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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도 법인데... 법치를 비웃는 사람들

근로기준법도 법인데... 법치를 비웃는 사람들

 

 


충북대학교에서 최저임금 홍보와 현장상담을 진행하고 난 뒤, 우리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상반된 글이 게재되었다. 한사람은 편의점 업주인 듯하고, 또 한사람은 아르바이트 학생이다.

 

두 개의 글들중에서 일부를 옮겨본다.
 
“당신(민주노총)들이 뭘 안다고 떠들고 다니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고용할때 최저임금에 맞춰 줄수 없다고 미리말하고나서 알바 채용하거든! 당신들 그렇게 할 짓이 없어서 떠들고 다녀! 노동자를 위한거라고 생각하나! 천만에 말씀이지. 그럼 편의점 업주들 최저임금에 맞춰서 시급으로 주고 바로 알바생 그만 두게 하면 당장 타지에서 올라와서 알바해서 용돈하는 학생들 당신(민주노총)들이 용돈줄려고!”(편의점 사업주)

 

 

“사장님도 자식을 키우시면서 학교 근처라서 아무리 알바생 구하기가 쉬워도 그렇지.. 2500원이 말이 되나요. 사모님은 아파트 근처에서 독서실을 운영하셔서 결코 수입이 적은게 아닌데.. 저한테 딸내미 둘 과외비가 한달에 200만원 나간다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전 이달에 그만둘겁니다. 다행히 상반기에 취업이 될것 같아서요. 제가 바라는건 전 차액 못받아도 괜찮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들과 다시 엮기고 싶지도 않구요. 단.. 저 다음에 일하게 될.. 알바생들부터는 제대로 임금받고 일할수 있도록 고쳐졌으면 합니다.”(피해학생)

 

우리사회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여전히 귀족노조의 사치품쯤으로 여겨진다. 학교에서 저 먼나라의 왕조 족보는 달달 외우게 해도, 근로기준법은 절대로 가르치지도 않는다. 떼어먹은 임금 달라고 항의하다 홧김에 주먹한번 휘두르고 책상한번 뒤집어 엎으면 구속돼도, 임금 2억원을 떼먹은 사장은 구속되지 않는다.

 

그래선가! 근로기준법은 법으로 보지 않는다. 일반 국민도 그렇고 사법기관도 그렇다.

그래서 황당한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위, 근로기준법의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람은 당당하게 이메일까지 알려주고 우리 사무실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반면에 피해자로서 학생은 홈페이지 관리자만 볼수 있도록 비밀글로 올렸다.

 

방귀 뀐 사람은 당당하고, 냄새를 맡는 사람이 오히려 미안하다.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걸  가진자들은 ‘떼법’이라고 조롱한다. 그들이 이렇게 위풍당당할수 있는 근거는 무얼까! 바로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 사회풍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밥’을 위해 목숨을 건다. ‘밥’을 위헤 장기를 떼어 팔기도 하고, ‘밥’을 위해 육체까지 상품으로 거래한다. 그래서 ‘밥’은 ‘하늘’이랬다. 사람들이 온전하고 안전하게 ‘밥’을 얻을수 있도록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 ‘노동기본권, 노동인권’이고 그것이 근로기준법이다. 이걸 우습게 아는건 ‘하늘’을 우습게 아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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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창(萬化方暢)보다 더 아름다운 초록녹음에 마음이 저립니다.

또 다시 일요일 밤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세 살배기 딸내미 보러 수원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내려오면 지금 이시간 저녁이죠. 밤 열시 사십분입니다.

 

잎새보다 꽃이 먼저 피는 벚꽃이 폈는가 했더니 금새 졌지요. 그리고 벚꽃을 대신해, 또 다른 꽃들로 만화방창(萬化方暢)입니다. 그런데 꽃보다 더 아름다운 건, 초록입니다. 나무와 풀들이 새순을 틔워 온통 초록입니다.

