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다.
우울하냐고? 아니다.
기분 좋냐고? 글쎄. 술기운은 살짝 올랐다.
기일을 넘긴 원고를 쓰기 위해,
부탁 받은 영상을 캡처하기 위해,
모처럼 미문동 방에서 밤을 보내는 중.
차는 끊겼고, 자전거는 없다. 집을 나올때 비가 몇방울 떨어지길래 다시 놓고 나왔기에.
그리고 혼자다.
난 이제 혼자가 싫다.
예전엔 혼자 있어도 괜찮았다. 물론 거짓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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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지 않을걸 그랬다.
많이 마신건 아니다.
이제 맥주 반병을 마셨을 뿐.
취해서가 아니라... 맥주를 사오며 느꼈던 감정, 정리된 생각, 그걸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술 탓인지, 뭔가 다른 작업을 해서인지, 아니면 막상 쓰기 시작해서인지
다시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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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였다.
내 변화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 변화는 너무 늦게 시작했지만, 그만큼 빨리 일어나는 것이다.
지각생은 서두르고 있다.
오랫동안 내가 정말 원했던 것, 필요로 했던 것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대로 표현하는 법을 알지 못했지만,
친밀함. 신뢰.
나는 실험 중이다. 적응을 위해 일찍부터 포기한 것들을 되살리고, 스스로 파괴한 것을 복구하려 한다.
내 독선과 오만을 인정하고, 새롭게 관계를 다시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도가 나를 재생시키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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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하니까, 그 불가능한 이해를 포기하지 않고 시도할 수 있다.
그래서 드디어,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잘했어 지각생. 언제나 잘 해왔어. 더 이상 안 좋은 생각만 하지 않을거야.
생각났을때 바로 쓰지 못했더니.. 자꾸 표현을 고르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군. 원고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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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하고 싶었어. 당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