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지난 금요일, 네오스크럼을 만났다. 미디액트 5주년 행사에 참가했다가. 자연식 부페를 준비했다는 말에 "오호? 그래?" 하면서 다음날 생각도 안하고 먹을 생각만으로 갔다. 점심을 안먹었는데 그건 절대 계획적이 아니었다. :D

지각생이 여기도 지각은 하지 않고 제 시간에 도착, 방명록에 이름 한번 써주고 기념품을 챙겼다. 5층으로 올라가니 아직 준비가 한창이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준비하느라 바쁜데 좁은 복도에 있기 뭐해 사무실로 들어가보니 거기에서 뭔가 하고 있는 네오스크럼 발견. 같은 처지(?)끼리 반갑게 인사하고는 담배피러, 나는 바람쐬러 밖으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잡는다. 어딜 가삼. 도망가는거죠? 행사 곧 시작하니 자리 채우고 있으삼. 아뇨. 도망가긴요. 근데 밥은 언제 먹나? 먼저 먹으면 안되요? ^^;; 밥은 행사 끝나고 먹는다고 한다. 너무 일찍 온것이다.

밖으로 나가 벤치에 앉아 담배피고/바람쐬면서 네오스크럼이 요즘 SF 많이 읽고 있느냐고 물었다. 어슐러 르귄꺼 읽은 후엔 뭐부터 볼지 몰라 고전부터 하나씩 보는 중이라고 했더니 몇가지를 추천해 줬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제 5도살장", "앨저맨에게 꽃을", 그리고 그냥(?) 단편집 (이건 못찾았다-_-) 일요일 신나게 논 후 사실 그와 같은 시간대에 행해졌어야 할 노동을 월요일에 하고,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와 쉬려고 하는데 이 생각이 번뜩 나서 서점에 들러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제 5도살장"을 샀다. 그리고는 신나서 돌아오자 마자 네오스크럼 블로그에 가서는, "내일 일정 없으니 졸려 쓰러질때까지 읽으렵니다!"하고 덧글을 남겼다. 그리고는 정말 졸려 쓰러질때까지 읽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일어나 책을 다시 펼쳐보니 기껏해야 20페이지까지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ㅡ,.ㅡ;  과연 나는 정말 20페이지만 읽은 것일까 아니면 비몽사몽간에 조금 더 본것일까. 스펙타클 긴 긴 긴 주말을 보낸 다음날은 역시 쉽지 않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첫번째는, "바빌론의 탑"이다. 바빌론 탑을 쌓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배경만 이해하고 주인공이 탑을 이제 막 올라가려고 하는데까지가 분명히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바로 잠에 빠져들었거나 적어도 가수면 상태로 간것 같은데 덕분에 오늘 생생히 기억나는 꿈의 내용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하늘의 천장"을 파러 올라가는 광부 중 한명이 되어 같이 올라갔는데, 올라가보니 왠 개천이 하나 있다. 그 천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데 천 주변에 사람의 손길이 있다. 강둑이라 하나? 그게 쭉 쳐져 있는거다? 어 이상한데 누가 여기 왔다간거야?하고 묻지만 나랑 같이 가는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고 대답도 없다. 아니, 지금 생각하면 누가 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

하늘로 올라갔는데 어찌 나는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가다 보니 강둑은 점점 조악한 것에서 세련된 형태로 바뀐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돌인데 표면은 무슨 그물을 씌워 놓은 듯 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아케이드게임의 한장면이었을까? -_- 여튼 계속 다다보니 점점 현대식(?) 분위기가 되어가고, 어느새 무슨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앞에 다다랐다. 안내문이 있지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누군가 무슨 돌에 손을 얹어 문을 연것도 같은데 정말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건물 안은 초현대식 시설이다. 기계식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나고 무슨 공장 지하나 잠수함 통로를 연상시키는 복도를 지나 더 나아가니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엘리베이터는 세대가 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그 중 하나만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다른 두개는 파멸로 간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 세대의 엘리베이터가 번갈아 일정 시간 간격으로 문이 열린다. 어디로 들어가지? 첫번째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이 다시 열린다. 밖을 보니 어느틈엔가 사람들이 와글와글하다. 분명히 나랑 같이 올라온 사람들은 아니고 현대식 복장들. 왠지 밖으로 나와야 할 것 같아 얼릉 뛰어나왔다. 사람들이 우루루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다른 두 엘리베이터도 상황이 비슷하다. 여기서 무슨 드라마 주인공처럼 차분히 생각해 해답을 도출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내 멋대로 세 엘리베이터에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어이 뭐냐 이 단순함은 ~-_-~)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사랑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현실로 돌아왔다. -_-

