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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맘에 드는 동현 (7) 2005/07/27
  2. 시대회 준우승... (8) 2005/07/26
  3. 상처 받는 동명이... (5) 2005/07/01
  4. 쇼파를 또 바꾼단다... (3) 2005/06/28
  5. 다시 "휴대폰 사줘!" (6) 2005/05/25
  6. 돈, 공부... (8) 2005/05/03
  7. 피자 15판... (4) 2005/05/01
  8. 내가 가족과 따로 다니는 사연... (7) 2005/04/26
  9. 옷 좀 다리게 하지? (16) 2005/04/24
  10. 동명이 생일.... (7) 2005/04/21

맘에 드는 동현

from 나홀로 가족 2005/07/27 09:10

일요일, 암으로 아산병원에 입원중인 친척 형님을 문병가려고

신정동으로 가서 부모님과 둘째동생, 그리고 조카 두 놈을 태우고

부모님 집을 나섰다.

앞서가는 동현이의 종아리가 매맞은 자국이 선명하다.

맞은 날이 며칠 지났는지 이제는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걸 본 할머니가 가만 있을리 없다.

 

"동현아! 그거 누가 때렸노?"

".............."(동현이는 대답을 안했고.)

"내가 좀 때렸다."(동현애비의 퉁명한 대답이 돌아왔다.)

 

왜 애를 때리냐고 할머니는 물었지만,

애비고 자식이고 뚜렷한 대답이 없었다.

 

병원에 가서 문병을 하고선 동현이 손을 잡고선 다녔는데,

무엇때문에 그놈이 나한테 부탁할게 있었다.

"왜 맞았는지 알려주면 해줄게..."

"싫어 물어보지마."

"그럼 안해준다..."

"그럼,말할테니까 비밀로 해줘!"

"알았어."

"담배피다 들켰어..."

"허거!!! 어떻게 아빠가 알았대?"

"더이상 물어보지마!"

"얘기좀 해봐!"

"싫어! 자꾸 물어보지마!"

 

아침에 화장실에 앉아서는 갑자기 그생각이 나서는

혼자서 실컫 웃었다.

그놈 참 맘에 드는 놈이라니깐.. 우리 동명이 보다 좀 낫지 않을라나...

 

넘 재밋어서 집을 나서기전에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그놈 참 당돌하네..."

 

우리 동명이는 이미 범생이가 되어 가고 있는데,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이놈 동명이는

큰아빠 맘에 쏙 든다...

 

바로 요놈이다.

 

- 으~씨... 비밀이라 했는데, 비밀 못지켜 어쩌지?

   미안하다, 동현아! 큰아빠한테 비밀은 없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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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7 09:10 2005/07/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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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때려치우고 맨날 춤추러 다니기 바쁜 동명이는

이번주에 흥사단에서 가는 국토순례를 간다고 하더니,

대회와 겹쳐서 못간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간은 아예 집에도 잘 안오고,

외박을 해 가면서 연습에 열중한다고 했다.

 

지난 금요일 예선을 통과했다고 했고,

어제 본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야, 똘! 연습 많이 했냐?"

"응..."

"아빠가 응원 갈까?"

"오지마."

"왜? 쪽팔려서?"

"응...."

"뭐가 쪽팔리냐? 응원도 하고, 사진도 찍고...."

"됐어, 오지마..."

"알았어.."

 

오라고 해도 갈 생각도 여유도 없었지만,

이제 아빠가 나타나는 게 쪽팔리는 걸 아는 걸 보니까

제법이긴 하다.

 

저녁에 문자를 보냈다.

이자씩은 아빠 문자나 전화를 가끔 씹기도해서

앞으로 문자 씹으면 죽인다고 경고를 했다.

 

"공연 잘 했어?"

"대강.........."

"고생했다 푹 쉬어라 ㅎㅎ"

"오키ㅎㅎ 마싯는거 사와"

"잘났다 쨔샤, 엄마한테 사달래라 ㅋㅋ"

 

소주 한병 마시고는 더워서 집에 가서 그대로 퍼졌는데,

아침밥상에서 물었다.

