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이 난데없이 ‘부자급식’ 논란으로 번졌네요.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공짜 밥을 줄 수는 없다’는 게 그 이유인데요. 부자당, 한나라당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아니 제 자식들 공짜 밥 먹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얘긴가요, 제 아이들 공짜 밥 먹는 게 부모로써 창피하단 얘긴가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서울시장은 ‘여기서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며 여전히 악을 쓰고 있고, 춘천시장은 ‘얘들 밥 먹이는 게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니다’며 한마디로 딱 잘라냈고, 경기도지사는 ‘요즘 얘들 비만이 문제지 영양실조가 문제인가’라며 펄쩍 뛰었었는데. 가만, 이거 세 사람 모두 어느 당(黨) 사람들입니까. 
 
암튼 상황이 이러니 서울시나 경기도, 강원도 모두 무상급식 실현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요. 강원도는 물 건너갔습니다. 강원도 의회가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거든요. 이에 따라 춘천, 강릉, 태백을 제외한 강원도 내 시, 군들이 올 해부터 실시하기로 했던 무상급식도 어렵게 됐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려 해도 할 수 없게 돼버린 겁니다.
 
뭐, 기획재정부장관이란 사람은 “복지 같은 데 재원을 다 써버리면 남는 게 없다”고 투덜대기나 하고.  대통령은 가뜩이나 많지도 않은 복지관련 예산을 뭉텅이로 잘라내고는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며 자화자찬(自畵自讚)하고 있는 마당이니. 이런 결과는 당연한 거겠지만. 아무리 자치단체장이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그렇지요. ‘부자급식’이 ‘언론발’을 받은 게 틀림없지만 ‘여론발’을 받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인가요. 경기도는 ‘절대 안 돼’에서 한 발 물러섰고. 서울은 한나라당이 구청장을 하고 있는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와 중랑구를 제외한 21곳의 자치구에서 초등학교 1~4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했다니. 아무리 ‘공짜 밥’에 ‘부자급식’, ‘포퓰리즘’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해도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가 봅니다.
 
하지만요. 애당초 무상급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참 많이도 다르구나 생각은 했지만. 평등이니 보편이란 말만 꺼내도 곧 ‘빨갱이’, ‘친북’으로 자동 연결되는 머릿속을 보고 있자니. 또 ‘주민투표’를 통해 무상급식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는 서울시나 ‘친환경 학교급식’이란 이름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경기도도 아직은 한참 더 싸워야겠지만.
 
춘천, 아니 강원도에 비하면 그래도 거진 절반은 넘게 해냈으니 괜찮습니다. 젠장, 여긴 터널 끝이 당체 보이질 않거든요. 이러니 이거,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란 말은 언제나 꺼내볼 수 있을까요. 유난히 추운 겨울만큼이나 마음까지 얼어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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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9 10:39 2011/02/09 10:39
1. 
추기경이 기어이 일을 내고야 말았더군요. “주교단이 4대강 사업이 자연을 파괴하고 난개발의 위험을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는 안 했다”며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으니. 천주교 최고 의결기구인 주교회의가 지난 3월에 발표한 4대강 사업 반대 선언을 완전히 뒤엎은 겁니다. 게다가 정 추기경은 “4대강 문제는 토목 공사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다룰 문제지 종교인들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했고, “4대강이 올바로 개발되느냐 안 되느냐는 결과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허 참, 이 정도면 이거 주교회의가 제 일도 아닌 일에 나선 셈이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괜한 짓거리를 한 꼴인가요.  
 
2. 
자승 총무원장의 발걸음은 갈之자입니다. 애당초 4대강 반대에 앞장선 봉은사 명진 스님을 내쫓기 위해 ‘좌파’라는 딱지를 꺼내든 한나라당에는 입도 뻥긋 못하다가. 아니 G20을 앞두고 결국엔 쫓아냈지요. 그리고서는 예산안 날치기 때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이 삭감되자 정부, 여당 의원들의 사찰 출입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냈는데요. 일부에서 돈 갖고 장난치니까 이제와 뒷북친다는 말에 또 발끈. 불교계의 정부, 여당 규탄이 예산 삭감 때문이 아니라 4대강 강행을 위해 국민과 소통을 포기하고 서민예산을 모두 삭감한 데 따른 것이라 뒤늦게 해명하고 나섰는데요. 아무리 봐도 이건, 술에 취한 사람이 제 갈 길을 바로 가지 못하고 이쪽으로 한걸음 저쪽으로 한걸음, 꼭 그 모습 아닙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3.
오늘날 생태학적 위기는 지역적이면서 지구적이란 점에서 문제의 규모가 매우 크고 복잡합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로 인해 그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구요. 그렇지만 계속되는 지구환경의 붕괴 또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를 보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반면 위기의 극복을 과학기술에 의존한다는 건. 인류라는 종(種)이 무한한 물질문명을 추구함으로써 푸른 지구별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지요.
 
