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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후 절망사회 ‘탈출구’는 없나

인구절벽 후 절망사회 ‘탈출구’는 없나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2차 베이비부머의 정점을 이룬 1972년생들이 태어날 당시의 인구피라미드(위쪽)와 386세대의 막내격인 1969년생과 1970년생이 50대에 접어드는 2020년의 인구피라미드의 변화. 한국의 인구구조가 드라마틱하게 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차 베이비부머의 정점을 이룬 1972년생들이 태어날 당시의 인구피라미드(위쪽)와 386세대의 막내격인 1969년생과 1970년생이 50대에 접어드는 2020년의 인구피라미드의 변화. 한국의 인구구조가 드라마틱하게 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구절벽이란 ‘소비, 노동, 투자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이다. 미국의 재정·경제예측 전문가인 해리 덴트는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인구절벽 이후 한국은 장기 386시대가 올것인가? 일본의 경우처럼 약자를 배제하는 노인지배사회가 올것인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인재 영입경쟁을 보다 보면 이전과 뭔가 달라진 것을 못 느끼겠는가.”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정치적 이합집산이 벌어질 때마다 종전의 정치지도자들이 애용했던 방식은 소위 ‘젊은 피’의 수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제 젊은이들은 연민과 동정의 대상일 뿐, 더 이상 젊은이들을 통해 뭔가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전 교수와 인터뷰한 다음날인 지난 1월 2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부산청년 오창석씨(30)의 입당행사가 치러졌다. 오씨는 ‘문재인 인재영입 16호’였다. 오씨와 문재인 대표가 입당원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표는 오씨의 입당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은 지금까지 했던 영입과 콘셉트가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 영입한 분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분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분은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직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실패를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는 청년입니다.” 문 대표는 청년의 ‘도전과 패기’를 받아들이고 “대한민국 보통청년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한다”며 이날 기자회견을 마쳤다.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국청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올해 치러질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를 만 35세 이하의 남녀 1명씩을 내세우는 안을 상정했지만 무산됐다. 해당 안이 올라오자 40세 이상 운영위원들이 일부러 불참해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에 미달됐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의 나이는 만 45세 이하로 결정됐다.

“왜냐고요? 지금은 2015년이니까.” 지난해 말 화제를 모았던 캐나다 신임 총리 쥐스탱 트뤼도의 답이다. “왜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남녀동수’만 특징이 아니다. 트뤼도 내각은 젊다. 트뤼도부터 44세다. 법무장관에 임명된 조디 윌슨-레이보울드 역시 45세다. 그는 캐나다 콰콰카와쿠 부족 출신으로, 최초의 원주민 출신 법무장관이다. 켄트 헤르 보훈장관(47)은 장애인이다. 1991년 차량 총격전 현장에서 총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체육·장애인 담당장관인 칼라 칼트러프(45)는 시각장애인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장관으로 발탁된 그는 과거 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딴 적도 있다. 새로 만들어진 ‘민주제도장관’을 맡고 있는 메리엄 몬세프는 31세로, 내각 구성원 중 가장 젊다. 그는 최초의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의 무슬림 장관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파격적이고도 공정한 구성의 내각”이라고 평했다.
 

30년 불황의 일본 맨얼굴, 노인지배사회

 

의문.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걸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총리나 국무위원의 법적 지위와 역할에는 나이 규정이 없다. 캐나다 총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나이 규정이 있다.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를 규정한 헌법 67조 4항을 보면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71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 경선에 나서며 제시했던 ‘40대 기수론’의 근거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40대 기수론’이 나온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45년 전이다.

“지난주 5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이 새로 임명돼서 오늘 국무회의에 처음 참가했다. 모두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내각에 새로운 활력소가 돼주기 바란다.” 1월 19일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는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2016년 1월 현재,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국무위원 중 40대는 없다. 1월 13일, 청와대는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장관들의 후속인사를 단행했다. 내정된 장관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젊은 이는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52세다. 직전 40대였던 김희정 장관(45)이 빠지면서 그나마 한 명에 불과했던 40대 장관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 사회 리더십에서 ‘노쇄현상’은 행정·정치 영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기자는 글로벌테크놀로지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를 살펴보면서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지사의 등기부등본을 떼본 적이 있다. (<주간경향> 1159호, “글로벌 IT기업 ‘코리아 유한회사’의 미스터리” 기사 참조) 대부분 국내 언론 등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국외거주자라는 것도 특징이었지만, 대부분의 지사 대표가 ‘1970년대 이후 출생자’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 대표들의 연령이 대부분 낮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1984년생, 올해 32세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알파벳 공동대표는 1973년생 동갑내기다. 스페이스X, 전기차로 전 세계적으로 IT 혁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대표 역시 1971년생으로 올해 45세다.

“지난해 두 달 동안 일본에 머무르며 센다이나 후쿠시마, 이시노마키 등 도호쿠 대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지역재건에 나선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는 것이 주목적이었는데,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제가 생각 외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의 말이다. “정부나 구호단체에서 재난구호 과정에서 자원을 이전에 ‘마을 리더’였던 사람에게 내려주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바로 청년, 여성, 외국인이었다. 결국 끝까지 구호를 받지 못하고 다른 데로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처지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이 소장은 그 ‘경험’을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려놨는데,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외부자·약자를 배제하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의 지배’라는 것이다. 제론토크라시는 <사회를 바꾸려면> 등의 저서로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오구마 에이지 게이오대학 교수의 작업가설이다. 일본 사회에 중앙부터 지역까지 촘촘하게 ‘외부인’과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고령자 지배체제가 구축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글에서 ‘65살 이상 고령인구 추이’와 ‘1인당 국민소득의 변동’ 그래프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일본의 길을 따라가고 있지 않은지 우려한다. 일본 사회에서 ‘제론토크라시’가 확립되어 가는 메커니즘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도성장이 종식되고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지역에 있던 기업들은 해외 아웃소싱 전략을 택하게 된다. 공장이 떠난 지역경제는 피폐해진다. 지역경제 황폐화를 막기 위해 정부는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인구유출을 막으려 한다. 그런데 이것은 악순환이다. 지역경제가 점점 공공일자리에 의존하게 되면서 공공일자리가 줄어들면 다시 사람들은 떠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 공동체 지배구조를 주도하던 나이 많은 지역 토호들이 지역으로 들어오는 자원과 일자리를 배분하는 것까지 장악하게 된다. 젊은 층이나 사회적 약자는 그 과정에서 다시 배제되어 지역사회를 떠나게 된다. 중앙에서 지역까지 제론토크라시의 지배가 ‘30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 사회의 내밀한 속사정이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목격되고 있는 ‘고령자 지배현상’이 이 ‘일본의 길’에 따라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 소장의 주장이다. “사실 제 관점은 조금 조심스럽다. 노인계층의 지배가 아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노인빈곤율은 지금도 높다. 일본은 그래도 국가가 재정부담을 지면서 고령의 토호들에게 분배권을 준 셈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떡고물’도 없다. 공공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시장이 먼저 들어가 지방을 해체하고 있다.” 이 소장의 결론은? 일본과 닮은 양상을 보이면서도 보다 극심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1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국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국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에코붐 세대 없는 한국이 일본보다 암담

‘2018년 인구절벽’. 미국의 재정·경제예측 전문가인 해리 덴트가 내놓은 개념이다. 그가 내놓는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란 ‘소비·노동·투자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이다. 전 세계적인 베이비부머의 은퇴 이후 벌어질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구통계학을 장기선행지표로 사용한다. 그의 작업가설은 출생 후 46~47년이 지난 후 가계소비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한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1989년 호황(이른바 버블경제)의 극점을 맞이했는데, 일본의 연도별 출산인구를 보면 1942년 처음으로 출산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특징을 보였다는 것이다(42+47=89). 출산인구가 가장 최고점을 찍은 것은 전후인 1949년이었는데, 이들은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塊の世代)를 이룬다. 일본에서 부동산시장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이었다. “일본 정부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를 통해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지출을 확대했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 덴트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해리 덴트가 2014년에 내놓은 책 <2018 인구절벽이 온다>(이 책은 지난해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되었다)를 보면 한국의 사례가 수없이 인용된다. “…동아시아는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소비 흐름을 보라. 한국은 일본이 22년 앞서 그랬던 것 같은 경제 기적을 이뤘지만 2010년부터 소비가 정점에 도달해 2018년까지 정점에서 정체됐다가 이후 급격한 인구절벽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과정은 일본이 22년 전에 겪었던 것이다. 한국은 에코붐 세대가 거의 없어 일본보다도 상황이 더 암담하다.”(앞의 책 60쪽) 에코붐 세대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로, 그들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출산 붐이 메아리처럼 이어져 그래프 상으로 보면 작은 봉우리를 형성하는 세대를 말한다.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2014년에서 2019년 사이에 대대적인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을 22년 후행하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부동산이다.”(앞의 책, 한국어판 서문) 책을 보면 2018년 인구절벽과 동시에 한국이 맞이하게 될 상황에 대한 언급은 또 있다. 바로 1929년 세계 대공황으로 연결되었던 미국의 버블보다 더 악성인 중국의 버블이다. 덴트는 중국에서 버블이 터지는 것을 ‘거대한 코끼리가 넘어지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전체 수출량 가운데 50퍼센트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이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다.(…) 특히 한국은 GDP(국내총생산)의 12%가 중국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 가장 취약하다. 중국 수출이 50%가 줄면 한국은 GDP의 6%가 사라지게 된다. 이는 깊은 침체를 의미한다.”(앞의 책 312쪽)
 

“한국, 중국 버블붕괴로 심대한 타격”

비슷한 우려 또는 경고는 이미 국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에 집(부동산)은 ‘노후를 지키는 최후 보루’였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객원연구원을 지낸 박종훈 KBS 기자의 책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에 나오는 표현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부를 증가시켜준 부동산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세대에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노후생활에 대한 심각한 타격을 의미한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낙타 등의 혹처럼 2개의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가 1차이고, 1968년부터 1974년까지가 2차 베이비붐 세대다. 한국 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만들어졌던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체는 1차 베이비붐 세대였다. 박 기자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는 ‘가장 많은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지닌 세대’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는 버블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구절벽 후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악몽은 시작된다. 2015년 이후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부동산 자산은 처분돼야 하나 2차 베이비붐 세대나 에코 세대는 시장에 나온 부동산을 구입할 여력이 없다. 게다가 인구절벽 후에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가진 젊은 세대의 총수 자체가 줄어든다. 박 기자는 그러나 일본과 같이 집값이 반토막 나는 형태로 격렬하게 버블 붕괴가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우려가 제기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과 관련한 장치를 정부가 많이 만들어놨다. 사실 집값 폭락보다 더 무서운 것은 헤어나올 수 없는 만성적 위기다.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튀어나오겠지만, 서서히 온도를 높여나가면 그대로 안에서 죽을 것이라는 비유가 있는데, 딱 그것이다. IMF 사태 때처럼 위기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떤 식으로든 극복할 수 있지만, 이제는 위기가 왔는지 안 왔는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해결책도 없는 장기적인 불황상태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우려된다.” 요약하자면 가장 큰 딜레마는 불황을 막을 수 있는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버린 상황에서 중국 버블 붕괴 등 대내외적 문제가 한꺼번에 터질 경우 손 쓸 수 없는 장기적인 경기위기로 들어갈 것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만약 인구절벽 이후의 사회구조가 일본을 따라가는 추세라면 한국이 맞이하게 될 상황을 보여주는 예측은 또 있다. 일본 총무대신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가 주도하는 일본창성회의가 2014년 5월 펴낸 ‘마스다보고서’다.(한국에서는 지난해 <지방소멸>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일본의 출산율은 1.43명(2003년)에 머무르고 있다. 사망이나 이민 등의 요인에 의한 자연감소율을 전제하면 현재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약 2.1명이 돼야 한다. 마스다 보고서는 현재의 ‘출산율이 계속된다면 사회는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될까’를 다루고 있다. 결론은 충격적이다. 일본의 장래 추계인구는 2010년 1억2800만명이었지만, 2048년 이후 1억명까지 떨어지게 된다. 100년 후인 2110년에는 5000만명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단지 인구 감소가 아니라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격감 단계로 진행되게 된다. 보고서는 그 첫 단계를 ‘극점사회의 출현’이라고 주장한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 입장에서 보면 인구 감소의 첫 단계는 역설적으로 인구 증가로 나타난다. 그런데 지방에서 대도시로 이동한 젊은 층의 출산율은 낮다. 결혼보다는 취업생활이 우선되고, 지방출신자의 경우 부모가 지방에 있기 때문에 출산이나 육아에서 가족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점, 1인 가구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인구의 대도시 집중은 역설적으로 인구 감소 경향을 가속화시킨다.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은? 이 단체가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2040년까지 일본의 시·구·정·촌(市?町村: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읍·면·동·리) 896개가 ‘소멸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나왔다. 896개는 전체 시·구·정·촌의 49.8%다. 전체의 반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소멸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고루 인구 감소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인구이동, 특히 젊은 층의 대거 유입에 의해 도쿄와 같은 대도시의 팽창이 일어난 후 지방은 인구재생산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사실상 지자체로서 기능이 마비되고 텅텅 비는 궤멸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출산율 감소 문제는 심각하다. 일본의 경우 2012년 1.41명에서 2013년 1.43명으로 출산율이 다소 증가했지만, 인구재생산이 가능한 출산율(2.1명)에 못 미치는 출산율을 보였던 시기가 남긴 상처는 나이테처럼 그대로 인구구조에 반영된다. 출산율이 늘었다고 바로 인구구조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난 아이가 성장하여 결혼·출산을 하기에는 적어도 약 20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마스다 전 대신은 보고서에 실린 대담에서 “일단 저하된 출산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극점사회로의 진입을 막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 2040년까지 지방 50% 소멸, 한국은?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시기인 1960년도에 6.16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인구의 현상유지가 가능한 2.06명 선을 1983년에 통과해 지속적으로 급락해 왔다. 현재까지 가장 최하는 1.08명을 기록한 2005년이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5년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1.25에 머무르고 있다. 2015년 1.40을 기록한 일본보다 낮은 수치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지방의 몇몇 군 단위에서 평균연령이 급속히 가속화되는 경향성을 이미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마스다 보고서가 출간된 이후 한국에서도 같은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사용해 추계를 내는 작업을 했는데, 그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간경향>은 실제 정부 용역을 받아 이 작업을 수행한 연구팀과 접촉할 수 있었다. 연구팀 핵심 관계자는 “일본과 비슷하게 한국의 상당수 시·군·구가 소멸단계로 나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정치권에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구학회 등에서 ‘인구절벽 이후의 한국 사회 변화 예측’을 다룬 논문 등을 보면 의외로 중앙과 지역의 지배구조를 다룬 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원재 소장의 예측처럼 제론토크라시가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사회가 오게 될까.

