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다음날

잡기장
원없이 잤다. 또 미문동 방에서 퍼자고 일어나니 10시.
축제가 끝나고 줜, 유섭님과 조촐히 뒷풀이를 했다. 그다지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취해버렸다.
마시다 보니 속이 쥐어짜듯 아팠는데 살짝 허리띠 풀고 더 많은 술로 통증을 제압했다. 이건 보통 신경성이다. 확실히 요 며칠 긴장한 탓이리. 일단 이번 행사에 집중하자고 여러가지 근심걱정을 덮고 며칠 밤을 샌 결과. 뭐 그렇다고 많이 준비가 되진 않았다. 계속 속으로 싸운 탓이겠지.

혁명 후속 조치? 하려고 미문동 방에 왔는데 살짝 누웠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너무 더워서 깼는데 새벽 2시. 어떻게 된거지? 상황이 정리가 안됐다. 팽팽한 목적 의식, 행사 진행을 위한 긴장 들이 스르륵 풀리고 있는 상태. 살짝 멍한채로 있었다.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보니 게임이 실행되고 있었다. 여길 찾는 사람 중에는 나만 하는 고전 게임. 내가 저거 하다 쓰러져 잤구나.. 끄려고 앉았다가, 이런 상태에서 흔히 그렇듯 별 생각없이 몸에 맡겨 조금 더 게임을 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졸려왔다. 게임을 끄고 컴퓨터를 끄고, 냄새나는 양말을 좀 더 구석에 몰아넣고, 바닥에 이불도 펴고 물한잔 마시고 다시 잤다. 그때가 3시가 조금 안됐을테니 다시 7시간은 족히 잔 셈. 다 합치면 12시간은 잤겠다. 다행히 속은 괜찮아졌다. 밥 먹으러 가야지. 행사 평가는 천천히.. 사람들과 얘기좀 더 해보고.

사람들의 참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비도 오고 귀찮은, 별 일 없으면 움직이기 싫을 토요일, 자기 컴에 리눅스를 설치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소식 듣고 대가없이 도와주러 온 사람, 그동안 서로 알지 못했지만 리눅스에 대한 관심만으로 찾아와 준 사람, 스스로의 고민과 아이디어, 재미난 것을 제공해 준 사람들, 소중히 기록을 남겨줄 사람들..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행사는 성공한 셈.

다만 살짝 아쉬운 것은 자유소프트웨어가 왜/어떻게 좋은가에 대해 참여한 사람들 각자의 생각을 편하게 나눌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원래는 Revolution OS 영화를 보고 리뷰를 하며 그런 얘기를 해 볼까 했었다. but, 늦게 시작한데다 영화를 다시 보니 (이번엔 기술인이라기 보단 활동가의 관점으로) 미리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으면 잘 전달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영화 후반부에는 리눅스로 돈 번 얘기가 너무 강조되서 ㅡㅜ 전에 볼때는 이 부분 그냥 별 생각없이 넘기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활동가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불편하고 걱정이 되더라.. 윽.

어쨌든 지적재산권 이런 얘기하면 되게 피곤하고 분위기 급랭되곤 하니 어제 그 이야기를 하는 건 맞지 않았겠지만, 리눅스가 왜 좋다는 건지를 충분히 서로 얘기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것. 윈도우를 기준으로 리눅스에도 이게 된다는 식의 설명에서 벗어나, 리눅스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  리눅스에서 하면 훨씬 좋은 것들 이런 거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물론 역시 이런게 가능하려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리눅스를 설치하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겠지. 어제 이런게 아쉬웠다기 보단, 다음에 또 다시 할때 이런 걸 잘 안배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서북부 리눅스 사용자 모임이 있는 날이다. 마침 오늘 교육이 취소되서 시간이 되니 거기 나가봐야겠다. 그런데 지금 내 꼬라지가 말이 아니군하. 집에 갔다오면 늦겠구.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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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3 11:07 2007/05/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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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7/05/14 09:55 | DEL
지각생님의 [혁명 다음날] 에 관련된 글. 찌뿌둥한 날씨, 나른해지기 시작하는 오전, 갈등을 덮고 무작정 출발 10를 넘어가며 에고 늦었다...생각하는데 전철이 막혔다(?) 30분간을 구로역에서 버티다가 다시 출발 11시조금 전에 도착 했으려나... 엘레베이터를 못보고 (눈은 뭐하러 달고 다니니...층계 옆에 있더만)헉헉~~ 어딜까... 헉!!...대강당이라는데 아무도...(행사인원들만 있는 듯) 이거 어떤 씨츄에이션이고, 어떻게 스케줄을
요한 2007/05/14 07:13 URL EDIT REPLY
고생하셨어요..^^
지각생 2007/05/14 22:36 URL EDIT REPLY
고생은요. 즐거운 시간이었삼 :)
뒷감당하느라 애먹긴 하지만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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