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

잡기장
어제 새벽에 포스팅을 했는데, 아침에 비밀로 돌렸다. 그러나 역시 불폐들의 눈을 벗어날 순 없더라. 그들이 두려워 ㅋ

거한의 이벤트가 70카운트를 채 안남겨두고 있다.
시간을 때우는 포스팅.

토욜에 강남 뉴코아에 갔다. IT노조 사람 2명과 함께 6시까지 있는데, 그날 잠을 설치다 아침 늦게 잠이 든탓에 아점을 먹어 계속 배가 고팠다. 6시가 되서 도저히 참지 못하고 사람들을 꼬드겨 밥을 먹고 왔다. 비빔밥을 먹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공기밥 추가하고 뺏어먹기까지 해야 겨우 느긋해졌다. 모처럼 대화주제가 흥미로와 한참을 얘기하고 다시 뉴코아로 돌아왔더니 사람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더라.

도시락. 참 어감이 좋다. 먹는거라 당연히 좋고,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아니라 어디서 뭔가 하다 출출할때 꺼내는 것이라 더 좋다. 방금 밥을 먹고 왔지만 도시락을 보니 다시 군침이 돈다.
근데 직접 싸오는 도시락 말고 사먹는건 대개 고기+생선 메뉴가 두가지 이상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 먹고 싶지 않은데 안먹고 남기자면 다 버리게 되고. 보통 그래서 고기+생선을 제외한 다른 반찬을 싹싹 비우고는 옆 사람에게 넘겨준다. 대개 옆 사람은 나랑 반대의 상황. 잘 안먹고 남겨둔 채식 반찬이 한 두 종류 있기 마련. 서로 바꿔 먹고 만족한다. 이미 소비한 고기니 남기지 않고 먹는게 낫지.

어쨌든 사람들이 도시락을 먹는 걸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밥과 반찬을 많이 남기는게 눈에 띈다.
잔반이 감지되면 그 순간 내 머리속에는 "먹어야돼"라는 속삭임이 들린다. 학교때 농활 이후로 전문 잔반 처리로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단순 회로 인간. 이번 에코캠프+살살페 가서도 어김없이 그랬다. 물론 예전만한 포스는 보여줄 수 없지만.

그런 집회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거지만서도. 그렇게 남겨진 밥과 반찬을 모아보면 꽤 많은 양이 될 거 같아 기분이 좀 그렇다. 일회용 도시락 용기와 나무젓가락, 버려지는 음식쓰레기. 모르겠다 혹시 민주노총의 조직망을 통해 그런 것들을 제대로 처리하는지. 속으로 "남기지 말고 드삼"하고 이백번 말했다.

저녁에는 서버가 죽어 모처럼 옛날 일하던 곳에 가 밤을 샜다.
5년이 된 장비라 맛이 가도 전혀 이상하진 않다. OS가 깔린 하드는 완전 아작이 났는데 데이터 복구에 4,50은 들거라고 하고. 하드 디스크가 분명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증발해서 다들 벙떴다. 나는 경찰과 국정원의 개입설을 주장했다. 별로 웃진 않더라 -_- 데이터는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에 백업 받고 있었는데 내가 그만두기 얼마전부터 하드가 꽉 차 백업이 안되고 있었다. 나도 마음이 진작 떠났길래 그런 줄 알면서도 방치했다. 덕에 여덟달동안의 데이터가.. -_0

원래 이 서버는 makker 가 전에 운영하던 거고, 내가 싫어하는 윈도우 서버라 별로 도와주고 싶진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밤새 붙들고 있게 됐다. 차도 끊기고 비도 오고.. 아무리 해도 잘 안된다. 시간은 계속 간다. 이럴땐 딴 일을 해보면 잘되는 법이다. 역시 딴 일을 했더니 자~알 된다. 새벽 5시까지 스트레이트로 작업해 놓고 쓰러져 잤다. 그 사무실은 방바닥이 아니라 의자 4개를 나란히 놓고 거기서 잤다. 원래 한두사람 잘 수 있게 해놓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는 하루종일 아래층 중국집 주방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달아오른 곳이라 별로 잘 만한 곳이 못된다. 거기서 잔 많은 사람들이, 생전 안 눌리던 가위를 눌리고 헛것을 봤다는 제보. 그런데 본 모양이 대체로 비슷하다. 아무래도 정말 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갑자기 이렇게 된거지. 이런 생활을 청산하고 싶었던 건데. 어차피 재정 파탄난 곳이라 수고비가 나올 것도 아니고. 아침에 잠을 깨자마자 날 붙들고 이거저거 물어보고 시키는 통에 짜증 -_-# 에이, 이렇게 된거 와락 집중해서 끝내버리자. 달려들었다. 근데 확실히 막힐때는 딴거하거나 자는게 낫다. 어제 계속 막히던 부분을 너무나 허무하게 넘어가버리고, 그 다음부턴 일사천리. 하나씩 문제가 해결되니 이거 또 신이 난다. 어이 여기서 신내는 건 좀 그렇잖아.

