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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그녀의 일상

그녀가 우니까,  감정 흐트러진 틈을 타서 어찌해 보려는 게 아니다.

지난 주부터 하루 걸러 사무실에서 보면서 그녀, 감정 살지 않고 있는 것도 느껴 알고 있다.

언제 니를 사랑하였다고? 하는 듯 무심한 표정, 무심한 눈길, 무감하게 스쳐 지나가면서 그녀와의 거리가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멀어져 있다는 걸 새록이 되새겼다.

지난 해 가을에서 겨울까지 있었던 일들이 아득한 과거처럼, 태고의 화석처럼 감흥이 없다. 누가 그녀를 이리 만들었는가. 눈 들어 바라보는 시선 끝에 허망함이 흩어질 뿐. 주저리 수다를 늘어놓은 들 어느 한 대목에도 힘이 실리지 않고 있는데.

 

- 양평으로 가는 건.

그녀의 눈길, 탁자의 가으로만 흘러다니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 해 약간 고개를 숙이며 쟝은 물었다.

- 이젠 포기한거지?

- 뭐.

그녀는 동기와 함께 있는 자리이니 머쓱해하는 듯 흘려말한다.

- 현실성이 없쟎아.

 

그리고 알바하러 오라는 말에 반색하듯 대답했으나 표정은 전혀 기쁜 빛이 없었다. 잘됐네 !  파트타임 일거리 찾고 있었는데, 유아영어 지도하는 거 할껄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었쟎아. 하고 동기가 말하는 중에 뭐라 맞장구 치지 못 한채 시선을 헤매이던 그녀. 바로 담날 문자를 보내왔다. 오늘부터 사무실 나갈까? 하고.

생각없이 나오라고 했다. 바로 회의 있다는 게 생각나서 다시 전화했지만 이미 오고 있는 중이라고.

만나서 30분 만에 헤어졌다. 그녀, 불평 없이 돌아간다. 다음날 다시 오겠다며. 회의가 연짱 있었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회원들 땜에 1박 2일 연수까지 겹쳐서 그녀, 사무실에서 찬찬히 볼 수 없었다. 하필, 그녀가 오는날 운영위원장까지, 단체 사람들이 드나드는 통에 그녀에게 겨우 사무적인 말만 몇 마디 했을 뿐. 그녀는 사수에게 지도받는 도제처럼 얌전히 업무용 싸이트를 눈과 머리에 익히는 데 집중했다.

 

- 행정업무가 맨날 쌓여서리.

컴 쳐다보다가 가스렌지에 찻물 올려놓은 걸 잊어버려 화재날 뻔 했다고. 물 뿌리면 안된다는 걸 기억해서 주변의 두터운 옷가지로 덮어 껐는데. 제법 큰 일이라 얘깃거리 삼아 떠들어댔다. 그러다가 손바닥에 화상 입었다고 슬쩍 보이며. 그녀, 미간을 찌그리며 금세 수심에 찬다. 어디 봐, 많이 다쳤어? 하는 그녀의 눈길과 손길 사이에 내놓았던 손을 뺐다. 피부 스치는 것도 어색하다. 그녀의 동기가 바로 앞에 있는데.

 

손길 피했던 것을 맘에 담은 그녀.

사무실의 옆자리에 앉아서도 한 번 다시 보자는 말 않더니, 찻잔 가져다 책상 위에 놓아주는 데 시선이 걸렸다. 빤히. 꽂아넣을 듯 시선을 박은 그녀, 찻잔에서 떨어지는 손을 쫓아 고개를 든다. 곱슬머리, 파마를 해서 웨이브가 더 강하다. 이마를 가리고 눈썹을 묻었으나 눈꺼플이 떨리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 괜찮아? 하는 말에 뭘? 하면서 모르는 체 했다. 손길 피했던 것에 맘을 다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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