<주간경향>은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의 결과로 386세대가 명실상부한 한국 사회의 의사결정권자로 올라선 뒤 그 영향력이 오래 지속되는 ‘장기 386시대’가 도래할 것”라는 가설을 제기한 적이 있다. (<주간경향> 1128호, “‘장기 386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사 참조) 기사에서 현재를 ‘장기 386시대의 서막’으로 규정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연공서열 형태로 조직화되어 있는 한국 사회 정점의 ‘의사결정권자’ 지위에 올라서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386세대의 지배가 시작되는 시점은 이들의 마지막 세대인 1969년생이나 1970년생이 50대에 접어드는 2020년 이후로 봤다. 다시 말해, 인구절벽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질 ‘제론토크라시’에서 핵심 수행자는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의사결정권자로 올라설 386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고, 다시 기득권화된 386 권력의 지배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수평적 정권교체와 대의적 민주주의 확립을 가능케 했던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동맹’이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는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는 기득권으로 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윤석 교수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뿐 아니라 경제나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한 집단의 수가 많고, 전체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면 당연히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소장은 ‘노쇄한 386의 장기지배’를 가능하게 한 두 모멘텀이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는 1987년 민주화과정을 통해 이 세대가 사회적으로 발언권을 얻은 시기와 3저 호황 등으로 고소득 노동자로 정치적 발언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때이고, 두 번째는 1990년대 말의 IT버블이다. “학생운동을 통해 모멘텀을 얻었던 이들 세대가 IT버블을 통해 그 전에 형성된 60~70대 엘리트와 블록을 형성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월 14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규탄 범청년·노동·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들이 노동개악을 반대하는 손핏켓을 들고 있다.  | 정지윤기자

1월 14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규탄 범청년·노동·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들이 노동개악을 반대하는 손핏켓을 들고 있다. | 정지윤기자

기득권이 될 민주화·산업화 동맹

인구절벽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버블 붕괴와 불평등, 제론토크라시의 지배구조 심화는 ‘탈출구’가 없는 예정된 결론일까. “유럽과 미국의 경우 세대교체가 일어나는데, 왜 우리는 일어나지 않는 걸까. 유럽의 경우 복지제도로 기성세대가 은퇴한 후 노후가 보장되어 있는 것이 핵심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다음 세대로 넘겨주고 은퇴하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같이 경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력도 안 되는데 청년세대를 내리누르는 것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전 세계로부터 청년 인재를 불러모아 혁신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 저자 박종훈 기자의 말이다. 그는 이런 ‘경험담’을 덧붙였다. “한국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계급장을 떼고 싸울 수가 없다. 한국과 핀란드, 전 세계의 벤처 인큐베이터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는 멘토와 멘티가 대등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멘토라는 사람이 완전히 하대한다. ‘너는 이렇게 잘못 만들었잖아.’ 심지어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야단을 치고 있다.” 이원재 소장은 이렇게 한국 사회가 흘러간 가장 큰 이유를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하면 ‘불안’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 중반과 지금, 지난 20년을 비교해보면 한국 사회가 완전히 바뀌었다. 고용, 일자리, 투자 이슈가 모두 달라졌다. 의문이 드는 것은 과연 그 당시 한국 사회를 이끌던 리더십이 지금도 이끄는 것이 효과적이냐는 것이다. 오래된 지혜는 물론 존중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리더십이나 성장동력은 젊은 세대에게 맡기고, 그 윗세대는 팔로어십을 발휘하는 세대교체가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구조와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윤석 교수는 “단기적으로 2018년을 이야기하지만 실제적으로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오기까지는 10여년의 여유가 있다고 보지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며 “출산율을 올리고 인구의 도시 집중을 막기 위해서도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86세대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외국에서 30대 초반의 장관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의 훈련이 선행되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 사회의 미래가 장기적으로 리더십이 교체되지 않는 소수 기득권 층을 위한 사회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40대에서 50대에 걸쳐 있는 이 세대의 자기 성찰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세대전쟁 아닌 세대게임?
“세대전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평등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것은 우석훈 박사·박권일씨가 저술한 <88만원 세대>부터이지만 세대전쟁 담론을 더 활용한 쪽은 오히려 기득권 세력이나 정부였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말한다. “이른바 4대 개혁 주장을 보자. 대통령이 길거리 서명까지 나서며 노동개혁을 강조하지만 청년들의 절망과 고통의 원인을 고임금 정규직 기성세대의 기득권에서 찾는 논리 아닌가. 청년고용과 장년고용의 연관성은 실증도 안 된 주장이다. 지난해 봄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재원 고갈을 이야기하며 ‘세대 간 도둑질’을 언급한 것이나 이른바 청년단체들 대표가 민주노총 앞에서 ‘정규직 기득권 양보’ 시위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불평등을 세대문제로 치환하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것을 ‘세대게임’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임의 전가나 회피, 비난을 위해서 세대를 이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영국 노동당이 집권 당시 정초한 개념이다.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의 저자인 박종훈 기자 역시 “세대 내 공모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불러내 이용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대전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의 이해를 참칭한 기득권세력이 벌이는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특정 코호트를 지칭하는 386에 오면 조금 복잡해진다.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86세대의 경우 비록 세대규정에서 1980년대 학번이라는 대학 졸업 여부가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통계적으로 여론조사 데이터로 구분을 해보니 대학 출신 여부는 정치성향을 결정짓는 데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말했다. 386세대의 경우 자신들이 예컨대 대학에 들어가거나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광주 민주화항쟁이 있었고, 군사독재 시절을 경험했다는 ‘압도적인 경험’이 그 후 이들이 장년층이 돼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에 일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오 연구원은 “서구사회에서 68혁명세대가 일정한 코호트를 형성하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것처럼 이들은 진보적 입장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원재 소장은 “인구절벽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제론토크라시의 대두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리더십 교체의 지연현상을 말하는 것이지, 세대 전체가 승자가 되는, 이를테면 승자세대와 패자세대가 나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리더십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도 한 세대 전체가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패러다임이 다른 패러다임으로 교체되는 것을 말하며, 그러기 위해서도 오히려 필요한 것은 세대연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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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국의 핵공갈시대 영영 끝장

북, 미국의 핵공갈시대 영영 끝장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1/23 [21:0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이 수소탄 시험 이후 최근에 공개한 포스터 '정의의 보복타격' 오래 전부터 북은 핵미사일을 미국의 심장부에 날릴 수 있다고 주장해왔었다.     © 자주시보

 

23일 인터넷에 올라온 북 언론의 개인필명 논평에서 북의 핵보유를 산생시킨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북이 핵전파방지조약(NPT)에도 가입하고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미기본합의문에도 서명하는 등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를 비핵화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지만 미국은 핵태세검토보고서의 핵선제타격대상국 명단에 북의 이름을 올리는 등 대북 핵위협을 계속 증대시켜왔기 때문에 결국 북도 핵보유의 길에 들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논평은 북이 핵무장을 하지 않았다면 이라크나 리비아, 아프가니스탄처럼 미국의 공격으로 초토화되었을 것이라며 “만일 미국이 핵보유국의 전렬에 당당히 들어선 북의 자위적억제력을 바로보지 못하고 계속 분별없이 날뛰다가는그것이 곧 섶지고 불속에 뛰여드는 자멸행위로 된다는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면서도 논평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미국은 북과 더는 전쟁할수 없는 나라로 되였다.》
《수십년동안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속에서 자립적민족경제를 건설해온 북에 과연 이란식경제제재가 통할가. 그것은 오히려 북주민들의 반미의식만을 강화시키는 촉매제로 될것이다.》
《조선전쟁을 완전히 종식할 평화협정체결이야말로 모든 조선사람들과 전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유리한 해결방안으로될것이다.》
미국은 세계여론의 공정한 이 목소리부터 귀담아들어야 한다.]

 

결국 북은 이번 논평에서 제재나 압박, 이란식 해법 모두 소용 없고 오직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북미평화협정만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최근 북의 논조와 맥을 같이하는 재일조선인들의 조선신보에서도 북미평화협정이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이란 주장을 제기하는 등 북에서 한반도 핵문제 해법으로 북미평화협정체결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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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마신 5세 아이까지 피폭, 더는 살 수 없다

경주 월성원전 주민 40명 방사성 물질 노출, 근본적 대책이 절실하다

16.01.24 10:51l최종 업데이트 16.01.24 10:5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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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1호기 바라보는 주민 월성원전과 맞붙어 있는 나아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지난해 3월 3일 오후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의 (오른쪽부터) 월성1,2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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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민 몸속에서 또다시 방사성물질이 100% 검출되었다. 이번에는 5세부터 19세까지의 아동·청소년 9명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21일, 환경운동연합과 경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해 검사받은 주민 40명 전원에게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몸속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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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별 액체와 기체 삼중수소 방출량 추이
ⓒ 양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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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는 세포와 유전자 손상을 장기적으로 일으켜
 
삼중수소란?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이다. 중수는 중수로 원전의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재이다. 이 중수의 중수소에, 핵분열 시 발생한 중성자가 결합해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물은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로 구성된다. 무거운 물인 중수는 이 물에 수소 대신 중수소가 있는 물이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으나, 중수소는 여기에 중성자가 하나 더 붙은 형태이다.

삼중수소는 크기가 매우 작고 이온을 띄지 않아 금속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하기 때문에 일단 발생하면 원자로 외부로의 유출을 막기가 어렵다. 냉각재로 중수를 쓰는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형 원전을 가동할 경우, 삼중수소 다량 발생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2007년 10월부터 월성원전 4기에 삼중수소 제거기가 한 대 도입되면서 방출되는 삼중수소 양은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원전지역보다 발생하는 양이 열 배가 넘는다. 

삼중수소는 전자로 된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물질로 베타선의 에너지 크기는 약한 편이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베타선은 멀리 가지 못하기 때문에 삼중수소 주변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주변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세포의 손상, 유전자의 손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면서 암과 백혈병 등의 질병이 발생된다.

더구나 삼중수소는 수소를 대체하는 방사성물질이라서 몸의 구성성분이 된다. 물에도 수소 대신 삼중수소가 들어있고 탄수화물에도, 단백질에도 수소 대신 삼중수소가 있다. 세포질에도 세포막에도 유전자에도 삼중수소가 수소 대신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몸의 구성성분이 된 삼중수소는 인공방사성물질이므로 불안정해서 스스로 핵붕괴가 일어난다. 

핵붕괴 후에는 헬륨으로 바뀌게 된다. 헬륨으로 바뀌게 되면서 발생하는 베타선으로 세포와 유전자는 손상을 입는다. 이에 더해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게 되면서 산소와 탄소 등과의 결합선이 끊어지게 된다. 세포와 유전자 등의 구조가 무너지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핵붕괴하며 그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12.3년이라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사성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몸의 대사 과정에서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몸의 구성성분이 되어버리면 수십 년 동안 계속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주변 환경이 삼중수소로 오염이 되어 있어서, 삼중수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과 동시에 다시 들어오게 되면 영향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소변은 몸 전체의 혈액 등이 걸러진 찌꺼기다.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몸 전체가 그만큼 삼중수소로 오염되어 있다는 의미다. 

2014년 월성원전 3기(월성 1호기는 수명만료로 가동 중단된 상태였다)에서 액체와 기체로 방출된 삼중수소는 185테라베크렐(TBq)이었다. 1베크렐은 1초에 한 번 핵붕괴하는 방사성물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테라'는 10의 12승 단위이다.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가 매일 같이 월성원전 주변의 바다와 공기 중으로 다른 방사성물질과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고 이 삼중수소가 주민들의 몸을 오염시키고 있다. 

주민들을 상대로 소변 검사를 해 보면 원전에서 30km만 떨어져 있어도 잘 검출되지 않는다. 지난해 8월에 경주 삼중수소평가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5km 지점의 경주시내 시민 125명의 소변을 검사했을 때에는 검사대상의 20%에게서만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양남면 나아리 주민 40명은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 모두 100% 검출되었고, 그 양도 높은 편이다. 

원전 재가동 후 삼중수소 오염도 높아져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월성원전 1호기가 정지 2년 7개월 만에 재가동 된 후의 첫 조사라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월성원전 1호기를 포함해 4기가 가동 중일 때 조사한 주민 5명의 몸속에는 리터당 15~31.4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있었다. 

2012년 11월 20일 월성원전 1호기가 수명만료로 가동 중단된 후 삼중수소평가위원회가 2014년 8월 이후 확보된 소변 시료로 검사한 인근 주민 61명에게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리터당 8.36베크렐로, 그 양이 줄었다. 2015년 2월 KBS 의뢰로 조사한 인근 주민 10명에게서는 리터당 평균 7.47베크렐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40명에게서 평균 리터당 17.3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이다. 월성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 승인을 받고 2015년 6월 10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월성 1호기 재가동이 주민들의 삼중수소 오염을 더 높인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계는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양이므로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자연방사선 외에 인공방사선에 의한 피폭량(방사선에 쬐이는 양)이 1밀리시버트(mSv)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기준치이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은 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암 발생을 일으킨다는 것이 의학교과서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같은 원자력계의 주장은 잘못된 계산식에 근거한 평가다. 원자력계가 주장하는 기준치는 방사성물질에 따른 피폭량(몸이 흡수하는 에너지) 계산식에 따른다. 

인공방사성물질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60년 남짓이다. 그 피해를 규명하는 연구도 일부만 진행된 상태다. 방사성물질이 발산하는 방사선에 의한 건강피해를 계산하는 계산식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이후 생존자들을 연구하면서부터다. 핵무기 폭발 때 순간적으로 번쩍했던 빛,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생존자들은 이렇게 순간적으로 높은 양(고선량)의 방사선을 쬐었다. 

하지만 원전주변 주민들의 방사능 피해는 다르다. 주민들은 낮은 양(저선량)의 방사선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그것도 체내에서 생성되어 피폭됐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비하다. 저선량 방사성물질에 의한 암 발생은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바로 알아내기 어렵다. 

아무리 빨라도 5년 이상 걸리고 대부분은 20년 이후에나 드러나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쳐 주민들의 질병 발생에 대한 추적조사(역학조사)를 해야 한다. 더구나 세계적으로는 원전에서 바로 인접한 곳에 많은 사람이 사는 경우가 드물어서 데이터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 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원전에서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은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데, 주민들의 암 발생은 원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방사능에 가장 민감한 20세 미만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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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 주민 요시료 삼중수소 검출 결과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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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일자: 2015년 11월(접수) ~ 12월(시험)
○ 시료수: 40명의 요시료
○ 분석핵종: 삼중수소
○ 조사기관: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
○ 조사의뢰: 나아리이주대책위원회

기준치 '이하'여도 암 발생과 연관 있다

월성원전 주변에는 특히 갑상선암 환자가 많다. 물질을 하는 해녀들 상당수가 암을 달고 산다는 것을 지역 방송사가 확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제시하는 계산식으로는 주민들의 암 발생 증가를 설명할 수가 없다. 계산식 자체가 틀린 것이다. 

저선량 방사선이 지속적으로 수년, 수십 년간 계속 몸속에서 영향을 미칠 경우 아무리 기준치 이하라도 건강 영향이 발생한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인이 되었고. 과학적 방법인 역학조사를 통해서도 확인이 되었다.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저선량 방사선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제 5살 된, 몸무게가 16kg밖에 되지 않는 아이에게서 리터당 17.3베크렐이 나왔다. 방사능의 영향은 어릴수록 더 크다. 세포분열이 왕성한 아이들의 경우, 방사선에 의한 유전자 손상의 결과로 발생하는 건강 영향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몸무게 대비 방사성물질의 농도도 높아 그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아이가 계속 이곳에 살았을 경우 수년 후에, 십년 후에 어떤 건강피해가 발생할지 부모로서 걱정할  수밖에 없다.

kg 당 1베크렐이 검출된 고등어가 걱정되어 아이들 급식에서 아예 일본산 수산물을 제외하고, 나아가 수입까지 금지시키는 마당에 몸속에 리터당 17.3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있다는 검사결과를 받아든 부모는 어떤 심정이겠는가. 이걸 두고 기준치 타령하는 원자력계가 개탄스럽다. 

사실, 이 아이의 할머니는 1년 전 삼중수소 오염을 우려해서 모든 식수를 생수로 바꿨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간이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다. 부엌 싱크대에서 나오는 물이 이미 삼중수소에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 1년간 생수를 식수로 사용했는데도, 아이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이다. 울산으로 출퇴근하는 아빠는 리터당 6베크렐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호흡을 통한 오염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성원전 내에서 일하는 주민의 몸에서 리터당 157베크렐이 나오고 집을 별도로 15km 밖에 두고 다니는 주민에게서 최소값인 리터당 3.4베크렐이 나온 것을 보았을 때 의심은 사실이 된다. 식수만을 바꾼다고 삼중수소 오염을 피할 수 없으니 간이상수도를 광역상수도로 바꾼다고 해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전축소 아니면 전원 이주... 이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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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 폐쇄 촉구 나선 주민들 지난해 3월 3일 오후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 결정 항의 집회를 열고 수명연장결정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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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해결책은 원전 수를 줄이거나 주민들이 이주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곳은 원전 인근이라서 땅이든 집이든 매매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난 10년 넘게 매매가 아예 없었다. 결국, 전 재산이 원전 주변에 묶인 주민들은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본인은 물론 자식, 손자들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보상이 아니라, 원전 때문에 매매가 되지 않는 집과 토지를 사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은 대화 테이블은커녕 연락 한 번 없었다고 한다. 이주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월성원전 앞에서 500일 넘게 농성장을 차려놓고 있다. 매서운 겨울바람 앞에서 오늘도 농성을 한다. 

