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갈기

from 11년 만천리 2011/05/01 19:55

밭 갈기(4월 29일/가끔 비 2-17도)

 

늦었다. 지난주부터 이틀 걸러 내리는 비도 비지만 일요일에 있는 시험 때문에 농사 준비가 많이 늦게 됐다. 내리 사흘간 오락가락 하던 비는 그쳤지만 내일 또 제법 많은 비가 온다고 해 서둘러 밭 갈아주는 아저씨와 약속을 했기에 다행이지. 까딱했음 5월 돼서야 밭을 갈 뻔 했으니.

 

분명 아침 10시에 밭에서 보기로 했는데 10시 30분이 되도 보이질 않는다. 작년 일도 있으니 집을 나오면서 확인 전화를 해야 했는데, 역시나. 딴 곳에서 가서 일을 하고 계신다. 그러면서도 자기 때문이 아니라 비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됐다고 한다. 어허. 분명 오후에 했으면 하고 말을 꺼냈지만 아저씨가 먼저 아침에 하자, 해서 약속을 그리 잡았건만. 영 딴소리다. 언제쯤 올 수 있으세요, 하니 세 시간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그러지 말고 아예 오후 늦게 보자고 하니 그럼 4시에 만나자고 한다. 별 수 없다. 기계 가진 사람은 저쪽이니 그리 하는 수밖에.

 

작년에 썼던 플래카드를 걷어내고 있으려니 할머니 한 분이 저만치 오신다. 밭에 있는 나물 좀 뜯어가도 되겠냐고 하시는데, 오후에 밭을 갈려고 하니까 천천히 뜯어 가세요, 하고 일어서니. 할머니,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바구를 거신다. “이 밭 혼자서 다 하누?” “이제 뭐 심을라구?” 에라, 이참에 밭에 나고 있는 나물이 대체 뭐가 있는 건지 물어나 보자. 덩덜아 할머니께 이것저것 묻고, 답하고. 여긴 개망초가 많이 있다며 삶아 무쳐 먹으란다. 가만 보니 지천에 개망초다. 아니 이건 개망초 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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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시험만 아니었음 밭에 더 있으면서 다른 나물도 찾아봤을 터인데. 잠깐 밥 먹고 도서관가서 책보다 다시 밭으로 나가니. 밭 입구에서부터 벌써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다행이다. 그새 위쪽 밭은 다 로터리를 치셨고, 골내고 아래 쪽 밭 만들면 되니 한 시간이면 될 듯. 작년 속 썩였던 밭 한가운데 돌덩이도 치우고, 동네 아주머니 한 분 오셔서 아저씨랑 노닥노닥. 예상보다 조금 늦게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내일 비가 온다는데 이제라도 밭을 다 갈았으니 참 다행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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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1 19:55 2011/05/0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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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1. 

일본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사고 여파가 1천 킬로미터 밖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까지 뒤흔들고 있습니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비옷과 긴 우산 판매량이 늘어나고, 굳이 황사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마스크에 방독면까지 사가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며칠 째인가요, 집밖을 나서기가 두렵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도 그 피해 정도와 방사능 유출량을 정확하게 또 신속하게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더니 정수장에 천막을 두루는 어처구니없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진 봐줄만 합니다. 국민들은 불안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예의 그 ‘빨강색’ 카드를 또 꺼내들고 있으니.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2.

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747이라는 허황된 숫자놀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얼마나 다급했는지. ‘기름 값이 묘하다’는 말로 정유사를 압박했습니다. 사실 기름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회에서 석유 값 폭등은 그 파급력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지요. 자동차 굴리는 건 세발에 피. 하다못해 농사짓는데도 석유가 없으면 가능하기나 한 건가 싶으니.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영, 감이 없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과점으로 매년 수천억 원씩 이익을 내고 있는 이 정유사들이 마지못해 찔끔 값을 내리기는 했는데. 2MB 대통령, 그거로는 치솟는 물가 잡기 쉽지 않다, 싶었는지. 아니 자신이라고는 통 없는지, 결국 속내를 드러냅니다. ‘기업소비, 가계소비, 소비를 줄이는 게 극복하는 길’이라고.

