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 - 위키

IT / FOSS / 웹
트랙팩님의 [웹2.0과 사회운동] 에 관련된 글.


웹2.0이 뭐냐고 할때 보통 "뭐는 1.0이고 뭐는 2.0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되는 경우를 많이 겪어봤으리라.
그렇게 나열되는 웹2.0의 사례들 중 대표적인 것이 블로그와 위키다.

진보불로그가 생기기 전까지는 나도 블로그를 거의 쓰지 않았다.
진보불로그와 네이버, 다음등 포털이 제공하는 블로그외에
Tatter Tools, Movable Type, Soojung... 등의 설치형 블로그들이 있다.
이런 것은 개인이 소유한 웹계정에 설치해 직접 운영하는 것인데
한번씩 설치하고, 혼자 일기장마냥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다가 싫증이 나 없애버렸다.

개인적으로는 블로그보다 더 좋아하고, 권하고 싶은 것이 "위키"다.
1995년 워드 커닝엄이라는 사람이 만든 "협업 하이퍼텍스트 작성 시스템".
집단지성이 뭐실까.. 어렵게 설명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제대로 운영되는 위키가 시간이 지남에 바뀌어가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웹 페이지의 내용을 고치기 위해서는 그것이 위치한 서버로의 접근을 허가 받아 파일들을 내려 받은 후, 내용을 수정해 다시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혹은 게시판처럼 잘 짜여진 큰 틀 안에서 하나 하나 추가/수정할 수 있을 뿐. 또한 하나의 글을 쓰는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웹 관련 기술을 모르거나, 서버 접근 권한이 없거나, "좋은 글"을 쓰는 훈련이 안된 사람은 웹을 활용한 적극적인 표현(문서 작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단지 그런 기술적 훈련이 안되어 있을뿐 모든 사람이 저마다 자신의 삶으로 빚어가는 훌륭한 생각들을 갖고 있는데, 이런 것을 적절히 표현하고, 모아내는 데 유용한 도구가 "위키"다.

위키의 기본 아이디어는 "누구나 그 페이지의 글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히 지나가다 혹은 찾아서 온 페이지의 내용, 그것을 단순히 읽고 퍼 가는 것이 아니라 만일 그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직접 고치고, 의견이 있으면 덧붙이고, 체계가 안잡힌 글은 체계를 잡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초기의 간단한 아이디어는 점점 살이 붙어 하나의 기획이 되고, 정리안된 메모는 얼굴 모르는 인터넷의 누군가들에 의해 정리되고, 내용이 붙어 완성된 텍스트가 되어 간다. 생각은 갖고 있으나 완결된 하나의 글을 쓰는데 어려워하던 사람들이 자기가 잘 아는 것, 자기가 많이 생각한 것, 불쑥 떠올랐다가 사라질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자기가 자신있는 방법으로 적용, 글 작성 과정에 참여한다. 이 작업이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행될때, 그 효과는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범위를 넘는 훌륭한 성과물로 도출된다.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거쳐가면서 그 생각의 양도 풍부해지고, 질적으로도 뛰어나진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주고 받아지며 정제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글 자체를 넘어 "자정 능력"등 부수 효과도 생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에 생길 수 있는 위험이 물론 존재하지만, 혹 허위 내용과 광고 등의 쓰레기도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결국 정리되리라는 믿음, 탄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갔는지 모르지만, 어느틈엔가 그 위키의 텍스트는 한 두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 혹은 그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 결과를,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집단 지성"의 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위키에 의해 협업이 된다면, 글을 못쓰는 사람, 잘쓰는 사람, 지식이 많은 사람, 적은 사람, 고생한 사람 여유있는 사람, 단순한 생각, 복잡한 생각 ... 이 모든 것이 자유롭게, 제약 없이 언제든지 모여질 수 있게 된다. 개개인의 생각은 그의 표현 능력에 좌우되므로 충분히 알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집단"의 지성, 이것은 이런 협업 작용과 결과물을 통해 "대략 충분히"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런 위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걸 할 수 있겠지만 역시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는 것에 가장 적당하다. 빠르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데도 유용하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성격을 충분히 고민하면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의 예는 많이 들어봤으리라. 브리태니아 백과사전을 양적으로, 질적으로 넘어섰다는. 신자유주의세계화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은 위키를 통해 시즌3 - "한미FTA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을 기획하고 있다. 내가 있는 노동넷도 위키로 팀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내 개인 위키는 관심 있는 주제들에 대한 스크랩에 활용된다. PC간에 데이터를 옮기거나 적어 놓은 것을 갖고 다니고, 디지털화할 필요가 없다. 정리할때 처음부터 체계를 잡거나 형식화하는데 골머리 썩을 필요가 없다. 일단 빨리 빨리 내용을 작성하고 나중에 언제던 정리할 수 있다.

진정한 위키의 힘은 충분히 많은 사람의 협업에서 발휘되는 것이긴 하지만 개인이 자신의 자료를 수집/정리하고, 생각을 기록하는데도 유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키는 "쉽다". 가장 "대중적이다". 기술을 몰라도 되고, 많은 지식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며, 표현력에 의해 받는 제약의 부담이 적어진다. 단지, 누군가 그걸 설치하고, "시작"을 하면 된다. 그리고 기다리면 된다. 어떻게? 인터넷의 불특정 다수를 "믿으면서".

p.s. 술을 먹었거나, 시간이 없을때 글을 쓰는 안 좋은 습관을 버려야할텐데 ㅡㅡ; 앞의 두글 넘 민망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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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3 21:09 2006/04/2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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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 2006/04/24 03:37 URL EDIT REPLY
재밌게 봤어요. 다른 글들도 그렇구요. 저도 한마디 거들고 싶고, 또 같이 얘기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안되네요. 암튼 저도 위키가 좋아요. ^^
지각생 2006/04/24 09:57 URL EDIT REPLY
헤헤 감사 ^^ 지음님 못 뵌지 꽤 된듯하네여. 조만간 놀러갈께용~
siwa 2006/04/24 23:28 URL EDIT REPLY
글 잘 읽었어염 ㅎㅎ
근데 저는 아직도 왜 위키가 두려운지 -.-
지각생 2006/04/25 02:18 URL EDIT REPLY
ㅋㅋ 익숙치 않은 탓이겠죠. 시와님도 메일보내고 나서 미문동 위키에 업뎃 해버릇 하세요 ^^
나루 2006/04/25 10:21 URL EDIT REPLY
첨엔 상당히 어리둥절했는데
점점 재미있어져서 자꾸 들어가게 되더군요, 위키
이런 거였군요...글 잘읽었어요
지각생 2006/04/25 14:07 URL EDIT REPLY
글쵸. 내가 고친 내용이 바로바로 적용되는 것을 볼때..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도 같죠. :-) 게다가 요즘 위키들은 기능이 많아져서 할 게 더 많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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