지난 2015년 2월 말 삼중수소를 뿜어내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 재가동 결정은 이들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결국 1년이 지난 뒤 이들은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삼중수소에 더 높은 양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22년 핵발전소 완전 폐쇄를 결정한 독일정부는 정부차원에서 원전에 의한 주민들의 건강영향을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거주지가 원자력 발전소와 가까운 것과 만 5세 전에 암(및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독일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소아암에 대한 역학적 연구/ Dec. 2007, urn:nbn:de:0221-20100317939 Salzgitter, 2007).' 

이때 독일 원전에서 방출되는 기체 방사성물질에 의한 영향은 0.0000019밀리시버트라고 평가되었다. 기준치의 백만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언론 기사를 통해 확인한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에 의하면 리터당 30베크렐 정도의 삼중수소가 1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피폭량은 0.000607밀리시버트로, 이는 83년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더라도 흉부 엑스선 촬영의 피폭량(0.05밀리시버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은 곧 정부의 주장인가 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어떤 조치나 언급도 없다. 한수원의 주장은 잘못된 피폭량 계산식에 의한 것이며 체내 삼중수소의 영향을 무시한 것이다. 기준치 이하라도 주민들의 건강영향을 조사하는 독일정부와 완전히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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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살인 진압' 김석기, 갈 곳은 국회 아닌 감옥"

 
용산 참사 7주기 "억울한 현실 안 바꾸면 다음은 바로 당신!"
 
| 2016.01.23 19:02:19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거리와 나와 살려달라고 외치는 거 말고는. 용산 참사가 해결되지 않아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희생되고 농민 백남기 씨가 다친 거 같습니다. 우리가 미처 용산을 해결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 밖에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얼마나 흘려야 눈물이 마를까. 2009년 1월 20일 재개발을 반대하며 망루에 올랐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상림 씨 부인 전재숙 씨는 머리를 떨궜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시계는 7년 전에 멈춰 있었다.  
 
23일 용산 참사 남일당 터에서는 '용산참사 7주기 여기, 사람이 있다' 추모대회가 열렸다. 참사가 발생한 남일당 건물은 헐린 지 오래지만, 정작 그 터는 공터로 남아있다. 황금알을 낳는다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야외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막대한 이익을 기대했던 재개발 계획과는 다른 모습이다. 
 
애초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은 40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6개동(763가구)이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지난 2007년 5월 용산구의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졌지만 용산 참사와 2013년 용산역세권개발 좌초로 무산 위기가 불거졌다. 사업 시공권을 갖고 있던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은 잇따라 발을 뺐다. 
 

▲ 발언하는 전재숙 씨. ⓒ프레시안(허환주)

"7년 동안 폐허로 남겨둘 것을 왜 그리 성급하게…" 
 
용산 참사 추모위는 "폐허가 되어 고작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이곳이 절규하던 철거민들을 서둘러 진압해 죽게 했던 자리라는 사실이 끔찍하다"면서 "7년 동안 폐허로 남겨둘 것을 왜 그리 성급하게 대테러 진압하듯 했는지 이 학살의 터는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모위는 용산 참사 이후에도 벌어지고 있는 국가폭력도 비판했다. 이들은 "농민 백남기 씨가 두 달 넘게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그날 진압 장면은 용산 망루가 검붉게 타오르기 직전의 물대포 진압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하지만 여전히 그 누구의 사과 한마디도 없다. 오히려 진압 책임자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용산 참사 진압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됐다'고 뻔뻔하게 말했다고 한다"며 "하루아침에 여섯 명의 국민이 죽임당했는데 그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게 지금까지도 국가와 경찰에게 살인면허로 인용되고 있어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용산 학살 진압 책임자 김석기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저들은 '여기까지 해도 용납하는구나'를 넘어 '이렇게까지 해야 앞길이 보장되는구나' 하며 더욱 자신감을 얻고 활개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용산참사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 등 논란이 일면서 서울경찰청장직에서 사퇴한 김석기 전 청장은 오사카 총영사,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거쳐 올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현재 경북 경주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 국회의원을 노리고 있다. 
 
"억울한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은 너다" 
 

▲ 공터로 남은 남일당 터. ⓒ프레시안(허환주)

이날 마이크를 잡은 박래군 용산참사 추모위 집행위원장은 남일당 터를 두고 '전쟁터'였다고 표현했다. 박 위원장은 "살겠다고 14명의 철거민이 망루에 올랐다가 9명만 탈출하고 나머지 5명은 그 자리에서 불에 타 죽었다"며 "이곳은 그런 현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후 355일이 지나 장례식을 치를 때까지 이 공간은 유가족이 울부짖던 곳이었고, 용역과 경찰이 마구잡이로 폭력을 행사했던 공간이었다"며 "서둘러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던 공간이었고, 그러고도 7년을 '공간'으로 남겨두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우리는 용산을 통해 잘못된 자본과 권력을 볼 수 있다"며 "그런 잘못된 구조를 바꾸고 서로 손잡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 '여기 사람이 있다'는 말을 우리 가슴 속에 붉게 새기자"고 당부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잊지 말자"고 독려했다. 유 위원장은 "자식이 죽고 난 뒤 648일째 4월 16일을 살고 있다. 하지만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2196일째 1월 20일을 살고 있다"며 "겨우 648일을 사는 것도 힘든데 그날들을 어떻게 버텼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우리가 느끼는 어려움은 투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여전히 그날을 우리는 잊지 못하지만 '저들'은 우리에게 참사를 잊으라고 강요한다"며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해놓고도 그들은 이를 어떻게 해서든 잊히게 하려고 애쓴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도 그렇고 용산도 그렇고 잊게 하려는 악랄함과 우리는 싸울 것"이라며 "용산 참사 희생자들이 '억울한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은 너다, 너희가 할 일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 그곳은 추웠다
 
이날 추모제에서 고 이상림 씨 며느리 정영신 씨는 남편 이충연 씨와 분향소를 지켰다. 그는 이날 추모대회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아버지를 생각하며 장문을 남겼다. 아래 전문을 싣는다. 
 
검정봉다리를 늘 들고 오셨다. 그안을 들여다보면 먹거리가 한가득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를 다니셨고, 자전거타시고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사람들과 정을 나누셨다. 무뚝뚝한 말투 속에 사랑이 묻어있고, 인자한 미소가 보는 사람마저 미소 짓게 만드셨다. 
 
막내아들을 무척 좋아하셨다. 덩달아 막내며느리도 무척 좋아하셨다. 본인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가족들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해 하시던 그런 아버님. 사랑하던 가족들을 지키고 싶었던 꿈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어야했고, 그렇게 사랑했던 아들은 죄인이 되어 7년이 되도록 용산이란 사슬에 묶여있다.
 
얼마 후면 학살의 터이자 우리가족들의 추억과 삶이 있던 그 자리는 사라질 거다. 행복을 꿈꿨던 그 자리는 사라질 거다. 사라지기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가슴에 새겨야겠다. 평범한 우리가족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은 자. 사랑하는 아들 곁에서 죽임을 당하게 만든 자. 사랑하는 아버지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게 만든 자.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은 자. 반드시 기억하고 처벌할 것이다. 
 
늘 그곳은 추웠다. 오늘도 무지 춥다고 한다.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하길 바래본다. 무너진 삶의 현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걸음 기다려본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 이날 추모제에는 방한 중인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참석, 용산 참사 유가족, 박래군 집행위원장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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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북반구의 추위가 시작된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①지구의 겨울나무들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 2016.01.22 14:49:42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라는 기상 관측이 빗나간 걸까요?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한파는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형성된 '우랄 블로킹'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엘리뇨 현상에 따른 따뜻한 겨울이나 북극 한파로 인한 추운 겨울이나 모두 지구 온난화에 원인이 있습니다. 겨울철 찬 기운이 시작되는 북극권 생태계 이야기, 눈을 기다리면서도 편의를 위해 쓰는 제설제의 이면, 그리고 지구의 온도를 올리지 않고 건강하게 겨울을 나는 방법을 전합니다. 

하루 넘게 태양이 뜨지 않는 곳  

1월은 북반구에서 추위가 본격 시작되는 시기이다. 언론에도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방의 경관이 자주 등장한다. 얼음과 눈이 압도하는 황량한 경관에는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에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동식물이 추위에 적응하면서 서식한다. 

북반구에서는 북극점부터 남쪽으로 가면서 북극해, 연중 대륙빙상으로 덮여 있는 빙권(氷圈), 툰드라, 타이가,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자라는 혼합림대, 낙엽활엽수대, 상록활엽수림대, 열대우림이 나타난다. 고도에 따라 기후대와 식생대가 달라지며, 대륙 내부로 가면 초지나 사막으로 바뀐다.  

먼저, 북극권의 가장 북쪽인 빙권부터 살펴보자. 북극해(Arctic Ocean)와 함께 일 년 내내 영하 기온으로 기온이 낮고 강설량이 많아 지표의 5분의 2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대륙빙상(大陸氷床, continental ice sheet)이 발달하고, 북위 66도 33분에는 북극권의 남방한계선이 나타난다.  

빙상의 남방한계선 일대에는 여름에만 잠시 얼음이 녹는 활동층(active layer)이 나타나지만 대부분은 땅속 온도가 2년 넘게 영하 기온으로 항상 얼어 있는 영구동토(permafrost)가 나타난다. 영구동토는 전체 육지 25%를 차지하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땅속에 축적되어 있던 메탄가스가 대기로 방출되어 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북극권은 북극점에서 북위 66도 33분까지로 한대와 온대기후대를 나누는 경계선이다. 이 위도에서 하지 때(6.21경)에는 하루 넘게 태양이 지지 않으며, 동지 때(12.21경)에는 하루 넘게 태양이 뜨지 않는다.  

북극권에서는 지질시대에 기후변화에 따라 환경과 경관이 변했다. 약 20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플라이오세(Pliocene) 말에는 현재보다 따듯해서 재목으로 사용하는 나무가 자라는 한계선인 삼림한계선(forest limit) 지금보다 1600킬로미터(km) 북쪽까지 닿았다. 최후 빙기인 약 7만 년 전에는 북극권에 3000미터(m) 넘는 두께의 빙상이 발달했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추위 속에 불을 사용하면서 사냥하고 채집하여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해결했다. 

약 1만 년 전 홀로세(Holocene)에 기후가 온난해져 빙하가 후퇴하면서 해수면이 올라왔다. 홀로세에 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신석기 문명이 발달했다. 경작지를 만들면서 산림 파괴와 교란이 시작된 시기이다.  

 

▲ 러시아 캄차카 반도 툰드라 눈잣나무. ⓒ공우석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는 곳, 개발로 위협받는 툰드라와 타이가 

툰드라(tundra)는 북극해 연안에서 남쪽으로 월평균기온이 섭씨 10도 아래인,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한계선까지이다. 툰드라에서 가장 따뜻한 달 평균기온은 섭씨 0∼10도. 2∼3개월 여름 동안 기온이 높아지면서 지표가 녹아 습지를 이룬다. 중위도 고산지대에도 고산 툰드라는 나타난다.  

북극권과 온대 고산대는 서로 거리는 멀지만 많은 극지고산식물(arctic-alpine plant)들이 공통으로 자란다. 이들은 과거 빙하기에 빙하와 주변 주빙하(peri-glacial) 지역의 혹독하게 한랭하고 열악한 환경을 피해, 보다 나은 서식지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여 정착한 식물들의 후손으로 '빙하기 유존종'(relict species)이다.  

툰드라 식생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면서 북극해 툰드라, 관목성 툰드라, 수목이 자라는 툰드라로 바뀐다. 북극해 툰드라는 이끼류인 선태류(bryophyte)와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인 지의류(lichen, 땅옷식물)만 자란다. 관목성 툰드라에는 이끼, 지의류, 초본식물, 키 작은 북극해안 자작나무류(Betula spp.), 관목성 버드나무류(Salix spp.)가 많다. 수목이 자라는 툰드라에는 하천 주변과 계곡에 키 작은 자작나무류와 이깔나무류(Larix spp.), 가문비나무류(Picea spp.)가 분포한다.  

타이가(taiga)는 툰드라 남쪽 북위 50∼70도에 나타나는 '북방림'이다. 타이가는 여름 월평균최고기온이 섭씨 10도보다 높은 곳에 상록침엽수인 가문비나무류, 전나무류(Abies spp.)와 낙엽침엽수인 이깔나무류 같은 침엽수림대가 발달한다. 습윤한 타이가에는 가문비나무류와 전나무류 삼림이 자라며, 배수가 잘 되는 곳에는 소나무류(Pinus spp.), 관목, 목초가 자란다. 한랭건조한 타이가에는 이깔나무류가 주로 자란다. 

과거에는 열대우림에서 세계 목재의 상당 부문을 조달했다. 그러나 벌목, 플랜테이션 경작지 조성, 지하자원 개발로 열대우림의 생물다양성이 급감하고 기후변화에도 부정적이라는 비판 때문에 개발이 어려워졌다. 열대림에서 생산되던 목재를 타이가에서 공급하면서 타이가 침엽수림 면적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타이가 지역에서 원유, 천연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을 채굴하면서 타이가 면적이 더욱 급격하게 줄어들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같은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타이가는 수목 생장이 더딘 곳으로 훼손된 식생은 회복이 쉽지 않으므로 체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북극권에서는 봄이 되어도 북극해가 얼어 있어 중위도에서 겨우내 쌓였던 눈과 얼음이 녹아 만들어진 강물이 북극해로 흘러가지 못하고 하천이 범람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통 툰드라와 타이가 지역은 기온이 항상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름에는 툰드라와 타이가의 기온이 높아 영구동토층의 활동층이 녹고 하천이 역류하면서 광활한 습지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인간의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특히 습지에는 많은 모기와 각다귀 같은 벌레들이 서식하므로 이들 지역을 답사할 때에는 모기와 해충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 러시아 연해주 자작나무숲. ⓒ공우석

 

▲ 중위도 고산지대 툰드라 스코틀랜드 이끼류. ⓒ공우석


설악산 봉우리엔 빙하기의 유산이 살아 있다  

한반도는 북극권과 지리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 빙하기에 북방 식물들이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해 정착한 핵심 피난처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한반도 고산대와 아고산대 또는 섬이나 풍혈과 같은 특이한 공간에는 빙하기의 유존종이 남아 있다. 한반도가 없었다면 동아시아 생물다양성은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날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의 산정에 자라는 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유존종 나무들은 한반도 자연사를 알려 주는 열쇠이자 한반도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핵심요소이다. 유존종 꼬마나무 가운데 눈잣나무, 눈향나무, 찝방나무, 눈주목 같은 나자식물 겉씨식물 4종과 돌매화나무, 시로미, 들쭉나무, 월귤, 홍월귤, 노랑만병초 같은 현화식물 속씨식물 6종이 대표종이다.  

최근 국립수목원이 발간한 책자 <작지만 강인한 유존식물은 많은 이야기를 알려 준다>는 이들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북극권과 한반도에 모두 자라는 빙하기의 유산으로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눈보라,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고 있는 한반도의 자연사를 설명해주는 지표종이다.  

