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종자, 부담백배(4월 9일/맑음 2-19도)

 

두드리면 열리리라, 인가. 구하면 얻으리라, 인가. 아무튼 잘 모르겠으나, 귀농본부와 카페 등 여기저기에 부탁한 종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종자들. 대략 가짓수만 해도 20여 종이 훌쩍 넘으니. 반송료 500원에 채종한 수고에 보내주는 정성까지 받느라 몸 둘 바를 모른다. 보답으로 잘 키우겠다, 내년엔 꼭 다른 이들과 나눔 하겠다, 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부담 백배. 하지만 이런 부담감이 한번 이라도 더 밭에 나가도록 이끄는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머지않은 시점에 더 다양한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경험과 배움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여야 할 터이다. 이제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더는 없겠고, 곧 밭도 갈고 이랑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전부터 짓던 농사는 그것대로 아래쪽 밭으로, 이번에 새로 구한 종자들은 위쪽 밭으로 하는 농사계획을 세워봐야겠다.   

 

* 귀농운동본부에서 보내준 씨앗: 검정수수, 찰옥수수, 율무, 조(꼬장조, 메조, 청산적차조), 붉은기장, 당근, 뿔시금치, 들깨 

 

* 다음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내준 씨앗: 쥐눈이콩, 수세미, 홍화, 페루꽈리, 적오크라, 단수수, 해바라기, 흰들깨, 검은찰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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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1 19:47 2011/04/1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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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임개질'

from 글을 쓰다 2011/04/07 23:27

 

가을에 털어놓기만 하고 고르지 않았던 서리태며, 메주콩이 한 자루. 또 꼬투리만 따고 까지 않은 팥 한 자루가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변명하자면 셋 다 같은 때 거둬들이느라 그랬다 하지만. 이, 삼천 평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 맘만 먹음 하루면 콩 고르고, 또 하루면 꼬투리 다 깔 수 있을 터이니. 바쁜 건 핑계고 실은 놀고 싶어 그랬을 겁니다. 그래 오랜만에 걷기여행도 했고. 느닷없이 시작한 시험공부에 도서관도 다니고 또 그러면서 책도 읽고 하니. 이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어느새 농사 준비해야 할 시기. 이러다 주경야독(晝耕夜讀), 아니 아침엔 밭농사, 낮엔 시험공부, 밤엔 콩이며 팥 고르기를 해야 할 판이 될 것 같습니다. 해서 지난 주말, 이틀 내리 안방에 신문지 펴놓고 서리태를 골라냈더랬습니다. 그랬더니. 언제 다 치우나, 싶었던 갑갑한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괜한 걱정을 했다 싶게 되더군요. 아, 농부님네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참 넉살좋은 소리 하는 군, 하겠지만요. 뭐, 어떻습니까. 방사능 땜시 창을 활짝 열어놓진 못하더라도 따뜻한 봄 햇볕 받으며 남은 메주콩, 팥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요.  

 

치임개질: 벌여놓았던 물건들을 거두어 치우는 일

     

어느 나라 기상청이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노천 정수시설에 덮개를 씌우라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고. 방사능 비가 우려돼 우산과 비옷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총리라는 사람은 맞아도 된다고만 하고 있으니. 하긴 의협이란 데서도 괜찮다고 하는 요상한 나라니 뭐, 어디 가겠습니까. 또 핵발전소 사고인데도 죄다 핵관련 공학자들만 모셔놓고는 영향은 어떨 것 같으니, 대책은 뭐니 하고 있는 언론을 보고 있으려니 이건 뭐, 당연한 거겠지요. 이러나저러나. 봄 햇볕이 좋을 때라 겨우내 닫아뒀던 창문도 활짝 열고 싶지만 그거야 마음뿐. 당분간은 엄두도 못 낼 것이고. 또 벚꽃이며 목련, 개나리가 노랗고, 하얗게 폈으니 어디 꽃구경이라고 가야겠지만. 그것도 당분간은 어림없는 일이겠지요. 그래두요. 따뜻한 볕이 어느새 방 안쪽까지 들어오니. 시험 공부하는 틈틈이 베란다에 나가 자리 펴고 치임개질이라도 하며 이 우울한 봄을 만끽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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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7 23:27 2011/04/07 23:27

게으른 농부

from 11년 만천리 2011/04/04 10:20

종자 구하기(3월 29일/맑음 1-9도)

 

작년엔 팥과 땅콩에 도전했다. 결과는 대체로 만족. 팥은 햇볕에 널어놓은 걸 보고 여기저기서 팥이 좋다며 팔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땅콩은 시기를 놓쳐 한 번 실패한 후 두 번째 심은 것들이 주렁주렁 꼬투리를 달고 나왔다. 워낙 심은 것 자체가 적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열 번 이상은 삶아먹은 듯하니. 팥이며 땅콩 모두 괜찮았던 셈이다.