비가 온다.
원래도 헤졌던 샌들은 살살페를 다녀온 후로 완전히 밑이 뚫려버렸다. 멀쩡한 신발은 지금쯤 어느 택배 라인을 타고 내게 돌아오는 중. 부안 계화도 "그레"에 놓고 온 것을 makker 가 택배로 보내줬다. 밑이 뻥 뚫린 샌들로 자전거 타니 발바닥이 아프다. 그런 샌들을 신고 사무실을 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양말이 그냥 물에 젖는다. 양말을 벗어버리고 가방에 넣고 가니 철벅철벅 시원하다. 맨발예찬론을 들었던 생각이 났다. 아스팔트가 뜨거울 것 같아 안하고 있는데 조금 식겠다 싶으면 나도 맨발로 걸어다닐까.

쓰면서 거한 불로그 들어가 봤는데 아직 여유가 있다. 흠.

내게 메신저로 말 걸어주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니. 이제 시간은 채팅으로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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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3 01:16 2007/08/1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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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3 01:34 URL EDIT REPLY
졸려서 5~6줄만 읽다가...지각생님은 경품?상품?사은품?... 뭐가 받고 싶은데요...(하~품...ㅡ.ㅜ;)
거한 2007/08/13 01:34 URL EDIT REPLY
저는 그게 참 어려운 게, 소화기관이 별로 좋지 않아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하거든요. 집에서는 제가 직접 밥을 푸니까 괜찮은데, 밖에 나가면 어김없이 정량을 다 먹지 못해요. 내가 먹을 양을 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각생 2007/08/13 01:39 URL EDIT REPLY
존// 앗 강력한 우승후보, 존. 혹시 탐색하러 온건가 ㅋㅋ 전 뭐든지 좋아요

거한// 각자 도시락을 받으면 여럿이 모여 밥과 반찬을 한데 모아놓고 덜어 먹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해봤죠. 그럼 조금은 줄지 않을까요 :)
2007/08/13 01:47 URL EDIT REPLY
존/많이먹으나... 일은 거의 하지 못하는 비효율
거한/많이 못 먹으나 일은 많이 하는(?) 완전효율
지각생/많이 먹...으나(맞나요?) 그만큼 일을 하기에 고효율이라 사료됨...슬프군...ㅡ.ㅡ;;
거한 2007/08/13 02:07 URL EDIT REPLY
그래서 밥 잘, 많이 먹는 사람이랑 먹으면 너무 좋아요. 모아서 골라 먹는 것도 괜찮은데요? 약간 번거로움이 있겠지만.
ScanPlease 2007/08/13 02:19 URL EDIT REPLY
저도 예전에는 반찬을 남기지 않는 쪽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사실 채식을 시작하고나서부터, 그부분에 대해서는 좀 둔감해졌어요.
지각생 2007/08/13 10:27 URL EDIT REPLY
존// 엄청 많이 먹으나 그만큼 많은 삽질을 하기에 결과적으로 저효율임 -_-

거한// 아..199975까지 보고 너무 졸려 잠들어버렸삼. ㅠㅠ

스캔// 소비를 줄이자는 주의니, 이미 소비된 것은 쓰레기가 되지 않게 먹는게 낫겠다는 생각이긴 한데.. 그러다가 다시 '고기맛'이 들면 어쩌나 걱정이죠. 물러터진 지각생이라..
navi 2007/08/13 10:40 URL EDIT REPLY
그 글 나도 봤는데;;-_-;;;;
지각생 2007/08/13 11:23 URL EDIT REPLY
날이 많이 덥죠? 땀좀 닦으삼
현현 2007/08/13 13:19 URL EDIT REPLY
지각생도 이벤트를 할 때가 되지 않았소?
지각생 2007/08/13 13:38 URL EDIT REPLY
ㅎㅎ 저번 이벤트 선물도 아직 못줬삼 ^^;; 이러다 양치기 소년 되겠다 싶어 아직 이벤트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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