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눌려

from 우울 2007/09/30 12:56

일에 눌려 찌그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급한 일 하나만 남겨두고 다른 일들은 좀 잊었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괴로워해도 안 되는 걸,  

당장 급한 일을 처리해 버리는 것이 제일 괴로움을 더는 방법인 걸 알면서도

잠자는 내내 뭔가에 짓눌려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하는 내내 뭔가에 짓눌려서 일하는 기분.

 

단순해 지도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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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30 12:56 2007/09/30 12:56

할 일이

from 우울 2007/09/28 09:49

아주 많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무슨일이 있어도 해야하는 일이,

5가지나 있는데,

훗, 5가지가 모두 만만치 않은 일들이다.

이를테면, 영상을 하나 만들어야 해(최소 48시간은 작업해야하는데 내게는 48시간 뿐이다).

게다가 홈페이지도 하나 완성해야 하고(최소 8시간 작업해야하는데 내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없네).

교수님에게 욕먹지 않을 사진도 찍어가야 하지(최소  3시간은 필요하다. 날씨가 맑은 날 어디론가 나가야한다. 그러나 역시 내겐 그럴 시간이 없다).

더 나아가, 교수님이 편집해오라고 한 영상도 하나 있었지(2시간 잡아볼까).  

그런데, 다섯번째 일이 뭐지? 뭐였지? 생각이 안난다. 없었나?

아, 역시 다른 교수님이 해오라한 작업이 있었다. 뭐더라...어쨌든 3시간 잡으면 되겠다.

 

훗, 괜찮아, 어떻게든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되어왔잖아.

도합 64시간이 필요하지만, 개토는 48시간 동안, 잠도 자고 놀기도 하면서 결국 다 할 수 있다.

 

그래도, 2시간 자고 세수도 안한채로 학교에 와서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서 블질이나 하고 있는 건 뭔가 이상해.

 

안늦으려고 너무 일찍 와버렸다.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10월 10일 이후로, 학기가 끝날때까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김상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조금만 먹고 구석에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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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8 09:49 2007/09/28 09:49

여행가고 싶다...

from 우울 2007/09/27 11:22

달군님의 [걷다가 돌아와서 다시 떠날준비 0] 에 관련된 글.

 

 

걷고 싶다.

걸어서 여행하고 싶다.

 

부럽구나...

 

 



아마도 절실하게 가고 싶은 게 아닌 거다.

하지만, 자신이 없기도 해.

 

예전처럼 절실이고 뭐고 안따지고 무모하게 훌쩍 떠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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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11:22 2007/09/27 11:22

1. 커뮤니케이션?

 

다른 모든 동물들처럼 인간은 자신이 취합한 정보들에 대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위험한 것과 위험하지 않은 것, 편안한 것과 편안하지 않은 것 등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우연에 의해(여기까지 인간은 세계에 대해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의존적이었다),

인간이 눈을 중심으로 진화하게 되어, 직립하게 되고,

손이라는 복잡한 도구를 갖게 되면서,

인간은, 단순히 정보(특히 이미지)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게 된다.

정보(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달리는 얼룩말은 사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그러나,

달리는 얼룩말에 '돌을 던지면' 돌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서 얼룩말을 죽인다.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는 비슷한 경험들을 공유하게 된다.

누군가 얼룩말에 돌을 던져서 얼룩말을 잡으면,

그걸 '보고 있던' 다른 개체들도 그 정보를 입수하여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개체가 정보를 뇌에서 구성하는 방식은 개체의 경험이나 뇌의 물리적 형식에 따라 달라진다.

 

누구도 돌을 던져보지 않은 다른 공동체의 구성원이 그 공동체 안으로 들어왔을 경우,

전체 구성원이 사냥을 나갔을 때, 그는 다른 구성원들이 서로 주고 받는 몸짓과 눈짓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커뮤니케이션이란 공통의 경험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된다.

