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from 우울 2009/09/04 23:59

우울이구나....

오랫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쓴다.

제목을 쓰고 카테고리를 설정하는데,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편히 늘어놓을 공간을

'우울'로 정해놓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밖에 나가서는 또 허풍을 늘어놓았다.

나는 누구든 만나면 말이 많아진다.

똑똑해보이려고 그러는 거다.

똑똑해 보이면 예쁘게도 보인다는 걸 바닥 저편으로부터 알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좋아한다.

밖에서 나는 재능있고 똑똑한데 욕심없고 관심가는 사람이다.

 

나는 그럴때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노는 물은 수준이 낮구나.

 

나는 별로 똑똑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고 게으른데다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밖에 나가면 그런 척 하느라 애쓰고는, 집에 돌아와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말 내게 속는 걸까? 하고 생각하면 정말 사람들이 별게 아니구나 싶다.

 

담배를 한동안 안피웠는데, 또 잔뜩 피우고 말았다.

담배라도 피우지 않고는 사람들 앞에서의 내 위선을 참아내는 게 힘들다.

아침내내 머리가 아파서 2시까지 자고

오후에는 폐인처럼 책을 읽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나의 소소한 일상을 어디선가 조금 보고 사서 읽게 되었는데

띠지에 적힌 글이 '환상'이었고 책은 좀 지겨웠다.

삼분의 일쯤 남았으니 마저 읽고 자야겠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박민규의 소설을 읽었는데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대체 못생겼다는 게 뭔가 하고 궁금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을 한 권 읽었고,

네이버 웹툰에서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게이 관련 만화를 정주행했다.

서점에서 좀 읽다가 필요할 것 같아서 산 철학 입문서를 펼쳤는데 그다지 내키지 않아 엎어두고

이딴 시시껄렁한 걸 쓰고 있다.

요즘 책에는 전부 띠지가 붙어있다. 띠지는 천박하다.

모든 책을, 거대한 파마머리에 파란 원피스 수영복차림의 미스코리아처럼 보이게 만든다.

 

해야할 일들이 있는데 안하고 있다.

나는 꼭 그런다.

민폐다. 이래서 사람들과 관계된 일을 하면 안된다.

책임감이라고는 눈꼽만큼 찾아볼래도 없다.

 

양가죽을 털째로 벗겨서 만든 어그부츠를 샀다.

추위를 극심하게 타는 나로써는 겨울철 필수품인데

이딴 변명들로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가야 하는 걸까 싶다.

 

책을 내주겠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하고싶었던 마음이 풀썩 식어버렸다.

기획하고 있던 것들이 모두 허접하게 느껴졌다.

 

내가 싫어졌다.

 

왜인거지?

 

무서운건가?

내맘대로 할 수 없게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조낸 작은 구속도 나는 끔찍하게 거대하게 느껴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런거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9/04 23:59 2009/09/04 23:59

온 우주가

from 우울 2009/06/19 15:16

힘을 모아서 만들어낸 생명.

그리고 온 우주가 살아가게 하는 생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19 15:16 2009/06/19 15:16

400만 중고생들의 멘토

from 우울 2009/06/15 21:50

400만 중고생들의 멘토

김혜남 쌤이 전하는 입시 희망 프로젝트


일반중, 일반고 아이들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지켜주는 입시와 인생의 성공 가이드

 

4. 책 속으로

 

‘인생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그 인생의 성취가 달려 있는 것이지, 특목고 출신이냐 일반고 출신이냐가 조건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입시 전략 또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반고에 다닌다고 모두 불리한 게 아니라 ‘스카이대’를 향한 숨어 있는 내비게이션만 발견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15 21:50 2009/06/15 21:50

친애하는 DY에게

from 우울 2009/06/12 20:05

오빠, 안녕하세요?

외국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게 마지막인데,

아마도 아직 그 일을 하고 있겠죠?

 

조금 부러운듯. 오빠는 건강하니까, 그런 일도 할 수 있구나.

 

저는 늘 그렇듯 야리야리하게 병신으로 살고 있어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12 20:05 2009/06/12 20:05

키보드

from 우울 2009/06/12 15:15

모니터를 째려보고 있으려니, 키보드가 숨을 쉬는 것이 보였다.

