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낯선 사람과는 이야기하지 않아.
내게 낯설지 않은 사람들은,
한 손으로 꼽고도 손가락이 남아도는데,
넌 참 잔인하구나.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종교나, 가족 이야기 따위 나는 관심없어.
나는 나에게만 관심이 있고,
나에게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하나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거만한게 아니잖아.
내 멋대로 사는 것도 좀 적당히 하라는 건가?
내 멋대로 굴게 해주지 않은 사람이랑은 말하기 싫어
그래서 나도 이제 너랑 말하기 싫어.
나는 왜 이렇게 바보같은지,
날 이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사람들한테, 마구 쏟아내어 보는데,
바보새끼들이 하나도 이해못해.
그래서 나는 무서워.
개토를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구.
나 무서워서 자꾸 죽고 싶잖아.
피곤해. 피곤해. 피곤해. 피곤해.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 그게 내가 공동체를 떠난 이유야.
하지만, 여전히 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살고 있어.
그들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래서 자주, 삶을 포기하고 싶어져.
삶을 포기한다는 것, 피맛이 나는 젤라틴같은 유혹이지.
왜 떠나지 못할까?
욕심이 나서 그래. 삶에 대한 욕심.
무언가에 무섭게 파고들 때, 예리하게 빛나는 삶에 대한 욕심.
나는 검은 허공에 딱히 어딘가 발디딘 곳도 없는 채로 서있어.
몸안에 흐르는 전류로 불을 켜기 위해서,
손가락을 맞대어보기도 하고
거꾸로 서보기도 하고
손톱으로 심장을 헤집어 보기도 했어.
너도 알고 있겠지만.
한도 없이 투명해서, 끝도 없이 어둠만 보이는 이 세계 저 너머 어딘가에
단지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을 뿐,
분명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가끔은 지낼만도 했는데.
인류의 후손으로서, 내 안에 악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딱딱해진 뇌주름들로 피부가 벗겨질 때까지 온 몸을 긁어대곤 했는데,
자꾸 새 살이 돋아.
돋아난 새 살은 아기처럼 부드럽기도 하다.
나는 부끄러운 존재야.
눈을 감아버리고 돋아난 새 살을 도취된 채로 어루만져 보게 돼.
부끄럽기 때문에, 떠나온 것이기도 했어.
검은 허공이 차라리 견딜만 하니까.
조금 더 멀리 떠나야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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