 

3.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엔 핵발전소가 없습니다. 다만 원자력발전소가 있을 뿐이지요. 또 원자력 공학 기술자는 텔레비전만 틀면 여기저기서 얼굴을 들이대는 데, 핵 공학 기술자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듭니다. 분명 원자력이라는 게 핵분열을 이용하는 것임이 틀림없는 일인데도 말이지요. 아마도 그들은 핵폭탄과 핵전쟁이라는 끔찍한 이미지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공포를 감추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애써 눈감습니다. 아니 이 파괴적인 기술이 만들어내는 풍요와 소비를 더 누리기 위해 거짓말을 참말로 바꿔 세뇌합니다. “다 괜찮을 거야. 그리고 그런 일은 결코 내게 일어나지 않아”  

 

4.

2MB이 모처럼 정곡을 찔렀습니다. ‘소비를 줄여라.’ 맞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흥청망청 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땅에서 퍼 올리는 석유도, 우라늄도 언젠가는 끝을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뭐,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과학자들은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유전도 많고 또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경제성이 낮은 기름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도 하고. 핵분열 대신 핵융합을 이용하면 방사능도 없는 깨끗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 지금 이 잔치를 지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결국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석유도, 우라늄도 자연이 품고 있는 한도 내에서만 인간이 가져다 쓸 수 있을 뿐이고. 핵융합이니 하는 것도 단 0.0001%의 확률에 의한 사고 하나로 상상조차 못할 일들이 생기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러니 끝이 보이기 전, 탈출구를 만들기 위한 밑천으로라도 쓰려면 지금부터 아끼고 또 아껴야 합니다. 정말 필요할 때 이마저도 없다면 대체 어찌하겠습니까.   

 

5.

이필렬 교수는 책머리에 다음과 같은 구절로 얘기를 시작합니다. 

 

“석유가격이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전세계 주식시장도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또다시 전운이 돌기 시작한 탓이다”(p.3)  

 

그리고는 이 휘황찬란한 산업문명사회를 떠받치는 석유를 둘러싼 논란들과 석유를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추앙받는 핵기술이 가진 반(反)생명성을 파헤칩니다. 석유시대와 핵시대가 가져다 준 축복을 영원불멸의 것으로 여기고, 그 달콤함을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탐욕이 지금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석유시대는 필연적으로 종말을 맞게 되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한다. 석유 자동차를 타고, 석유 난방을 하고, 석유 전기를 쓰는 이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p.23)

 

“핵기술은 자연의 아주 미세한 원자핵이라는 부분까지 침투해서 건드리고 조작하고 파괴한다. 이 기술로써 인간은 물질적 자연을 거의 정복한 셈이다. 즉, 물질적 자연에 대해 신적인 존재가 되어 원자핵이라는 물질적 자연의 가장 내열한 곳까지 ‘희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p.201)

 

이필렬 교수는 대안으로 풀뿌리 에너지 자립운동과 전력구조의 분산적 구조 개편을 얘기합니다. 어찌 보면 너무 뻔한 결론으로 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길로 가는 것이야말로 파국을 막는 길임에도 가지 않으려, 잘못된 길이라는 거짓 선동에 내심 찬성하고 있는 건. 또 지금까지 위기다, 라는 말은 많았지만 지금까지 잘 되어 왔기에,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그때 가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태도는.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이 뻔한 결론. 뻔한 길. 뻔하다고 귀 닫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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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7 16:18 2011/04/17 16:18

카이스트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을 하자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쟁’이 초래한 암울한 현실을 개탄하기도 하고. 아까운 인재들이 죽어나가는데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남표 총장은 학생들과 ‘대화’하는 척, 자리만 만들더니. 끝내 자기 잘못은 없다고 항변합니다. 그리고는 되레 큰 소리 칩니다. “미국 명문대는 카이스트보다 학생 자살률이 더 높다”라나요. 이거, 이러니 우려의 목소리가, 개탄하는 소리가 분노로 바뀌는 건 당연한 건가요. 

 

방송도 ‘경쟁’이 큰 인기입니다. ‘슈퍼스타 K’ 시리즈를 시작으로 ‘기적의 오디션’, ‘나는 가수다’,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공영방송 KBS는 취업을 미끼로 한 프로그램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거 끝 간 데까지 가보자는 것 같은데. 사회에 미칠 영향이나 방송이 가져야할 공익성은 다 내팽개치고 오직 시청률만 많이 나오면 된다는 생각.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고 된다고 했던가요. 빌어먹을 ‘공정사회’가 엉뚱하게 ‘경쟁’을 미화하고 있는 꼴이라니. 조선과 동아가 왜 서남표 총장을 옹호하고 나서겠습니까. 또 중앙이 실력과 재능 운운하며 ‘보통 영웅’을 찬양하는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작년 한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던 샌들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 그 해답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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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2 10:21 2011/04/12 10:21

