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23

비영리단체 IT지원

오늘은 무엇을 했나.

 

* 오전은 숙취로 고생하고, 아주 조금 기억나는 내 술주정이 떠올라 괴로워했고, 윗집에 들러보니 역시나 내가 기억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암시를 받음. 잊을만하면 술먹고 사고치는 지각생. 위험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심한 상처를 준거만 아니면 좋겠다.

 

* 낮에는 MWTV에 갔다. 미누가 쓰던 MWTV의 놋북이 있는데, 망가져서 오래 방치되던 것을, 미누의 방에서 찾아내서 고치려 시도. 

윈도우를 다시 깔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컴이 자꾸 멎는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것일까? 다른 사람들도 여러번 시도했다가 포기했다고 하는데...

내가 건드리기만 하면 컴퓨터가 멀쩡해지는 현상이 예전부터 있었지만(지저스), 이번에도 놀라운 우연이 일어났다. 숨 넘어가는 컴을 포근히 감싸고 어루만지다보니 멈췄던 컴이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놀라 다시 곳곳을 쓰다듬다 보니 어느 한부분에 손을 대면 멈췄던 컴이 그때마다 다시 돌아가는 것을 발견. 이젠 가히 명의라 할만하다. (준이라 불러준)

 

어제 아랫집에서 놋북을 분해해서 청소하고 다시 조이니, 이젠 손으로 누르고 있지 않아도 컴이 잘돌아간다. 윈도우도 무사히 설치하고... 드라이버를 하나씩 설치하는데 그래픽카드가 안잡힌다. 이것때문에 오늘 MWTV 에서 씨름했는데 이상하게 잘 안된다.  도시바 satellite A80 모델인데, 이상하게 인터넷에 있는 여러 드라이버를 받아 설치하면 다 에러가 난다. 내일 다시 시도하기로 함. 슈아가 왔다갔다.

 

* 저녁을 수유+너머에서 먹고 동자동 사랑방에 갔다.

사랑방 활동가가 쓰는 놋북이 있는데 원래 Vista 가 깔려 있었다. 근데 겁나게 느려 속을 터뜨리다 결국 XP로 돌아가기로 하고 내게 구원요청을 했고, 며칠 전에 XP를 깔아준적이 있다. 근데 며칠 전부터 인터넷이 자꾸 끊긴다는 것이다. 무선 인터넷이 그냥 끊긴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역시 이런 경우도 직접 가서 같이 보면서 얘길 듣는게 낫다. 그래서 갔다.

 

증상을 알아보니 무선 인터넷 자체가 끊기는게 아니라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하면 금방 에러가 나서 익스플로러가 재시작되고, 그러다 멎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보넷 웹강좌를 들을때 su 가 모질라 불여우(Mozilla Firefox)를 깔아줬다는데, 그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무리 오래, 이곳저곳 인터넷을 떠돌아도 전혀 멎는 증상이 없다. 역시 파폭의 우월함? 백신을 돌려보니 바이러스는 없고.. 흠 뭘까. 알고보니 인터넷 익스플로러 8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8을 지우고 6으로 돌아가니 아무 문제 없이 인터넷이 자~알 된다.

 

사무실 책상을 버젓이 돌아다니는 바퀴벌레의 압박이 좀 심했다. 어릴적 모래내시장 지하에서 살때 이후 그렇게 당당히 사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바퀴벌레는 거의 처음 보는듯. 어이 어이 해치진 않을테니 내 손 가까이에만 오지마. 이런 거기 있으면 내가 마우스 움직일때 너와 스킨십을 할지 모른다고! 신기하게 죽진 않았는데 한 곳에 가만히 있는 바퀴벌레. 혹시 사색중? 아니면 교신중?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여전히 징그럽긴 하지만 이렇게 자주 보면 확실히 흠칫부르르 하는 증상은 줄어들것 같다. 헤이. 잠은 니 집 가서자.

 

* 밤에는 용산에 갔다.

이건 출장 A/S는 아니고 뭔가 갖다주러 갔다. 잠깐 한국에 돌아왔다 나간 디디홍진이 자전거 메신저와 용산 레아, 빈농집에 선물하는 "훈훈이". 2개를 돕에게 전달하러 갔다. 가니까 회의중이길래 훈훈이를 건네주고, 도영과 얘기 좀 하다가 나왔다. 직위가 좀 있어보이는 경찰 둘이 태평하게 어슬렁거린다. 췟.

 

오늘처럼, 그래 오늘처럼만 좀 따뜻해라. 추우면 가장 힘든 사람들이 더 힘든다. 중국에서 온 훈훈이가 레아 사람들의 몸을 조금이라도 훈훈하게 유지해주길 바랄뿐.

 

* 그리고, 빈마을에 돌아왔다.

어제 술자리에서 내가 기억하는 점이라면, 내가 아랫집 거실관 쇼파에서 자는 것을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물론 그 불편함에는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다. 아니 그게 대부분이지. 나는 이미 그때 취해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한 것이 기억나는데, 나를 걱정해주는 분위기, 아랫집에 지각생이 필요하다(맥락은 기억 안난다) 이런 말을 듣고는 내가 감동해서 그때부터 막 이 얘기 저 얘기한 것 같다. 그런데 역시나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진 않다. 에혀. 잊을만하면 주사 부리는 습관, 없애자!

