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해

잡기장
양력에 익숙해져서 사실 새해라는 기분은 들지 않지만, 한 달 정도 미리 새해를 맛본 거라고 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도 될 듯하다.

1달동안 하루 평균 2회 이상의 회의를 한 것 같다. 회의만 하느라 실무를 못할 지경. 노동넷, IT노조, 미문동, 그 외 몇군데 더.. 회의도 하면 는다. 아직 즐기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는데 만일 이렇게 한 두달 더 계속되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ㅋ

오늘도 사무실에 나왔다. 일하러 온 건 아니다. 어제 저녁에 만든 만두를 아침에 먹고,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프로그램을 보고(내가 맞춰 3000원 땀 -_-V) 상암 CGV에서 "왕의 남자"를 부모님과 함께 봤다. 이만하면 설에 가족들과 시간보낸 것은 왠만큼 했다 싶어 혼자 있을 곳을 찾아 온 것이다. 혼자 있지만 컴퓨터가 있고 인터넷이 되는 곳, 그리고 배고프면 뭘 먹고, 피곤하면 누을 수 있는 곳. 학교 다닐 때 과방이 그랬고, 지금은 사무실이 그렇다.

떡볶이를 사와 먹으며 신문을 보고, 간단히 주변을 정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외로움이 더 할까봐 오늘도 늘 듣는 노래를 틀었다. 사랑 얘기는 아니되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날 쪼그라들게 하거나 쓸데 없는 사명감에 불타지 않게 하는, 적당한 민중가요를..

자... 이제 앞에 술 취한 핑계로 쓴 두 개의 글을 밀어내고 싶은데 딱히 쓸게 없음...
생각해보니 쓸 꺼리는 참 많은데.. 쓸 맘이, 흥이 안난다.

자전거 탄 얘기, IT노조 단체교섭, 울산 다녀온 얘기, 못다한 홍콩 이야기, 미문동 네트워크, 기술 활동, 정보인권... 오늘 본 영화, 최근에 본 책, 1월 내내 회의만 했다는 투정...

블로그를 왜 다시 쓰게 됐던 거지? 기억이 안난다. 왜 난 혼자 중얼거릴거면서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쓰는 걸까? 몇개 올린 글에 대한 뜻하지 않은 반응과 관심에 신나면서도 부담스러워진다.

서버에 또 손님이 왔다. r0nin ... 이젠 낯익은 크래킹 패턴이다. 여러번 봐서 그런지 피식 웃음이 난다. 짜증도 안나고 걍 여유 있게 killall 명령어로 처단하고 원인을 찾아봤다. 뭐 이젠 찾는 것도 어렵지도 않다.

하고 싶은 게 되게 많다. 뭐 엄밀히 말해 "해야 되는" 것이거나 주변에서 "해줬으면"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발을 걸친데가 많아질 수록,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닿은 끈이 늘어갈수록 아이디어와 요구는 늘어간다. 하나 하나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좋은데, 그래 이거야. 꼭 해보자. 근데.. 뭐부터 하지? ㅡㅡ;

일에 중독됐었다가, 사랑에 중독됐다. 그래.. 난 늘 중독돼 있었다. 치료해야되는 것은 중독인데, 사랑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난 다시 일을 택하려 하고 있다. 그게 성공할지 모르지만, 하여간 나는 수렁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아... 안돼... 처지고 있어. ㅡㅜ
일단, 주변 정리좀 하고. IT노조 얘기좀 써야 겠다. 기대해주세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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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9 19:03 2006/01/2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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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양

잡기장
사변적이라고 하나? 뭐더라 하여간 적당한 표현을 모르겠는데 동양사상은 원래 실체와 분리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즉 순수이론적인 면으로 발전해 오진 않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동양사상을 연구(?)한다는 분은 대개 그 풍모와 생활패턴부터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

나는 음양오행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도와 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 그래서 옛날 종로에서 "도에 관심 있으셔?"란 말에 "그런데요" 하고 따라가 본적도 있다. ㅋㅋ ㅡㅡ; 웃을 일은 아니지만.(나중에 떼어 내느라 죽는줄 알았음 ㅡㅜ)