 

지각이란,

초원위에서, 바람과 풀들과 나무들과 얼룩말들 가운데, 특별히 약한 얼룩말을 '골라내어', '주목하는' 일이며

커뮤니케이션이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하고, 시선을 돌맹이로 움직이는 정보(이미지) 등을

'지각하는 것'이다.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하고, 시선을 돌맹이로 움직이는 것은 일종의 코드이다.

 

그 코드는 우리의 환상과는 달리, 전혀 객관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경험적일 뿐이다.

 

돌맹이를 던져보지 않은 이에게 그 코드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민주적이고 쌍방향적인 소통과 대화가 될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돌맹이를 던져본 부족은

돌맹이를 던져보지 않는 자가 돌맹이를 던지는 이미지(정보)에 자주 노출되도록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2. 고립된 단자들

 

[구텐베르크-은하계의 끝에서]에서 볼츠는

라이프니츠가 완전히 닫힌 체계인 '고립된 단자'들 사이에

신에 대한 근본적인 의존성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고 했다

라고 말한다.

 

신을 '세계'로 대치하면, 내게는 좀 더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고립된 개체들은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존성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먹고 자고 싸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세계란 필연적인 조건이고

그 조건들의 동일함, 조건에 대한 의존성의 동일함이 커뮤니케이션을 낳는다.

 

그런데 인간은 눈과 뇌와 손을 갖게 됨으로써

세계에 대해 의존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 조건은 동일하지 않게 되었다.

 

세계는 인간에 대해 의존적이다.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존성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개체와 개체가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환상은

세계에 대해 의존적이지 않은 자기자신을 상정함으로써만 가능하게 된다.

 

고립된 인간의 근본을 알 수 없는 외로움은, 그곳에서부터 나오게 되는 걸까?

 

 

3. 이미지

 

돌맹이를 손으로 들어올려 던지기까지

인간의 뇌가 어떤 경험을 겪었는지는 그저 분분한 추측이 될 뿐이다.

어찌되었건 인간은 돌맹이를 들어올려 던졌다.

 

정보(이미지)를 가공하여 다른 정보(이미지)로.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인간은 이미지없이는 인간이 아니다.

 

태초에 이미지가 있었다.

 

4. 미디어

 

이미지는 미디어이다.

 

5. 돈은 이미지이고 미디어이다.

 

그보다 강력한 이미지와 미디어.

 

6. 문자

 

내가 겪은 것을 타인에게 겪게 하는 것.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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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3 16:27 2007/09/23 16:27

단체들이랑 일하기 싫다.

 

일정이 수시로 바뀌고, 모든 상황에 대해서 거의 통보에 가까운 정보를 던져주고,

마감에 가장 가까운 시기에만 일이 진행되고,

필요한 자료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봐주는 일은 절대로 없고,

때로는 내가 고민고민해서 요구한 자료들을 주는 것에 대해서조차 굉장히 아까워하거나,

사실은 매우 귀찮아한다.

심지어, '그런 식으로 자료를 요구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내가 나 좋자고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나도 대충 자료받아서 심미적인 요소 고려하지 않고 막일하면 편하다.

자료 고르는 것도 굉장한 일거리인데, 그냥 보내주면 내가 찾겠다는데,

그거 웹하드에 올려주기가 그렇게 힘든가?

 

조합원이냐고? 아닌데요.

조합원이 아니라서 잘 모르나 본데...

그냥 조합원한테 시키기로 결정하시지, 왜 이제와서 그런걸 따져요?

죄책감이라도 느끼라는 건가요?

 

내 노동은 그들에게 있어서, 기계의 노동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조금도 존중받고 있지 못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자기들 편할 때, 전원버튼 켜고 돌리면 그만이다.

 

방금도 그런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날 밤중에, 일거리를 던져주고 10월 2일까지 끝내달라는 건,

추석동안 일하라는 건데.

남한테 그렇게 일 주면 기분이 좋을까?

어쨌든 넘겼으니 자기는 마음이 편할까?

 

11시가 넘어서 문자하나 달랑 남기는 것도 기분이 나쁘다.

문자란 정말 편리한 거겠다.

