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을 법으로 묶으려니 나오는 말은 아닐 터이고. 맞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 두 가지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걸 빗대어 쓰는 말인데요. 법무부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위장전입이란 명백한 법 위반 사실을 시인해도, 기소는커녕 기어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최고 수장이 되고. 돈 없고 빽 없는 서민이 집 지키겠다고 망루에 올라가면 이유불문에 실형은 기본, 아비까지 죽인 패륜아가 되는 현실이 딱 들어맞을 겝니다. 그리고 여기에 또 웃긴 현실 하나를 더 들어보자면.
이런 여름이 다 있을까(8월 10일/무더움 23-29도)
장마, 집중호우, 폭염, 태풍. 참말로 여름에 할 거 한 달 사이에 다 한다. 잡곡 농사짓기 다행이지 과수나 채소, 벼 농사지었으면. 모르긴 몰라도 속이 시꺼멓게 타 들어갔을 터이다. 아무리 하늘이 농사짓는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은 게. 또 인간이 저지른 온갖 악행에 벌을 내리는 것도 이만저만해야지. 땅, 하늘, 바람, 비와 함께 농사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 아닐 수 없으니. 그래도 어쩌겠나. 한 알 한 알, 더 정성껏 돌보고 살펴야지.
이제 아래쪽 밭으로(8월 11일/무더움 24-32도)
위쪽 밭 정리하는데 보름 넘게 걸린 것 같다. 비가와도 엔간히 와야지. 하루, 이틀 일하고 사나흘 쉬고 하니. 이건 당해낼 재간이 없다. 하루만 지나도 풀 자라는 속도는 무서운데 말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고구마며 옥수수, 고추 등 채소를 심은 위쪽 밭은 정리가 다 됐다. 물론 아싸라하게 포기한 곳도 있다. 그런데는 풀이 무릎을 지나 허벅지까지 자랐다. 군데군데 그 틈에서 콩도 자라고 옥수수도 보이긴 하지만. 나중에 아래쪽 밭을 다 정리하고 나면 모를까. 지금은 영.
아무튼 이제 내일부턴 아래쪽 밭으로 가야 하는데. 어이쿠. 또 비 소식이다. 주말에 비. 월요일 하루 쉬었다가 화, 수에 다시 비. 비. 비. 비. 이러다 8월에 비 안온 날이 열흘은 되려나. 예년보다 빠른 추석에 비까지 이리 오니. 과수며, 채소며, 심지어 벼농사까지.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얘기들이 많다. 가뜩이나, 잡을 생각이 없는 건지, 잡을 방법을 모르는 건지.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이러다, 대체 747 공약이 뭐였더라. 물가 상승률 연 7%, 농산물 수입 증가율 연 47% 인가????
시인 송경동에게 ‘희망버스 기획자’라는 꼬리표가 달렸습니다. 희.망.버.스.기.획.자.
혜화 경찰서에서
영장 기각되고 재조사 받으러 가니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핸드폰 통화내역을 모두 뽑아왔다
난 단지 야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혀왔을 뿐인데
힐금 보니 통화시간과 장소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청계천 탐앤탐스 부근……
다음엔 문자메씨지 내용을 가져온다고 한다
함께 잡힌 촛불시민은 가택수사도 했고
통장 압수수색도 했단다 그러곤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며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
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
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
트럼펫이나 아코디언도 좋겠지
일년치 통화기록 정도로
내 머리를 재단해보겠다고
몇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내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사막 모래산맥에 새겨진 호모싸피앤스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 몇천 미터는 채증해놓고 얘기해야지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이게 뭐냐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창비. 2009.
고구마 밭 정리 - 첫째 날(8월 5일/무더움 23-34도)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비가 멈추니 이번엔 폭염이다. 이제 풀은 무릎까지 올라올 지경인데 이래저래 풀 잡기가 쉽지 않다. 한 이틀 바짝 일해서 한쪽 풀을 정리하고 나면 비 오고. 한 사나흘 쉬었다 밭에 나와 보면. 여전히 손을 못 대고 있는 곳은 풀이 쑥쑥. 정신없이 낫질을 해야 겨우 여기가 밭이었던가, 싶으니.
주말 지나고 나면 태풍 영향으로 또 비가 사흘 가까이 온다고 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일요일까진 고구마 밭을 다 정리해야 하는데. 옥수수 심어 놓은 곳도 눈에 밟히니. 하는 수 없다. 눈 가는 데부터 시작해야지.

고구마 밭 정리 - 둘째 날(8월 6일/무더움 24-33도)
연 이틀 30도가 넘는 무더위다. 어젠 34도. 오늘은 33도. 이 정도면 가만있어도 땀이 흐르니, 새벽부터 나가야 겨우 몇 시간 일을 할 수 있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구 밭을 기어 다니려니. 세 시간도 채 일을 못한다. 9시가 조금 넘어 겨우 베어 낸 풀 사이로 고구마 줄기를 정리하니. 뱃속은 꼬르륵, 땀은 주르륵.

해방 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투쟁은 참으로 힘겨운 것이었습니다. 테러와 암살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급기야 수백만 명이 죽어야만 했던 참혹한 전쟁까지 일어났으니 말입니다. 어떤 이들은 한반도가 가진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이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은 독립이 이런 비극을 낳았다고도 합니다. 아니 ‘어버이 연합’ 어르신들 말마따나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처절한 과정”이었을 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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