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from 11년 만천리 2011/09/26 19:01
기장(9월 23일/안개 후 맑음 10-24도)
 
지난주에 나왔을 땐 종자용으로 쓸 거 몇 대만 먼저 베어와 베란다에 널어놨는데.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꽤 많이 익었다. 어떤 건 빨간 알들이 튀어나오려고도 하고. 어떤 건 아직 덜 성숙돼 파랗긴 하지만. 해서 조심스레 낫 대신 가위로 잘 익은 것들만 골라 이삭 팬 바로 아래 부분을 잘라내 수확한다. 뭐 시험 삼아 심은 거라 워낙 양이 적기도 하지만 말이다. 
 
땅콩과 고구마(9월 24일/안개 후 맑음 11-25도)
 
워낙 조금 심기도 했지만 이리 양이 적을까. 그래도 작년엔 한 뿌리에 꽤 여럿이 달렸었는데. 다 캐내도 겨우 한 봉지도 안 되니. 쩝. 그래도 조심조심 줄기를 걷어내고 파낸 고구마가. 아직은 더 키워도 되겠지만. 조금만 파냈는데도 실하기도 하고 양도 많다. 3년째 심지만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걸보면. 봄에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고구마 심으면 잘 되겠어요.” 했던 말이. 아무래도 농사 좀 지어본 사람이 아니었던가도 싶고. 이 밭이 고구마 농사에 잘 맞는 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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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6 19:01 2011/09/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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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니 다시 길은 시작되고: 거진 등대와 화진포를 찬찬히 둘러보며 마차진에서 초도리까지만(2010년 2월 7일)
 
며칠 집구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녔더니 몸이 성치 않다. 그래도 집을 구했다면 한 이틀 쉬면 괜찮겠지만. 서울만치 비싼 값은 하지 않아도 터무니없는 가격에, 믿지 못할 계약 방법을 들이미는데. 맘까지 상하고 집은 구하지도 못하니. 이건 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해서 엊저녁 물치항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컴퓨터라면 리셋이라도 시키겠지만 사람 머리니 그러지도 못하고. 겨울바다라도 보면 좀 낫겠거니 싶어서다. 그래, 차에 올라 창밖으로 쏟아지는 별을 보며 가만 생각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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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등대에서 본 동해바다>
 
7번 도로와 만나는 대대삼거리에서 바다와 함께 걸을까, 기왕 이렇게 된 거 더 올라가볼까, 하던 게 일 년 전이니. 참, 오랜만인데. 그동안 벼르고 별러 집을 나서려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건만. 어찌된 일인지 그때마다 머뭇머뭇 떠나지 못하고. 결국 이 느닷없음이 짐을 꾸리게 하니. 길을 걷기가 쉽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인연이 아니라면 어찌해도 이어지지 않을 터이고, 인연이라면 아무리 싫어도 되는 게 세상일인 걸. 기를 쓰고 바동거려봐야 몸과 마음만 아플 뿐. 정 일이 어렵게 된다면 좀 더 번잡스럽고 신경 쓰이겠지만. 그건 또 그때 가서 생각하고 방도를 찾아보면 될 것을. 너무 조급한 마음을 가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이래저래 참, 잘 왔다, 싶다. 그리고 오늘 내내 바닷길을 걷는 동안. 
 
 
몽실몽실 화진포니 대진과 거진에 있다는 등대니. 이것저것 구경도 하며 가볼 때까진 가보자, 란 마음으로 올라와. 길이야 돌아서면 거기가 끝이고 다시 시작이니. 여기면 어떻고 저기면 또 어떻겠냐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왕지사 적당한 곳을 찾다 여기가 어딘가, 보니. 속초에서 떠난 1번 버스가 줄곧 바다와 함께 달리고는 멈춰선 곳. 마차진의 너른 바다를 보니. 정말 잘 왔다, 싶고.
 
 
 
 
 
 
 
작은 어촌을 두어 개 지나면서 비릿한 바다냄새에 갓 잡아 올린 고기며, 털게 구경에. 발자국 하나 나 있지 않은 좁고 긴 모래사장을 거닐기도 하고. 난생처음 하는 등대 구경에, 꽁꽁 얼어붙은 화진포 구경까지. 입장료까지 받아 챙기는, 이름만 요란할 뿐인, 이런저런 별장들만 빼면. 또 겨울이라 짧은 해 땜시 많이 걷지 못한 것도 같이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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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옆 화진포>
 
바다와 나란히 걷는 이 걷기. 벌써부터 두근두근. 호기심과 기대가 만땅이다. 
 
 
* 첫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거진읍 마차진리에서 낭만가도를 따라 초도리 화진포까지 4시간여 동안 약 6km.
 
