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때리기입니다. 보고 있자니 쥐 잡는 고양이도 그리 안할 터인데. 궁지로, 궁지로만 몰고 가는 격입니다. 마치 진실이란 애당초 없는 거며,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냐는 듯 말이지요. 하지만 뭣에 홀린 걸까요. 아님 이런 걸 데쟈뷰라고 하는 건가요. 누군 ‘받았다’고 했고, 누군 ‘줬다’는 차이뿐, 노통 때와 어쩜 이리도 같을 수 있는지.
 
‘검찰에 따르면.....’, ‘측근에 따르면.....’으로 시작되는 검찰 발(發) ‘카더라’ 통신에서부터. 이번 참에 ‘진보진영’을 작살내겠다,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보수우익까지. 피의사실 공표야 정치인뿐만 아니라 ‘잡범’에게도 비일비재한 일이었고. 일단 혐의만 있으면 친.인척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죄다 소환하는 건 기본. 계좌추적에, 압수수색. ‘대가성’에서 시작해 자금출처 조사까지. 여차하면 딴 걸로라도 엮어 넣으려는 데. 웬만한 사람이라면 일찌감치 살려 달라 했을 터입니다.
 
그리고 또, 적이 강요하는 ‘항복’문서에 빨리 사인하라 등 떠미는 이들도 또 나타났으니. ‘구정물’에 담근 발 빼듯 재빨리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는 것도 모자라. 자기는 무슨 고매한 ‘도덕성’이라고 갖고 있는 양 손가락질하기 바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여기에 ‘진보’쪽엔 겨우 체면치레나 하는 정도로 전락한 신문들까지 앞장서서. 35억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며 사퇴를 종용하질 않나. 유죄땐 받은 사람보다 더 처벌이 크다며 경고하질 않나. 아니 그저 ‘2억’이라는 숫자에 사로잡혀 경마 중계하듯 주변 얘기만 열심히 받아쓰고 있으니. 이런 젠장. 차라리 잠자코 지켜보기나 하던지. 아님 슬슬 돌아가는 눈치나 보고 있던지. 이젠 너도 나도 앞장서서 돌 던지는 데. 참, ‘비겁’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거금을 건네줬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도 못할 돈이 오갔으니 무슨 ‘대가’가 있는 건 아닌가하는 ‘혐의’도 짙겠지만. 게다가 ‘법학자’이자 ‘교육자’인 ‘공직자’가 돈을 줬으니 ‘의혹’이 생기는 건 당연하고. 또 그것이 선거가 맞물려 있으니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문제가 되는 건 마땅할 터입니다. 그리고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그들 말마따나 이미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당사자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아니 ‘줬다’는 사실에는 집착하면서도 ‘선의’라는 ‘진심’엔 색안경을 쓰면서. 덮어놓고 돌 던지고, 매 맞으라니요. 하다못해 우익들은 대놓고 제 식구 감싸기를 밥 먹듯 하는 몰염치를 보이는데.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과 ‘권력’과 ‘우익’들에 맞서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무에, ‘적하고 싸우다가 적을 닮아간다면, 굳이 싸울 필요가 없지요. 그때는 이미 자기가 적이 되어 있을 테니...’라고 훈계까지 하고. 아무리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이고. 내년 총선에, 대선까지 있다지만. 설마 벌써 ‘적’으로 삼고 내치려는 겁니까?
 
옛말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 다른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나 생각과 다른 행동을 목격했을 때 황당함을 담아 잘 내뱉는 말이지요. 하지만 자기 머리론 이해가 안 된다고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자기 잣대로 재버리는 일에도 빗댈 수 있다면. 지금 비겁한 ‘진보’가 되새겨볼 만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교육감 말만 믿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라 치부하는 사람들에겐, 본 말이 가진 뜻을 잘 알고 쓰라며 충고할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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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08:47 2011/09/02 08:47

