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 노동미디어2.0

사회운동
이 글은 14일 노동미디어행사 제2워크샵 발제문입니다. 밤을 새며 만들었는데 한번 보시고 의견들 주시면 감사.. =_= 뒤로 갈수록 억지로 말을 만든게 눈에 보여 괴롭군여. 말발로 때워야겠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언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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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2.0, 노동미디어2.0


0. 들어가며
 노동정보화사업단 창립, 노동네트워크의 계승이 10년이 되었습니다. 이 역사를 감히 “노동운동의 정보화”라고 해도 무방하다면, 그것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앞으로를 전망하는 것은 노동네트워크에 주어진 과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보통신 환경은 언제나 그렇듯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 화두는 “웹2.0”입니다.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는 이 용어가 주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운동진영은 어떤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은 자본과 권력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웹을 둘러싼 각축전이 이미 벌어지고 있고, 운동진영은 초기에 가졌던 우위를 잃은 채 기술 변화의 동력으로부터 멀어지며(여기서 “동력”이란 기술자 집단만이 아닌, 현재 웹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인터넷의 대중”을 포함합니다) 점차 수동적으로 웹을 사고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10년동안 우리는 상당한 수준의 “정보화”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조직 내부의 “수단적” 정보화가 아닌, 온라인에서 대중을 조직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수준의 성숙된 정보화로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합니다. 기술의 보급, 확산과 함께 문화와 정책이 항상 필요하며, 지금 웹2.0이 말해주듯, 문화와 정책이 결국 기술을 결정짓게 됩니다. 한때의 반짝 유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유지되고, 변화하는 양상을 일컫는 용어인 “웹2.0”을 이해하고, 그것의 함의를 밝혀내 노동운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끌어 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문제의식

 1) 오프라인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를 겨우 넘고 있다. 리더십, 현장 영향력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그나마 조직되지 않은 절대 다수의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을 온전히 맞고 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기존의 조직화 방법과는 다른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현안에 몰린 노동자와, 알음알음 끌어당긴 노동자를 조직하는 방식만으로 충분한가?

  노동운동이 일반대중(노동자도 대부분의 경우 특수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반대중”의 입장이 되곤 한다)과 얼마나 공감대를 만들고 있는가? 노조를 적대시하고 노동을 천시하는 교육과 기존 사회 구조 탓만 할 것은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는 바로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대중이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주장하게 하는 것, 그래서 한 노동자의 외침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함께 행동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현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주류 미디어 시스템에 의해 왜곡되고, 투쟁의 대상이 흐려진다. 주류 시스템만이 아니라, 노동운동 진영 또한 과잉된, 편집된 컨텐츠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이란 대안 매체에 익숙한 많은 대중(특히 젊은 층)에게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화, 온라인 활용 전략이 항상 요구되지만, 지금 “조직된” 노동운동진영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참신한, 적절한 전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는 정체된 듯 하고, 실무담당자 배치를 축소하는 등 현실 역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룬 “수단적”정보화의 결과를 그냥 현실 유지하는 정도라고 할까? (불완전한 상태에서 현실 유지는 사실 퇴보라고 할 수 있다.)

 2) 온라인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한국의 노동자들은 빠르고 널리 보급된 컴퓨터, 인터넷을 어떻게든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한 사람의 대중으로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런 온라인에 대한 자본의 공세는 시작된 지 오래됐고, 거기서 살아남은 “대중적”인 것들 - 웹2.0 -에 대한 공세가 또다시 가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자생적 흐름에 대한 신뢰를 가져도 된다고 하더라도, 그 흐름을 사회변혁의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이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

  “노동운동”(조직의 운동)의 정보화 활용 수준은 개별 노동자가 일상에서 접하고 활용하는 수준에 이미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단지 발견을 못하고 있는 것뿐은 아닐까? 기존 노동운동 조직의 활동 범위에 들어 있지 않거나 그 시스템을 통해 해소할 수 없는 것들이, 일반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것을 발견하고, 잘 엮어내면 새로운 투쟁의 역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노동운동 정보화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왔다.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자본의 노조파괴공작이 행해지고 있고, 권력은 인터넷을 감시, 검열하여 투쟁의 근간을 위협한다. 그 대응 노력 속에,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요구로 노조 집행부에 의한 자유게시판 감시, 검열이 행해지는 것도 보게 된다. 개인정보 보호,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등 정보 인권 이슈는 추상적인 이해 수준에 그치고 구체적 실천은 충분치 않은 듯하며, 인터넷을 통한 이상적인, 양방향의 소통의 가능성을 포기한 일방적 정보 전달, 선전과 동원으로만 홈페이지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오랫동안 일반화되어 왔다.

