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에 차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잤다. 또 베낭을 꾸려 체크아웃을 하고 거리로 나섰다. 옆 골목의 아주 깔끔한 호텔은 650바트다. 한국돈으로 16000원 꼴인데 좋기는 하지만 너무 비싸다. 좀 더 가니 한국 게스트 하우스 홍익인간이 보인다. 선풍기 도미토리가 70바트다. 그래 그냥 여기서 묵자. 5층 방인데 2층 침대가 나란히 4개가 놓여있다. 창쪽의 2층 자리다.

 

2.

베낭을 풀고 거리로 나왔다.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 점심 메뉴가 주스 포함 55바트다. 소고기 덮밥과 수박주스로 식사를 했다. 이곳의 웬만한 레스토랑에서는 영화와 축구경기를 대형 모니터로 보여준다. 영화를 좀 보다 강쪽으로 길을 나섰다. 수상버스를 타고 내가 좋아하는 국립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3.

수상버스 선착장에 도착했다. 강의 북쪽 방향과 남쪽 방향 두 방향으로 한 10분 간격으로 배들이 도착한다. 절묘한 운전 테크닉으로 배의 후미를 선착장에 갖다대면 한 사람이 밧줄을 걸고 붙인다. 사람들이 리드미컬하게 타고 내린다. 균형감각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일년에 몇 명은 강에 빠질 것 같다. 도서관은 북쪽으로 두 정거장 정도 가면 된다. 배가 왔다. 가이드 북에 있는 두 정거장 앞의 지명을 짚으니 6바트란다.

 

4.

도서관에서 가까운 역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려 죽 걸어나오니 작은 시장이 보인다. 시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주로 채소를 판다. 좀 들어가서 둘러보고 다시 나왔다. 도서관 정문에 들어가 사이다를 한컵 사먹고 들어갔다. 1층은 정기간행물실이다. 그렇게 볼만한 외국잡지들은 없다. 군데군데 만화책들이 있다. 사람들이 만화에 빠져있다. 2층은 사회과학도서 코너다. 몇 개 볼만한 영어 책 중에 비키니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가한 큰 책이 있다. 물론 비키니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가득차 있다.  볼만하다. 그런데 책상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냥 눕혀서 책을 보기에는 좀 민망하다. 원자폭탄의 첫 실험지 였던 비키니 섬도 사진에 나온다. 약간 비스듬히 세워서 보았다.

 

5.

3층은 문학예술코너다. 저쪽에 영어로 된 책들만을 따로 진열해둔 방이 있다. 이 방에 볼 만한 책이 많을 거 같은데 토 일은 문을 닫는다. 내일 다시 와야겠다. 도서관을 나왔다. 사거리에 한 꼬마아이가 작은 앙꼬빵을 팔고 있다. 하나를 사 먹고 숙소쪽으로 걸어가는데 중국계 호주인 커플이 나에게 길을 물어본다. 카오산이 어느쪽이난다. 방향을 가르쳐주고 걷다가 다리 앞 한 시원한 피씨방에서 인터넷 좀 하다가 숙소로 들어가 짐정리를 하고 나왔다. 아주 가벼운 천으로 된 가방을 하나 샀다. 밥에 내가 선택한 반찬 두가지를 올려 밥을 먹고 카오산 로드에서 가장 화질 좋아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6.

맥주 큰 병을 하나시키고 영화를 보는데 하필이면 멜 깁슨 주연의 브레이브 하트다. 줄거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얼마나 폼을 잡느냐가 이 영화의 키포인트 같다. 영화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계속 생각했다. 저렇게 살면 안돼. 드디어 영화가 끝났다. 다음은 스포츠 중계다. 6개국 럭비 대항전이다. 숙적 잉글랜드와 아일랜드간의 경기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아일랜드 두 여성팬은 녹색 유니폼까지 입고 왔다. 오른쪽 좌석을 아일랜드 사람들이 차지하고 왼쪽 좌석은 잉글랜드 팬들인거 같다. 이 방콕의 카오산로드 한 카페안에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는게 아주 흥미롭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패스 하나에 드롭킥 하나에 양쪽 응원단의 탄성이 흐르고 점수를 낼때 한 쪽이 환호를 하고 한 쪽이 침묵을 지킨다.

 

7.

전반전을 보고 나왔다. 인터넷을 좀 하다. 숙소에 들어갔다. 12시가 다 되었다. 샤워를 하고 도미토리 창 쪽 2층 침대에 누웠다. 모기장에 빈 틈이 있는 지 확인도 했다. 매트가 생각보다 딱딱하다. 한 동안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 050227 (일) 여행 94일차

(잠) 도미토리 선풍기 1750원 (70바트)
(식사) 점심 비프덮밥 1300원 (55바트)

          저녁 반찬두개덮밥 750원 (30바트)

(이동) 수상버스 130원 (6바트)
(간식) 사이다 250원 (10바트)

         앙꼬빵 250원 (10바트)
         파인에플 125원 (5바트)
         사이다 병 300원 (15바트)

          맥주 큰 병 2000원 (80바트)

(기타) 천 가방 2500원 (100바트)
         인터넷 1500원 (60바트)

...................................... 총 10,85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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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0 01:39 2005/04/20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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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njang_gongjang
    2005/03/21 00:24 Delete Reply Permalink

    아직 네팔에 도착하지는 않았군요.
    지폰에 가게 되면 오산에서 머물던 바스라 동지가 있는데... 장목사님 안부나 전해주시겠어요. 오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바스라 동지의 뜻을 이어 수도권이주노동조합건설에 힘을 조금히 나마 보태고 있다고 전해주세요. 네팔에 가게 되면....
    네팔도 APWSL(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소속된 곳이니 네팔 지폰에 도착하면 다양한 노동운동에 대한 소식도 이곳에 올려주세요.

  2. aibi
    2005/03/23 01:36 Delete Reply Permalink

    간장공장)제가 좀 일기를 미뤘기로서니 이 무슨 된장공장같은 소린가요.^-^ 12일날 도착했답니다. 그대의 세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뭐라 확실한 답변을 못드리겠군요. 애는 써볼탠데 트레킹 갔다와서 해야할 것 같아요. 아직 지폰이 어디인지 모르고 있답니다.

  3. kanjang_gongjang
    2005/03/24 01:21 Delete Reply Permalink

    소식을 자주 올리셔야죠. 된장공장 같은 소리 안하죠.^^
    트레킹을 한다니 부럽군요. 부디 몸조심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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