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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2.0패치

from 우울 2006/12/19 23:31

WOW 2.0 패치가 나왔다고, 김상이 새로 깔아줬다.

때때로, 기술의 진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하다 싶을 때가 있는데

다음 확장팩을 위한 이번 패치는 꽤나 놀랍다.

렌더링이 정말 부드럽게 되는데다가

(마치 잘 만들어진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그렇게 깨끗한 화질을 표현하면서도

컴퓨터의 리소스를 훨씬 적게 잡아먹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세마디로 가볍고 깨끗하고 부드럽다.

그동안 패치를 만드느라 수고하신 디자이너님들, 프로그래머님들, 멋지구리하십니다~!

수고하셨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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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9 23:31 2006/12/19 23:31

Fake plastic trees

from 2006/12/19 19:12

나는 나무에 올라가 본 적이 한번도 없다.

농촌에도, 어촌에도, 산골에도, 공장지대에도 살아본 적이 없다.

나는 집들이 서로 등돌리고 붙어있는 도시에서만 태어나고 살아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대해 무지하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고 만들어낸 것을 사용하거나 남에게 팔거나 나눈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아파트 맞은 편에는 사무실이 빼곡한 회색 건물안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나도 한때 사무직 노동자였는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대체 알 수가 없어서

일을 그만두었다.

 

나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

만들어낸 것의 무게와 길이를 재고, 만들어낸 과정을 압축하여 스티커를 붙인 다음

숫자로 쪼개서 컴퓨터속을 통과하게 하거나

그것이 쓰이지 못하도록 막는 여러가지 장치를 만들어

숫자를 부풀리고 끝내는 사용이 될 수 없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멋진 일이라고

어느 순간, 느끼게 되었지만

 

아무것도 "직접"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음식하나도 나는 만들어 낼 줄을 모른다.

대학에 가기 위해, 엄마가 하는 일을 눈여겨 보고 배울 시간이 없었다.

졸업을 한 다음에는 만들 줄 모르는 음식을 사먹고

만들 줄 모르는 것들을 소비하기 위해 사무직 노동자가 되었다.

 

하지만 결코 배가 불러지지 않았다.

소비해야 할 것은 끝이 없었고 나는, got tired of it!

 

사람들에게 나를 "직접" 전달하는 방법조차 나는 모르게 되었다.

글을 쓸 때는 한글로만 쓰려고 애쓰지만

먹물이 잘 빠지지 않아 한글만으로는 스스로를 표현하지도 못한다.

감정에까지 먹물이 든 것이다.

나는 나와 같은 방식으로 전달하고 전달받는 사람들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도 못한다.

 

나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일단 집에 가만히 있기로 했다.

내가 무엇을 만들어내기 위한 존재(나는 언제나 이 단어대신 다른 말을 쓰고 싶은데)인가를

우선 생각해보면서 가만히 있는 것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크리스마스 철이다.

성탄절이 가까운 시기이다.

예수가 태어났다는 날에 가까운 시기이다.

 

나는 무엇이 옳은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남들이 옳다고 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아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면 혹시 옳은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선 김치에 대해 생각했다.

엄마가 해주는 김치는 정말 맛있다.

그런데 나는 그 김치를 만들 줄 모른다.

엄마가 해주는 김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30년 후에는 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김치를 만들 줄 모른다.

세상에서 엄마표 김치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김치가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하지만 김치를 배우기엔 너무 늦었다.

 

나는 사무직에 걸맞는 인간형으로 개발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내가 개발된 프로세스, 아니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본다.

너무 복잡한 과정이고, 굉장한 트라우마, 아니 삶을 파고든 아픔들이 있어서

나는 그 과정으로부터 벗어날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나는 돼지에 대해서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소설에서 돼지에 대해 읽었다.

형광등불 아래 돼지만한 우리에서 가만히 서서 끝없이 먹는 돼지들에 대해서.

내가 돼지를 먹지 않으면 돼지들은 자유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의 똥과 오줌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또 나는 자동차와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생각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나는 누워있다.

먹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고 나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을 한다.

 

어느 순간 내 배위에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예수가 태어날 것을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이 잘라내 사용했다는 그 나무들을 닮았다.

나무들은 싱싱하게 보인다.

나는 나무에 달린 잎파리들을 만져보았다.

잎파리들은 플라스틱이었다.

