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2일에 바캠프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이것때문에 유럽 자전거 여행을 연기했다가 표를 못구해 좌절한 orz 지각생. 돈이나 많았으면 비싼표라도 구했겠지만. 흠, 그 아쉬움까지 더해 이번 기회를 잘 살려보겠노라 다짐했었죠.
근데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간 탓일까요? 이번에도 발표하는 그 날 그 자리에서 자료를 만들었다는 -_-;; (바캠프는 참가한 모든 사람이 자기의 주제를 발표해야 합니다.) 닥쳐야 뭔가 나오는 건 어쩔수 없나 봅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준비해.. 준비해.. 준비해.." 하고 계속 되뇌었지만 계속 엄한 딴짓만 했습니다. 영화 다운받아 보고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어 인터넷 뒤지고, 사놓고 고이 처박아둔 책을 갑자기 꺼내 읽기도 하고 말이죠. 은근히 긴장을 하긴 했나보군요.
참가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많은 분들이 대기 중이라고 했는데, 혹시 늦게 가면 내가 짤리는게 아닐까 하는 별 걱정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지각생이 정말 모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였습니다. 알람 소리에 버얼떡! 일어나 찬밥을 찌개에 비벼 와구와구 넣고는 대충씻고 행사장으로 갔습니다. 도착하니 아직 사람이 많이 안왔고 한참 현장셋팅중. 깜박잊고 명함도 안 가져갔더군요. 역시 지각생의 엄한 삽질이었습니다.
모인 사람들끼리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돌아가면서 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건물 1층에 준비된 부페. 전날에도 자연식부페를 먹었는데 이게 왠일. 아침을 대충 먹고 나온지라 배가 무지 고팠습니다. 잡채와 더덕을 중심으로 세번을 떠다 먹고 나니 졸음이 살살 옵니다. 아 귀찮다... 자료 만들지 말고 그냥 말로 때울까.. 잠깐 누워 잤으면 좋겠다. 세번째 떠먹을때 그런 모습이 혹시 안스러웠던 것일까? 한 분이 정보공유연대에서 활동한다구요? 힘들지 않으삼 하고 물어보시더군요. :)
본 행사는 큰 방에 칸막이를 쳐서 4개의 트랙으로 나눈 다음 밥먹기 전에 짠 프로그램대로 각자 다른 발표를 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한쪽은 터놓아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며 관심있는 주제를 들을 수 있게 하구요. 이게 지각생이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잘못 들어온"죄로 지루한 강의가 끝날때까지 꾹참고 듣거나 유체이탈을 해야하는 "단일" 트랙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선택해서 듣고, 발표하는 사람은 관심 갖고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고. 프로그램을 정하는 것도 좀 더 자유롭게 시간과 순서, 주제와 방식을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많은 행사가 이런식으로 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첫번째 트랙, 네번째 순서에 발표하기로 정해졌습니다. 아무래도 발표가 신경쓰이고 자료를 만들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만들게 되면서 계속 첫번째 트랙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조금 돌아다니며 다른 얘기도 듣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별로 그러지 못해 아쉽더군요. 첫번째 트랙에는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인문,사회적인 내용이랄까요? 그런게 많았습니다. 스크린도 크고 좋은 곳이다 싶었는데 제일 구석인지라 조금 발걸음이 뜸한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죠. 한때는 내가 발표할때 아무도 없는 거아냐 orz 하는 걱정까지. 으이구.
솔직히 마음이 딴데 가 있어 충분히 생각은 못했지만 역시 다양한 발표 주제들은 흥미로웠습니다. 웹2.0이 역시 여전한 화두인지 그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구요. 위에 말한대로 첫번째 트랙은 "오픈 소스", "지식노동자로서의 프로그래머" 등 사회적인 내용, 생각할 꺼리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좀 우직한 주제인 셈인데 "정보통신기술인의 직접적인 사회 참여"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주제에 걸맞는 "직접적인" 터놓고 말하기가 제대로 됐나 모르겠습니다. -_-
시간이 부족해 준비한 얘기를 충분히 하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원래부터 부족한 20분인데 앞에서부터 쭉쭉 밀려 지각생은 빨리 끝내야겠다는 마음에 다다다다다 떠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좀 재미없게 "올곶은"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살짝 속으로 생각해놓고 이렇게 얘기하면 재밌겠다 하며 실실 쪼개던 것들은 모두 허공속에.. -_-;;
모든 사람이 어떻게든 직,간접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조금 더 많은 IT기술인이 직접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죠. 전에 핵무기를 만든 과학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얘기했는데 오늘날 IT기술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핵무기보다 훨씬 강력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IT기술인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기술 사회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지금 IT기술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것만 같고, 앞만보고 달리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정보격차로 인해 그런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혜택을 못받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장벽이 된다고 할 수 있죠. PC는 많이 보급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저소득층은 새로운, 다양한, 성능 좋은 정보통신기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대부분의 IT기술인이 "젊은, 비장애인, 남성"인데 지금 노인, 장애인, 여성 기타 사회적소수자(지금 여기서도 소수인 ^^;;) 들은 특히 IT기술 환경을 활용하는데 여러 기술적, 문화적 장벽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IT기술인은 책임이 없는걸까? 그냥 이건 국가나 국제기구에 맞겨 놓으면 되는 걸까? 이런 고민을 던지고 싶었죠.