 

그 초록을 딸아이 손을 잡고 보면서 한 생각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떠나 있는 것은 참을수 없는 고통입니다. 그러나, 사람과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여유의 시간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징역살이는 고통스럽습니다. 가족이 그립고, 또한 주변의 벗들이 그리울겁니다. 그런데 오늘 하루만큼은 사람과 떨어져 있는 그 고통보다도 자연의 변화, 초록의 생명력과 떨어져 있는 것이 더 고통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주교도소 미결사동... 하루 30분 실제로는 한 십오분정도겠죠. 네모난 벽들로 차단된 네모난 하늘을 보겠지요.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선 줄쳐진 네모난 창틀에 비쳐진 세상만 보게됩니다.

 

구름이 끼어도, 햇살이 유난히 빛나도, 보름달빛도 쇠창살 네모난 창밖의 세상입니다.

오늘, 징역 밖 세상의 초록 녹음을 지부장님께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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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法治)를 비웃는 사람들 1. 노가다 법

법치(法治)를 비웃는 사람들 1. 노가다 법

아침 6시, 수동에 위치한 청주시 건설인력센터. 모여있는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무료급식이 시작되고 밥을 먹는 사람, 밥을 다먹고 입술 언저리에 김치 국물이 묻어 있는 사람. 센터앞에서 허공을 바라보고 담배를 무는 사람. 반갑게 인사를나누는 사람. 그렇게 하루가 고단한 사람들 앞에서 ‘산재, 임금체불 상담을 받습니다’란 펼침막(현수막)을 펴들었다.

나눠주는 선전물을 공손히 받는 사람도 있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있고 참견하는 사람도 있다. ‘에이! 이런거 해봐야 아무짱도 없어. 나도 노동부도 가보고 다 가봤는데 돈없다 배째면 그만이여. 재산도 다 빼돌리고 그래서 지 앞으론 아무것도 없다는겨’라며 애초 될 일도 아닌데 헛바람 넣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생각보다 사람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들 얼굴에 수심이 늘어간다. 늘상 그랬다는 것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이 담담하게 농담만 주고받는 사람도 많다.

갑자기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서고 창문이 내려진다. 그리고 사람 두사람을 태우고 휭하니 사라진다.
사람들이 우리곁으로 와 수군댄다. 금방 차안의 사람을 가리키며 ‘용역업체 여사장이여. 도둑년이여. 일당 8만원인데 3만원이나 떼어 먹어. 나 참’. 또 다른 사람이 거든다. ‘ 천안만 해도 안그런데 여기 청주는 지독혀. 용역업체들이 다 그 모냥이여’. (참고로, 관련 법에는 직업소개 명목으로 10% 이상의 수수료를 받을수 없도록 되어 있다)

왜 신고하거나 따지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해봤자 말짱 헛겨, 지들(용역업체)끼리 리스트 돌려. 그럼 그 다음부터 못나가’ 라고 답하는 그이들. 세상 물정 몰라도 한참 몰른다는 듯, 그래서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그이들.

2주전에 건설노동자 한분이 체불임금 4백만원을 지급할 것을 항의하다, 모 업체 현장소장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건설현장의 임금체불은 너무나 비일 비재하고, 임금지급방식도 가장 근대적이다. 하루 8시간 노동시간도 그림자 떡에 불과하다. 여전히 건설현장은 해뜨면 일 시작하고 해가 져야 일 끝난다.

그때쯤에, 한무리의 건설노동자들이 나를 찾아왔다. 현장소장이 강제로 통장을 만들게 하고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통장에서 현금 입출금 거래가 된다는 거다. 알고보니, 현장소장이 임금을 지급한 것처럼 통장에 넣었다가 바로 돈을 빼냈다. 그렇게 임금을 과대 허위청구해서 착복하고, 또 임금까지 착복하는 거다.

