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팔칠팔: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함부로 지껄이는 모양
 
예상 컨데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게 분명하지만. 연말정산 파동이 ‘증세’와 ‘복지’ 논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꼬박꼬박 원천징수로 세금을 내왔던 사람들 입장에선 바뀐 연말정산이 불만이라는 데서부터 시작됐는데요. 정부가 거둔 세금을 정말 필요한 곳에 쓰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반발이 크질 않았을 터입니다.
 
강을 죽이는 사업에는 22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도 2조 6천억 정도 되는 무상급식을 과잉복지라며 ‘복지병’ 운운하니 그런 겁니다. 또 복지 공약들은 줄줄이 폐기되거나 축소되고 있는데, 담배 값부터 시작해 지난 해 세수만 봐도 봉급쟁이들 주머니만 털고 있는 게 드러나고 있으니 그렇습니다.
 
게다가 불난 집에 부채질, 아니 기름 붓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함부로 지껄이는 모양을 하고 있는 여당과 청와대를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겁니다. “증세 없는 복지를 말한 적 없다”고 했다가 하루만에 “증세 없는 복지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씀한 적은 없다”는 둥,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는 둥 발뺌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기초연금과 누리과정을 시작으로 ‘복지’를 화두로 들고 나왔을 때부터 이런 상황은 예견됐습니다. 어떻게 가능한 지를 묻는 물음에 구체적인 방안을 말하기보단 콩팔칠팔, 그래서 자기는 가능하단 말만 되풀이 했으니까요. 그러니요. 이제 박근혜 정부에서 말하는 ‘복지’나, ‘증세’가 얼마나 답 없는 논쟁이라는 걸, 잘 아시겠지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5/02/13 15:53 2015/02/13 15:53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보고서와 관련해 대통령이 입을 열었습니다.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이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말입니다. 게다가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이라며 엄포까지 놨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서 나도는 근거 없는 풍문을 모은 ‘찌라시’라고 폄하하던 것과는 너무나 생청붙이입니다. ‘찌라시’라면 기왕에 법적 대응한 걸로 충분할 터인데. 대체 무슨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저런 말들을 쏟아내는 건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혹시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록과 관련해 ‘찌라시’를 봤다고 무혐의 처리 받았던 당 대표가 생각나서였던 건 아닐까요. 회담록 공개 땐 나서서 ‘알 권리’라며 부채질하던 게 아직도 생경한데. 저리도 모순되는 말을 시치미 떼고 하는 걸 보니. 정말 뭐가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생청붙이다: 모순되는 말을 시치미 떼고 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4/12/08 15:17 2014/12/08 15:17
때 아닌 ‘망명’ 열풍입니다. 카톡에서 시작된 ‘사이버 망명’이 메신저 전체로 또 포털사이트 블로그들까지 옮겨갈 모양새인데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지른 한 마디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일단 다음카카오 대표가 “감청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실정법 위반으로 문제가 된다면 대표이사인 제가 최종 결정을 했기 때문에 벌은 제가 받을 것”이라며 싫은 체하고 사양을 했습니다. 그러니 이젠 검찰이 답을 내놔야 할 차례인데요. 이미 지난 대선 때 “사이버상의 국론분열,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더 속속들이 알았을 터이니 말입니다. 이번엔 함부로 젠 체하고 되지 못하게 지껄여 대지는 못할 겁니다. 아, 그렇게 떠죽거리려면 '댓글' 사건에 대해서 먼저 엄정하게 법을 집행했어야 했단 말입니다.
 