작지만 강인한 한반도의 유존종 식물들은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 산성비와 같은 환경오염, 케이블카 설치 같은 산림생태계 훼손과 교란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설악산에 건설하기로 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케이블카의 종점인 끝청 주변 귀때기청,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처럼 설악산 정상부 일대에는 지난 빙하기에 북극권에서 한반도로 피난처를 찾아 유입되어 온 키 작은 유존종인 여러 종 극지고산식물들이 분포한다. 이들 꼬마나무들은 키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개발에 의해 탐방객이 증가할 경우 사라질 위험이 크다. 이들 극지고산식물들을 보전하기 위한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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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총선서 ‘심판론’ 아닌 ‘정책선거’ 치러야 해볼만…”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8]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출간 우석훈 박사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2016년 새해가 밝았고 경제 부총리도 교체되었지만 경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경제 전문가들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올해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노동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하는 ‘노동개악’을 밀어 붙이고 있어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여 지난 12일 평창동 한 커피숍에서 우 박사를 만났다. 다음은 우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우석훈 박사 <사진제공=뉴시스>

- 먼저 <GO발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새해를 맞았는데 경제 전망은 별로 안 좋아요. 한 해 잘 절약하시고 아껴서 편안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새해, 경제 성장률 3%로도 넘기 어려워…암울할 것”

- 이혜훈, 김진표 전 의원은 올해 경제를 날씨로 비유하자면 언제 비 올지 모르는 ‘매우 찌푸린 흐림’으로 표현하셨던데 우 박사께서는 올 한해 어떻게 전망하세요?

“올해는 3%가 넘기 어렵다는 등 성장률 자체를 굉장히 낮게 봐요. 아마 상반기 지나면서 여러 경제 기구들이 성장률을 계속 낮게 잡을 것 같아요. 뭔가 조금 방어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노동 개혁 등 경제개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 해고를 더 쉽게 하고 임금을 더 줄이는 쪽으로 가거든요. 객관적으로 본다면 큰 경제적 전환점이 오기 전에는 올해는 암울하고 우울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일단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와 여론이 중요한데 경제에 대한 여론이 잘 형성 안 돼요.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고 넘어가는 것이 많아요. 실제로 많은 것은 정부나 국회에서 결정되고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경제 이슈들이 있으면 더 살펴보시고 개인의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나 젊은 세대, 혹은 노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런 걸 좀 더 꼼꼼히 살펴보시면서 좋은 경제 여론이 형성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아직은 박근혜 정부의 평가라든지 하는 것에 대해 경제 여론은 잘 형성 안 된 것 같더라고요.”

“中 경제, 韓 돌파구 되는 시기는 지나…자체 흐름 찾아야”

- 올 초 중국 증시가 폭락했는데 그게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일단 중국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하거든요. 중국도 예전엔 우리나라처럼 수출중심이고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방기하는 방식으로 했어요. 하지만 이젠 불평등을 줄이고 격차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중국 경제 자체가 방향 전환을 했거든요.

중국도 조정되는 과정이다 보니 아직도 수출 위주로 하는 한국 경제가 영향을 받긴 받아요. 그런데 중국보단 한국에서 더 문제가 생길 거예요. 중국은 자체조정 중이라서 몇 번의 혼란 속에서도 자기 길을 찾을 텐데 우린 아직 조정기에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중국 경제가 한국의 돌파구가 되는 시기는 지났고 우리도 우리 자체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에서 자체적인 길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 왜 그럴까요?

“아직도 수출 중심의 경제에 대한 습관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유럽이나 미국은 내수시장이 있어서 역동성을 가지고 움직이는데 한국경제는 아직 우리 자체의 흐름을 갖지 못하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일반화 되면 우린 더 어려울 수밖에 없죠.”

- 그럼 왜 우리는 내수를 활성화하려고 하지 않죠?

“내수가 사람들의 실제 소득이라든지 일자리로 연결되기보다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쪽으로 맞춰져 있었거든요. 집값 떠받치느라고 월급을 부양하거나 일자리 만드는 데에 들어가야 할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가는 거예요. ‘뉴스테이’라고 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임대주택은 아니거든요. 그린벨트 풀어서 대기업 건설사들에 보조금 같은 걸 주면서 이게 전·월세 대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효과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 새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유일호 전 국토부 장관이 취임했어요. 유 부총리 어떻게 보세요?

“기본적으로는 전임자와 크게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규제 완화를 통해서 해고를 좀 더 쉽게 만들고 비정규직 기간을 좀 더 늘리고 하는 쪽으로 계속 더 갈 것 같고 그다음에 활성화 조치라고 하지만 저금리 기조도 계속 끌고 갈 것 같거든요.

그런 점에 계속 국민에게 ‘빚내서 집 사라’는 전임자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특별한 대책을 가지고 문제를 풀지는 못할 것 같고 어쨌든 이 정권 내에서 문제만 안 터지면 된다는 폭탄 돌리기를 할 것으로 봅니다.”

“최경환의 단기적 경기부양책, 올해 부작용 드러나게 될 것”

- 유일호 부총리는 전임인 최경환 부총리의 ‘초이노믹스’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하던데 ‘초이노믹스’는 실패한 정책 아닌가요?

“초이노믹스가 실패했는지를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거든요. 확실해진 것은 부동산 경기가 과잉일 정도로 활성화된 건 사실이고 그동안 개인들의 부채가 굉장히 늘었거든요. 채무가 늘어난 것이 아직은 정부가 관리 가능하다고 하는데 최근 늘어난 것들이 관리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전 위험이 있다고 봐요. 그러면 그런 것이 대외경제와 맞물리면 모래 위에 세우는 성 같은 거예요.

올 상반기 부동산과 관련된 아파트 분양이 많이 늘었거든요. 근데 그게 정상적으로 경기 활성화가 되거나 경기가 좋아서 아파트 분양이 늘어난 게 아니에요. 때문에 올 하반기가 되면 분양시장이 얼어붙어서 사람들이 안 사려고 할 거니까 아직 이게 팔리고 있을 때 마지막 기회로 몰아서 한다는 것이잖아요. 하반기 것을 상반기로 당기는 건 건설사도 올해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보는 거거든요. 이렇게 몰리면 원래도 불안한 거지만 몰락할 위험이 많아지거든요. 단기적으로 부양한 부작용 같은 게 올해는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겠죠, 중장기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지는 않아요.”

-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마련한 김종인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 위원장으로 영입되어 다시 경제민주화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경제의 오래된 과제 중 하나죠. 경제민주화를 넓은 시각으로 본다면 대기업의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 조금 더 폭넓게는 고용과정에서 적절한 임금을 책정하고 그런 과정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움직이느냐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근혜 정부는 좁게 해석해서 다했다는 입장인데 고용과 노동까지 포함한 좀 더 폭넓은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김종인 박사가 여에서 야로 옮긴 것은 ‘여당이 독주하는데 야당이 제대로 견제를 못 하니 균형이 필요하다’란 의도로 생각합니다.”

   
▲ <사진제공=뉴시스>

“野, ‘심판론’ 아닌 경제민주화 포함 ‘정책선거’로 치러야 해볼만…”

- 그럼 이번 총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얼마나 영향을 줄 것으로 보세요?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민생의제가 있어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처럼 정책선거로 가면 야당도 해볼만한데 정책선거가 아닌 심판론이라거나 프레임 싸움이 먹히면 여당이 유리해요.

정책선거가 되면 총선의 경우 사람들이 투표할 이유가 생기잖아요. 그러면 투표율도 높아지는데 어떤 사람이 낫냐는 인물 싸움으로 가면 굳이 투표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경제 자체에 대한 정책선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주장합니다.

“일반 해고를 비롯한 몇 가지 논의는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거든요. 저도 무조건 해고는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거기에 대한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기준과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오랜 토론이 필요하거든요. 서로 못 믿으면 법 통과는 어려워요. 일방적으로 지시나 하달하는 방식으로 고용여건의 변화를 몰고 오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19대 국회에서 통과되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요.

이건 국민적 타협이라고 할 때 몇 사람 몰아넣고 밀실에서 타협 말라는 식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야죠. 저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구조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19대 국회에서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20대 국회에서 포괄적이고 사회적인 논의를 한 후에 개정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빚내서 집 산다? 팔기엔 좋지만 사기에 좋은 시기는 아냐”

- 가장 문제가 집값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세매매는 사라지고 월세는 미치듯이 오르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빚내서 집 살까 하지만 집값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많아 그렇게도 못해요. 이런 상황 어떻게 보세요?

“저는 집을 개인이 판단해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알아서 할 일인데 다만 부채를 과도하게 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얘기하는 건 예를 들어 1억 넘게 빚을 져야 할 땐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여전히 팔기는 좋은 시기지만 사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에요.

이를테면 두 채가 있다거나 필요 없이 산 집이 있어서 부채가 많다면 정리를 하고 월세로 사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아요. 물론 월세가 아깝고 돈이 나가긴 하는데 큰 부채를 졌다가 위험을 지는 것 보다는 일종의 위험 회피 비용이라고 생각하시고 조금 더 중장기적으로 기다려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 지난 12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잖아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난 다음에 외국계 빠질거다와 아니란 논쟁이 계속 있었어요. 빠진다는 건 미국의 통화가 더 튼튼해지지 않으면 자금 나간다는 일반원칙이고 올해 들어올 것이란 건 미국 금리가 인상을 산유국이라든지 저개발 국가 등 신흥시장에 더 영향을 줄 것이란 거죠. 그러나 한국은 그것보단 안정되어 있으니까 오히려 한국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두 가지 다 가능한 상태인데 지금까지 보여주는 건 나가는 추세가 더 강해요. 계속해서 자금이 이탈되면 생각보다 일찍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올려야 할지도 모르거든요. 그 순간엔 충격파가 되게 크겠죠. 어쨌든 해외 자금이 나갈 것이냐 들어갈 것이냐 이 추이가 국내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누리과정, 박근혜 대선공약…당연히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 누리과정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결국,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더 처음 공약한 대로 편성하면 되거든요. 추경하면 되는데 이것도 여론 재판 비슷하게 됐어요. 교육청이 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으면 교육청에서 부담을 질 것이고 중앙정부가 해야 한다면 중앙정부 예산을 편성하면 되거든요,

너무 정치적 이슈로 보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중앙정부 예산으로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지역 내에 혼란스러운 상황은 있을 겁니다. 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는데 너무 정치적으로 끌고 가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책 표지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출간…“임금론, 사회적 논의 계기되길”

- 지난 6일 <연봉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란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보름 정도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출판 초기라서 지켜보는 중이에요. 한국의 임금론이라고 하는 책도 없고 논의를 안 하더라고요. 단기간에 답이 나오진 않지만, 연봉이 결정되는 매카니즘 자체가 굉장히 복합적이고 사회적인 거거든요. 공론장에 올라와야 할 1번이라고 생각해요. 본인 연봉을 자기가 결정해서 사인하고 혼자 알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얘기해야죠. 지금 이대로라면 노동생산성과 임금인상률이 같아야 하는데 같지도 않고 정권별로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굉장히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인데 임금이란 것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어떻게 쓰게 됐나요?

 

“지금 개별적이진 않더라도 5억 이상 받는 임원들에 대해서는 공개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처럼 좀 더 낮은 연봉에서라도 이름을 알릴 필요는 없지만 공시해야죠. 그렇게 공시하는 방형으로 가서 저 회사가 임금을 어떻게 주는지 서로 비교해볼 수 있게 가는 게 맞는 것 같고 외국도 대부분 그렇게 가더라고요. 저성장일수록 임금에 대한 논의들이 투명해지는 게 IMF도 그렇게 권고하고 OECD 국가가 그렇게 가거든요. 연봉비밀주의가 맞냐는 것에 대한 논의 과정도 진행되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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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국민들이...", 박근혜 참 나쁘다

 

[게릴라칼럼] '경쟁' 강조하는 정부와 기업이 부패하는 이유 ①

16.01.22 19:02l최종 업데이트 16.01.22 20:3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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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지켜보는 시민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모니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핵실험과 경제혁신, 노동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국회 처리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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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평생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쟁'도 분명 지겹게 듣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경쟁해야 발전한다'라든가,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라는 말은 한국에서 의심할 바 없는 진리로 통용되어 왔다.

하지만 '경쟁은 좋은 것'이라는 우리의 신념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많은 한국인들 귀에 이 단어는 아름다운 노랫말처럼 들릴지 모른다. 단어가 주는 느낌, '어감'은 한 사회가 그 어휘를 다루는 방식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일 '개똥'이라는 말을 '공짜 돈'이라는 의미로 쓰기 시작하면, 머잖아 사람들은 이 말에서 꽃향기를 맡기 시작할 것이다.

'경쟁'은 '이기기 위해 싸운다'라는 뜻이다. 남을 누르는 일, 그리고 남을 밟고 서기 위해 싸우는 일이 좋은 것일 수 있을까? 사람은 군집 동물이다. 우리가 무리를 짓고 살아가는 까닭은 혼자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로 돕도록 만들어진 무리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 이것이 바로 경쟁이다. 

적진에 포위되는 게 즐거운 일일 수 없듯, 경쟁은 본질적으로 불안하고, 불편하고, 불행한 것이다. 경쟁을 찬미하는 사람이 있다면 유심히 보라. 그 사람은 이제까지 경쟁해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경쟁할 필요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재벌가 자식, 상당한 재산을 축적한 정치인들, 혹은 어떤 이유로든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적과 친구가 한 몸일 수 없듯, 싸우는 동시에 협력할 수는 없다. '경쟁'의 목적이 생존일 때, 이 싸움은 필연적으로 부도덕하고, 부패하고, 추악한 것이 된다. 내가 죽을 판인데, 도덕은 무슨 망할 놈의 도덕.

'부패 시대'로 회귀한 한국

1997~1998년 외환위기는 민영화, 대량해고, 노동유연화로 대표되는 시기로, 한국사회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 속으로 뛰어든 때였다. 이 기간은 한국이 민주화 이후 가장 부패한 시기이기도 했다. 1996년에는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가 10점 만점 가운데 5.02였으나, 1997년에는 4.29, 1998년에는 4.2, 1999년에는 3.8로 곤두박질쳤다.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부패인식지수도 꾸준히 높아져 2005년에는 5.0으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2008년에는 5.6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흥미롭게도 OECD 국가순위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이 수치를 넘어서지 못한 채 답보와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부패지수 OECD 국가 순위는 2008년 22위에서 2014년 27위로 떨어졌다. 

부패인식지수를 변화추이를 보면, 한국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투명하고 윤리적인 사회를 향해 나아가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래로 과거로 회귀한 셈이다. 삶 자체가 불안한 곳에서는 남에 대한 배려도, 미래에 대한 이상도 존재할 수 없다. 90년대 말 생존이 한국인들의 가장 절박한 문제였듯, 이명박 대통령 이래로 생존은 다시 국민들의 최대 고민거리가 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의 생활고가 '세계 경제 불황'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자신들이 경제운용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때를 잘못 만난 탓이라는 것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이민가고 싶어하는 북유럽 국가들을 보라.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이 지금 '잘 나가는' 이유는 2차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경제로부터 국민들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대대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당시는 결코 돈이 남아돌던 시절이 아니었다. 전쟁으로 세계경제 시스템이 붕괴되어 북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지금의 한국보다 훨씬 궁핍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저임금과 손쉬운 해고 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불행한 국민들의 삶을 더욱 불행하고 만든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선진화'라고 부른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한 일은 공기업을 대거 민영화하고 공공부문에서 수만 명을 대량 해고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공기업 선진화'라는 간판을 걸고 진행되었다. 박근혜는 실질임금 성장률이 '0퍼센트' 대에 머물러 있는 노동자 임금을 깎고, 내일이 불안한 직장인들을 더 쉽게 해고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노동시장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 눈에는 서로 죽고 죽이는 정글사회가 '선진화'로 보이는 것이다. 