준법, 준법 참 좋다. 그러나 세상엔 법위에, 아니 법 밖에서 잘먹고 잘사는 사람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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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풀잎은 바람에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죠

지부장님 편지 잘 받았습니다.

 

미결수 운동장 담벼락을 무너뜨리겠다니 속이 시원하네요. 고것이 말로만 운동장이지 한마디로 닭장이지요. 백평도 안되는 것을 네조각 담벼락으로 막아놓고 고놈을 운동장이라 부르는... 저도 그당시 무척 답답했는데 그것을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은 못해봤네요. 지부장님 짱!

 

점심 먹다가 그애기를 우리 대협한테 했드만 1사 담벼락은 예전에 무너졌다고 애기하네요.

위대한 영장류 호모사피엔스를 겨우 닭장에 있는 닭으로 취급하다니 정말 나쁜 놈덜이죠.

 

선거끝나고 어제는 멍했는데 그래도 하룻밤 더 잤다고 오늘은 그런가보다 십네요. 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가봐요. 어제의 아픔도 훌훌 털고 오늘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주니 망각이 꼭 나쁜건 아니죠.

 

풀잎은 바람에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하죠. 바람에 가장 먼저 몸을 누이지만, 바람이 지나고 난 자리에 가장 먼저 몸을 일으키는 것도 풀잎이라 하죠. 그런 유연함과 근성을 배워야 하는데, 저는 고작 잊는 다는 것, 기억상실로 마음과 몸이 편해지니 큰일이네요.

 

저도 낼 모레면 불혹인데요. 불혹(不惑),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다는 뜻이라죠. 저는 아직 멀어서 어떤 유혹에도 혹 하니, 저는 유혹(有惑)인가벼요.

오늘 한겨레 신문을 보니 남산 벚꽃 사진이 실려있네요. 지부장님도 그 사진을 보았는지요.

고단한 징역살이, 지루한 징역살이에 그래도 한줄기 여유와 풍류는 있어야 겠죠.

면회없는 주말, 그래서 더 지루하고 무료한 주말 잘 보내세요. 그리고 일요일 열두시가 되면은 아시죠. 송해 아저씨 목소리따라 크게 외쳐보세요.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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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꽃은 져도 꽃이라 하더이다

선거가 끝이 났군요. 사실 저는 진보신당을 지지했습니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옳건 그르건 존재하고, 그래서 사실 내놓고 진보신당 선거운동도 하지 못했습니다만 마음속으로 정말 열심히 응원을 많이 했었어요. 결과는... 심상정, 노회찬 의원 선전에도 불과하고 1천표, 2천표 차로 낙선을 했어요. 비례대표 후보는 2.94%. 즉 0.06%가 모자라 그것도 낙선...

 


민주노동당 권영길,강기갑 의원 당선, 비례대표 3명 당선....
한나라당, 친박, 회충이당 합쳐서 2백석..

 

오늘 아침, 정말로 멍하네요. 엄청난 충격파지요. 고생하시는 지부장님 앞에서 이깟 선거가지고 요로코롬 애기하는 제가 정말 못났네요. 죄송합니다.

 

엇그제, 충남 계룡에 있는 금속노조 콜텍지회 1주년 투쟁 문화제에 갔다왔어요. 말이 좋아 1년이지 길거리에 나앉아 1년동안 싸운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에요. 어하다 1백일, 어하다 2백일, 어하다 1주년, 어하다 2주년 하이닉스가 그렇게 갔었었지요.

 

투사도 아니고, 이념이 있어서도 아니고 억울해서, 분통이 터져서 그다음엔 오기로 싸우는 게 노동자인가봐요.

 

화요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아침 든든히 먹고는 수동 인력센터에 선전전을 다녀왔습니다. 거기 있는 남루한 옷차림의 건설 노동자들과 만났지요. 그 양반들 주로 하는 애기가 용역업체 애기 많이 하더라고요. 법정수수료는 10%인데 그 놈들 그거 지키는 놈 한놈도 없다고... 그거나 바로 잡았음 좋겠다고... 한번 해봐야지요.

