 고사포 요격망, 자행고사총 요격망, 자행화승총 요격망이 표시되지 않았고, '번개-5' 요격망과 '번개-6' 요격망, 그리고 '하늘의 지휘소'를 격파할 공대공미사일 요격범위도 표시되지 않았다. 이 사진과 달리, 북이 구축한 거대한 6중 공중장벽은 한반도 상공 전역을 덮고 있다. [자료사진= 2010년 6월 IMINT & Analysis]


이처럼 북이 구축한 거대한 공중방벽은 견착식 화승총 12,000기와 견인식 고사포 11,000문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강철밀림’ 속에 그 수량을 가늠할 수 없는 자행고사총(self-propelled anti-aircraft gun)과 자행화승총(장갑차량 탑재식 저고도 지대공미사일)을 조밀하게 실전배치한 것이고, ‘번개-1’ 270기, ‘번개-3’ 768기, ‘번개-4’ 200기 이상, ‘번개-5’ 450기를 합해 1,688기 이상의 지상대공중로케트를 조밀하게 실전배치한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공중지휘소’를 격파할 K-100급 공대공미사일까지 실전배치하였으니, 북의 방공화력밀도는 6중으로 겹겹이 포진한 철통같은 공중방벽이다. 이것은 그 어떤 공중무력도 뚫지 못하는 세계 최강의 공중방벽이 한반도 상공에 덮여 있음을 말해준다. 세상에는 내로라하는 몇몇 군사강국들이 있지만, 북처럼 여섯 겹의 방공화력밀도로 자국 상공 전역을 철통 같이 방어하는 군사강국은 찾아볼 수 없다.

북이 ‘원쑤 미제’라고 부르며 적대하는 미국은 자기의 방대한 공중무력을 ‘천하무적’이라고 이제껏 자랑해왔지만, 북이 구축한 세계 최강의 6중 공중방벽 앞에서 사실상 무력화되고 말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군이 북침공습에 동원할 공중경보통제기, 전투기, 폭격기, 무인항공기,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6종의 공중무력은 북의 6중 공중방벽에 걸려 마가을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세계전쟁사상 초유의 충격상황에 빠질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사실 하나만 보아도, 북이 미국과 맞붙는 전면대결전에서 반드시 이긴다고 공언한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2013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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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를 적에게 내주는 ‘이기적 물고기’ 발견

 

동료 적에게 내주는 ‘이기적 물고기’ 발견

 
조홍섭 2013. 07. 15
조회수 12추천수 0
 

중남미 담수어 실험 결과, 동료에 상처 입혀 추격하는 포식자 유인

하나 희생으로 무리 전체 이득, 적극적 이기적 행동 진화

 

Paul Bentzen _달하우지대.jpg » 중남미의 개울에서 무리지어 헤엄치는 두 점 아스티아낙스. 추격하는 포식자 앞에서 동료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이기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폴 벤첸, 캐나다 달아우지대

 

포식자를 늘 피해야 하는 동물이 무리를 이루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홀로 포식자를 감시하는 것보다 함께 경계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많은 눈 효과’가 나타난다.
 

포식자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이득도 있다. 포식자에게 쫓기더라도 무리 속에 숨어버리면 포식자는 누굴 추적했는지 헷갈릴 터이다.
 

그렇지만 무리 생활은 대가를 요구한다. 먹이를 함께 나눠 먹어야 하니 자원 경쟁이 치열해진다. 또 병원체에 감염될 위험도 커진다.
 

당연히 집단의 혜택은 누리면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무임승차 행동을 집단 안에서 응징하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무리가 유지될 수 없다. 뒤집어 얘기한다면, 안정적인 무리에서 이기적 행동은 결국 손해이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이기적 행동을 한 결과 무리 전체가 이득을 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브라질에서 소떼를 몰고 다니는 목동은 ‘식인 물고기’ 피라니아가 들끓는 강을 건널 때 무리 가운데 가장 값어치가 떨어지는 소를 먼저 물속으로 몰아넣는다. 피라니아가 이 소로 잔치를 벌인 뒤 다른 소를 안전하게 건네는 것이다. 자연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동이 관찰됐다.
 

univ louisiana.jpg » ‘두 점 아스티아낙스’. 열대어 테트라와 친척뻘이다. 사진=루이지애나 대학

 

브라질의 동물행동학자 등은 실험실에서 ‘두 점 아스티아낙스’란 담수어로 이런 적극적인 이기적 행동을 조사했다.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개울에 흔히 사는 이 물고기는 무리를 이뤄 동물플랑크톤과 식물 등을 먹는 온순한 물고기이다. 수족관에서 기르기도 하는데, “가끔 동료의 비늘을 먹는 행동을 하니까 조심하라”는 도움말을 주기도 한다.
 

연구진은 어항에 이 물고기 무리를 넣고 적극적으로 추격하는 포식자, 잠복하는 포식자, 물 밖에서 공격하는 조류 등 다양한 포식자가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exp3.jpg » 실험장치. 인기척 없이 인공으로 만든 포식 물고기 모형으로 실험 물고기 무리를 추적하도록 고안돼 있다. 사진=굴라르트 외, <동물 행동>

 

exp1.jpg » 실험에 쓴 잠복 포식자 모형. 사진=사진=굴라르트 외, <동물 행동>

 

포식자가 끈질기게 쫓아다니자 물고기 무리에 불안이 고조됐다. 어떤 한계를 넘자 무리 가운데 한 마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물고기는 피부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었다.
 

잠복하는 포식자나 물새가 있을 때에는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또 포식자와 무관한 낯선 물체로 물고기를 추적하는 대조 실험에서도 불안은 증폭됐지만 무리의 일원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행동이 무리 생활에서 나타나는 적극적인 이기적 행동의 새로운 사례라고 주장했다. 물고기 대부분은 피부에 화학적 경보 신호를 발산하는 특정한 세포를 갖고 있다. 물고기가 포식자에게 공격받아 피부가 손상되면 이 경보는 주변에 퍼져 무리의 다른 물고기들이 대피하도록 한다.
 

exp2.jpg » 피부가 손상됐을 때 경보 신호를 보내는 화학물질을 간직한 세포(화살표). 사진=사진=굴라르트 외, <동물 행동>

 

그러나 이런 신호는 포식자에게 강력한 유인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 실험에서 쫓기던 물고기들은 자신의 동료 가운데 하나에게 상처를 입혀, 그 화학신호를 맡은 포식자의 공격이 그리고 쏠리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 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적극적인 이기적 행동은 학습이 아니라 자신의 포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응한 진화의 결과로서 무리 생활이 지닌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대가”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oulart, V. D. L. R., Young, R. J., Selfish behaviour as an antipredator response in schooling fish?, Animal Behaviour (2013), http://dx.doi.org/10.1016/j.anbehav.2013.05.04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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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태’는 집중보도하면서 촛불은 외면? 서글프다

‘귀태’는 집중보도하면서 촛불은 외면? 서글프다
 
耽讀 | 등록:2013-07-15 09:07:52 | 최종:2013-07-15 09:10: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서울광장 촛불 가득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20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3일 서울광장에 촛불 1만여 개가 타올랐다(주최 측 집계는 2만2000여 명).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궂은 날씨에 비하면 엄청난 사람이 모인 것. 지난 주는 6000여 명이 모였다. 촛불이 점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만여 명이 궂은 날씨에도 촛불을 든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국내 정치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진을 보면 한 아이가 '국정원이 왜 법을 어겨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아이가 나와서 손팻말을 들 정도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위기 상태다.

나는 촛불을 든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을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방송사와 조중동 같은 보수 언론들은 관심이 없다. 촛불이 1만 개가 타오르는 데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을 보도했을까.

바로 '귀태 논란'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지난 1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에 비유한 것을 집중 보도하면서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조선일보>는 13일 자 '당 대변인이 당 끌어안고 동반 자살하자는 건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얼핏 들으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아버지 박정희 전(前) 대통령에 대한 저주(詛呪)처럼 들린다"며 "그가 저주하는 대상이 한 사람은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고 또 하나는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이 대통령을 했고 또 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자기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자기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고 한다면, 그를 어떻게 온전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랄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촛불 외면한 조중동

▲ 조선일보 인터넷판 조선다컴 14일 2시 30분현재 메인화면. 귀태 발언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당연히 촛불은 찾아볼 수 없다. ⓒ 조선닷컴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은 14일 오후 2시 30분 현재 '귀태 논란' 관련 기사를 첫화면에 올려놨다. 하지만 서울광장에서 1만여 명이 촛불을 들었다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귀태와 국정원 부정선거 중 어느 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일까. 귀태 발언도 분명 잘못이다.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은 아니다. 하지만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은 민주주의를 부정했다. 그러기에 '1만여 촛불 분노'를 실시간은 아니어도 다른 언론사를 인용해서라도 보도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게 언론이 할 일이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야당 원내대변인 사퇴 부른 막말'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존재 의미를 부인한 말이었다"면서 "자식인 박근혜 대통령도 불인정한다는 해석도 가능했다, 공당의 원내대변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사인(私人)으로서도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막말이었다"고 홍 원내대변인을 맹비난했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새누리당이 과거 야당 시절 막말을 한 것을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보다는 조금 나은 대목이다. 이 신문은 "야당 원내대변인 사퇴 부른 막말대통령 폄하 발언은 역대 야당의 고질(痼疾) 중 고질이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속사정이야 어떻든 그나마 발 빠르게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다행"이라며 "여당도 못 이기는 척 사과를 수용하고 국회 정상화에 나서라, 새누리당도 야당 시절엔 못지않지 않았나, 이번 일을 계기로 여든 야든 앞으론 절대 막말은 안 된다는 걸 절감했으면 한다"고 여야가 모두 막말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역시 1만여 촛불에는 관심이 없었다.

<동아일보>도 '대통령 모욕 '귀태' 발언, 미국 의회라면 어땠을까'라는 사설을 통해 "홍 원내 대변인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해 공인(公人)이 취해야 할 언행과 도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더구나 누구보다 말을 가려 써야 할 원내 대변인이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이라고 지칭한 것은 저질 폭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귀태'가 저질 폭언이라면 국정원 부정선거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저질행위다. 촛불시민 분노를 생생하게 전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동아일보>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귀태'에 집중한 방송사들

▲ 뉴스데스크 12일 자 보도화면 갈무리 ⓒ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는 귀태 발언 파문이 일었던 지난 12일 ''귀태 발언' 국회 파행... 홍익표 원내대변인 사퇴'와 ''귀태' 어떤 뜻으로 쓰였나?' 두 꼭지를 보도했다. SBS <8시뉴스>도 '귀태 파문 확산… 홍익표, 원내 대변인직 사퇴'와 '귀태 발언에 정치권 떠들썩… 무슨 뜻이길래?' 기사를 연이어 전했다. 하지만 역시 1만여 개 촛불이 켜진 지난 13일 서울광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분노한 '귀태'는 집중 보도하고, 발언 당사자를 향해 분노하면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촛불시민들 분노를 전하지 않는다면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고 할 수 있겠나. '국민의 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럼 KBS는 조금 다를까? KBS 뉴스에서 프로야구 이색시구는 찾아볼 수 있어도 촛불은 찾을 수 없었다.

