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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과 젠더 - 경험

  • 등록일
    2007/02/16 02:44
  • 수정일
    2007/02/16 02:44
달군님의 [화장실과 젠더 이슈] 에 관련된 글.

그동안, 성폭력 예방을 위해 숙소를 분리했던 것처럼
화장실도 분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왔다----------

**

학교 다닐 때, 대규모 술자리를 많이 기획해 봤다.
당연히 단체로 많이 앉을 수 있으면서도 싸게싸게 먹을 수 있는 집을 선호하다보니
항상 학교 부근의 허름한 술집들이 선정되었다.
이른바 '누나집', '고모집', '이모집' 등등의...
(이건 따로 써야 할 것도 같은데... 가게의 호칭들도 반영하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주인 여성들-주로 중년 혹은 노년-이 남학생들에 의해 '모성의 상징'이 되어 있는 거 아닌가?. 여대 앞에도 이런 이름의 가게들이 있었을까? 문득 궁금.)

그런데 그런 술집들의 최고 단점은 바로 화장실.

보통 시설이 낡은 데다가, 좌변기는 찾아보기 힘들고 양변기 하나 달랑 있는데다가
물 내리는 장치도 없는 경우가 많아 수돗물에서 물을 틀어 바가지로 물을 퍼 내리는 방식이 주였다.
물론 성별 구분은 되어 있지 않았다.

즉 '머물고 싶은 화장실'과는 완전 정반대의 화장실들이었던 것.

처음엔 청소가 되어 있던 상태라도 점점 사람들의 이용이 많아지고,
특히 서서 오줌누는 것 등의 여파로 (결정타는 오바이트;) 금새 화장실은 지저분해졌다.

그때는 그냥 내가 쓰기에도 더럽다, 지저분하다, 이 정도만 생각했다.
그래도 재빨리 볼 일 보고 나와버리면 된다는 정도만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나중에 여성 문제 토론하다 생각해 보니,
(그리고 종종 뉴스에서 남성 화장실보다 여성 화장실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보면서)
 남성들이 소변볼 때와는 달리 여성들은 어떤 경우에든 더 불편했을 거란 생각이 미치자, '그땐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하는 반성이 들었다.

단순히 청결함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양한 방식의 성폭력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입장에서는 칸막이가 있다 해도 남성과 같이 화장실을 사용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그 이후론 처음 가보는 술집이 있으면 화장실을 꼭 확인해 본다.
화장실이 깨끗한지, 성별 구분이 되어 있는지를 본다.
그리고 아는 술집 갈 일이 있을 때면 화장실도 조건에 넣어서 선택을 한다.

내가 일하던 사무실은 쬐끄만 빌딩이어서 칸막이로만 남녀 구분이 되어 있었다.
세면대에서 청소, 설거지 등을 하고 있다가 여성들이 들어오는 것 같으면 슬쩍 나갔다가 나중에 화장실을 쓰곤 했다.

***

그런데 All Gender화장실에 대한 얘기가 있네?
이런 생각도 있었구나.
'양성 평등'보다 '성 평등'이 낫다는 것처럼,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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