2. 필요한 것

 1) 조직화 새 패러다임
   기존의 대면, 오프라인 조직화는 확실하고 어찌 보면 그것만이 유일한 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 현실의 절박함과 상황의 악화에 비해 그것은 너무 더딜 뿐 아니라 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 그 방법은 기존 조직과의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를 필요로 하며, 결국 그런 조직화 시도로부터 소외되는 더 많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현실에서 그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은 사회적 편견과 선호, 우연적 요소 등에 심각하게 제약 받고, 이미 어느 정도 그 한계가 예상되는 “닫힌계”다. 그것은 어찌 보면 “찾아내는”것이지,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기존 운동권의 언어를 소화할 수 있거나, 그쪽으로 올 수 밖에 없는 사람을 찾아내 끌어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현실 오프라인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온라인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온라인 또한 그런 것으로 자유롭지 않지만 적어도 오프라인과는 다른, 좀 더 열려 있는 계라고 하겠다. 곳곳에서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 노동자의 "해소", "분출" 창구
  노동 운동은 사회 변혁, 현안 해결과 함께 그 자체로 “해소”와 “분출”의 효과를 갖고 있다. 억눌린, 답답한 노동자가 운동을 통해 “무언가 한다”는 생각, 불투명하나마 희망을 갖고 삶의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수없이 깨지고, 당장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다시 투쟁할 수 있는 것은 이 운동 자체가 주는 효과도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운동으로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해소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 그 에너지는 적절한 대상을 찾지 못하고 추상적인 논쟁이나, 내부 권력 다툼 등에 돌려질 수 있다. 또한 외부에 대한 적개심 혹은 권위에 대한 의존의 형태로 왜곡될 수도 있다. 특히 생활 속의, 작은 진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경우는 현안 외의 문제에 대해 퇴보하여, 우경화되기도 한다. 운동은 문제 자체의 해결과 함께 노동자의 해소와 분출의 창구를 만드는 노력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좋은 공간이 온라인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모두가 말할 기회를 잡을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물론 온라인에서 지금까지 많은 문제성 글, 감정의 단순한 토로가 건강한 토론을 막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사실은 해소되지 않은 것들이 그만큼 많이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3) 대중과의 소통, 공감 수단
  집회는 원래 평소의 틀을 넘어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그 세가 형성됐을 때 그 자체로 지배세력에게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것을 통해, 모인 사람들끼리 소통, 공유하고, 또 일반 시민, 대중과의 만남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확인하며 더욱 성장,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물리력은 경찰을 동원해 막을 수 있지만, 집회 참가자가 일반 시민을 만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그래서 함께 하게 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이것이 사실은 저들이 두려워하는 것일테다)

  변하지 않는 집회 방식은 이미 한계를 많이 드러냈다. 틀지어진 방식이 계속 반복되면서, 그리고 사회, 문화적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개인화가 진행되면서 집회를 통해 공유, 확산되고 교류하는 효과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조직을 강화하고, 동원하면 당장의 세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오래 가져갈 수 있는 동력, 그리고 그것의 실제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집회로 직접 만날 수 없고, 주류 시스템을 통해 왜곡된 노동자의 현실은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소통과 공감이 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노동운동은 고립되게 되고, 이것은 자본과 권력이 더 노동운동을 억누를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현실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이 어렵지만, 온라인은 아직, 그리고 어쩌면 영영 자본과 권력이 온전히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모든 사람이 현실의 차이와 차별을 넘어 동등한 주체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곳에서 모든 사람은 한 사람의 노동자라는 공통점을 찾아내고, 저마다 다양한 방식, 잘 맞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 공간의 한계 또한 극복할 수 있다.