"요즘 프로야구 인기만큼이나 큰 화제가 되는 것이 바로 시구입니다. 전 리듬체조 선수인 신수지는 이색 시구 한번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7월 13일 KBS <뉴스9> '이색시구 인기폭발' 중)

▲ 7월13일 KBS <뉴스9> 갈무리, 프로야구 '이색시구'는 보도해도, 촛불은 보도하는 공영방송 KBS 현재 모습이다. 그런데 이들이 수신료를 ⓒ KBS뉴스9

이게 2013년 7월 대한민국 신문·방송사들의 현실이다. 프로야구 시구보다 못한 1만여 촛불. 박근혜 정부로서는 방송3사와 조중동이 고마울 법하다. 하지만 민주시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단신으로도 보도하지 않는 언론사가 정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언론사인지 묻고 싶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분노했다. 참 서글프다.

"고속도로를 건너다 사고가 난 멧돼지도, 도봉산 등산로에 나타난 멧돼지도 뉴스에 떠들면서, 시청광장에 수만 개의 촛불이 밝혀져도 외면하는 언론과 방송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끄럽고 쪽팔린 줄 알아야 한다."(@p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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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노부스케가 만든 만주국 짝퉁 '박정희 정권'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 파문으로 결국 홍익표 의원이 대변인을 사퇴하였습니다. '귀태' 발언이 나오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난리법석을 펼쳤고, 언론도 '막말 파문'이라는 말로 이 모든 것을 그저 '망언'으로 규정하고 정치적인 공방으로 넘겨버렸습니다.

그러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발언의 본질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역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인용했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이 의미하는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일본 제국주의 그림자는 전혀 말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귀태'발언의 본질이 무엇이고,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만주국의 짝퉁, 박정희 정권'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알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역사는 어느 시대, 어느 국가일까요? 조선 왕조? 고려 왕조? 대한민국 임시 정부?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거쳐왔던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만주국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만주국은 황제가 있었지만, 그 시스템과 모든 운영은 일본군과 일본 관료들이 지배했던 나라였습니다. 만주국은 군부 엘리트와 관료, 일본 재벌이 지배하는 '중앙통제형 개발독재 시스템'의 국가였으며, 이는 대한민국 박정희 정권의 성격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대한민국은 일제 패망 후 많은 친일파를 거뒀는데, 그중에 만주군관학교 출신 백선엽,정일권은 대표적인 인물들입니다. 특히 박정희는 5.16군사쿠데타를 만주군관학교 1기 선배였던 이주일,김동하,윤태일,박임항,방원철들과 함께 주도했습니다.

 

 

 


일본이 만주국을 통해 중국인을 통치,억압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법이 '비민분리' 전략이었습니다. 이것은 항일 유격대의 근거지가 되는 촌락을 파괴하여 유격대의 존재를 없애는 방법으로 대한민국 공비 토벌 작전이나 베트남전에서의 토벌전술과 너무 유사한 전법입니다.

만주국이 중국인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던 병영,규제국가 시스템은 그대로 박정희 정권에 이어져, 국민교육헌장이나 재건체조,교련,주민과 공무원 동원한 조기 청소, 주민등록증 지문 날인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박정희 정권 정책 대부분은 만주국 정책과 유사했으며, 특히 박정희를 아직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사실 알고 보면 만주국에서 이미 실험했던 '산업개발 5개년 계획,북변진흥 3개년 계획'과 흡사한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과 만주국관련 계몽 포스터

 


만주국을 보면 통제와 억압이 있었지만, 경제 성장이라는 달콤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조선의 자본가들은 1929년 세계 대공황에서 가장 먼저 일본이 벗어날 수 있었던 '만주열'이라는 투기 바람에 몸이 달았습니다. (어쩌면 박정희의 만주군관학교 혈서 입학도 이와 비슷했을지도..)
 

일본은 만주국이 동아시아를 함께 건설하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했지만, 성공을 위한 침략 시스템에 불과했습니다. 독재와 억압을 통제하기 위한 만주국화협회의 조선 대표 이선근이 유신이념을 전파하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초대 원장이었던 점을 보면 만주국과 박정희 정권이 통치 시스템이 얼마나 유사한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그렇게 드높이 외쳤던 박정희 정권의 성공은 일본이 만주국을 통해 실험했던 정책을 이어받은 만주국 짝퉁 정권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친일의 역사에서 만주국 출신이 얼마나 대한민국을 지배했는지 안다면 단순히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장면 정부의 입안이었다는 말로 '귀태'를 변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장면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박정희가 실천했다는 변명은 그동안 박정희의 경제 업적을 칭송하다가 깎아 내리는 우스꽝스러운 작태일 수도 있다.>


'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박정희 정권과 만주국과의 연결을 말할 때 빼놓으면 안 되는 인물이 기시 노부스케입니다. 기시 노부스케는 "만주국은 내가 그린 작품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 말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만주국은 황제와 국무원 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총무청이 있었습니다. 만주국을 운영하는 총무장관은 실권 없는 만주인이 맡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력자는 바로 일본인 총무청 차장이었고, 기시 노부스케가 총무청 차장이었습니다.


만주국을 움직였던 기시 노부스케는 A급 전범이었지만, 기소되지 않고 석방되었습니다. 도조 내각의 전쟁 연장을 반대하며 계속 전쟁을 주장했던 그는 어떻게 기소도 되지 않고 집에 가서 가족들과 참치회를 먹었을까요?

미국 CIA의 전신이었던 OSS 요원은 감옥에 있던 기시와 접촉했고, 이는 미국이 만주국을 움직였던 기시의 능력을 우대하여 일본을 미국의 손바닥 위에 놓고 요리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유유히 풀려난 기시 노부스케는 일본 자민당을 결성했고,1957년에는 총리까지 됐습니다. 그는 일본 정치를 움직인 인물 중의 하나였으며,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에서 절대 빠지지 않고 관여했습니다.

 

 

 


기시 노부스케와 빅정희의 연결고리는 야쓰기 가조오라는 만주국 관리와 유태하,김동조라는 일제 내무성 친일파 출신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의 박정희를 수상 관저에서 만난 기시는 그를 가리켜 '젊은 군인들이 정치,경제를 몰랐으며, 일본 정치인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왔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습니다.

기시는 자신의 총리 재임 시절에 한일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에 안타까워하며 친동생 사토 에이스쿠에게 한국과의 협력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그들의 침략 행위에 대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한다는(한일 부속협정 1조) 조건으로 무상자금 3억 달러,2억 달러 유상 재정 차관, 3억 달러 이상의 상업차관을 한국에 제공했습니다.

김대중 납치사건으로 일본과의 협력이 무산되려고 했을 때 나선 것도 기시 노부스케였다는 사실은 한일 양국 문제는 물론이고, 외교,정치,사상에 이르기까지 기시 노부스케가 박정희는 물론이고, 대한민국까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친일의 역사는 대를 이어 이어진다'

박정희가 친일파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박정희가 동네 면서기로 그저 자신의 입에 풀칠하기 위한 친일을 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대한민국을 움직인 모든 일에 친일적인 행각을 벌인 점이 문제입니다.
 

 

 

▲일본TV에서 방영된 박정희 다큐 한 장면.

 


1961년 박정희는 대한민국 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고, 이케다 수상이 주최하는 만찬에 만주군관학교 교장이었던 나구모 신이치로 (南雲親一郎)장군을 초청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박정희는 나구모를 만나자 큰절을 하며 술을 따랐습니다.

"선생님의 지도와 추천 덕분에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라고 박정희가 말을 한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그가 만주군관학교를 거쳐 일본육사를 나와 만주군 인맥을 통해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으니 팩트는 맞습니다.

그러나, 한 국가의 지도자라고 추앙받는 인물이 군사쿠데타에 성공하고 대통령 직전에 있던 시기 (당시는 최고회의의장) 자신의 성공이 만주군관학교 일본인 교장 때문이라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치욕스러운 역사입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입니다. 그는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헌법개정을 '자민당의 60년에 걸친 염원'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일생의 업이었던 '일본 재무장'을 실현하는 일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군 강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면담에 소극적인 이유는 아버지 박정희가 기시 노부스케와 체결했던 한일 부속 협정 1조 ‘양국의 모든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버지의 업적을 딸이 망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 자민당 의원은 2006년 "아베 총리는 서두르지 않고 한국의 다음 정권을 기다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각주:1] 박정희의 롤모델이었던 기시 노부스케의 인연은 그대로 아베와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TV광고의 한 장면


'귀태'라는 발언의 문제점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과거가 아닙니다. 현재 일본 군국주의 침략 전쟁의 자손과 군사쿠데타 독재자의 딸이 한일 양국 정상에 있다는 부분입니다.

과거 왜 만주국의 역사가 한국사에서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대한민국 보수,우익이 추앙하는 전직 대통령이 알고 보면 일본 시스템을 그대로 베낀 짝퉁업자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쩌면 박정희의 친일은 그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친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정책을 펼친 일본의 교묘한 명품전략(?)에 짝퉁이라도 만들어 성공하겠다는 어리석은 인간의 삐뚤어진 욕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짝퉁보다는 품질 좋은 대한민국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과 친일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새누리당과 보수우익이 그럴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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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맨발 시국선언..국정원 때문에 민주주의가 죽었다

 

 

 
 
빗속에 맨발로 외치는 교고생들의 외침, 불꽃이 되어라
 
이호두 기자
기사입력: 2013/07/15 [00:35] 최종편집: ⓒ 자주민보
 
 

14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앞에서 고교생들의 '맨발 시국선언'이 있었다.
전남 무주 푸른꿈 고등학교 고교생 40여명은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으로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 무주 푸른꿈 고교생 광화문 맨발 시국선언 현장 © 이호두 기자


























이 날 푸른꿈 고등학교 김태영 양(19)은 시국선언문 낭독을 통해 저먼 무주에서 서울까지 상경하여 맨발로 시국선언을 하게된 이유 세가지를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밝혔다.
 
▲ 여고생 김태영, '언론은 침묵하지 말고 국정원 선거부정 사태를 밝혀주십시요' © 이호두 기자


























첫째, 국정원 대선개입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깨끗해야 할 선거가 국가기관에 의해 혼탁되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며 국민의 절반은 ‘종북좌파’, ‘빨갱이’가 되도록 하며 여론몰이를 주도하였다.

둘째, 주요 언론의 침묵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바로 전하지 않으며 국민들의 관심사를 돌리려고 하는 해괴한 사태를 벌여 놓았다.

셋째, 경찰 측의 은폐 축소수사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은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수사에서 경찰로써 모순적이며 황당한 행각을 벌여 놓았다.
 
▲ 민주주의를 되찾자고 외치는 고교생들 © 이호두 기자












































또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현 사태를 해결 하기 위해 ■ 수사 은폐 및 축소한 경찰 측 관계자 문책 및 처벌 ■ 존재 의의를 상실한 현 국정원 전면 개혁 실시 ■ 전 국정원장 원세훈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하여 구속기소 ■ 사실을 묵인한 언론들 진상규명 ■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 사건에 대한 진실과 수사현황을 국민에게 밝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 할 것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시국선언서 발표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 질의 응답을 통해 '고등학생이라 하여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수용할 수 없다. 고등학생 또한 국민이기에 맨발로 뛰쳐나왔다'며 고교생들도 미래에 대한민국을 짊어질 국민이 되고,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참지못하고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고교생들은 원하는 친구들만 자비로 교통편을 이용하여 왔다고 밝혔다.
 