경쟁이 부패로 귀결되는 현상은 비단 한국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다. 맨체스터 대학의 인드라닐 두타 교수 팀은 논문을 통해 경쟁과 부패 사이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부의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경쟁 강화가 부패를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불평등 사회에서는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며, 불평등한 조건을 두고 '경쟁'을 주장하는 것은 사회를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자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민영화, 규제철폐, 무한경쟁... 지옥을 만드는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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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역 광장에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본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2016.1.1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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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부패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는 널려 있다. 미국의 '엔론(Enron)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이 회사는 직원 2만 명을 거느린 대규모 에너지·통신업체였으며, 파산하기 직전인 2000년 매출은 무려 150조 원에 달했다. 같은 해, 한국 최대기업이라는 삼성전자 매출액이 34조 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엔론이 얼마나 거대한 회사였는지 알 수 있다.  

엔론은 단지 몸집만 큰 기업이 아니었다. 이 회사는 '창조적 사업모델'을 선두에 내세운 매우 창의적인 기업이기도 했다. 경제지 <포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 회사를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았다. 우습게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힌 마지막 해에 엔론은 파산했다. 

엔론이 저지른 일은 부정·부패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횡령, 뇌물수수, 주가조작, 매출조작, 분식회계 등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은 다 저질렀으니 말이다. 이 사건은 재계뿐 아니라 미국사회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기업이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세계 자본주의의 수도'를 자임해 온 미국 땅에서 말이다.

엔론 사태 이후 수많은 논쟁과 분석이 잇달았다. 무엇이 기업을 그토록 부도덕하게 만들었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민영화', '탈규제', '경쟁주의'를 꼽았다. 

엔론이 에너지, 특히 전기사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던 이유는 전기 공급을 공공기관에서 민간 기업으로 넘긴 민영화 때문이었다. 전기가 국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기업들에겐 짭짤한 이익을 보장해 준다. 여기에 시장주의자였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온갖 법적 규제를 철폐하는 데에도 앞장서,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시장까지 조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민간기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지, 국민이나 나라를 이롭게 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에 법과 규제는 기업의 탐욕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안전장치다. 탐욕에서 책임을 뺄 때 우리 사회는 '정글'로 변한다. 여기에 경쟁을 보태면 서로 물어뜯는 '지옥'이 완성된다. 

한국 사회, 엔론의 확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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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엔론,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의 한 장면.
ⓒ 영화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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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타버려, 홀딱 다 타 버려. 이거 아주 끝내주네!" 
(Burn, baby, burn. That's a beautiful thing.)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엔론 직원들의 대화 내용이다. 엔론 직원은 캘리포니아 산불을 보며 환호했다. 산불이 시민들 목숨을 위협하며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내고 있었고, 캘리포니아에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선까지 태워 버리는 통에 여러 도시가 마비될 위험에 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의 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전기 부족사태로 인해 '나의' 엔론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기 때문이다. 

엔론은 산불 같은 '행운'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만 기다리지 않았다. 추가 이익이 필요할 때는 발전소 가동을 중단시켜 고의로 정전사고를 냈다. 그때마다 전기 값은 뛰었고, 회사 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한 곳에서 정전을 일으켜 얻은 이익만도 16억 달러(한화로 약 2조 원)에 달했다. 

그들은 악마가 아니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멀쩡한 대기업 직원들이었다. 어떻게 이들이 고통 받는 시민들을 보며 낄낄대고, 일부러 정전사고를 만들어 직접 고통을 가하기까지 했을까? 정전이 시민들, 특히 엘리베이터 안의 탑승객과 전기 장치로 연명하는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몰랐을 리 없을 텐데 말이다. 

'경쟁주의'에 답이 있다. 엔론은 살벌한 경쟁문화로 유명했다. 연례 직원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들을 최고 20%까지 매년 해고했다. 그냥 해고한 것도 아니고, 웹사이트에 얼굴을 공개해 망신까지 주면서 내쫓았다. 반면에 '고성과자'들에게는 엄청난 보너스를 쥐어주었다. 

이렇게 길들여진 직원들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했다. 프란스 드 발은 이렇게 썼다. 

"엔론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남의 목이라도 기꺼이 딸 준비가 되었다. 그로 인해 회사 안에서는 어처구니없는 부정을 저지르고, 회사 밖에서는 냉혹한 착취를 일삼는 풍조가 생겨났다. 그 결과는 2001년에 터진 회사 붕괴였다." - <공감의 시대> 39쪽 

엔론은 비인간적 경쟁이 부정과 부패를 낳고, 결국은 스스로 몰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엔론의 사례는 왜 우리 국민들이 더 깊은 불행의 늪 속으로 빠져 가는지, 한국사회가 왜 점점 더 부패하며 몰락해 가는지를 말해준다. 한국사회는 엔론의 확장판인 셈이다. 

국민들이 스스로 '지옥'이라고 부르는 한국은, '이윤'과 '경쟁'을 더하고 거기서 '사람'을 뺄 때 어떤 끔찍한 세상이 열리는지를 입증한다. 사회 전체가 거대한 '지옥실험'이었던 셈이다.

엔론의 회장과 최고경영자는 모두 24년 형 이상을 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라면 최소 수십 년 형을 받았을 '한국판 엔론'의 주역인 재벌 총수들은 사면을 받고 풀려나거나 심지어 단 하루도 감옥에 살지 않았다. 

이 총수들이 속한 경제단체에서는 현재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탈세, 횡령, 뇌물 등 탐욕을 위해 사회에 온갖 해악을 끼쳐온 이들이 '민생지킴이'를 자임한 것이다. 물론 이들이 말하는 '민생구하기'는 국민들 월급을 깎고, 해고 절차를 간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밀어붙이고 있는 법안 촉구 운동에 서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이 오죽하면 나서겠냐." 

어쩌면 한국사회를 엔론에 빗대는 것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비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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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지켜보는 시민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모니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핵실험과 경제혁신, 노동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국회 처리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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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 석유개발에서 손을 뗀 이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6/01/23 15:50
  • 수정일
    2016/01/23 15: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중국이 북 석유개발에서 손을 뗀 이유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1/23 [01:1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 석유매장 추정지     © 자주시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14일 연합뉴스에서는 북의 석유개발을 위해 2013년부터는 몽골의 HB오일이 탐사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 업체의 지분을 절반 가까이 보유한 미국 헤지펀드 파이어버드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파신은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인터뷰에서 북한에 상당히 많은 양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2005년 12월 24일 북-중 정부가 서한만 석유개발 협약을 체결했지만 얼마 못 가 중국이 철수결정을 내려버렸고 영국 아일랜드 석유기업 아미넥스가 북 동해안 대륙붕과 인근 육지에서 석유개발을 하기로 북과 2004년 9월 협약을 맺었지만 2013년 4월 철수를 하고 말았기 때문에 몽골 HB의 북 석유 개발도 과연 성공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북투자사업 차 북을 자주 드나드는 모 재미교포는 최근 본지와의 대담에서 북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단언하였다. 그러면서 2015년 5월 방북 당시 북의 고위 간부로부터 전해들은 중국과 서한만 석유 공동개발이 중단된 이유를 들려주었다.

 

▲ 2014년 2월 문화일본에서 "북한 석유매장량 1470억 배럴... 세계3위, 원화로 1경 5000조... 미국도 비밀로 쉬쉬, 산유국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보다 많아" 이런 제목과 부제목의 기사를 올려 화제가 되었다     ©자주시보

 

중국해양석유총공사(국영)는 2004년 10월 자체적으로 서한만 유전의 매장량을 확인한 끝에 이듬해인 2005년 10월, 서한만 분지에 약 600억 배럴 규모의 원유가 매장된 사실을 확인하였는데 북과 연결된 대륙붕에 매장된 것이어서 바로 북과 공동개발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이 발표 당시 그간 나온 자료를 종합하여 북이 세계3위 석유 대국이라는 연구결과가 언론을 도배했었다.

 

하지만 석유를 뽑기 위해 구체적으로 지질조사를 해보니 북의 석유매장지가 중국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북의 석유를 뽑으면 그쪽으로 중국의 석유가 계속 흘러들어가는 구조였다. 당황한 중국은 황황히 사업을 중단하고 바로 철수해버렸다는 것이다. 중국 쪽의 것이라도 어서 빨리 퍼다 쓰자는 것이 중국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결국 중국쪽 서한만 대륙붕의 석유가 바닥이 나지 않는 한 북이 서한만 석유를 뽑아내면 그것은 결국 중국 쪽의 것을 뽑아 쓰는 것과 다를 것이 없게 된다. 북의 것은 전혀 줄지 않는 화수분인 셈이다. 지질 구조가 그렇게 된 것을 중국이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북이 서한만 석유개발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중국을 도와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 재미교포도 동해쪽을 담당한 아미넥스가 시험생산까지 했다고 하는데 갑자기 왜 중단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미교포 대북투자가는 북 정유공장은 중국 단둥 인근 신의주 근처에 하나가 있고 러시아 인근 나진에 또 하나가 있는데 나진의 것은 가동 중단 상태이지만 중국 단둥 인근 정유공장은 씽씽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마저 중단하면 북이 기를 쓰고 서한만 석유를 개발할 우려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북은 어마어마한 석유가 매장되어 있음을 분명히 확인한 서한만 석유개발이 중단된 후에도 서두르지 않고 유유자적 두고 보고만 있는 상황이다.

 

물론 러시아에서도 석유가 들어오는데 주로 정유를 끝낸 완제품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평양의 경우 LPG 즉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 나오는 액화가스로 취사와 난방을 하는 집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LPG를 직접 수입하지 않는다면 북 자체 정유공장에서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 나온 것일 것이다.

 

북에 자동차가 1년 전과 또 비교할 수 없이 늘었다고 했다. 갈수록 북도 석유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젠 몽골 정유회사와 손을 잡고 석유개발에 나선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사업에 미국 투자회자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일이다.

 

아마도 가장 중단 가능성이 적지 않겠나 싶다. 미국 정부의 견제가 가장 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투자회사가 직접 북 석유개발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북미대결전도 끝을 향해 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또 하나의 징표일 수도 있다.

 

현단계에서 언급하기엔 적절치 않지만 본지에서 보기엔 북이 석유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보다 의미심장한 뜻이 있다고 본다. 석유시추가 많은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북이 마음 먹고 자체로 개발하려고 달라붙으면 점령 못할 고지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참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 수뇌부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아직은 터트릴 수 없는 축포라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쨌든 북에서 아끼고 보존해온 석유를 남북관계가 풀리고 통일을 이루어 남과 북이 공동으로 개발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북이 펑펑 퍼쓰지 않고 아끼고 있는 것은 남측과 후대들에게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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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에 대한 짧은 고찰 - 빌어먹을

 

 

 

 

 

안녕하시렵니까? 딴지일보에 가입한 지는 좀 됐지만 눈팅만 하다 처음으로 용기 내어 독자투고에 글을 써보려 합니다.

 

먼저 제가 쓸 이번 글은 욕에 대한 짧은 고찰이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에 만연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욕들의 유래(유래라 쓰고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와 현 사회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비록 부족한 글쓰기이고 어설프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 같아 이런 글로 자위(自慰)해보려 합니다.

 

 

먼저 오늘 고찰해 볼 욕은 가장 가볍지만,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빌어먹을’입니다.

 

 

자, 서두가 길어지면 지루해지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기에 앞서, 그냥 현 세태가 안타까워 쓴 글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딴지를 크게 걸지 않았으며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저 너무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한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쓰는 것 뿐입니다.

 

(주제의 특성상 욕과 비속어가 난무하니 그것을 참을 수 없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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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게임을 시작해보자, 빌어먹을

 

 

 

 

내 삶은 십 할이 ‘빌어먹을’이었다

 

 

어렸을 적 재미있게 본 김용의 녹정기를 드라마화 한 1986년 판의 위소보(양조위 분)는 ‘빌어먹을’이라는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무엇이 그렇게 불만이었는지 그는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무조건 ‘빌어먹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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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빌어먹을'을 외치는 위소보가 오늘은 문득문득 그립다

 

 

 

‘빌어먹을’, 국어사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이 뜻대로 되지 아니하여 속이 상하거나 분개할 때 욕으로 하는 말”이라 적혀있다. 내가 보기에 빌어먹을은 그냥 단순히 ‘빌어먹을’이고, 아마도 타인에게 빌어먹고 있는 거지들을 가리켜 얕잡아 이르는 말일 것이다. 따라서 타인에게 빌어먹는 자신의 상황이 졸라 우습고 아니꼽고 슬픈 마음에 나온 욕지거리라고 생각하고 있다(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욕은 ‘빌어먹을’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지금의 내 삶이(어쩌면 니 삶도) 조또 슬프게도 빌어먹을 삶이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한테 빌어먹고 살았고, 스무 살이 넘어서는 친구들과 지인에게, 취업 해서는 자본가에게 빌붙어서 빌어먹고 살고 있다. 물론 단순히 그들에게 빌어먹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의 정당한 노동과 댓가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어쩌면 니 경우도) 우리 사장은 고작 알량한 글쓰기로 회사에 빌붙어 있는 내가 탐탁지 않아 호시탐탐 나에게 시비거리를 찾아 트집을 잡으려 하고 있다. 아 C팔, 빌어먹을(C팔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따로 짧게 고찰해 보겠다).

 

물론 우리 사장에 대해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이렇게 회사에 출근해서 딴 짓거리나 하는 나를 보면서 얼마나 월급이 아깝겠는가? 더군다나, 이 빌어먹을 새퀴는 이 잣같은 회사 언제든 때려 치려는 마음을 언제나 가지고 당당하게 말대꾸까지 하니 아주 입 안에 가시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새퀴를 자르면, 노동청에 가서 이 개같은 노동현장과 최저임금도 못 주는 회사 상황을 고발이라도 할 것 같은 불안감까지 드니, 참으로 내 돈 주고 일 시키면서 짜증나는 개같고 ‘빌어먹을’ 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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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보다 못한 돈을 받으며,

누군가의 사적 노예로 일하는 내가 그나마 주인님께서 주신 월급으로

빌어먹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감동스러워해야 하는가...

 

 

 

 

 

 

‘빌어먹을’ 사회, 일 ‘안’하는 개객끼들

 

 

2015년 한 해 언론에서 가장 ‘핫’했던 단어는 청년(靑年)이다. 물론 좋은 쪽이 아닌 나쁜 쪽으로 말이다. 청년 실업이 9.2%라는 기사는 단순히 수치화 시켜보자면, 우리나라 청년 중 한 명의 꼬꼬마는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빌어먹으며 살고 있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다들 공감하는 사실은 통계라는 것이 ‘정확’한 수치가 아닌 ‘대략’ 그럴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내 어설픈 주변 상황으로 살펴보자면 아는 꼬꼬마들 중 적어도 두 꼬꼬마 정도는 ‘빌어먹을’ 빈 손으로 살고 있다. 이런 청년 세대들을 보고 달관 세대니, 삼포 세대니하는 세대 분석과 우울 사회, 피로 사회와 같은 졸라 유창하고 허세 충만한 말은 못 쓰겠으니 난 그냥 지금 세대 간 갈등과 이 사회를 ‘빌어먹을’ 사회와 ‘빌어먹을’ 세대로 정의하고 싶다.

 

 

 

 

 

왜 ‘빌어먹을’ 사회인가?

 

 

자,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빌어먹을 세상이 되었는가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먼저 역사적으로 따지고 보면 인류는 존재 자체가 지구라는 행성에, 그리고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에 빌붙어 사는 빌어먹을 새퀴들이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다.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인간이라는 종은(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창조론이고 진화론이고 그 딴 소리는 잠시 마음속에 묻어 두자. 어차피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든, 원숭이에서 진화했든 간에 결국에는 어떻게든 ‘빌어먹을’ 종족이라는 인간의 ‘종특’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니 크게 개의치 마라) 원시 시대에는 동물을 잡아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했고, 땅의 힘을 빌려 농경사회가 시작된 이후에는 단순히 먹고 살려는 욕심에 농작물들을 애써 키워 수확해 먹었다. 그 뿐인가? 기술이 발달한 이후부터는 ‘자본’이라는 유·무형의 가치로부터 같은 종들을 착취하며 보다 나은 삶의 영위와 안위를 위해 힘쓰고 있으니 이 어찌 배은망덕하고 빌어먹을 개객끼들이 아니겠는가?