엔터부분이 살며시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내려다 보니 숨쉬는 것을 멈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12 15:15 2009/06/12 15:15

오바마의 신발 밑창

from 우울 2009/06/11 15:03
이스라엘 모욕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11 15:03 2009/06/11 15:03

덧글에 대한 덧글

from 우울 2009/06/05 14:04

나는 요즘 아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사실은 어렸을 때부터 아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어.

 

아이같은 건 절대로 낳지 않겠다고 생각했지.

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나보다 더 많은 걸 갖게 될까봐 질투하기도 하고.

나는 정말 나밖에 모르는걸까.

 

요새는 낳지도 않은 아이에 대해 질투같은 건 하지 않지만,

그 아이가 세상에 대해서 알게 되는 과정을 꼭 겪게 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은,

세상은 무서운 곳이잖아.

 

그건 그렇고,

당고 말대로 아이란 건 내 인생을 요구하니까 겁이 나서 못낳겠어.

 

나는 쿨하고 멋진 삶을 살고 있는데,

아이가 생기면 그렇게 살 수는 없게되겠지.

늙었을 때 외롭지 않기 위해서 젊음을 희생하는 건 아까운거지.

 

하지만, 그대신 무언가를 긍정하게 되는걸까?

생명과 미래와 희망같은 걸 긍정하게 되는걸까?

 

그런 건 아닐꺼야.

스스로의 삶에서 그런 걸 갖고 있는 사람들만 아이를 낳아야 하는걸텐데.

 

나는 요새 가상공간에서만 살아.

현실은 어디있는걸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05 14:04 2009/06/05 14:04

불타는 칼을 가진 케루빔 천사

 

인간은 분리된 채 사랑에 의해 다시 결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의 인식 - 이것이 수치심의 원천이다.

동시에 이것은 죄책감과 불안의 원천이다.

 

어떻게 분리상태를 극복하는가, 어떻게 결합하는가, 어떻게 자신의 개체적 생명을 초월해서 합일을 찾아내는가

 

 

시간이 없으면 놀 수가 없다.

 

놀이의 조건은 시간이다.

 

아저씨, 놀려면 뭐가 필요한지 아세요?

뭘까...장난감? 아니면...친구? 어른들은 놀려면 돈이 필요하지. 흐흐흐...

아녜요. 놀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제가 놀자고 하면, 다들 말하죠.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놀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근데, 아무도 시간이 없는거죠.

어쩔 수 없어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아파트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하면 다들 번듯한 집에 사는 줄 알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어진 지 30년이나 된 4층짜리 아파트라서

아파트라는 이름이 부끄러워할 지경이다.

복도의 창문은 건드리면 떨어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닫혀있다.

 

당연히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다 가난하다.

아파트의 주인들은 아무도 이곳에 살지 않는다.

다들 월세를 내고 사는 것이다.

복도의 창문을 수리해주거나, 아파트 외관을 청소해주는 일은 당연히 없다.

 

나는 가끔 아파트의 벽돌을 침을 뱉어 닦으면서 논다.

나이가 많이 든 빨간 벽돌은 꽤 예쁘게 보인다.

아파트가 깨끗이 닦이면, 빨간 벽돌로 된 아파트는 굉장히 예쁠지도 모른다.

 

엄마는 머리숱이 별로 없다.

이제 겨우 마흔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머리가 모두 빠져버렸다.

암에 걸려서 치료를 받은 것은 아니다. 그냥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 것이다.

엄마는 핸드폰으로 정수리 사진을 찍어서 몰래 본다.

한숨을 쉰다.

머리숱이 많았을 때 엄마는 훨씬 예뻤는데.

 

우리는 이 아파트에서 6년이나 살았다.

엄마는 우리가 그래도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천에 삽십에 이정도의 집을 구하는 것은 서울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방도 3개나 있고 마루와 부엌, 베란다도 있는 집이다.

천장이 낮지만, 튼튼하게 지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집이다.

나는 9살이지만, 내 방을 가지고 있다.

프라이버시가 있는 것이다.