 

올해엔 잡곡 종자를 더 늘려 심기로 했다. 우선 콩을 3년씩이나 연작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옥수수와 간작으로 심기도 하고, 한해엔 아래쪽 밭에 심었다가 다음 해엔 위쪽 밭으로 옮겨심기도 하고. 메주콩만 심은 것도 아니고 서리태며 팥과도 섞어 심기도 했으니. 큰 병해나 충해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한 가지만 계속 심으면 땅에게도 좋지 않을 터이고. 또 자꾸자꾸 안 해본 것들을 해봐야겠기에 좀 더 가짓수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지난주에 귀농본부와 괴산잡곡, 다음카페 두 군데에 잡곡 종자를 구한다는 글을 남겼다. 다행히도 주말을 지나면서 귀농본부와 괴산잡곡에서 메일이 왔고. 오늘 오후엔 본부 간사와 통화까지 하고 몇 가지 잡곡 종자를 받기로 했으니. 일단 출발은 좋다. 올 가을 꼭 채종까지 해서 나눔을 해야 한다는 다짐까지 했으니 귀농본부에서 보내준 잡곡은 좀 더 신경을 써야겠고. 다음 달 중순쯤 괴산잡곡을 통해 또 다른 종자들은 구입해야 할 듯. 지금으로선 다음카페 쪽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으니 그렇다. 그래도 아직은 농사 준비할 시간이 넉넉히 남았으니 여기저기 더 알아봐야겠고. 카페에도 한 번 더 글을 올려야한다. 구한 것 또 구할 수 있는 것은 제하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만 추려서 말이다.

 

게으른 농부(4월 3일/맑음 0-17도)

 

대체 뭐 하고 살았나 싶네. 겨울 내내 베란다에 쌓아둔 것들을 보고 있으려니 드는 생각은. 참 게으른 농부다, 밖엔 없다. 서리태며, 메주콩은 그래도 털어놨으니 쭉정이, 콩깍지, 돌만 골라내면 되는데. 가마니로 한가득 담겨있는 팥은 까지도 않았으니. 이제 곧 올 농사준비도 슬슬 시작해야 하는데. 결국 또 닥쳐서야 일을 한다.

 

어제, 오늘 이틀을 꼬박 쭈그리고 앉아 돌 골라내고 쭉정이 골라냈더니 서리태는 끝이다. 봉지로 두 봉지가 나왔으니 첫 도전치곤 괜찮은 건가. 허나 심었던 면적을 생각해보면 그닥 수확량이 많은 건 아닐 듯. 서리태보다 적게 심은 팥이 반가마니니 그렇다. 그래도 종종 집에서 먹는 밥에 검은 콩을 넣어 먹을 수 있겠다, 서리태 두부며, 두유도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다, 싶으니 흐믓.

 

다음 주엔 낮엔 실기 시험공부하고, 밤엔 팥이나 까고 골라야겠다. 한 일주일 하면 다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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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4 10:20 2011/04/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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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준비

from 11년 만천리 2011/03/28 19:49

농사준비 - 첫째 날(3월 23일/맑고 바람 영하 7-9도)

 
겨우내 방치해뒀던 밭 정리를 슬슬 해야겠다. 아직까진 꽃샘추위로 뭘 심긴 이르고, 또 작년, 재작년 경험에 비춰봐도 한 달은 더 있어야 농사를 시작할 수 있겠지만. 다음 달 말에 있을 2차 실기시험도 준비도 해야 하고. 또 베란다에 늘여놓고 거두지 않은 서리태며, 팥도 골라야 하기에 시간이 많질 않다. 해서 바람이 좀 차긴 하지만 아침나절부터 밭에 나와 지주도 뽑아내고 지주끈도 일일이 풀어내 따로 모으고. 마음 같아선 나온 김에 다 해놓고 가면 좋겠건만. 당분간은 일 보단 자전거로 왕복하며 조금씩 몸을 만들 요량으로 금방 밭을 나선다. 한 일주일 일할 폭 잡고 플래카드도 걷어내고 지주며 지주끈도 정리하면 밭 갈때가 되지 않겠나 싶다.
 
농사준비 - 둘째 날(3월 24일/맑음 영하 3-9도)
 
이틀째 지주 해체작업이다. 가을 뭐 그리 바쁘다고 미뤄뒀던 일인데 역시나 손만 많이 간다. 물론 시간도 금방 지나가고. 두 시간 가까이 열라 일했는데도 다 못한다. 에구구. 언제 또 나와서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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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8 19:49 2011/03/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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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배들과 했던 첫 술자리가 기억납니다. 정각원(正覺院)인가요. 그 아래 잔디밭이었습니다. 입학식이 끝난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은, 벌건 대낮에 한두 명을 빼곤 모두 모였는데. 딱 보기에도 꽤나 나이 살 먹어 보이는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둥글게 앉혔더랬습니다. 그리고는 다섯, 아니 두서너 명 사이로 소주 한 병과 새우깡 한 봉지를 놓았구요.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라는 생각이 채 들기도 전, 선배들은 술병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술잔은 없었고, 다들 처음이었겠지만 일명 병나발이라는 걸 봤더랬습니다. 어떤 선배는 반 넘게 마시기도 했고 또 어떤 선배는 그냥 마시는 시늉만 하기도 했지만. 눈이 휘둥그레, 입이 쩍. 가관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러고들 저러지, 그때였나요. 개 중 제일 늙수그레해 보이는 선배가 일어나 딱 한마디를 하더군요. “지금부터 술병을 옆으로 돌리는데 다음 선배가 술을 마시게 된다면, 오늘 집에들 못 간다.” 허걱.
 
