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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기

  • 등록일
    2006/06/02 23:59
  • 수정일
    2006/06/02 23:59

*

한 동지가 아침부터 기진맥진하다. 순간적 직감으로 물었더니

"솔로"가 되었단다.

어떡하냐... 시간이 약인 것을... 때로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메신저로 살포시 환영메세지를 보냈다.

"웰컴 투 솔로 워얼드~"

 

속으론 괜시리 미안했다. 어느덧 6월이구나.. 날짜를 세 보면서.

 

오랜만에 만난 지역에서 올라온 한 동지도 이 소식을 듣고는

한 마디 하신다.

예전엔 결혼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해 보니까 아닌 것 같더라고.

공식적 관계 속에서 얽매는 것들이 많다고. 특히 여성동지들이.

그래도 연애는 잘 해야 한다면서 후렴구를 붙인다. 누가 시인 아니랄까봐-

"운동도 열심히~ 사랑도 열심히~"

 

그렇게만 되면 좀 좋겠냐만은-

 

 

*

하이닉스매그나칩 침탈 규탄 집회가 테헤란로에서 있었다.

 

성심을 담아 준비한 집회와,

적당주의로 준비 안 한 집회는.

 

시작부터 알 수 있다.

 

사회자가 수 차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를 덧붙이는데,

톡 까놓고 말해서 덥다는 거 다 알아. 근데 다들 목숨줄이 왔다갔다 하니까 이 자리에 나왔지. 더운 게 대수냐? 젠장.

 

왼쪽편에 허연 용역깡패들과 전경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가운데,

집회 내내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는 이거였다. "그냥 끝나나? 한 번 미나?"

 

그런데 '요즘' 집회의 특성은 밀어도 찝찝하고 안 밀어도 찝찝하다는데 있다.

오늘은 전자였다.

 

진입투쟁이란 것이 주변 길거리 지나다니는 시민이나, 보고 있는 경찰 새끼들이나 정권과 자본에게 항의하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론 투쟁하는 대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투쟁이 투쟁을 부른다"고, 새로운 투쟁을 결의하게 만들고, 연대투쟁을 확대시키고 이런 역할들을 해야 하는데.

 

맨몸으로 밀다가 방패에 머리 깨지고, 전술 준비도 안 돼 있고. (적어도 대열 지도는 해야 할 것 아닌가?) 부상자 생길 거 뻔한데 앰뷸런스도 준비 안 해놓고. (한 부상자 경찰차 타고 갔다. 어이없어. 그러다가 고대로 경찰서로 달려가는 수가 있다)

 

그나마 투쟁조끼 오래 입고 죽어라 장기투쟁 하는 동지들이나 앞에 나서지.

한 시간 넘도록 진행된 집회는 겨우 30분의 몸싸움에 1천 명의 대오 "모두"를 참가시키지도 못했던 것이다.

 

내 옷에 선명하게 나 있는 워커 발자국을 보면서,

정말 기분 드러웠다. 무력감을 느낀 사람들은... 얼마나 되었을까?

 

올라가서 마이크를 확 뺏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참았다.

적어도 3년 후에, 두고보자.

 

 

*

또 한 명 연락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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