떠죽거리다 : ① 젠 체하고 되지 못하게 지껄여 대다. ② 싫은 체하고 사양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4/10/15 11:04 2014/10/15 11:04
겨우 30%를 넘긴 투표율로 나온 결과를 두고 한쪽은 으스대기 바쁘고, 다른 한쪽은 눈치 보기 바쁩니다. 애초에 선거와 상관없이 진상규명을 외쳤던 사람들로서는 돌아가는 모양새가 어처구니없는데. 대체 누가 그런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을까요. 어쩌면 조사 대상에 올라올지도 모를 사람보고 특별검사를 임명하라고 하질 않나. ‘개나 줘버려’라 그렇게 마다했던 특례입학은 굳이 넣어야했을까요. 사건 원인을 밝히는 데 하등 필요 없어 보이는 유병언마저 그렇게 유별나게 찾아다니던 것과 달리 꼴랑 시체로 ‘신고’나 받고. 구조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해경은 조작질이나 하고 있고. 제기되는 의혹에 동문서답 발 빼기에만 급급한 국정원은 누가 책임지느냐 말이예요. 결국 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뭉싯거리는 꼴만 쳐다보다 진상규명을 위한 골든타임까지 놓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아니요. 더 이상 가만있으면 진상규명 마저 세월호보다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모양새입니다. 그러니요. 우리라도 나아가는 시늉으로 제자리에서 자꾸 비비대며 움직이지만 말고 앞으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뭉싯거리다 : 나아가는 시늉으로 제자리에서 자꾸 비비대며 움직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4/08/12 15:40 2014/08/12 15:40
소설 『동트는 산맥』은 충청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동학군 이야기입니다. 7권이나 되는 긴 책인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을 합니다. 그 중에는 한양에서 문둥이네 한약방을 하며 조정과 왜, 청의 움직임을 살피는 한문현이란 이도 있는데요. 어느 날 한문현 처사에게 신정엽이라는 단양 보부상대 행수가 찾아옵니다. 청풍 성두한 접주로부터 총 일백 정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상의하러 온 것인데요. 신행수는 몸에 병을 얻어 눌러 앉았던 터라 떠꺼머리의 등에 업혀 왔습니다. 일이 일인지라 한 밤중에 찾아와 대문을 두드리며 숨넘어가는 말로 계암선생이 왔다며 한문현을 찾는데. 한약방에서 일을 거드는 애녀석이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늑장입니다.
 
“의원님 계신가?”
“주무시니 잠시만 기다리시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어도 애녀석은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남의 속이 터지도록 느릿느릿 말을 받았다.
“지금, 병자의 숨이 넘어가네. 싸게 좀 기별해 주게!”
“아따 말하는 사람의 숨이 먼저 넘어가겠소. 좀 기다려 보시래두요. 진맥을 하실는지나 모르겠소.”
“그러면, 계암 선생이 왔다는 말 좀 전하게.”
“우리 나리께서는 선생이 아니라 정승이라도 진맥 못 할 사람은 못 하오.”
아이가 흥글방망이같이 대꾸하고 서 있으니 사내는 애녀석이 어깃장을 놓는 줄을 알아서 더 말하지 아니하였다.
- 『동트는 산맥 6』, 채길순 지음, p.155
 
흥글방망이놀다 : 남의 잘 되어가는 일에 심술을 부리고 훼방을 하다.
 
겉으론 못마땅한 듯했지만 내심 자기네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서 겉으론 속 시원하다, 했을 사람들로서는 아쉬웠을 겁니다. 턱 하니 앉아서 꾸벅 인사하고 제 할 말만 늘어놓기만 해도 받아쓰는 데 도가 트고 왜곡하고 짜깁기 하는데 선수인 보수언론들이 열심히 퍼 나르며 옹호하고 나섰고. 보훈처는 확인도 안 된 것을 가지고 보도 자료까지 내 놓으며 흥글방망이같이 나섰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덕분에 고노담화 재검증도 묻어 넘어가는 모양새고. 공항철도는 소리 소문 없이 팔리게 생겼고,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내몰렸고. 그렇게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던 외침들도 어느새 잠잠해졌으니. 이미 제 할 일을 다 하고도 남을 만큼을 한 사람에게 그네들은 아마도 박수를 쳐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러나면서까지 그렇게 뻔뻔할 수가 없고,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는데도 말이지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4/06/24 17:01 2014/06/24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