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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파생상품


1.


한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다.  제대혈(태아에게 채취한 혈액)을 보관하는 A업체가 있다.  그 업체에게 또 다른 업체인 B가 인력을 파견한다.  그 여성 노동자는 B에게 1년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다.  그런데 이 여성 노동자는 산부인과 병원 C에 가서 거기에 상주하면서 산모들에게 제대혈이 좋은 점을 홍보하고 산모와 제대혈 보관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을 한다.  이 여성 노동자가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으려면 계약도 많이 성사시켜야 하지만 병원으로부터도 좋은 평판을 들어야 한다.  이 여성 노동자는 본연의 일인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도 하지만 각종 병원일도 한다.  병원도 이 여성노동자가 병원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물론 월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 여성은 누구로부터 업무를 통제받고 있는가.  A인가 B인가 C인가.  얼마 전 A 업체가 C 병원에서 철수하였다.  업체 B는 더 이상 일이 없다는 이유로 이 여성 노동자를 해고하였다.  이제 이 여성 노동자는 누구를 붙잡고 일자리를 달라고 호소하여야 하는가.  A인가 B인가 C인가.


2. 


고속도로 휴게소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휴게소는 원래 도로공사가 직접 운영을 하였다.  그러다 외환위기 때 외부업체에 관리를 위탁하기 시작했다.  도로공사 소속 노동자는 전부 휴게소 소속으로 신분이 변경되었다.  휴게소는 다시 코너별로 쪼개서 임대를 줘버리고 휴게소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주는 개인사업자인 코너 입점업주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각 코너는 대개가 5인 미만이 일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거의 모든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고가 자유롭고 퇴직금, 모든 법정수당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휴게소에서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여명이 근무를 하지만 이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므로 퇴직금을 청구할 곳이 없다.  도로공사도, 휴게소도, 입점업주도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


3.


파생상품(派生商品, derivative, derivative securities),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새로운 현금흐름을 가져다주는 증권을 말한다.  일반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생상품의 주요목적은 위험을 분산·감소시키는 헤지기능이나, 레버리지(적은 돈으로 큰 이익을 남기는 것)기능, 파생상품을 합성하여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기능들이 있다.  이 기법에 금융자본의 탐욕이 스며들어 서민들의 주택을 가지고 각종 파생상품을 조합하여 팔고 또 그것을 조합하여 다시 팔기를 거듭했고 자본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폭발하였다.  집값을 갚을 수 없는 서민들은 거리로 나앉았다.  미국이 그렇다.


4.


기업이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은 경영환경으로부터 위험을 분산·감소시키려는 것이 중요한 목적의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파생상품과 닮았다.  시간이 흐르자 각종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조합하여 비정규직 한 명이 간접고용직이면서 거기서 한 번 더 간접 고용되고 그것도 모자라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이중 삼중의 비정규직 굴레를 쓰고 있다.  합성(조합)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파생상품과 닮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탐욕적이다.  위험을 분산·감소시키는데 목적이 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은 사회 전체를 위협한다.  그 점에서 또 파생상품과 닮았다.  잔인하고 야만스럽고 고통스럽다.  그리고 끝내 폭발할 것이다.  이것도 파생상품과 닮았다.  그러나 그 때에 이르러 얼마나 더 아플 것인가.  지금도 이렇게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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