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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지지자들의 정체성 (부평을의 경우)

[도표 출처] 오마이 김당 기자의 여론분석 기사

 

"(...) <부평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더 피플'에 의뢰해 지난 4월 17일에서 19일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진보신당 지지자 중 43.8퍼센트는 민주당 홍영표 후보를 지지했고, 12.5퍼센트만이 민주노동당 김응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 '반MB 승리' 자축만 하기엔 허전한 무엇 - 오마이뉴스 링크


이번 보궐선거 결과 분석물들 중에서 가장 내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여기서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정체성이 어느정도 느껴지는데, 내게는 과히 긍정적이지는 않다. 여론조사에서 부평을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10명 중 1명만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고, 4명은 홍영표라는 노무현 정부 시절 'FTA 국내대책본부장'을, 나머지 5명은 아마도 기권을 선택했다. 물론 최종 투표에서야 '폭력과 야만의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대의에 따라서 비판적 지지로 '구 FTA 국내대책본부장'이든 뭐든 당선 가능한 민주당 후보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우리적 상황논리에 충분히 공감을 하지만,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1명만이 '진보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 아니 10명 중 9명은 -좀 과장하여 말하면- 진보든 뭐든 민노당은 무조건 싫다고 표명한 것인데, 여기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밖에는 안 보여진다.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민주노동당 측에서 울산과 비교하며 서운한 감정을 갖기에는 그동안 지은 죄가 너무 많겠기에(많다니)  참기로 하고(*), 단지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정체성이 과연 얼마나 진보적인가 하는 점이다. 같이 진보니까 무조건 대동단결하고, 비슷하게 같은 적을 뒀으니 무조건 우린 친구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종북이든 패권이든 맘대로 정의하고 맘대로 비판하는 것은 다 좋은데, 그런 감정에 너무 충실하느라 나중에는 미운 놈이 사용하는 것이면 그것이 좌파적 가치든 뭐든 상관없이 무조건 배척하는 사태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세부적인 정강지침에서야, -어제 손호철의 말마따나- 한 쪽에서는 30-40년대의 쾌쾌묵은 골수 사회주의(공산주의)를 하고, 다른 쪽에서는 21세기적 첨단의 생동(생태-환경) 사회주의(사민주의)를 하면서 서로 건설적인 비판을 할 수야 있겠지만, 그런 구체적 실천 방향의 차이로 말미암아 좌파의 기본적(근본적) 가치까지도 도매금으로 매도해서는(팔아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주적 앞에서 함께 어깨 걸고 싸우는 동지가 되면야 더 없이 좋겠지만, 이런저런 내부 역학도 있으니 이런 과잉의 희망은 버리더라도, 적보다도 내부의 경쟁자를 더 미워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좌파적 가치에 대한 충실성이나 진지성이 결격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진보신당은 전체당원의 60%가 민주노동당과는 무관한 신규 당원이라고 자랑을 하던데,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 60%의 상당 수는 수도권-중산층(최소한 화이트칼라)-먹물(최소한 책 읽는 자)의 축선상에 있을 듯하고, 그들이 갖는 좌파적 신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지에 나는 약간 의문이 든다. 아마도, 이런 부실한 신념이 위의 여론조사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면, 신념과는 무관하게 전혀 길들지 않은 천연의 감정에만 충실한 일종의 가족주의자들이 레디앙의 마구잡이 댓글러들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가족주의도 '수도권-중산층-먹물'과 약간은 친족일 것이다).

 

(*) 참고로 나는 두 정당과 조금의 상관도 없는 방관자다. 굳이 선택을 하라면, 대중영합주의와 시대추종주의로 경도되어 이념적 탈색을 선호하는 진보신당 보다는 좌파적 전통과 원칙에 충실한 민주노동당을 나는 지지한다. 피디와 엔엘의 개념 상으로는 이러한 나의 두 정당에 대한 정의가 뒤바뀌는 게 옳겠는데, 여기에는 우리적 민족주의라는 특수인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념이 약간 혼란스런 꼴이 됐다. 