하지만 아직 꿈을 깬 건 아니다. 나는 누군가의 블로그를 보고 있다. 그 블로그는 파란색 배경이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그 블로그에 막 덧글을 달며 이리로 연락해, 왜 연락이 안돼? 무슨 일 있어 하고 그런다. 그 사람들 아이디도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대답없던 그 사람이 "다들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이군" 하며 분노 혹은 절망스런 목소리로 덧글을 단다. 이건 마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그러자 자기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적으며 이리로 연락하라는 덧글은 끝난다.

그 다음은 상담모드?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의 사람이 "진단"을 내려준다. 그러자 그 블로그 주인은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난다. 간혹 현학적인 표현도 나오는 것 같고 그런데 "진단"하는 사람은 계속 짧게, 그런데 잘 들어보면 별 상관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별로 귀담아 듣고 있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이부분은 잘 기억이 안나네.

그리고는 정말로 잠이 깼다. 시간을 보니 8시 반. 내가 몇시에 잤을까? 책을 다시 펼쳐보니 침은 안 흘렸다. 잘 덮고 옆에 두고 잔걸까 아니면 누가 옆으로 빼내준걸까. 이쯤 봤을까 싶어 펴보면 아주 생소하다. 앞으로 넘겨본다. 여전히 생소하다. 계속 넘겨 20페이지에 도착하니 이건 분명히 읽었다는 걸 알겠다. 꿈의 기억이 확 난다. 꿈의 배경은 바로 여기서 시작하고 있다. 역시 여기까지 읽고는 헤롱헤롱 거리다 쓰러져 잤나 보다. 엎드려 책을 본게 결정적이었다.

밖에서는 마더와 파더가 꿈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중. 엄니가 꾼 꿈은 큰 집을 사는 꿈. 너무 놀라 꿈 속에서도 이건 꿈일거야 꿈일거야 했다는데, 도중에 한번 깨고 다시 잠들었는데 꿈이 그냥 이어지더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잠에서 깬 게 아니라 깬 것 자체도 꿈이 아니었을까 하신다. 그런데 그 넓고 좋은 집이, 여전히 반지하다. 꿈속에서 잠깐이나마 행복하셨던지 목소리는 밝았지만 나는 내심 조마조마. 집 얘기만 나오면 나는 살짝 긴장한다. 요즘엔 돈을 집에 통 못 갖다 주니까. 그러다 화제가  "인생역전"으로 간다. 아들이 돈 많은 집 딸과 결혼해 잘 살게 됐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나온다. -_-; 흠흠 난 결혼 안할까 생각중인데 그 말을 할까 말까 잠깐 고민했다. 늦게 결혼하게 된 사촌형의 얘기를 들으며 난 밥만 우걱우걱.

혹시 몰라 그 사람 블로그에 가봤다. 꿈일까 생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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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5 10:07 2007/06/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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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 2007/06/05 11:11 URL EDIT REPLY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네오한테 빌려서 다 봤고, 너무 좋아서 샀지요. 네오거 돌려주면 나도 한권 갖고 있어야지 하고..
제5도살장은 안봤음.
2007/06/05 12:13 URL EDIT REPLY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사랑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현실로 돌아왔다. -_-
케산/세르쥬 2007/06/05 12:43 URL EDIT REPLY
사랑의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현실로 돌아왔다고?
지각생에겐 현실에서 사랑이 가장 필요하다는 해몽같으이...
히히...근데 나 '그 사람' 누군지 대충 알 것도 같으이ㅋㅋㅋ
그나저나 이마에 책 활자 잉크가 찍히지는 않았는지?
지각생 2007/06/05 19:28 URL EDIT REPLY
달군// 이거 정말 좋네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니. 문화연대 후원주점 얼릉 갔다 와서 마저 봐야겠삼 ㅎㅎ

홍// 뭔가 있어 보이남? ㅋㅋ

케산/세르쥬// 그려, 내겐 사랑이 가장 필요해. 책과 이마 모두 무사하다우 :)
2007/06/07 14:35 URL EDIT REPLY
사랑이 가장 필요한 이상적인 어떤 가치인데,용기를 내어 탔더니
엘레베이터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현실에 내려주었다는 해석인 것이죠.
'우리' 연애 지진아들은...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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