 4) 다시, 자유로운 공론장
  사회 변혁을 위해 언제나 요구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며 의사를 결정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다. 과거에, 적은 인구와 노예제에 기반해서 가능했으나 지금은 사실상 불가능한 그런 “열린 장”은 오늘날 온라인 외에는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터넷, 웹 기술들 자체의 한계와, 문화적 미성숙은 그 가능성을 온전히 현실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극복불가능 한 것이 아니고 계속 변화하는 것이기에, 지금 혹은 장래에 그 현실가능성이 더 커질지는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웹2.0은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복잡한 변화의 흐름 속에 살아남은 기술과 환경, 문화에 대한 이름붙임이다. 앞으로 웹이 어떻게 변화할지,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고 하겠다. 기술적으로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문화적으로는 온라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인간의 행복과 사회 변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다시 고민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장래에, 상상하던 “보다 자유로운 공론장”을 웹에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다시 강하게 가질 수 있게 됐다.


3. 웹2.0

 웹 2.0은 요란한 웹 발전 흐름 속에서 민중/대중이 원하는 것이 결국 자본으로 하여금 방향을 수정하게 만든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AJAX 등 특정 기술에 힘입어 부각되기도 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꾸준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아이디어들이 살아남은 결과다. 그런 것들의 공통적인 특성들을 찾아 묶어보니, 명확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고 한다. “웹2.0”은 그런 것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1) 문화
  ○ 참여
    인터넷, 웹이 처음 나왔을때는 단순한, 일방향의 정보흐름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다 사용자가 많아지고, 웹이 보편적인 일상 공간화 되면서 점점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됐다. 웹 사용자는 단순히 정보를 받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덧글을 달고, 자료를 올렸다. 사람들이 그전까지 원하는 것이 ‘정보’만이었다면, 이제는 ‘행위’가 거기에 더해졌다. 사람들은 무언가 하기를, 적극적으로 기여하기를 원한다. 그것은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게 되면, 그저 받기만 한다면, 싫증을 내고 말 것이다.
  ○ 개방 (공유, 협력)
    꽉 막히고, 그 자체로 완결한 것이 그 전까지는 “훌륭한”것으로 인식됐지만, 웹(네트워크)에서는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기를 원한다. 이 곳과 저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두 군데에서 따로 손  대기보다는, 한곳에서 한번에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저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연결되면 효용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 찾아가는 길이 어렵고 힘들면 다른 곳에 쉬운 길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
  ○ 분산 (개인화)
    컴퓨터의 세계에서는 현실 오프라인, 물질세계와 다른 법칙이 적용된다. 희귀한 물건을 찾기 위해 먼 길을 가야하거나, 일단 대형 상점에 가보느라 시간을 다 보낼 필요가 없이, 인터넷의 어딘가에 있는 정보는 대개 큰 차이 없는 기회로 접근할 수 있다. (오프라인만큼 극명하지 않다.) 스타, 집중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서는 정보의 생명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대형 상점이 가지고 잊지 않은 (안팔리는) 음반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 어딘가에 있다면, 그것은 꾸준한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계속 향유될 수 있다. 이제 정보가 집중되고, 한곳에 모여야만 하는 필수적인 이유가 사라진다. 사람들은 이제 집을 떠나 번화한 곳으로 가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인터넷 어딘가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2) 기술 - RSS, API, AJAX
  ○ RSS (Really Simple Syndication)
    RSS는 새로 갱신된 정보의 요약본이다. 정보가 갱신된 것을 그곳에 가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곳에서 이 정보만을 받아봄으로써 알 수 있다. 직접 움직이는 걸 최소화하고 원격의 것들을 가져올 수 있다. 단순화시켜 말하면 “분산화”에 기여하는 도구다.
  ○ API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프로그램, 서비스가 외부와 만나는 수단이다. 이것이 준비, 공개되어 있으면 원격에서 이 프로그램 서비스를 활용해 원하는 작업을 하고, 결과를 가져갈 수 있다. 넓은 개념이지만 웹 페이지에 “갖다 붙일” 수 있게 준비된 덩어리를 생각하면 된다. (구글 검색 등) 이것은 “개방과 협력”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AJAX (Asynchronous Javascript And Xml)
    웹 프로그램은 매 단계마다 웹 페이지를 갱신해야 하는 불편함과 그로 인한 기능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웹 프로그램은 어떤 사고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AJAX가 그 한계를 넘게 해줬다. 웹 페이지 전체가 갱신되어, 서버에 새로 접속해 정보를 가져오지 않아도, 즉각 사용자의 요청에 반응해 서버에 명령을 내리고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일반 데스크탑 프로그램과 같은 조작, 작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웹 프로그램의 기능들이 급격히 풍부해지고 있고, 새로운 상상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굳이 말하면 “참여”의 가능성을 넓힌 기술이라 하겠다.

