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8/03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3/20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88만원 세대’가 읽다(2)
    금자
  2. 2008/03/07
    집이야기가 연애이야기로 깔때기 되는 순간(3)
    금자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88만원 세대’가 읽다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88만원 세대’가 읽다

-여성환경연대 소식지 "문화공감-이 달의 책' 코너에 쓴 글

 

   스스로도 ‘나는 입을 꼬매야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금자가 솔솔 흘린 스포일러들이 SMK의 비혼녀들을 사로잡았다.
[SMK_ 여성환경연대 ‘사무국’의 영어 이니셜, 허나 활동가 모모양이 ‘여성어쩌고’ 단체(외부인들은 ‘여성환경연대’를 이렇게 발음한다-_-;;;;)에서 일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갈 마음도 없었던 선 자리에서 두 번 퇴짜를 맞은 후 비혼 활동가들이 여성환경연대를 ‘환경전문컨설팅업체 SM, Korea’로 탈바꿈시켰다.]

1.5평’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남의 일 같지 않은 ‘도시빈민’ 비혼 활동가들에게 이 책의 주인공 다카노가 8년 동안 1.5평에서 2평 하숙방으로 승격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가슴에 찌르르한 감동과 동병상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카노는 학점과 졸업에는 관심 없으며, 하루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은 하지 않는다. 낮 12시에 일어나 동네 문화센터에서 수영을 하거나 헌책방을 기웃거리거나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일본악기 샤미센을 연주하고, 그리고 잔다.
열거한 것들이 많다고 헷갈리면 안 된다.
하나면 하나지 둘은 아니다(‘영심이’ 노래버전).

오늘은 수영, 내일은 헌책방, 다음 날은 샤미센 연주다.

관심분야는 오지탐험과 신종 마약 인체실험, 환경문제(두둥!), 프로레슬링 등.

그의 친구들도 거의 다 와세다 대학 탐험부 출신들로 탐험부라는 이름이 풍기는 ‘똘(아이)끼’에 부합한다. 그들은 신종 마약 인체실험을 감행하고 전설의 여전사 아마조네스에 관심을 쏟고, 세상에서 이보다 나을 수 없는 친환경 생활양식 ‘영구수면법’을 연구한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즉 주인공이 스물두 살 때부터 서른셋이 될 때까지, 거품이 부풀대로 부풀다가 마침내 터지고 나서 만성불황에 접어드는 일본에서 그들의 1.5평 하숙방 ‘노노무라’는 12,000엔의 방세(약 96,000원)를 그대로 유지한다.

집주인 아줌마는 말 그대로 마이웨이 스타일이라서 탐험부 학생들이 지 멋대로 나가 콩고의 밀림지역에서 미스터리 동물 무벤베를 찾든지, 동남아의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반군과 기거하며『미얀마 아편왕국 잠입기』라는 책을 잉태하던지, 신경 쓰지 않는다.

특히 이 소설의 핵심 뽀인트는 소설이 자전적 일화를 옮겨 놓은 것이며 소설 주인공 ’다카노‘는 바로 이 소설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라는 점이다. 

    이 책을 돌려 읽고  SMK 회의실에 모인 비혼 활동가들은 자기들 입에 거품경제가 한창인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었다. ‘거품경기’가 지나간 후 ‘청빈’을 컨셉으로 삼은 ‘가난 르네상스’라는 TV 코너에 소개된 1.5평 하숙방 ‘노노무라’하며, ‘일본 타면당’(惰眠當:게으르게 잠만 자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단체의 존재하며, 또 당의 공식활동을 ‘영구수면’으로 정하고 ‘타면의 소리’라는 기관지를 발행하는 모습이라니.

그런가하면 그들은 환경문제에 침을 튀기면서, “경제 활성화=환경파괴”라거나 “노동이 미덕이라는 인식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라고 선언한다. 경제 비활성화의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알바를 하지 않는다’ , ‘돈을 쓰지 않는다’ 등이다. 물욕, 식욕, 성욕을 없애고 ‘영구수면’을 지향한 결과 “도통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되는데 “이러다 죽겠다” 싶은 순간 ‘경제 비활성화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도통한다’라는 메이저 프로젝트를 마감한다.

‘플러그를 뽑고 한 박자 천천히’를 모토로 ‘캔들나이트’ 행사를 해마다 펼치지만 날마다 ‘플러그를 꽂고 두 박자 빨랑빨랑’의 삶을 이어가야 하는 SMK 활동가들에게 이러한 일화들은 언행일치되지 않는 삶을 뼈저리게 자성케 하였다(아흐~).