* 가고, 오고
춘천터미널에서 거진으로 가는 시외버스 첫차는 7시 10분이다. 이 차를 놓치면 다음 오후 차 이외에는 홍천을 경유하거나 속초로 돌아가야 하는데. 홍천을 경유하게 되면 버스 시간을 맞추는 것도 맞추는 것이지만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직행버스를 타야하므로. 속초까지 무정차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속초로 간 다음 속초에서 마차진까지 운행하는 1번 버스를 타는 것이 조금 나을 수 있겠다. 하지만 1번 버스 역시 여기저기 설 곳 다 서가며 가니 꽤나 시간이 걸리긴 한다. 허니 시간 맞추기만 잘 하면 이것이나 저것이나 매한가지인 듯싶다. 물론 비용면에서도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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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1 11:13 2011/09/21 11:13
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랜만에 나온 밭(9월 16일/구름 많음 20-30도)
 
5일 날 나왔었으니 딱 11일 만이다. 적어도 연휴 전엔 한 번 나왔어야 했는데. 어찌어찌 노는데 맛들이다보니 추석도 한참 지난 후에야 겨우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게으른 농부다.
 
때늦은 더위에 풀이 많이 자랐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깨끗하다. 다음 주부턴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하니. 올 풀 농사는 끝인가.
 
지난 번 나왔을 때도 녹두 꼬투리를 많이 따냈었는데. 그새 또 많이 영글었다. 붉은 기장이며 기장도 많이 익었고. 메주콩이며 서리태도 이젠 제법 알이 생기기 시작했고. 보이지 않았던 팥도 꼬투리가 달렸다.
 
다 죽은 줄 알았던 고추에서 고추도 몇 개 따내고. 방울토마토도 또 몇 개, 피망도 몇 개.
 
이래저래 걱정을 많이 했는데 평소 때보다도 더 일이 없으니. 풀 매줄 일도 없고. 뭐 더 심을 것도 없고. 율무와 기장을 수확해야 하는데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하고. 메주콩, 서리태, 팥은 한 참 더 있어야 하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나와 녹두 꼬투리 따면서 어디 이상 있는 곳 없나 살펴보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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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11:24 2011/09/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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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기 끝

from 11년 만천리 2011/09/13 10:38
풀베기 끝(9월 5일/맑음 17-29도)
 
사흘 만에 위쪽 밭도 풀베기를 다했다. 고구마 심은 곳이 있어 양이 적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고추를 비롯해 야채를 포기하고 나니 별로 일 할 곳이 없어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엔 콩 심은 곳에 풀이 너무 많이 나서 그냥 둘 순 없고. 틈틈이 녹두 따면서 낫으로 풀을 베니 사흘이 걸린 셈이다. 물론 종일 했으면 하루면 끝났을 터이지만 아침나절에만 나왔던 탓도 있고. 그러나저러나 이제 대충 한 번씩 풀을 잡아줬으니 추석 전까진 큰 일이 없겠다. 하루 쯤 나와 잘 여문 녹두 좀 따내고. 음, 깻잎 따서 장아찌나 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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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3 10:38 2011/09/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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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씨

from 11년 만천리 2011/09/05 10:56
8일 만에 나간 밭(9월 3일/바람세나 맑음 20-31도)
 
비가 온 것도 아니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8일 만에 밭에 나왔다. 기승을 부린 늦더위 탓을 하지만 실은. 그냥 쉬고 싶었다. 뭐 여름 내내 비가 왔으니 예전만큼 일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쉬고 싶어 집에만 있었던 건데.
 
오랜만에 나왔으니 풀이 잔뜩 자란 거야 각오했던 거고. 문제는 얼마나 더울까, 였는데. 다행히도 늦더위는 한 풀 꺾이고, 태풍 영향으로 바람이 잘 부니. 잠깐 일했는데도 밭이 훤하다. 집 나올 땐 또 일주일은 꼬박 풀 베야겠구나, 생각했는데. 잘만하면 내일, 쉬엄쉬엄해도 모래면 끝날 듯.
 
목장갑에 구멍이 나는 줄도 모르게 세 시간 넘게 낫질하고. 숨어있는 참외 2개, 다 죽은 줄 알았던 고추에서 풋고추 몇 개, 녹두 한 봉지를 수확하니. 게으른 농부 만난 탓에 풀들에 둘러 싸였어도 기특하게 열매를 맺어주는 게. 새삼 고맙고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가을 날씨(9월 4일/맑음, 바람 셈 20-30도)
 
태풍 때문만은 아니라도 날이 선선해질 법도 하다. 예보로는 9월 초, 중순까진 더운 날이 지속될 거라고 하던데. 물론 낮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육박하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또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아직 햇볕은 따갑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으론 선선하고. 다음 주면 추석, 절기상으로 백로가 금방이니. 가을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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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5 10:56 2011/09/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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