"공연 어떻게 되었냐?"

"2등했어."

"그래? 잘 했네..."

"최우수상이라구..."

 

아내가 옆에서,

"어제 동희도 자기 친구가 밴드 공연 있다고 갔는데,  그기서 동명이 공연 봤는데,

'동명이 잘하대' 이러더라구..."

 

그자식은 동생 공연 구경간게 아니구 친구 공연 구경갔구나..

 

똘멩이 친구 싸이에서 사진한장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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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6 16:27 2005/07/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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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동명이가 집에서 밤 늦도로 공부를 한다.

물론 컴 켜놓고 채팅도 하고, 핸펀으로 연신 문자 보내고,

시간 되면 드라마 보는 것도 빼 놓지 않지만,

어쨌든 책을 들여다 보고 있고, 문제도 풀고 있다.

그러니 신기하기도 하고, 동명이는 그러면 안될 거 같기도 하다.

 

시험 볼때가 되기도 했으니까 그려려니 하지만,

시험공부 한다고 앉아 있는게 안스럽기도 하다.

 

"야, 돌멩아!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냐? 그냥 놀지..."

"별로 열심히 안해..."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하니 낼부터 시험보면 점수 잘 나오겠다."

"아니, 이번 시험은 망쳤어."

"시험도 안보고 망쳤냐?"

"공부도 안했으니까 안봐도 알지."

"공부 한다고 별로 나아지지도 않은데, 그냥 놀아."

"그래도 점수 안나온다고 엄마가 뭐라 하잖아."

"엄마야 항상 그러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시하면 되잖아."

"그래도 돈달라고 하면 공부도 못하면서 돈만 쓴다고 잘 안주거든...."

"그러거나 말거나지뭐..."

"그래도 상처 받는단 말이야...."

"........???"

 

상처 받을만 하겠다..ㅎㅎ

 

그런데, 과외도 하고 공부 해도 점수는 여전히 안나오는데,

또 자기가 맘 먹고 공부하려 해도 시험 성적은 그렇게 안나오니

자기 스스로는 얼마나 답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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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1 12:27 2005/07/0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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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내가 전화...

"동희 아빠! 형님 전화번호가 몇 번이야?"

"02-3663-XXYY인가.., 왜?"

"할 얘기가 있어서..."

 

그리고 오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동희아빠, 아까는 사장님이 옆에 있어서 얘기 못했는데, 쇼파를 샀어..."

"그거 안산다고 그러더니...."

"아침부터 와서는 식탁하나 사라고 해서, 돈없다고 했더니,

 그래도 하나 사라고 계속 #$%^&***%%....

  저번에도 얘기했듯이 식탁은 너무 비싸고, 할수 없이 쇼파를 샀어."

"................."

"그래서 집에 있는 쇼파를 형님한테 가져가라 했더니, 그러겠다고 하대..."

"알았어."

 

아침밥을 먹다가 한마디 건넸다.

"그 쇼파 누나한테 사라고 그러지 그랬어?"

"그걸 어떻게 사라고 해? 어찌되었거나 형님만 횡재했지뭐..

  근데, 동희아빠, 사장님이 그렇게 가구 사라면서 뭐랬는지 알아?"

"뭐랬는데?"

" '꼭 강요하는 것 같으면 안사도 되고...' 이러는 거 있지.."

"..........."

"하도 그러니 이렇게 하나 사는게 내맘이 편할 거 같아.."

 

얼마전에 사장의 사촌동생이 가구점을 새로 냈는데, 그기에 사장이 거의 돈을 대주었단다. 그리고는 한달에 얼마씩 갚으라고 했단다. 그래서 사장도 가구점 영업에 열을 올리면서 보는 사람마다 가구사라고 난리란다. 아내는 살 가구도 없고, 너무 비싸서 못사겠다고 했는데, 계속 사라고 하니 안살 수 가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 쓰고 있는 쇼파도 홈쇼핑에서 판다는 거였는데, 사장이 사면서 같이 샀다는 거였다. 어쨌거나 팔자에도 없는 쇼파를 몇달만에 바꾸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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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8 16:09 2005/06/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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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동명이가

"아빠, 휴대폰 사줘!"

