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부작용

잡기장
이번주부터 반상근, 어제 첨 삼실에서 일을 안했다. 화욜에 삼실에서 자는 바람에 어제 삼실에 있었던 시간이 9시간... 결국 다를바가 없잖아! -_-

12시에는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시행하는 "취약분야 근로자 권익보호 방안" 사업 대응을 위한 행동에 참가했다. 그전에 참가하셨던 분이 생계비를 벌기위한 알바를 시작하셨기에 낮 시간을 낼 수 없어 "하필 그날 노는" ㅋ 지각생이 나가게 됐다. 정부가, 특히 여당의 기획에서 하는 사업이 늘 그렇듯 시늉만 할것이 뻔하기에 서울지역의 비정규-영세사업장 노조들이 공동행동에 나선것. 개별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당사자"로 봐서는 안되고, "노조"등 노동자조직과 사용자를 당사자로 봐야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건만, 노동청 이분들께서 노조의 개입을 차단하고, 정보도 공유하지 않겠다고 하신다. 그러니 나설 밖에. 지각생은 하루만 참석했으나 이 더운 날에도 다른 분들은 행동중. 어제가 말복이라지~ 제대로다~

이후 회의까지 마치고, 드뎌 원하던대로 free 낮시간을 얻었다. 공부하러 가야지.. 학교도서관에 갔는데 아저씨가 들여보내주지 않으신다. 전에 몇번 들어간적 있어요. 요즘 도둑이 많아져서 말야. 여기 신분증 있잖아요. 여기 학생이유? 아뇨. 다른 학교 학생이유? 아뇨. 졸업생이유? 아뇨... 짤렸어요 -_- 그럼 안돼. 여기서 물러나기엔 말복더위를 온 몸으로 통과한 것이 너무 허탈하다. 원래 잘 안그러는 성격인데 끈질기게 붙들고 매달린다. 내가 도둑질한 혐의 있어요? 그건 아니지. 전에도 들어갔다니까요. 전에는 전에구요. 요즘 경찰이 감시까지 한당께요. 그냥 들여보냈다가 문제 생기면 내가 클나요. 결국, 졸업생이 들어갈 수 있다면 제적생도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주장으로 한참만에 옛날 정보를 찾아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젠장, 그 짧은 순간에 감시와 개인정보 등 짜증나는 주제들을 겪었다. ㅡㅡ^ 대학도서관 오픈 운동도 있었던것 같은데 성과가 어케 된건지


어쨌든 들어갔다. 근데 들어가니 내가 뭘하러 왔는지 살짝 흐려진다. 밤샘 후유증에 더위를 먹고, 간만에 몸을 쓴대다 여기 와서 싸운 탓일까. 왠지 오늘 하루 할만한 거 다 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_- 잠깐 멍하게 있다가 겨우 생각을 수습하고 책들을 찾고 있는데, 이런... 중간에 스쳐 지나가는 책들이 예전에 그랫듯 다시 나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안돼... 난 이제 백수 휴학생 2학년 20대초반 자유인이 아냐. 찾던거만 보자. 그러면서 손은 움찔, 어깨는 들썩.

결국 유혹을 못이기고 관심가는 제목을 가진 책 몇권을 뽑아 읽는다. 읽다보니 오호~ 이거 재밌는데 하며 다른 것도 몇권 뽑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어느틈에 이렇게... 할섭지, 이제라도 찾던거 찾아 몇권 살짝 훑어보고 앞으로 볼 껄 계획하자. 서가에 꼽힌 책을 한아름 뽑아다가 책상에 놓고 하나 하나 훑어본다. 음...이건 비즈니스관련이네 탈락. 오... 이거 신선하군. 적어놓고... 이건 볼만한데 나중에 봐야겠다. ... 그러니 벌써 갈 시간이다. 오늘도 결국 똑같은 패턴인가. 뭐 하나 깊이 파고들기보단 사뿐사뿐 살짝 맛보고는 다시 날아가는 나비..(파리? -_-)

그렇긴 해도 간만에 좀 새롭게 넓게 생각해볼 꺼리들이 있다는 것을 챙긴건 수확이다. 저녁을 먹으며, 이동하며 드는 생각들.. 이게 더 중요하겠군, 이걸 먼저 하고, 이거는 그 정도까지만 해보고... 공부를 하다 보면 아는게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진다기 보단 실제적인 행동이 필요함을 느끼고, 하고 싶어지는게 많아진다. 책을 읽다보면 컴퓨터를 하고 싶고, 컴퓨터를 하다보면 책을 더 읽어야됨을 느낀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시 오늘, 삼실에 나왔다. 자~ 계획대로 한번 해볼까나, 이젠 닥치는 대로 막하지 말고 하나 하나 체크하면서 가보는거야. 그러면서 오늘 할 일을 하나씩 꼽아본다. 아 맞다 이걸 안했구나, 이것도 해야되네, 이게 오늘이었어? 내 정신좀 봐... 금방 A4 한장이 다 찬다. 새 종이를 끌어 쓰려다가 문득.... 이걸 다 할수 있을까? 달라진게 뭐야.. ㅡ┏
늘 그렇다. 행동에 비해 생각이 너무 많아 할 거, 해보고픈거 하면좋을거 해야하는 거는 사해에 가득하나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안하면 가장 피보는거" 부터다.

휴식을 통해 정리하고 쓸데없는건 폐기하고 가볍게 해서 새로 시작하자!! 는 거였는데
어 케 아예 모르던 것은 "발견"하고, 버릴 것 중에서는 "재발견"을 해버리니 어쩌란 말이냐... 아 세상에 할게 왜 이리 많어! 그리고 난 왜이리 물러 터진겨! 한계 상황에 처해야 능력을 발휘하는 악순환은 언제야 극복될 것인가. 윽



(사진은 정동진 갈때 찍은 것중 "휴식"이랄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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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포스팅하고 밥먹으로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봇물.
다 받고, 처리하고, 포스팅 끝나가니 사람들 돌아온다. 오늘 점심도... 아래층 중국집에서 먹어야겠구나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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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0 14:33 2006/08/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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