예전에 제주하면, 당연 ‘돌, 바람, 여자’였는데요. 그게 꼭 어느 가수가 불렀던 노래가 크게 유행을 했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제주를 잘 상징해주는 것이었기에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그리고 제주가 가진 아픈 역사를 오롯이 나타낸다는 점에서도 이 셋은 모두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제주하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맞습니다. 요즘 제주는 ‘올레길’, ‘7대 자연경관’ 그리고 ‘해군기지’로 이름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돌’, ‘바람’, ‘여자’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이미지 때문인지. 제주를 나타내는 말로 그닥 좋지는 않습니다. 먼저 가장 먼저 이름이 나기 시작한 ‘올레길’만 하더라도. 결코 ‘올레길’을 폄하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 가졌던 취지나 정신만큼이나 제주가 가진 아픈 역사도 함께 껴안고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게다가 4대강 사업에 껴있는 자전거 도로에서 보듯. 자연파괴에 일조하는 유행이 여기까지 퍼진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그래도 ‘올레길’은 ‘7대 자연경관’보단 좀 낫습니다. 최소한 출처도 알 수 없는 단체에 전화비로 혈세 몇 십억 원을 갖다 바치진 않으니까요. 또 당장 국제전화 하라 윽박지르는 건 기본이고, 주관하는 단체에 대해 의문만 표시해도 매국노 취급을 받으니까요. 이토록 간절히 원하는 데 까짓, 7위 안에 못 들겠나, 되레 안심이 되긴 하지만요. ‘7대 자연경관’도 ‘해군기지’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평화의 섬’이라 지정하고 다양한 평화 관련 사업들을 추진할 것처럼 하더니만. 선언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를 강정마을에 대규모 해군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섰으니. 아무리 전(前) 정권이 결정한 일이라고. 이제는 ‘국책사업’ 논리도 모자라 ‘안보’ 논리까지 들먹이면서 공사 강행을 서두르니. ‘평화의 섬’이란 말이 무색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아무리 ‘올레길’을 잘 가꾸고 제주를 품어 내는 일이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또 겉멋만 잔뜩 든 제주가 아니라 전통과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자연경관’을 만드는 일이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또 ‘빨갱이’ 소리까지 들어가며 싸우는 일이 아무리 아프고 시린 일이라도 말입니다. 마땅히 그것들을 해내야만 진정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것일 겁니다.

 

각다분하다: 일을 해 나가는데 매우 힘이 들고 고되다.

 

‘평화의 섬’ 제주가 시끄럽습니다. ‘평화’라는 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해군기지 건설 문제 때문인데요. 국책사업이라면, 그것도 ‘안보’와 관련된 것이라면 당체 논리나 설득, 대화도 통하질 않는 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이후 다시 ‘공안대책회의’까지 열리고. 보수 언론은 ‘안보논리’를 앞세워 연일 분탕질에. 법원은 명분 없는 가처분 결정까지 내리니. 입 막는 것도 모자라 손, 발까지 다 묶었습니다.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데서 주관하는 ‘7대 자연경관’ 투표에는 지랄 맞게 호들갑을 떨며 열심히 손가락으로 버튼 누르라 하면서도 말입니다. 어차피 해군기지가 처음부터 명분 없는 싸움에 우리 젊은이들을 내보내고. 그것도 모자로 한 청년이 먼 이국땅에서 생짜로 목이 달아나는데도 꿈쩍 않았던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것이니. 기지 건설 철회 투쟁이 어찌 각다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어쩝니까. 여서 힘이 부친다고 멈춘다면. 공권력이 무섭다고 물러선다면. 제주는 영영 ‘평화의 섬’이 될 수 없을 터이니. ‘평화의 비행기’도 띄우고, ‘평화의 배’도 띄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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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13:46 2011/09/01 13:46

녹두, 첫 수확

from 11년 만천리 2011/08/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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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첫 수확(8월 22일/흐린 후 맑음 20-30도)

 

며칠 새 더운 기운이 한 풀 꺾였다. 주구장창 비가 와서 그렇지. 그 덕에 제대로 된 무더위 한 번 만나지 못했으니. 좋아해야 하나? 아무튼. 꼭 새벽녘이 아니라도 이젠 10시가 되도 그닥 덥단 생각이 안 드니. 게다가 오늘처럼 구름이라도 낀다면. 열심히 낫질을 해도 목덜미에 잠깐 땀이 차도 금세 식는다. 다행이다. 일은 많은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으면 며칠 못가 나가떨어질 터인데 말이다.