"야, 쨔사, 고등학교 가면 사 주기로 했잖아. 왜 갑자기 휴대폰이야?"

"친구가 좋은 걸 샀는데, 나도 그거 사줘!"

"애비 팔아서 사라 임마, 고등학교 들어가면 좋은 거 사줄게."

"에이, 휴대폰 갖고 싶단 말야.."

"엄마한테 얘기해 봐라, 그럼.."

"엄마가 들어주기나 하겠어?"

"그런다고 아빠한테 달라 붙냐?"

 

그러더니 밤마다 아빠 휴대폰 빌려 달랬다가, 엄마 휴대폰 빌려 달래서는  누구와 열심히 문자질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물었다.

"동명아! 너 여자친구 생겼냐? 왠 문자질이냐?

"아니, 친구야..."

옆에서 아내가 거든다.

"동명이 여자친구 생길라 그런데..."

(생길라 그러는 건 또 뭐야? 작업중인가?)

동희한테 짖꿎은 질문을 했다.

"야 동희야 너는 동명이가 여자친구 생길 거라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지가 알아서 하겠지뭐..."

(그래, 니말이 정답이다..)

 

"아빠, 지난번에 깨진 휴대폰이라도 고쳐주면 안돼?"

"좋은 휴대폰 사달라면서? 그 고물을 어떻게 쓰려고?"

"그거라도 쓰게..."

"그거 안돼 고치느니 차라리 후진 휴대폰 하나 사는게 낫지.."

"그럼 후진 거라도 사줘.."

(엄청 급하게 필요하긴 한 모양이다...)

 

아내가,

"그래? 싼 휴대폰도 된다면 엄마가 사줄게... 토욜날 시간 내 봐라"

 

휴대폰 사러 가면 공자폰이나 싼 걸로 때워 질까?

 

이자식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면서 휴대폰 안쓴게 지난해 9월이니까 아직 1년도 안되었네.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산오리-2&id=378&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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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13:04 2005/05/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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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부...

from 나홀로 가족 2005/05/03 08:42

1.

지난 금욜이었지.

회사일로 출장가느라고 넷이서 차를 타고 안산으로 가고 있는데 아내가 전화를 했다.

"동희아빠, 당신회사 보너스 좀 안나와?"

"아니, 없는데..."

"지난 연말에 인센티브 얼마 나한테 준다했잖아."

"그때 줬잖아."

"아니, 안줬어."

"근데?"

"오늘 치과에 갔다 왔는데, 이를 네 개나 해야 한데. #$%^^&*$#%........그래서 돈이 필요한데..."

"없어..."

 '마이너스 통장이 계속 불어나고 있는 거 당신이 알잖아.'(이말은 옆에 사람들에게 쪽팔려서 못했다. 했다 하더라도 저쪽의 반응이야 별로 다르지 않았겠지만...)

"하튼 돈좀 보내봐!"

"당신이 사준 차 팔아서  써!"

".............."

 

2.

아침에 아내가 물었다.

"당신 핸드폰 줄은 누가 줬어?"

(그 줄 받은지 벌써 한달도 넘었을 텐데, 일찍도 물어본다...)

"응, 애인이..."

"애인한테 돈좀 달라고 하지?"

"돈을 써야 애인이 되지, 돈 달라고 하면 애인이 되겠어?"

"세월도 좋네."

"뭔 세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죽겠다고 난린데, 애인이나 찾고..."

".................."

"하긴, 돈 들이지 않으면 애인이나 있겠어.."

 

3.

애들은 요즘 중간고사 기간이다.

동명이는 자기 싸이 제목을 'ㅋㅋㅋ 평균80만 넘기고 춤추자'로 적어 놓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제 밤에는 앞 동 친구네 집에가서 2시까지 공부하고 왔다더니, 어제밤에도 밤 2시까지 공부했단다.

아내가 아침에 물었다

"동명아, 어제 시험 잘 봤냐?"