기독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 유대교, 자이나교 등등의 세계 종교들은 확실히, 자연관을 형성하고 자연 속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시각들을 창조하는 수단이 되어 왔음(p.7)에 틀림없다는 점을 인정하다면. 생태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중요할 것 역시 인정해야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환경 위기, 생태 위기를 반성적으로 지적하고 해석하는 목소리들 가운데 종교 전통들이 가지는 울림은 단연코 크고 넓기 때문이지요. 또한 이 종교철학들이 비록 물질문명과 함께 커왔으나 그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삶과 세계관을 형성해오기도 했으니까요.
 
민들레책방에서 펴낸, 메이 리블린 터커와 존 A. 그림이 엮은 <세계관과 생태학: 종교, 철학, 그리고 환경>은 다양한 종교적, 문화적 전통들, 세계관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에 대한, 지구에 대한 생태학적 윤리의 더욱 폭넓은 해석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런 전통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생태학적 시각-에코페미니즘, 과정철학, 근본 생태론, 생태 지리학-들에 대한 간략하지만 핵심을 짚어내는 열정 또한 보여줍니다. 다양한 전통적 세계 종교들이 가지고 있는 녹색의 시각을 소개하면서도. 근대 계몽주의의 심성을 넘어서야만 이 지구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중요한 원칙을, 아니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고집스레 얘기하면서 말입니다.
 
4. 
지난해 5월,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대한 성공회 서울교구장, 원불교 중앙교구 교구장, 한국 기독교교회 협의회 회장,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 “가장 선한 것은 강물입니다”라며 4대강 사업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자장 선하고 뭇 생명의 근원인 강의 마음을 생각해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정말 어떤 방식이 이 강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국민 모두를 살리는 길인지 다시 한 번 냉철하게 검토하고 연구해 줄 것을 제안’했지요. 하지만 2MB 정부는 지금까지 이 제안에 대해 검토, 연구는커녕 모르쇠, 막무가내, 밀어붙이기, 날치기로 응대했습니다. 누가 봐도 댐일 보(堡) 건설만 해도 벌써 공정률이 70%를 넘었고,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들어가는 예산안을 재작년에 작년에도 날치기 처리를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추기경은 주교회의 결정사항을 제 맘대로 해석하고, 아니 왜곡하고 나섰고. 총무원장은 한나라당과 2MB 정부에게 눈에 가시 같은 사람이었던 명진 스님을 내쳤으니. 아무래도 이 책, <세계관과 생태학>은 누구보다 먼저 추기경과 총무원장이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야 자승 스님의 갈之자 걸음도, 정진석 신부의 교언영색(巧言令色)도 바로잡힐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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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5 14:09 2011/02/05 14:09

첫째 날, 세상 밖으로 나온 길, 은비령(2008년 8월 26일)

 
춘천으로 이사 온 후 두 번째 걷기다. 서울이라면 강원도 산골짜기든 남도 바닷가든 쉽게 갈 수 있어도. 춘천과 같은 작은 도시에선 가깝던 멀던, 산이든 바다든 그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해서 서울이나 대구, 혹은 대전과 같이 ‘특별’하거나 혹은 ‘광역’하거나 하는 도시로 나가야만 한다. 그래도 같은 도내라 그런지 지난 번 여행도 그렇고 이번 여행도 그렇고 산골짜기이지만 나름 버스 편이 있어 생각보단 어렵지 않게 끝마쳤던 곳으로, 시작하는 곳으로 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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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隱秘嶺)을 만나러 가는 길은 두 길이 있다. 소설 은비령에서 ‘나’와 ‘선혜’가 눈 내리는 은비령(銀飛嶺)을 차를 타고 넘었던, 원통에서 한계령을 넘어 가는 길과 ‘나’와 ‘그’가 걸어서 한 시간도 더 걸렸다던, 우풍재를 인제 쪽에서 넘어서 가는 길이 그것이다. 다른 모든 옛 길들이 그렇듯 언제든 깨끗이 포장된 채 세상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겠지만. 책이 조금만 더 늦게 나왔더라면 그만큼은 덜 알려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하지만 덕분에 그 길을 알고 또 걸을 수 있으니 고마움도 또 생긴다.