근데... 음양과 오행, 도와 기, 하여간 동양사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대부분) 죄다 "이상해 보이는" 사람인건가. 동양사상에 관한 책들은 왜 하나같이 그리 낡고 썩어빠진 해석들만 달아놨는가. 간혹 멀쩡한 사람을 만나면 대개 "기수련"을 먼저 해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것을 권한다. 물론, 그러고도 싶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말고 순수한 취미로 동양사상을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학교를 사실상 때려치고 이것저것 들여다보던 때, 주역을 한번 공부해볼까 했는데, 나는 그것이 단순한 점술서가 아닌 심오한 변화의 이치에 대한 힌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화의 이치에 대한 연구"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래서 몇가지 주역 해설서라는 것을 봤는데, 도대체 이것이 하나같이 가부장적, 권위적인 가치관을 가득 담은, 단편적인 유교사상의 주석서의 수준인 것이다. 그렇다고 혼자서 깊이 파고들 역량과 상태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은 대개 이상야릇한 사람이고, 또 내가 사람들에게 "너 주역에 대해 공부해볼래?"하면 나를 그런 사람 취급하고 ㅡㅜ ...


가장 답답한 것은 음과 양에 대한 단순한 이해다. 음을 여, 양을 남, 달과 해, 찬것과 뜨거운것 뭐 이런식이다. 하지만, 짧은 내 수준으로 이해하면 음과 양은 결정되어진 상태가 아니라 "변화" 그 자체, "되어지는 것" 혹은 "되려고 하는 것"이다. "낮이 양"인 것이 아니고 태양이 계속 점점 떠오르는 상태(자정부터 정오)가 양이라고 보는 것이 더 가깝다. 음은 해가 진 뒤가 아니라 정오부터 해가 계속 기울어가는 중, 그래서 자정까지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앞의 내 포스트로 말하면 양은 f(x) > 0 인 상태가 아니라 f'(x) > 0 인 상태를 말한다. 또 음과 양 각각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려는 것도 짜증났다. 음과 양은 각각 성격이 다른 두 변화의 흐름이다. 이것이 서로 맞물리고 번갈아 나타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모든 결과들을 만들어낸다.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는것. 여성과 남성이 겉으로는 차이가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그래서 서로가 서로가 될 수 없는 절대적인 차이라고 말하고 각각의 성질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해석이다. 여자에게도 분명 "남성적인(보통 그렇게 표현하는)" 면이 있으며 남자들도 "여성적인"면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 생각엔. 컴퓨터는 0과 1로 모든 것을 만들어 낸다. 정말 모든 것, 모든 것이 결국에는 0과 1의 조합이다. 00011000110010100100101010010110000... 기계어를 모르니 이것이 맞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모든게 이런식이다. 이런 걸 보며 나는 음양을 생각했다. 음과 양, 이것이 번갈아 나오고, 서로가 서로로 변하는 과정으로 모든 것이 만들어진다는 ... 너무나 맞아떨어지지 않나? 물론 컴퓨터의 그것은 인간의 "약속"으로 정해진 기초들이 있는거긴 하지만.. 주역이라는 것도 결국엔 음과 양이 포개지는 과정을 6단계까지 밟아서 만들어지는 괘, 그것의 64가지의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해놓고, 점괘를 뽑았을때 해당하는 의미를 적용, 현실을 이해하여 앞으로의 갈 방향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 나는, 6단계가 아니라 12단계까지 포개서 얻어지는 4096가지만 얻어서 올바른 의미만 부여할 수 있어도 지금의 현실에 좀더 잘 적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현실이 변화하는 이치, 지금 현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제는 컴퓨터가 있으니 그 정도의 가능성을 만드는 건 껌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4096가지(물론 훨씬 더 많은 가짓수를 뽑는것도 어려운건 아니고)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건지... 음양과 오행에 대한 가벼운, 취미 수준의 접근(왠지 불안한 다른 활동은 좀 안하고 ㅡㅡ;)으로 과학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혹 그런 분 있으면 제게 말좀 걸어주세요. 이거 쓰다 보니 술이 깨는군요. 올릴까 말까.. ㅡㅜ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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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2 00:55 2006/01/22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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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리마 2006/03/09 12:54 URL EDIT REPLY
저는 점을 보고 싶어서 주역을 공부한 건데(불순;;) 점괘는 뽑을 줄 알지만 도저히 해석을 못 하겠어서 사주풀이로 전환-_- 사주풀이 책에서 그러는데 각 상징은(목화토금수) 그와 같은 성질을 말하는 거지 고정된 실체가 아니래요. 음양도 그렇구.. 제가 보는 실용서적이 더 좋네요+_+ ㅋㅋ
말걸어 봤습니다=ㅂ=
지각생 2007/06/08 13:17 URL EDIT REPLY
뎡야// 제 사주한번 풀어봐 주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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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과 적분