▲ 푸른꿈 고교 학생회장을 격려하는 서울의소리 백은종 편집인 © 이호두 기자


























푸른꿈 고등학교 학생연대는 이 기자회견 직전 서울의소리 www.amn.kr 백은종 편집인에서 취재협조 요청을 보내왔다. 이에 현장에 참석하여 학생들의 시국선언을 듣고 인터뷰를 진행한 백 편집인은 "어린 학생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의와 용기를 언론인들이 배웠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최근 국정원 규탄 촛불 현장에 JTBC 등 방송사 기자들이 취재를 해가고도 막상 어떤 이유에서인가 실제 방송을 타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에 대해 백은종 편집인은 "언론이라면 진실과 사실을 보도할 수 있는 양심과 열정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두려워 한다"고 일갈하며 10대 고등학생들도 불의에 참지못하고 맨발로 나오는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 현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밀던 JTBC 기자 © 이호두 기자


























이 날 고교생 시국선언에는 서울의소리를 비롯 종편 JTBC,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등 다수의 매체가 찾아와 우중에서도 그들의 외침과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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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대통령이 제안한 공동어로구역 지도 공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7/15 09:34
  • 수정일
    2013/07/15 09:3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호중 의원 "박대통령 사과하고 국정원장 즉각 해임하라"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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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15 08: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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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윤호중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한 <남북한경제공동체 구상> 문서에 포함되어 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지도와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이 제기한 지도, 남북 장성급군사회담에서 북측이 제기한 지도를 14일 공개했다.

윤호중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이 등면적으로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남북정상회담에 뒤이어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군사회담에서도 이러한 방침을 일관해서 지키고 있다”면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열린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제안한 이 지도의 남북공동어로구역을 북한에 관철시키려다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지도. [자료제공 - 윤호중 의원실]
 
   
▲ 2007년 11월 제2차 국방장관회담 당시 우리 측이 제시한 지도. [자료제공 - 윤호중 의원실]
윤 의원이 제시한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지도에는 NLL을 기준을 남북 수역이 맞물리는 직사각형의 공동어로 수역이 네 군데 표시돼 있으며, 전체 남북측 면적이 같은 등면적의 원칙이 적용돼 있다.

 

2007년 11월 2차 국방장관회담 당시 우리 측이 제시한 지도 역시 NLL을 가운데 두고 4군데의 공동어로 수역이 등면적으로 제시돼 있다.

 

   
▲ 2007년 12월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북측이 제시한 지도. [자료제공 - 윤호중 의원실]
 
   
▲ 남측과 북측이 제안한 공동어로구역 비교도. [자료제공 - 윤호중 의원실]
이에 비해 북측이 같은 해 12월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제출한 지도에는 NLL을 기준선으로 남쪽으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12해리 기점 사이의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윤호중 의원은 “이러한 지도들을 보면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등과 국정원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잘 알 수 있다”며 “이제 NLL과 관련한 정쟁을 끝내고,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등 헌정질서 문란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을 것,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부처의 국기문란과 국민기만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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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태’논란, 가장 불편할 사람은 누구일까?

 
 
 
 
대통령의 수치심과 맞바꾼 정국주도권
 
정주식 | 2013-07-14 07:56: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민주당 홍익표 의원>

'귀태(鬼胎)'라, 기막힌 인용이다. 저자의 촌철살인에 박수를 보낸다. 어제 하루 때아닌 귀태논란으로 정국이 들썩였다. 11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을 언급하며 "책에 '귀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근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행보가 남달리 유사한 면이 있다.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구시대로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고 있고, 박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을 향한 신랄한 비난을 쏟아냈다.

야당의 원내 대변인이 국회에서 저런 원색적인 비난을 한 것이 옳은 행동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저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느꼈을 감정은 분노가 아닌 부끄러움이었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은 달랐다.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통해 민주당을 향한 격노를 쏟아냈다. 어제 청와대 이정현 대변인은 홍 의원의 '귀태'발언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규정했다. '귀태'와 그런 것들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청와대가 발끈한 까닭은 '귀태'라는 말을 '귀신의 자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같은 뜻으로 직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 인용된 표현의 적절성에 대해 판단하려면 사전적 의미가 아닌, 원저자가 표현한 비유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 어제 홍 의원이 언급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에서 '귀태'가 사용된 맥락을 보면 이 말이 조롱이나 비하라기보다는 매우 날카로운 촌철살인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시 노부스케(왼쪽)와 박정희. 출처 한겨레>

<대일본 만주제국의 유산>이라는 원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귀태들(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을 낳은 모성(母性)이 만주국에 있다고 말한다. 만주국의 기형적인 유산을 물려받아 한일 양국의 정치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여기서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로서의 박정희가 아닌, 만주국의 유산을 물려받은 정치인 박정희를 말한다.

 

흔히 만주국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따라붙는 수식어가 괴뢰국(傀儡國)이란 표현이다. 만주국은 20세기 세계사에 등장했던 국가중 가장 괴상한 형태를 가진 국가였다. 날조된 만주 철도 폭파 사건을 계기로 탄생된 만주국은 2차대전 패망전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침략 전초기지이자 병영국가의 실험실로 '활용'되었다.

"계획경제, 수출 주도, 농촌진흥, 중화학공업 육성 등 전후 일본과 한국의 압축적 정치·관료 주도 성장전략과 한국의 새마을운동,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조회, 군사교육, 충효교육, 국민교육 헌장, 퇴폐풍조 단속, 반상회, 고도 국방 체제를 위한 총력안보 체제 따위의 통제장치들이 모두 만주국 실험을 거친 것들이었다." 한겨레 인용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는 만주국의 유산을 이용해 정치적 영달을 이뤘다. 저자의 '귀태'라는 표현은 이것이 한일 양국에 가져왔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비유인 것이다. 나는 근대사에서 사라졌어야 할 만주국의 기형(畸形)을 이용해 정치적 영달을 이룬 만주국의 후예들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 관련글 - 아베의 야스쿠니와 박근혜의 5.16

<양국의 우경화를 이끌고 있는 두 정치인>

어찌됐든 청와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말을 인용한 사람을 탓하기 전에 저자를 고발하는게 먼저다.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의 관계, 유사성에 관해 언급한 책은 수십수백권에 이른다. 청와대는 줄소송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럴 수 없다. 홍익표 의원의 입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박정희 대통령이 만주군 장교로 복무했다는 사실을 기록한 책과 논문, 기사와 구전 모두를 없애는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분서갱유(焚書坑儒)를 하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문제가 지나치게 '예의'나 연좌제의 문제로 함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다. 대통령이 '귀태'발언을 불편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불편함이 금기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만약 이완용의 자녀들이 아버지를 ‘매국노’라 부르는 사람들을 모두 고발한다면 어떨까? 이완용의 자녀들은 아버지를 매국노라 손가락질하는 세상이 못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녀들의 불편함’ 때문에 이완용을 매국노라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같은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이 느낄 수치심이나 불편함 때문에 국민들이 다까끼마사오에 대해 쉬쉬할 이유는 없다. 이완용의 매국행적과 다까끼마사오의 만주군행적이 갖는 공통점은 단죄하지 못한 과거라는 점이다. 이것이 금기가 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연좌제는 분명 철폐되어야 할 구습이다. 그러나 연좌제라는 비판이 성립하는 경우는 선대의 부덕이 후대에 와서 사라진 경우다. 아비의 부덕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딸이 아비에 대한 비난에 대해 "연좌제다"라고 항변한다면 그걸 누가 인정하겠는가. 어제 홍 의원이 '귀태'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지적하고자 했던 부분 역시 이것이었다.

대통령의 수치심과 맞바꾼 정국주도권

새누리당은 귀태발언에 맹공을 취함으로써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일시적으로나마 역전시키고 정국주도권을 빼앗아 왔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찾아온 '귀태정국'이 가장 불편한 사람이 누구일까? 어제 하루 어떤 식으로든 미디어를 접했던 사람들은 모두 귀태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즉, 다까끼마사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홍익표 의원이 다까끼마사오의 무덤에 살짝 ‘노크’를 했다면, 귀태정국을 주도한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그의 관뚜껑을 열어 재낀 것이나 다름없다.

'귀태'란 말이 가장 불편했던 사람은 역설적으로 귀태정국에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본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다. 논란이 된 '귀태'라는 말의 본질은 '귀신의 자식'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그가 독립군을 때려잡던 만주국장교였다는 사실에 있다. 아버지의 과거행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귀태’논쟁이 달가울 리 없다.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그에게 아버지의 치부 다까끼마사오의 과거가 들춰지는 것만큼 불편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귀태'발언에 맹공을 퍼부으며 '귀태정국'을 조장했다. 대통령 개인의 불편함과 수치심을 정국주도권과 맞바꾼 것이다. 홍 의원의 '귀태'발언이 나온 뒤 청와대 대변인의 입장이 발표되기까지의 22시간은 아마도 이것에 대한 대통령의 고뇌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청와대가 '귀태'를 정략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그들이 국정원정국에서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귀태'논쟁에서 발견되는 대통령의 한계가 있다. 그가 MB와의 선긋기는 가능할지 몰라도, 아버지와의 선긋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의 불행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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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의 싸움이 시작된 순간, 모두가 내 적이 됐다"

 

[정치경영연구소의 '自由人']<37>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7-14 오후 12:53:17

 

 

누가 고고한 안동의 선비를 이토록 분노하게 했나. 어떻게 해서 그는 기득권이 건드리지 않으려는 재벌의 문제, 그것도 삼성의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게 됐나. 그것도 정부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연구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나는 한 번도 내가 진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개혁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다만, 내가 그동안 정통 경제학을 하면서 배운 것이 우리 경제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내가 배운 바대로 경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나보고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놈이라며 색칠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시장경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시장경제가 재벌 때문에 제대로 안 돌아가는 데에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다. 다만 어떤 사람이 정당하지 않게 잘 먹고 잘 산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바꾸자고 하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좋은 경제이다. 대한민국 5퍼센트에 속하는 정통 경제학을 한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시장경제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의 독식은 죄악이다.

"학자가 글을 쓸 때는 이상적인 수준까지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 문제를 다 고려해서 여기까지만 하자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학자는 해야 할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는 거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할 것인지는 현장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진보적인 학자들이 우(友)가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보다 훨씬 세게 좌(左)로 이야기를 해줘야 중간에라도 타협을 하고 좌 쪽으로 조금이라도 올 수 있다."

학자란, 자신이 학문하는 분야의 진보 보수의 양 끝 사이에서 진보와 보수의 중간 언저리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상(理想)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맞다. 그것들 사이에서 최종 타협을 하는 것은 정치와 행정의 몫이기 때문이다.

"계속할 거다. 여론을 환기시키고 사회가 바뀌도록 노력할 거다. 그것이 현실에 참여한 학자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큰 바위 얼굴이 나와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나도 곧 은퇴할 날이 다가오는데, 남은 기간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충성하고 도와줄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란다. 끝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내게 남은 모든 것을 바쳐서 불사를 수 있는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이 정부가 끝나기까지 아니, 그의 모든 것을 바쳐서 충성하게 될 백마 탄 초인이 나온 이후에도 이동걸 교수의 쓴 소리는 계속될 것 같다. <편집자>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표 경제민주화가 허구인 이유", "박근혜, 잘못된 경제인식도 문제다", "'박근혜 불가론'의 11번째 이유" 등의 제목으로 <한겨레>에 칼럼을 썼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후에도 "위기의 근혜노믹스", "박근혜식 창조경제, 성공할까?" 등 박근혜 정부에 계속 쓴 소리를 하고 있다. 권력이 이미 넘어간 상황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내는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 불안하지 않나.