"별로..."

"80점 안될 거 같아?"

"응, 잘하면 될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새벽 2시까지 힘들게 공부하는데도?"

"공부해도 시험점수는 잘 안나와."

"그래도 동명이는 기특하다..."

동명이가 일어나서 화장실로 가는데, 동희가 한마디 한다.

"늦게까지 있으면 시험점수 더 안나와."

"너는 점수 잘 나왔냐?"

"난 일찍 자고도 수학은 맨날 일등이야.."

이 자식은 말하는 것도 정이 안간다...

 

새끼들의 공부하는 머리도 차이가 있는데, 동희는 지금까지 집에 와서 공부라고 들여다 보는 걸 못봤다. 동명이는 하겠다고 발버둥치는데도 자기 맘대로 잘 안된다. 그런 동명이에게 애비로써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머리좋은지, 공부 잘 할 놈인지 알아보고 낳을수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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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3 08:42 2005/05/0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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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15판...

from 나홀로 가족 2005/05/01 20:52

금욜밤인가 토욜아침인가 아내가 동희한테 뭐라 잔소리를 퍼부었다.

"몇반인지 알려주든지, 아니면 전화를 받든지 해야지 어쩌라구..."

".............."

"몇반이야?"

"11반..."

"그럼 2학년 11반으로 오늘 배달시키면 되는 거야?"

"응......"

 

금욜 밤에 동희가 엄마한테 자기네 반으로 피자를 배달시켜 달라고 하고서는

몇반인지 알려주지도 않았고, 아내가 전화를 했더니 받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오늘 점심에 아내에게 물었다.

"피자는 배달해 줬어?"

"응.."

"15판이면 얼마야?"

"20% 할인해서 24만원..."

"허거...."

 

동희한테 물었다.

"동희야! 너네 친구 엄마들이 피자 가끔 시켜 주냐?"

"어..."

"반장 엄마, 부반장 엄마... 이런 순서로 시켜주냐?"

"@#$$%%*^$....."

이 새끼가 제대로 대답하는 건 없다.

 

새끼들을 향한 엄마의 열정은 끝이 없다.

남편을 향해서도, 또는 다른 가족, 가족 밖의 사람들을 향해서도 자식을 향한 열정의 1%, 아니 0.1%라도 좀 가져 봤으면...

 

애들을 망가뜨리는 건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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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1 20:52 2005/05/0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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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내와 새끼들과 함께 손잡고 어디로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고 싶다.

그런데, 왜 그게 안되는 것일까? 왜 그걸 안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1. 어릴때를 돌아보면,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어딜 같이 다녀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아니다. 몇차례 있었다. 처음에 아버지만 서울에 와 계시고 그다음에 내가 왔는데, 아버지는 그 여름에 나를 데리고 창경원 구경을 시켜주셨다. 그때 그 옆에는 모르는 젊은 여자가 같이 있었는데, 아버지 회사 동료였는지, 아니면 애인쯤 되는 여자였는지 모르겠다.

하튼, 그리고 중학교 다닐때 언젠가도 인천의 작약도에 같이 놀러간 적이 있었다. 아버지 따라서 동생들과 같이 가서는 수영복도 없이 그냥 하얀 팬티만 입고 더러운 바닷물(70년대 초반에도 인천앞바다 물은 더러웠다.)에서 수영하며 놀았던 생각이 난다.

몇번 아버지를 따라서 놀러간 적은 있었지만, 중학교 이후에는 놀러 같이 간 적이 없었다. 당연히 아버지 따라서 다니는 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근엄함에 눌려서 착한 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했고, 아버지는 자랑스럽게(?) 아들을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소개했지만, 그 당사자인 나는 정말 싫은 노릇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심지어 결혼해서도 아버지는 내게 '큰애야 같이 가자'하면 나는 아무소리 없이 따라 나섰는데, 이건 연로하신 친척들에게 인사가는 거라든지, 돌아가신 분들을 조문한다든지, 병원에 계신 어른들에게 문병간다든지, 아니면 친척들 제사에 간다든지.. 하튼 내가 하고 싶은 일하고는 아무 상관없고, 재미 없는 일이었다.

