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부터 10일까지 부산 출장을 다녀왔다. 아펙반대 문화제 인터넷 생중계.
나는 미디어팀은 아니지만 인터넷 셋팅, 송출, 자막관리를 한다. 쉽게 정리하면 컴퓨터로 할 부분은 내가 한다. 다른 사람들은 카메라, 스위처, 믹서등을 잡고.
현장에 가서 가장 먼저 할일은 인터넷 회선 체크다. 이게 안되면 녹화한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데, 그럼 내가 할일이 없다. 인터넷이 되면 심심하지 않고, 인터넷이 안되면 여유가 많아서 좋다.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털레털레 긴장않고 다닌다. 내 옆의 친구가 담당잔데 그사람만 열심히 한다 ^^
해운대에서 유선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해서 무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지 테스트하는 모습.
둘째날 행사 중계 모습. 전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지만 인터넷 신호는 더 약해서 애를 먹었다.
인터넷 신호가 약해 간이 안테나를 설치하는 모습. 굴러다니는 나무에 종이 테이프를 대충 덕지덕지 붙여 만든 모습이란... ㅜㅡ 뜻있는 분의 후원 기다립니다. 좀 도와줘여~
이날 인터넷이 18차례나 끊겨 영상 송출을 18번이나 다시 셋팅해야했다. ㅡㅡ; 사람들 시선 끄는데는 확실하게 일조했고.
다른 사람들끼리는 서로 미리 알고 있거나, 같은 계통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 통하는 게 있는 듯한데 난 그렇지 못해 첨에는 좀 뻘쭘했다. ㅎㅎ 그러다 첫날 일을 마치고 가볍게 맥주+소주를 하면서 예의 그 쓸데없는 주책이 발동해 담날 일인시위를 자청했다.
8일 스펀지 앞에서 일인시위하는 모습.
일인시위하다가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어떤 외국인이 지나가다가 "Why NO APEC?"하고 물어본것. ... ... ... ㅡ,.ㅡ;;; 낭패였다. 그냥 손가락으로 뒷면의 설명을 보라고 가리킬 수 있을뿐 ㅜㅜ 좀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긴 했는데.. 과연 이해한건지? ㅎㅎ 이 이야기를 기자에게 했더니 그대로 실었다. ㅡㅡ 내 무식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로. 또 다른 기자가 인터뷰를 했는데 또 한번 낭패. 일과 관련해서 오긴 했지만 내용 자체에 대한 숙지는 없었던 것. 결국 뻔한 소리만 하고 말았다. ㅠㅠ
해운대라서 기대하고 무작정 따라갔는데 .. 하루 한끼 식사에 각종 노가다 ㅜㅡ 결국 바다에는 발만 살짝 담갔다.
그나마 싼 국밥집 발견한 것(2500원, 리필도 됨 +_+), 재밌는 사람들 많이 알게 된 것이 소득이다. 부산에 대한 이미지는 이 두가지로 많이 개선됐다는 ㅎㅎ
지금 보니 꼭 졸고 있는것만 같다. 정말 졸았었는지도 :-) 내 옆의 사람이 "미친 남박사" 광남. 이 계통에서는 맥가이버로 통한다. 정말 다재다능한 친구. 이 날 비디오 아트가 뭔지 보여줬다.
난 학교를 마치지 않았다.
어릴때 몸이 약해서 재밌는 경험을 별로 못해봤다. 이를테면 여행.
건강해지고서는 알바와 학습이 내 시간표의 전부였다.
남들 다하는 연애도 안했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아직 20대후반으로서, 60~70정도 되는 삶의 절반도 살지 않은 내가
뒤쳐짐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고,
낙천적으로 상황에 맞게 살면서 의외로 주워가진게 많아
사는데 필요한 것들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삶에서 중요한 것.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 즐겁게, 재밌게 사는 법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갑갑하다.
아직 뒤쳐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작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 그냥 흐름을 따라가면
그 안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에는 "뒤쳐짐"의 길을 밟아갈 것 같다는 것이다.
1년동안 열심히 발버둥쳤다. 피곤하다.
한가지 알고 있는 것은
남들과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순간, 나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껏 본능적으로 중요한 갈림길에서
소수의 길을 택하면서 그런 평가들을 피해왔다.
성적이 안나오고, 격차가 벌어짐을 느낄때
나는 자유인을 행세하며 더욱 더 노닥거림을 즐기고,
운동권의 언어를 습득하여 "대중"학생들과의 차별성을 추구했다.
내가 대기업에 취직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때와
리눅스를 접하고 집착하기 시작한 시점이 비슷하다.
해커의 기술은 갖지 못했지만 해커의 마인드와 자세만은 가지려고 했다.
지금 나는 기업같은 사회단체와, 거대 조직을 가진 사회단체 두 군데에서 일한다.
리눅스를 만지는 일로.
나보다 기술이 뛰어난 사람은 많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 곳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나라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가끔 사람들 속에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탈때
흐뭇해 하는 내 모습은 술이 깬뒤 스스로를 혐오하게 한다.
소수를 지향하는 듯하면서 사실은 세간의 평가를 벗어나려고 하고
많은 일을 하는 듯하면서 내 "정체"상태를 변명하려 하는 나.
"...하지 않는" 삶을 어떻게 "...하는" 삶으로 바꿀 수 있을까.
뒤쳐지지 않는 삶이 아닌 함께 나가는 삶을 고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