내가 그 사람들한테 잘 보일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잘 보인다고 뭐 얻어먹을 게 있는 것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거나 불안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민주당이 잘할 거냐 못할 거냐는 것을 떠나서 새누리당과 '박근혜'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박근혜를 반대했던 이유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우리나라가 많이 망가졌는데,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앞으로 이 나라가 더 퇴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대한민국 50년 발전사에서 분명 '박정희'가 기여한 바는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다시 박정희를 불러낼 만큼 후진국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내가 대학 다닐 때 박정희가 대통령이었는데, 내 딸이 대학을 다니는 요즘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가 온 건 정치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권은 야당의 아젠다를 훔쳐 쓰면서 이겼고, 야당은 모든 것을 도둑맞고 바보처럼 졌다.
 

▲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도 칼럼을 쓰면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못 써서 "박근혜가" "박 대통령이"라고 썼더니 신문사에서 자꾸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꾸더라. 아직까지 이게 내 심정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고 5년간 그 자리에 있을 텐데, 이 기간에 우리나라가 더 퇴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라도 너희가 약속한 걸 제대로 지키라는 차원에서 '누군가는 계속 쓴 소리를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경험한 것이 있다. 그동안 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됐고, 상당히 성숙해졌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한 사람의 생활을 악의적으로 좌지우지하지는 않는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생활을 중단할 만큼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적어도 그런 식으로 치졸하게 국민들을 괴롭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밥통 공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의 생계에 위협을 주며 협박했다. 금융연구원장직을 임기 중에 그만두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학교로 갈걸, 그러면 적어도 65세까지는 안전할 텐데...'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불안한 것은 아니다. 수입이 상당히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못 벌어먹는 것도 아니고, 또 박정희 시절처럼 사람을 잡아다 죽이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핍박과 감시는 있고 직장에서 밀어내는 생존의 문제는 심각하다. 나야 어디 가든 밥벌이는 할 수 있지만, 일반 국민에게 이런 생계의 위협은 정말 큰 것이다.

국가 권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에서 경험했지만, 박근혜 정권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개인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힘들진 않나.

더 이상 쫓겨날 데가 없다. 지금 있는 학교의 계약기간이 다 되어서 여기에 더 있을지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지 모르겠지만, 어디든 가서 강의하고 글 쓰면서 살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예순이니 몇 년 만 더 일하면 된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생활을 위해서 최소한의 돈은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하든 생계는 유지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는다.

다만,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연구원장을 하면서 돈에 관해서는 굉장히 신경 썼다. 단 한 푼도 연구원 돈은 건드리지 않았고, 세금도 다 찾아서 내려고 했다. 분명히 상대편에서 뒷조사해서 허물이 있으면 협박을 할 것이고, 여기에 조ㆍ중ㆍ동이 달려들어 죽이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움직임을 느끼기도 했다. 직원들이 아프면 금일봉을 주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영수증 처리를 할 수 있는 꽃이나 과일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나도 병원 생활을 해봤고 우리 아버지·어머니가 병원 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병원 생활은 정말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내 월급에서 50만 원, 100만 원을 빼서 금일봉을 주는 식으로 직원들 신경을 많이 썼다. 이렇게 신경을 썼다는 것 외에는 별것이 없다.

금감위 부위원장 시절과 금융연구원장 시절 비판했던 '투자유가증권평가이익', '금산분리완화정책' 등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 순간 모든 사람이 내 적이 됐다"라고 말했듯이 삼성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반드시 짚어야 할 핵심 문제는 무엇이었나.

2004년 금감위 부위원장 시절, 내가 삼성과 부딪혔던 것은 투자유가증권평가이익이라는 것이었다. 재벌들은 항상 돈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은행을 갖고 싶어 하는데, 재벌의 은행소유는 은행법으로 금하고 있다.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후 제일 먼저 한 것이 삼성에서 은행을 뺏고 재벌의 은행소유를 금지한 것이었다. 그 당시 한일은행인가를 삼성이 지배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은행 다음으로 돈이 많은 곳이 생명보험사인데, 재벌이 은행을 못 갖게 했더니 삼성이 생명보험에 눈독을 들였다. 삼성은 삼성생명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방생명을 인수해 지금까지 키웠다. 그리고 그 생명보험사의 돈으로 계열사를 늘리면서 성장했다. 그중에 가장 성공한 게 삼성전자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갖고 삼성그룹의 홀딩 컴퍼니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모두 삼성생명 돈으로 투자를 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삼성생명 돈은 이건희 회장의 돈이 아니라 계약자의 돈인데, 계약자의 돈으로 투자를 한 것이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지분을 계약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회계를 조작해 주주와 회사의 몫으로 전부 돌리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당겨간 돈이 4조 원 가량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엔 2조 원 정도인 줄 알고 터뜨렸는데, 조사하다 보니 4조 원 정도로 늘었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당시 내가 삼성에 전달한 메시지는 "이 건을 가지고 너희를 분리할 생각은 없다. 다만 계약자의 돈을 탈취해 간 것만큼은 계약자의 이익보호 차원에서 계약자 몫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일은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침해한 문제이기 때문에 계약자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1차적 목적이었다. 물론 재벌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더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재벌 개혁'과는 별건이다. 그런데 삼성에선 그것을 재벌 개혁으로 본 것이다.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됐고, 그 순간 모두가 내 적이 됐다.

핵심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밖으로 터뜨릴 때 마음이 어땠나?

우연히 사건의 전말을 알게 돼 검토하다 보니까 삼성이 회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게 확실해졌다. 처음에는 감독원 보험팀을 데리고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사보타주(sabotage, 고의적인 사유재산 파괴나 태업 등을 통한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검토해서 가져오라고 하면 그 다음에 똑같은 것을 가져오고, 왜 일이 진행이 안 됐냐고 하면 준비 중이라고만 하고, 일주일 뒤에는 또 같은 것을 가져왔다. 내가 위원장이었으면(당시는 감독원장 겸임이었다) 그놈들을 파면시키든지 좌천시켜버리고, 새로 팀을 구성하면 되지만 내게 인사권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거기서 접고 혼자 한 3~4개월을 고민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 일을 터뜨리면 삼성이 죽자사자 달려들었을 텐데…. 여기서 내 주장이 조금이라도 틀렸으면, 나는 그날로 생매장되는 거였다. 감독원은 등을 돌렸지, 나 혼자서 싸워야 할 싸움인데 삼성의 힘이 얼마나 센지는 알고 있지, 사실 겁도 많이 났다. 그렇지만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관련 전문가들에게 이 일이 삼성 건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이런 건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으면, 열이면 열 "그것은 이동걸 박사 말이 맞다"며 내 의견에 동조했다. 그렇게 확인 작업을 거치고 난 후에 터뜨린 것이다.

좀 변칙적으로 기자들과 밥을 먹으면서 이 사실을 터뜨렸는데, 신문에 보도된 이후부터는 많은 학자들이 거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걸 꺼렸다.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는 말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10명 중에 8~9명이고, 나머지 1~2명은 내가 틀렸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내 욕을 하기 시작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뒤에서는 내가 틀렸다고 수군대고 다녔다. 그래서 일일이 그들을 다 만났다. 일부 보수 학자들은 나더러 "이동걸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로 분란을 일으킨다"라고 말해서 조목조목 반박해줬다. 어느 교수는 생명보험학회까지 동원해서 내 욕을 해서 직접 가서 정면으로 싸우려고 했다.

결국 금감위원장까지 나서 "부위원장님이 거기에 가서는 안 된다"고 말려서 못 갔지만, 몇몇 학회장들과 교수들에게는 직접 만나자고 했다. 그중에 한 사람이 나를 만나는 자리에 '내가 자기 욕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만큼…'이라면서 신문 기사를 가지고 나왔다. 증인을 세운다며 내 고등학교 선·후배와 교수들 몇 명까지 데리고 나왔다. 나는 그동안 한 번도 그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욕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그 신문 기사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런데 끝까지 보여주지 않더라.

내가 "도대체 뭐가 불만이냐? 내가 뭐가 틀렸냐?"라고 물어보니, 한 시간 동안 내가 틀렸다는 얘기는 못하고 주변적인 이야기만 했다. 끝까지 들었더니, '이 친구가 나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는구나. 자신이 없는 게로구나'하는 감을 잡았다. 그래서 "그러십니까. 말씀 다 하셨습니까?"라며 "그럼, 이제 내가 말하겠습니다"하고는 20분쯤 나는 이런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것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딴소리하면, 그때부터 당신과 내가 공개적으로 한판 붙을 각오를 해라"고 했다. 그랬더니 "뭐, 싸우자는 게 아니고..."라면서 말끝을 흐리더라. 그 다음부터는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얘기를 안했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이론적으로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제압하고 났더니, 그 다음에는 "이동걸은 일을 시끄럽게 처리한다"라며 나를 욕하더라. 한번은 청와대 고위 공무원에게 불려 가서 "일 좀 조용히 처리하라"는 말을 들었다. 경찰이 강도질을 한 놈을 잡아 쇠고랑을 채워 가는데, 그놈이 조용히 안 가고 반항하면서 시끄럽게 한 것을 경찰 탓하는 셈이다. 그것은 경찰이 잘못한 게 아니다. 박정희식으로 하면 시끄럽게 못 하게 입에 재갈 물리고 쥐어박아서 데려가는 것인데, 민주적으로 하려다 보니까 발악하고 난동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범법자가 조용히 해야지 어떻게 경찰이 조용히 하느냐?"라고 했다. '금감위 부위원장'이라는 공권력이 정당한 이유와 절차를 따라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할 때는 그것을 위배한 자가 마땅히 따라와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삼성의 반응은 어땠나?

내가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있었을 때 재벌계열 금융기관들의 법규위반사항을 여러 건 적발해서 시정도 하고 처벌도 했다. 그 때 경험에 의하면, 보통 다른 재벌들은 법을 어긴 게 적발되면 순순히 정부의 시정명령에 따른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따르는 척이라도 했다. 그런데 삼성은 달랐다. 정부를 이기려고 하더라. 아니면 다른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나를 잡으려고 그랬던 건지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이 건으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삼성생명 계약자들인데, 어림잡아도 수백 만 명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삼성생명이 편법으로 가져간 4조 원을 나눠 가져봐야 각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덜하고 실제로 이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삼성만 직격탄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기 때문에 죽자사자 달려들었다.

삼성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기업으로 크면서 공을 세운 것도 물론 많지만, 그만큼 힘이 세지면서 여러 과도 저질렀다. 그것을 고쳐야지만, 우리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 재벌이 잘한 면을 바꾸자는 게 아니라, 재벌의 부정적 측면을 바꾸자는 것이다. 많은 재벌들이 다른 중소기업들이 기여한 부분을 뺏어가면서 자기네들이 제일 많이 기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주체들이 경제 행위를 못하게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경제 잠재력을 죽이는 것이다.

환율이 오를 때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재벌들은 떼돈을 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에게는 환율이 오른 만큼 원자재의 부품 값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만큼을 더 뺏어간다. 국민들은 높은 물가만큼 그것을 지불하면서 재벌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보조해 준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고 힘이 없는 중소기업들이다. 나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왜 재벌을 편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 말처럼 정상적으로 시장경제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들이 각자 기여한 만큼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이상으로 가져가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이다.