 
   <은비령 가는 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실 은비령 길이 아니라면 한참 전에 대간을 넘어 동해 바다 쪽을 걷고 있을 테다. 오대산 구룡령 쪽도 그렇고, 또 오대산 진고개 쪽도 그렇다. 어느 쪽으로 걸었어도 산을 넘어도 진즉에 넘었을 거란 얘기다. 또 그렇게 산길을 걸었다면 이 걷기여행도 모르긴 몰라도 지난 번 혹은 지지난 번 걷기로 끝을 봤을 게다. 마음 한구석엔 점점 가까워지는 종착지에 왠지 모를 서운함에 에둘러 대간을 목전에 두고 숲길과 옛길들을 걸어보자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댔는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 덕분에 좋은 길을 둘러, 둘러 걸을 수 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게 아닌 가 싶고, 이번 은비령 길 역시 이런 핑계엔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그리 걷기로 했다. 
 
우기인 마냥 여름 내내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어느새 서늘한 바람을 몰고 왔나 싶어 긴 옷을 꺼내 입었던 게 엊그제 인데 막상 길을 나서니 아직은 햇볕을 만만하게 봐선 안 될지 싶다. 홍천에서 한 번 버스를 옮겨 타고 현리에 도착해 길을 나설 땐 10시도 채 못됐는데도 목덜미가 따가우니 말이다.
 
집 잃은 개 한 마리가 무서워 갓길에 바짝 붙어 무서움에 뒤돌아보지 않고 걷기만 하고, 부실한 지도 덕에 난데없다 느껴진 기다란 포사고개를 넘기도 하고, 시골학교지만 제법 큰 귀둔초등학교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 김밥과 삶은 감자로 배를 채우기도 하고, 이름 모를 계곡 가에서 발도 담그고 쪽잠도 자기도 하면서, 또 오늘 하루 쉬어갈 필례약수를 코앞에 두고 다시 나타난 성난 개 두 마리 때문에 차를 얻어 타고 가야하나, 조금 전 지나쳤던 마을로 되돌아가야 하나 어쩔 줄 모르기도 하고, 그렇게 걸어, 걸어 은비령 아래 당도하니 짧아진 여름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다. 
 
둘째 날, 다시 2천 5백만 년 만 후, 이렇게 또 걷겠지만.....(2008년 8월 27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애당초 은비령이란 이름은 없었다 한다. 지금이야 은비령이란 이름이 더 알려졌지만. 그저 오색령의 저쪽을 가리키는 것뿐이었기도 하고. 약수 이름을 따 필례령이라 불리기도 하고. 그게 필례령이고 오색령이지 은비령인건 아니었단 얘기다. 글쓴이는 그렇게 예쁜 이름을 붙였지만 글을 쓴 후에나 그 곳엘 가보았다 한다. 별의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린 후에야 만나게 되는 길을 그는 그렇게 글을 다 풀어 낸 후에야 만난 것이다.
 
은비령 역시 은비령을 다녀온 후에나 봤다. 은비령 고개를 넘어야겠다, 마음먹은 후 줄곧 ‘이번엔 읽어야지, 이번엔 꼭 읽어야지’하다, 결국 은비령엘 다녀와서야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알게 된 거다.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 동안의 기다림, 그 이야기를.
 
어째 약수라 그런지 씁쓸한 맛이 나는 필례약수 물을 가득 채우고는 은비령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데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이 초봄, 늦은 겨울눈을 맞으며 은비령을 넘었다면 지금 우리는 그 녹다 남은 겨울눈이 이슬비 되어 내리는 은비령을 넘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글쓴이가 글의 주인공 들이 거슬러 갔던 그 길을 온전히 따라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을 우리는 반대로 되짚어 걷고 있으니 마치 시간이 멈추어 선 듯 하다.   
 