스무살 넘어서부터는 아버지가 허리 아프시다고 묘사에 안가시고 큰아들인 나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나는 내 부모가 아닌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 묘소에 아들 대신에  손자로서 항상 묘사를 지내러 가고 있다.(할베, 할메는 좋아하실라나.... 장손하나 잘 뒀다고..)

그러니 애들이 부모를 따라 다녀서 좋은 일이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을 듯하다.

 



2.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생님께 부모님을 보인다는 것은 왠지 챙피스럽게 느껴졌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무슨 도둑질을 하신 것도 아니고, 고생스럽게 우리들 공부시키느라고 일하셨지만, 왠지 다른 돈많은 부모님들보다 못난 거 같고, 또 벼슬 높은 친구들 부모님보다 못난 거 같고, 그래서 부모님이 학교나 친구들 앞에 나타나는 것은 싫었다. 챙피했다.

특히 중학교 때 제법 산다는 친구들 집 몇군데 가 보고서는 그게 부럽기도 하고, 부모님이 친구들이나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심해졌다.

나이 들어서도 마찬가지 였다. 항상 '중심부'에 있지 못하고, '주변부'에서만 맴돌아 왔기 때문인지, 사람들에게 뭔가 꿀리는 듯하고, 뭔가 나는 모자라는 듯하고, 그래서 주눅이 잔뜩 들어서 있었다. 그런데, 부모님을, 형제를, 가족을 남들에게 드러내 놓는 것은 더 쪽팔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학교에서 배우거나, 심지어 책으로 나오는 부모님들의 얘기를 보면 우리 부모님은 그 10분의 1도 쫓아가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책으로 자기네 어머니 자랑이나 해 대는 건 다른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잘난 어머니들이나 내 어머니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글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거나 하면서  '훌륭한 부분'만 멋지게 표현하면 되는 것이니까...

어쨌거나 내 부모님들도 훌륭한 부모님이라는걸 알고 느끼게 된 건 정말 나이가 들어도 한참 들어서 였다. 어디서나 우리 부모님도 떳떳한 삶을 사셨고, 다른 누구의 부모님에 모자라지 않는다고, 아니 더 나은 분이라고 말할수 있게 된 것은, 내 새끼들이 한참 커 가면서 속을 썩이기 시작 하니까 그때서야 알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3. 결혼하고서 처음 몇 해 동안은 아내와 애들과 함께 어디든 가려고 노력했다. 난지 얼마 안되는 큰놈을 들쳐 업고서 놀러 가기도 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지 함께 다녔다. 언젠가 과기노조 창립 기념 등반대회에 두 놈을 다 데려 가서는 작은놈은 걷지도 못하는 놈을 주위 사람들에게 업히고 무동태워서 가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시켰는지..

그리고 회사사람들 놀러 가는데 춘천으로 함께 놀러 가다가 기차에서 통로로 담배피러 간다고 작은 놈 손잡고 통로로 나서다가 작은 놈 손이 기차 문에 끼여서 애 손을 못쓰게 만들뻔 했던 적도 있었다. 중간에 청평에서 내려서 병원에 가서 치료 받고 청평에서 도시락 까먹고 따로 놀다 온적도 있었다.

안양에 살았을때 애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데, 그때도 산에 다니는게 좋아서 관악산으로 항상 갔는데, 두 놈 손을 잡고 관악산에 올랐다. 초등학교 1, 2학년인 큰 놈은 그 먼 길을 불평없이 잘 걸었고, 길이 없는 곳을 걸어서 내가 힘들어 하는데도 그 놈은 싫은 내색 하지 않아서 얼마나 기특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여름철에는 아파트 뒷산에서 잠자리 잡기며, 공차기며, 공던지기, 배드민턴이며, 애들이 원하는 것은 안해준 것이 없을 만큼 열심히 놀아 주었다.

