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김매기

from 11년 만천리 2011/06/20 18:50

다시 김매기 - 첫째 날(6월 14일/무더움 16-31도)

 

어제 하루 지주 세우기하고 오늘부터 다시 김매기다. 그제부터 팥 심은 곳으로 넘어왔는데, 얼추 하루에 한 이랑씩 하면 대충 10일 걸릴 듯. 이러다 장마 시작하기 전에 초벌 김매기를 다 끝낼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장마철에 접어들기 전에 한 번씩은 풀을 싹 정리해놔야 여름을 쉽게 넘길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머, 정 안 되면 저녁에도 나오는 걸로 하지, 라고 지금은 느긋이 생각하는데.... 그 생각이 얼마나 오래 갈까?

 

다시 김매기 - 둘째 날(6월 15일/무더움 17-31도)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다. 목덜미며 등짝이 뜨끈뜨끈. 11시가 넘으면 더 밭에 있기 곤란할 지경이다. 7시쯤 밭에 나오니 대략 4시간 정도 일하는 셈. 얼핏 꽤 많은 시간 일하는 것처럼 보이나 진도는? 글쎄. 별로 쉬지도 않고 일하는데도 다 하고 나면 겨우 요거 했나, 싶다. 그래도 어째. 어차피 풀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새카맣게 타기 전에 얼른얼른 끝내고 집으로 가야지.

 

다시 김매기 - 셋째 날(6월 16일/무더움 19-32도)

 

허걱. 어제, 그제는 덥다 해도 일은 할 만했는데 오늘은 좀 심하다. 가만있어도 가슴팍으로 땀이 주르륵. 바람이 불긴해도 더운 바람이라 부나마나. 그래도 목표한 두 이랑은 해야겠기에 11시까지 주구장창 호미질이다. 중간에 잠깐 토마토며 호박, 오이 지주끈 묶어준 것 빼곤.

 

다시 김매기 - 넷째 날(6월 17일/무더움 18-31도)

 

어제랑 똑같다. 쓸 말도 없다. 비는 언제 오나. 장마 맞나? 풀만 안 뽑힌다.

 

다시 김매기 - 다섯째 날(6월 18일/무더움 19-30도)

 

근 일주일 넘게 30도가 넘는 무더위다. 지난 주 일요일에 달랑 2mm 정도 비가 온 걸 빼면. 이러다 가뭄소리 나오는 건 아닌가 걱정이다. 예보를 보니 다음 주 목요일은 돼야 장맛비가 온다는데. 물 길러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낙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통 소식도 없으니. 이래저래 마음만 답답하다.

 

그래도 풀은 잡아야하기에 새벽부터 나와 김매기를 하고. 그 와중에도 열심히 줄기를 뻗는 토마토며 오이, 호박에는 지주끈도 묶어주고. 그러고 보니 풀에 덮여 보이지 않겠거니 했는데. 팥 심어 놓은 게 싹이 잘 나질 않았다. 얼핏 보니 발아율이 한 60%는 되려나. 아예 처음부터 나지 않은 것도 있고. 싹은 나왔으나 어떤 동물이 뜯어 먹었나, 잎은 보이지 않고 줄기만 남은 것도 있고.

 

장대같은 비가 오기 전에 구멍난 곳에 마저 팥이며, 콩도 심고 배수로도 손봐야 하니. 다음 주는 이번 주보다 더 바쁠 듯. 아무래도 내일은 하루 푹 쉬면서 다음 주에 할 일을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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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8:50 2011/06/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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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너리'

from 글을 쓰다 2011/06/14 15:40
반값등록금으로 연일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2MB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당장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데요. 연초부터 각 대학교에서 시작된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요구가 결국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로 향했네요. 이젠 학부모에 중, 고생, 연예인, 흡사 3년 전 촛불이 재현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는 이때다, 싶은지 민주당까지 나선 걸 보니. 또 반값등록금의 발원지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무슨 수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걸 보니. 폭발력이 있는 이슈인 것 같습니다. 하기야 일 년 등록금이 1천만 원을 훌쩍 넘고, 졸업 후 갚아야 할 빚이 3천만 원이니, 4천만 원 이니, 라는 말들이 나오는 걸 보면. 왜 이제야 문제가 된 건지 이상하기도 하고. 정작 가파르게 오를 땐 아무 말도 없다가 왜 이제야 터져 나온 건지 이상하기도 하고. 하지만 정치권도 그렇고, 정부 여당도 그렇고 모두들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게다가 청와대는 이게 원래 대선 공약사항이 아니다, 라고 발뺌하고 나선 걸 보니. 이거 역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기야 애초 남의 환심을 사려고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이었으니 오죽이나 하겠습니까만. 아무튼 2MB 정부는 촛불에서 시작해 촛불로 끝날 운명인가 봅니다.
 
