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발방

from 글을 쓰다 2011/07/21 15:56

오세훈 시장이 결국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건데요. 이미 주민투표 청구 서명을 받기 전부터 되도 않는 말장난으로 꼼수를 부리더니. 이젠 허위 명부에 서명위조 등으로 십만 명이 넘는 서명이 무효로 판명됐고. 심지어는 조직적 불법 서명 의혹이 불거지는데도. 이기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유리하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거야 말로 야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지만 ‘세빛둥둥섬’, ‘경인운하’ 등 ‘한강르네상스’가 감사원으로부터 탈법, 사업타당성 결여를 지적받았고. ‘디자인서울’이나 ‘뉴타운’도 이미 파탄 난 정책으로 드러났는데. 시장 선거 직후, 고개 숙이고 자숙하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마냥 분별없이 함부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여전한 것이, 아무리 봐도 누굴 복제한 것 같습니다. 아니, 말이 씨가 된다고. 대통령 선거에라도 나올까 걱정되니. 이것 참, 서울 사는 것도 아닌데 걱정이 이 정도니, 서울 사는 사람들은 오죽이나 할까요. 참 갑갑합니다.

 
마구발방 : 법도 없이 마구 하는 언행. 분별없이 함부로 하는 말이나 행동.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등학생 점심으로 대선 ‘도박’에 나섰습니다. 밥 한 끼에 무슨 ‘복지포퓰리즘’을 덧씌우더니, 마침내 더러운 야욕을 드러낸 겁니다. 게다가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면 정신이 번쩍 들 것’이라며 자기 당(黨)마저 협박하는데. 대체 오 시장의 마구발방을 누가 당해낼런지요. 정권재창출이라는 단일 목적을 위해 추임새를 올리는 조.중.동, 요란한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는 보수진영. 가만 보면 길길이 날뛰는 것도 이들이 있으니 그러할 터이지만. 그래도 그렇지요. 세금이 무슨 쌈짓돈이랍니까. 주민투표 할 돈 있으면 차라리 그 돈 더 보태 무상급식이나 할 것이지. 몇 백억 원을 몽니 부리는데 쓰다니. 모쪼록 내년 총선이고 대선이고 그이 말마따나 ‘정신이 번쩍 들 게’ 잘 해야겠습니다. 아니 ‘정치 현장에서 사라진들 어떠냐?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한 말마따나 확실히 책임지게 해야겠습니다. 슬슬 꼬리 내리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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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1 15:56 2011/07/21 15:56

1.

김흥국이 1인 시위에 이어 삭발까지 했답니다. 너무나 부당하다는 것인데요. 가만 보고 있으려니 너무 외롭게 싸우는 것 같습니다. 구원군이라고는 정몽준, 이 한 사람인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 양반은 되레 짐을 지우는 꼴이라. 차라리 뒤에서 코치나 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뻔. 하긴 축구공으로 끈끈이 맺어진 우정이 오죽이야 하겠습니까. 절친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요.
 
뭐, 정몽준이야 그렇다 쳐도, 대선에서 2MB 지지 선언까지 했는데. 우리 보수우익 ‘동지’들 코빼기도 볼 수 없으니, 참 이상합니다. 하다못해 조.중.동도 잠잠하고. 기껏 늘 뻘 소리로 일관하는 모, 모 인사들이나 지들끼리 모여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문화권력’ 운운하고만 있으니 말입니다. 이정도 사건이면 ‘가스통’이라도 굴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헌데 ‘불똥’이 딴 데로 튀었습니다. 이제 김여진을 방송에서 보기 어렵게 됐거든요. 진작부터 이런 걸 만들려는 속셈이었겠지만. 때는 이때다, 일명 ‘김흥국 사태’를 이용해 사규로 ‘소셜테이너’의 방송 출연을 금지 시키겠다고 나섰으니. 헌법에도 보장돼 있는 정치.사상의 자유를 일개 사규로 막겠다는 것도 웃지 못 할 코미디이긴 하지만. 이 무슨 웃긴 ‘형평성’인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제 발등 찍는 짓거리밖에 되지 않는, 그 방송국 노동조합의 입장은 대체 뭐랍니까.
 