2. 
기필코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야 말겠다는 일념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부디 2018년에도 올 겨울처럼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그것조차 사치스런 고민이란 걸 올림픽에 눈먼 사람들만 외면하고 있나봅니다. 게다가 구제역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농민들은 생각지도 않고 연신 축제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에. 또 뭔 일이 터져도 그저 대책이라곤 외국에서 사 가져오면 되는 것 마냥, 그러면서도 죽어도 잘못은 해외여행 갔다 온 사람만 따지고 드는 데. 더 가관인 건 파렴치한 범죄인이, 안하무인 재벌총수가 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거 아닙니까. 이러니 때때로, 아니 번번이 그 일념이란 게 도대체 뭐 길래 이리도 혼란스럽기 만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3.
지진 이후에 터져 나온 핵발전소 사고 때문에 정작 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1만 명이 넘었다고도 하고 1만 5천명이 넘었다고도 하는데도 말입니다. 대신 연일 냉각수가 어떻느니, 요오드가 어떻느니, 방사능 피폭량이 얼마냐느니. 이거 가만 보아하니 핵 공포가 지진과 쓰나미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하긴 체르노빌을 기억하자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가 일, 이십년 안에 해결되지 않을 게 뻔한 일이니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우리 정부는 단군신화에나 나오는 풍백(風伯)을 여전히 믿고 있나봅니다. 또 그렇게 애타게 찾고 목메어 매달리는 미국도 자국민 철수를 얘기하는데 일기예보로 풍향발표만 열심히 하고 있으니요. 그리고 대체 뭔 이득을 취했는지는 조사해보면 알겠지만. 비록 극미량라고 해도 이젠 유럽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 됐다고 하는 판에 ‘허위사실’ 유포자를 처벌할 방법이나 찾고 있으니.  
 
4.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모처럼 일요일 저녁시간에 노래 꽤나 한다는 사람들이 나와 노래를 한다는 것, 그것도 제 노래가 아닌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 봐도 눈길을 끌만한데. ‘경쟁’과 ‘탈락’이라는, 방송에서조차 유행인 돼 버린 서바이벌을 넣었다는 데서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말들이 많았지만. 뭐 누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을 옹호하기도 하지만. 노래를 꼭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만 부르라는 법도 없는 거고. 누구나 부르고 싶을 때 맘껏 부르면 그만 인 것이니. 뭐,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아무튼, 이제 겨우 시작했는데도 여기저기 설왕설래 말들이 많습니다. 김건모라는 가수도 가수지만. 그리고 아무리 시청률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 해도 그렇지요. 만든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출연한 다른 가수들에 코메디언들까지 덩달아 한 목소리로. 그래두요, 그렇게 딴 소리들을 하는 게 그렇게도 큰 문제인가요.  
 
5.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학자들을 일컬어 ‘폴리페서’라고들 하지요. 정치라는 게 원래 정치인들만이 하는 게 아니니 굳이 ‘폴리페서’라 이름 붙일 필요도 없겠지만. 이상하게 이 정권 들어서는 ‘폴리페서’에 못지않게 ‘폴리테이너’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하지만 ‘폴리페서’와 ‘폴리테이너’는 참 다른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 않습니까.  
  
하다못해 기자라는 직함이라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애널리스트라는 작자들이 나와 떠들어대는 말들은 버젓이 전파를 타고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허위사실’과 ‘고급정보’라는 기준이란 게 고작 이따위로 가늠되는 것이라면.
 
오죽하면 ‘삼성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올까요. 하기야 총수가 두 번씩이나 사면을 받을 정도니 이만하면 법위에 있다는 게 맞는 말일 겝니다. 범법행위를 한다 해도 알아서 죗값을 다 털어주니 안하무인은 기본이요, 파렴치는 서비스지요.
 
정각원아래서 시작된 그런 류의 폭력은 술자리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까, 여전히 의문으로 남지만. 커피 심부름에 대리출석, 도서관 책 반납, 개강파티니 MT 참석 강요까지. 서울대에서 내쳐진 모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지요. “이런 일이 있을 때 ‘못 버티겠으면 나가라’고 했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아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6.
자격이니 학위라는 것 따위가 진실을 가름하는 시대입니다. 또 패배한 자들이 하면 ‘불륜’이 되지만 승리한 자들이 하면 ‘로맨스’가 되는 시대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무엇보다 돈 많은 게 장땡인 사회입니다. 이도저도 아니면 하다못해 나잇살이라도 많거나 학번이라도 빨라야 살아남는 사회이지요. 자격, 학위, 승리한 자, 나잇살, 학번..... 20년도 더 된 선배들의 모습 속에서 또 이건희 회장과 김영희 PD, 가수 김건모의 얼굴에서 새삼 들여다보게 되는 ‘권력’의 다양한 모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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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3 15:17 2011/03/23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