그리고 애들은 정말 귀엽기도 하고, 새끼들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구나 그 즈음에도 산오리는 노동조합 일에 빠져서 맨날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수련회다 집회다 해서 집을 비운 적이 많지만,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놀아 주려 했고, 애들도 여기에 맞춰서 잘 놀아 주었다. 그게 10살 즈음 까지다.

 

4. 어느 순간부터 애들이 함께 놀러 가는 것을 싫어 했다. 전철과 버스를 타지 않고 승용차에 태워서 편하게 가는데도 한 30분만 지나면,

"아빠, 아직 멀었어?"

"거기 꼭 가야 돼?"

"뭐 재미 있는 일이 있어?"

하면서 귀찮아 하고, 아예 차를 타지 않으려 하고, 차만 타면 그저 잠들었다.

또 어딜 가서도 내내 얼굴에 똥 씹은 얼굴로 싫은 표시를 하고 다니고, 조금만 지나면

"아빠, 빨리 집에 가자" "언제 집에 가?" 하면서 보채기 시작했다.

친구들 모임이든, 친척들 모임이든, 어디로 놀러가든, 마찬가지였다.

집에는 게임기가 생겼고, 또 주위의 친구들 집으로 가든지, 아니면 친구들을 불러서 게임을 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걸 못하게 두드려 패 가면서 아빠가 가는 곳에, 엄마가 가는 곳에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다. 그냥 냅두면 난장판을 만들지라도  엄마 아빠 찾지 않고 잘도 놀았으니까..

그리고 먹는 것도 스스로 라면을 끓여 먹는다든가 가게에 가서 뭔가 사먹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3-4 학년 정도면 이미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이정도가 된다.

 

5.컴퓨터가 나오고 인터넷이 되고, 더 재밋는 게임과, 채팅이 생겼다. 당연히 애들은 자기들의 세상에 빠져 들었고, 그 세상에 부모가 끼어들 곳은 없었다. 그리고그 곳에 부모들은 끼어들어서도 안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들의 세계에서 놀고 싶은데, 부모들이 그걸 방해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부모의 과잉간섭이리라...

중고등학생이 되었기에, 이제는  저들 나름대로의 생각도 있으리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 어딜 가든 말든, 자신들의 의견이 중요하고, 심지어는 일년에 서너번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가는 것도 가라 말라 강요하지 않았다. 가고 싶으면 갈 것이고 싫으면 말겠지...

그게 어쩌면 큰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애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몸집만 커졌지 생각은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그리고 마음은 싫어도 내색하지 않고 해야 할 일 등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들이 편한대로, 자기 이기대로 표현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태에는 엄마가 상당히, 거의 대부분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그가 다른곳을 빠지는데, 어쨌든, 이래서 애들은 완전히, 확실하게 아빠와 엄마를 따라 나서지 않게 되었다. 따라 나서는 경우가 있긴 한데, 지난 일요일 엄마는 동명이와 같이 오후에 나가서 쇼핑하고 저녁먹고 들어왔다는데, 생일선물로 신발과 가방을 사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게 생긴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일에 나설리가 없다는 것이다.

 

6. 아내와도 마찬가지다. 결혼해서 초창기에는 아내와 어디든 같이 가고 싶어 했고, 짧은 기간은 그렇게 하기도 했다. 아내가 좋기도 하고, 같이 다니면 남들에게 행복해 보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문제는 항상 부부간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고 밖에서 다른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시댁에 가면 시댁식구들 문제로 집에 들어와서는 싸움이 붙게 되고, 남편 친구들 부부 모임이 있어서 같이 가면 다른 부부들 하는 꼴에 눈꼴이 시거나, 다른 아내가 내놓는 남편과 자식 자랑 등 잘난체를 듣고 있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또 아내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 내가 갔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디가서나 말하고 행동하듯이 별로 스스럼 없이 말한다. 또 아내자랑이나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남사스럽게 자랑하지는 못하고, 그냥 우스개소리를 하거나 집안얘기를 하면 그런 얘기를 왜 남들에게 하느냐고 또 짜증을 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부가 함께 어딜 가는 것은 줄어들었고, 이젠 같이 가는 일이 없어지게 되었다. 같이 움직이는 건 명절과 제사, 또는 부모님 생신때 부모님 집으로 가는 일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싸움과 투쟁이 있었다. 그 투쟁의 결과와 17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적당한 선에서 암암리에 타협한 결과가 오늘의 현상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현재의 상태에 서로 만족한다고 말하고, 아내는 진심으로 어떤지 모르지만, 산오리는 만족한다.

