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탓도 있고 어느 정도는 앞날을 생각해서,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며 산다. 많은 사람들이 역시 그러리라 생각하고.
그래도 가끔 사이가 아주 안좋은 사람이 생긴다. 혹은 이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뜻밖에 오래 가까이 있어도 왠지 안 친해지는 사람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그런 사람들에게 느끼는 공통적인 부담감을 말하면 혹 오해가 좀 줄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도 누군가와 사이가 굉장히 안 좋은데, 그 사람과는 얘기를 해도 해도 쉽게 안풀리고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 같으니, 이제는 그냥 포기한 상태. 포기했다고 해서 마음이 편하게 먹어지는 내가 아니라서 요즘 스트레스 만빵이다. 스트레스 받지 말자. 얏... 이얏. 제길.
난, 권 위 적 으 로 말 하 는 사 람 너무 너무 싫다.
권위적으로 말하는 것은 누구는 완전 그렇고 누구는 완전 안 그런거, 이런건 아니고 대개 정도의 문제거나, 그게 드러나거나 잘 안드러나거나의 차이라고 본다. 그리고 내가 권위적인 말하기에 예민한 것은 나조차 아직 권위적으로 종종 말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권위적으로 말한다고 해서 바로 그 사람, 완전 싫어! 이렇게 되진 않는데, (사람이 말 실수할 수도 있는거고.. 어떤 상황에서 오바할 수도 있지 좀)
누군가랑 조금 끈덕지게 얘기를 해봤는데 그런 냄새가 계속 계속 풍기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확 돌아버린다.
내가 싫어하는 말하기 방식, 모습이란
* 나이, 성별 등 권력관계가 말투와 끝맺음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까는 사람이 있다. 얘기가 깊어지고 서로 친해지고 이런 상황에서 말이 편해지는 것과, 별로 그래보이지도 않는데 나이가 많거나 뭐 학교 선배(뻘)이거나 한다는 이유로 쉽게 말을 놓는 것 같으면 난 좀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특히 나이 좀 되는 남자가 더 젊어보이는 여자에게 말 쉽게 놓는 걸 보면 더 그렇다.
그럴때는 반말을 들은 사람이 똑같이 반말을 하거나 말투가 변하는지(좀 확 쏘아주길 바라게 되는데) 살핀다. 그런데 한 쪽은 계속 반말하고 점점 말을 쉽게 하는데 다른 쪽은 계속 존대를 하고 있다면 나는 그 두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그러고 있던간에 짜증이 난다.
그들 중 누가 잘못하고 있고, 바뀌어야 한다고, 맥락에 상관없이 무조건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지금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짜증이 난다고.
지금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이런 면을 많이 보인다.
분명히 말하는데, 그가 어떤 뜻으로 그러던간에, 악의가 있던 없던 간에, 오가는 얘기의 내용이 어떻던 간에, 난 그런 사람이 일단 싫다. 내가 반말했는데 그가 여전히 존대한다면 다시 존대하고, 그가 반말하면 나도 말 놓고. 그런게 좋지 않아?
*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것.
상대방이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 얘기를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이런것을 가늠하고, 되묻고 확인하는 과정을 포함하지 않고 계속 얘기하는 것.
(이전에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은 이런 면 때문이었다. 뭐 그래도 이건 봐줄 수 있는 구석이 좀 있다.)
이건 상대방을 무시해서 그럴때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한번 머리에 긴 문장이 순간적으로 형성되서 당장 다 쏟아내지 않고는 얹힐 것 같은 경우도 있나보다. 그래서 예전엔 이런 사람도 막 싫었는데, 약간은 이해가 되려고 한다. 그래도 만일 앞의 경우 -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 같다고 의심되면, 역시 바로 기분이 팍 상한다. 내게 그러지 않아도.
내 생각은 그렇다. 요즘 같은 때는 어떤 주제나 사실에 대해 얘기할때 그것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거나 혹은 비슷한 다른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겪어보지 못한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즉 말하는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시작할때 저마다 받아들이는건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 듣는 사람 중 대부분은 어느 정도 저마다의 "바탕"이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들을 존중하거나 혹은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라도 좀 더 그런 바탕에 잘 안착할 수 있는 방식과 정도로 얘기를 하는게 좋잖아. 근데 자신이 한번 이렇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주변 사람들 표정과 자세가 어떻게 변해가던 개의치 않고 계속 얘기하는 사람을 보면 역시 짜증이 난다. 제발 나를 보며 얘기하지 않길. 물론 때에 따라서는 내가 정말 모르는 것, 그러나 알고 싶어진 것에 대해 누군가 길게 얘기하면 별로 지루해하지 않고 듣게 되니까 무조건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 그저 다만, 잠깐이라도 듣는 이를 살펴봐 달라고.
* 타인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자신의 틀로 판단해서 얘기하는 것.
지금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 나를 가장 기분 나쁘게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알게 된지 얼마 안됐을때 좀 얘기를 하다보니 그 짧은 시간 동안 여럿에 대해 벌써 많은 오해를 하고 있길래 식겁해서, 그에게 부탁했다. 지금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그 결과로 어떤 상태가 되어 있는 것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지금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뭔가 불만이 있다면 나에게, 다른 이들에게 좀 더 물어보고, 들어보고 나서 판단을 내려달라고. 그리고 나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얘기해달라고. 물론 그게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일반적인 믿음이랄까 그런게 있으니까.
자기가 어떤 생각을 갖던 자유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만 하고 말면, 내 생각은 이렇다고 말하는 정도라면 상관할 게 없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방식을 간섭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니 내가 뒤집어졌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자기 나름대로 애써 가며 소중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자신은 뭔가 알고 있고 자신의 생각이 옳은데, 다른 사람들은 무언가를 모르고 있거나,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잘못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하듯 말하는 것, 자신의 판단이 틀리거나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한, 독선적이고 오만한 사람을 보면 괴롭다. 내가 버리고 싶어해온, 바뀌고 싶어해 온 내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하는 것이 괴로운 것을 보면 아직 내가 충분히 바뀌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내용이 옳아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권위적이고 폭력적이면, 미안하지만 난 참기가 좀 어렵다. 시간이 지나고 더 알고 지내다보면 내가 예민한 탓에 잘못 생각한 것이고, 그가 악의가 없다는 것, 그도 지금껏 살아오며 그럴 만한 궤적을 그려와서 지금 현재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 계속 바뀌고 있는 한 도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다 해도, 그냥 내가 지금 좀 짜증이 난다!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요즘 내 짜증의 진짜 이유를 말하고 싶은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