 

엄마가 항상 깨끗이 청소를 하기 때문에, 나는 친구들이 우리집에 와도 부끄럽지 않다.

어둡고 좁은 복도와

죽은 것처럼 보이는 덩굴들이 붙어있고 더이상 벽돌 색깔로 보이지 않는 아파트의 괴기스러운 벽을

처음 보게 되면 누구나 조금은 놀란다.

하지만, 안에 들어와 보면 그냥 사람이 사는 집인 것이다.

나는 작은 벽장까지 있는 내 방을 진짜로 좋아한다.

 

사실, 모든 집이 다 사람 사는 집처럼 보이는 건 아니다.

우리 윗집에 사는 아저씨는 바퀴벌레처럼 산다.

환경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아저씨는 시인이라고 한다.

방이란 방은 전부 책으로 들어차 있다.

안방에는 그래도 책꽂이와 책상이 있어서 바닥에 쌓여있던 책들이

책상위나 책꽂이의 빈 공간에 쌓일 때도 있었지만,

아저씨가 자는 방에는 이불을 둘러싸고 책들이 바벨탑처럼 위태롭게 쌓여있다.

무너질 때도 자주 있어서 아저씨는 자고 일어나면 무너진 책들 중에서 손에 집히는 걸 읽는다고 한다.

 

제일 작은 방은 책들의 무덤이다.

읽을만한 가치가 없는 책들은 그리로 들어간다.

그냥 보면 더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 같지만, 아저씨는 가끔 열려있는 책들을 무덤을 흘끗 보고

어딘가에 두꺼운 책 한권을 끼워넣는다.

그러다가 가끔은 몇권을 꺼내서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는다. 

 

부엌에도, 화장실에도 책이 있다.

아저씨는 부엌에 있는 작은 식탁에서 책을 읽는다.

밥은 아껴서 조금만 먹는다.

반찬은 김과 김치들이다.

아저씨의 엄마가 몇 달에 한번씩 부쳐주신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아저씨의 집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이유는,

아저씨가 내 친구이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3년쯤 전에, 그러니까 내가 6살 때 이 아파트로 이사왔다.

아저씨가 이사오던 날, 나는 집 앞 계단에서 놀고 있다가

책을 운반하는 용달 아저씨한테 밀려서 조그만 복도 구석에 서있었다.

책들이 코앞으로 지나갔다.

 

'짐이 별로 없는 줄 알았더니만, 이놈의 책이 다 짐이구만.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저걸 언제 다 날러. 차라리 냉장고 10대 올리는게 낫지. 꼭대기까지 이놈의 책들고 왔다갔다 하다가 골병들겠구만. 아니, 왜 짐이 별로 없다고 거짓말을 혀.'

'아저씨가 보시고 가격 말씀하신 거잖아요.'

'아니 꽂혀있을 때는 그렇게 많은 줄 알었나. 무슨 놈의 책을 이렇게 쌓아놓고 살어. 하여튼 그 돈에는 일을 못혀.'

용달 아저씨는 아저씨한테 5만원이나 더 받아갔다.

지금 또 이사를 해야된다면 아저씨는 용달 아저씨한테 10만원은 더 줘야 할 것이다.

 

용달 아저씨가 간 다음에 아저씨는 우리집에 인사를 왔다.

 

다른 집에도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다들 집에 없었고, 우리 집에도 나밖에 없어서

아저씨는 결국 나랑만 인사를 하게 되었다.

 

'내 이름은 조민국이란다. 너는 이름이 뭐니?'

나는 처음에 아무 말도 못했다.

 

아저씨는 계단에 앉아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나는 복도 구석에서 내 발가락를 지켜보았다.

아저씨가 피우는 담배냄새가 싫어서 작게 기침을 했다.

 

'아, 미안하구나. 심심할 때 우리 집에 놀러오렴. 오늘 이사왔거든.'

아저씨는 웃으면서 담배를 끄고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나는 아저씨가 앉았던 계단에 앉아서 다시 혼자 놀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놀 때 주로 그림을 그렸다.

종이랑 연필이 있으면 종이에 그리고 아니면 먼지로 바닥에 그림을 그려서

엄마가 돌아오면 내 손톱에 낀 때를 닦아내느라 오래걸렸다.