엉너리: 남의 환심을 사려고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 -치다. 엉너리로 남의 환심을 사는 수단을 ‘엉너릿손’이라 하며, 이런 수단을 발휘하는 것을 ‘엉너리치다’라 함.
 
반값등록금을 당장 실현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화들짝 놀란 청와대는 대선공약사항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나섰고. 때는 이때다, 민주당까지 길거리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내가 하면 친서민정책, 남이 하면 포퓰리즘. 애초에 표심이나 잡아볼까, 엉너리를 치며 내놓았던 소리였던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또 무이자대출이니 장학금 확대니 하니 사탕발림으로 어물쩍 넘어갈까 걱정도 되고. 은행엔 적립금을 수백억 원씩 쌓아놓으면서도 매년 돈 없다고 징징대는 사학재단들에겐 ‘찍’ 소리도 못하면서 결국엔 세금으로 뒷돈이나 대주는 꼴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촛불은 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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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4 15:40 2011/06/14 15:40

초벌 김매기

from 11년 만천리 2011/06/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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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김매기지만 끝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저 풀들 사이에서도 서리태가 제법 자리를 잘 잡았다>

 

초벌 김매기- 첫째 날(6월 6일/무더움 17-26도)

 

자전거가 또 말썽이다. 다행히 없어지진 않았지만, 이번엔 펑크다. 덕분에 모처럼 아침 일찍 밭에 나가려고 했는데 또 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혼자가 아니어서 좋다. 함께 버스를 타진 않았지만 그래도. 함께 풀도 뽑고, 밥도 사먹고, 명동에 나가 옷도 사고.

 

점심 먹고 낮잠 조금 자고 다시 밭에 나갔다. 이번엔 자전거를 타고. 거금 5천원을 들여 펑크 난 곳 때우고, 배고파 초콜릿바 사먹고 가니 4시 반. 다행히 작년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그늘을 만들어 일하기는 수월하다. 안 그랬으면 한여름 땡볕 같은 무더위에 나가떨어졌을 것.

 

이번 주 내내 서리태 심은 곳과 아직 싹이 나지 않은 팥 심은 곳 초벌 김매기를 해야 한다. 까딱하면 온통 풀천지가 되니 아침, 저녁으로 부지런히 다녀야한다. 덕분에 뱃살도 좀 빠지겠지.

 

초벌 김매기- 둘째 날(6월 7일/차차 흐려짐 14-27도)

 

오전엔 싹이 나지 않아 풀만 잔뜩 난 이랑은 다 들어 엎고, 오후엔 서리태 심은 곳 풀 뽑고 나니 하루가 금방 간다. 앞으로도 사나흘은 더 초벌 김매기를 해야 마무리가 될 것 같은데, 모래 비가 온다고 한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가 오면 그날 하루는 공쳐야 하니. 꼼짝없이 주말까진 아침, 저녁으로 나가야할 듯.

 

초벌 김매기 - 셋째 날(6월 8일/맑은 후 비 16-28도)

 

사흘째 김매기다. 아침, 저녁으로 오가며 일을 하니 피곤이 쌓인다. 낮에 쪽잠을 자도 그때뿐이고. 밤엔 좀 일찍 자야하는데 대체 뭘 하는지 꼭 1시가 다 돼서야 아차, 하니. 하지만 지금 열심히 풀을 잡아놔야 장마철을 쉽게 넘길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다. 다행이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하루 쉴 수 있고. 또 마저 다 못 심은 곳. 심었는데 싹이 나지 않은 곳. 두루두루 더 심을 수 있으니 힘들어도 참을만하다.