 

 


 

[내 통제권의 밖에 놓인 내 답변-댓글을 본문으로 옮겨다 둔다. 맥락을 위해 이의-댓글도 함께]

 

글쎄요  2009/05/02    #

'진보성'의 기준이 민노당 지지인 듯 한게 영 그렇네요. 특정 정당의 지지자가 자기 지지정당 후보가 없는 곳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뭘까요? 1)유사성 2)현실적 가능성입니다.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민노당을 자기 지지정당인 진보신당에 좀 더 유사한 성향의 정당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그들은 자기 지지정당이 아닌 정당의 후보에 대해 '현실적 가능성'측면도 따진 겁니다. 유권자로서 말이지요.
두번째, 복수의 진보정당이 있는 상황에서 그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그건 '친연관계'가 작용하거나, 혹은 그 차이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원근법'에 의해 내부자가 보는 그 차이는 외부의 관측보다 크게 보입니다. 울산에서 단일화가 논의될 때 민노당 당원게시판이 '진보신당이 진보냐, 진보신당은 조선일보나 다름없다'는 식의 극언까지 날아다니고 결국 그 후폭풍으로 박승흡 대변인이 사퇴해 버린 것은 대충 다 아는 이야깁니다. 두 당의 당원 혹은 의식적인 지지자들이 두 정당의 '유사성'과 '차이'중 무엇에 전자에 더 집중할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울산처럼 당 대 당의 차원에서 의식적 노력이라도 없는 한, 기존 지지자들의 서로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나 경계심리를 쉽게 누그러뜨리기 힘듭니다.

 

술래  2009/05/02   #

1) 님이 지적하신 "현실적 가능성"에 기초한 지지에 대해서는, -본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적 '비판적 지지'의 망령까지도 기꺼이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최종투표도 아닌 '지지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 적용된 이 기준은 너무 지나치거나, -제가 볼 때에는- "좌파적 가치에 대한 충실성과 진지성이 결격된 결과"로 밖에는 안 보이고, 그래서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것입니다.

2) 유사성으로 따진다면야, 두 진보정당의 사이가 민주당이나 딴나라당보다는 훨씬 유사하다는 점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을 줄로 믿고, 중요한 것은 님께서 "친연관계"라고 표현하신, 이런 저런 이유에서 발생한 '미워하는 감정'의 반 이성적 작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님께서 "지지자들이 두 정당의 '유사성'과 '차이'중 무엇에 더 집중할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하셨을 때, 그것은 유사성으로서의 "좌파적 가치"보다는 '차이의 존중'이라는 미명으로 위장하고는 반 좌파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위의 여론조사의 결과를 다시 설명한 것일텐데, 저는 이런 행태를 "일종의 가족주의"에 함몰된, 객관적 기준을 상실한 전혀 좌파적이지 못한 행동이라는 취지에서 그들의 정치적 정체성을 문제 삼았던 것입니다. 가족주의라는 틀 속에서는 그 어떤 고상하고 준엄한 외적 가치도 침투하기 힘든 게 우리적 정서일테고, 그 속에서 이뤄지는 판단들이라는 것은 "원근법"에 의한 정확성보다는 맹목적 감성과 끈적한 피의 얽힘으로 인해 객관적 시각을 놓치기가 더 쉬운 것은 아닐까요? (게시판에 걸렸다는 "극언"들에 대해서는, -저는 게시판에는 안 가봤고 주로 레디앙에서 감을 잡곤 하는데- 누가 더 하고 덜한지를 여기서 따지고 싶지는 않고 제 3자들이 더 잘 알 줄로 봅니다.)

3) "진보성"으로 따지자면야, "1930~40년대 식민지반봉건사회에 뿌리를 둔 ‘민족주의적 좌파세력’이 중심이 된" 민주노동당 보다는 인터넷-디지털 시대에 선도적으로 부응하며 "‘21세기형 진보정당’을 추구하는" 진보신당이 훨씬 '진보적'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그 진보성이 좌파적 가치에 대한 충실성과 진지성까지 바로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여기서 다시 '진보와 좌파'라는 지겨운 구분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겠는데, 별 신빙성 없을 제 발언을 다시 반복하느니 보다는, "좌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는 며칠 전에 나온 한겨레 기사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 "언뜻 보기에 좌파와 우파는 단지 방향을 지시하는 것 같고, 진보 보수가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반대다. 좌우는 고정적인 개념인 데 반해 진보 보수는 상대적이다. 좌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가들의 사상이나 현재 프랑스 좌파의 이념이 크게 다르지 않다." (좌파 우파, 진보 보수라는 덫 / 김제완, 한겨레 2009-04-29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52483.html)
(*) 인용: 손호철, 레디앙, 2009-04-30,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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