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김정은도 그랬지만 맞이한 문재인도 지난 10여년 시간을 무척 안타까워했습니다. 맞습니다. ‘좌파정권’으로부터 되찾았다던 그 10년 동안 보수정권은 무슨 일을 했던 걸까요. 연달아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든다며 로켓을 쏘아 올린 것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남북은 물론 동북아시아에 긴장이 높아졌으니까요. 또 직접 포를 쏘기도 하고 총질을 하던 것도 응당 비난해야 합니다. 그런 걸로는 어느 쪽에도 결코 좋지 못한 결과를 줄 뿐이니까요. 그렇더라도요. 남북관계가 파탄났다는 말로도 결코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금방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때가 됐는데도 말리기는커녕 부추기기만 하고. 나라가 듣도 보도 못한 사람에게 휘둘리고 있는데도 안보 팔아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하더니만. 전 세계가 나서서 지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분명 가야할 길로 가고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혼자 앵돌아져 딴소리를 해도 유분수지요. 아니요. 돌아가는 모양새가 뜻대로 되지 않고 홱 틀려 돌아가니 못 마땅해도 여간 못 마땅해도 말입니다. 당신이 들어야 할 말을 당신이 입으로 하면 재미없지 말입니다.
 
“두 번 속으면 바보, 세 번 속으면 공범”
 
앵-돌아지다
 
동사
1. 노여워서 토라지다.
말바우 어미는 앵돌아진 표정으로 법당 앞 댓돌 아래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출처 : 문순태, 타오르는 강
2. 홱 틀려 돌아가다.
계획했던 일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앵돌아져 버린 것 같다.
자정이 훨씬 넘어 삼경이 깊은 밤이었다. 북두칠성은 앵돌아져 바다 위에 걸리고 은하수는 동서로 빗겨 흘렀다. 출처 :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3. 날씨가 끄물끄물해지다.
굶은 시어미같이 앵돌아졌던 하늘.
 
최루탄 연기 밤안개처럼 고여 있는 영등포의 노동자 거리, 자정에 이르는 밤시간의 비탈길. 우리는 서로 의심하며 험악한 고갯길을 넘는 잘못 만난 길동무처럼 그렇게 밤시간의 비탈길을 허벅허벅 타 넘었을 것입니다. 영등포의 밤거리는 실속 없이 시끌벅적하였으므로, 서로의 마음속에 앵돌아진 엉뚱한 생각들을 은밀하게 다독거리기에 좋을 것입니다. 서로의 살아온 인생, 그 시간의 살갗들이 다르듯, 우리는 비록 함께 있었을지라도 그 시간들을 겹접어 모아두는 게 아니라, 요기까지는 내 시간, 저기부텀은 네 시간, 물과 기름처럼 따로 동뜬 시간들을 억지로 버무려놓고 있었다 할까 그랬을 것입니다.
<밤길의 사람들>, pp. 209-210 박태순, [20세기 한국 소설 20: 서정인, 박태순 외,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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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30 16:42 2018/04/30 16:42
메지-대다: 한 가지 일을 단락 지어 치우다
 
겨우내 든 촛불이 끝내 이겼습니다. ‘바람 불면 꺼질 거’라던 그 ‘촛불’이 말입니다. 끝까지 문 걸어 잠그고 제 하고 싶은 말만 하던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쫓겨났고. 국정을 농단했던 자들은 하나, 둘 법정에 서고. 앞장서 ‘창조’니 ‘정상화’를 소리쳤던 이들은 숨죽이고 있으니. 이만하면 ‘잘 했다’ 등 토닥이며 ‘박근혜 없는 봄’을 만끽할 만합니다. 하지만요. 쫓겨나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사과는커녕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 난데없는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감싸고 울고 있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려니요. 이제 겨우 ‘탄핵’이라는 한 가지 일을 단락 지어 치웠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요. 지난 10여 년 간 줄곧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이들이니 어디 쉽게 물러나겠습니까요. 게다가 아직 감추고 폐기하지 못한 것들이 어디 한, 두 가지 여야지요. ‘블랙리스트’도 그렇고, ‘세월호’도 그렇습니다. 또 곳곳에 남아 있는 부역자들도 어디 한, 둘이어야지요. 국정원에도 그렇고 검찰에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아직 ‘촛불’을 꺼서는 안 되겠습니다. 권력 뒤에 숨어, 권력을 앞세워 떵떵거렸던 이들을 모두 야무지게 몰아내 메지대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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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3 16:39 2017/03/23 16:39
작가 박완서의 유년기는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보냈습니다. 그 이야기는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온전히 다 그려져있구요. 후편 격이라 할 수 있는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와 함께 읽으면 작가의 말처럼 "자료로서 정형화된 것보다 자상하고 진실 된 인간적인 증언"을 올곧게 마주할 수 있으니 꼭 소설이라고만 할 수 없겠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화상'과 같은 글이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어린 박완서가 겪은 혼란과 파탄은 동 시대를 살아왔던 모든 이들의 아픔입니다. 물론 좌익에 몸담기도 했던 오빠가 마주해야 했던 참혹함 역시 그렇습니다.
 