나무도 역시 플라스틱이었다.

내 몸에서 플라스틱 나무들이 자란다.

나는 "직접" 플라스틱 나무들을 키우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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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9 19:12 2006/12/19 19:12

플라나리아

from 2006/12/18 20:06

너무 배가 고파서 플라나리아를 먹었다.

아껴먹으려고 반으로 잘라 먹었다.

그랬더니 나머지 반이 플라나리아가 되었다.

이럴수가!

 

어쨌든 남은 플라나리아를 잘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에 넣었다.

먹을 것이라고는 플라나리아 뿐이었으니 상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점심때 냉장고를 열어보니,

플라나리아가 알을 낳았다.

 

알까지 낳는 생물을 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이 되어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가서 플라나리아에게 줄 계란과

내가 먹을 당근, 양배추를 사왔다.

 

플라나리아와 그 알.

나는 갑자기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건가?

 

플래시백 때문에

며칠째 잠을 잘 수가 없다.

7년전쯤에 본 단어나 문장, 그 종이의 질감, 조명, 책의 두께감까지,

오늘 본 웹사이트의 색감이나 글자체, 분위기,

초등학교 때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적은 시,

오스카 와일드, 괴테, 투르게니에프, 타란티노, 피오나 애플, 히치하이커, 스밀라,

미로, 플라나리아, 이런 걸 적고 있는 내가 바보다.

 

결코 쫓아갈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는 것들이 빠른 속도로 플래시백 된다.

흥분감은 오래 지속되어 천상에 다다를 것도 같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상태로 오래 갈 수는 없다.

육체의 피곤이 플래시백을 조장한다는 걸 알지만

이번 휴가 동안은 그대로 두기로 한다.

적게 먹고 적게 잔다.

어차피 휴가가 끝나면 모든 걸 다른 방식으로 조율해나가야 하고

그 조율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일단은 그냥 둔다.

 

 

 

 

 

 

 

감기에게 일백번의 구타를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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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8 20:06 2006/12/18 20:06

쓴 글이 포스팅 되지 못하고 날아갔다.

굉장히 무서워서 알흠답기조차 하다...

 

감기에 걸려서

코가 막혔고

코가 막혀서 눈물이 났고,

 

설겆이를 오랫동안 하지않아서

설겆이 당해야할 대상들이

전위조각마냥 위태롭고도 안정감있게

공간을 분할하고 있으며

그 규모와 형태가 가히 극단적이라 할 만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앤 빨간 의자에 앉아서 쓴 글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훗~

 

그래, 어차피

단어가 후달렸다.

나는 발레리나어같은 건 하나도 모르고

존앤 협소한 세계에 살고 있으니.

 

훗~

 

허탈하게 정치적성향이라도 알아볼까 했는데

한페이지 다 선택하고 나니 다음 페이지가 있었다.

두번째 페이지를 해석하다가 와락 그냥 꺼버리고 싶어졌다.

흙...ㅠ_ㅠ

 

와우나 해버릴거야.

감기땜에 못할 거 가터...

 

옛동네나 거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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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8 16:40 2006/12/18 16:40

the Stranger

from 영화에 대해 2006/12/18 14:42

The Stranger by Sangmok Ha

 

음악이 무척 중요하니, 소리를 키우고 봐주세요.

 

 

모니터앞 빨간의자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개토는 군만두를 먹었어.

냉동실에 군만두 다섯개가 있었거든.

만두를 먹는 데는 10분쯤 걸렸어.

그리고 블로그에 나만 볼 글을 하나 썼지.

글을 쓰는 데는 한시간쯤 걸린 것 같아.

그리고,

블로그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어.

가끔은 멈춰서서 팔짱을 끼고 조금, 쌀쌀하다고 느끼면서

고개를 숙이고 키보드를 내려다 보았어.

 

그리고는

the stranger.avi 를 클릭해서

다시 한번 봤지.

 

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랄라~

 

동영상 스킨도 맘에 안들고 기타 맘에 안들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올려놓고 보니, 화질이며 화면크기, 거슬리는 스킨,

올리지 말걸 그랬나...

감독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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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8 14:42 2006/12/18 14:42

불륜

from 우울 2006/12/18 13:02

남은 인생에 로맨스는 이제 불륜 뿐이라고 생각하니

우스웠다.