재벌의 힘이 엄청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 집중을 막을 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재벌의 집중화된 힘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러 해 전부터 계속 '기업생태계' 이야기를 해 왔다. 자연적이고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센 공룡들이 너무 설치고 다녀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키워야 하고 대기업의 포악함을 제어해야 한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우리의 생명력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건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다. 2000년대 들어 10년간 중소기업에서 300만 개의 일자리가 나왔고, 대기업에서는 50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기업의 흐름을 보면, 벤처에서 시작한 기업이 큰 기업으로 커 나갈 때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만 일단 그 기업이 성숙하면 더는 일자리가 안 생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이제는 성숙한 기업이 되어 버렸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새로 내놓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자꾸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여론이 형성된다. 심지어 이제는 박근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계속 우리나라는 30대 재벌이 아닌 300대, 3000대 기업 체제로 가야 한다고 하는 거다. 우리가 만약 재벌이 우리를 먹여 살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들을 옹호한다면 절대로 재벌개혁을 못 한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를 먹여 살리지 않는다. 실제로 재벌이 없는 영역에서 새로운 대기업이 나왔지 않나. 미래에셋과 웅진 등의 기업이 그랬고, 게임 산업에서도 큰 기업들이 많이 나왔다. 다행히 재벌 따님들이 게임을 안 해서 그 산업이 컸다(웃음). '햇반'을 만든 것을 보면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창조적인지 알 수 있다. 재벌이 생각하지 못한 영역에서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희망적이다.

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그만둘 때도 그랬고, 2009년 금융연구원 원장을 그만둘 때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다가 결국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나.

함부로 자리를 던지고 나온 적은 없다. 내가 여기서 조금만 굽히고 더 할 것인가, 아니면 그만두더라도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할 것인지 마지막까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결정한다.

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마지막으로 삼성 건을 시작할 때 기자들에게 "지금 내가 삼성을 건드리면 이 자리에서 3개월을 못 버틴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이것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내 양심에 의해 이 일을 그냥 덮고 갈 수는 없었다. 내가 그냥 한 번 눈 감으면 그걸로 영원히 덮고 가야 하는 일이었다. 두 번째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정재 금융위원장이 나가고 윤증현이라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나를 승진시키지 않았을 때 '아, 노 대통령의 금융개혁·재벌개혁은 여기서 끝났다. 나보고 더 이상 일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구나' 싶었다.
 

ⓒ프레시안(최형락)


금융연구원장으로 반년 정도 머문 후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었는데, 그때부터 사퇴 압박을 많았다. 버티려면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었겠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 내부에서도 티격태격하면서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그것들을 잘 해주지도 않으니 나중에는 "청와대랑 한 판 붙으려는 거냐?"는 소리도 듣고 협박도 받았다. 내가 부위원장을 할 때 은행에서 전무, 상무 하던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자 은행장이 되어 정부의 사주를 받고 나더러 그만두라고 공격해왔다. 그래도 임기가 3년인데 절반은 넘겨야지 하는 생각으로, 2007년 7월 14일에 취임해 딱 1년 반인 2009년 1월 15일을 넘기고 보름을 더하고 사임했다. 버틸 만큼 버티고 나온 것이다.

나는 어떤 문제 앞에서 여러 고민을 하는데, 기왕 문제를 해결할 때는 최대한 미는 데까지 밀어 보자는 주의다. 예를 들어 학자가 글을 쓸 때는 이상적인 수준까지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 문제를 다 고려해서 여기까지만 하자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학자는 해야 할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는 거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할 것인지는 현장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이상적인 수준을 두고 현재의 상태에서 최대한 이상적인 상태로 밀어 보자는 게 우리 쪽이고 반대로 최대한 현 상태를 지속하자고 하는 쪽이 보수다. 여기서 바로 행정의 중간타협이 필요한 것이다.

금감위에 있을 때 친한 선후배 동료였던 김상조, 전성인, 윤석헌 교수 등이 "밖에서 우리들이 너무 세게 얘기하면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기에 "당신네들이 약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더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보적인 학자들이 우(友)가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보다 훨씬 세게 좌(左)로 이야기해줘야 중간에라도 타협하고, 좌 쪽으로 조금이라도 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내 입장을 고려한다고 해서 적당히 이야기한다면, 우 쪽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내 욕도 하면서 세게 말해야 나도 저쪽으로 가서 "나도 욕먹어 가면서 당신네들과 타협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게 바로 행정의 묘미이다.

행정을 그만두고 학자로 나왔을 때는 직접 왼쪽의 이야기를 더 해야겠다 싶어서 나온 건가?

일단 나왔으니 내 위치로 돌아가서 원래 주장하려던 바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래야 이쪽으로 조금이라도 끌고 올 수 있다. 어차피 좌가 집권하든 우가 집권하든 간에 양쪽이 하고 싶은 대로는 다 못한다. 중간에서 조금 더 좌로 가느냐, 우로 가느냐 정도의 차이다. 양쪽에서 싸우다가 결국 중간 어디쯤에서는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계속 떠들어 줘야 한다.

언론이나 학자들 사이에서 삼성 문제나 재벌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에도 일종의 '호기' 같은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삼성의 문제나 재벌 개혁의 이야기가 뜸하다. 정권이 바뀌어서 그런가?

우리 사회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에게 애증(愛憎)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애(愛)라는 건 그래도 저만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해서 우리 경제를 끌어왔다는 것이고, 증(憎)은 저들이 갑 노릇을 하면서 을에 대한 착취를 해왔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애가 더 득세하고 어떨 땐 증이 득세한다. 바로 증오가 득세할 때가 재벌개혁을 할 호기다.

1997년 경제위기를 맞고 몇 년간은 재벌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서 확실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많은 개혁적 조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재벌들이 반격하기 시작했다. 모든 상권을 다 집어 먹는데, 이제는 먹다 먹다 먹을 게 없어서 동네 라면집, 떡볶이집을 먹으면서 골목 상권을 장악했다. 이것을 피부로 느낀 서민들이 이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고 2011년경부터는 다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때쯤 고민을 하다가 이제 타이밍이 됐다고 여겨 "만약 삼성그룹이 없어진다면"이라는 글을 썼다. 지금이 바로 재벌 개혁의 모멘텀을 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 때는 사람들이 재벌의 폐해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던 때라 재벌 개혁 쪽으로 확 쏠렸다. 심지어는 새누리당 박근혜도 경제민주화 하겠다고 사기를 쳤다. 우리 쪽의 아젠다가 저쪽으로도 넘어가 결국 새누리당, 민주당 전부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한 2년 가까이하면 사람들이 식상해 한다. 그러면서 "새누리당도 한다고 하는데 왜 자꾸 시끄럽게 또 이야기하느냐?"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멘텀이 중요한 거다. 이것을 놓치고 정권을 못 잡는다면 그다음엔 그냥 손 놓고 앉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래, 너희들도 한다고 했으니까 약속한 만큼이라도 해봐라"하고 쓴 소리를 계속하면서 다음 모멘텀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수구 기득권층과의 싸움에서는 돈의 힘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우리 쪽이 불리하다. 저쪽은 워낙 돈이 많아서 사람도 기계도, 심지어는 군대도 살 수 있다. 요즘 들어오는 메일 중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전경련, 한경련 등에서 보내는 메일이 가장 많다. 전경련에서 일반 학자들을 동원해서 "경제민주화하면 나라 잡는다", "경제가 어려운데 재벌을 왜 속박하느냐?", "일자리를 늘려야지 경제민주화가 웬 말이냐?", "서민들의 시기심과 증오로 국민갈등이 생겼다" 등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글들을 수도 없이 발행한다. 그 밑에는 몇 십 명의 박사들을 가진 한국경제연구원이라는 수구 싱크탱크도 있다.

또 삼성, 현대 등 재벌마다 경제연구소를 두어 수없이 많은 자료를 쏟아내면서 자기들이 유리한 쪽으로 아젠다를 끌고 가고 있다. 여론몰이를 하는 거다. 국민들도 자꾸 그 말을 듣다 보면 세뇌되기에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더 세게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역할을 소수긴 하지만 김상조, 전성인, 유종일, 최태욱 등의 학자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다. 그런데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결국 국민들의 불만이 돈의 힘을 능가할 만큼 증가하면서 동시에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국민들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본다. 그런데 그다음 개혁의 효과를 보여 줘야하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지면서 국민의 열망에 대해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이만큼 만들어 줬는데 기회를 놓치다니 당으로서 허접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유종일, 이해영, 이상이, 홍종학 교수(현 홍종학 의원), 우석훈, 선대인 씨 등으로 꾸려진 '9988 유세단(99% 국민을 위해 88 뛰는 후보들을 응원한다)'과 함께 송파 을에서는 천정배 후보를, 강남 을에서는 정동영 후보를 지지했다. 평소 선비라고 불리는 이동걸 교수가 마이크를 잡고 유세 현장에 있는 모습이 약간은 생경했다. 어떤 마음으로 활동을 함께했나.

그만큼 절박했다. 사실 피켓만 들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마이크 잡고 얘기하라고 해서 당황했다. 돌이켜 보면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자기 밥그릇을 챙기다 보니 일이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 차원에 공천을 할 때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동시에 당의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 하는데 "그 자리는 누구 자리였으니까 그 자리 지키기 위해선 누구를 줘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내가 칼럼에서 "지역구가 명동 좌판이냐?"라고 했다. 국회의원 공천을 사고파는 식으로 하니, 하도 화가 나서 경제학자나 정치학자가 해야 할 얘기를 했다. 그런 절박함으로, 밖에 뛰쳐나가서 소리도 지르고 한 것인데 별로 도움은 안 됐을 것이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고 나서 민주당 일각에서 중구난방으로 "이번에 진보 쪽의 득표율을 모두 모아보면 우리가 이긴 거다"라는 헛소리를 하고 있더라.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니까 '대선에서도 지겠구나' 싶었다. 화가 나서 욕도 좀 했다.

결국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정치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한다는데, 정부가 재벌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옛날에 우리나라가 자본이 부족했을 때는 박정희 스타일로 정부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 뒤 자본 공급이 이루어졌다. 그 혜택을 받은 것이 바로 재벌이다. 옛날에는 부족한 자본을 모아준다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돈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은 게 돈이다. 대한민국의 금융자산 총액이 자그마치 1경을 넘는다. 1경은 1조의 만 배다. 요즘 제일 많이 받는 문자가 "오빠 심심해?"랑 "돈 쓰세요"다(웃음). "전화를 거시면 4000만 원 즉시 입금" 등과 같은 메시지가 허다하다. 금융기관에 돈은 너부러져 있는 것이다. 이 돈을 가지고 옛날처럼 관치금융을 통해 재벌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중소기업을 키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본래 금융의 기능은 자본이 필요한 부분에 자본을 적절히 제공해주면서 수익도 얻고 옥석도 가리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 시작했던 금융개혁의 목표도 바로 금융의 본래 기능을 회복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168조 원이라는 거액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붕괴된 금융산업을 복원시키고 또 수많은 제도개혁을 했던 건데, 오히려 이것이 재벌과 관료의 힘만 키웠다. 그래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재벌과 관료들이 눈치라도 봤는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너무 많이 퇴보했다. 60년대, 7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다.

박근혜가 '창조경제'를 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할 일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든 금융이든 이것들이 시장 안에 골고루 퍼지도록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억눌린 사람에게나 혹은 지금은 시장 경쟁에서 쳐져 있지만, 앞으로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까지 큰 놈이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모든 권력을 행세하는 후진성을 못 벗어나고 있다. 시장경제가 극도로 왜곡돼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 개혁이란 재벌들이 유망한 중소기업을 돈의 힘으로 무자비하게 죽이는 생태계, 창조력을 질식시키는 오염된 생태계를 깨자는 것이다. 분명 바뀌리라 기대하고 싶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재벌뿐 아니라 관료의 힘도 세졌기 때문이다. 이 둘이 연합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경제민주화란 비정상적인 경제 기득권을 깨는 작업이고 거기에 우리 생사가 달려 있다고 본다. 박근혜가 잘해야 하는데, '박근혜의 창조경제'에는 내용이 없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김대중 정부 행정부에서, 또 금융감독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일하면서 가장 재밌게 일했던 것은 언제였나?

