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멀칭 - 셋째 날(5월 23일/흐림 12-26도)

신문지 멀칭 - 셋째 날(5월 23일/흐림 12-26도)

또 노동자가 죽어나갔습니다. 벌써 21명 째입니다. 하지만 아무 일 없듯 공사는 계속됩니다. 파고 또 파고, 쌓고 또 쌓고. 한쪽에선 파낸 걸 나르고 한쪽에선 나르고 메웁니다. 하루, 이틀만 비가 내려도 여기저기서 난리법석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일까요. 장마철이 코앞이니.
이럴 수 있는 걸까요. 후진하던 덤프트럭에 깔려 죽은 노동자는 죽은 지 이틀이나 지나서야 겨우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도로 외 교통사고이기 때문에 보도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사망자 수가 있기는 한 겁니까. 환경단체에서는 20여 건에 21명 사망했다고 하는데.
참다못한 건설노동자들이 일어섰습니다. 무리한 공사 강행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야간근무를 없애라며 파업에 나선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사람을 기계 부속품쯤으로 여긴다고 해도 사람은 사람이지 않습니까. 눈알이 시뻘겋게 되고, 머리가 멍해질 때까지 일을 시킨다는 건. 그래요.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노동자 2명이 죽어나갔는데도 자전거만 내달리고는 자화자찬을 잔뜩 늘어놨다지요. 주무장관은 속출하는 사망 사고에 대해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라고 잘라 말했다고 하구요. 도대체 이런 자만, 오만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기어이 임기 내 마무리 해 그 잘난 성과로 또 남기려는 망령 탓만 할까요. 허황된 구호와 미사여구로 치장됐지만 결국 개발이익을 한 몫 단단히 챙기려는 욕심 탓만 할까요. 혹여 그들이 차린 잔칫상에 슬그머니 숟가락 하나 올려놓지는 않았나. 그거라도 해야 우리 사는 동네 돈줄 풀린다, 믿고 싶었던 건 아닐런지요.
강이 죽을 거라고들 했습니다. 강과 함께 수천 년을 살아왔던 꽃도 물고기도, 사람들도 다 죽을 거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강과 꽃과 물고기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신문지 멀칭 - 둘째 날(5월 17일/맑음 7-24도)
일주일 전 농협에서 사다 심었던 모종 가운데 참외와 오이가 하나씩 죽고 말았다. 심을 때부터 영 미덥지 않았는데 결국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유난히 잎도 작고 뿌리도 잘 뻗어 있지 않았던 것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설마 죽기까지야 하겠나, 싶었는데. 모종 심고 사흘 내리 게릴라성 폭우를 맞은 게 어린 모종을 살려두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모종 몇 개 사러 농협까지 가는 건 아니다 싶어 중앙시장으로 갔더니 모종 값이 장난이 아니다. 한 두 개니 그냥저냥 사고 말았지 몇 십 개, 몇 백 개 단위였다면 도로 나왔을 터. 또 8시가 넘은 시간에 나온 터라 까딱 지체하면 땡볕에 일할 듯해서 두말 않고 모종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밭으로. 물 길어 모종 심고 다 못 끝낸 신문지 멀칭을 마저 다하고 나니. 11시. 적당한 시간에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다.
두 번째 이것저것 심은 날(5월 19일/흐림 15-24도)
비 소식에 마음은 급한데 서울서 오는 식구들이 늦는다. 작년엔 5월말까지 팔았던 것 같았던 농협이 벌써 모종을 철수 시킨 탓이다. 다시 중앙시장까지 가서 모종을 사서 오느라 7시 조금 넘어 출발했다는데 집에 오니 10시 30분. 서둘러야겠다.
처음 모종을 심어 보는 지라 이것저것 가르쳐주며 씨앗을 심으려니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어려운 게 있으랴. 한, 두 번 하니 금방 또 뭐든 할 수 있다. 해서 혼자였다면 배는 시간이 걸렸을 일들이 금방이다. 한 사람이 죽 씨앗 심을 자리를 만들며 또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씨앗 심고, 마지막 뒤따라오는 사람이 물주고 흙 덮으면 끝. 역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군.
그나저나 벌써 열흘이나 됐는데. 지난 번 심은 것들이 당체 싹이 나질 않는다. 어찌 된 걸까. 아직은 아침 기온이 한참 낮은데, 그것 때문일까.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일단은 기다리는 수밖에. 그래도 걱정은 걱정이다.
서리태 심기(5월 20일/비 오락가락 17-21도)
자전거에 올라 한참을 달리니 비가 오고. 서리태 심을 땐 비가 안 오고. 다 심고 집에 오려 자전거 타니 다시 비가 오고.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이다. 그래도 때맞춰 내리는 비에 서리태를 다 심었다. 배 쫄쫄 굶어가며.
콩 고르기(5월 9-11일/줄곧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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