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11년 만천리 2011/10/24 10:44

팥(10월 17일/맑음 3-16도)

 

5일 만에 밭에 나온다. 금요일 하루 비가 오긴 했지만 고구마도 다 캐고 해서 좀 쉬었다. 메주콩 베어 너는 것 빼곤 이틀에 한 번 정도 나와 팥과 녹두만 거두면 되니까. 헌데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진다고 하니 걱정이다. 내일은 영하로 떨어진다고까지 하고. 그러면 딴 거는 몰라도 팥이 제일 큰 문제인데. 다행히 수요일부턴 다시 평년 기온을 되찾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계속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게 다 작년에 있었던 일 때문인데. 하지만 어쩌겠나. 날씨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 하늘이 하는 일이라 생각해야지. 들깨 베어놓고 한 시간 넘게 팥꼬투리 따냈다.

 

결국 팥이.....(10월 19일/맑음 1-20도)

 

딱 하루 0도 가까이 떨어진 날씨에 팥이 심상치 않다. 잎은 다 시들시들 채 여물지 않은 꼬투리들도 시들시들. 그나마 조금이라도 여문 것들은 어찌 건질 수 있겠지만. 그것도 따서 까봐야 알 듯.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건지, 참 답답하다. 허한 마음 때문이지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겨우겨우 정신 차리고 위쪽 밭에 심었던 메주콩만 베어서 널어놨다.

 

춘천 날씨, 팥(10월 21일/맑음 8-21도)

 

날씨 탓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죽은 것 죽은 거고. 얼은 건 얼은 거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여문 상태였던 것들이라도 따서 건져야지. 그것마저 그냥 뒀다간. 그야말로 팥은 반도 못 건질 듯. 그러고 보면 작년엔 작년대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를 보면 그래도 작년이 나으니. 아무래도 춘천 날씨로는 팥 재배가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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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4 10:44 2011/10/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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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울거리다

from 글을 쓰다 2011/10/20 16:21
서울 시장 선거가 점입가경입니다. ‘검증’이란 이름으로 상대 후보에 대해 온갖 트집 잡기에. 아니면 말고 식 폭로까지. 또 받아쓰는 데 급급한 언론도 덩달아 나서니. 말이 좋아 ‘과열양상’이지. 이것만치 더러운 구정물이 또 있을까도 싶네요. 한마디로 진흙탕 속인데. 가만 보아하니 목적을 이루려고 애를 몹시 쓰는 모습이 이젠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애당초 이 선거판이 5세훈이 부린 몽니 때문에 생긴 것이고. 또 그 때문에 혈세 수십억 원이 날아간 것도 있는데. 이젠 시민들을 둘로 나눠 서로 헐뜯고 싸우게 만들고 있는 꼴이라니.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염치란 게 있기나 한 건지. 이럴 땐 그저 여기저기 휩쓸리지 말고. 이말 저말에 팔랑거리지 말고. 숨기려는 것이 무언지 살펴보고. 내세우는 정책 이 말잔치는 아닌지 꼼꼼히 살펴봐야겠습니다.
 
터울거리다 : 목적을 이루려고 애를 몹시 쓰다.
 
지지율이 역전됐다느니,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들을 쏟아내느니, 유력 대선 주자가 나서느니. 서울 시장 선거에 ‘올인’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기에 차분히 정책과 후보 검증에 나서야 할 언론이 나서서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아무리 총선, 대선이 코앞이라고는 하지만 터울거리는 것도 엔간해야지요. 서울 시민, 아니 국민들까지 둘로 쪼개고 나누어서야 되겠습니까. 이제 투표일도 얼마 남질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검증’은 ‘검증’답게. ‘정책’은 ‘정책’으로. 그렇게 승부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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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0 16:21 2011/10/20 16:21

고구마 캐기 끝

from 11년 만천리 2011/10/15 18:01

고구마 캐기 - 다섯째 날(10월 10일/안개 후 맑음 10-21도)

 

고구마 캐고 오늘이 제일 안 좋다. 크기도 자잘한 것만 나오고 양도 적고. 덕분에 일은 빨리 끝났고 자전거도 가벼워 오르막길이 편하긴 했지만.

 

고구마 캐기 - 여섯째 날(10월 11일/안개 후 맑음 11-22도)

 

언제 서리가 내릴지 모르니 팥만 보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이제 막 수확을 하기 시작했으니 꼬투리 대부분이 아직 파랗고. 그러니 작년처럼 또 절반도 다 따지도 못할까봐서다. 해서 급한 마음에 채 여물지도 않은 걸 따는 건 어쩌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여물었다 싶은 것들은 매일 매일 따낸다. 고구마 캐내고 캐낸 고구마 잠깐 일광욕 시키는 틈에.