 

그래 한 서너 시간 낫질을 했는데도. 꽤 할만하다. 또 올 처음 도전한 여러 잡곡들 가운데 첫 수확까지 있으니. 멀리 청주와 완도에서 온 녹두가 주인공인데. 뭐 양이야 겨우 바지 주머니로 이쪽저쪽에 넣으면 끝이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심은 밭곡식들 가운데 처음이니. 녹두부침개는 못해도 밥에는 넣어 먹을 만하다. 그리고 메주콩이며, 서리태, 율무, 기장도 쑥쑥 잘 자라고 있으니. 크크. 올 겨울엔 맛난 잡곡밥을 먹을 수 있겠다.

 

모기(8월 23일/안개 후 맑음, 소나기 19-28도)

 

이틀째 서리태 심은 곳 풀베기를 한다. 다행히 새벽녘엔 덥질 않아 일하기가 수월한데. 문제는 모기다. 땀도 별로 나지 않는 데 어디서 그렇게 달려드는지. 등이며 팔이며, 여기저기 물려서 빨갛게 부풀어 오른 게. 보기에도 좀 그렇고. 무엇보다 가려워서 죽을 맛. 열심히 벌레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을 발라 봐도 그때 뿐. 조금만 덥다고 느껴지거나 옷깃이 스치면 여지없이 가려우니. 뭔가 대책을 세워야하긴 하겠는데. 바르는 퇴치약이나 스프레이? 팔찌도 있던데..... 일단 조금 덥더라도 두꺼운 옷으로 바꿔 입고. 그래도 안 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찌해야할 지.

 

팥 심은 곳 풀베기 - 첫째 날(8월 25일/흐린 후 맑음 21-31도)

 

어제 낮 내린 소나기 핑계로 하루 푹 쉬었다. 이틀 내리 서리태 밭을 기다시피 일을 했더니 피곤했나보다. 새벽에 알람소리에 깨긴 했지만. 어제 비가 꽤 왔지, 하며 다시 잠에 빠진 건데. 순전히 핑계였다. 하지만 그렇게 쉬고 나니 몸도 가뿐하고. 모기에 물려 여기저기 벌겋게 달아오르고 가려웠던 것도 좀 나아졌으니. 팥 심은 곳 풀베기는 한층 수월하다. 글고. 모기 쫒는 스프레이도 잔뜩 뿌려서인지. 크크. 모기도 안 달려드니. 정녕 효과가 있는 걸까?

 

팥 심은 곳 풀베기 - 둘째 날(8월 26일/가끔 구름 23-30도)

 

주말에 비가 온다는 얘기에 마음이 급하다. 어차피 토요일, 일요일 쉬려고 맘먹긴 했지만. 다음 주부턴 다시 위쪽 밭으로 옮겨가야 하니. 오늘 중으로 팥 심은 곳 풀베기를 마무리해야 하니. 꼭 비 때문만은 아니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지 새벽 5시 반에 나가 10시 반까지 겨우 10여분 쉬었나. 쉴 때도 낫질을 했으니 제대로 쉰 건 아니고. 암튼. 팔도 팔이지만 계속 쪼그리고 다녔더니 다리가 무겁다. 운동선수도 아닌 마당에 무슨 근력 기르기인지 원. 그래도 맘 놓고 주말에 푹 쉴 수 있게 아래쪽 밭이 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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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7 15:42 2011/08/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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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또 비가 내렸습니다. 처음엔 지나가는 소나기렸거니 했는데. 어째 내리는 폼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국지성집중호우. 불과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내린 양도 양이지만 어찌나 세차게 내리던지. 한달 내내 내린 비로 강바닥에 쌓인 모래를 파놓았던 게 다시 쓸려내려가고. 심지어 보(洑) 아래 깔아뒀던 돌을 다시 놓으려 한쪽에 치워뒀던 것도 굴러떨어지고. 9월까진 이렇게 지역별로 집중호우가 온다고 하던데. 대체 얼마나 더 비가 오려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아닙니다. 해서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것저것 통계를 보니.
 