 

혹시 친구들의 모임에서 부부동반 모임을 제안하면 산오리는 그런다. "그럼 산오리는 안나올 것이다" 부부는 함께 해야 할 공간이 집이라는 곳과 가족이 있다. 그리고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아내나 남편, 또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서 만나는 모임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그 모임이 애당초에 부부와 자식들이 함께 만날 것을 전제로 모인 것이라면(예를 들어서 가족들이 함께 하는 나들이 모임 이라든지...) 당연히 가족이 함께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모임이나 외출에서는 당연히 부부와 자식들은 서로가 개별적으로 취급받아야 할 자유가 있고,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내, 누구의 자식, 이런 식으로 취급되거나 불리워 지는 것은 적당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얼마간의 세월이 지나서 이런 자유로운 관계가 또 어떻게 재설정될지는 산오리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부부는 서로 밖에 나가서는 같이 다니지 않는 것에 거의 불만이 없다. 물론 새끼들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긴 하지만, 얘들은 아직 청소년이라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흐이그... 너무 길게 썼나? 아침 점심 저녁 시간 날때마다 대충대충 생각나는 대로 썼는데, 그러다 보니 일관성도 없는 글이 되고 말았네... 더 생각나면 다시 추가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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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6 23:48 2005/04/2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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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틀동안 신나게 놀고 들어와서는 잠시 앉았는데, 애들이 들어오고 애들이 엄마한테 뭘 해 달라고 한 모양인데, 아내가 뭐라고 한다.

"동희아빠! 쌈장 산에 갈때 가져 갔어요?"

"응.... 배추쌈 조금 남았길래 가져가서 싸먹었는데...."

그리고는 애들한테,

"얘들아, 쌈장이 없어서 오리고기 못구워 주겠다."

고 하더니,

 

갑자기 말의 높낮이가 달라져서는 화살이 산오리에게 날아왔다.

"회사서 야유회 간다더니 집에 있는 쌈장은 왜 가져 가요?"

"그래? 그럼 나가서 하나 사 올게."

"이 밤에 사긴 뭘 사러가? 됐어요 됐어 "(완전히 빈정거린다.)

"내가 사 온다니까..."

"왜 집에 있는 쌈장을 가져가서 애들 고기도 못 구워주게 만드는 거야?"

나도 갑자기 머리위로 피가 솟는 걸 느꼈다.

그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사다 준다잖아. 그놈의 쌈장 조금 남은거 먹었다고 도대체 몇번이나 똑 같은 잔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나와서는 가게에 가서 쌈장을 한통 사다 줬다.

그랬더니 아내와 두 아들이 오리고기를 구워서는 열심히 먹고 있었다.

나는 열이 받는 와중에도 아내나 애새끼들이나

"여보, 당신도 고기 안먹어요?"라고 물어보거나

"아빠, 고기 드세요"라고 최소한 예의상으로라도 물어볼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먹으라고 하더라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됐다'고 할 참이었는데,

아무말 없이 세 모자가 열심히 잘도 먹고 끝냈다.

 

하루가 지나서 아내에게 물었다.

"아무리 맘에 안들지만, 고기 좀 먹어 보라고 말도 못하나?"

"당신 잠자는 거 같아서 말안했지..."

 

 



2.

낮엔 2년동안 먼지쌓인 자전거 기름칠하고 손보기, 평화바람 매장 정리하는데 가서 일손 도와주기, 목욕하기, 그리고 집에 와서 여름옷과 겨울옷 바꿔서 정리하기... 이렇게 하고 저녁 먹고 나니 아내가

"아이구 애들 옷을 다려야 하는구나..." 하길래,

"내가 다려줄게..."  했더니,

아내는 마루 한쪽에 다리미와 다릴 옷들을 쌓아 두었다.