 

이용대 지부장님... 바깥엔 벚꽃도 다 졌어요. 근대요. 꽃이 지면 꽃이 아닐까요. 꽃은 져도 꽃이라 하더이다. 지부장님이 갇혀 있어도 지부장님 여전하시죠. 담쟁이 마냥, 지부장님이 맨 앞에서 하나둘 이파리 끌고 전진해 교도소 담벼락 훌쩍 뛰어넘어 건설노동자들의 해방세상을 만들어 갈거죠.

오늘 하루도 건강하시길.... 200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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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총선)은 간다. 허무하지 않으려면...

봄날(총선)은 간다. 허무하지 않으려면...

사무실앞 죽천 둑방의 살구꽃도 이쁘다. 무심천 벚꽃도 화사하다. 백색의 목련도 정갈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내겐 이 꽃들보다 민들레와 보라색 반지꽃이 더 정겹다. 쭈그리고 앉아야만 제대로 볼수 있는 꽃. 땅바닥에 이파리를 바싹 부비며 꽃망울만 살짝 고개를 쳐든 그네들의 눈높이에 우리들이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 다정하게 바라볼수 있는 그네들이 더 좋다.

높게 보지말고 낮게 보라고, 자기들끼리만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눈높이를 맞추라고 땅에 붙은 그네들의 가르침이 너무나 소박하다. 그래서 더 좋다.

그러나, 그것이 제아무리 좋아도 봄에 피는 꽃들과 잡초가 어디 그것뿐이랴! 봄이 주는 기쁨과 감흥이 한두가지랴!

비에 흩뿌려 지는 복숭아 꽃잎처럼, 주산지의 새벽 물안개 처럼 봄날의 몽환을 뒤로하고 현실로 나온다.

생명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호모사피엔스들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한창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다리를 맹길어(만들어) 디리(드리)겠습니다.’하던 정주영씨도 없건만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이 지역구의 모든 학생들을 서울대에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황당무계는 여전하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청주시장을 뽑을때나 국회의원을 뽑을때나, 아님 대통령을 뽑을때도 마찬가지로 ‘청주공항 활성화, 청주공단 활성화, IT,BT,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후보검증의 잣대인 것도 여전하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비빌언덕을 대신해, 선글라스낀 쿠데타 독재자의 따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그녀를 따르는 것이 ‘오직 한길’이라는 정치이념도 여전하다.

‘갱제, 갱제’를 외치던 김영삼의 외마디 구호가 ‘경제’라는 원음으로 돌아와 선거판을 휘집는 것도 매한가지다.

어차피 봄은 하룻밤의 꿈이다. 어머니 젓몽우리 같던 벚나무의 꽃몽우리가 꽃을 피워도 밤새내린 봄비에 깨고마는 열흘간의 꿈이다. 그렇게 봄날은 간다.

봄날만 그러하랴! 선거도 매한가지다. 깨버린 꿈처럼, 선거가 끝나고 나면 후보들의 모든 흔적과 열의도 사라져버리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 봄은 가도 민들레는 남는다. 여름까지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홑씨를 날린다. 가장 낮은 곳에서 낮은 곳을 쳐다보라고 가르치던 그네는 남는다.

오늘, 지인들에게 수십통의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내일, 높은 곳만 바라보고 성장만 외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경쟁에서 패한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자고 했던 민들레같은 진보정치인 한둘은 남겨둬야 하지 않냐고. 그래야 잠에서 깨도 들 허무하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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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감옥에 있는 건설충북지부장님께

지부장님! 저 ***입니다.

 

면목도 없는 제가 이제서야 편지글 올립니다.