많은 종자, 부담백배(4월 9일/맑음 2-19도)

 

두드리면 열리리라, 인가. 구하면 얻으리라, 인가. 아무튼 잘 모르겠으나, 귀농본부와 카페 등 여기저기에 부탁한 종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종자들. 대략 가짓수만 해도 20여 종이 훌쩍 넘으니. 반송료 500원에 채종한 수고에 보내주는 정성까지 받느라 몸 둘 바를 모른다. 보답으로 잘 키우겠다, 내년엔 꼭 다른 이들과 나눔 하겠다, 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부담 백배. 하지만 이런 부담감이 한번 이라도 더 밭에 나가도록 이끄는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머지않은 시점에 더 다양한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경험과 배움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여야 할 터이다. 이제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더는 없겠고, 곧 밭도 갈고 이랑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전부터 짓던 농사는 그것대로 아래쪽 밭으로, 이번에 새로 구한 종자들은 위쪽 밭으로 하는 농사계획을 세워봐야겠다.   

 

* 귀농운동본부에서 보내준 씨앗: 검정수수, 찰옥수수, 율무, 조(꼬장조, 메조, 청산적차조), 붉은기장, 당근, 뿔시금치, 들깨 

 

* 다음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내준 씨앗: 쥐눈이콩, 수세미, 홍화, 페루꽈리, 적오크라, 단수수, 해바라기, 흰들깨, 검은찰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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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1 19:47 2011/04/1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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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임개질'

from 글을 쓰다 2011/04/07 23:27

 

가을에 털어놓기만 하고 고르지 않았던 서리태며, 메주콩이 한 자루. 또 꼬투리만 따고 까지 않은 팥 한 자루가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변명하자면 셋 다 같은 때 거둬들이느라 그랬다 하지만. 이, 삼천 평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 맘만 먹음 하루면 콩 고르고, 또 하루면 꼬투리 다 깔 수 있을 터이니. 바쁜 건 핑계고 실은 놀고 싶어 그랬을 겁니다. 그래 오랜만에 걷기여행도 했고. 느닷없이 시작한 시험공부에 도서관도 다니고 또 그러면서 책도 읽고 하니. 이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어느새 농사 준비해야 할 시기. 이러다 주경야독(晝耕夜讀), 아니 아침엔 밭농사, 낮엔 시험공부, 밤엔 콩이며 팥 고르기를 해야 할 판이 될 것 같습니다. 해서 지난 주말, 이틀 내리 안방에 신문지 펴놓고 서리태를 골라냈더랬습니다. 그랬더니. 언제 다 치우나, 싶었던 갑갑한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괜한 걱정을 했다 싶게 되더군요. 아, 농부님네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참 넉살좋은 소리 하는 군, 하겠지만요. 뭐, 어떻습니까. 방사능 땜시 창을 활짝 열어놓진 못하더라도 따뜻한 봄 햇볕 받으며 남은 메주콩, 팥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요.  

 

치임개질: 벌여놓았던 물건들을 거두어 치우는 일

     

어느 나라 기상청이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노천 정수시설에 덮개를 씌우라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고. 방사능 비가 우려돼 우산과 비옷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총리라는 사람은 맞아도 된다고만 하고 있으니. 하긴 의협이란 데서도 괜찮다고 하는 요상한 나라니 뭐, 어디 가겠습니까. 또 핵발전소 사고인데도 죄다 핵관련 공학자들만 모셔놓고는 영향은 어떨 것 같으니, 대책은 뭐니 하고 있는 언론을 보고 있으려니 이건 뭐, 당연한 거겠지요. 이러나저러나. 봄 햇볕이 좋을 때라 겨우내 닫아뒀던 창문도 활짝 열고 싶지만 그거야 마음뿐. 당분간은 엄두도 못 낼 것이고. 또 벚꽃이며 목련, 개나리가 노랗고, 하얗게 폈으니 어디 꽃구경이라고 가야겠지만. 그것도 당분간은 어림없는 일이겠지요. 그래두요. 따뜻한 볕이 어느새 방 안쪽까지 들어오니. 시험 공부하는 틈틈이 베란다에 나가 자리 펴고 치임개질이라도 하며 이 우울한 봄을 만끽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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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7 23:27 2011/04/07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