록그룹 YB밴드 보컬 윤도현은 모 방송국 인터뷰에서 록이 무어냐는 질문에 ‘저항’이란 말 대신 ‘에너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나가수’ 출연 이전 지난 2, 3년간이 그에게 ‘록’을 ‘에너지’로 바꾸게 한 것인데요. 어느 한 순간 모든 방송에서 사라져야 했던 YB가 돌아와 “광고주분들 때문에 부담”까지 갖게 되면서 할 수 있는 말이란. 그래, 딱 저만큼이구나 싶어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미선.효순 추모 집회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 윤밴이 맞나 싶었거든요.
 
2.
그룹 U2는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헌정하는 곡을 썼습니다. 빈곤, 인권과 같은 사회문제에 늘 비판적인 가사로 노래를 만들던 그들에겐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U2는 이 노래로 인해 각종 인종차별단체, 특히나 KKK로부터 많은 협박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선 보노를 죽이겠다는 경고까지 받았습니다. ‘Pride를 연주하면 죽이겠다.’ 그러나 U2는 끝내 그 노래를 부릅니다. 보노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걸 안 베이시스트 아담이 연주를 하는 내내 방패막이로 선 채 말이지요. U2의 리더 보노는 2010년 4번째로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2006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UN 총회 연설을 위해 뉴욕으로 날아왔습니다. 당시 미국 내 보수진영들은 차베스를 일컬어 ‘라틴의 후세인’이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차베스가 뉴욕에 도착했을 때 정작 욕을 먹은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손수 뉴욕 빈민가를 안내하고 베네수엘라 민중과 미국 빈민의 연대를 얘기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도 흔치 않게 등장하는 흑인 배우. 이전에도 반세계화, 반신자유주의를 목표로 한 세계사회포럼에도 모습을 나타내 미국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난한 적도 있고,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미국 내 흑인들의 단체인 ‘트랜스아프리카포럼TransAfrica Forum’의 의장을 맡았던. 바로 대니 글로버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3.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초대로 에스타디오 나시오날(국립경기장)에서 시낭송회를 가졌습니다. 일찍이 칠레 공산당원으로 상원의원까지 지냈고, 스페인 내전 당시에는 공화국의 편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때엔 반파시스의 전선에서 평화와 반전을 외치는 시를 쓰며 예술가들을 하나로 묶어냈던 그에게는 이 낭송회가 마지막 시낭송회가 됐는데요. 잔혹한 반공독재자 피노체트가 쿠테타를 일으킨 직후, 칠레 민중의 손으로 세운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가 전복된 뒤이지요.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겁니다.
 
미국 CIA의 후광을 뒤에 업고 대통령궁에 전투기까지 동원해 폭격을 퍼부었던 피노체트는 칠레의 좌파 시인인 이 네루다의 장례식이 공개적으로 치러지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칠레 민중들은 통행금지를 어기고 거리로 나섰고, 결국 네루다의 장례식은 독재정권에 대한 최초의 항거가 됐습니다. 이에 피노체트는 발파라이소의 네루다 자택과 시신이 안치된 산티아고의 자택을 약탈하고 파괴합니다.
 
4. 
2011년, ‘개콘’만도 못한 이 웃긴 일들에 쾌재를 부르고 있는 자들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를 직업이랍시고 ‘정치인’이라고 하는 이들과 ‘권력’을 가진, ‘권력’ 주위에 서성이는 자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틈만 나면 “정치란 말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는 건데 말이지”라며 거들먹거리고 싶은데.
 
‘네 까짓 게 뭘 안다가 그런 소리야’
‘노동조합이, 노동자가 정치를 하겠다고?’
‘교사, 공무원은 공복이므로 명령에 복종해야지’
‘연예인은 공인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공공연하게 말해선 안 돼’
 
라며 훈계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이젠 알아서들 편을 갈라 입 닥치고 있으니. 아니 물어뜯고 할퀴고 싸우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손 안대고 코푸는 격입니다. 
 
하지만 교사도 공무원도, 노동자도, 개그맨도, 가수도, ‘정치인’도, 화가도, 시인도, 모두 사람입니다.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누가 누구를 억압할 권리나 의무가 없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 ‘정치인’과 ‘권력자’들이라는 자들은 늘 그들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양 행세하고 있는 겁니다. 
 