 

고구마 캐기 - 마지막 날(10월 12일/안개 8-17도)

 

오늘로 고구마는 다 캐냈다. 이제 밭에 남은 건 메주콩, 서리태, 팥. 비 그치고 다음 주 후반쯤에 메주콩은 베어 널고. 팥은 틈틈이 따 내고. 서리태는 이달 말까진 더 키우고. 오며가며 지주 옮기면 올 농사도 끝이다. 아니 만천리 밭농사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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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5 18:01 2011/10/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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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시장 선거가 뜨겁습니다. 5세훈이가 판을 깔았는데. ‘마사지걸’ 운운하는 대통령이 ‘도가니’를 보고 ‘사회의식’ 어쩌구 하는 것으로 한참 웃게 만들더니. 서울시장으로 나선 나경원은 되레 장애인을 발가벗겨 낯 뜨겁게 만들고. 이쪽 동네 얘긴, 맞아요. 어물전 꼴뚜기가 어디 가겠어요. 하지만 안철수로부터 시작된 바람이 결국 박원순이라는 폭풍으로 번지면서 후끈 달아올랐는데요. 민심보다도 더 화들짝 놀란 건 이른 바 ‘야권’들. 민주당은 당대표가 사퇴하니 마니까지 하는 소란이고. 뭐, 고만고만한 지지율이던 민주노동당은 겨우 체면치레나 했나. 에구구, 진보신당은 무너져가는 집 고치느라 강 건너 불구경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
페포네라는 읍장은 사회주의자입니다. 그것도 아들에게 ‘레닌’이라는 이름으로 영세를 주려고 하는 아주 ‘골수’입니다(<영세>pp.51-58). 반면 읍에 유일한 가톨릭교회 신부인 돈 칼밀로는 읍장에게 아주 골칫거립니다. ‘레닌’이란 이름으로 영세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당 게시판에 ‘페포네 바보’라고 쓰질 않나(<성명서> pp.59-70). 광장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성당 종을 마구 치질 않나(<경쟁> pp.81-91). 아무튼 앙숙도 이런 앙숙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성당에서 서로 치고 받으며 난투극을 벌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페포네와 돈 카밀로는 함께 파업 중인 농장에 몰래 들어가 소 먹이를 주기도 하고(<사람과 동물> pp.145-160). 쫓겨난 카밀로 대신 온 새로운 신부가 기존 질서를 허물자 이에 대항해 페포네가 나서기도 하고(<고향으로의 귀화> pp.112-125). 할머니 선생님이 남긴 유언을 지키기 위해 서로 한 발씩 물러설 줄도 알기에(<할머니 선생님> pp.227-237).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고나 할까.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마을이 있진 않겠지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사이입니다. 이렇게 조반니 과레스키(Giovanni Guareschi, 1908-1968)는 상상하지 못할 기발한 상황들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신부님 우리 신부님>이란 책에 담았습니다. 책 표지 날개에 ‘이념과 사상의 대립을 협력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반영, 냉전 체제에 지친 유럽 사람들에게 대단한 평판을 얻었다’고 써 있지만. 그건 그닥 공감하기가 쉽지 않지만 말입니다.
 
3. 
연일 때리기입니다. 대기업 후원에 230만 원짜리 월세, 병역문제까지. 네거티브 안 하겠다면서 검증이라며 쏟아내는데. 이거 정신없습니다. 게다가 언제부터 정책선거를 했다고, ‘747 사기’ 당(黨)에서 공약(空約)들을 쏟아내는데. 가만 보니 이만하면 선거판이 대선급입니다. 그에 반해 박원순으로 뭉친 야권은 한참이나 어리숙해보입니다. 민주당이 부리는 몽니야 예상했던 바이지만. 거기에 놀아나고 있는 민주노동당도 그렇고. 잿밥에 더 관심 많은 참여당이나 진보신당, 탈당파들까지. 이렇다 할 정책은커녕 호기를 놓치고 있는 모양새니. 초반 기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하고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마딱치 않은 이 호들갑이 여간 거슬렀던 게 아니었던 차라. 이쯤해서 정신들 좀 차리려나 싶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튼. 우리나라엔 켄1)과 같은 ‘좌파’ 시장이 나오려나, 묻는 건. 뜬금없는 얘긴가요?
 