 3) 의미들
  이런 기술들의 등장을 배경으로, 사용자의 관점에서 고안되고, 서비스하는 것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살아남았다. 컴퓨터 관련 기술 발전/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지금 웹2.0으로 분류되는 블로그, 위키 등은 이미 그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며, 그것이 반짝 인기가 아님을 말해준다. 설령 “웹2.0”이란 말 자체가 퇴색해도 지금 현재 그 말로 묶여지고 있는 것들의 의미는 계속 남을 것이다.
  ㅇ 신뢰
    웹2.0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으로 연결된, 흩어진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전체적으로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에 대한 믿음을 바탕에 두고 있다. 비전문가의 글들이 모였을 때, 그 안에 전문가의 글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갖게 되거나, 혹은 누군가의 관점에서 정말 필요한 정보 - 전문가의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게 아니라, 정말 믿을 만한 간단한 정보를 얻게 될 수 있다. 개방할수록 많이 찾아오고, 모르는 사람과도 협력이 가능하다. 오히려 더 뛰어난 성과를 얻는다.
  ㅇ 플랫폼
    웹은 이제 정보를 쌓아두고, 가져오기만 하는(유통되는) 공간이 아니다. 이제 웹에서, 브라우저상에서, 그리고 웹 서비스(들)를 통해 컨텐츠가 만들어진다(생산된다). 웹은 이제 “생산수단”으로 작동한다. 현실 오프라인에서 노동자는 생산수단으로부터 소외되지만, 웹에서는 다르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웹 자체를 만들어가는 사람의 노동과 정책, 웹 자원에 달려 있긴 하지만, 부분적으로 자신만의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확대되어 간다. 웹 프로그램이 데스크탑 프로그램처럼 조작이 쉽고, 기능이 다양해지며, 흩어진 자원을 모아 사용할 수 있고, 서비스가 사용자 개개인의 입맛에 맞게 변모하는 까닭이다.
  ㅇ 중심의 이동
    이제 개인이 중심이 된다. 서비스는 개인의 입맛에 맞춰 제공되며, 최종 단계에서 개인이 조작할 수 있다(선별적 수용). 어떤 조직, 단체에 개인이 찾아가고, 맞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칙과 단체가 개인을 찾아가고, 맞추기도 한다. 한 단체에 속하고, 그걸 바탕으로 외부와 연결, 매개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개인이 그 스스로 무수히 많은 다른 개인, 단체들의 연결고리가 된다. 웹2.0의 이상적인 구현에서, 개인은 소속 단체, 네트워크 전체와 맞먹는 가치를 가질 수도 있게 된다.

※ 주요 “웹2.0” 키워드
    * Tagging - 직접 자유롭게 컨텐츠를 분류, 가치 부여
    * 블로그 - 개인이 자유롭게 말하고, 운영할 수 있는 웹 공간
    * 위키 - 누구나 내용을 같이 만들어갈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
    * 롱테일(long tail) - 소외된 80%가 영향력을 발휘함



4. 적용 : 노동운동의 새 패러다임으로

  웹2.0을 어떻게 직접적으로 노동운동에 활용할 것인가? 인터넷의 대중들의 역능을 신장하고, 이상적으로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대체”를 만드는데 기여함으로써 간접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다. 하지만 결국 오프라인의 당면한 문제들이 자연히 해결될 수는 없다. 온라인을 강력한 보조 수단, 혹은 함께 만들어갈 공간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보조를 맞출 것인가, 웹2.0으로 말해지는 온라인에서의 이상적인 원칙들이 현실 오프라인 운동의 혁신에 대한 메시지를 주진 않는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웹2.0은 기존의 모든 걸 “대체”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있던 것의 문제점들을 극복해나가면서, 부분적으로, 새롭게 보완하는 것이 좋다.

