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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포스팅

이라고 제목을 붙여놓고 시계를 보니, 낮 12시다.

제길...난 지금 일어났는데, 내 아침은 도대체 어디 간거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부족한 술에 물을 마시고 정신없는 가운데 집에 왔다.

제길...지금 보니 내 물통을 학교에 두고 왔다. 지난 삼개월을 그 물통과 함께 하고,

몇 시간 전 선배가 담배를 들고 물통을 집은 그 순간에도 한낱 재떨이로 전락하지 않도록

소리까지 지르며 애지중지하던 물통인데...

아마 몇 시간후면 빈 물통을 버리겠지, 혹은 이미 버려졌을수도.

 

술이 덜 깨서 무조건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 이 가공할만한 상황.

몸은 사람이 만든 시계의 숫자 간격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을 계산하는가보다.

늘 여섯시간 정도의 잠을 자니까, 그 시간을 채워서 자고 나니 더 이상 졸립지 않다.

신기하다.

 

예전에 잠이 정말 많은 나를 보고 어머니가 해주신  큰 이모 이야기가 생각난다.

큰 이모도 정말 잠이 많았는데, 하루는 외할머니와 엄마가 깨우지도 않고 얼마나 자나 실험을

해봤더니 나흘 밤낮을 자더라고.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말이 이제야 공감이 되기도한다.

그 때 큰 이모의 몸은 도저히 사람의 몸이 아닌 이상 설명될 수 없다고.

어쨌든 잠이 많던 내가 잠이 더 이상 오지 않아서 일어나있는건

지난 7개월간의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습관의 결과이거나,

혹은 술이 덜 깬것이겠지

 

 

아...난 왜 항상 술을 마시면 끝장을 봐야지만 그만 둘 수 있을까?

어제도 시작은 가벼웠지만 끝은 심히 주체할 수 없음을 새벽에 해가 뜨고서야 알아차렸으니.

술을 마시고난 후 내 위가 우는 것 같아 이제는 더 이상 너를 혹사시키지 않으마 약속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자리에 껴서 술잔을 비우는 내 모습에

 

세상엔 잠이 부족해도 잠을 자지 못하는 이상하면서도 초극적인 힘이 존재하는걸

그냥 그러려니 하고 간과 합작하여 몸을 정화시켜라라고 말해버린다.

 

학교에 다닐때는 술자리에 꼭 껴있는 나에게 사람들이 묻곤했다.

술이 좋으세요? 그 때 나는 술보다는 술자리가 좋아서 자주 마셔요.

그러나 지금은 개뿔~ 술자리보다는 술이 좋아서 술을 마신다.

아...이게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어쨌든 그 순간순간 좋은 것을 선택하고 행동하기에 다음날의 고통과 밀린 일의 벅참을 느끼며

매번 후회하면서도 또 마시고 또 마시고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말글장을 내가 만드면서 (제길...) 쓰고 온 말 중에 이것 하나만 기억이 난다.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아...이제 나갈 시간이다.

블로깅는 뭔가 시간을 흘려보는데 참 적절한 운동인 듯 ㅋ

 

 

-흐린날 오후의 포스팅 0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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