끝 간 데 없이 이어진 것처럼 보이는 긴 오르막길을 오르다 지쳐 쉬다, 가다를 반복하니 한참을 오른 것 같은데도 여전히 산꼭대기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더구나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더 거세진 데다, 이런 시간에 이런 길을 누가 걷겠냐 싶어 속도를 줄이지 않고 한달음에 내려오는 차들을 피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내딛으니 끝날 줄 모르던 오르막이 어느새 한 구비 너머 구름 속으로 두 갈래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 
 
비를 뿌리는 구름이 아니었다면 멀리 푸른 바다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은비령을 넘으면서 조금씩 내리던 비가 한계령 쉼터에 다다르니 제법 굵어졌다. 비 때문이 아니더라도 겨우 감자와 삶은 달걀로 배를 채우고 오르막길을 두 시간이 넘도록 걸었기에 잠시 쉬면서 요기를 할 요량으로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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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가량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이른 점심에, 느긋하게 쉬지만. 어째 구름 모양새로는 조만간 비가 그칠 모양새는 아니다. 어제, 오늘 일기예보론 영서지방에 비 소식이 있었으니 아무래도 장수대나 옥녀탕까지는 가야 비구름에서 벗어날 듯싶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비옷도 없이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내려 가려니 막막하긴 해도 조금만 내려가면 비구름에서 벗어나겠지 싶어 빗줄기가 조금 가라앉은 틈을 타 길을 나선다.
 
  <한계리 가는 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은비령과 한계령을 휘감았던 비구름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곧 벗어났지만. 호랑이 혼인하는 날 온다는 마른 비는 장수대를 지나서야 겨우 피할 수 있다. 혹여나 비가 더 거세질까 급한 데로 옷가지를 싸두었던 비닐들을 다 끄집어내 여차하면 머리에 뒤집어쓸까 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까진 벌어지지 않았다. 이제 한계리까진 쉬엄쉬엄 가도 해 지기 전에 도착할 것이고, 해서 설악의 산세 구경에 자주자주 쉬어 가는데. 비구름 속으로 굽이굽이 돌아가는 한계령 고갯길 그리고 저 편 은비령 길을. 다시 2천 5백만 년 후, 이렇게 또 걷겠지만.....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스물두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 첫째 날 : 인제군 현리에서 필례약수까지 21km. 걸은 7시간.
- 둘째 날 : 필례약수에서 은비령과 한계령을 넘고 넘어 한계리까지 약 22m, 걸은 시간 약 8시간.
 
* 가고, 오고
춘천터미널에서 홍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첫차 6시 5분을 시작으로 20여분 간격으로 있으나 홍천터미널에서 현리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 시간이 들쑥날쑥하니 이편을 먼저 확인하고 기준으로 잡아 출발시간을 정해야 한다. 한계리에서 원통으로 나오는 시내버스는 꽤 자주 있는 편이며 원통에서 춘천으로 오는 시외버스는 직통의 경우는 19시 50분 막차로 하루 여섯 차례 운행한다. 또 번잡스럽기는 하지만 버스 편이 많아 참고할 만한 방법은 홍천에서 차를 한 번 갈아타고 오는 것이다.    
 
* 잠잘 곳
현리에서 필례약수까지는 숙박할 만한 곳이 없고 식당도 눈에 띄지 않고 드문드문 동네 가게들만 보일 뿐이다. 그래도 필례약수까지만 가면 식당을 겸한 민박집이 꽤 있다. 필례약수를 지나 은비령과 한계령을 넘어 한계리까지는 역시 숙박할 만한 곳이 없다. 식당은 중간에 한계령 쉼터에서 해결할 수 있으나 자리 몫 때문인지 가격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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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8 21:41 2011/01/28 21:41

1.

대동강 물을 팔았다고 유명한 봉이 김선달이 있지요. 요즘은 하도 이 김선달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다지 시선을 끌진 못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사건이었겠지요. 생각해보세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렀고. 내일도 그냥 저렇게 흘러갈 강물을 팔아먹었으니 오죽했겠어요. 뭐 지금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들 하겠지만 그때라고 어디 그게 가능한 일 이기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고, 후대 사람들은 거만한 한양사람들을 골려먹은 지혜로운 장사꾼으로 칭송하고 있으니. 그래서일까요. 현대판 김선달들이 판을 치는 것이요.
 