 

그나마 몇몇 국가 및 종족들은 그래도 ‘양심’이라는 게 존재했는지 조금은 덜 빌어 먹고, 더 나누는 사회를 위해서 힘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작금의 대한민국은 더 빌어먹을려고 하고 덜 나누려는, 아주 유난히 빌어먹을 사회이다. 그런데 C팔 조금만 나눠달라고, 우리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장발장식 주장은 빨갱이로 오인 받으며, 거지 근성이라고 욕 처먹기 일쑤일 뿐 아니라, 단지 빌어먹지 않을테니 일좀 하고 싶다는 ‘빌어먹을’ 청년 세대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멀리, 저 멀리 사라져 들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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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이라 쓰고 빌어먹을’ 슬픈 개객끼들이라 읽는다)이 9.2%나 되는 나라. 체감상으로 20-30%에 육박한다는 국가. 9.2%라는 숫자로 감이 잘 안 오니 대략 50만 명 정도가 일자리가 없는 나라.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물론 반론의 여지는 남아있다. 비단 청년 실업의 문제, ‘빌어먹을’ 이 문제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어느 국가나 똑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시대적 화두일 것이다.

 

아니 그런데, 노동 개혁이라 지껄이는 소리는 잘 모르겠다. 노동 개혁으로 일자리도 창출하고, 뭐 씨바 어마어마하게 좋은 게 많다? 이 소리인 것 같은데... 글쎄, 글쎄올시다. 우리 나라 최정상에 있는 님들이 대한민국 수립 이래로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적 있는가?'라고 반문해보고 싶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분신자살하며 끝까지 손에 놓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 이 나라에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더군다나 기형적으로 만들어진 경제 체제는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빌어먹을 사회를 부추긴다. 그에 따른 대책들이 연구 논문이나, 정책 보고서를 통해 속속들이 발간되고 있긴 하나, 막상 그 논문이나 글들을 읽어보면 도돌이표와 같이 똑같은 소리만을 반복하고 있다(씨바, 읽다보면 소위 먹물 좀 먹었다고 하는 식자층이 하는 소리는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들보고 청년 실업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레포트를 쓰라고 해도 그것보다 잘 쓰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지가 빌어먹고 있는지는 모르는 십 할(十割) 놈들

 

청년 실업을 넘어 이번에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빌어먹고 있는 놈들에 대해 말해보자. 이 새퀴들의 직업은 일명 ‘정치인’이다. 개객끼들이 ‘정치(政治 : [명사]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를 하라고 했더니, C팔놈들이 정말로 치사한 짓거리만 하고 다니고 있다. 가뜩이나 삶도 팍팍해 죽겠는데, 어디 C팔 건들 게 없어서 노동개혁이나 부르짖고 있고, 그것도 안 되니 월권 행위나 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고 있노라면 이 빌어먹을 사회를 떠나 조금 덜 빌어먹을 사회로 떠나고만 싶다(아 빌어먹을, 능력도 의지도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내 삶과 너희 삶이 안타까워 눈물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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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믿어 개객끼야

 

 

 

이 ‘빌어먹을’ 새퀴들의 문제는 이 새퀴들이 전혀 자신이 한 짓거리에 대해 이해를 못 한다는 것에 있다. 매번 선거철이 되면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빌어먹고 살고 있는 대중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표 거지 새퀴들이 막상 당선만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TV에서만 볼 수 있는 새퀴들이 된다. 그 뿐인가? 지역구의 이익을 위해 뽑았는데 지네 이익만 챙기는 이 새퀴들은 매번 무슨 잘못이 생기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이야기였다고 구라를 치고 있다. 구라만 치면 다행이지, 이 새퀴들의 구라로 통과한 법안과 정책들은 대중들의 삶을 더 빌어먹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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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심장에 연필을...

 

 

 

정치인의 최정점에 서 있는 한 나라의 얼굴이자 대표라는 근혜 누나, 이 아름다운(美親) 분은 또 어떠한가? - 미안하다. 쓰다보니 쫄았다. 난 김어준 총수처럼 담대하지 못해서 쫄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내가 ‘전사의 심장’이라는 닉네임을 쓰니 참 역설적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나는 딴지일보 기자도 아니고 필진도 아니다 보니 나를 지켜줄 이가 나밖에 없어서 자체 쉴드를 좀 치려고 한다 - 대통령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르신 입지전적인 이 누나의 이력을 살펴보면 뭐 인생 자체가 ‘빌어먹을’ 삶이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의 딸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누구보다 호화스러운 유년기를 보냈다. 물론 나름의 풍파를 겪었지만, 역시 금수저는 삼 대가 망해도 먹고 산다고 이 누나는 아버지가 피살되고 차기 대통령 자리에 오른 두환이 형에게 당시 돈으로 6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빌어먹는다. 당시 6억이면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이라고 어디선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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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당시 은마아파트 광고 전단지

 

 

 

 

 

부자가 오순도순 빌어먹을 준비를 하는 나라

 

 

아버지 세대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 어떻게든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나라, 그리고 아들 세대는 자신의 삶을 부지하고 가족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든 아버지의 모가지를 쳐야만 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강요하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여전히 빛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의 터널을 걷고 있다. 이 터널 끝에 과연 빛은 있을까? 아쉽게도 빛은 커녕 또 다른 터널이,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야만 할 것 같아 마음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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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에 빠진 아버지와 모든 것을 달관한 아들, <행복을 찾아서> 中

 

 

 

 

 

 

무너지는 헬조선, 대안은 있는가?

 

 

진짜 지옥은 악인이 고통스럽고, 처벌받는 공간을 뜻하는데 이 헬조선은 아주 그 뜻에 걸맞게 아주 고통스러운 지옥이 되었다. 

 

원래 이성계가 세운 조선은 단군이 세운 古조선을 표방해 나라이름을 정했다. 그리고 이 조선은 은나라 사람이던 기자에게, 그리고 다시 위만이라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찬탈한 연나라 놈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시대가 흘러흘러 4불가론을 들어 위화도 회군을 한 이성계의 쿠데타로 세워진 국가가 조선이다. 따라서 작금의 헬조선의 염라대왕은 다카키 마사오의 딸 박근혜고, 그에 따라 헬조선에서 빌어먹을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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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이렇게 살다 죽게 되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대한민국을 저주하고 말겠다

 

 

 

그렇다면 이 빌어먹을 헬조선이 더 이상 빌어먹을 일을 덜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가 관건이다. 대안이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물론 있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답은 모른다. 다만, 이외수가 외쳤던 ‘존버정신(졸라게 버티는 정신)’은 이제는 더 이상 헬조선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 (아 어쩌다 글이 삼천포로 빠져서 여기까지 왔는가 하고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 한다. 불가에서 말하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殺佛殺祖)”는 걸 따르거나, 네오러다이트운동(첨단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이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반기술적이고, 인간성 회복의 가치를 내세운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어쩌면 슬프게도 정말 그것만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빌어먹을 헬조선에서 빌어먹지 않고 온전히 살려면 땀을 흘려서 돈을 벌면 안 된다. 남이 흘린 땀을 훔쳐야만 한다. 슬프게도 헬조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과 답이 이것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병신년에 내가 더 병신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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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빌어먹을. 원래 이렇게 진지하고 길게 쓰려는 글이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이 쓰디쓴 감성에 젖어 글이 길어졌다. 지루하고 이 쓸모없는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전하고 싶다(이 글 읽고 댓글 단다고 뭐 없다. 다만 댓글이 많아지면 좀 더 다양한 욕에 대해 조만간 또 업데이트 해볼 요량이다). 딴지일보에 올리는 내 처녀작(아, 처녀작 이런 건 성차별적인 단어니 쓰면 안 되나? 아 모르겠다. 걍 쓰련다. 참고로 난 남존여비(남자의 존재 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주의자다. 그러니 오해 없길 바란다)을 읽어줘서 고맙다.

 

이만 쓰고 이제 일해야겠다... 옆에 있는 상사가 이 새끼, 뭘 하는데 이렇게 타이핑이 요란한지 힐끔 힐끔 쳐다본다. 이 글 쓴다고 오전 시간 뿌듯하고 빠르게 지나가서 기쁘다. 이제 오후 시간만 버티면 퇴근할 수 있으니 아주 기쁘다. 다행히 이 회사는 쥐꼬리만큼 돈을 주는 대신 야근이 없어서 좋다.

 

 

 

 

편집부 주

 

위의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톡투불패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전사의심장

 

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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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또 다시 ‘법외노조’…정부, 즉각 후속조치 착수

 

참교육학부모회 “아이들에게 참된 교육 받을 기회 박탈하겠다는 꼼수”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 고용노동부로부터 합법노조 지위를 상실하는 처분을 받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 항소심 법원도 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 66일 만에 또다시 법외노조가 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황병하)는 21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16일 본안 판결 선고 전까지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이날 판결로 통보 처분의 효력이 되살아나면서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 상태가 됐다.

재판부는 “전교조가 ‘교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교원노조법 2조에 따라야 한다”며 “‘교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만큼,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항소심에서 패소한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 열린 전교조 결의대회에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이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에 전교조는 “헌법상 단결권을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시킨 반역사적, 반헌법적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 상고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는 이날 즉각 논평을 내고 “형식적으로 노동조합의 소극적 요건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주체성, 자주성, 목적성을 갖추고 있는 이상 노동조합이 아닌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법원은 해고교원과 같이 ‘근로자 아닌 자’가 단 1명이라도 가입하고 있는 경우 교원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에 따라 곧바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해고교원으로 인해 해당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수만의 교원노조 조합원 중 누구라도 해고가 되면 해당 교원노조는 노동조합이 아니게 되며, 조합원 개개인의 신분 변화에 따라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가 좌우되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결국 법원이 노동조합의 정의 규정에 대해 극단적 형식설을 취함으로써 헌법상 단결권을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도 성명을 내고 “법리로 합리적 판결을 내릴 것이라 기대했던 우리 학부모들은 실망을 넘어 우리 교육에 거는 기대를 접어야 하나 참담할 뿐”이라며 “참교육실현을 위해 헌신해온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침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참된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꼼수 이상은 아니다”고 비난했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의 참된 교육을 담당하는 이 시대의 참스승을 국가가 나서서 탄압하는 작태임을 알기에 더욱 좌시할 수 없다”며 전교조의 싸움에 “학부모도 끝까지 손 맞잡고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정당하는 항소심 판결에 따라 즉각 전임자 휴직 허가 취소 등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전국 17개 교육청에 노조파견 형태로 휴직을 허용했던 전교조 전임자 83명에 대해 학교로 복귀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또 시도교육청이 전교조 지부에 지원하던 사무실 임차보증금과 월 임대료 등도 지원을 중단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교조 본부 사무실 임차보증금 6억 원도 회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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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앵커(닻) 대신 보상에 집착하는 언론

세월호 앵커(닻) 대신 보상에 집착하는 언론
 
 
 
주권방송 
기사입력: 2016/01/22 [00:1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어준의 파파이스의 한 장면     © 자주시보

 

 김어준의 파파이스 영상 직접 보기:

www.hanitv.com/index.php?category=52596&document_srl=206077&page=1

 

2016-01-21

지난 15일 세월호 침몰에 관한 영화 ‘인텐션’을 준비하고 있는 김지영 감독이 ‘김어준의 파파이스 81회’에 출연하여 세월호가 병풍도에 바짝 붙어서 운행했다는 세월호 침몰에 관한 새로운 가설을 공개했습니다. 추가 취재와 검증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설명되지 않았던 여러 의혹들이 이 가설에 의해 규명되는 부분이 있어 많은 주목을 받았고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세월호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실체 규명에 중요한 전기가 될 사안이 보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관련 보도를 하는 대신 ‘보상금 지급’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헬조선기레기에서 직접 세월호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본 결과
‘세월호 희생자 6명에 28억6천만원 지급 결정’,’세월호 사망자 6명, 인적배상금+국비 위로지원금..얼마 받았길래?’ ‘세월호, 희생자에 지급된 금액 ‘1천 100억 중 903억’ 눈길’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세월호 보상 관련 기사들이 도배되어 있는 반면 세월호 새로운 항적과 앵커에 관련한 기사는 3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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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에, ‘위안부’ 문제 한일 간 진정한 화해는 아직

 
 
일본은 일단락 분위기,반면 언론과 시민들 비판에 직면한 한국 정부
 
뉴스프로 | 2016-01-22 09:05:2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꾸리에, ‘위안부’ 문제 한일 간 진정한 화해는 아직
-양국 여론의 시각차 … 일본은 일단락 분위기
-반면 언론과 시민들 비판에 직면한 한국 정부
-협상 과정서 외면당한 생존자들도 동의 못 해

 
국제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랑스의 주간지 <꾸리에 앵테르나시오날>(이하 꾸리에)이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양국의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꾸리에> 인터넷판은 20일자에 “‘위안부’, 저 외면 받은 사람들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한일 정부의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인 위안부들은 배제된 점을 강조하며 두 나라 국민이 진정한 화해로 갈 준비는 덜 돼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주재 특파원이 일본의 언론을 토대로 작성한 이 기사에서는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국제적으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아사히신문>을 인용해 «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양국 지도자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고 썼다.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모든 언론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대사관 앞 시위와 나눔의 집을 방문한 뒤 합의에 반대하는 이들의 격앙된 반응을 전한 <마이니치신문>의 르포 기사를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한국에서는 다가올 4월 총선의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꾸리에 앵테르나시오날>은 <르몽드> 그룹의 매체이다. 각 나라의 뉴스를 불어로 전하는 국제 뉴스 전문 주간지로, 1988년 창간했으며 발행부수는 20만부 가량이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꾸리에 앵테르나시오날> 기사 전문이다.
번역 및 감수 : Sang-Phil JEONG
 
기사 바로가기 ☞ http://bit.ly/1RVHAxs
 
Corée du Sud – Japon. Les “femmes de réconfort”, ces laissées-pour-compte
“위안부”, 저 외면 받은 사람들

Dans la banlieue de Séoul, Lee Yong-Soo, une survivante sud-coréenne, proteste auprès de Lim Sung-Nam, vice-ministre des affaires étrangères venu rendre visite au lendemain de la signature de l’accord avec le Japon, le 29 décembre 2015
일본과 협의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9일,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씨가 서울 외곽 도시의 나눔의 집을 찾은 외교부 임성남 차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Séoul et Tokyo sont parvenus à un accord au sujet des Sud-Coréennes forcées à se prostituer pour l’armée japonaise. Mais les victimes n’ont pas été impliquées dans les négociations et l’opinion publique des deux pays ne semble pas prête pour une réelle réconciliation.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일본군에게 몸을 팔도록 강요 받았던 한국 여성들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협상과정에서 배제됐고, 두 나라의 여론은 진정한 화해를 위한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보인다.
 
L’accord nippo-coréen signé le 28 décembre a permis de trouver un terrain d’entente sur la question des “femmes de réconfort”, euphémisme connu pour désigner les femmes qui, durant la Seconde Guerre mondiale, ont été contraintes de se prostituer pour l’armée japonaise.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가 끌어낸 합의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일치점을 찾게 했다. ‘위안부’라는 단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게 몸을 팔도록 강요 받았던 여성들을 완곡하게 부르는 말이다.
 
La presse internationale, à commencer par la presse américaine, a relayé la signature de cet accord comme un dénouement positif permettant enfin de tourner la page. “Or il s’agit d’un compromis plus que d’une véritable résolution du problème”, écrit le Tokyo Shimbun dans son éditorial publié après l’accord. En effet, le pas n’aurait sans doute pas été franchi sans la pression que les Etats-Unis ont exercée sur ses deux alliés d’Asie de l’Est. “En saluant le courage des dirigeants du Japon et de la Corée du Sud, le secrétaire d’Etat John Kerry a souligné le caractère ‘définitif et irréversible’ de l’accord, de telle sorte que Séoul ne puisse plus revenir dessus”, peut-on lire dans les colonnes de l’Asahi Shimbun.
 