 

초벌 김매기 - 넷째 날(6월 10일/안개 15-26도)

 

어제는 하루 쉬었다. 그제 밤 내린 비도 비지만 중곡동 식구들이 왔기 때문이다. 뭐 맘만 먹음 아침에라도 또 점심 먹고 올라갔으니 저녁에라도 밭에 나올 수야 있었겠지만. 삼일 내리 아침, 저녁으로 김매기를 했더니 손가락 끝이 갈라지고 껍질이 벗겨져 아무래도 좀 쉬엄쉬엄 해야겠기에 그리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도 건너뛰고 저녁에야 겨우 나와 서리태 심은 곳 풀 뽑아주고. 부쩍 자란 토마토 지주끈 묶어주고. 너른 밭에 여기저기 풀이 우거지니 마음은 심란한데 해는 금방진다. 곧 장마다. 무슨 수를 내야지.

 

초벌 김매기 - 다섯째 날(6월 11일/무더움 16-31도)

 

초여름 날씨다. 아침엔 겨우 10시만 되도 벌써 목뒤며 등이 뜨끈뜨끈. 저녁엔 7시, 8시가 되도 25도가 넘는다. 풀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데 일할 시간은 짧아지고. 애초에 올 농사는 쉬엄쉬엄, 풀도 어느 정도는 포기 아닌 포기, 다 잡진 말자, 이렇게 맘은 먹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러다 이거 온통 풀밭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초벌 김매기 - 여섯째 날(6월 12일/무더움 17-30도)

 

남부지방은 장마라던데 여긴 아예 장마가 끝난 듯. 어찌된 게 6월 초인데 날씨는 8월이람.

 

어제까진 서리태 심은 곳 김매기를 했는데 오늘은 팥 심은 곳으로 옮겨왔다. 서리태 밭을 다 한 건 아닌데 아무래도 그냥 뒀다간 어떤 게 팥인지 구분하질 못할 것 같아서다. 서리태야 풀들 사이에서 삐쭉 올라온 데다 본잎도 풀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팥은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심으면서 풀을 매야 했기 때문에 이게 풀인지 팥인지 헛갈린다. 해서 뭐 어디 급하지 않은 데가 없겠지만 팥 밭으로 온 것이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부터 11시가 다 되가는 시간까지 일을 하고 돌아보니. 겨우 팥 심은 이랑 하나와 서리태 심은 이랑 하나 김매고. 토마토 지주끈 묶고. 땅콩 조금 심었다. 등은 뜨끈뜨끈하고 배는 ‘꼬르륵 꼬르륵’.

 

결국 저녁엔 소낙비가 내린다고 하니 다시 나오기 힘들겠지만. 지친 몸에, 배고픔에, 밭에 나온 지 근 4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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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16:05 2011/06/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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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풀기(5월 30일/맑음 19-28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풀들을 보고 있으면 속이 다 울렁거린다. 또 땡볕에 골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미친 듯이 풀을 잡아 뜯는 모습이 떠올리기 때문이다. 뭐, 콩이나 내일 심을 팥은 어영부영 김매기를 해줘도 되겠지만. 이제 막 싹이 나기 시작한 땅콩이나 옥수수, 아직 싹이 나지 않은 조, 기장 등등은 지금부터 풀을 매야줘야지 안 그럼. 걷잡을 수 없이 뻗는 풀에,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 해서 슬슬 몸 풀기로 옥수수 심은 곳 풀을 열심히 맸다

 

팥 심기(5월 31일/비 오락가락 15-22도)

 

벌써 두 번째다. 자물쇠를 잘라낸 걸 보니 전문적인 털이범일 수도 있겠고. 더 좋은 자전거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딱 보기에도 고물 같은 걸 가져간 걸 보면. 오죽이나 급급했을까도 싶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나 일단은 내 코가 석자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맘먹고 팥이며, 메주콩, 녹두, 수수 등을 심으려 했는데 자전거가 없으니 어쩌나.

 

결국 오랜만에 버스타고 밭엘 간다. 자전거나 버스나 걸리는 시간은 매한가지 30분. 하지만 준비했던 걸 도로 가방에 옮겨 담고. 버스 기다리고, 내려서 걷고 어쩌고저쩌고 하니 금새 11시다. 이런. 비는 집 나올 때보다 더 거세고.