  1) 새 원칙
  ㅇ 직접, 자유롭게 말하게
    조합원/노동자의 의사를 수렴해 집단의 의사를 결정하고, 대신 표현하는 것이 집행부/지도부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개별 조합원의 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술적인 한계가 작용한 것이다. 집단의 의사를 대리해 표현하는 것은 지금까지 필요했으나 그로 인한 폐해와 모순이 적지 않았다. 집행부가 조합원의 의사를 적절히 수렴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조직은 내부 갈등과 투쟁에 휩싸인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일단 모두가 직접 표현할 기회를 갖게 되면 조합원의 생각이 여과, 굴절 없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조합원의 소속감과 참여 의지를 상승시킬 것이고, 내부 소외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ㅇ 플랫폼으로서의 노조 (홈페이지)
    조합원이 노조로부터(혹은 노조가 상급노조로부터) 지원과, 지침을 받는 것뿐 아니라, 개별 조합원이(단위 노조가) 노조가 제공/운영하는 공간을 통해 해소하고, 공감하며, 토론할 수 있게 한다. 의견 등을 받는 것에서 영상 컨텐츠, 이미지 등을 적극적으로 제작, 생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외부와의 연결고리, 개인 정보 축적 등의 공간으로도 사용하게 하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Ajax 등을 활용하면 조합원이 직접 웹사이트의 컨텐츠 구성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2) 변화 예시 : 노조 홈페이지의 메타블로그화
    (1) 조합원 블로그 확산
      노조 홈페이지에 가입한 조합원/회원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장소는, 대개 자료실과 자유게시판 등이고 대부분은 관리자가 제작, 작성한 컨텐츠가 채워지게 된다. 자료실 등 업무/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곳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개인의 생각과 취향을 담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온라인 소통과 해소의 공간으로 자유게시판이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역시 자유게시판은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이기에, 그곳에 지나치게 개인적인 글을 쓰거나, 자신의 주장만을 토로하는 것은 전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조직적 차원에서 제약을 가하거나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이럴때 자신의 블로그가 있어 그런 글들을 쏟아 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노조 홈페이지에서 자체적으로 블로그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제공하고, 외부 블로그를 이용하(려하)고 있다면 그 RSS피드를 수집한다.

     노조 내부에서도 컴퓨터 활용 능력, 선호도, 여유 시간 등의 격차로 인해 사실 쉽게 확산되기는 어렵다. 우선은 지도부와 집행부부터 시작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바쁘고 부담스럽지만 대체로 사무 업무를 보는 일이 많고, 모든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관심이 쏠릴 수 있는 사람이기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개인 블로그는 처음에는 딱딱한 내용으로 채워지겠지만, 인간적인 모습, 내면의 고민을 얘기하는 것은 조합원들과의 유대(그들끼리도)를 키우는데 좋을 것이다.

    (2) 메타블로그화
     이렇게 내/외부 블로그에서 수집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데, 여기서는 홈페이지 이용자가 컨텐츠를 선별해서 볼 수 있도록 한다(Ajax등 활용). 믿을 만한, 좋은 글을 올리는 사람의 블로그는 두드러지도록 하고, 광고나 원하지 않는 정보는 이용자가 “감추기”할 수 있도록 한다. 자유게시판은 최근에 올려진 글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앞의 글들을 밀어내는 역할을 하며, 글이 검증되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블로그에 올려지는 글은 그 사람의 얼굴이기에, 스스로 믿을 수 있는, 좋은 글을 쓰려하는 경향이 있다. “인기 있는” 혹은 “자주 가는” 블로그의 글은, 일단 믿고 볼 수 있는 검증된 글이 된다.

     트랙백, 덧글을 통해 개인 블로그와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넘나들며 토론을 진행하고, 이것은 전체적인 윤곽을 형성하게 된다. 첨예한 이슈, 조직 전체의 의사 결정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여과, 굴절 없이 표현되고, 그것이 서로 주고받으며 정제된 것이 전체가 공유하는 “공통의 장소”에 드러난다. 관리자가 감시하고 통제해야 했던 자유게시판은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조절하고, 만들어가는 “블로그스피어”로 대체된다.

    (3) 위키 등 다른 보조수단 도입 : 의사 결정
     조합원 블로그의 확대와 메타블로그로의 수렴은 그것만으로 노조 내의 소통과 해소, 공감에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흩어져서 논의되는 것을 하나의 결과로 도출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위키”를 활용해 본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페이지의 내용을 고쳐 저장할 수 있는 위키를 통해, 기획, 자료 축적, 문서 작업들에서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 위키의 특성은 많은 사람이 거쳐갈수록 정제된, 풍부하고 뛰어난 문서로 성장한다는 것인데, 일반 시민사회단체의 경우는 대중조직이 약해 어렵지만, 노조의 경우는 가능하다. 기본 활용 풀이 있기 때문이다.