미국 언론을 필두로 한 국제 여론은 이 합의를 통해 마침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게 된 것처럼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합의 이후 <도쿄신문>은 사설에서 “그렇지만 (이 합의는) 일종의 중재안이지 진정한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썼다. 사실 미국의 압력이 없었다면 동아시아 두 연합국 사이의 관계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과 한국 지도자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합의의 ‘결정적이고 불가역적인’ 성격으로 인해 한국 정부가 다시는 그 문제를 들출 수 없게 된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Un échec du président sud-coréen
한국 대통령의 패착
 
La presse sud-coréenne a été unanimement critique au sujet de cet accord, qu’elle présente comme un échec de la Maison-Bleue [résidence du président]. Depuis le 28 décembre, de nombreux manifestants continuent à se rassembler devant l’ambassade du Japon à Séoul, où se dresse la statue d’une jeune fille érigée en l’honneur des victimes.
 
한국에서는 모든 언론들이 이 합의가 청와대의 패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수많은 시위자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소녀상이 있는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 모이고 있다.
 
“Il n’y avait jamais eu de rassemblement d’une aussi grande envergure [depuis 1992, année où la statue a été installée]. Beaucoup de jeunes, drapeaux à la main, ont entouré la statue. Certains allaient jusqu’à brandir des propos haineux, mais personne n’intervenait”, écrit un envoyé spécial japonais du Mainichi Shimbun. “Le gouvernement coréen n’est pas encore parvenu à convaincre sa population, le plus dur reste donc à faire”, conclut-il.
 
<마이니치신문>의 서울 특파원은 “[소녀상이 세워진 1992년 이래] 이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인 적이 없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손에 국기를 들고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다. 어떤 이들은 증오에 찬 발언들을 쏟아냈지만 누구도 저지하지 않았다”고 썼다. 그는 “한국 정부는 아직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가장 어려운 일이 남은 셈이다”고 덧붙였다.

Les victimes en désaccord
동의하지 못하는 피해자들
 
Aujourd’hui, 238 femmes ont été reconnues par le gouvernement sud-coréen en tant qu’anciennes “femmes de réconfort”; Seules 46 sont encore vivantes, avec une moyenne d’âge de 89,2 ans. Le correspondant du Mainichi Shimbun s’est rendu à la Maison de Nanum, un centre tenu par des bénévoles où cohabitent les survivantes. “Les autorités sud-coréennes ne les avaient pas consultées. Au lendemain de la signature de l’accord, un représentant du ministère sud-coréen des Affaires étrangères s’y était rendu, mais les victimes, après avoir pris connaissance du contenu, ont vivement exprimé leur désaccord”, écrit-il.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위안부 피해자라고 인정한 이들은 모두 238명이다. 이 중 생존자는 46명이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89.2세다. <마이니치신문>의 특파원은 위안부 생존자들이 자원봉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한 뒤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과 논의하지 않았다. 합의가 발표된 다음날 한국 외교부 대표가 이곳을 찾아왔지만 피해자들은 합의 내용을 들은 뒤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썼다.
 
Au Japon, des groupes ultranationalistes ont également manifesté devant la résidence du Premier ministre début janvier. Le président du groupe Gamabare Nippon ! Zenkoku koudou iinkai [Courage Japon ! Comité pour une action nationale] a confié au Tokyo Shimbun qu’il s’était senti trahi par Shinzo Abe, alors que le groupe a jusqu’à présent toujours soutenu le Premier ministre japonais. Le Nippon Kaigi, le lobby conservateur et révisionniste le plus influent, autre soutien de Shinzo Abe, garde pour le moment le silence.
 
한편 일본에서는 극우단체들이 1월 초 총리 공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극우단체인 ‘민족 행동을 위한 위원회 힘내라 닛폰’ 회장은 <도쿄신문>에 자신들의 단체가 이제까지 언제나 지지해왔던 아베 신조에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영향력이 큰 극우 압력단체 ‘일본회의’는 말을 아끼고 있다.
 
D’une façon générale, l’opinion publique japonaise commence à estimer que le sujet est enfin clos, même si la crainte que la Corée du Sud ne remette la question sur le tapis se fait sentir. Reste à voir si le dialogue pourra être maintenu après le changement d’administration qui suivra les élections prévues en avril en Corée du Sud.
 
일반적으로 일본 여론은 한국이 이 문제를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어 불안하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일단락이 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한국에서 있을 4월의 선거 이후에도 대화 채널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Ysana Takino
 
이사나 타키노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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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재벌 꼭두각시 대통령의 마지막 동아줄은…

 
[주간 프레시안 뷰] 박근혜 대통령의 본질
 
 
인지 부조화의 대통령 

지난 주 대통령의 신년 담화(13일)에 이어, 1월 14일, 18일, 20일 세 번에 걸쳐 '2016년 대통령 업무 보고'가 있었습니다.

전체 제목은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 "창조 경제, 문화 융성 양날개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겠습니다"(미래창조부 등 6개 부처), "일자리, 늘리겠습니다, 국민 행복, 더하겠습니다"(교육부 등 사회 부처)입니다. (☞바로 가기 : 2016 부처 업무 보고) 

먼저 대통령의 신년 담화 및 기자 회견부터 볼까요? 보통 새해의 메시지라면 희망부터 시작해야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중의 위기'로 시작했습니다. "안보와 경제는 국가를 지탱하는 두 축인데 지금 우리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겁니다. 안보는 4차 북핵 실험 때문에, 경제는 국회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는 거지요.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안보를 튼튼히 했다는 자화자찬, 국제기구에서 경제 정책이 1위로 평가받았다는 자랑이 무색합니다(다시 말씀드립니다만 국제기구에서는 그런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죠). 대통령과 정부는 안보와 경제 모두 잘 하고 있는데 그 파트너인 북한과 국회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파트너가 등장합니다. 안보 위기를 해결하려면 중국이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 최상의 파트너"로서 북한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이 앞장 서야 한다는 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일갈했듯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박대통령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해야 나올 수 있는 발언"입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위안부 합의, MB도 이렇게는 안 했다") 

미국이 중국 포위 전략의 첫 걸음으로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종용했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렇게 해 놓고 중국이 나서서 북한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기막힌 생각일까요? 국회가 "경제 활성화 2법", "노동 개혁 5법"을 통과시켜서 '선제적 구조 조정'을 하게 되면 우리 경제가 정말 위기에 빠지게 될 거라는 얘긴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교수들은 박 대통령의 대한민국을 '혼용무도'라는 말로 요약했지만 여기에 '적반하장'도 추가해야 합니다. 정치권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조차 못해 놓고 이제 와서 무효화를 주장하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역시 정치적 이유로 '7법'을 가로막고 있으니 국민들이 나서서 "국회의 기능을 바로잡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대통령은 재계가 주도하는 국민 서명에도 앞장섰습니다. 가히 미국의 꼭두각시, 재벌의 꼭두각시입니다. 

건설이라는 마지막 동아줄  

1월 14일 경제 부처의 대통령 업무 보고는 "수출 총력 지원" "내수 회복세 유지" "주거 안정 강화와 민간 투자 활성화", "가계, 기업 부채 등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금년 수출이 2.1%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작년 수출이 –7.5%로 전망되는데 갑자기 플러스로 전환한다는 게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는 지난 번 편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수출 총력 지원"은 "한중 FTA의 적극적 활용", "신시장 개척과 무역 금융 지원", 그리고 내수 기업의 수출 기업화 세제 지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FTA가 수출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EU FTA와 한미 FTA가 발효된 지 각각 5년, 3년 지났지만 이들 지역의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죠. 이 두 FTA가 동시에 발효되면 장기적으로(약 10년 동안) GDP가 7.75%나 증가할 거라는 대외경제연구원(KIEP)의 예측을 지금도 믿고 있는 걸까요? 

한편 "내수 회복세 유지"는 재정 지출 확대,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 소비 여건 개선, 규제 개혁에 의한 민간 투자 활성화, 대내외 위험 요인의 선제적 관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정부는 1분기에 작년 대비 8조 원을 더 많이 집행할 예정입니다. 또 공공 기관 투자 및 연기금 대체 투자로 16조 원을 추가로 지출할 예정입니다.

과거에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지출했습니다만 금년엔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1분기에 집중시키겠다는 겁니다. 그만큼 내수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걸 두려워하는 거죠. 

두 번째로 민간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 정부는 2월에 또 한 번,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하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정례화하는 한편(11월), 외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하겠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조삼모사의 정책입니다. 내구재의 소비세 인하 같은 정책은 단지 미래의 소비를 앞당길 뿐입니다. 그 뒤에 오는 '소비 절벽'을 막기 위해 계속 미래 소비를 끌어 오는 정책이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실제의 문제는 지난번에 보여 드렸듯이 가계 부채 증가율(10.4%)이 소득 증가율(4.3%)의 두 배를 훨씬 넘어섰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소비를 늘린다면 그건 제 정신이 아니겠죠. 

언제나 그렇듯이 정부의 투자 정책은 규제 완화입니다. 대통령은 신년 담화에서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강조하고 또 강조했죠(FTA의 경제적 효과가 그렇듯, 정부가 발표하는 투자의 경제적 효과도 믿을 만한 수치가 못 됩니다). 듣는 사람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의료, 전기 등의 규제 완화는 곧 민영화를 의미합니다. 잠깐 인수 합병 등 재벌들의 투자가 증가할지 모르지만 의료비 인상, 전기료 인상, 나아가서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결국 수출과 민간 소비, 어느 쪽에서도 경제의 활로를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정부는 또 다시 건설 투자에 매달렸습니다. 수서발 KTX 개통, 서울-세종고속도로 연내 착공, 인천공항 3단계 확충으로 토목 건설을 증가시키고(정부는 SOC 예산을 10% 늘렸습니다), 민간 임대 사업(뉴스테이)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서 주택 건설도 늘리겠다는 거죠.

이번에는 도심 내 상업 시설의 재건축, 토지 임대형/협동 조합형 뉴스테이도 새롭게 도입됐습니다. 서울 등 지방자치체에서 도입한 사회적 경제형 임대 주택 정책까지 망라한 겁니다. 불행하게도 이 정부가 주도하면 수익형 임대 주택으로 바뀔 게 뻔합니다.

가계 부채 대책으로는 우선 "빚은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원칙"을 여신가이드라인으로 삼겠다고 합니다. "빚내서 집 사고, 빚내서 전세금 올려주라"고 할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이젠 가계 부채로 인한 위기가 겁나는 거겠죠.

하지만 가계 부채 대책에도 부동산 경기 정책은 숨어 있습니다. 이른바 "내 집 연금 3종 세트"(주택 담보 대출의 주택 연금 전환, 보금 자리론과 연계된 주택 연금, 저소득층 우대 주택연금)라는 신상품이 바로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부채를 연금으로 대체하는 겁니다.

사실상 주택을 은행에 미리 팔고, 앞으로 받을 이자에서 월세를 뺀 금액을 연금으로 받으면 된다는 거죠(제가 집값의 폭락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으로 집을 사들이고, 원하는 경우 국민연금 수익률에 해당하는 월세를 내고 그 집에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내용상 동일합니다). 빚을 갚기 위해 주택을 한꺼번에 내다 팔아서 집값이 폭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기도 합니다. 

더 획기적인 정책은 전세금 투자풀 제도입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받은 전세 보증금을 모아서 "수익성 있는 임대형 주택 등에 운용하고 그 수익으로 월세를 충당하는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겁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가히 천재적입니다.

결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또 한 번 건설 경기에 올인했습니다. 국민의 실질 소득을 늘리는 정책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6쪽의 '가계 소득 증대 세제 보완'이 유일한데 내용은 없습니다). 생태 투자 등 미래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오직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만 제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복지도 증가시켜서 소비를 늘려야 합니다만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의 대선 공약인 보육료(누리 과정 예산)마저 못 주겠다고 선언했죠.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위기 대책인 "상시 선제적 구조 조정"을 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통령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건 곧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미국의 전략이요, 재벌의 단기 이익일 뿐입니다. 꼭두각시 대통령은 이제 국민까지 나서라고 얘기합니다. 바로 파시즘이죠. 바로 그런 광기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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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경제민주화? 재벌회장이 웃는다

 

[오마이팩트] 박근혜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 실천 합격점?

16.01.22 07:24l최종 업데이트 16.01.22 10:52l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성적 100점 만점에 80점은 된다."(유일호 경제부총리)
"박근혜 경제민주화 공약 18개 가운데 실천한 건 1~2개에 불과하다."(참여연대·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공약 평가)

과연 어느 쪽 이야기가 사실일까? 아직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지만, 정부여당과 야당·시민단체의 시각 차가 크다. 정부 말대로 '합격점'이라면 지난 3년 동안 경제민주화는 상당 부분 실현됐을 테고, 시민단체 평가대로 '낙제점'이라면 아직 갈 길이 멀뿐 아니라 현 정부에선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오마이팩트>는 참여연대와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에서 지난 12일 발표한 '경제민주화·노동 관련 대표 공약 23개 평가'와 청와대에서 18일 발표한 '경제민주화 성과 관련 참고자료'를 비교·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18대 대선 공약을 기준으로 정량적 평가를 했더니,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더라도 57.6%에 그쳤고, 시민단체 평가는 26.5%로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시민단체는 '대선 공약', 정부는 '입법과제'... 잣대부터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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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11월 16일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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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경제민주화 실현 여부를 평가하는 잣대부터 서로 달랐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내놓은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은 모두 18개였다. 크게 ▲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 공정거래 관련법의 집행체계 개선 ▲ 대기업 집단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편취 행위 근절 ▲ 기업지배구조 개선 ▲ 금산 분리 강화 등 다섯 가지로 분류했는데, 참여연대는 이 대선 공약을 기준으로 실행 여부를 따졌다.

반면 정부의 잣대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5월 28일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에 따라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과제 20개를 정했다.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20대 입법 과제 가운데 13개는 이미 입법을 마쳤고 6개는 국회 계류 중, 1개는 입법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말대로라면 최소 65%는 달성한 셈이고, 국회에 제출한 법안까지 포함하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말한 80점에 가깝다.

사법부는 재벌 총수에 실형, 정부는 '면죄부' 

하지만 대선 공약에는 있지만 20개 입법 과제에서 슬그머니 사라진 내용이 적지 않다.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 ▲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 엄격히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재벌 총수 일가를 옥죄는 내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18일 "재벌총수 범죄에 대한 실형 선고, 원칙에 입각한 사면 원칙을 확립하여 과거 정부의 유전무죄식 솜방망이 처벌과 반복된 사면이라는 구태를 청산"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3일 광복절을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14명을 특별 사면했다(관련기사: 결국 비리 기업인 사면, 박 대통령 또 대선공약 어겼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 실형이 확정됐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된 뒤 같은 해 8.15 특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사법부는 실형 선고로 경제민주화 약속을 지킨 셈이지만, 정작 재벌총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공약은 '경제 살리기' 구호에 다시 묻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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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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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롯데그룹 총수 일가 경영권 다툼까지 맞물리면서 현 정부의 재벌 개혁 의지를 불신하는 국민은 오히려 늘어났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에선 분기마다 경제정책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2014년 6월 조사에선 정부 기업 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란 의견이 62.6%였지만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다 2016년 1월 현재 73.2%로 1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또 정부 경제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재벌·대기업'이란 응답도 1년 반 사이 37.8%에서 45%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국민들이 경제민주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정부 경제 정책이 재벌 대기업 영향권에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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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은 대기업 중심인가? 중소기업 중심인가?(자료: 경제개혁연구소 설문조사)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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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 대기업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으려고 중소도시에서 대형마트 신규 입점시 지역협의체와 합의하도록 하겠다는 내용과 ▲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입법 과제에는 빠졌다. 