뭔 일만 있다하면 외국에서는 어쩌구저쩌구, 미국에선 말이지요, 하면서 또 어쩌구저쩌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외국의 예를 들먹이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남들이 그렇다고 우리도 꼭 그래야 하는 법도 없고. 남들이 A라고 하는 걸 우리는 B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물론 ‘보편’이라는 잣대도 있는 것이고, 그 잣대란 걸 들이대면 이처럼 꼭 들어맞긴 하지만 말입니다.
 
호랑나비는 다시 날아올라 마이크 앞에 서야겠습니다. 김여진은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또 <시선집중>에서 봤으면 좋겠구요, 윤도현은 ‘나가수’말고도 다른 음악프로그램 섭외 1순위가 됐으면 합니다. 아, 김제동, 김미화, 김부선, 또 누가 있지요? 다들 어서어서 제자리를 찾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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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6 14:53 2011/07/16 14:53

평창이 결국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을 했네요. 미국도 못해본 ‘스포츠 그랜드슬램’이라느니, ‘득표기록도 새지평’이라느니, 난리도 아닙니다. 뭐, 두 번이나 실패한 끝에 이룬 것이니 호들갑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겠다, 싶었지만.

 
4대강 삽질 이어 치적 자랑할 거리 하나 더 만들러 더반까지 날아간 2MB. 새구두를 사 놓고도 끝내 그 구두를 신을 수 없었던 한 노동자와 반드시 살아서 그 노동자의 영혼을 안고 내려오겠다는 또 한 노동자를 크레인에 꽁꽁 묶어놓은 재벌그룹 회장. 각종 편법과 탈법으로 상상도 못할 부를 쌓으면서도 죗값을 치르기는커녕 되레 ‘사면’이라는 이름으로 법 위에 올라 서 있는 재벌그룹 회장. 늙은 노동자에게 수십억 원의 손배.가압류를 제기해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던 재벌그룹 회장. 희희낙락((喜喜樂樂), 신문이며 텔레비전을 장악한 꼴들을 모고 있자니 울화통이 치밉니다.
 
이번 참에 낙후된 강원도가 발전할 기회를 맞았다느니, 외국인 투자 유치에 관광 수입이 얼마가 될 거라느니. 몇 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떠벌리며 경제유발 효과를 얘기하는데요. G20 정상회의가 420조원이었다고 떠벌리는 판이니 수십조 원은 그냥 막 나오나 봅니다만.
 
평창과 경쟁했던 프랑스 안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반대위원회까지 만들어 격렬히 반대했던 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랬던 걸까요. 하기야 4년 전 감자밭이었던 곳을 밀어내고 이자만 하루에도 몇 억 원에 이르는 적자 덩어리를 만들어 놓는 짓거리를 자랑스러워하는 곳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터일 것입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면, 낙후된 곳이 발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덮어놓고 찬성하고. 반대도 아니, 그저 ‘못마땅’만 해도 차관이라는 사람까지 나서서 ‘우리 국민 아니다’라며 집단 따돌림을 하는데 어데 귀에나 들어오겠습니까.
 
유치 이전서부터 들썩였던 부동산 얘기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습니다. 또 주식시장도 호혜주가 어디니, 하며 급 관심이구요. 겪어봐서 알겠지만 단물은 이미 다 빠졌을 터인데 막차라도 타보라고 호객질인 셈이지요. 아니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밤새 기다리다 끝내 환호작약한 사람들이 있기에 더 그럴 수 있겠습니다.
 
고속전철에 복선전철, 고속도로가 2개. 산림유전자보호구역에도 스키장을. 강원도 재정상황은 제쳐놓고 국가채무만 봐도 2020년엔 1천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는데 대체 무슨 돈이 있어 이 생난리일까요. 뭐, 온난화를 부추기는 이런 짓거리들 때문에 다행히 2018년에도 눈은 펑펑 오겠습니다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오롯이 보고 느낄 수 있겠다 싶어 강원도로 가자, 했던 4년 전 생각이 틀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또 노동탄압 올림픽이나 인권탄압 올림픽, 뭐 이런 게 있다면 5관왕, 8관왕 정도는 우습게 차지할 위인들이 잔뜩 인상 구기는 걸 보고 싶었던 마음이. 밤늦은 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보게 한 이유이건만,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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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3 11:59 2011/07/13 11:59

장맛비 - 셋째 날(7월 4일/맑음 22-29도)

 

어제 또 비가 내렸다. 대충 70미리 정도. 이젠 머 내렸다하면 하루에 30미리, 50미리는 기본인가 보다. 그제 열심히 배수로를 파놓았긴 했어도 또 걱정이다. 물이 고인 상태로 하루, 이틀도 아니니. 해서 밭에 도착하자마자 웅덩이부터 살피고 괭이로 배수로 다시 파고. 서리태 심은 곳 풀 뽑다 다시 또 가서 물 잘빠지나 둘러보고. 그것도 모자라 집에 오기 전에 다시 들여다보고. 하지만 여전히 불안, 불안. 아무래도 내일까지 해서 단단히 물길을 내놔야겠다.

