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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률의 그림을 만났다...

박항률이란 화가를 인터넷를 오가면서 우연하게 발견하게 되었다.

평론가 김성희는 그를 "고요한 눈을 지닌 화가" 라고 말하고

정영목 교수는 그의 그림을 "성장의 멈춰버린 自我的 환상세계" 라 한다.

 

난 그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스케치와 그림목록을 훑으면서

그가 회화뿐 아니라 조각에도 능하다는 것을 느꼈고

침묵을 아는 이... 조용하게 읇조리는 법을 아는 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낮에 술이 덜깬 상태에서 읽어내리던 신문의 카피하나가 떠오른다.

늘 봤던 신문인데 처음 눈에 들어온 글은

"희망은 절망하는 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꿈꾸는 이와 함께한다"

어쩌면 가혹한 말이다. 절망하는 이에게 희망마저 건네지 않으면 어쩌랴.

하지만 냉혹하지만 근거없이 희망을 귀에 속삭인들 무엇하겠는가.

 

박항률의 그림 속에서는 작가 스스로도 말하는 '꿈'이 있다.

이를 몽환적인 것으로 폄하할 수 있을지 모르나

맑으면서도 차분한 꿈이 새로운 희망으로 열매 맺음을 어찌 부정할까

 

새로운 발견에 흐뭇하다. 낯선 세상으로의 한걸음이다.

눈이 부시다. 환한 봄볕이 동전보다도 작은 눈동자안으로 쏟아 들어온다.

 

박항률 홈페이지 바로 가기

 

 


 

 

나는 박항률님의 그림 앞에 서면 늘 침묵과 고요함을 느낀다.

그것은 이 소란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어느 한순간,

담벼락 모퉁이에 홀로 피어 있는 백일홍을 보고

갑자기 걸음을 딱 멈추었을 때 느껴지는 고요함과 같다.

은행나무나 모과나무 가지에 달려 있던 열매들이

바람 부는 어느날 땅에 떨어져 말없이 침묵 가운데 이루는 고요함과도 같다

 

- 정호승이 쓴 '박항률의 그림'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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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게 사랑하기

 

 

도적 같은 사랑

들고 나는 기척도

흔한 발자욱도 없네

 

얼고 녹길 거듭해

새파랗게 질렸던 시간에

마주 본 당신

 

태열 번지듯

눈길 닿는 곳마다 

따스함에 더 떨려요

 

여린 짐승은

스스로 지키는 법이

몸을 부풀리거나

보호색 펴고 숨는 거라죠

 

겁이 날 만큼

벌거숭이가 되면

감출 곳도 

과장된 웃음 한 줄기도 

쉽지 않아요 

 

제발 그대

게으르게 사랑해요

 

나른한 몸짓

이 세상 가장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세요

수 만년동안

나이테 늘려온 나무처럼 멈춘 그 자리 뿌리 내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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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무 덤

 

꽃 무 덤 


간밤 내린 비
마당 한켠 봉숭아
꽃도 피우기 전에 떨어졌고

 

속으로 삼킨 한숨
실핏줄로 돌고 돌더니
가슴팍 한구석 푸른 멍으로 남습니다.

 

애달치 않을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라
되뇌여주던 당신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요

 

밤새 눈물 엮어
그대 손에 쥐어주어도

왜 그리 미소만 짓고 가셨나요


망울로

멈춰버린

 

어느 손톱 끝에도

물들지 못해 서러워

 

늘 한발 늦게 오는 햇살에 기대서

숨소리 하나 없이 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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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풍경

봄비 풍경

 

 

대지의 밑둥부터

봄비 젖더니

 

아스팔트 검은 빛도

번져간다

 

먹 빛 눈물

강철도시가 찍어낸 쇳가루,

 

지난 계절은 

고단한 허물 벗었다.