2.
물을 팔아먹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골목 슈퍼에서 지하철 자판기에까지 진열돼 있는 생수를 보면 말이지요. 뭐, 이웃나라에는 공기도 깡통에 넣어 판다고 하던데. 몇 백만 년 동안 땅 속에 있던 석유니 석탄이니 하는 광물자원들을 캐내서 자기 거라 파는 거나 물, 공기를 담아 파는 거나 다를 게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기가 막히는 건 일 년 뒤 밀 수확량, 한 달 후 날씨를 가지고도 돈 내기를 하니. 이만하면 주변에 봉이 김선달이 꽤나 많지요.
 
3.
인천시가 탄소 상쇄 공원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만든다고 하는데요.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기부, 그리고 각종 국제회의를 개최할 경우 예산의 일부를 공원 조성 사업비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 모 항공사는 재작년 5월부터 탄소 중립(상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비록 항공사 내 전 임직원 업무 출장 시에만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은 적립금으로 국내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국외엔 어떤 나라에 색동 태양광 가로등 거리를 조성하는 데에 썼다고 합니다.     
 
4.
얼마 전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에관한법률’ 제정안이 입법예고 됐습니다. 지정된 할당대상업체가 배출권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면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대신 할당대상업체는 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살 수 있으며, 여분의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 동안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이 논의돼 왔던, 시장을 통한 효율성 도모라는 계획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얘기입니다. 
 
5.
물, 공기도 팔아먹는 세상에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탄소도 시장에서 팔고 산다면. 별로 놀라지도 않은, 아니 당연한 일인가요. 여기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일이 있습니다. 바로 ‘탄소배출권시장’입니다. 책을 쓴 이(케빈 스미스: TNI Transnational Institute가 진행하는 카본트레이드워치 Carbon Trade Watch 프로젝트 연구원이자 활동가)가 봉이 김선달을 알 리 없었겠지만. 중세 후기 가톨릭교회가 ‘사람들이 지은 죄를 이윤 창출 수단으로 삼으려고 시장주의적 접근을 하는 모습’(p.14)을 빗대 탄소 상쇄 제도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걸 읽고 있으면. 아차차, 이 정도면 이거 봉이가 어느새 저쪽에서 성직자 행세를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하기야 김선달이나 교회나 모두 이재(理財)에 밝다는 점에선 똑같으니 옷차림새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6.
“브래드 피트가 심은 나무는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인천시가 추진하는 탄소 상쇄 공원과 강원도가 고성군에 조성한 탄소배출권 조림사업은.
 
그렇다면 국내 모 항공사의 탄소 중립(상쇄) 프로그램은 기후 변화를 늦추는데 얼마나 기여를 할까.
 
혹시 입법예고 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에관한법률’가 답이 될 수는 없을까.    
 
이매진에서 올 4월에 펴낸 <공기를 팝니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또 쉽게 쓰여 있어 맘만 먹음 하루, 아니 반나절이면 충분하니. 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는 안성맞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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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00:45 2011/01/24 00:45

'발밭다'

from 글을 쓰다 2011/01/19 19:13
안상수 대표 아들 건으로 아주 물 만난 고기입니다. 옳거니 때는 이때다 싶은지 ‘아니면 말고’ 식 의혹제기에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도 하고, 이번 기회에 ‘막말정치’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물론 근거나 확인도 없이, ‘찔러보기’식으로 의혹을 제기하거나 일방적으로 폭로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또 틈만 나면 낯간지러운 말로 서로를 공격하고, 심지어는 쌍스런 욕설까지 퍼붓는 일 따위도 하루빨리 없어져야겠지요. 하지만 이런 식의 ‘카더라’ 정치공세는 한나라당이 지존(至尊)이요, 전매특허(專賣特許) 아니었던가요. 그리고 보통 사람이라면 차마 입에 담기도 쉽지 않은,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을 내뱉었던 사람은 또 어느 당(黨) 사람이었습니까. 아무리 이번 일이 비난받아 마땅하고 또 할 수만 있다면 ‘폭로정치’, ‘막말정치’를 쓸어내야겠지만 말이지요. 한나라당, 기회를 재빠르게 붙잡아 잘 이용하는 소질이 있는게 참으로 남다르구나, 그런 생각만 드니 이거 어쩝니까. 
 
발밭다: 기회를 재빠르게 붙잡아 잘 이용하는 소질이 있다.
 
한나라당이 안상수 아들 부정입학 의혹제기 건으로 폭로정치를 뿌리 뽑자며 발밭게 덤비고 있지만 그 본색을 얼마나 숨길 수 있을까요. 정치얘기라면 이제 신물 나지만 그래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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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9 19:13 2011/01/19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