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기저기 초콜릿이 넘쳐나는 걸 보니 밸런타인데이가 얼마 안 남았나 봅니다. 뭐, 애당초 초콜릿을 좋아하지도 않은데다. 무슨, 무슨 날이다 해서 격식을 차리거나 뭘 주고받는 것도 싫어하니. 그리 눈꼴사납진 않지만. 저 많은 초콜릿들이 대체 어디서 만들어진 건지는 궁금하기도 하고. 또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우습지 않은 날이 있는지 알아보고도 싶고. 초콜릿은 코코아로 만든다는데 코코아는 어디서 재배되는 걸까? 저 초콜릿에는 코코아가 얼마나 들어있을까? 혹 설탕덩어리는 아닐까? 코코아를 심고 기르고 수확하는 사람들은 정작 초콜릿을 구경조차 못한다고 하던데.....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생겨나는 물음들은. 가만 얼마 전 읽은 <공정한 무역, 가능한 일인가?>에서 읽었던 구절들이 아니지 뭡니까.
 
2.
노무현이 한미 FTA를 하겠다고 나서자 곧 반대 운동이 일어났었지요. 헤비급 선수와 라이트급 선수가 맞붙는 게임이 공정한 것이냐? 말이 좋아 선진금융기법이지 ‘먹튀’나 하는 금융자본을 들여오려는 것이냐? 자동차 팔자고 농수산업을 포기하려는 것이냐? 하면서 말이지요. 물론 지금도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협정문을 폐기 하는 게 옳다고 믿지만. 그때 당시 꽤나 열심히, 아니 입에 거품 물며 반대 운동하던 사람들에게 물었던 질문을 떠올리면. 지금도 고개가 갸우뚱하고 다시 물어보고 싶지 뭡니까.
 
“한미 FTA가 문제냐? FTA가 문제냐?”
“한미 FTA는 반대하고 한칠레 또는 한싱가포르 FTA는 찬성하느냐?”
 
사용자 삽입 이미지3.
공정무역의 대상이 되는 것들, 가령 책에서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는 커피, 초콜릿, 바나나, 청바지(청바지는 정확히 말하자면 원료가 되는 면을 말합니다)는 아프리카 또는 아시아의 가난한(GNP나 GDP와 같은 허황된 수치로 표현되는 의미로) 나라들에서 생산되지요. 그 가운데 초콜릿을 만드는 데 필요한 코코아는 가나를 중심으로 한 서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이 재배됩니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경제는 국가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코코아를 재배하는 농민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더구나 거대한 단일작물 생산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함께 경제적 불안정이 반복되거나 심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강제 개입해 실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일을 해결하기는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니. 초콜릿이 그저 달콤하기만 한 건 아니지요. 그러니 밸런타인데이란 게 얼마나 웃기고 한심한 짓거리인가요.
 
4.
조금은, 아니 사실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말이 좋아 자유로운 무역이지 FTA 자체가 자본의 무한 증식을 보장하는 것 말고는 민중들에게 하등 이익이 되질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우리와 체급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과의 FTA는 반대하면서 낮은 체급의 나라들과는 FTA를 찬성한다니. 솔직히 대안이 없질 않느냐는 말은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가졌던 물음이었던 셈이지요. 남이 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인가요. 하지만 그때도 분명 대안적인 무역은 있었습니다. 석유를 제공한 베네수엘라와 의사와 교사를 보낸 쿠바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공정무역. 서로 필요한 것들을 그저 맞바꾸는 그런 무역이 분명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 책 <공정한 무역, 가능한 일인가?>에서 찾고 있는 공정무역에 대한 가능성 역시 분명 고려할만한 대안 무역이었구요. 하지만 FTA(Free Trade Agreement)가 아니라 FTA(Fair Trade Agreement)를 외치지 못했던 건. 아니 생각지도 않았던 건 무엇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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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2 22:09 2012/02/12 22:09
곽노현 교육감이 풀려났습니다. 뭐 애당초 어떤 이유에서였건 잡아넣기만 하면 된다는 쪽에선 땅을 치고 분할 일이겠지만. 또 그래서 ‘화성인 판결’이니 뭐니 해대며 분개할 만도 하겠지만. 처음 일이 터졌을 때부터 다짜고짜 어울려 비난을 퍼붓던 진중권 교수가 다시 등장한 건 대체 뭐랍니까. 듣기에도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진보진영의 ‘정의’와 ‘도덕’을 다시 강의하려는 건가요. 솔직히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진교수 입장은 그저 곽노현 교육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몹시 인정머리 없고 매정스런 태도로 일관했어야 옳았다고 얘기하고 싶은 건가, 싶은 정도인데 말입니다. 뭐, 남이 뭐라 생각하던 자기 방식의 ‘정의’와 ‘도덕’을 끝 간 데까지 밀고 가기로 작정한 거라면 달리 할 말도 없지만. 이젠 속상한 걸 넘어 대체 그가 생각하는 고매한 ‘도덕’과 ‘정의’가 뭔지 알고 싶을 정돕니다. 그러니 이제 진중권 교수가 진중하게 말해줬으면 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요? 
 