어허. 이곳 춘천만 하더라도 글쎄. 8월 들어 비가 오지 않은 날이 겨우 4일. 7월 한 달은 11일이었습니다. 강우량은 7월에 무려 930mm가 넘었구요. 이러니 비 피해로 인한 사망 사고나 산사태 또는 침수, 범람 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일들이 생기지 않아도 연일 방송에서, 신문에서 떠들어대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물론 다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도 터졌고. 발을 동동 구르고 목을 놓아 자실 이름을 부르는 부모들을 보고 있자니.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이 자꾸만 반복되는 지. 정확히 알야야 합니다. 그래야 똑같은 실수나 방심을 방지할 수 있고, 무고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또 아이들 밥 먹이는 데엔 생난리를 치면서도. 그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많은 돈을 잡아먹는 ‘걸레둥둥’이니 ‘걸레상스’를 밀어붙이는 짓거리를 더 이상 못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런 일이 해가 갈수록 더하면 더해지겠지 줄어들진 않을 터인데도.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을 하기 보단. “방재개념을 재정립하겠다”느니, “방재관련 예산에 최우선 배정하겠다”느니 하면서 사후양박문식 말잔치만 벌이는 일들을 고칠 수 있으니까요. 하기야 홍수 예방이라는 되도 않는 속임수로 수십조 원을 삽질하는 데 쏟아 붇는 걸 보고 있으려면. 그나마 나온 말이라도 제대로 할지 걱정이긴 합니다만.
 
2.
무엇이건 ‘상품’으로 거래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태’까지 ‘상품화’되고 있다면. 뭐, 당연한 일이 아니냐, 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되는 걸까요. 고삐 풀린 망아지인지, ‘역사의 종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현실세계에 존재했던 ‘사회주의’가 몰락한 후, 전세계는 ‘자본화’라는 물결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무슨 기막힌 우연이었던가요.
 
이념은 달랐어도 ‘성장’과 ‘개발’만큼은 하나였던, 그래서 전지구적 생태 위기를 유발시키는데 일조했던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끝 간 데까지 상품관계를 밀고 나가는 자본주의가 최후 승자로 깃발을 꽂자마자. 돌연 ‘생태주의’ 사상이 급속히 퍼져나갔으니.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명령에 충실한 인간이 개과천선한 건가요. 아님 명령불복종인가요.
 
아무튼 ‘생태학적’ 사고와 행동이 낯설거나 가당치않은 이념 혹은 사상으로 치부되지 않게 됐으니. 한편으론 이 극적인 반전이 인류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에 기반한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반갑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또 다른 ‘성장’과 ‘개발’ 동력이라는 밑받침으로 재반전 되고 있는 걸 보면. 극적인 결말을 기대하기란 아직 이른가 봅니다.
 
3.
하루걸러 내리다시피하는 비를 피해 간간히 밭엘 나갑니다. 할 수 있는 한 석유로부터 먼 농사를 짓겠다고. 농약에 화학비료는 물론 작년부턴 비닐도 쓰지 않고 있으니. 올 해 처음 시작한 잡곡과 콩, 팥, 고구마를 제외하곤. 고추를 시작해 가지, 토마토와 같은 열매채소가 시들시들합니다. 그나마 고추는 예년에 비해 반에 반으로 줄여 심었고, 열매채소도 딱 반만 심어 다행이지요. 그래도 그렇지.
 
연일 내리는 비에 밭 한쪽은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은 채 작은 웅덩이까지 생겼고. 풀이 무릎까지 올라왔는데도 발이 푹푹 빠지는 바람에 낫질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곳도 있으니. 가을 수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그저 우리 먹는 것만 농사짓고 있다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빨리 찾아오는 추석도 추석이거니와 한 달 내내 계속되는 비 때문에. 여기저기 농사짓는 사람들 한숨소리가 깊어지는 걸 보면. 과연 앞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둘 중 하나라도 돈을 버는 게 대책이라면 대책인데 말이지요. 하지만 무슨 일만 터지면 대책이라곤 그저 농산물 수입량만 늘리는 정부만 처다 보고 있으려니. 솔직히 농사를 제대로 지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그냥저냥 중국산 배추며 미국산 쌀 사먹게 낫질 않나 싶기도 합니다. 몸은 망가질지 몰라도 당장 마음은 편하니까요.
 