 

교문 밖 나서는

아이들 조막손

작은 우산들 따라

원색의 꽃비늘 흐르고

 

물길마다

순서 맞춰 움을 틔우는

새 봄,

 

 

그 연두 빛 설레임

 

 

 

- 06.02.14, 지루한 회의 끝자락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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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받고 싶나요

위로 받고 싶나요

 

 

 

몇발짝 못떼고 

그림자 되어버린

서글픈 사람아

 

몸에 익은

철제의자마냥

뾰족 첨탑 가득한 도시에서

목놓아 울면

 

가슴에 새긴 기억

선따라 눈물 고이고

 

내뱉은 혼잣말은

파리한 압정으로 꽂혀요

 

 

멀리 떠날 결심도 못하면서...

 

 

-  0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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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표

쉼 표

 

 

낯선 방

어둠

눈에 익을 무렵

 

새어나온

한숨 갈라져

손목 긋고 목줄 죄는

흉기가 된다

 

외로움이라 일컷던

며칠의 방황은

서툰 욕정으로 덧칠된

부질없는 발버둥

 

정육면체

주사위 눈마냥 듬성 박힌

눈물 덩어리들

 

구르고 굴러도

여기엔 출구가 없다.

불빛 새어들 틈도...

 

울먹인 숨소리 

고스라이 부딛혀 떨어져

질퍽한 늪이 되고

 

고단한 삶

토막난 시체마냥

밑바닥으로 던져질 때

겨우 잠든다

 

 

-  0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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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순

   새 순

 

 

    죽은듯 고요하던 고목에도
    새순은 돋아
    처마끝 풍경처럼 매달리고
    바람 스칠 때마다
    하얗게 퍼지는 봄내음
   

    산새 지저귐 아직 없고
    누운 들풀 그대로지만
    햇볕 드는 길목 따라
    두텁게 닫아온 그녀의
    옹벽도 실금만큼 녹아내렸다

 

    
    더디다고 투정 말지니
    여느 새봄도 쉬이 온적 없으니

 

 

 

    - 2006.02.08.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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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그리움
 

  밤새 
  지쳐버린 사무실 안에도
  이른 봄
  때 늦은 눈송이가 쌓여 들어와요
  
  하얀 눈발 마다 그대가 맺혀와
  난 그만 질끈 두 눈을 감아 버려요

  오늘도 금새 지나갈 것은 분명하죠
 
  지난 일주일동안
  흔적도 남기지 않고 앞으로만 치닫는 시간을
  애꿏게 원망해왔어요.

  그새 그리움은 더 커져 있고
  앙상해진 내 모습 거울에 비쳐 보아요
  작은 행복을 되 뇌이다가도
  지난 계절이 남긴 바람에 한기를 느끼곤 하죠

  다 지울 수 없다면 아픔에 익숙해지길 바래요
  아물지 못할 상처라면 차라리 도려낼 수나 있으면
  ... ...
  ...
 
  난 아직 사춘기 소년마냥 감정을 추스리는 법을 모르죠
  그래서 항상 허기진 가슴 쥐고 뜀박질을 해온 거죠
 
  아침 눈발은 따갑고
  난 아직 눈을 뜨지 못해요
  보고 싶은 그녀를 향한
  두근거림 아직 멈추지 못하듯
 
 
  - 200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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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

푸념

 

 

아무리 귓 청소를 열심히 해도

나에게 속삭이는 이가 없구요

 

 

두 귀 모두 쫑긋 열고 살지만

얼굴 빨개질 고백도 없답니다 

 

 

 

- 200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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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유치하다

사랑을 하면 유치하다

 

 

봄비 내리고

나는 수줍어 한다.

 

톡 톡

아스팔트위로 떨어진 그대로

튀어올라 장난치는 빗방울

 

꼭꼭 숨겨 입안에만 맴돌던 말들

석류알 터지듯

흥분한 사춘기 소년처럼 쉼없이 조잘대었다.

 

사랑을 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유치해지나 보다.

 

밤새 웅크린 집짐승마냥

그대 따뜻한 눈길과

보듬어 주는 손길따라 여린 떨림 계속되고

 

머리꼭지부터 젖어

야윈 어깨로 흐른 빗물이

홀로 입은 상처에 닿으면 비명이되어 흩어진다.

 

이른 봄날의 사랑

봄비 따라 흐른다.

 

- 06.01.31 봄비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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