 

예전에 제가 징역살이 할 때였죠. 조그만 앞마당 같은 청주교도소 미결사동 운동장. 운동 나가면 그 조그만 담벼락 주변 햇살 잘 드는 곳에 민들레 노란 꽃망울 터진 것 보고 아구 ‘징한 놈’이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하필 좋은 땅 두고 마른 땅 찾아서 씨를 뿌리나.  마른 땅 한가운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사람 발길, 동물 발길 피하다 겨우 찾은 곳이 하필이면 교도소 담벼락 밑이냐 하고 에둘러 애기 했었죠. 민들레 신세나 내 신세나 교도소 담벼락 밑에서 햇살 쫒기는 매 한가지구 하고 말이죠.

 

그 민들레가 이곳 복지관 건물 벽, 혹은 계단 따라 또 꽃망울을 터뜨렸어요. 이 잡것 같은 민들레가 또 한다는 짓이 말이에요. 겨우 계단과 보도블록 그 3-5mm 틈바구니를 찾아서 꽃을 틔우는 거죠. 참 징한 놈들이에요.

 

좋은 땅 놔두고, 험한 곳, 남들 잘 찾아오지 않는 곳 꼭 그런곳만 찾아요.

 

지부장님하고 이놈 민들레란 넘 같은 족보에요. 아마도 유전자가  같은 모양이죠.

 

예전에 지부장님 계신 바로 그 미결사동에 있을 때 앞 사동에 있는 후배랑 통방을 할려고 꽤 곤욕을 치뤘죠. 사동과 사동을 가로막는 사람 두키정도 되는 그 담벼락에 운동나온 후배가 다른 미결수 어깨를 타고 간신히 담벼락 타고 올라와 ‘**이형’하고 한마디 하고 뚝 털어지고, 잠시후 또 올아와 한마디 하고 뚝 떨어지고...

 

청주지회장님하고 조직부장하고 안부는 잘 주고받는지요. 지부장님도 그때 후배처럼 그러고 있는지요.

작년 플랜트 모임 동지들하고 삼겹살 먹고 헤어지던 날, 같이 둑방길을 걸었어요. 그때 지부장님이 그랬죠.

 

건설기계 말고 우리 힘들게 사는 건설노동자 천명모을때까지 하고 싶다고... 열심히 하자고 그랬죠. 플랜트 모임은 그래선지 매달 꼬박 꼬박 하고 있어요. 다음주에는 우리 덤프, 사무국장님 호죽인권센터하고 수동 인력센터에 새벽 선전전도 나갈 거에요.

 

구속영장이 재 청구되었던 날, 그날 밤 늦게 만났었죠. 지부장님도 취했고 저도 취했고, 취한사람끼리 술먹으로 들어간 호프집, 그 앞에서 술에 취해 또 티격거리는 또 다른 노동운동 후배들도 있었고... 그날밤 그런 날이었죠. 지부장님이 마음을 비웠다 했어요. 그 날 밤에 말이죠.

 

마음이란게 사실상 쉽게 비워지는 것도 아닌 데, 지부장님 그 말에 오십줄 살아오신 연륜이 깊게 느껴졌었어요.

 

건강하세요. 앞으로 편지 자주 할께요. 아마, 작년 청주교도소 담벼락 및 민들레가 흩뿌린 홀씨가 교도소 담벼락을 타 넘어, 이곳 복지관에 다시 꽃망울을 터드렸나봐요.

 

2008. 4. 4.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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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 ‘손수건 한장’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  ‘손수건 한장’

 

 

대학 새내기 시절, 이맘때 였다. 수업이 오후에 있어 느지막이 학교에 가던 날, 학교 정문주변으로 전경버스가 나래비로 서있고, 그 옆으론 방패와 곤봉을 든 전경들이 또 나래비로 서있었다. 그 사이로 지나가는데 가방을 열란다.

 

헉, 웬 소지품 검사!

