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얼웅얼

잡기장
진보 불로그를 만든 건 2004년 10월이지만 열심히 쓴 것은 최근 들어서다. 그전에 몇번 설치형 블로그를 깔아 약간 써보긴 했지만 사람들이 오지 않는 혼자만의 낙서장은 그게 왜 온라인으로 씌어져야 되는지 알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찼다. 지금도 그렇지만 술먹고 늘어놓는 타령들, 내면의 고민과 고통을 외면하기 위해 갖다대는 핑계, 두리뭉실한 표현, 웅얼거림..

지금도 별 나아졌다는 생각은 안든다. 방문자수가 꾸준히 늘기는 하지만 덧글, 트랙백은 별로 없다. 오는 것도 없지만 사실 가는 것도 적다. 내가 쓴 글 내가 두번 세번 다시 읽으며 혹 문제 될 건 없을까 검열하고, 간혹 괜찮게 쓰여졌다 싶은 글 있으면 계속 읽으며 흐뭇해하기도 하는데, 그에 비하면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깊이 있게 고민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내 경험에 비추고 내 생각과 더불어 발전시키는 상상을 하거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노력은 부족한 편이다. 양적인 면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그럼 난 왜 이러고 있나. 왜 블로그를 쓰지.


오프라인 팀블로그라 할 수 있는 학교때 "날적이". 그때도 어찌 보면 지금과 비슷했다. 과방에 죽치고 있으며 계속 날적이만 써대는데, 보통 반 페이지 정도의 글을 쓰면 나는 2~3장이 넘는 긴 글을 읊어대곤 했다. 도대체 난 뭘 그렇게 웅얼거렸던 건지. 글씨나 깨끗하게 쓰거나 간단한 그림이라도 좀 그려넣었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 분명하지 않고 늘어지는 것은, 그게 표현 능력의 문제라기 보단 실제로 내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아님 두려움에 확실한 내 생각을 말하지 않는 것, 혹은 (진짜 이유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려 하는지 내 스스로 잘 모르기 때문일 거다. 모르면 닥치고 사람들 하는 말을 들어야 되는데 글쎄 시건방지게도 조금 듣다보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안다고 생각해 버린다. 그리고 내 할말을 준비한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말할 턴이 돌아올 때까지 듣기는 하되 머리엔 들어오지 않는, 혹 들어와도 금방 녹거나 새 나가는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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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런 글을 쓴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정말 감탄하게 되는 글들이 있다. 어떻게 이런 얘기를 자연스럽게 쓸 수가 있을까. 그래, 사실 나도 이 얘기를, 혹은 이런 방식으로 쓰고 싶었어, 하면서. 어렵지 않게, 쓸데 없는 군더기 없이 깔끔한.. 등의 외적인 부분보다는 그 내용, 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할텐데.. 그런 쓸데 없는 걱정들, 어떻게 이 사람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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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처럼 쉬면서 "내가 원하는 게 뭔가"를 들어보려고 했다. 조용히. 지금 내 상황, 당위 혹은 의무, 양심, 죄책감 이런거 다 떠나 정말 부끄럽더라도 솔직히,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것. 그게 되고 나서야 좀 수습이 되고 자신감을 갖고 과감히 뭔가에 몰입하고, 분명한 "나"의 영역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데 .. 오늘도 잘 안됐다. 내일은 조금 뭔가 나올 수 있으려나..

술 조금밖에 안마셨는데 -_- 아무래도 영향이 있는건가. 별로 쓰지도 않았는데 내가 무슨말을 하려했던건지 기억이 안나네. 결국 그전과 다를 바 없는 글이 또 하나 올라가나부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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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8 03:15 2006/06/1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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