미안한 이야기 한마디 할 필요 없고, 쓸데없는 감정노동 안해도 되고,

메일 보냈으니 확인하세요.^^ 웃는 이모티콘 하나면 친근한 느낌 살짝 주면서.

 

메일에는 답장을 '빨리' 달라는 귀여운 독촉도 있었다.

 

추석에 일을 주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줄 수 없었을까?

 

참 대단한 일들 하셔서, 난 뭐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다시는 그 단체와 일하고 싶지 않다.

 

자신들의 노동도,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지겹다.

짜증나.

 

정말 짜증이 나네.

 

내가 무슨 5분 대기조인가.

기획도 안해놓고 사람 불러서 급하다고 일 시켜서 일정맞춰 일해줬더니

일정이 늦춰졌다고 한달 넘게 연락없다가 추석연휴시작될 때 문자하나 보내 마무리 해달라니.

솔직히 작업할 마음이 안난다.

 

맨날 하는 소리.

저희는 단가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서...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그 소리도 지겨워.

언제 단가 맞춰 준 적 있나?

단가 맞춰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고, 줄 생각도 없으면서,

왜 사람 곤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들 예산이 있을 거 아닌가. 예산이 얼마니, 거기 맞춰 일해달라 말하면 큰 일이라도 나는건가?

그건 근거없는 착한 척인가 순진한 척인가 그냥 돈이야기 꺼내는 습관인가.

아, 예산보다 적게 부를 지도 모르니 한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생각인가?

 

자원활동이 아닌 일은 안하겠다고 다짐하다가도,

급하다고 하면,

나도 돈이 없으니 어차피 일하는 김에 조금이라도 버는 게 낫다는 생각에 덥석 맡지만,

즐겁고 멋지게 일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내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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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3 01:37 2007/09/23 01:37

Big Bang & Prime number

from 책에 대해 2007/09/22 23:52

And when the universe has finished expoding, all the stars will slow down, like a ball that has been thrown into the air, and they will come to a halt and they will all begin to fall toward the center of the universe again. And then there will be nothing to stop us from seeing all the stars in the world because they will all be moving toward us, gradually faster and faster, and we will know that the world is going to end soon because when we look up into the sky at night there will be no darkness, just the blazing light of billions and billions of stars, all falling.

 

I think prime numbers are like life. They are very logical but you could never work out the rules, even if you spent all your life thinking about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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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23:52 2007/09/22 23:52

일기

from 우울 2007/09/22 23:40

최근에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편한 일이었다.

늘 생각하면서 살 때는 몰랐는데.

 

하나의 단초를 만나면, 그 끝에 이르렀다고 느낄 때까지 어디에서나 생각하곤 했었는데,

나는 무엇에 지친걸까?

 

좀 아팠다.

아팠다기 보다는, 기력이 쇠했달까...

영화에서처럼 손을 묶인 채, 주먹으로 얼굴을 된통 맞고,

쇠몽둥이로 배와 등을 차례로 얻어 맞은 다음, 무릎 뒤쪽을 맞아서 땅에 철퍼덕 엎어져서,

찌그러진 눈두덩이를 들어올려가면서, 뭉글뭉글한 핏덩어리를 입에서 뱉어 내면서

아스팔트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엄살이 심하다.

 

구텐베르크 - 은하계의 끝에서. 제목 한 번 멋지구나.

 

더이상 도망갈 곳은 없다.

나를 쫓아온 것도 없었지만.

 

인간은 진화의 끝에 다다른 걸까?

모든 것들이 이미지들로 변환되고 있다.

 

보드리야르처럼 생각하면 편해질까?

붐!

 

나는 아직도 너무 많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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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23:40 2007/09/22 23:40

굉장히 개인적인.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고 싶어지는 책이었습니다.

 

어떤, 분위기에 대해서 생각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기억이 나지 않네요.

 

한 밤 중에 개토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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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23:14 2007/09/22 23:14

책 날개에는, 이 책의 작가가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함께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힌다고 적혀있었습니다.

 

마르케스와 보르헤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들에 포함되기 때문에,

저는 조금 기대를 했었어요.