발끈한 나는 ‘당신들이 뭔데 남의 가방을 뒤지냐! 못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 말은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잽싸게 전경 둘이서 내 팔을 붙들고 전경 하나는 내 가방을 낚아챘다. 가방을 열어본 전경하나가 무언가 대단한 증거물을 발견했다는 듯

 

‘이 새끼, 운동권이네’하고 손수건을 꺼네든다. 그 손수건은 백두산 천지 연못정도가 그려져 있는  손수건이였다.

 

나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학생회에서 모든 학생에게 나누어준 그 손수건 하나가 ‘운동권’이라는 증거가 되었고 전경버스로 끌려가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고, 한시간이나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학교로 들어왔는데, 맞은 것이 너무 분했다. 수업도 들어가지 않고 친구랑 학교 뒤쪽에 있는 식당으로가 막걸리를 들이부었다.. 막걸리를 마셨으니 수업도 못들어가고 그 길로 학교를 나서는데, 이게 웬걸 정문에선 한바탕 전투가 진행중이다.

 

이런, 오로지 영문도 모른채 당했던 그 폭행에 대한 복수심이 타올랐고 어느 순간인지도 모르게 내 손에는 쇠파이프가 쥐어져 있었다. 나는 그 날 죽어라 싸웠다. 낮에 날 때린 놈 한 대라도 쥐박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전경들 얼굴까지 확인하며 싸웠다. 그리고 그날, 저 멀리 서울에서 내 또래의 한 학생, 강경대가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다.

 

난 그날 이후 이른바 ‘운동권’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이 사십 다 되어서도 노동운동에 몸담고 있다.

 

결국, 그 손수건은 내 삶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20년 동안이나 나를 옭아맨 내인생의 올가미였던 셈이다. 다른 동료들이 사회와 사람의 암울한 현실에 자극받아 이런 길로 들어서게되었다는 그런 얘길 들을때면 속으로 난 ‘나는 코메디야, 난 손수건 땜에 이렇게 됐어’하고 속웃음친다.

 

시간이 20년이 지나서, 또 다른 나 같은 ‘코메디’가 생길란가 보다. 집회중에 마스크만 써도 근엄한 국가의 법으로 ‘이메가바이트’ 정부께서 처벌하신댄다.

 

아무생각없이 집회장 주변에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다가 범법자로 몰릴지 모를 어떤 가련한 사람의 인생이, 20년전의 나처럼 인생이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될지도 모를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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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전위원장의 탄식! ‘속았다’

한국노총 전위원장의 탄식!  ‘속았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박근혜씨가 말했다. 이 말에 반이상의 국민이 동감하는 눈치다. 지난 대선과 이번 총선에 한국노총을 한나라당에 상납하며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물먹은 전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씨가 말했다. ‘나도 속고 노조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그런데 이번엔 ‘너, (그럴말 할) 자격이나 있냐!’하는 분위기다. 이용득씨 본인이야 ‘시장경제’ 살린다고 하길래 몰표 몰아준 재래시장 할머니들이, 알고보니 ‘대형마트 살려주는 이명박식 시장경제’를 보고 ’속았다‘하는 마음이겠지만 바라보는 사람은 그게 아니다.

 

이용득씨 본인이야, 당선되는 것만 으로도 주가가 3천까지 뛸거라던 이명박 슈퍼맨에 몰표 줬다가, 곤두박질 친 주가에 쪽박차고 ‘술퍼맨’으로 전락한 사람의 심정이겠지만 보는 사람은 그게 아니다.

 

이유야 간단하다. ‘속은 사람 = 이용득씨’가 아니라 ‘속인 사람 = 이용득씨’였기 때문이다. 

 

가장 반노동자적이였던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사기쑈’를 했었고, 정치엔 일절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사람이 ‘공천 못받고 속았다’는 거짓 타령을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속았다고 생각하는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였던 이용득씨에게 부탁한다. 속았다고 분해하지만 말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쑈’를 하라! 찬밥연댄지 친박연대처럼 친박으로 낙인찍어, 자신이 찍혔다고 단식도 하라!

