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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아이들 1

아이들.

그녀의 하는 양을 보더니 술 먹고 자고 가던 친구 왈

" 아주 시녀구만, 시녀. 왜 이러구 살아? "

혜정은 내가 뭘. 하면서도 좀 쑥스러운 듯 헤실헤실 웃음을 흘렸었다.

" 애들이 왜 이러냐구, 이건 다 네가 잘 못 키운거야. "

그런가? 그런가 보다. 하는 그녀.

- 내가 다. 는 아니고 반만. 아니야?  아빠에게도 반분의 책임이 있는 거지.

하지만 그녀는 결혼 십년차를 바라보면서 비로소 여자의 본분을 깨닫고 있었다.

-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으니 살림과 육아를 내가 다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애. 기왕 하는 것이니 잘 해야 하고.

뭐라 더 따지고 싶은 마음이 울컥 울컥 들었지만 논구할 시간도, 기력도,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또한 떠올랐다.

아침이면 등교하는 딸아이를 위해 밥상을 차려내었고 하는 김에 출근하는 남편의 수저도 같이 올렸으나 그러면서 청양고추  썰어넣고  따로 간 맞춘 찌개 하나를 더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이른 아침의 노동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남편은 채 불리지 못 한 현미밥을 두번 째로 먹으면서 자기에게는 흰밥을 달라 한다. 감히.

딸 아이 밥상에 마지못한 겸상으로 얻어먹는 것을 한 달 이상 하다 보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하고 웃는 그녀.

" 발아현미라서 많이 안 불려도 되는 줄 알았더니, 흰쌀 푸기 전에 미리 물에 담가놓아야 겠더라구. "

" 바라현미라구? "

그녀, 너는 무얼 먹고 사는가고 관심을 보일 듯한 눈길로 쳐다보며 웃는다.

" 발. 아. 싹을 티운 현미라구. 비타민 비이투가 많다고 현미나 오분도미 같은 거 많이 먹쟎아. 식감이 거칠어서 싹을 조금 틔우면 부드럽고 소화도 잘 된다고 해서, 발아시켜서 팔아. 직접 집에서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던데. "

그녀는 냉장보관이긴 한데, 압축포장도 아닌 것이 유기농제품하고 좀 틀리네. 하면서 마트세일에서 샀더니 음...하면서 불만스럽다 한다. 역시 싼것은...하면서.

반찬 하나 하기도 힘들어하던 그녀가 콩나물이며 시금치며 나중에는 부추까지 정갈이 다듬어내며 버리는 시간을 별로 아까워하지 않는다. 시간 반을 들여 겨우 한 접시의 나물무침을 만들어 내놓고는 큰 아이가 잘 먹어서. 하면서 또 미소를 지어 보인다.

"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엄마 최고~ 한다니까. 어디서 그런 제스츄어를 배워와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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