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사무실에 화분을 갖다 놨다.
"말라죽이지 마라잉" -_-+, "딴데 놓지 말고 니 책상에 놔" 웃는 표정으로 즐겁게 화분 두개를 골라주시면서도 울엄니는 말로 나를 갈구기 바쁘다.
화분이 여러개 있는 이유는 반지하 5년 생활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자구책.
컴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 중독 마냥 사는 내가 제대로 신경쓰기 어려울까봐, 가장 덜 신경 써도 되는 거라시며 2개를 골라주셨다. 그래서 레옹을 상상하며 (마틸다는 없지만 -_-;) 마치 굉장히 아끼던 화분 마냥 조심스레 삼실로 가져왔다.
아니나 다를까, 신신당부 들은대로 한 동안은 물도 주고 그러더니 지난 주 부터 일에 치여 사느라 소홀했다. 오늘 보니 흙이 말라 있었다. 나는 원래 물을 많이 마시고 화장실도 자주 가는 편인데, 게다가 오늘은 더웠고, 쌓인 피로에 제대로 정화가 안되는지 물만 계속 먹혀 줄창 마셨다. 그러던지라 메마른 흙을 보니 괜히 미안하다. 너도 목말랐냐. 니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내 부주의로 너를 고통받게 하는 일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식물도 감정이 있고 표현을 한다는데 그걸 알아듣지 못하는 거지.
물을 부었다. (디카를 잃어버린게 또 아쉽다). 금방 스며드는게 목말랐을까 하는 내 생각을 더해준다. 흙이 다시 짙은 색이 됐다. 잘 모르긴 해도 물을 너무 많이 줘서는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안다. 아래로 물이 빠져나오진 않으니 된건가.
스며듬.. 참 신기한 과정이다. 그렇지 않은지. 그리고 다시 빠져나가는 것도.
스며듬-빠져나감이 좋다. 부시고, 뛰어넘고, 돌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힘들고, 불가능하기도 하니까...
활동을 한답시고 살면서 보니, 대개 죄다 부시고, 뛰어넘고 돌아가는 길만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지나가면 또 모르는데 나는 당최 힘이 딸려 부시고 뛰어넘는 건 잘 못하겠다. 그러니 주저 앉아 청승이나 떨고 "그런거 뭐하러 넘어? 여기가 바로 가려던 곳이야" 뭐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나 하며 늙은이 티만 냈었다.
그런데 보니 절대 부시고 뛰어넘고 돌아가서는 안되는 것이 있더라.
그건 스며들었다가, 그래서 생생하게 살아났다가 ... 역할이 다하면 다시 빠져나가야 될 것 같다.
아직은 잘 못하겠다. 이제 부시는 건 포기했고, 뛰어넘는건 멋있어 보일까 해서 조금 하긴 하고, 남들 안볼때 열나 달려 돌아가는 길 찾고는 있는데 .. 스며드는 게 연습이 되나?
물고기자리의 특징은 "물"과 같은 삶이란다. 조용히 스며들어, 활력을 주고는 다시 조용히 사라지는.. 갈라지고 벌어진 틈을 다시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삶. 어디 정말 그런가 보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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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물"에 비유할 수 있다면 적어도 고여있는 잔잔한 물은 아니다 :)
지금 흐르는 줄기대로 계속 흐를까 아님 슬쩍 다른 데 스며들어 새 길을 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