여전히 이명박 정부는 친노동이라고  눈물 흘리며 사모곡도 불러라! 진심이면 천심이 통할지 혹시 모를일 아닌가!

 

지금 국회의원 선거전이 한창이다. 모든 후보자마다 한량이 되겠다고 좋은 소리, 서민 밥상 푸짐하게 하겠다고 저마다 난리다. 눈물도 흘리고, 찬밥신세 됐다고 동정도 호소하고 여당 뽑아야 지역경제 살린다는 엇그제 야당후보의 강한 여당론으로 호소한다.  정말로 난장판이다.

 

그런데, 유권자인 노동자, 서민들이여. 이 사기판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 맨날 속고 속았다는 그들만의 이야기에 정작 속는 것은 우리 노동자 서민 유권자들 아닌가!

 

목소리를 내야한다. ‘땅부자 내각’반대하는 유권자들은 그 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노무현정부 실정에 실망했던 유권자들은 그 마음으로 한목소리 내야한다.  비정규직으로 서럽게 살아가는 사람은 그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들이 실토하는 사기극에 현혹되지 말고, 가난한 서민들의 처지에서 ‘사기좀 그만치라고’ 뿔따구난 목소리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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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없는 사회가 희망이다.

학벌없는 사회가 희망이다.

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매듭 하나가 있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대도 설명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아빠, 왜 엄마 아빠가 일하는 시간보다 내가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초롱초롱 눈망울의 우리 아이들의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런가!

1등만이 살아남는 사회, 1등만이 서울로 학교가는 사회, 서울로 가지 못하면 평생 딱지를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사회. 참말로 어렵다.

잔업 특근에 쇠골 다 부서져라 벌어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같다 부어도 모자라, 엄마도 식당으로 그렇게 학원비 벌어서 아이들 학원 보내면 옆집은 집팔어서 아들내미 쪽집게 과외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옆집아이가 학원 수업 두 개들으면 우리집 아이 3개 시키고, 그래서 아예 24시간 학원 하도록 하잰다.

공부를 잘하는게 목적이 아니다. 100점이 좋은게 아니다. 아이들 다 백점 맞으면 말짱 꽝이다. 10점도 좋다. 옆집 아이 5점 맞을 때 우리아이 10점 맞아 1등 하면 무조건 선(善)이다.

공부를 잘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1등을 해야만 하는 사회.

왜 1등을 해야 할까! 공돌이, 공순이로 살아가지 않고 이른바 ‘사’자로 살아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땅의 사람들은 안다. 노동자로,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것인지!
그래서, 기를 쓴다. 내자식 만큼은 나처럼 살지 않게 할려고 있는 용, 없는 용 다쓴다.

그래서 내 죽어가는 지도 모르고 내 몸 부서져라 잔업 특근에 인생을 건다.

이제 한숨 한번 돌려볼 때가 됐다. ‘왜’라고 물어보자. ‘꼴찌부터 1등까지 다 평등하게 살순 없는가’하고 물어보자! 책상머리에서 일하는 사람의 노동의 가치와 육체노동의 가치가 몇배나 차이가 나는지 계산해보자.

있는 죄도 없게 만드는 변호사님의 마법같은 변론과 화장실 치우는 청소노동중 어느것이 사회구성원에게 유익함을 주는지 물어보자!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의사와 변호사, 공무원과 선생님만으로 구성되면 우리사회가 잘 돌아가는지 물어보자!

결론은 간단하다. 직업의 귀천은 없어야 하고, 학력간 노동의 임금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간 임금차별이 없어져야 하고, 노동자를 업신여기는 사회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교수가 노동자라고 하는 것이, 스스로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통령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영어 몰입교육, 24시간 학원 자율화등 어떤 방안을 내놓아도 현재의 사교육 광풍을 막을순 없다.
이것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하나다. 학벌 없어도 잘 살수 있는 사회, 그 길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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