나는 우리가 사는 3층 복도와 계단에서 더 멀리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혼자는 잘 돌아다니지 않았다.

엄마는 나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했지만, 돈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다섯 살 때, 한 번은 내가 없어졌었다고 한다.

엄마가 눈을 뜨니까 집 안이 캄캄하고 내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엄마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고 했다.

유치원에 보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하고 백번도 더 생각했다고 한다.

경찰에도 전화하고,

신세를 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엄마였지만 옆집에 내가 혹시 돌아오면 연락해달라고 부탁하고

핸드폰을 꼭 쥔 채로 아파트 집집마다 찾아다녔다고 한다.

나는  동네에 있는 작은 동산에 올라갔다가 길을 잃어서,

얼굴에 묻은 흙먼지를 눈물로 닦아내면서 돌아다니다가

결국 9시가 넘어서야 집 근처에서 경찰아저씨에게 발견되었다.

내 주머니에는 엄마에게 줄 예쁜 돌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엄마는 그 날 일을 안나갔다.

 

엄마는 예쁜 돌들을 좋아해서,

내가 강가에서 마리아님이 예수님을 안고 있는 모양의 돌을 주웠을 때 진짜로 환하게 웃었었다.

 

엄마가 너무 많이 울어서, 나는 다시는 멀리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엄마한테 말했다.

 

하지만 집 안에 있는 것보다는 계단에 있는 게 나는 더 좋아서 주로 계단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저씨는 집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계단에 있으면 누가 집에 들어가고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아저씨는 정말로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꼬마야, 안 춥니?'

나는 계단에서 잠이 들어있었다.

'들어가서 자야지.'

아저씨가 우리집 벨을 눌렀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어서 대답이 없었다.

아저씨는 나를 부드럽고 가볍게 안아서 계단을 올라갔다.

아저씨의 몸은 엄마랑 다르게 단단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저씨랑 처음 밥을 먹은 건 그 날이었다.

 

'엄마는 언제 오시니?'

그건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있었다.

 

'꼬마야, 내일부터는 우리 집에서 놀래?'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 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너 노는 데 꼭 필요한 게 뭔지 아니?'

나는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아저씨는 진짜 즐거운 놀이를 할 때처럼 웃으면서 가르쳐 주었다.

'노는데 진짜 필요한 건, 시간이야, 시간. 너도 시간이 많고 나도 시간이 많으니 우리는 같이 놀 수 있겠다. 같이 많이 놀면 친구도 될 수 있을거야.'

 

'으' 하고 나는 대답했다.

 

나는 한 번도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아저씨랑 놀기 전까지는.

 

처음에는 아저씨네 집에 가지 않았다.

계속 복도에서 혼자 놀았다.

그러면 아저씨가 12시쯤 방금 일어난 것같은 얼굴로 계단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다시 집에 들어갔다가 10분쯤 후에 조금 깨끗해져서 또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면 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자는 엄마를 조금 지켜본다.

 

엄마는 1시쯤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나랑 같이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부분 가발을 쓰고 5시에 예쁜 옷을 입고 나간다.

엄마가 있을 때는 복도에서 놀지 않는다.

'엄마, 예쁘다.'

나는 스타킹만 신은 엄마 무릎에 앉는다.

엄마는 립스틱 자국이 안남게 나한테 뽀뽀를 해주고 '우리 마야가 젤 이쁘지'한다.

마야는 엄마가 일하는 가게 이름이다.

가게에는 주인 언니가 있다. 언니가 없었으면 우리는 같이 못살았을 거라고 한다.

언니는 엄마에게 삼백만원이나 빌려주었다.

아파트를 알려준 것도 언니였다.

언니는 애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가게에는 한 번도 못가봤지만,

언니가 딱 한 번 우리집에 온 적이 있어서 얼굴은 알고 있다.

우리 엄마처럼 예쁜 사람이었다.

언니는 하얀 차를 타고 왔다.

하지만 엄마는 언니도 불쌍한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는 낭비를 하지 않는다.

10원이라도 낭비하면 다 빚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낭비를 하나도 하지 않는데도 삼백만원이나 빚이 있다.

