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이 집에 없다

from 우울 2006/12/14 18:14

김상이 집에 없다.

김상이 이 시간에 집에 없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거늘,

어제부터 마음이 불안하다.

김상은 일요일까지 집에 오지 않는다.는 생각때문에.

저녁이 되어도 개토는 혼자 집에...냥이 두마리와...

 

집안이 싸늘하다.

 

일요일에 만든 닭도리탕을 태워먹었다.

얼마남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아깝다.

바닥부분에 눌어붙은

근본을 알 수 없는 것들은 남겨두고 나머지를 퍼다가 저녁으로 먹고있다.

 

김상이 없으면 나는 밥도 잘 챙겨먹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런게 나다.

 

며칠새 살이 좀 빠졌다. 빠졌다 해봐야 1~2kg 정도지만

내 전체 몸무게를 생각하면 적은 양은 아니다.

그런데, 욕조에 들어가 앉으니 허리둘레에만 눈에 띄게 둥근 살의 테가 둘렸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각종 오락을 즐기기 때문이다.

집중하면 배가 고파지지 않아서 자주 먹는 것을 잊는다.

그래서인가 몸은 배둘레에 비상식량을 비축해두나보다.

 

몇해 전인가 한참 일에 묻혀 지낼때

가스렌지 아래 싱크대 안에, 친구에게서 받은 감자를 스무알 정도 넣어놓았다.

아무것도 해먹지 않고 살던 때라 넓은 싱크대 아래 공간에 달랑 감자 스무알뿐.

아마 서너달쯤 지나서였나보다.

라면을 끓여먹자고 싱크대를 열었을 때 가히 그 안은 장관이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살던 성 둘레를 감싸고 있던 가시덩굴이 아마 그랬을까? 

감자덩굴이 싱크대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둡고 퀴퀴한 싱크대안에서 감자는 무럭무럭 싹을 틔워 냈던 것이다.

 

말이 장관이지, 징그러움의 극치였다.

나는 감자 싹의 그 미끄덩하고 희끄무레한 녹색과 붉은색이 꼭 뱀같아서 무섭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장면이었다.

구석에는 쪼글쪼글하게 쭈그러든 할머니 손처럼 감자들이 모여있었다.

 

메두사같았어...

 

그냥, 음식을 태워먹고 나니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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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18:14 2006/12/14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