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다

잡기장
원래 가진 적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지만, 지금껏, 머리와 가슴을 가득 채웠던 것이 빠져 나간 지금
허전함과 어쩔 줄 몰라함은 역시 어쩔 수 없다.
낯선 느낌, 시원하다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를 휑~한 느낌.

그래도 나쁘진 않다.
주위를 둘러보고, 그동안 지나쳤던 것에 관심이 미친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다시 호기심이 생기며, 괜찮다면 얘기를 해보고 싶다. 편하게.. 시간 쫓김없이 술한잔(마신다면) 하면서.

남은 시간은 점점 없어지는데 일은 진척이 안되지만,
오히려 시간이 많이 있을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여유가 있는 것도 같고.
쫓기는 느낌이 항상 있었는데 그게 약해진 것도 같다.

요즘은 12시 전에도 다시 졸려온다. 새벽 두세시는 돼야 졸음이 살짝 오고, 내 에너지를 최대한 쏟아내고는 네다섯시에 잠들었는데, 요 며칠간은 일의 압박에도 일찍 졸음이 오고, 일찍 잠이 깬다. 채식과 환경 실천도 좀 더 자연스러워진것 같구. 뭐, 그래서 요즘 내 자신이 조금 기특하다. 오..

지금까지는 허겁지겁 밥을 넘기듯 모든 걸 대하고, 가능하면 많이 경험하고, 많이 생각하고 그럴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냥 뭘 하더라도 깊이 이해하고, 빠져들고 싶다. 정신 못차리도록. 생각보다 너무 쉽게 마음이 가라앉는 것은 무슨 뜻일까. 풋.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더니, 그래도 계속 쌓이고 있었던 걸까.

다음주 큰 행사 마치고, 그걸 위해 미뤄 논 일 마치고 하면 12월도 3분의 2는 다 갈거다. 그때부터는 읽고 싶은 책 읽고, 받아 놓은 음악 읽고, 살사 댄스라도 배워보고, 천천히 유유자적하며 당분간 즐겨볼 셈이다. 물론 요즘처럼 서버가 얌전하게 잘 있고, 벌려 놓은 일을 잘 수습할 때 얘기겠지.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좀처럼 꺼내지지 않는다. 흥과 신이 받쳐줘야하는 것도 있겠지만, 생각하면 할 수록,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 수록 내 경험이라는게 단편적이고, 생각은 깊지 않고, 지식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까닭이다. 최근 몇달동안 몇군데 써주는 걸 다시 보니 우~ 왠지 부자연스러워.

집중하려고 노래 계속 듣고 있었는데, 지금은 졸려서 힘찬 노래 듣는중 -_-
인순이님(이분은 "인씨"가 아님 ㅋ)의 목소리가 좋아 올림. 주몽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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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1 01:41 2006/12/11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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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2006/12/11 01:43 URL EDIT REPLY
인.............순이.헉.놀랍고 새로운 해석!
지각생 2006/12/11 02:28 URL EDIT REPLY
-_- 답은 포스팅으로.
디디 2006/12/11 14:22 URL EDIT REPLY
모여, 이제 답글 거부여? ㅋ
지각생 2006/12/11 17:06 URL EDIT REPLY
그럴리가 있슴메. 덧글에 목매고 사는디 ㅋ 덧글로 쓰다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포스팅한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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