 

지루한 김매기(7월 5일/안개 후 맑음 19-30도)

 

매고 또 매고. 지루한 김매기다. 풀 올라오는 속도는 겁나 빠른데 하루걸러 비가 오고. 비 오지 않는 날은 10시만 되도 뜨끈뜨끈. 결국 딸랑 아침나절에 한 이랑, 저녁나절에 또 한 이랑이. 통 속도가 나질 않는다. 게다가 겨우겨우 콩 심은 곳 끝내나 싶으니. 이젠 팥 심은 곳이며 고구마 심은 곳이 난리도 아니다. 이래저래 열심히 풀만 매다 올 여름 다 갈듯. 아, 아무리 밭농사는 풀을 어떻게 잡느냐, 라고는 하지만. 지루한 김매기에 몸이 지친다.

 

서리태, 팥 또 심다 - 첫째 날(7월 6일/안개 후 맑음 19-30도)

 

풀을 매기 전엔 잘 몰랐는데 장마가 시작되기 전 짧은 가뭄에 팥이며 콩이 여럿 죽었다. 팥은 이미 보름 전에 한 차례 더 심기는 했는데도 여기저기 싹이 나질 않은 곳이 있고. 서리태는 풀 사이로 잘 자리를 잡는 가 싶었는데 이른 더위와 봄 가뭄에 시들시들 잎이 다 떨어진 게 꽤 많다. 해서 오늘은 아침나절 서리태, 팥 심은 곳 초벌 김매기를 끝내고 오후엔 서리태와 팥을 또 심었다. 헌데 양을 잘 못 헤아려 각각 한 이랑씩을 못 심고 말았다. 내일부터 또 장마라는데 나머진 또 언제 심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무리 서리내릴 때까지 기른다고해서 서리태고. 늦께까지 심어도 수확할 수 있어 대파작물로 대표적인 게 팥이라고는 하지만. 더 늦어지면 안 될 터이니 말이다.

 

서리태, 팥 또 심다 - 둘째 날(7월 8일/비, 흐림 다시 비 22-26도)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잠깐 그치니 해가 나온다. 서둘러 팥과 서리태를 챙겨 밭에 나가 미쳐 다 심지 못한 곳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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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0 21:26 2011/07/1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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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어온 사람에게는 끝일런지 모르나(2008년 12월 15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 왔다, 싶으니 어디서 돌아서야 할지 망설여진다. 첨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까진 가본다, 였는데. 생각해보니 다른 이들은 모두 다 거기서 멈췄으나 걸음을 돌리려는 우리에겐 굳이 거기까지 가야할 이유가 딱히 없다. 7번 국도를 따라 긴 바다 길을 걷기로 했으니 이 길과 만나는 대대삼거리가 적당할 듯도 싶다. 헌데 마음 한구석엔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화진포니 대진과 거진에 있다는 등대니 이것저것 구경도 하며 가볼 때까진 가보자, 란 마음도 몽실몽실하다.  

 

날이 무척 포근하다. 한겨울 날씨를 생각하고 옷도 여러 겹 껴입고 왔는데 다 소용없다. 아니다. 아예 봄옷으로 갈아입어도 걷기엔 하나도 춥지 않다. 아까 차안에서 그리고 읍내에서 또 싸우느라 출발이 늦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꽤 많이 걸을 수 있겠다, 싶다.