그러면서 지금 정보통신분야에는 어떤 사회적 이슈들이 있는지, 특히 한국에서 최근 어떻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통제사회로 가는 전조가 보이는지를 공유하려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과 인터넷 실명제를 그냥 정부가 선전하는데로 믿고 내버려두면 되는 건지, 노동자감시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이밖에도 미처 발굴되지 않은 이슈가 얼마나 많을까요? 이런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어떤게 있는지 소개하고, 그곳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 참여하려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등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싶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런걸 쉽고 재미나게 얘기하고, 편안하게 생각들을 나누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제 앞의 발제하신 분들 미워요 ㅜㅜ
일단 그런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IT기술인이 많아지면 좀 더 풍성한 얘기와 창의적인 대안등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어느 단체에 개인적으로 결합하는 건 근본적인 방법이 아닐것 같은데 아직 한국의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IT기술, IT기술인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온당하지 않은 면이 많아 자칫하면 실무만 잔뜩 받아 혹사만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시민사회영역에서 정말 바꿔야 할 부분이죠. 주체적인 활동 영역으로서 어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그만큼 더 많은 IT기술인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니 돌고 도는 문제이긴 합니다.
그것보다는 기술 활동가들의 독립적인 그룹이 있어, 그 안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연구/실험하다가 그 성과를 시민운동사회에 던져주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과학상점과 기술워크샵 뭐 이런 거죠. RFID등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구체적 삶의 변화등을 제시해서 사람들이 더 상상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발표할때 예로 든것이 CivicSpace 라는 드루팔 변종 배포본인데요. 이제 홈페이지 만들고 운영하는 정도는 큰 에너지를 쏟지 않고 되어야 웹2.0이니 뭐니, 태그니 뭐니 하는 걸 얘기할텐데 지금 한국에서 홈페이지 만드는 건 여전히 인력과 시간, 돈이 꽤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이제 홈페이지는 생각날때 바로 뚝딱 만들어놓고, 그곳에 어떤 컨텐츠를 쌓고, 어떻게 활용할지 등으로 고민이 금방 넘어가야지 않겠어요? 이런걸 가능하게 해주는게 드루팔 같은 CMS라 요즘 밀고 있는데, 작년에 영국에 갔다가 CivicSpace 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확하게 들은 거라면, 시민 사회단체들이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드루팔커뮤니티(개발자)에 제안을 했고, 그래서 사람들이 달려들어 civicrm 이란 걸 만들고, 또 그런 프로그램과 기본 설정, 추가적인 모듈등을 묶어 "더" 쓰기 편하게 드루팔 배포폰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게 CivicSpace 라죠. 이런게 한국에서도 가능할 겁니다. 한가지 더 예를 들면 캐나다의 쿰빗(Koumbit.org) 은 개발자들이 사회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번에 필름포지(FilmForge) 라고 독립미디어 인터넷플랫폼을 만들려는 국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데, 쿰빗의 개발자들이 참여해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과 정보통신기술인들이 해줄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만날 기회가 너무 적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의 의미를 찾는다면 지금까지의 IT관련 행사들보다 더 많은 인문,사회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한 게 아닐까 합니다. 영화제 일을 하는 분도 있었고, 디지털 보존 운동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IT기술인의 사는 모습을 그려 공감을 얻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종종 이런 자리가 열리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에 어느 정도 사회적인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도 모인 것 같은데 그냥 그분들이 자기 블로그에 이런 생각들을 살짝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되겠죠.
모든 열띤 발표가 끝나고 경품 추첨이 있었습니다. :) 이런데 지지리 운이 없던 지각생이지만 경품이 탐이 나는 것들이고, 또 꽤 많이 준비가 됐길래 내심 기대를 했죠. 그런데 정말 당첨됐습니다! FON 무선공유기 ^^ 안그래도 필요했던 건데 정말 잘됐습니다. 시작할때 티셔츠랑, 컵이랑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놨는데 마지막에 또 이런 아이템을 습득하다니.. 행사에 참여한 보람의 쓰나미가 몰려옵니다. (네, 원래 공짜를 좋아합니다 -_-) 이번에 인연이 닿은 분들과 조금 더 시간을 같이 보냈으면 좋았겠지만 이런 저런 일들과 피곤때문에 일찍 돌아왔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또 뵙지요.)그런데 그냥 계속 있을 걸 그랬습니다. 일을 끝내고 난 후 찾아오는 허탈감, 긴장이 풀리는 느낌에 하려던 일도 안되고 괜히 헤매다가 잤는데 담날 컨디션이 메롱이었다는.. 역시 뭔가 한 다음에는 재밌게 놀아줘야 피로가 다음으로 안남어가는건데 ㅋ
이런저런 아쉬움이야 남지만 어쨌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다시 바캠프에 참여하게 되면 그때는 좀 더 준비를 많이해서 매끄럽게 해보렵니다 ^^ 원래 지금쯤 스페인 어딘가를 신나게 달리고 있어야 하지만 뭐 자전거야 어디서 타도 즐거우니 한국에서 사람들이랑 신나게 타고 놀아야죠. 그리고 그만큼 값지게 두달을 보내볼까합니다. 바쁘게 사느라 못해본 것들 해보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구요.
* 위 사진들은 다른 분들이 찍어 공유해주신 것들이고, 찍히신 분의 허락같은것도 안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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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7/06/05 10:53 | DEL
한마디로 말하면 “역시!”입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시기적인 면도 많은 영향을 주겠지만 지난 1차 때는 Web 2.0이라는 화두와 그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론들이 BarCa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