 그러나 ‘88만원’ 세대의 최전선에 서서 본인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비혼 활동가들에게 다카노를 비롯한 탐험부 친구들의 ‘프리터 생활’은 ‘귓구멍에 파를 끼운다고 해도’ 곧이들리지 않을 만큼 딴 세상 이야기였다. 일본의 프리터들은 다카노처럼 하루 한 가지만 해도 “최저 수준의 생활이긴 하지만 어쨌든 먹고는 살 수 있는(p298)" 것이다. 한국의 ‘88만원’ 세대는 ‘최소한 벌어먹고 살아남기’ 위해 몸뚱아리를 아등바등 놀려야한다. 이는 ‘소수자 노동’을 위해 인위적으로 알바의 시간당 임금을 상당히 높인 일본사회와 ”누가 먼저 잡아먹힐까”라는 절망적 결말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는 ‘개미지옥’에 빠진 한국의 ‘88만원’세대의 차이이다.

[우석훈(2007),『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88만원 세대』서울:레디앙, p198.

명주잠자릿과의 애벌레를 ‘개미귀신’이라 부르는데, 이 개미귀신은 모래땅에 개미지옥을 파놓고 숨어 있다가그 곳에 미끄러진 개미 등의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이는 개미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누구를 밀어 넣느냐, 즉 “누가 가장 먼저 잡아먹힐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

 

 “우리도 하루에 한 가지만 하고 싶다, 헉헉” 하고 생각할 틈도 없다. 일본 프리터를 요로코롬 부러워하는 줄도 모르고, 남들이 다 넥타이를 차고 ‘참인간’이 되어가자 다카노는 갑자기 인생의 ‘막막증’에 걸린다.

이 ‘막막증’이란 신문기사체로 정리하면 ‘장래에 대한 불안’이다(240).

우리가 암만 ‘88만원’으로 생활이 가능한 생태형 인간과 그런 사회를 지향하는 운동을 한다고 위로한들, SMK 비혼 활동가들이 느끼는 ‘막막증’은 다카노의 그것보다 훨씬 복잡애매하고 처연할 것이다.

더군다나 다카노가 ‘노노무라 생활’을 청산하는 강력한 계기인 ‘8년 만에 여자친구 생기기’도 없는 우리네 인생은 더욱 츱츱할 수밖에 없다(우리가 짠~한가? 단체 후원금 환영).

이렇듯 SMK 비혼 활동가들의 지탄을 마구 받으며 소설의 결말은 ‘연애 지상주의’로 치닫는다. 소설은 마지막 10쪽에 이르러 탐험 버라이어티 소설에서 하이틴 로맨스 소설로 급변하며 연애를 통해 구원받고 ‘참인간’이 되는 다카노의 모습을 그린다. 그는 공동하숙방 ‘노노무라’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입에 침을 튀기며 혼자 사는 삶은 ‘완전 반환경적’이라고 열을 올렸다. (혼자 ‘인간적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는 냉장고, 세탁기, 화장실, 부엌도구 등등 모든 것을 다 하나씩 갖추어야 한다. 모두가 혼자 산다면 크나큰 공간이 낭비되기도 한다. 스웨덴의 스톡홀롬에는 60% 이상의 독신자 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러한 주거환경이 반환경적이고 자원낭비적이며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한다. 결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형태가 필요하다.)

 

우린 도통 모더니즘적 세련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생시골’형 공동체 정서하고는 이미 굿바이 해버린 도시형 자식들이지만 ‘따로 또 같이’가 함께하는 업그레이드된 개인주의적 공동체가 좋다, 그렇게 정치적으로, 생태적으로 올바른 결말이기를 바랬다(가령 비혼자 공동주택 같은거 말이쥐).

  어쩌면 우리에게 여성환경연대는 우리만의 ‘노노무라’일지도 모른다. SMK 비혼들은 이 안에서 '88만원‘세대로 평생을 살아야할 것 같은 막막증을 느끼고, 그리고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이틴 로맨스도 없는 이 시절을 서로 위로한다. 지금보다는 더 많은 생태적 고려가, 지금보다는 더 많은 인간적 고려가, 그리고 지금보다는 더 따스한 사회가 되기를 오매불망하면서 우리는 지금, 여기서 여자 탐험부 ’노노무라‘의 삶을 부유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집이야기가 연애이야기로 깔때기 되는 순간