게다가 보증금 천만원에서 월세를 못내서 깎인 돈이 2백만원이나 되었다.

 

작년에 나는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3일이나 입원했었다.

내가 아프면 엄마는 빚을 지게 된다.

 

나는 작년 겨울에 방에서 너무 추워서 이가 닥닥닥 하고 부딪쳤다.

보일러값이 3만원이나 나와서 엄마가 보일러를 밤에만 잠깐 틀었다.

계단에 나가면 가끔 계단이 더 따듯한 것도 같았다.

엄마가 돌아왔을 때 나는 앞이 잘 안보이고 죽을 것만 같았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났는데 손으로 닦을 수가 없었다.

멀리서 작은 먼지들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면서 아주 커다랗게 되었다.

나는 먼지들을 피하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엄마는 뜨거운 나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택시를 타고 갔다.

응급실이랑 택시비랑 해서 월세만큼 돈이 나왔다.

응급실은 보험이 안되어서 그렇다고 했다.

 

 

 

아저씨가 닥닥닥하고 이를 부딪치는 소리도 들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02 19:49 2009/06/02 19:49

사랑

from 우울 2009/06/02 17:07

사랑과 글을 쓰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나를 사랑하는 것.

타인을 사랑하는 것.

세계를 사랑하는 것.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하면

'토끼의 눈'이나 '키쿠지로의 여름', '400번의 구타' 같은 걸 쓰고 싶지만,

나는 어린 시절 같은 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린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는 아마도 최소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이 말을 쓰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무엇을 쓰더라도 나는 잘 알 수가 없게 된다.

 

나의 어린 시절은 천박해서

나는 그 모든 이유를 아버지에게 돌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린 아이들을 싫어했다.

 

나는 나 자신이 늘 부끄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특히 어렸을 때.

 

나는 가난하지 않은 척 했다.

부자인 척했다.

굉장한 집을 상상해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는

아무도 우리집에 오지 못하게 했다.

 

비싼 운동화를 사기위해 울고,

동생은 나때문에 발가벗겨진 채로 집밖에 세워졌다.

 

부끄러운 것 투성이인 나쁜 아이였다.

 

선생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숨이 막힐 때까지 울거나 아픈 척 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나 자신의 도덕성에 확신을 얻어

반의 악인들을 뛰어난 언변으로 재판하고 형벌을 가했다.

겨우 5학년이었는데.

 

모두에게 인기있는 아이를 남들처럼 좋아하고

부끄러운 편지를 한번에 7장씩이나 보내었다.

 

나는 국민학교 6학년까지,

인생에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모두 해냈다.

 

컨닝을 한 건 아니었는데,

컨닝으로 의심받은 것도 지금까지 기억나는 걸 보면

나는 컨닝을 하고 싶을 정도로 시험을 잘 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거다.

나는 그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다.

 

단 한 명의 선생도, 나는 존경해보지 못했다.

존경할 만한 선생을 가져봤던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부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선생이 될 뻔 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뛰쳐나와서 모두 망쳐버렸다.

거짓말을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존경할 만한 어른이라는 것이 세상에 있을까?

 

초등학교 1학년때, 나는 나를 좋아해준 선생님을 딱 한 번 만났었다.

그건 너무 이른 시기였던 걸까?

난 그 선생님에 대해서 별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다.

내 그림을 무척 인정해주고, 북돋아주고 나는 좋아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 분의 얼굴은 기억나지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02 17:07 2009/06/02 17:07

무리

from 우울 2009/06/02 16:32

사람들은 무리를 짓기를 원한다.

나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을 어려워해서는 안된다.

 

어떤 사람들은 무리를 짓기를 원한다.

무리를 짓는 편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무리를 짓지 않는다면, 그 흔한 권력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을텐데.

 

서로를 지켜주는 작은 무리.

그런 무리 속의 관계를 지켜주는 것은 무얼까?

이해의 일치?

위로?

 

촛불.

그런 걸 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순간적이고

 

수가 줄어들면 인간이 현명해질까?

 

인간이 현명해져야 할까?

인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02 16:32 2009/06/02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