그 사이 복합쇼핑몰 입점을 둘러싼 대기업과 지역상권 충돌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주주 이익보다 국익을 앞세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 큰 비판에 직면했다(관련기사: 경실련 "국민연금,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반대해야").

경제민주화 공약 실행, 정부 57.6%-시민단체 26.5% 두 배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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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21일 오후 청와대와 가까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이행 발표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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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부가 약속한 입법 과제는 충실히 지켰을까? 정부와 시민단체 사이에 큰 이견이 없는 건 ▲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축소 두 가지 정도다. 순환출자는 재벌총수가 적은 지분으로도 수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특히 롯데그룹은 순환출자고리가 무려 416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연말까지 스스로 80% 이상 정리하기도 했다. 

나머지 공약들은 양쪽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우선 참여연대는 ▲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하거나 ▲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 금지를 청구하는 제도 ▲ 소액주주 등이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제도 ▲ 이를 위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 소비자보호기금 설립과 소비자피해구제 명령제도 도입 ▲ 금융·보험회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을 단독금융회사 기준으로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5%까지 강화 등 여섯 가지는 입법 과제에 포함되긴 했지만 정부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정부가 이행했다고 밝힌 ▲ 중소기업 적합업종 실효성 제고 ▲ 대형유통업체와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근절 ▲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 대기업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근절 ▲ 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은 공약 내용 일부를 반영하긴 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특히 정부가 '소비자 피해구제 명령제'라고 주장하는 '표시·광고법상의 동의 의결제(기업이 스스로 피해구제를 약속하면 공정위가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제도) 등 다섯 가지는 애초 경제민주화 공약이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점 법안이 아닌데도 끼어 넣어 '숫자 부풀리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치 ▲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 금융보험사 주식 의결권 제한 ▲ 집단소송제 도입 ▲ 사인의 금지청구제 등 일곱 가지는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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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공약 잘 지켰나? O는 실행, △는 부분 실행, X는 미실행 (자료: 2016년 1월 21일 참여연대-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경제민주화 및 노동시장정책 23개 공약 평가, 2016년 1월 18일 청와대 '경제민주화 성과 관련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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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18대 대선 경제민주화 공약 18개를 기준으로, 정부는 57.6% 정도 실행했다고 보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에선 26.5%로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오히려 "과거 정부가 엄두도 내지 못하던 신규순환출자 및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해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및 편법승계 차단의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자화자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급히 통과돼야 할 구조개혁과 일자리 창출 법안들이 야당의 발목잡기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 어렵게 거둔 경제민주화 성과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야당 쪽에 책임을 돌렸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평가도... "상법, 금융관련법도 고쳐야"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는 아직 국민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에서 지난 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19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가 진전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78.4%에 이른 반면, 진전됐다는 의견은 13.7%에 그쳤다. 그 책임이 정부와 여당에 있다는 의견이 각각 43.2%, 15.1%로 60%에 육박했고 야당 책임은 21.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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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는 진전되었나?(자료: 경제개혁연구소 설문조사, 2015.1.6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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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완전히 실패한 걸까?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대선 공약 기준으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불공정 하도급거래 규제 등 공정거래법을 바꿔서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마쳤다"라면서 "하루아침에 해결되진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소장은 "남은 건 주주, 채권자, 노동자, 소비자 같은 경제 주체들이 재벌, 대기업에 맞서 스스로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그러려면 상법, 금융 관련 법도 바꿔야 하는데 큰 진전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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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왜 정치를 하는가 A.이래서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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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어가는 한국정치를 구할 어벤져스!”
 
Q.왜 정치를 하는가 A.이래서 정치가 필요하다.
 
임두만 | 2016-01-21 09:39:5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벤져스(The Avengers)… 지구의 안보가 위협당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지구를 구한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 미국의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월트 디즈니 픽처스가 배급하여 2012년 4월 25일 전 세계 동시 개봉했다. 우리나라도 개봉되어 총 관객 700만 명을 넘겼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난관을 이겨낸 용사들을 일컬어 ‘어벤져스’로 명명하는 일이 많아졌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국민회의는 ‘한국 정치의 전면교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현역 정치인들 주축이 아니라 신진인사 주축이다. 때문에 언론으로부터의 관심도가 적어서 야권1당인 ‘더민주’나, 이에 필적한다는 안철수 의원 주축인 ‘국민의당’에 비해 여론조사의 지지율은 현저하게 낮다. 하지만 이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더 왕성하게 구태정치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리고 이런 진정성에 동조하는 신진인사들은 계속 국민회의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당 국민회의가 한국정치를 구할 어벤져스로 가장 먼저 소개한 3인, 좌로부터 채수장, 장정숙, 김영수씨 © 임두만

국민회의는 이들 신진들을 ‘대한민국을 구태정치로부터 구할 어벤져스'로 명명, 언론에게 소개했다. 국민회의가 가장 먼저 언론에 소개한 3인을 두고 천정배 위원장은 “국민회의 의인클럽 3인으로서 국민회의의 인재상인 ‘용기, 헌신, 성취를 이룬 인재’에 가장 적합한 진짜 인재”라고 자랑했다. 또 “의인클럽 3인은 3不(불안전, 불공정, 불평등)에 맞서 싸워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할 어벤져스”라고 말했다.

실제 소개된 이들의 면면은 ‘어젠져스’다웠다. 가장 먼저 소개 된 채수창씨는 경찰대학 1기 졸업생으로 경찰대 출신 중 승진도 늘 선두그룹을 달리던 촉망받는 인재였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12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피의자가 고문을 당했음이 폭로되면서 경찰 조직 전체가 세간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당시 채 서장은 “이 같은 현상은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실적주의 때문”이라며 조현오 검찰청장에게 검거 위주의 실적주의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권력에 맞서다 파면되었다. 하지만 채씨는 이 파면결정에 불복, 2년간의 행정소송에서 승소 복직하여 화순 경찰서장으로 근무하다 2년 후 명예퇴직을 했다.

▲조현오 전 서울경찰청장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다 파면되었던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 © 임두만 

채수창씨는 이날 국민회의의 입당식에서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를 가진 대단한 나라다. 이 대단한 나라가 지금은 지구촌에 한류바람을 일으키는 아시아 중심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안부 협정에서 보듯이 민족의 자존심을 땅에 내동댕이치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이며 젊은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잃어버렸다. 이에 부당함에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자존심 있는 나라, 일한 만큼 대우받을 수 있는 나라,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정치를 할 결심을 했다. 이런 나라를 만들려면 제대로 된 야당이 있어야 하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야당이 있어야 한다. 천정배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회의에서 이 가능성을 발견해서 같이 하기로 입당했다. 국민회의 천 위원장님과 함께 우리나라를 살맛나는 나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가진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 입당을 축하한다. 경찰을 하다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인데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서울 강북경찰서장 당시 검거 위주의 실적주의를 반대하였다 파면된 후 꼭 2년 만에 복직되어 화순서장으로 발령받았다. 그 때 기억이 생생하다. 파면이 되니까 어째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준비가 없는 해직… 인생을 살면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식당, 이불가게 점원… 나하곤 상관없는 일인 것 같았는데 내가 그 일들을 했다. 그러다 다시 복직되어 경찰서장이 되었으니 얼마나 기뻤겠나? 사무실에서 과장, 계장들이 결재를 받으러 오면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던 생각이 난다. 야인으로 지내며 워낙 마음 고생을 하여 다시 경찰서장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던 것인데… 이 심정을 잊지 않고 그런 일을 당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정치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

- 파면 후 지난한 행정소송을 거쳐 승소하고 복직이 되었는데 왜 다시 퇴직했으며 퇴직 후 소회는?

= 경찰공무원 할 때는 오늘 출근하여 무슨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걱정할 때가 많았다. 항상 단순한 일을 반복하다 보니 지루했던 것이다. 그러나 파면을 당한 뒤의 고초를 이기고 다시 복직해보니 처음엔 감격했으나 다시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좀 더 역동적인 일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2014년 2월 명예퇴직을 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매일 무슨 일을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일을 할까,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까를 고민하는 삶이다. 즉 해야 할 일을 무궁무진한데 능력과 여력이 없어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역동적인 삶을 더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 정치 시작이 이번이 처음인가?

= 아니다. 2014년 명예퇴직하고 서울 강북구청장에 도전했다. 안철수 신당으로 출발했으나 갑자기 당시 민주당과 합당하는 바람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되었는데, 같은 당 소속이 된 현 구청장과 경선을 해야 했다. 그러나 신인으로 역부족이었다. 내가 조직한 권리당원이 없는 상태에서 도저히 경선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양당의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때 우리나라 같은 양당체제에서 무소속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여러 가지 출혈이 컸지만 좋은 경험을 했고 만약 다시 한다면 이제는 잘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 중인데 국민회의에 참여한 이유는?

= 지난 지방선거 낙선 이후 정치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다 지인으로부터 천정배 신당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고심을 많이 하다, 천정배 의원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후 그 분의 열정과 진정성에 감동되어 합류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도 우리나라의 양당제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 왔다. 양당은 서로 결탁하고 야합하기 쉽다. 야합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기득권을 보장해 주고 서로의 이권을 묵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깨기 위해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고, 천정배와 국민회의는 이런 면에서 내 소신과 맞았다.

- 정치를 통해 실현해 보고 싶은 것은?

= 내가 실현하고 싶은 정치가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이다. 우리 국민은 5천년 면면히 이어온 문화전통은 물론, 현재 한류 바람을 보듯 대단히 현명하고 열정이 있는 국민이다. 그러나 사회 곳곳의 부정, 부패, 차별, 기득권의 장벽에 막혀 제 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모든 국민이 각자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존중받으며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

두 번째로 소개된 김영수씨는 해군 소령출신이다. 그는 현역 소령으로 재직할 당시 군대 내 만연한 군납비리를 폭로해 국방부의 특별조사를 이끌어 냈다. 이로 인해 결국 정옥금 전 해군참모총장까지 구속될 정도로 심각한 방산비리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 공로로 김영란 권익위원장 당시 국민권익위에서 근무, 시민권익찾기에 힘을 보태다 퇴직했다. 채씨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영수 씨는 입당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군내에 만연한 방산비리를 고발한 용감한 의인 김영수 전 해군 소령 © 임두만

“국민회의를 선택한 이유는 국민회의가 출발은 미미하지만 가치와 비전을 갖고 정직하고 진정한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국가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를 통해 첫째 국가안보와 군인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싶고,둘째는 만연한 방산비리를 뿌리 뽑고 싶다. 내부고발이나 공익성 신고가 들어올 시 이를 철저하게 파해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여 입당했다”

다음은 김씨와 가진 짧은 인터뷰다.

- 국민회의를 선택하게 된 동기가 있나?

= 진정성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현 정치권에서 진정성이 가장 선명한 정치 지도자는 천정배 의원이며, 그가 추진하는 정당이라면 그 진정성이 확보될 것으로 생각되어 국민회의를 택했다. 그리고 와서 보니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 어떻게 입당하게 되었는지… 천 위원장이나 기타 다른 국민회의 인사들과 아는 사람이 있는지…

= 없다. 천정배 위원장을 언론을 통해서 알 뿐이었다. 그런데 국민회의에 참여해 달라는 천 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다. 잠시 망설이긴 했으나 그동안 느꼈던 한계의 극복을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 승낙했다.

- 어떤 한계를 말하는가?

= 국민권익위에 국민신문고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그게 제 역할을 못한다. 신문고를 설치한 형식적 논리는 맞는데 실질적 역할을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가 공직자들의 자세다. 처음에는 다 의욕적으로 하려고 하지만 안 된다. 하려면 권력에게 맞짱을 떠야 하는데, 그럴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공무원이란 직업인이 하기는 어렵다.

-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 국민권익을 위해서라고 판단되면 누구와도 당당하게 맞짱을 뜰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 되는 상태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에서 그 제도를 법으로 보장하는 법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국회가 권력의 눈치를 본다. 왜냐면 국민권익위에게 그런 권한이 주어지면 우선 국회의원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국민권익 침해를 조사해보면 국회의원들이 개입된 사례가 다분하다.

- 정치로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고 정치에 들어 온 것인가?

= 그렇다. 권익위의 직원을 직업 공무원 발령을 통해 채우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국회도 행정부도 연계고리가 없는 인사들로 앉혀야 한다. 즉 적극적인 외부영입을 통해 緣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 다음 업무의 행정화가 아니라 역동적 실질화가 필요하다. 문서보고 위주가 아니라 권익침해를 해소하는 해결위주여야 한다. 공무원들은 열정도 부족하지만 문서보고 시스템이 젖어 업무의 행정화만 유능하다. 나는 국민회의에서 이 일을 하므로 실질적으로 정치가 국민에게 유익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소개 된 장정숙 전 서울시의원은 시 의원으로 재직할 시 문화관광위 소속 위원으로 서울시향 사건을 물 밑에서 물 위로 올린 공로자다. 즉 박현정 대표의 퇴임까지 불러 온 서울시향 내부의 복마전이 정명훈으로부 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린 공로자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명훈이 물러나면서 알려진 정명훈 왕국 비슷한 서울시향에서 정 감독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것을 포착, 끈질기게 박원순 시장에게 질의하는 등 서울시향 정명훈 비리를 세상에 알리는데 공훈을 세운 의인이다.

▲정면훈 감독 재임시 서울시향이 정명훈 완국이었음을 따져 물은 장정숙 전 서울시의원 © 임두만

채씨와 김씨에 이어 카메라 앞에 선 장정숙 전 서울시의원은 그래서 이런 입당 소감을 남겼다.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속상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아빠가 아이를 때려서 숨지게 하는 등 사회적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생각해 볼 때가 많았다. 문화인이 사는 세상을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무한경쟁 시대에 풍요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서 국민회의와 함께 하게 됐다. 문화·예술인들의 경제적 안정 및 사회적 신분 보장을 위한 일에 앞장서고 싶다”

다음은 장 전 의원과 가진 짧은 인터뷰다.

- 국민회의에 입당한 동기는?

= 천정배 의원에게서 나타난 선명성, 즉 그동안 천정배 의원이 보여 준 선명한 의정활동이다. 그리고 앞에 김 소령님이 말했듯이 진정성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현재 정치권에서 선명한 진정성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결사체는 국민회의란 생각에서다.

- 8기 서울 시의원이었는데 지난 선거에서 왜 낙선했나?

=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서울 송파을에 새정치연합 공천으로 출마했으나 48.2% 득표로 낙선했다. 당선자와 불과 2,000여 표 차였는데 새누리당 아성을 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낙선이 물론 내 역량 부족이지만 송파라는 지역적 한계도 낙선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더 이쉽다.

- 박현정 대표가 물러난 진정한 이유가 뭔가?

= 간단하다. 정명훈을 자를 수 없으니까… 박원순 시장이 해명할 기회도 안 주고 물러나게 한 것 아닌가? 박 대표는 사실 2014년 행정감사가 끝날데까지는 하겠다고 했다. 그랬는데 결국 물러나게 했다. 당시 박 대표의 눈물어린 기자회견이 생생하다. “박 시장님과 정 감독님에게 서운하다. 온 세상에 망신을 주고…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인권을 중시한다면서 (내) 인권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등의 박 대표 말이 지금도 가슴 아프다.

- 언론에 보도된 세간의 정명훈 감독 얘기들은 사실인가?

= 내가 알기에는 사실이다. 부인, 가족, 비행기표, 뭐 모두가 사실이다. 특히 박 대표를 몰아내는데 부인이 작용했다는 설도 마찬가지다. 세간에는 세계적인 음악가를 한국적 풍토에서 받아들이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얘기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정 감독 자신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들이다. 부인이 그렇게 행동하게 한 것도 정 감독이 부인 단속을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낳은 거장을 한국이 내친 거라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 앞으로 국민회의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은?

= 정 감독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문화예술계도 권력이 있다. 심지어 무슨무슨 마피아 어쩌고의 말들도 돌아다닌다. 이런 문제의 해결도 결국은 정치의 몫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일들을 해보고 싶다. 아니 꼭 하고 싶어서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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