오빠는 거의 한 트럭분은 됨직한 죄수들을 거느리고 돌아왔다. 죄수라고 했지만 머리를 빡빡 깎고 죄수복을 입고 있어서 그렇게 부른 것이지, 그들의 표정은 훈장을 주렁주렁 단 개선장군보다 더 당당하고 위엄과 영광에 넘치고 있었다. 그들에 비해 평상복을 입은 오빠가 되레 자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나도 이해 못하는 사람처럼 맹하니 무표정했다. 그들 중 하나가 댓돌 아래서 역시 표정이 바랜 채 우두망찰하고 서 있는 엄마를 사뿐히 안아올려 좌정을 시키고 큰절을 하자 모두 따라했다. 엄마도 그제야 그를 알아보고 그의 손을 잡고 그간의 고생을 위로했지만 한번 바랜 핏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p. 238
 
우두망찰하다: 갑자기 닥친 일에 정신이 얼떨하여 할 바를 모르다.
 
처음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공천파동과 "0박"논란이 참패를 불렀다는 얘기가 나오고. '정권 심판론'이 '국회 심판론'을 우세했다는 주장, '호남홀대론'이 3당을 만들었다는 말들이 넘쳐납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與小野大),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일방독주에 대한 일침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닥친 일에 정신이 얼떨하여 할 바를 모르고 있는 새누리당은 그렇다 쳐도.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정의당들은 대체 뭡니까. 아무리 20대 국회가 개원하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지요. 댓글이나 다는 국정원에 무소불위 권력을 쥐어준 법도 폐기해야 하고. 세월호 진실을 건져내기 위한 법도 개정해야 하는데. 아니 전경련에 청와대, 국정원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는 '어버이연합게이트'를 철저히 파헤쳐야 하는데 그저 우두망찰하고만 있으니요. 그러니 말입니다. '불통' 대통령은 여전히 제 갈 길을 가는 것이겠고요. 국정원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겠지요. 밤새 개표방송을 보며 맘 졸였던 국민들, 풀리던 속이 다시 타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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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11:56 2016/05/11 11:56

두동지다 : 앞뒤가 서로 모순이 되어 맞지 아니하다.

 
국회에서 합의한 법안을 놓고 여당 원내대표에게 “심판”이란 말까지 해가며 호통을 치는 대통령과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절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함”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공동발의 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인가요?
 
유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있어서 유족 여러분들이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무력화시킬 시행령을 만든데 이어 예산 집행까지 하지 않아 그나마 출범한 특조위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정부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인가요?
 
취임 일 년도 되지 않아 두동진 말을 한 게 어디 한 두 번이었어야지요. 기초연금에서 누리과정, 경제민주화까지. 그러더니 사면권 남용을 거부하겠다는 말을 뒤집고 특별사면을 하겠답니다. 메르스로 떨어진 지지율 때문인가요, 세월호특별법시행령 때문인가요. 이렇게 앞뒤가 서로 모순이 되어 맞지 아니하는 사람을 대체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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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7 12:00 2015/07/17 12:00
죄어치다: ① 재촉하여 몰아내다. ② 바싹 죄어서 몰아치다. ③ 몹시 조르거나 몰아내다.
 
언제든 찾아오라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뿌리치고 외국으로 나갔더랬습니다. 경찰은 이때다 싶었던지 최류액과 캡사이신 물대포를 쏘아대며 죄어쳤습니다. 더 이상 청와대로 향하지 말라고, 더 이상 진실을 알려하지 말라고. 가라앉지 않는 추모열기와 성완종 게이트 때문인지, 긴 여행에서 돌아온 노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돌아온 대통령은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웠습니다. 그러다 선거가 끝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아니 지난번처럼 연일 바싹 죄어서 몰아치고 있습니다. 전.현직 비서실장 이름들이 줄줄이 오르내리고; 본인이 지명한 총리가 수사대상에 올랐어도 부정부패 척결만을 외치고.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시킬 시행령이 뻔한데도 끝내 통과시키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라도 있었다면 이런 유체이탈(流體離脫)에 어이없어하기라도 할 터인데. 하도 많이 봐왔던 거라 이젠 통 관심도 가지 않고.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또 얼마나 보여줄지 대충 짐작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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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2 10:53 2015/05/12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