 

점심까지 쫄쫄 굶어가며 겨우 팥만 심었는데도 4시가 훌쩍 넘는다. 비가 오는 것도 작업을 더디게 하지만 문제는 풀이다. 밭 갈고 한참이 지났으니 여기저기서 풀이 올라오고. 풀매면서 팥을 심으려니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겨우 겨우 물 한 모금 축이는데 나중엔 그 시간마저 아깝다. 허기진 몸과 허전한 마음을 이끌고 집에 오니 5시. 완전녹초다.  

 

나머지 모두 심다(6월 1일/비온 후 맑음 14-22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버스타고 밭에 나와 풀매면서 녹두, 수수, 메주콩을 다섯 시간 넘게 심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완전녹초다. 겨우 집에 와 콩국수 먹고 자전거 주문하니 8시. 축구나 봐야겠다. 

 

물주기(6월 2일/맑음 15-26도)

 

비가 온다는 얘기만 철석같이 믿고 메주콩, 수수, 녹두를 심었는데. 그제와는 달리 비가 오지 않아 아침부터 물 주러 나선다. 그제 밤, 비가 꽤 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심을 때, 심고 나서 비 한 방울 오지 않아서다. 자전거가 없으니. 한 시간 넘게 버스 기다리고, 두 시간 물주고, 삼심 분 걸어서 버스 타러 가고, 다시 삼십 분 버스타고 집에 오니 2시가 넘는다. 에고. 자전거는 언제 오나.

 

풀 뽑기(6월 3일/맑음 14-25도)

 

아침엔 버스타고 가서 풀 뽑고. 오후엔 아침에 도착한 자전거 타고 가서 풀 뽑고. 이제 본격적으로 풀을 잡아줘야 한다.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 동안 옥수수 심은 곳 김맸으니. 내일부턴 서리태 심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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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칭한 곳도 풀을 뽑아야 한다(6월 4일/맑음 17-26도)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고구마 심은 곳은 신문지 멀칭을 했다. 조금이라도 풀을 덜 매려고. 하지만 이곳도 풀이 올라온다. 사이사이 벌어진 틈이며 찢어진 곳으로. 다른 데에 비하면 이런데 풀 뽑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땡볕에 풀매는 건 매한가지. 아침, 저녁 각 2시간 넘게, 도합 한 5시간 정도 고구마 심은 곳 김매고, 토마토 지주 세워주고 나니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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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22:20 2011/06/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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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과 ‘악’은 무엇으로 구분될까요. 대게 영화에서는 ‘악당’이 등장하고 이에 맞서는 ‘영웅(들)’이 나옵니다. ‘나니아 연대기’에서와 같이 말입니다. 여기서 ‘선’은 당연 ‘아슬란’ 혹은 나니아에 초대된 네 명의 아이들이며 ‘악’은 ‘하얀마녀’입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은 어떤가요. ‘선’과 ‘악’,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까. 

 

하나 더. ‘착함’ 또는 ‘나쁨’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물론 사람들마다 이런 때엔 ‘착함’, 저런 경우엔 ‘나쁨’이라고 말하는 어떤 기준들을 갖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엔 ‘골룸’에서보다 더 ‘착함’과 ‘나쁨’을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나가수’에서 김건모의 탈락에 ‘재도전’ 기회를 말했던 ‘김제동’이 ‘나쁜가?’, ‘착한가?’와 같이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는 쉽게 ‘나쁜’ 에너지로 분류됩니다. 반면 ‘천연가스’, ‘바이오 에너지’ 등은 ‘착한’ 에너지라며 높이 치는데요. 이때 ‘착한’과 ‘나쁜’을 가르는 기준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느냐, 발생시키지 않느냐 또는 많이 발생시키느냐, 적게 발생시키느냐, 일겁니다. 하지만 바이오 연료라고 불리는 팜 오일의 원료를 생산하는 여성노동자 조와 리마의 말을 듣고 있으면. 방금 붙인 이 ‘착한’이란 수식어가 적합한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난 오래 전에 이혼했어요. 열여덟 살인 큰 아이가 일을 한다고 하지만, 네 명의 아이들 모두 내게 의존하고 살아요. 그래서 난 아파도 안 되고, 다쳐서 병원비가 들어도 안돼요. 그런데 이미 한쪽 눈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고, 등은 무거운 농약 살포기를 견디지 못해 혹이 나기 시작했어요. 매일 하던 기침에 이제는 피까지 섞여 나오고 있구요. 이러다 정말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게 되는 건 아닐 지 걱정이에요.”(인도네시아 팜 플랜테이션 노동자 ‘조’ p.145)