결론은, 이 책만으로는 마르케스나 보르헤스의 책들만큼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흠잡을 데 없는 완성작이라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관심이 있는, '이미지'라는 주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미지가 없이는, 인간이라는 존재, 문명, 문화도 없다는 거죠.

인간의 진화는 어쩌면 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적 근거를 찾아보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만

(누군가 이미 그런 학설을 내놓았고, 어쩌면 이미 정설에 가까운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시각정보의 방대함때문에 뇌가 발달하고, 시각정보를 좀 더 확보하기 위해 직립보행을 하게 되고,

덕분에 손이라는 엄청나게 복잡한 도구를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이미지 자체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지만,

인간은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저것은 위험', '저것은 먹을 것', '저것은 생식', '저것은 안락함'

 

뭐 그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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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23:10 2007/09/22 23:10

하루

from 우울 2007/09/12 21:47

더러운 8차선 도로와 도로보다 더 더러운 공중과,

극단적으로 화려한 백화점, 극단적으로 꾀죄죄한 골목길을 마주하고 서서,

막을 길 없는 미지근한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버스를 40분동안 기다린다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다.

가방끈이 어깨를 죄어오고, 입고 있는 옷들이 서서히 남의 옷처럼 거북해진다.

막아서지 않으면 그냥 가버릴 버스를 잡기 위해,

40분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머리와 온 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수십대의 버스들 속에서 주홍색 버스들만 가려내고,

가려낸 버스들 사이에서 내가 탈 버스의 번호를 기대하는 것 뿐이다.

시야를 가리는 사람들에게 짧고 무관심한 증오를 던지고,

가끔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아본다.

 

버스안에는 이미 사람이 가득하다.

버스 앞 문 옆에 달린 철봉안쪽으로 들어가 기대 앉으며

되도록 육체적 고통이나 감정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차들은 노예들의 느릿한 행렬처럼 움직인다.

등 뒤의 철봉 반대쪽에 선 아저씨의 뜨거운 등이 자꾸 내 등에 와 닿는다.

집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 시간으로부터 2시간 30분 뒤이다.

 

눈을 뜨면서 생각한다.

일어나기 싫다는 생각을 하지마. 아무 생각도 하지마. 그냥 움직여.

시계는 8시 5분전을 가리키고 있다.

5분을 더 자기로 맘 먹자마자 이미 나는 잠이 들어있다.

5분은 죽음처럼 아무것도 없었고, 인생에 그런 아무것도 없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원래는 7시에 일어나야 했다.

2시간에 걸쳐 앉아서 학교에 갈 것인가, 1시간 반으로 30분을 단축하면서 서서 학교에 갈 것인가.

매일 가야하기 때문에, 학기 초에 가능하면 앉아서 가자고 결정했는데,

결국 30분을 더 자고 서서 가고 만다.

 

삶이 정신없다고 느낄 때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이다.

오늘은 정신없는 가운데 겨우 한 권의 책밖에 읽지 못했다. 그나마 어제 반이나 읽어놓았던 책이었는데.

나는 오늘 정말로 정신이 없었나 보다.

 

어제는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읽었고, [애드버스터]를 그냥 한번 흝어봤고,

[눈먼자들의 도시]를 반쯤 읽었다. 뭔가를 더 읽었는데...아, [퍼레이드]라는 일본소설이었다.

오늘 마저 다 읽었다.

 

수업은 미묘하게 지루했다.

선생님에게는 길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만큼이나 관심이 가지 않았다.

유명미대를 졸업하고 이태리에서 유학한 뒤 석사를 2개인지 3개인지 받고

현재 박사과정을 진행 중인 그 분은

압구정 로데오 황금거리에 회사를 가지고 계시고 이동할때는 택시만 이용하시고

KBS, 삼성, LG, 나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유명 호텔들과 식당들과 기타 등등에 대한

알 수 없는 디자인 일들을 하고 계셔서

뭐랄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책에 나왔던 그 높은 사람처럼 다른 세계에 사시는 것 같았다.

 

이제 [눈먼자들의 도시]를 마저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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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2 21:47 2007/09/12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