 

아무생각 없이 텔레비전 소리나 들으면서 애들 옷을 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빨랫줄에 걸려 있는 애들 셔츠를 세개나 더 가지고 와서 다리고 있는데,

자기방에 있던 애들이 나와서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한다.

이순신을 봐야 한데나...

혼자서 옷을 다릴 때는 몰랐는데,

애새끼들이 나와서 옷다리는 아빠를 앞에 두고 드러눕거나 기대앉아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으니 괜히 속이 뒤집힌다.

 

동희에게

"야, 너 앞으로 네 옷은 네가 다려 입어라!"

"............" 

아예 무시한다.

 

동명이에게

"동명아, 너 앞으로 옷 네가 다려 입어라, 짜샤, 아빠가 너만할테 다 다려 입었어."

"내가 다리면 주름이 안없어져."

"그런게 어딧냐 임마."

"저번에 옷 다려 봤는데 안되더라니까..."

"티셔츠나 다리고 있었나 보지... 하튼 다려 입어라!"

"싫어..."

 

동희가 들어가고 그 자리에 아내가 왔다.

"앞으로 애들 옷 자기가 다려 입으라고 해."

"..............."

똑 같이 말 같지 않은 말을 했다는 듯이 대꾸도 없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다려서 애들 셔츠 5장, 바지 2장, 내 셔츠 한장. 이렇게 8장을 다리고 나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네.

 

언제부터 옷을 다려 입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학교 1학년때 교복바지 다리다가 잠간 다른데 신경쓰느라 옷을 태워먹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 태워먹은 바지를 기워서 그대로 입고 다녀야 했는데, 그 쪽팔림이라니....

그런데, 이새끼들은 중학생이 되어도, 고등학생이 되어도 아예 엄두도 내지 않는다.

그건 왜일까? 엄마가 시키지 않아서다.

아빠가 시키기라도 하면, 엄마는 당연히 난리가 나겠지.....애들한테 그런 거 시킨다..

애새끼들이 무슨 왕자냐? 귀공자냐?

 

그러면서 아내는 언제나 할일이 많고, 애들 때문에 바쁘다고 항상 입으로는 투덜거린다.

입으로는 그런데, 사실은 그런걸 해 주고 싶고, 그래서 애들은 더욱 버릇도 나빠지고 자립심도 없어지고 한다. 애들은 엄마가 망가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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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4 23:12 2005/04/2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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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 생일....

from 나홀로 가족 2005/04/21 09:03
쓸쓸

봉투엔 미역이 없엇다......
곽동명
 
엄마는미역도 안사와....

 

어제 우연히 동명이 싸이에 들어갔더니... 이모양이다..



아침에 밥상에서 미역국은 없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동명이 생일인데 몰랐어?"

"응,, 아침에 동명이가 미역국 왜 안주냐고 묻데.. 며칠전까지 기억했는데 잊어버렸지."

"그랬구나..."

"바쁜세상에 그새끼 생일까지 기억하고 있어야 돼?"

"뭐 그런건 아니지만...."

"그리고 지가 생각났으면 어제저녁에라도 얘기해주면 되잖아, 아무말 없었어..."

"알았어..."

 

저녁에 집에 가서 동명이에게 물었다.

"너 오늘 생일이라며?"

"응.."

"근데 왜 생일 선물 사 달라고도 안하냐?"

"엄마한테 했는데, 헛소리 말라고 해서..."

"뭐 사달라고 했는데?"

"옷.."

"그냐? 아빠한테 얘기해라, 비싼거 아니면 하나 사줄게.."

"응...."

 

엊저녁에 아내는 미역국을 끓여, 동명이에게 줬고,

작은 케잌도 하나 사서 촛불도 켜 줬다.

근데, 뭣땜에 삐져서는 케잌 먹지도 않고 사라졌다.

하루 지난 오늘 아침에 우리 식구는 동명이 생일 미역국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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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1 09:03 2005/04/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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