'불륜'에서 풍기는 그 미묘한 '뉘앙스'가 싫다면

김상을 마지막으로 로맨스여 안녕이다.

개토는 아직 인생의 반정도밖에 못살았는데.

 

결혼제도가 싫은 이유는, 사랑이나 관계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그것은 그저 소유, 불공평함, 기만, 획일화, 대물림, 교육...그렇게 만가지 이유들과

관계있는 것이었는데.

 

사랑을 우습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끔찍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나는 그걸 몰랐었는데, 알게 되었다.

가끔 나는 남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을 보지 못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라는 말을 참 자주 사용한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죽음과 나의 현재 사이에 엄청난 무게의 삶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개토 옆에 있어줄거야?"

죽음은 나의 현재 옆에 꼭 붙어있다.

거리감없는 죽음, 무게없는 삶.

 

편의점을 지나 좌회전을 하니

천공성같은 내 삶이 나를 마주하고 있다.

 

 

 

그래, 어쩌면 결혼이 가장 나쁜 이유는 '사랑'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인가 보다.

가장 가치있는 것을 가장 초라한 것으로 만들어

스스로를 기만하고 일상을 영유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던 건가 보다.

 

나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고 느끼는데,

남들은 내가 그것을 못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니 참으로 참으로 우리는 다른 것 같다.

 

 

 

하지만, 개토는 이미 6년 넘게 연애를 하고 있는데,

다른 연애 찾으면 김상한테 너무 미안한거 아냐?

그건 참 그렇다. 아주 곤란하다. 아주 아주 곤란해...

김상과 죽을 때까지 같이 있고 싶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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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8 13:02 2006/12/18 13:02

해왕성에서 온 편지

from 2006/12/17 14:07

편지를 받고 있다.

 

남은 시간 3499일 4시간 50초, 49초, 48초, 47초...(1MB / 3500MB 복사됨)

전송속도 : 1.574074074074074074074074074074e-5 MB / 초

 

나는 그 편지를 3500일동안 기다리며 설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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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7 14:07 2006/12/17 14:07

창세기

from 2006/12/17 12:14

태초에 눈이 있었다.

 

그는 동쪽에서부터 햇수로 8년을 걸었다.

그녀는 남쪽에서부터 햇수로 8년을 걸었다.

 

확실한 것은 불확실함 뿐이었지만,

그들은 확신을 갖고 걸었다.

그래서,

그들은 만났다.

 

바닥에도 하늘에도 사방으로도 온통 눈이었다.

그들이 걸어온 길에 찍힌 두줄의 발자국은

그들이 서로를 비스듬히 보고 있는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그녀를 만날 때를 대비해서 매일 세번씩 자위를 했다.

8년이나 머릿속으로 그리고 또 그린 만남.

그들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어색함 속에 그는 그녀의 허리를 살짝 잡고 머리를 그녀 어깨에 묻었다.

그녀는 뻣뻣하게 서서 불편한 자세로 그를 견딘다.

 

처음 만난 두 마리의 야수들처럼

그들은 서로의 눈을 피한다.

꼬리를 내리고 냄새를 맡고 다시 조금 떨어져서 곁눈질로 상대의 눈동자 주변을 살핀다.

 

그녀의 입술에서 거칠지만 단호한 입김이 쏟아진다.

그는 그녀에게서 조금 멀리 떨어진 눈위에 앉아 사방을 바라본다.

그녀는 아까부터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길을 잃었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의 오른속 새끼손가락은

그녀의 왼손 새끼손가락으로부터 1m 정도 떨어진 곳에 놓여

그녀의 손가락들이 눈보다도 더 차갑다고 느낀다.

 

그녀는 하나씩 옷을 벗는다.

길고 검은 외투를 벗고, 약간 큰 스웨터를 벗고, 너덜너덜한 스니커를 벗고

검은 양말을 벗어 스니커 안에 넣는다.

코듀로이 바지도 벗는다.

그녀는 하늘색의 남방만 입고 있다.

 

그는 아무 것도 벗지 않는다.

그녀를 무릎에 앉히고 두손으로 그녀의 오른발을 잡아 조심스럽게 문지른다.

그녀의 발은 거칠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아주 작다.

그는 손가락끝의 감각을 날카롭게 만들어 그녀의 발안쪽에 있는 가는 뼈들을 인식한다.

그는 발기하지 않는다.

제대로 준비가 된 것이다.

