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91일
날씨 맑음
1.
밤에 잠을 설치다 7시20분에 일어났다. 샤워하고 식료품 가방을 정리했다. 오늘 긴 버스 여행이다. 남은 계란을 삶고 후랑크소세지를 후라이판에 구워 비닐봉지에 넣었다. 8시 반쯤 일본인과 인사를 하고 배낭을 매고 밖으로 나왔다. 터미널까지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인터케이프 버스 대합실에 도착했다.
2.
그런데 어제 그 친절한 아줌마는 없다. 다른 남자직원 알아서 전화하란다. 공중전화를 찾아 동전을 넣었는데 그냥 먹어버렸다. 전화카드도 안된다. 옆의 남자들이 여기 전화기 다 고장이란다. 진작 좀 알려주지... . 저쪽으로 가란다. 저쪽이 어디인가. 한 노점에 전화기 한대 놓고 장사한다. 나미비아 전화한통화 가격을 물으니 20랜드 달란다. 옆의 남자는 한 술 더떠 남아공 동전 자기 달란다. 또 이동트러블에 시달린다. 그냥가자.
3.
버스가 왔다. 전망좋은 2층 맨앞자리에 앉으려고 서두르는데 결국 앞의 서양여자 둘이 두자리씩 차지하며 누워버린다. 적당한 뒷자리를 잡았다. 버스가 드디어 출발한다. 한 2주 케이프타운에 있었나 오랜만에 이동이다. 백인 여자 커플 두쌍과 백인 아줌마 등 백인들은 다 앞쪽 자리에 타고 나를 기점으로 뒤는 흑인들이다. 내 뒷자리 흑인아줌마 옆자리 아저씨와 쉬지않고 수다를 떠떠신다. 버스는 이내 황량한 아프리카 들판을 달리기 시작한다.
4.
처음 5시간은 시간마다 휴계소에 선다. 실밥을 풀었지만 아직 왼쪽 허벅지 주변에 멍이 들어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가 아파온다. 왼쪽 허벅지에 힘을 못주니 오른쪽 허리가 아파온다. 저녁이 되었다. 식빵에 구워놓은 소세지를 끼워 먹었다. 삶은 계란도 하나 먹었다. 국경에 도착했다. 출국도장을 받으러 다들 내려간다. 한 나미비아 남성과 대화를 했다. 2주 머물고 다시 남아공에 일하러 간단다. 남아공에는 아프리카 각지의 사람들이 일을 하러 온다. 아시아의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 몰리는 것과 비슷하다.
5.
국경을 통과했다. 나미비아 쪽에서 입국도장을 받았다. 다시 버스가 추발한다. 낮시간에 인크레더블이란 에니메이션을 틀더니 영화하나를 더 튼다. 그런데 이건 흑인영화다. 그동안 본 영화들은 백인 주인공이거나 꼭 한명씩 끼는 영화였고 그게 정상으로 생각되었다. 이 영화는 쿠바주딩주니어와 가수 비욘세 주연이다. 프롤로그가 교회에서의 열정적인 가스펠이다. 광고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당한 주인공남성이 여차저차해서 교회의 사람들을 끌어모아 가스펠 경연대회를 준비하게 되고 술집에서 노래부르던 비욘세에 반해 결국 그녀도 참가해서 경연대회 대상을 차지한다는 줄거리다. 앞의 백인여자들은 시큰둥 한거 같고 옆뒤의 흑인들은 관심을 보이고 킥킥거린다. 아까 끈 내 머리위 스피커 볼륨을 올려주었다. 영화는 후반부에 지직거려 볼 수가 없다.
6.
영화는 끝났다. 밤이 깊어간다. 이제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나미비아 수도 빈트훅에 도착할 것이다.
050913(화)
(이동) 케이프타운-빈트훅 인터케이프 20시간 버스 56000원 (350랜드)
(간식) 치즈빵 1600원 (10랜드) 물 560원 (3.5랜드)
콜라 800원 (5랜드) 과자 식빵 560원 (3.5랜드)
(기타) 전화기 동전먹음 800원 (5랜드)
........................................ 총 60,320원 (377랜드)
남아공의 들판
한 휴계소에서
내가 탄 인터케이프 2층 버스
다듬었는지 그냥 이렇게 자랐는지 나무가 뾰족하다
호수를 지나간다
아프리카의 독특한 산모양
해가 저문다
남아공 북쪽도시 스프링북
나미비아쪽 국경 오피스다
2005/09/12 23:35 Delete Reply Permalink
상처가 아물어 간다니 다행이네요^^. 미스 김은 어디에도 없지요?
2005/09/14 10:48 Delete Reply Permalink
가끔 생사확인만 했었는데,웬 실밥!!! 갑자기 호기심이 ㅋㅋ
사람 눈길 끄는데는 역시 액션이 최고긴 하다 덕분에 남아공 주욱 살펴봤으니,기자 만나 사진도 박히고 그만하길 다행이다.
2005/09/14 21:01 Delete Reply Permalink
추석이 곧이다 건강조심하고,크리스마스는 알았어도 설 추석은 모르고 넘겼었는데(인터넷 있으니 한국소식 모를리 없고 아예 모르고 넘기는 것도 한재미인데)추석 인사 하려다 자극적 내용에 그냥 넘길 뻔했다. 아프리카에 뜨는 달은 어떤 달인지 같은 달인가?
2005/09/15 04:20 Delete Reply Permalink
헉! 제가 달인데요....ㅎㅎㅎ
2005/09/16 21:23 Delete Reply Permalink
뻐꾸기)이제는 한결 나아졌답니다.^^ 미스김 말이에요. 앞으로 여행하다 만날지 누가 알겠어요. 이미 만났을지도 모르구요.
2005/09/16 21:23 Delete Reply Permalink
지호)이런 충격요법은 앞으로는 사용하고 싶지 않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추석을 맞아야 분위기가 사는데 더운 여름으로 와서 모르겠다. 달은 한번 쳐다보련다.
달덩이)그대가 달이라면 사진중 가장 잘나왔다고 생각되는 걸 매일로 보내주기를... . 내일 우연찮게 숙소에서 팀이 만들어져 차 랜트해서 나미브 사막쪽으로 떠납니다. 사막에서 또다른 달을 볼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2005/09/24 01:01 Delete Reply Permalink
부럽수다...
2005/09/27 21:58 Delete Reply Permalink
yyjoo)가끔씩 읽어볼만한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더군요. 사람에 대한 탐구도 여행의 일종이겠죠. 돈들여 사서 고생하는데 부러울께 뭐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