  3) 결과
    ㅇ 블로그 사용자가 많아지는 것은 “창구”의 증가를 말한다. 노동자의 현실, 현장의 이야기, 개인의 진솔한 느낌, 고민등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것이 넓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거쳐가는 다양한 사람을 통해 재가공되고, 다른 분야와 연결되며 새롭게 해석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노동문제를 얘기하는 창구가 많아질수록 그 내용의 양과 질이 풍부, 진실되게 될 것이며,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ㅇ 개인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조직내 단결과 외부 연대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개인의 발전과 함께 건강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합원의 의사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전체 의사 결정을 투명하게 할 것이며 조직의 신뢰도 향상, 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ㅇ 현안, 투쟁의 시기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통과 토론이 꾸준히 일어난다. 당장 조직화되진 않아도, 인식과 공감대를 넓히는 것은, 대중의 자기 변화, 자생적 움직임을 기대해 볼 수 있고, 노동운동의 폭과 힘을 키워줄 것이다.

    ㅇ 조직의 틀에 개인이 갇히지 않고, 개인이 새로운 연결고리가 되서 조직과 조직, 개인과 조직, 개인과 개인의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간다. 조직은 개인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열린 구조를 갖게 될 수 있다.

    ㅇ 자유게시판에 쓰레기 정보와 거짓, 비방의 글이 쏟아지면 그 게시판의 기능이 마비되어 버린다. 그러나 블로그와 위키를 이용해 분산된 소통구조를 도입하면 일부가 오염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다.


5. 노동미디어2.0

 웹은 미디어다. 웹2.0을 시스템에 도입하고, 그 의미를 현실 오프라인에 반영(참여, 개방, 분산)하며 새로운 노동미디어로서의 가능성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소수 엘리트가 독점해왔던 정보 생산과 유통과정을 재분배, 공유할 수 있다. 주류 시스템의 전문적인 컨텐츠에 대응하는 독립 분산된 시스템의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여 대중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선택할 만하다.

 ㅇ 1인 미디어의 확산 : 블로그, 개인 방송국들의 활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창구가 늘어나고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조합원, 대중)은 이제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직접 생산하거나, “실어 나르는” 주체다. 생산된 컨텐츠는 우선 개인의 미디어에 옮겨지고, 그것이 다른 연결선을 타고 여러 곳으로 퍼져나간다. 이 과정은 주류 대량 미디어 시스템의 그것에 비하면 더디고 미미하지만, 컨텐츠의 질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꾸준한 생명력을 갖고 퍼져나가고, 재가공 될 수 있다.

 ㅇ 오기만 기다리지 않고, 찾아감 : 조합원/노동자 1인미디어 네트워크의 자발성, 자율성을 이용해 각 수용자에게 맞게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갈 수 있다. 웹2.0의 기술을 활용하여, 직접 컨텐츠 제작 주체에게 찾아오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선별하여, 가져가고, 유통할 수 있다.

 ㅇ 노동방송국
   노동방송국의 역할은 기존의 그것에서 확장된다. 조합원/노동자가 개인방송국(1인미디어)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다양한 컨텐츠와 아이디어가 흘러가는 거점,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매개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노동메타방송국”을 운영해서 개인 방송국들을 연결, 컨텐츠를 수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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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2 17:55 2006/12/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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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ropy 2006/12/12 20:00 URL EDIT REPLY
좋은 글입니다. ^^ 행사 준비에 괴로와하시더니만...그래도 좋은 성과를 남길 것 같네요.
지각생 2006/12/12 21:59 URL EDIT REPLY
antiropy 님이 좋은글이라 해주시니 기쁘군요. ^^ 있는데로 쥐어짜냈답니다. ㅎㅎ
토토 2006/12/12 22:52 URL EDIT REPLY
ㅋㅋ오타 두개 발견... 눈치 채셨죠? ^^
고생했겠수... 발표 잘하셔요.



지각생 2006/12/12 23:21 URL EDIT REPLY
토토// 감사 ^^ 오타 한개만 찾았는데.. 또하나는 어딨으려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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