잡기장
빼어나게 잘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과를 선택해 공대를 다니게 한 것이 수학이다.
물론 제대로 다닌게 아니라 "공업수학" 조금 보다 만 수준. 요즘엔 더 압축된 것 같던데, 나때는 1학년때 미분적분학, 2학년때 공업수학해서 미분방정식 배웠다.

회의던 수업이던 딴 생각하는게 내 특기다. 심지어는 혼자 망상하는 중에도 딴생각을 한다. ㅋ 이러니 늘 정리가 안되고 깊이 있게 발전시키지는 못한다.
미적분학을 공부할때도 당연히 딴생각을 했다. 미분과 적분.. 많은 분들이 생각했겠지만, 나는 이것이 이론과 현실과의 관계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분은 이론화, 적분은 현실화.


미분은 원함수의 도함수를 구하는 건데, 이건 결국 "변화율"의 함수를 구하는 거다. 변수들의 관계를 식으로 표시한 것이 함수라면, 도함수는 그 값들의 관계가 "변하는 정도"를 식으로 표시한 것. 적분은 미분의 반대과정이다. 미분을 하면 차수가 하나 낮아진다. 무리하게 말하면 "단순해진다". 적분은 반대다. "복잡해진다". 미분은 대개 성공하지만, 적분은 일반적인 답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정 범위안에서 근사값을 구한다. 현실을 수학적 표현으로 모델링하면 "미분방정식"이 된다고 한다. 미분방정식은 도함수를 포함한 방정식이라 볼 수 있는데, 결국 적분을 해야 풀게 되지만 역시 위에서 말한데로 대부분의 경우 일반적인 식을 구하는 것은 실패한다. 그래서 수학을 계속 공부하다 보면 결국 근사값을 구하는 아주 아주 복잡한 방법을 배우게 된다. 당연히 나는 그 전에 포기했고 ^^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론은 "편미분"의 과정이다. 이것은 여러개의 변수로 이루어진 식에서 하나의 변수외에는 모두 변하지 않는 값으로 보고 그 변수에 대해서만 미분을 하는 거다. 예를 들어 x와 y에 의해 z가 결정되는 z=f(x,y) 꼴의 식에서 y는 변하지 않는다고 보고 x에 대해서만 미분하는 거다. 경제학을 공부해 본, 조금이라도 본 사람은 현실을 엄청나게 과도하게 단순화시킨 그래프들을 보게 된다. 수요와 공급의 함수관계. 물론 나도 깊게 본 건 아니지만 경제학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현실 자본주의 경제를 제대로 모델링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편미분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론은 부분적인, 한가지의 모습만을 보고자 할때는 현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바로 이 점때문에,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부분의 학문은 각자 영역에서 계속 정교해진다. 권력으로서의 지식이랄까, 그것은 절대 일반적인 해법을 알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범위내에서 변화율로 현실의 근사값을 추측해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 어쩌자는 거지? 이렇게 말하는 나는? 기껏 수습을 하자면 뭐.. "학문의 권위에 눌리지 말자"? "지식은 그 자체로 선이 아니며,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ㅡㅡ; 에고, 이쯤되면 짐작하겠지만, 현재 나는 술이 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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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1 23:49 2006/01/2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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