김대중 정부에서 1년 동안 청와대에서 일했던 때와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회에서 1년 반 동안 부위원장을 할 때가 가장 힘들면서도 보람이 있었다. '정말 쓰러져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도 많이 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그 일을 하는 동안 '아, 이런 게 공권력의 힘이구나'를 여러 번 느꼈다.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발휘되는 공권력을 당해낼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당시 너무 바빠서 일기를 못 써 자꾸 기억에서 사라지는데 돌이켜 보면 정말 재밌는 일이 많았다. 김대중 정부 때 대우를 포함해서 부실재벌들을 구조조정 시키면서 국민 세금부담을 30~40조 원 이상 줄였다고 자부한다. 그 정도면 대한민국 모든 대학생의 몇 년 치 등록금은 될 것이다. 만약 구조조정을 계속 미뤘다면 그 빚이 점점 커졌을 텐데, 싸우면서까지 구조조정을 시켜 비용을 줄이고 또 비용이 덜 드는 방법을 찾기도 했다. 생명보험회사를 통한 재벌의 이익 편취 문제를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생보사들까지 못하도록 법을 바꾼 것도 의미가 있었다.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위치에 있으면서 가끔 '나는 이 자리가 이렇게 힘든데 공무원들은 어떻게 저 자리에서 저렇게 잘 버틸까' 하고 고민을 했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는데 공무원들은 시키는 만큼만 하고 또는 하는 척하고 그 자리를 즐기면 된다. 공무원들이 과장급 이상이 되면 입맛은 재벌급 정도가 된다. 앞으로 장관까지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커리어를 생각해서 돈은 조심하는 것 같더라. 제대로 안 된 공무원들이 돈까지 받는 거다. 어떤 공무원들과 식당에 한 번 가면 정말 최고급으로 시킨다. 자기들 돈이 아니니까 맨날 비싼 와인 시켜먹으면서 고급스러운 생활을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물러날 때쯤 되면 나가서 갈 자리를 만든다. 내가 금감위를 그만두고 쉬면서 다시 연구원으로 복귀하는데 주변에 친한 기자들과 공무원들이 나더러 "왜 나갈 자리를 안 만들어 놓으셨어요"라고 하더라. 그게 다반사이다.

내가 일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중에는 이상한 로비를 한다거나 하는 위험한 사람도 있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거의 다 피했다. 그런 사람들은 나를 대접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나는 열 명을 만난다고 하면 세 명은 내부 직원들이나 동료들 밥을 사주고, 다섯 명쯤은 학자들이나 외부 사람들 만나서 의견을 듣고 설득하고, 나머지 한두 명 정도 옛날부터 알고 지냈던 금융기관의 사람들을 가볍게 만나 금융시장 돌아가는 사정을 듣는 정도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 끼니가 일의 연속이었다. 나는 이 일 자체가 힘들고 지겨워 죽겠는데 다른 공무원들은 잘도 버티더라.

이제는 그 자리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다만 좋은 후배들이 공직에 많이 들어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좋은 사람들을 키우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베이스를 만들어 놓으면, 다음에 진보적인 정권이 됐을 때 그 사람들이 들어가 일하기 시작하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개혁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일하면서 그런 단초를 볼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 쑥스럽지만 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는데, 내가 그만두고 나서 도루묵이 된 것이 많아 아쉽다. 그렇지만 '어차피 나는 어떤 흘러가는 흐름에서 그 순간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고, 안 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 부분은 누군가가 또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차피 수십 년 쌓인 병폐가 하루아침에 한두 사람의 힘으로 고쳐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꾸준히 해나가야지.

'경기고등학교-서울대-예일대'라는 한국사회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형편이 어려웠던 것도 아니고 충분히 엘리트이면서, 어떻게 고급스러운 공무원의 입맛보다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었나?

나도 입맛이 높다(웃음). 가끔 고급 와인도 마신다. 그런데 내가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에서) 1년 반을 하고 나왔을 때 주변에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보좌관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당시 몸도 많이 아팠고 다시 (관료직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증권거래소에서 오라고 하는 것도 거기 가서 내가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싫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금통위원으로 가라고 하는 것도 그냥 안 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월급을 한 수억 원씩 준다고 하던데 '아, 갈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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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복귀를 위해 애쓴 사람들도 있었지만, 반면에 재경부는 나를 많이 반대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저 친구는 동창들과도 교류를 많이 안 한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거였다. 어이가 없었다. 물론 동창회에 나가긴 하지만, 주로 친한 멤버들이나 보고 대부분 상갓집이나 결혼식 같은 데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는 정도이지 친구들하고 긴밀하게 만나진 않는다. 그러니 공무원들이 그렇게 욕을 하더라. 이렇게까지 치졸하다. 내가 친구들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단계에서는 바쁘고 서로가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못 만나게 되는 것이고,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만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저질스러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거 아닌데? 이것은 이렇게 해야 하는 게 아니야?"라고 몇 번 글을 쓰고 나면 저쪽에서는 나에게 자꾸 빨간 칠을 한다. 내가 A라는 주장을 하고 다른 사람이 B라고 주장을 하면 이 두 주장이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건설적인 논쟁의 대표적인 예로 넉시(R.Nurkse)와 허쉬만(A. O. Hirshman)이라는 두 명의 학자가 있는데, 넉시는 균형 성장론을 주장한 분이고 허쉬만은 불균형 성장론을 주장한 사람이다.

균형 성장론은 경제가 균형 잡히게 발전하지 않으면 결국 무언가 뒤틀리고 브레이크가 걸리기 때문에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불균형 성장론은 가장 효과가 높은 산업 쪽으로 지원을 몰아주면서 그 산업을 키우면서 이것을 바탕으로 다른 산업도 키우자는 주장이다. 넉시는 그렇게 되면 경제 불균형이 심해져서 결국 을·병·정은 죽고 갑만 크게 된다며, 서로 치열하게 논쟁했다. 누가 맞고 틀렸다기보다는 둘 다 맞고, 둘 다 틀린 거다. 상호보완적인 거다. 그러다가 넉시 교수가 먼저 타계했는데, 허쉬만이 넉시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다음부터는 자신도 논문을 못 썼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식으로 논쟁은 서로가 상생할 수 있도록 생산적이어야 되는데, 우리는 논쟁을 시작하면 색칠부터 한다.

정통 경제학을 한 학자가 어쩌다 진보적인 학자로 분류된 건가.

나는 한 번도 내가 '진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개혁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다만, 지금껏 미국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유럽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자본주의 정통 경제학밖에 모른다. 정통 경제학을 하면서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배운 바대로 이것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나보고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놈이라며 색칠한다. 하지만 나는 시장경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시장경제가 재벌 때문에 제대로 안 돌아가는 것이지 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소장이 한 말이 '정통 경제학을 한 사람 중에 자기하고 얘기가 될 수 있고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장하성, 이동걸, 김상조밖에 못 봤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정통경제학이 온통 틀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가 굉장히 우경화돼 있는 게 사실이다. 언젠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럽을 두고 한참 오른쪽으로 와야 미국이 있고 거기에서 한참을 더 오른쪽으로 와야 한국이 있다"는 말을 했는데, 그 표현이 정확히 맞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진보는 미국 기준으로는 중도 개혁이나 온건한 민주당 수준밖에 안되고, 유럽 기준으로 보면 보수나 마찬가지다. 나라는 사람이 진보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고 개혁적인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은 반대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우경화돼 있는지를 보여 준다. 내가 진보로 분류되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색칠하고 구분하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진보를 선택했건 하지 않았건, 그럼에도 지금의 위치에서 '진보 지식인'으로 분류되어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가.

주변에 나보다 훨씬 더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내 친구들은, 특히 고등학교 동창들은 대부분 나보다 훨씬 더 잘 산다. 하지만 나도 이 정도면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꽤 잘 벌고 잘 산다고 생각한다. 아내와 함께 돈을 벌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끔 외식도 하고 휴가여행도 가고 뮤지컬도 보고 할 정도는 된다. 골프는 안 치면 된다. 외제 차도 안 몰면 된다. 현대차도 성능이 좋다. 집도 있고. 대한민국 5퍼센트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면 된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교수 중에서 더 잘 먹겠다고 저쪽에 붙는 놈들은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 우리나라에서 교수의 월급 수준은 재벌 기업의 회장님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지금 월급에 앞으로 연금까지 더하면 굉장히 높다. 그런데 이런 교수들이 돈에 욕심을 부려서 재벌들의 어용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면 좀 메스껍다. '그 정도면 됐지 얼마를 먹으려고 저렇게 아부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이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내가 옳다고 생각이 되면 그것을 추진한다'고 했다. 옳고 그름을 결정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나?

학술적인 면과 논리적인 면이 있다. 우선 학술적, 논리적으로 틀리면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은 자신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것은 학술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A부터 D까지의 논리 중에 목표에 따라 자기가 선택을 하는 거다. 이 단계에서 자신이 사회를 보는 눈, 즉 '무엇이 정의인가, 어떤 것이 공정한 것인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등이 개인적 판단의 기준이 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다. 다만 어떤 사람이 정당하지 않게 잘 먹고 잘 산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바꾸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집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제학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동서고금을 통해 그래왔다. 그것을 바로잡자는 거다. 경제학은 가진 자를 위한 학문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학문이다. 내 판단의 근거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라는 책이 나왔을 때 속으로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이 나오는 것은 아닌데...' 싶어서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대학의 시간강사를 하는 분으로 기억하는데, 마침 그분이 "왜 아픈지나 아냐?"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더라. 그가 거기서 "도대체 네가 청년이 왜 아픈지는 알기나 하느냐? 그 아픈 마음을 팔아서 너는 돈을 벌고 앉아있냐" 하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나는 매 학기 강의를 하면서 마지막에 학생들에게 졸업생들이 취직을 못하는 것에 대해 내 스스로 '미안하다'고 한다. 우리 때는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취직 걱정을 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일자리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 많은 청년들이 취직이 잘 안 되는 것이 그들이 모두 다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일자리는 만들어 주지 않고 "너희들 열심히 해서 희망을 잃지 말고 더 갈고 닦아라"라고 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선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아프지 않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지금 청년들은 취직을 위해 열심히 스펙을 쌓고 있다. 아무도 스펙을 쌓지 않았을 때는 누가 증권관리사 자격증 같은 것 하나만 있어도 "어 이놈 봐라" 하면서 뽑아줬다. 그러나 요즘은 모든 친구들이 그런 자격증 정도는 몇 개씩 갖고 있어서 큰 의미가 없어졌다. 스크리닝에서 잘리지 않을 정도밖에는 의미가 없다. 이것은 절대로 학생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다. 증권관리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그 친구에게 증권에 대해서 물어보면 정작 잘 모른다.

나는 국가가 청년들로 하여금 쓸데없는 데 돈과 시간을 버리지 말고, 차라리 기초학문을 열심히 공부하게 하고 또 열심히 놀게 만들어서 미래의 잠재적인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꾸 경쟁만 시키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노량진에 가면 수십만 명이 고시 공부한다고 죽치고 앉아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큰 낭비인가. 대학 졸업생들의 취직이 계속 어려워지니 정부에서 예산지원이 좀 나왔는지, 학과별로 교수들에게 학생들 취업지도를 하라는 명분으로 한 명당 얼마씩 겨우 국밥 한 그릇 먹을 정도의 돈이 나오더라. 학생 상담해주라는 모양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이게 어떤 특정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면 그 효과가 조금은 있을지 모르지만 전국 대학에서 모두 다 그렇게 한다고 하면, 이것은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밖에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 졸업반 애들이 모두 국밥 한 그릇씩 먹고 끝나는 거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하는 짓이 딱 그 정도밖에 안 된다. 그렇게 취업지도를 해준다고 해서 직장이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정작 일자리는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너희더러 자기계발을 하라고 하는 것은 정말 웃기는 소리다. 청년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은?