 

7번 국도와 만나는 대대삼거리를 지나니 바다가 가까운 곳에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유난히 먼 곳까지 둥글게 보이는 하늘이며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오는 비린내 때문이다. 또 언제 나타났는지 갈매기 무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빙빙 돈다. 저 보성 득량만에서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뒀던 그 파란 바다를 근 4년 여 만에 다시 보게 된 거다. 발이 몹시도 시리겠지만 당장에라도 뛰어들고프다. 허나 구경은 다음번으로 미뤄두자, 하고 길을 나섰기에 먼발치서만 눈으로만 들여다보고 서둘러,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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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같이 햇살이 따사롭기는 한데 겨울은 겨울인가보다. 아니 바다와 가까이 하고 있어 그런가, 조금씩 바람이 차갑게 분다. 그래도 바지 안에 쫄쫄이까지 입으며 준비한 탓에 매섭단 느낌은 아직 아니다. 근처에 대나무와 소나무가 번갈아 보이더니 송죽리라는 이름을 드러낸 조그만 마을을 지나 조그만 모래사장을 갖고 있는 반암해수욕장까지 오랜만에 걷기도 한 탓에 조금 힘도 들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뿐사뿐 걷는다.

 

여기저기 멀쩡한 도로 놔두고 또 땅 파서 길 낸다고 공사하느라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질주한다. 하루 종일 있어봐야 고작 몇 백대나 지나갈까 말까한 길옆에 여름 한 철 잠깐 차 좀 밀린다고 뭉텅뭉텅 산 깎고 굴 뚫고 물위에 다리 놓는 일이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려는지. 하긴 어떻게 해서든 운하 만들려고 홍수피해는 조그만 지방 하천에서 더 많이 나는데 4대 강 유역에다 뭔 정비를 한다고 어마어마한 돈을 퍼붓는 나라에서 이까짓 일이야 뭐 그리  일이나 될까. 아무튼 바람은 점점 세지지 덤프트럭 피하느라 길 바깥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힘이 부친다.    

 

지도로만 보면 한 걸음이면 될 듯한데, 어째 걸어도, 걸어도 거기서 거길까. 비슷한 오르막길을 두 개나 오르고 이리 굽이 저리 굽이 꼬부랑길을 두 개나 지났는데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보니 아침에 싸우느라 어디까지 갈 건지 정하질 않았네. 통일전망대는 아니란 것만 이심전심이지 어디서 길을 돌아 나올 건지 확인도 하지 않았던 거네. 에구구. 김밥이랑 건빵이랑 먹으면서 쉬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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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운동부족인 것 같다. 장딴지며 엉덩이까지 결리는 게. 혹여 바지 속에 입은 쫄쫄이 때문에 혈액순환이 안 되서 그런가, 싶어 벗었는데 그때뿐이다. 별 수 없다. 조금가다 쉬고 또 조금가다 또 쉬고, 자주 쉬어가는 수밖에. 그리고 쉴 때마다 몸을 풀어주는 수밖에. 그래도 대진읍내에 못 미쳐선 논두렁을 걸어 철새 때를 쫓아가기도 하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는 모래톱을 밟아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바다를 향해 지어진 마을 안 정자에 올라 발 뻗고 쉬기도 하고 이름 모를 포구에선 방파제 위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보니 몸이 피곤해도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애당초 처음부터 걷기여행을 어디까지로 하자, 얘기하지도 않았거니와 오늘 아침엔 한바탕 싸우느라 또 정하지 않아 일단 가보자, 나선지라 그저 돌아서면 그만이겠지만 쉽게 돌아서질 못한다. 그렇다고 해질녘까지 걷긴 지금은 괜찮다지만 몸 상태도 그렇거니와 바람이 걱정이어서 아무래도 안 될 듯하다. 길이야 돌아서면 거기가 끝이고 다시 시작이니 어디면 어떻고 어디면 또 어떻겠냐만은 그래도 이왕지사 적당한 곳을 찾아보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해서 그저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다시 길을 돌아서기로 하고 여기가 어딘가 둘러보니, 마차진이란 곳이란다.

 

* 스물다섯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거진읍 대대삼거리에서 마차진해수욕장까지 7번 국도를 따라 약 18km를 4시간 30분

 

* 가고, 오고

춘천터미널에서 거진으로 가는 시외버스 첫차는 7시 10분이다. 이 차를 놓치면 다음 오후 차 이외에는 홍천을 경유하거나 속초로 돌아가야 한다. 마차진이나 그 위 명파리까진 속초까지 운행하는 군내버스가 자주 있으니 이 차를 타고 거진이나 속초로 나와 춘천행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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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4 13:42 2011/07/04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