 

“난 집안 일만 하던 가정주부였어요. 그런데 남편이 일하던 목재 공장 주변이 모두 팜 농장으로 변해버렸어요. 남편이 먼저 팜 농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이제는 남편이 벌어오는 것만으로 살림을 꾸려갈 수 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팜 농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죠. 그렇지만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어요.”(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부의 팜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리마’ p.146)

 

3.

한국수력원자력(주) 홈페이지에 보니 ‘원자력발전’을 대략 이렇게 소개해놨습니다. ‘지금 지구 환경은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데 원자력발전은 발전원별 온실가스 발생량이 가장 적어 환경친화적 에너지이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원자력발전’은 ‘착한’ 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겠지요. 어, 아니, 아직은 잘 모르겠다구요? 왜지요? 옆 나라에서 발생한 사고를 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구요. 어허, ‘원자력발전은 석유파동(석유공급불안/고유가시대)이나 에너지무기화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 인데다가 ‘우라늄을 원자로에 한번 장전하면 12~18개 월 가량은 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므로 그만큼의 연료 비축효과가 있는 셈’인데, 어찌 ‘선’한 에너지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4.

‘선’과 ‘악’, ‘착함’과 ‘나쁨’은 결국 ‘정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정의’는 철학과도 연관되는 것이요, 사상, 세계관과도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이쪽에 서 있는 이들에겐 ‘선’이요 저쪽에 서 있는 사람들에겐 ‘악’이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착함’과 ‘나쁨’ 역시 철학, 사상, 세계관을 같이 하는 사람들로 또 달리 하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본다면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착한’과 ‘나쁜’의 구분 또한 사상, 세계관, 철학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핵발전’과 ‘팜 오일’을 어떤 철학과 세계관을 가지고 보느냐, 어떤 사상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정의’로운가, ‘정의’롭지 않은가, 로 나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착한 에너지 기행>에서 말하는 ‘기후정의’가 가지는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습니다.  

 

5.

모종이며 씨앗을 심은 지 이제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달력을 보니 6월.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모종이며 씨앗들 사이로 풀이 삐죽삐죽 올라오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처음 농사를 지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아니 재작년까지의 기억도 생생합니다. 고추며 토마토 사이로 하나, 둘 보이던 풀을 놔뒀다가 한여름 땡볕에 땀을 흠뻑 뒤집어쓰고 골 사이를 기어 다니던 기억이 말입니다. 처음엔 뭐 이쯤이야 하고 나중에 한 번에 풀을 매야지 했고, 조금 지나선 뭐 낫으로 쓱쓱 베어버리면 되지 했다가. 걷잡을 수 없이 자라는 잡초에 완전 두 손 든 것이었지요.

 

이제 ‘환경위기’, ‘지구위기’에 대해 딴죽 거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위기가 매우 빨리 다가오고 있고 또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도 캐나다의 몬트리올, 케냐의 나이로비, 인도네시아 발리, 폴란드의 포즈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는 코앞에 닥친 이 위기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논의했다기보다는 책임전가와 발뺌, 생색내기, 위장, 미루기 등등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돈과 권력을 움켜쥔 사람들에겐 이 ‘위기’란 남의 ‘위기’일 뿐이요, 다시 한 번 돈과 권력을 공고히 할 ‘기회’일 뿐인가 봅니다. 하지만 손으로 쓱쓱 지나가면 될 일을, 호미로 긁어내기만 하면 될 일을, 낫으로 쓱쓱 베어버리면 될 일을 멍하니 지켜보다 나중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 거라는 걸. 꼭 그들만 모르는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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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1 20:53 2011/06/01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