한국에서 재벌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앞으로 그 폐해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1890년대부터 대공황이 있기 전 1920년대 말까지 미국이 얼마나 광란의 시기를 보냈는지 보게 되면 지금 재벌이 판치는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결국 미국은 대공황이라는 파국을 맞았다. 그 시기에 미국에는 록펠러, 카네기, 맬런, 제이피 모건 등 더러운 자본주의를 통해 막대한 부를 획득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미국으로서는 다행이었던 것이 나중에 가서 그들 전부 거기서 손을 떼고 좋은 일을 하려고 했다. 보수적인 색채가 있기는 하지만 록펠러 재단, 카네기재단 등을 만들어 지난날 기업체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좋은 식으로 마무리했다. 뉴딜 등 대대적인 개혁도 했다.

우리에게도 그런 전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사업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하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 재벌들이 지금처럼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돈을 버는 일에만 급급하면 우리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본다. 1997년 IMF 때 한 번 망하지 않았나. 그때는 그래도 운이 좋아 다행히 우리 경제가 회생했지만, 다음번에 망할 때는 정말 망한다. 그래서 "망하기 전에 고쳐야 한다. 개혁이 돈이다. 개혁이 밥이다. 개혁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계속할 거다. 여론을 환기시키고 사회가 바뀌도록 노력할 거다. 그것이 현실에 참여한 학자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지침이 되는 사람이 있나?

주변에 훌륭한 분들이 많다. 어떤 한 분이 내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다만 어떤 사람을 보면 '나는 절대로 저런 사람처럼 돼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는 있다. 막판까지 잘 해오다가 끝에 잘못해서 얼굴에 먹칠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계속 일관성 있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큰 바위 얼굴이 나와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나도 은퇴할 날이 곧 다가오는데, 남은 기간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충성하고 도와줄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란다. 끝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내게 남은 모든 것을 바쳐서 불사(不死)할 수 있는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이동걸에게 '사랑'이란?

젊었을 때 연애할 때의 사랑은 논외로 하고(웃음)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사랑을 말하라면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손해 봤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 서로 조금씩만 손해 보면서 살면 우리나라가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동걸이 생각하는 '자유'란?

'자유'라는 게 여러 가지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심오한 뜻이 있다. 그런데 나는 세속적인 경제학이란 학문을 해서 그런지, 그런 고상한 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경제학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의 자유가 제일 근본적인 것 아닌가 생각한다. 옛날 전근대적 사회에서 인간은 곡괭이 하나를 쥐고 야산에 가면 하다못해 초근목피(草根木皮)라도 먹을 것도 구하고 마실 물도 구했다. 그런데 지금은 돈이 없으면,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는 자본주의 사회가 됐다. 자본주의 사회로 들어오면서 생계가 더 절실해진 것이다. 사람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이나 재산이 없을 때는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다. 그게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것이다.

'고상한 자유'는 이 기본적인 요건 다음에 있는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자유는 생존의 위협으로부터의 자유, 최저한의 인간다운 생활(minimum descent living)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유인 것이다. 이런 자유를 가지지 못했을 때 인간은 나락으로 떨어져 정말 인간 이하가 되는 것이다. 개개인의 인간은 최저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 소신껏 행동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그 기본 생계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럴 때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고 국민의 행복권과 자유권이 보장된다.

'사회계약론'에 의하면 무정부상태에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어난다고 한다. 인간은 무제한적인 자유를 갖고 있었다. 자기 생존을 위해 남의 것을 뺏을 수 있는 자유가 있었고, 남이 나를 해칠 때 나를 지키기 위해 남을 죽일 수도 있는 자유까지 있었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동물의 왕국이다. 그런데 그런 무제한적 자유를 내려놓기로 우리가 사회계약을 할 때는 "내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국가가 막아 달라, 그러면 나도 협조하겠다"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이런 인간의 기본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않고 자식을 조카를 굶겨 죽이지 않으려고 빵을 훔치는 사람을 19년 동안 감옥에 가두는 짓을 한다면, 그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빵을 훔친 사람을 19년 동안 가둬 둘 것이 아니라, 다시는 빵을 훔치지 않도록 최저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이 사회가 '레미제라블'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정부의 가장 본질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것부터 이야기하고,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게 내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고 떠들지 마라.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 3만 달러' 하지 마라. 아직 우리나라에 결식아동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 쪽방에서 폐지를 주워 먹고 사는 노인들이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인터뷰 및 정리: 정치경영연구소 손어진, 조경일, 정인선)

정치경영연구소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함의를 정치 및 정책적 맥락에서 찾아내는 일입니다. 과연 자유는 진보적인 걸까요? 그렇다면 그 구체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진보적 의미의 자유를 스스로 누리고 있거나 타인을 위하여 퍼트리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나의 자유와 타인의 자유,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자유, 그리고 자유와 평등은상호어떠한 관계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정치경영연구소의 청년 연구원들이 자유와 관련된 이 많은 문제들을 현실에서 해결 또는 극복해가고 있는 분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작정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자유 이론가 혹은 실천가 분들께 (자신과 타인을 위한) 자유를 실천하는 방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여쭤보겠다는 겁니다. 아마도 그분들은 젊은 저희들에게 자신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앞으로 모든 인터뷰 내용은 잘 정리하여 여기 이 자리에 항상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저희와 함께 이 자유의 향연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 이 연재는 한림국제대학원대 정치경영연구소의 기획, 취재, 집필에 의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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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추악한 작태, 국민은 알고 있다"

 

점점 커지는 '촛불'... 서울광장에 1만명 모여

[현장]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촛불대회

13.07.13 20:08l최종 업데이트 13.07.14 01:4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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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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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광장 촛불 가득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13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20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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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규탄집회, "박정희는 군사쿠데타, 박근혜는 선거쿠데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시민들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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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3일 오후 11시 20분]

국정원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국내 정치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은 이전보다 더욱 크게 타올랐다.

1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촛불대회'에는 1만여 명(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5500명)이 참가했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광장을 찾은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았다. 앞서 열린 'KTX 철도 민영화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대회에 가세하면서 6000여 명이 참여했던 지난주 2차 촛불대회보다 규모가 컸다. 대회 참가자들은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하라, 국정조사 철저히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범국민촛불대회를 주최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 측은 "비가 오고 궂은 날씨지만 대회를 진행하면 할수록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있다"며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사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계속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진상을 밝히고,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시민의 열망은 식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국회의는 209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기구로 지금까지 두 차례 시국선언을 하며 매주 국민촛불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민주당 정청래, 박영선, 이미경, 이학영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김미희, 이상규, 김재연 의원이 참석했다. 진보정의당에서는 노회찬 대표와 박원석, 김재남 의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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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은 왜 법을 어겨요?" 13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한 어린이가 '국정원은 왜 법을 어겨요?'가 적힌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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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금 국정원의 행태는 국민들을 겁주고 정당들을 겁박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에게 용기와 결단을 촉구하고 싶다, 왜 거리로 나와 시민과 손잡고 싸우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저들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국민과 손잡고 맞서야 한다"며 정치권의 보다 많은 참여를 촉구했다. "단순히 국정조사만 할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발언에 나선 각 정당의 인사들은 국정원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며 철저한 국정조사 실시를 약속했다.
 

▲ 정청래 민주당 의원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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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조사 야당간사를 맡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012년 12월 14일, 1% 이내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대선 마지막 여론조사가 발표됐고,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오피스텔에서 댓글을 단 국정원 직원의 수사 증거 삭제를 지시했다"며 "그리고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이 부산 유세에서 정상회담 내용을 읽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6일 문재인 후보의 성공적인 대선 마지막 토론이 있은 직후 경찰이 국정원 댓글이 없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당시 14일 부터 16일까지 벌어진 일을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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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국정원에 대한 수사와 국정조사를 방해하는 이유는 정권의 정통성이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이라며 "국내 정치개입이 금지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국정원은 다시 유신시대의 안기부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공안사건에 대한 수사권과 비밀관리업무를 박탈해야만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뿌리 뽑을 수 있다"며 "국정원 국정조사는 8월 15일에 끝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지 않는 이상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흩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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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는 "검찰의 수사로 국정원의 불법이 밝혀졌다, 국정원이 대통령직속기관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면 누가 사과하느냐"며 "설령 국정원이 문재인 후보를 위해 활동했다고 해도 사과해야 하는 건 지금의 박 대통령"이라고 목소를 높였다.

이어 노 대표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역시 불법"이라며 "대통령 지시 없이 마음대로 공개한 것이면 즉시 해임시켜야 하고, 그게 아니라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면 박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사과는 하지 않고 계속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만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님 많이 당황하셨어요?"라고 개그 프로그램 유행어에 빚대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해 참가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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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규탄집회 "남재준 해임하라" 민주당 박영선, 정청래, 이학영, 이미경 의원 등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철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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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선거개입 제대로 된 국정조사 실시하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김재연 의원 등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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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사회, 아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지 않다"

이날 대회에서는 국정원 사태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주말 같은 장소에 6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대회를 열었지만 이를 주요하게 보도한 언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02일 된 아기를 안고 무대에 오른 한 젋은 부부는 "국민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제대로 보도 안 하는 언론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며 "우리는 지금 잘못된 사회를 우리 아래 세대에게, 우리의 아기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다, 언론이 진실을 알려 국정원을 바로 세우는데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 대다수가 국정원의 추악한 작태를 이미 다 알고 있다"며 "국정원은 그것을 스스로 고칠 자정 능력이 없다, 국민들의 힘을 모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에 참가한 이후 해고된 이용마 MBC 기자는 "답답하고 한심하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 문제를 어느 언론에서 속시원히 다루고 있느냐"며 "이 자리도 언론에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다, 참으로 비참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MBC 노조의 170일 파업 기간 동안 축소, 왜곡 보도를 일삼던 자들이 보도국장, 정치부장, 경제부장으로 승진해 있다"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도 지킬 수 없다, 올바른 언론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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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집회, "불법부정 선거 국정원은 해체하라"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불법선거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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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규탄 집회 "박근혜 책임져"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철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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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울산 현대차 희망버스도 함께 가자"
 

▲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희망버스 함께 가자"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고공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오는 20일 희망버스에 함께 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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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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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대회에는 국정원 사태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되는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주장과 각종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며 200일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호소하며 희망버스를 제안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주목을 받았다.

2011년 한진중공업 부산영도 조선소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김 지도위원은 "지난 대선이 끝나고 이틀 만에 34살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가 '박근혜 정권 견딜 수 없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없었으면 최강서 열사가 스스로 목을 맸을까"라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다르지 않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깡그리 무시했고, 정규직 채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현대차도 가만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고공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들을 구하기 위해 7월 20일 희망버스가 울산으로 간다"며 "나를 살아서 내려오게 해 준 여러분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모아 함께 울산으로 가자"고 호소했다.