냉갈령: 몰인정하고 쌀쌀한 태도. 몹시 인정머리 없고 매정스러운 태도. _____부리다.
 
처음부터 당사자들 얘긴 들어볼 필요 없다고 한 사람들이 있었지요. 잡아넣으려는 쪽은 당연지사. 한편이라고 여겼던 사람들마저 그랬습니다. 그 가운데엔 ‘도덕’과 ‘정의’를 훈계하던 사람도 있었지요. 한마디로 곽교육감이 박명기 교수를 냉갈령하게 내쳤어야 했단 얘깁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오얏나무 아래 갓끈 고쳐 매지 말라’식 ‘정의’와 ‘도덕’이 무슨 ‘도덕’과 ‘정의’랍니까. 누군 ‘화성인 판결’이라고도 하더군요. 188쪽에 달한다는 법원 판결문. 그 안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다고는 생각지도 않습니다.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사자들이 어떤 생각이었는지도 다 있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곽노현 교육감이 생각하는 ‘정의’와 ‘도덕’이, 강경선 교수가 말하는 ‘도덕’과 정의‘가 무엇인지도 조금은 있겠지요. 그래서 말입니다. 조금 많긴 하지만. 싸 잡이 옳으니, 그르니 하기 전에. 그 판결문을 한번이라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진중권 교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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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2:39 2012/02/07 12:39
반나절 걷기, 양양 물치항에서 읍내까지(2010년 8월 19일) 
 
애당초 1박 2일로 계획을 세웠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반나절, 아니 겨우 세 시간 남짓밖에 걷질 못했다. 몸도 무겁고 머리도 아프고. 아무래도 밤늦도록 마셔댄 술에. 아침나절부터 설악에 올랐던 피로가 쌓인 탓이렷다. 멀리 양양 읍내가 보이고. 6시 40분, 춘천으로 가는 차를 타기 위해선 서둘러야 하는데도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간단히 요기라도 하고 버스에 올라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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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서둘러야 할 일이 없기에 한계령으로 향했다. 또 내일이면 걷다 만날 터이지만 낙산도 들렀고, 물치항에서는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는 오늘 아침.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설악엘 올랐으니. 뭐. 남들이야 산보했다, 싶을 만큼만 걸어 올랐지만. 그래도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 맛좋은 점심을 먹고 다시 물치항으로.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헤어지고 길을 나서는데.
 
 
 
 
 
 
 
 
 
 
 
 
 
 
 
휴가철이 다 됐나. 만나는 해수욕장마다 파라솔이니 그늘막이니 이것저것 많이는 보이는데. 그것들 숫자만큼이나 되려나. 통 사람이 없다. 하긴 빠른 데는 벌써 고등학교가 개학을 했고. 다음 주면 대학들도 학기를 시작하니. 또 절기상으로도 처서(處暑)니 이제 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터이지. 허나 무더위는 이제 막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듯. 다행히 먹구름이 햇살을 가려주고 있긴 하지만, 무지하게도 덥고. 짧기 만한 휴가를 즐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에겐 참 고역이 아닐 수 없겠다. 어느 나라들처럼 여름휴가가 한 달씩 이기는커녕 이 눈치, 저 눈치 봐가며 고작 사나흘. 사람에 치이고 차에 치이고. 휴가이긴 한 건가. 
 
걷다, 쉬다. 또 걷다, 쉬다. 보이는 마을마다 들러 이것저것 먹기도 하고 둘러보기도 하고. 산만한 덩치로 따라오는 개를 피해 신호등도 무시하고 뛰다시피 곤충박물관으로 피신하기도 하고. 걷기 좋은 소나무 숲길을 보면서도 쭉 가던 길을 걷다. 후덥지근하지만 그래도 바닷바람이라고 그나마 나은 해변 길을 걷다. 남대천을 따라 늘어선 파란 잔디 밭, 송이 머시기 머시기 공원도 멀건이 바라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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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읍내가 보이자, 시계바늘이 6시를 향하자, 당초 내일 하루 더 머물면서 양양을 훑어보기로 했지만. 무거운 발걸음에, 무더운 날씨에. 더는 말도 없이 서둘러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하는데. 헉. 시외버스 요금이 또 올랐단다. 울며 겨자 먹기로 표를 끊을 수밖에 없는데. 이거야 원. ‘친서민정책’은 다 어디 있는 거지. 
 
* 네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물치항에서 양양 읍내까지 약 10km.
 