4.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 Y사이트 검색창에 ‘생태학’을 치니. 국내서적이 모두 179권이네요. 또 다른 온.오프라인 서점 ㄱ문고에선 이보다 조금 많은 215권이 검색됐는데요. 가만보니 대학 교재 수준인 이론서부터 아이들 동화책에 이르기까지. 이거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꽤나 다양한 책들이 보입니다. 또 책값이 3만원 훌쩍 넘는 양장본 번역서부터 6, 7천원으로 사 볼 수 있는 입문서에, 환경부 선정 우수환경도서, 문화관광부 추천 우수학술도서까지. 그야말로 <인간해방을 위한 생태학>(스테판 크롤 원작, 공해추방운동청년협의회 번역. 온누리. 1988)이란 책이 나오던 때하곤 격세지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책들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이나 ‘생태학’이란 ‘주의’, ‘이념’, ‘사상’, ‘철학’이 더 풍부하고 폭넓게 됐다는 걸 뜻하는 것일 터이고. 또 20세기를 지배해왔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성찰적 태도와 행동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니. 쌍수들고 환영할만한 일이지요. 하지만 ‘나’ 수준에서, ‘지역’ 또는 ‘국가’ 수준에서, 크롤이 던지는 다음 물음에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 누구, 누군가에겐 물어보나마나 빤한 답을 내놓겠지만 말입니다.
 
아, 그리고 또. 아무리 책이 처음 나왔던 때를 감안해도 말이죠. 또 책 자체가 ‘생태학’에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생태주의 자연관과 사회인식, 그리고 그와 관련된 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삽화를 곁들여 소개하는 입문서라 하더라도 말이죠. 아직까지도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아니,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보고 있으면 말입니다. 여전히 이런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또 읽혀져야 할 것만 같으니. 그저 헌책방에서만, 도서관에서만 겨우 찾을 수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진정 쓸모 있는 것인가 그리고 필요한 것인가?

내가 하는 일이 더욱 나아질 수 있는가?

나의 작업장에서 설비나 서비스의 부족은 없는가?

생산이 어떻게 하여 재조직화될 수 있는가?

작업환경의 개선이 필요한가? 작업 그 자체가 보다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내가 속한 노동조합은 이러한 질문에 관심이 있는가?

내가 속한 정당은 환경에 관하여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내가 속한 환경그룹은 바른 실천을 하고 있는가?

나는 교통수단을 자전거로 대체할 수 있는가?

나는 친구, 이웃, 직장동료와 함께 자동차를 공동 이용할 수 있는가?

내가 구입하는 모든 물건들이 진정 필요한 것인가?

누군가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누군가 다국적 농기업에 이익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누군가 제3세계를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구입할 만한 다른 더 좋은 상품이 있는가?

내가 지역단체를 도와줄 입장에 있는가?

내가 대안을 가진 소비자일 수 있도록 품목구입서를 작성할 수 있는가?

내가 스스로 경작할 수 있는 땅이 있는가?

그 외에 또 다른 할 일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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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4 13:11 2011/08/24 13:11

9일 만에 나온 밭

from 11년 만천리 2011/08/21 21:01
9일 만에 나온 밭(8월 19일/흐린 후 맑음 21-29도)
 
9일 만이다. 그동안 쭉 비가 온 건 아니지만. 비 오고 바로 밭에 나오면 흙이 질퍽질퍽. 해서 오늘에야 겨우 나온 셈이다. 물론 밭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고. 위쪽 밭은 그래도 비 오기 전 한 번 풀을 베줬더니 그나마 낫고. 아래쪽 밭은.
 
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팥 심은 곳은 심으면서 풀을 고랑까지 다 매줘서 아직은 괜찮지만. 서리태 심은 곳은. 풀 사이 콩을 찾아야 할 판. 이리 재고 저리 잴 필요도 없다. 한쪽 구탱이부터 열심히 낫질 하는 수밖에 없고. 한 사흘 내리 일하면 정리가 좀 되려나.
 
헌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나. 내일은 제사라 꼬박 이틀은 또 못나올 것 같으니. 그래도 다음 주엔 비 소식이 없어 다행이다. 부지런히 나와 그동안 푹 쉰 거 벌충도 하고. 슬슬 가을 수확 준비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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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1 21:01 2011/08/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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