같은 시각,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대한민국지킴이 등 보수단체들도 서울광장 인근 국가인권위원회 앞 도로에서 'NLL 포기발언 규탄, 민주당 해체 촉구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촛불좀비 물러가라, 종북세력 척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후 9시께까지 맞불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69개 중대 1700여 명을 동원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지만 촛불문화제는 별다른 충돌없이 오후 10시 20분께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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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7.27 맞아 유엔해체 미군철수 압박

 

 
 
유엔주재 조선 대표 "유엔 모자 벗고 깃발 내려라"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7/14 [08:52] 최종편집: ⓒ 자주민보

 

유엔주재 조선 대표가 세계 각국의 언론인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유엔의 이름을 도용하여 유엔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중지하여야 할 것이며 유엔군의 모자를 벗고 그 깃발을 내리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미군 철수를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의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사는 지난 13일 제네바유엔사무국 및 기타 국제기구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상임대표가 10일 조선상설대표부에서 기자들과 회견하였다며 회견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기자회견에는 중국,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 통신, 방송, 신문기자들과 보도관계자들이 참가하였으며, 기자회견에서는 먼저 조선상임대표가 발언하였다.”며 “그는 불법적이고 유령 같은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이 조선반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세를 완화시키고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데서 선차적인 요구로 나서고 있다는데 대한 우리의 명백한 입장을 천명하였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유엔군사령부 해체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며 우리가 오래전부터 일관하게 주장해온 문제”라며 “그럼 왜 지금에 와서 우리가 이 문제를 새삼스럽게 강조하는가?”라며 조목조목 해설했다.

유엔주재 조선대표는 첫째로, 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이 조성되는 근저에 《유엔군사령부》라는 구조적원인이 깔려있기 때문으로 세계가 다 같이 체험하였지만 지난 3월과 4월 조선반도정세는 전쟁접경에 도달한 것은 ‘유엔군사령부’가 전쟁위험을 조성하는 근저에 놓여있다는 중요한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지적했다.

조선대표는 “오는 8월 미국이 또다시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게 되면 조선반도는 또다시 예측할 수 없는 파국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이 연습에도 《유엔군사령부》 성원국들이 참가하게 된다고 하는데 이것은 《유엔군사령부》가 정세완화가 아니라 정세격화를 야기 시키며 그러한 행위들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미 전에 해체 되었어야 할 《유엔군사령부》가 아직 존재하는 것으로 하여 전쟁위험만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세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버리는 기본 대책중의 하나가 《유엔군사령부》해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우리는 정전협정체결 60돐이 되는 7월 27일을 맞으며 그 해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유엔주재 조선대표는 둘째로, 유엔군사령부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대국들 사이의 군사적 대결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우리가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유엔군사령부》의 이름으로 조선반도에 무력을 증강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새 아시아태평양전략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유엔군사령부의 주력인 남조선주둔 미군에는 이미 다른 지역위기에도 개입할 수 있는 전략적유연성이 부여되어있으며 미국은 유엔군사령부를 작전기능을 가진 다국적연합기구로 변신시켜 전시작전지휘권 반환 후에도 남조선을 군사적으로 계속 틀어쥐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대표는 셋째로, 유엔군사령부해체가 미국이 늘 말하는 우리에 대한 적대의사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행동조치로 되기 때문“이라며 ”그 해체는 미국만 결심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에 대해서는 이전 유엔사무총장들인 부트루스 부트루스 갈리와 코피 아난도 모두 인정하였다.”며 “평화를 바라는 유엔성원국들 중 이와 같은 비법적인 기구의 해체를 반대할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우선 미국은 유엔의 이름을 도용하여 유엔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중지하여야 할 것이며 《유엔군》의 모자를 벗고 그 깃발을 내리워야 할 것”이라고 사실상 미군 철수를 강력 촉구했다.

또한 “정전협정의 체약일방인 중국은 유엔안보리사회 상임이사국이며 《유엔군사령부》 성원국들중 미국, 프랑스 2개 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모두 우리와 관계를 정상화하였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조선)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하여 당당한 유엔성원국이 되었다. 따라서 유엔과는 아무런 종속관계도 없이 그 이름과 기발만 도용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어야 하는 것은 더욱더 명백하다. 미국이 《유엔군사령부》의 해체용단을 내린다면 우리도 그에 화답하여 조미사이의 신뢰를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우리 군대와 인민은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두리에 굳게 뭉쳐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섰다.”며 “우리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평화적환경이다. 우리 공화국은 지난 3월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노선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계속되는 대조선 압살책동에 대처한 것으로서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을 강화할수록 우리는 자위적 핵 무장력을 더욱더 보강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미국이 적대적 관계를 유지 할 경우 군사적 핵 무력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유엔주재 조선대표는 특히 “우리는 미국의 금후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면서 “그리고 평화보장이 아니라 정세를 격화시키는데 악용되는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유엔성원국들이 조선반도의 평화를 진실로 바라고 유엔의 권위와 공정성을 지키려 한다면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응당 지지를 표시하여야 할 것“이라고 유엔 성원국들의 지지를 요구했다.

그는 끝으로 “세계평화애호인민들이 남조선에 있는 《유엔군사령부》의 비법성과 그 해체의 필요성에 대해 옳은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은 정전협정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평화협정의 해로 맞이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지니고 자체의 노력은 물론 주변국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어 그 결과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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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정부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겠다"

 

"더 이상 정부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겠다"

 

남북경협비대위, 전체모임 갖고 결의문 발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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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13 19: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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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경협비대위는 12일 코엑스에서 전체모임을 갖고 결의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남북경협은 60년 동안 적대 관계로 살았던 남과 북이 함께 살기 위한 실험의 공간입니다. 정치 논리를 앞세워 어렵게 일궈 가는 옥동자를 죽여서는 안됩니다.”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이하 남북경협비대위)는 12일 오후 4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 203호에서 전체모임을 갖고 남북관계 정상화와 지원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유동호 위원장은 경과보고에 나서 지난 5월 6일 남북경협비대위가 발족한 배경과 이후의 활동을 설명하고 “왜 우리가 이자를 물고 정부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하느냐”며 “이제는 더 이상 기존의 관행대로 정부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 유동호 남북경협비대위 위원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80여 명의 남북경협비대위 소속 기업인들은 이날 동방영만 남북경협경제인총연합회 회장이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하소연 할 곳도, 우리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곳도 많지 않았다”며 “마지막 남은 힘을 모으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먼저 남북 당국을 향해 “남북관계를 정상화 하고 남북경협을 재개하기 위한 다양한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으며, “성심을 다해 피해 보상을 비롯한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아울러 통일부에게 “법적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위해 남북경협기업인들과 함께 공동 TFT(태스크포스팀)를 꾸릴 것을 제안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남북경협기업인들 전체의 힘을 모아 반드시 현재의 난관을 극복할 것”을 다짐하면서 △피해 보상을 비롯한 적절한 지원대책 마련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 전개 △법.제도 개정 활동 전개 등을 결의했다.

 

   
▲ 이날 전체모임에는 남북경협 기업인 8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 민족21]
이날 남북경협비대위 전체모임에는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천낙붕 민변 통일위원장이 격려사를 했으며, 남북경협 기업인들의 발언 기회도 주어졌다. 또한 안철수 의원과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가수 김태원 씨 등이 영상으로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안철수 의원은 “어렵고 힘든 시기 묵묵히 버텨주고 계신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남북경협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여러분 절박한 심정, 힘든 상황 풀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수 김태원 씨는 “항로를 이용하지 않고 육로를 이용해 서울에서 평양까지, 평양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영국을 넘어가는 음악을 수출하는, 문학을 수출하는, 경제를 수출하는 꿈을 꾸고 있다”며 남북경협기업인들과 함께 이 꿈을 이루자고 인사했다.

 

   
▲ 안철수 의원이 영상을 통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전체모임에 대해 남북경협비대위 관계자는 “그간 협회나 협회장 중심으로 모임을 가져왔지만 경협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금강산관광 중단 5년, 5.24조치 3년이 지나 생계 위협으로 이런 자리를 갖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북경협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금강산기업인협의회와 남북경협경제인총연합회, 남북임가공기업협의회 등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제외한 남북경협기업인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으며, 개성공단에 비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피해를 입고 있는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지난 5월 발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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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있는 풍경, 관곡지의 여름

 

연꽃이 있는 풍경, 관곡지의 여름

 

 

윤순영 2013. 07. 12
조회수 1118추천수 0
 

시흥 관곡지, 장맛비 사이로 청초한 연꽃 활짝…담홍색 꽃 특징

왕잠자리, 금개구리, 고추잠자리…연밭은 수많은 생명으로 꿈틀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7월 시흥시 관곡지의 연꽃이 여름이 무르익었음을 알리는 꽃을 피워 올렸다. 관곡지의 연꽃은 다른 연꽃과는 달리 색은 희고, 꽃잎은 뾰족하며 담홍색을 띠는 특징이 있다.

 

lot1.jpg » 관곡지의 연꽃

 

관곡지는 가로 23m, 세로 18.5m의 연못으로, 조선 전기 농학자인 강희맹이 세조 9년 명나라에 다녀와 중국 남경에 있는 전당지에서 연꽃 씨를 채취해 와 지금의 시흥시 하중동 관곡에 있는 연못에서 재배하여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엔 현재 13㏊의 연꽃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lot2.jpg » 관곡지 전경

 

이곳은 구릉지형의 낮은 곳에 물이 고여 연꽃을 비롯한 수생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이다.첫눈에 청아함과 고결한 모습으로 연꽃의 자태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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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4.jpg » 연꽃 향기에 취해 벌이 날아든다.

 

연꽃이 피는 장소는 진흙과 흙탕물이다. 그러면서도 물에 젖지 않고 흙에 더렵혀지지 않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이 연꽃의 미덕이다.

 

lot5.jpg » 해맑은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백련.

 

해가 떠서 빛을 비추면 만물이 생명력을 얻어 살아 움직이고, 그 빛을 거두면 어둠 속에서 생명이 잠들 듯 연꽃은 밤에는 꽃잎을 오므렸다가 아침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쇠물닭이 수련 밭에서 우렁이를 잡아 먹고 참새는 연잎 사이로 오간다.

 

lot6.jpg » 수련. 오후가 되면 일찌감치 꽃을 오므리고 잠에 빠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름의 '수'는 물 수(水)가 아니라 잠 수(睡)이다.

 

lot7.jpg » 어리연

 

lot8.jpg » 연밭의 참새는 무슨 일로 바쁠까.


고추잠자리, 큰밀잠자리, 왕잠자리가 짝을 찾고 짝짓기를 하며 연꽃 밭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늑대거미, 참개구리, 금개구리 등 다양한 생물들도 보인다. 개구리밥과 물수세미가 연꽃 아래 수면을 덮고 있다.

 

lot9.jpg » 큰밀잠자리

 

lot10.jpg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왕잠자리가 짝짓기를 하며 알을 낳고 있다.

 

lot11.jpg » 고추잠자리가 수련꽃 봉오리에 앉아 있다.

 

수면을 덮고 있는 개구리밥과 물수세미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곳에도 많은 생명들의 숨 쉬고 있다.

 

lot12.jpg » 연잎 위에서 휴식을 하는 금개구리. 한국 고유종으로 등에 난 두 줄의 금줄이 특징이다.

 

lot13.jpg » 한때 가장 흔했지만 농약 사용과 함께 급격히 줄어든 참개구리.

 

lot14.jpg » 쇠물닭


일찍 서둘러 핀 연꽃 잎은 떨어져 수면 위를 차지한다. 지는 꽃이 있어 다음 꽃이 피는 법이다. 새 연꽃이 만개하면 그곳은 또다른 생명력으로 꿈틀댈 것이다.

 

lot15.jpg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이사장


http://윤순영자연의벗.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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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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