* 가고, 오고
물치항은 행정구역상 양양에 속해 있으나 속초를 경유해 가는 편이 빠르고 편하다. 하지만 그게 다 산을 관통해 만든 미시령터널 때문인지라 마음은 편치 않다. 구불구불 한계령을 넘는 길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도 피곤하지만 설악 경치를 볼 수 있으니. 서둘러 가야할 일만 없다면 더 나은 길이긴 한데. 이 역시 산허리를 잘라내 만든 길이라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 잠잘 곳
당분간 잠잘 곳, 먹을 것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조금만 가면 해수욕장에 항구가 연이어 나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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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13:16 2012/02/02 13:16
사용자 삽입 이미지일본이 결국 후쿠시마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도저히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걸 인정한 셈인데요. 20여 년 전 체르노빌을 떠올리자면 너무나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거짓말에 거짓말로 사건을 축소하고, 또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처럼 말해왔던 건. 핵발전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도 첨단과학기술을 제쳐놓고 편서풍을 죽어라 외쳤던 건. 그래요. 마찬가지로 핵발전 정책을 포기하기 싫어서였겠지요. 난데없이 등장한 전력난이 여름을 지나 겨울에까지 계속되고. 한국형 원전은 다르다며 새삼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며. UAE에 이어 터키, 요르단, 인도까지 언급하며 원전 수출을 외치는 것들 말입니다. 그래도 아무리 편서풍 때문에 안전하다 해도 말이지요. 이쯤 되면 그야말로 ‘닥치고’ 원전 수준인데. 그 꼴을 보고 있으려니.
 
타산지석(他山之石) 
 
난데없이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얼마 전에 읽은. 독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핵 발전을 포기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찾아서>란 책 때문이었을 겁니다. 책에는 독일의 정책전환 과정에서 체르노빌이 등장을 합니다. 물론 체르노빌이 결정적인 전환의 계기가 된 건 아니라고 하지만. 인식의 변화, 이미 시작된 전환의 물꼬를 확 열게 한 것은 분명하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리고 그런 변화는 독일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말하자면 전 유럽적으로 반핵, 재생에너지 열풍이 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안전, 안전하다고 해도 단 한 번의 사고로 전 유럽이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직한 공포와 충격에 빠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거꾸로 가는 나라가 있었으니. 후쿠시마 사고 때 호들갑을 떨었던 프랑스가 바로 그렇습니다. 일본이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사고 발생 직후부터 핵 강국 미국을 제치고 더 관심을 보였던 핵 발전 강국 프랑스 말입니다. 지금도 프랑스는 꼭 어느 나라마냥 핵 발전을 포기하기보단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길을 걷고 있으니.
 
어째 얘길 하다 보니 독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풍력, 태양열, 지열,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했는지가 쓰여 있는 책 소개보다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앞으로 나갈 방향으로 삼지 않고 있는 두 나라에 대한 얘기가 됐습니다. 허나, 뭐 어떻습니까. 내용이야 직접 책을 읽어보시면 될 것이고. 덤으로 옳은 길이 어떤 길인지도 알 수 있으니 제쳐놓고. 반성은커녕 아니 되려 위험과 죽음의 재가 뒤덮인 길로만 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으니. 무엇보다도 제대로 꼬집어주고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 게 지금으로선 더 시급한 일이니.   
 
타산지석(他山之石)
 
이 옛말을 꼭 좀 들려줘야겠습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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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20:36 2012/01/29 20:36
사용자 삽입 이미지정부가 삼척과 영덕을 핵발전소 후보지로 선정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재검토니 폐쇄니 하는 마당인데 말이지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던 모양이고. 처음부터 ‘녹색성장’ 원동력으로 삼았던 것이니. 아마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잠잠해질 기다렸던 모양새입니다. 물론 전부터 안전성을 높이면 문제없다고 했으니 더 큰 사고가 나도 밀어붙였을 터이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후쿠시마 폭발 사고 직후 단골로 등장하던 국내 핵공학자들 가운데 핵 발전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걸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하기야 잘못 말했다간, 아니 진실을 얘기했다간 당장 돈줄이 막힐 터이니 그랬을 것이고,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결국 사상누각이란 걸 고백하는 셈이니 그리 말하는 게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발생 훨씬 이전에 핵발전소가 가지는 이론적이고 기술적인 문제점뿐만 아니라 핵 발전의 원리까지 알기 쉽게 짚어주는 책을 펴낸 물리학자가 있었음에도 재앙을 막지 못한 일본을 보고 있으려니. 절대 그럴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핵 발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가지고 가야할 위험을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합니다.
 
게다가 후쿠시마 재앙이 있은 지 불과 3일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UAE 원전 기공식을 하질 않나, 알려진 것만 해도 서울 월계동에 이어 부산에서도 방사능 유출이 생겼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해에만 국내 원전사고 건수가 12건이나 되는데도 ‘닥치고 원전’만을 외치니. 때 아닌 원전 르네상스를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 수 없네요. 그저 앞으로 40년은 넘게 살아야 할 강원도에서만큼은 핵발전소가 들어서질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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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09:13 2012/01/16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