두개의 심장이 같은 속도로 강하고 빠르게 펌프질을 하고 있다.

핏줄이 확장되면서 얼어있던 모든 세포들이 뜨거운 피의 세례로 새 생명을 부여받는다.

 

그녀는 그의 엄지손가락을 핥기 시작한다.

그를 중심으로 눈이 녹는다.

눈은 엄청난 속도로 녹아 간다.

내리는 눈들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작은 물방울로 변해서 그들을 적신다.

엄지손가락은 그녀의 입속에서 완전히 젖었다.

그리고 그녀의 날카로운 이가 그 손가락끝을 물어뜯는다.

그녀는 피를 마신다.

이제 그들은 하늘이 보이지 않는 둥글고 검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들은 바다를 만들어 그 안으로 숨었다.

그녀는 그를 아주 조금씩 오랫동안 잘근잘근 씹어 먹는다.

 

그를 양분으로

그녀는 상상의 아이들을 만들어 물에 띄운다.

아이들은 그녀를 돌아보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기위해 자신의 길을 떠난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일부를 잘라준다.

아이들은 그것을 먹고 기운을 내어 먼 곳까지 갈 것이다.

 

이것이 세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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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7 12:14 2006/12/17 12:14

LSD를 위하여

from 우울 2006/12/17 02:38

당신의 고양이님의 [최고의 사랑] 에 관련된 글.

 

눈이 오고 있었다.

눈이 아주 많이 오고 있어서, 하나도 춥지 않았다.

 

그녀는 하얀 눈이 3cm정도 쌓인 거리의 노란 가로등 아래에

LSD와 함께 앉아있다.

벤치에도, 그녀의 빨간 모자 위에도, 검은 외투 어깨에도 눈이 3cm 쌓여있다.

그녀도 LSD도 눈을 털어 내지 않는다.

 

사랑해.

 

그녀는 눈이 쌓인채로 아주 조심스럽게 LSD를 흡입한다.

그는 마치 준비된 가루처럼 그녀안으로 쉽게 빨려들어간다.

그는 그녀 뇌세포와 뇌조직의 일상적 활동을 잠시 멈추게 한다.

세로토닌을 가로막고

그녀의 깊은 뇌주름 속까지 들어가 구석구석 키스를 불어넣는다..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느린 시간을 엿본다.

수정으로 만든 배가 존재하지 않는 음악을 연주하며

하늘의 바다속을 가로지른다.

그녀는 그 음악을 "볼 수" 있다.

그녀는 LSD의 색깔을 "들을 수" 있다.

마법의 용이 푸른 연기를 내뿜는다.

 

동공이 자꾸 자꾸 확대되어 눈동자 속으로 눈들이 쏟아진다.

LSD도 가로등도 노랗거나 주황색이거나 혹은 빨갛고 파란 빛들도 모두

그녀의 눈동자를 통과해

그녀의 몸안에서 사랑과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그녀는 세상을 덮는다.

세상은 하얗다. 그녀는 이제 5cm만큼 세상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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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7 02:38 2006/12/17 02:38

거리

from 우울 2006/12/17 01:57

불공평하게도

세상에는 더 많이 사랑받고 더 많이 주목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남들보다 적은 노력을 하고도 좋은 평가를 받거나

그냥 제멋대로 구는데도 사람들이 좋아해준다.

 

공평하게도

이런 사람들이 살면서 심각하게 곤란한 점이 있는데,

주변의 평가에 우쭐해서 스스로를 잃어버리기 쉽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그들 가운데는 텅 비어있는 사람들이 많다.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기도 전에

남들이 추켜세워주는 일에 휩쓸려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떠맡게 되기도 하는데,

책임도 지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세우고 사람들의 애정에 기대어 두리뭉실 떠다닌다.

 

운이 좋으면 자신과 잘 맞는 일을 찾아 스스로도 만족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남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기 위해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는 것만 같았다.

 

상황을 자각한 이후로는,

스스로를 위해

평가와 주목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위해 무척 노력하게 되었는데,

자각의 시간이 그리 길지 못해

그 거리를 두는 방식이 아주 서툴다.

 

서툴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상대에게 거북한 느낌을 전달하게 되는 것도 같다.

최근에 내가 그런 것 같다고 느끼게 되었다.

 

정말 지금은 모든 일에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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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7 01:57 2006/12/17 0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