며칠 전 내 연애에 위기를 불어놓은 것은 집주인 아줌마의 푼수 짓 때문이었다. 느닷없이 집주인으로부터 "전화주세요"라는 메모를 받고, 이유도 없이 1년 2개월의 계약이 남은 집을 밑도 끝도 없는 '이삿돈'과 '복비'라는 명목 아래 '합법'하게 쫓게나게 되었을 때,갑자기 '막막증'이 뇌수에서 콜라가 터지듯이 펑펑, 흘러넘쳤다. 그냥 나 하고싶은 데로 살았고 그래서 스스로에게 젠체했고, 후회해도 할 수 없다고 마음먹고, 팔자가 그래, 라고 마음 굳히기 한 번까지 했지만 이럴 때는 막막증이 쓰나미처럼 몰려들었다. 갑자기 "'여성환경연대' 다닌다고 하니까 선 들어온 데서 두 번 다 퇴짜맞았어, 볼 생각도 어차피 없었지만 굴욕스러버"라는 은진과 함께 목 놓고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은진은 요새 꿈에서 마구 쫓기는 꿈을 꾼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가 목구멍으로 차마 끌어올리지 못한 말이었을 것이다. (막막증의 정체는 '와세다 1.5평 청춘기에서 훔쳐온 말이다. 아래를 참고하삼 :) 스물다섯 고개를 넘으면 바로 이 ‘막막증’에 걸려버린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막막한 건 사실인데 뭐에 그렇게 막막한지를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백번 옳은 말이다. 나도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나 하고픈 대로 하고 살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면 현재에 이렇다 할 불만은 없다. 하지만 뭔가 내 주위에 먹구름이 덮여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것을 신문기사체로 정리하면 ‘장래에 대한 불안’이 되겠지만 당사자의 느낌은 훨씬 더 복잡 미묘하고 애매하다. (240) 1년 동안 상근가로 일했는데 막상 집을 빼라고 하자 천둥벌거숭이가 되어 버린 듯했다. 어디 갈 만한 곳이 없었다. 아, 지금도 반지하방인데 쪽방에 기거할 수는 없다고 -_- 나의 룰메양은 한때 방송작가를 오매불망 꿈꾼적도 있어서 그런지 '발리에서 생긴 일' 꿈까지 꿨다고 이실직고 했다. "언니, 키는 조인성보다 작아도 암튼 조인성 같운 스탈의 전무님이 나타나서 하지원한테 오피스텔 사 준 것처럼 나한테 오피스텔 하나 척, 사 준 거 있지" 란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조인성이 아니라 난장이 똥자루라도 오피스텔이면 좋다, 라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언설을 마구마구 부르짖었다. 윗집 아저씨는 여기 대흥동 17동 토박이인데 2001년에 오천 만원 하던 11평 짜리 집을 안 사고 좀 더 큰 집에 전세로 들어앉았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윗 집 아저씨 나이에 비하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룰메양과 나, 둘이 사는 집의 평수에 4가족이 사는데 그래서 5천만원이어도 11평 집 대신 그보다 딱 맛밤만큼만 큰 집에 전세를 든 것이다. 암암, 이게 집을 거주권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일반 상식 아니겠삼? 신문사 시험 볼 때 나오는 일반상식보다 더욱 근본을 아는 의미에서의 일반상식이랄까 -_- 그런데 막상 집주인이 집 나가라고 용이 입에서 불을 내 뿜듯이 몰아치고(크헉~~)그 11평 집은 대흥동 전체가 재개발 어쩌고에 걸리자 헹가리치듯 뛰어올라 2억 5천에 육박하니 그 집 안 산게 서러워서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나는 그 옆에서 슴슴하고 물렁한 무나물마냥 "긍께요"만 말했다. 실은 아저씨 나이에 집 걱정하면서 밤에 잠이 안 오는 인생이 되면 상근가로 활동해서 선에서 두번이나 미끌어지는 젊은 날을 왕창 후회하게 될까봐, 그런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연애가 이렇게 절박해지는 지도 몰라. 하루하루 날은 가고, 조선시대의 평균 수명인 33살이 다 되어가고, 뭔가 둘러봐도 뭘 했는지 머릿 속이 새하얗게 되면 달달한 위로가 필요하니까. 온 몸의 구멍이란 구멍 속으로, 상처와 틈새 사이로 뭉클하게 들어오는 진득한 냄새마냥 내 삶을 스캔해주는, 애지중지해주는 관계가 없이는 반짝일 수가 없으니까. 니가 집을 빼라는 집주인도 아닌데 며칠 간 왕 꼬라지를 부리고 니가 제일 싫어하는 밥 먹을 때 화내기를 자행한 것은 너무 미안한데, 그리고 왜 집 이야기가 다시 연애 이야기로 이렇게 깔때기 효과를 발휘하는지 나도 영 거시기한데, 그러고 나니 웬지 니가 정말 뭉클뭉클한 존재가 되었어, 나에게. 그리고 며칠 후 우리 집주인 아줌마는 재계약은 안 할거지만 남은 1년 2개월은 그냥 살으라고 전화가 왔다. 흠, 푼수 같으니라고. "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다. 무너져버릴 것 같은 순간은 앞으로도 여러 번 겪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주위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모두들 그렇게 힘을 내고 살아간다. ...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심각한 일들에 비하면 작가의 고민 따위는 모래알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사라진대도 상관없다. 바람에 날려가도 괜찮다. 그때그때 한순간만이라도 반짝일 수만 있다면. " (공중그네 305쪽)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룰메양과는 '오피스텔 사주는 전무님' 말고 NGO활동가를 위한 귀농자금이나 농업공무원,혹은 NGO활동가 비혼여성을 위해 장기임대주택 우선권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꿈을 부풀리며 이 반지하방에서 맛나게 밥을 해 먹었다. 바람에 날려가도 괜찮아, 사라진대도 상관없어, 주위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라고 읊조렸다. 니가 있어서 내 인생에 있어서 이 순간만은 마구 반짝이고 있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