 

1) 1980년대 영국은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런던 시정부를 이끈 사람은 노동당 내에서도 좌파에 속하는 켄 리빙스턴이었습니다. 켄은 대처가 철도를 죽이고 도로를 확충할 때 반대로 대중교통요금을 획기적으로 내려 자가용을 줄이는 정책을 폈습니다. 또 이명박이 서울시장을 재직하던 중 도입했던 대중교통 환승할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티켓 하나로(Just The Ticket)'도 시행을 했구요. 중앙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공기업을 팔아치우는데 앞장섰을 때 리빙스턴은 민간기업을 인수, 공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만들어 일자리를 늘렸습니다. 그리고 광산 노동자들을 무차별 해고할 때 시와 주민이 함께 마주 앉아 도시개발 계획을 새로 구상했습니다. 이렇게 사사건건 보수당과 마찰을 빚게 되자 대처는 런던광역자치단체를 아예 없애버립니다. 이후 1986년부터 1995년까지 런던은 광역차원에서 자치단체가 없는 시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런던 시정부가 복구되자 켄은 다시 직선시장으로 취임합니다. 그리고 도심혼잡통행료 제도를 실시해 ‘대중교통의 천국’을 되살리는 등 과거의 정책들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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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13:58 2011/10/12 13:58

고구마 캐기

from 11년 만천리 2011/10/09 21:13
밭이 팔렸다(10월 5일/맑음 10-21도)
 
한 달 쯤 됐나. 갑자기 밭을 네 등분으로 나누고 끈을 쳐놓더니. 츄레라도 아닌 것이 냉동차도 아닌 것이. 자물쇠까지 채워놓은 거 보니 버린 건 아닐 터인데. 박스차 한 대가 밭 한귀퉁이에 서 있었다. 밭에 끈이 여기저기 쳤을 때도 주인은 말이 없었고. 급한 사람이 물  구한다고. 먼저 전화를 했더니 그제야 밭을 팔 거라고 한다. 박스차를 누가 갔다 놨나 궁금은 했지만 뭐 그쪽엔 심은 것도 없으니 별 생각 없이 지났는데.
 
오전에 고구마 캐고 팥꼬투리 따고 있는데 봉고차 한 대가 박스차 뒤에 조용히 선다. 그리곤 두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며 자물쇠를 열고 뭔가를 꺼냈다, 넣었다를 하는데. 밭에서 일하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나 말도 없다. 해서 뭐하는 사람들이냐, 왜 밭에 세워놨냐 했더니. 허참, 밭주인이란다. 그리고는 전 주인이 얘길 안 했나 본데, 밭을 내가 샀고 여긴 풀밖에 없으니 그랬다고 한다. 이런 전 주인이나 새 주인이나 어찌 다 이러냐. 어차피 내년엔 농사를 잠시 접어야 하니 다행이지 이래서야 뭘 하겠나 싶다.
 
아무튼 이래저래 새 주인과 일단 밭에 심어놓은 거 수확할 때까진 다른 일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걸 확인하고. 전 주인에게 밭이 팔렸으면 팔렸다 얘길 해줘야지 그럼 되느냐며 따끔하게 한 마디 하고. 꼬투리 따던 거 마저 따고. 고구마 캔 거 흙 털어 봉지에 담으니. 어이쿠 12시가 훌쩍 넘었다. 이런, 젠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구마 캐기 - 첫째 날(10월 6일/맑음 9-21도)
 
오늘부터 다음 주까진 줄기차기 고구마를 캐야 한다. 간간이 녹두, 팥꼬투리 따고. 마저 기장 수확하고. 메주콩 다 여물면 베어 너는 것 빼곤.
 
고구마 캐기 - 둘째 날(10월 7일/맑음 6-21도)
 
일교차가 크다. 15도나 되니. 자전거에 오르면 춥고 일하다 보면 덥고. 딱 감기 걸리기 좋은 조건이다. 몸 조심해야겠다.
 
고구마 캐기 - 셋째 날(10월 8일/박무 후 맑음 8-22도)
 
하루에 한 고랑씩 캐고 있으니 이제 4일만 더 캐면 되는 건가. 오늘도 고구마 캐고, 녹두 꼬투리 조금 따왔다.
 
고구마 캐기 - 넷째 날(10월 9일/박무 후 맑음 8-20도)
 
매년 하는 일이지만, 자전거로 고구마 나르는 일은 참으로 더디다. 맘 잡고 하면 하루면 끝날 일을 일주일씩이나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어차피 팥이며 녹두 꼬투리 따러 이틀에 한 번은 나와야 하니. 하루걸러 운동하느니 매일 하는 게 낫다, 생각해야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10/09 21:13 2011/10/0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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