 

어쨌든 그런 이유로 방바꾸기도 얘기하기로 했는데.. 오늘은 일단 넷빈집에 왔다. 미누방이 아직 비어있는데 이곳으로 세진이 옮겨올 거다. 그러면 세진이 지금 쓰고 있는 가장 작은 방에 누구던 와서 잘 수 있을 거다. 그 방은 창문도 없고 좁아서 (고시원보단 낫지만) 하루 종일 나가 있고 거의 잠만 잘 사람들이 쓰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아직 옮기지 않았으니 오늘밤은 미누방에서 내가 자기로 한다. 오늘 미누 물건들을 디온이 MWTV 가져다 준다고 했는데 왔다 갔는지 모르겠다. 옷은 보내지 않기로 해서 여기엔 아직 미누 옷이 많이 남아 있다. 미누의 사진과 여러 흔적들도 그대로 남아 있고. 열심히 고친 노트북이 사실은 MWTV 재산이라 보내진 않게 될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떻게든 거기서 필요한 것들을 구해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 그리고...

이제 다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활동을 하게 될텐데, 지각생은 빈집에 이미 푹 녹아 있다. 애정이 집착으로 치닫기도 하고, 뭐 그것이 꼭 나쁜 건 아니라해도, 왠지 오늘은 이때쯤 내 스스로 거리를 좀 둬볼 필요가 있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에 대해, 세상에 대해, 자신에 대해 부끄러운 것 때문에 일시적으로 감상적이 된 것 같긴 한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난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인가. 꽃을 좋아하되 꺾지 않을, 뭉개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둘 수 있을까. 요즘 같아선, 내가 많이 약해져 있는 것 같아서. 공허함이 더 깊어진 것도 같아서 내 스스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뭐던지, 누구던지 쉽게 빠져들고, 그러다 상처주고, 받고 그렇게 되기 쉬울 것 같다. 뭐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지만.

 

난 역시.. 정말 중요한 것을 모르고 살고 있는 것 같아. 흑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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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3 23:39 2009/11/2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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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2009/11/23 23:46 URL EDIT REPLY
나 지각생 팬 될듯<ㅋㅋㅋㅋㅋㅋㅋㅋ바퀴벌레 얘기에 공감해버렷쎀ㅋㅋㅋㅋㅋㅋ트위터로 한줄 긁어감:)
지각생 | 2009/11/23 23:53 URL EDIT
그 바퀴벌레가 나를 치유해준게 아닐까? ㅎㅎ
팬클럽 회장 지금 공석이니(언제는?) 뜻대로 하삼
발칙한 | 2009/11/23 23:59 URL EDIT
웅 아싸ㅋㅋㅋㅋ 역시 지각이 진리얌 훗<
지각생 | 2009/11/24 10:39 URL EDIT
내 이름을 세번..
2009/11/24 01:23 URL EDIT REPLY
훈훈이 정말 짱이야!! 감동의 눈물 주르륵....... 지각생 디디 홍진 모두 너무너무 고마워!!!!!!!!!!!!!!!!!!!!!!!!!!
지각생 | 2009/11/24 10:39 URL EDIT
디디 홍진이 이번 방한 중 짜증 만땅이었다는데 돕이 좋다고 하니 그들의 억울함?이 적잖이 달래지겠소. 디디홍진, 당신들의 방한은 헛되지 않았다!
디디 2009/11/24 10:52 URL EDIT REPLY
흠 -_- 우리는 지금 결혼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였지만, 아무튼 헛되진 않았던 것이냐. 크
지각생 | 2009/11/25 01:53 URL EDIT
저런 최초의 대위기라고 생각하고 잘 풀어보씨요. 무튼 그대들 헛되지 않았다 ㅎㅎ
동치미 2009/11/24 13:56 URL EDIT REPLY
바퀴벌레요.... ㅡ.ㅡ; 요즘어딜가나 저렇나보네 ㅋㅋㅋㅋ 아흐~ 바퀴벌레 ㅠㅠ
지각생 | 2009/11/25 01:54 URL EDIT
근데 고놈이 아주 크고 시커멓진 않아서 좀 견딜만했던듯 ㅎㅎ 빈집엔 언제 놀러오심?
스머프 2009/11/24 17:16 URL EDIT REPLY
그 바퀴벌레도 우리 식구(?)라고 생각하고 걍 동거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징그러워....죽이진 말자고 하면서도 자꾸....윽~ 암튼, 지각생의 손과 마음은 컴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듯해...땡큐였음..^^
지각생 | 2009/11/25 01:56 URL EDIT
죽이지 않으려해도 곳곳에 밟혀 죽어 있더만 -_- 괜한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바퀴들이 발을 끊게 만드는게 어떨까?
디온 2009/12/04 12:14 URL EDIT REPLY
아악, 나 아까 글보고 윈도우8 자동업데이트 걸어놨는데!! ㅜ,.ㅜ 머, 내 컴은 아니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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